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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 - 3

***

스타더스.

그녀는 심각한 워커홀릭이였다. 히어로 활동에 모든걸 바칠 정도로.

그리고 문제는 슬슬 그녀의 상태가 안좋아지고 있었다는 것.

"....."

그리고 그 이유는, 당연히 에고스틱의 소식을 못듣는 날이 갈수록 길어지고 있어서.

슬슬 자신과 에고스틱이 싸우는 영상도 너무 많이 돌려봐 더 볼것도 없던 그녀는, 이내 한숨을 푹 쉬었다.

"...하아."

...자신도 안다. 히어로가 빌런을 보고싶어하는게 정상은 아니라는걸. 빌런의 생사여부를 히어로가 신경쓰는게 이상한거겠지.

그래서 지금까지는, 스스로를 부정하긴 했지만.

이제 그녀는, 지난 여러 일들을 겪고.

그리고 결정적으로, 에고스틱의 편지를 받은 이후.

한번 깔끔하게 자신의 마음을 인정하기로 했다.

그냥 에고스틱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고 생각나서 그런거라고.

"...."

...뭐.

히어로가 아치에너미를 걱정할 수도 있는거 아닌가?

애초에 에고스틱도 자신을 걱정하던데, 그 반대가 안될건 뭐야. 응. 이건 지극히 자연스러운거다.

애초에 그가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게 몇번인데, 모습을 안보이면 좀 불안해지고 걱정되고 보고싶어할 수도 있는거 아니야겠어 그래. 이건 그가 빌런이란거랑은 상관 없는거야.

"...혼자 뭐라는건지."

그렇게 그런 생각을 이어나가던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자조적으로 피식 웃었다. 하루야, 드디어 정신이 나갔구나.

'...그래도.'

..그냥, 그런 기분인걸 어떡한가.

왜 안와.

그리고 그녀가 그렇게 혼자 하루종일 싱숭해하던 그때.

"...회식?"

협회장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오늘 섀도우워커도 오랜만에 협회에 오는데, 그 김에 저녁은 다같이 회식을 하는게 어떻겠냐고.

"으음...."

회식이면 술도 있겠지?

...알코올의 힘을 빌리면, 이 기분도 진정될까.

그녀는 그런 생각을 하며 알겠다고 답장했다.

자신이 술에 약하다는 것도 잊은채.

***

회식.

대한민국의 치안을 담당하는 히어로 협회도, 일단은 직장인만큼 가끔씩은 같이 회식을 하기도 한다.

물론 최근들어 사건사고가 터지느라 열리적은 별로 없었지만, 섀도우워커가 일이 있어 협회에 들린김에 오랜만에 성사된 회식.

무려 스타더스와 섀도우워커, A급 히어로 둘이나 참여한 회식 자리에서.

협회장은 섀도우워커의 푸념을, 계속 듣고 있었다.

"요즘 힘듭니다, 힘들어요..."

혼자 취해서 얼굴이 붉어진 남자의 이름은, A급 히어로로 활동하고 있는 김자현. 일명 섀도우워커.

그리고 그의 맞은편에 앉아있는 금발의 여자는 같은 A급 히어로인 스타더스였다.

그렇게 본격적으로 시작된 김자현의 푸념.

협회장은 스타더스가 뭐라고 대꾸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

이미 스타더스또한 취했는지, 아까부터 다른 말은 들리지도 않는지 가만히 말없이 맥주병만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한숨을 삼켰다.

...아무래도, 취객을 상대하는건 그의 역할인가보다.

"흠. 자현군.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게나. 어찌됐던 자네 맡은바 일은 잘하고 있지 않은가?"

"협회장님..."

이내 상석에 앉아 그렇게 위로해주는 협회장에게.

김자현은 들고있던 맥주를 바닥에 쾅하고 내려놓더니, 중얼거리듯 말했다.

"뭘 잘해요? 요즘은 밤에 테러하는 빌런도 없는데. 거기에 가끔씩 밤에 테러를 일으키는 빌런들은 심지어 저를 카운터치지 않나. 히어로로써 존재감도 옅어진거 같고... 앞날이 막막하네, 그냥. 하아."

그렇게 한참을 푸념을 늘어놓은 그는, 이내 맥주를 벌컥벌컥 마시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말을 듣고있던 협회장은.

"....하아."

옆에서 아무말 없이 똑같이 붉어진 얼굴로 맥주를 원샷하고 있는 스타더스를 보며 한숨을 흘렸다.

'큰일났군.'

"아, 빌어먹을 인생. 나도 왕년에는 어? 내가 손짓만하면 빌런들이 다 파악 쓰러지고 그랬다니까요. 아, 좋은 세월아 다 어디갔니! 아이고, 아이고."

"....."

이제는 본격적으로 주사를 부리고 있는 섀도우워커의 모습을 보며 협회장의 머리가 지끈거리고 있던 그때.

-탁.

반대쪽에서, 스타더스가 큰 소리로 맥주컵을 바닥에 내려놓는 소리가 들렸다.

"...스타더스?"

이내 조심스럽게 그렇게 말을 건 협회장.

고개를 푹 숙인채, 텅 빈 맥주컵을 조용히 들고 있는 스타더스의 모습을 보며.

그제서야, 협회장은 섀도우워커가 말을 계속 하는동안 저 맥주병을 스타더스 혼자 비웠다는걸 깨달았다.

"자네, 괜찮은가..? 이제 그만 마시는게..."

그리고 협회장이 그렇게 조심스럽게 말하는 순간.

"왜..."

별안간 스타더스가, 그렇게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왜, 왜..."

혼자 텅 뷘 맥주잔을 손에 쥔채, 그렇게 중얼거리는 그녀.

이내 그러더니 그녀는 고개를 번쩍 들더니, 붉어진 얼굴로 약간 울먹거리며 중얼거렸다.

"왜, 테러 안하냐고오...."

"하아..."

"크흑. 나도 왕년에는 어? 밤하면 섀도우워커였는데... 이제는, 크흑. 앙케이트에서도 아이시클한테 밀리고, 숙희야...! 미안하다..!"

"짜증나아... 훌쩍."

"...."

"섀도우워커... 붐은... 온다고..."

"...하아. 미치겠군."

그렇게 협회장은 한쪽은 훌쩍이고, 한쪽은 진상을 부리고 있는 대한민국의 두 기둥, A급 히어로들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쟤네 둘다, 어떻게 집에 보내냐.

***

다음날 아침.

"으... 머리야."

집의 침대에서 일어난 스타더스는, 자신도 모르게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겨우겨우 눈을 떴다.

그제서야 떠오르는 어제의 기억.

'...왜 테러 안하냐고오!'

"미쳤어... 내가 미쳤지..."

어제 그러던걸 기억한 그녀는, 얼굴을 손으로 덮었다.

...신하루. 미쳤구나, 네가 미쳤어.

다음부터는 조심하자...

그녀는 약간 어지러운 기분으로, 자신도 모르게 습관대로 티비를 켰고.

그러자 그곳에는.

[안녕하십니까. 에고스틱입니다!]

"응..?"

막 방송을 킨듯한, 에고스틱이 있었다.

잠깐, 뭐야..?

신하루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ep.246

온갖 사건사고가 매일같이 터지는 대한민국.

그중에서도 티비는, 그 소식을 제일 빠르게 전해주기 좋은 컨텐츠다.

왜냐고? 그냥 켜놓기만 하면 잊을만하면 한번씩 '긴급속보!' 이러면서 빌런이 등장한 소식을 알려주기 때문.

그래서인지 티비와 라디오의 청취율이 생각보다 굉장히 높은 편이다.

특히, 몇몇 빌런은 방송국을 전파납치 하며 티비에 자신의 테러 예고를 라이브로 송출하기도 하기 때문에.

바로 지금처럼.

"흠, 흠.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어느날처럼 전파가 털려버린 티비.

그리고 그곳에서는, 나왔다하면 시청률이 역으로 상승한다는 그 빌런의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바로 대한민국의 A급 빌런, 에고스틱이.

*

[망고 10만년만에 입갤ㅋㅋㅋㅋㅋㅋㅋㅋ]

[왜 이제야 오냐고!!!!! 오래전부터 당신같은 빌런을 기다렸다우]

[실시간으로 시청자수 느는거봐라 ㅅㅂㅋㅋ]

[망끼얏호우~ 망끼얏호우~ 망끼얏호우~ 망끼룩끼룩~ 망끼룩끼룩~]

[채팅창 ㅈㄴ빠르네 와ㅋㅋ]

[요들레히 요들레히 망들레히요~ 망들레이 망들레이 요들레히요~ 요들레히 요들레히 망들레히요~ 망들레이 망들레이 요들레히요~]

[Sup is this that famous Ego's room? Damm lucky i'm here lmao☆]

[이새끼들 일단 영상도 안보고 무지성으로 망하하 채팅박고 시작하는거 뭔데ㅋㅋㅋㅋㅋㅋ]

[아니 왜 아무도 지금 상황엔 관심을 안가지냐고ㅋㅋ 망고 지금 어디임?]

*

온갖군데 동시송출 되고있음에도 불구하고, 미친듯이 올라오는 공식 홈페이지의 채팅창.

일단 채팅부터 박던 이들중, 그제서야 드디어 흥분을 가라앉힌 몇몇이 에고스틱의 현재 모습에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화면에 나오는 그의 모습은.

"에고스틱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평소랑 다르게, 녹색 배경을 뒤로한 채.

어딘가의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꼰 채, 여유롭게 차를 한잔 들고 있는 모습이였기 때문.

그러니까, 정확히는 현장이 아닌 어딘가의 세트장에 있는 모습이였다고 할 수 있다.

"흐음... 좋네요."

그래서인지 어쩐지 평소보다 차분하고,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있는 그의 모습.

한가롭게 차를 마시고 있는게 마치 테러를 하는건지 아니면 뉴스방송을 시작하기 전인건지 모르겠는 모습이였다.

*

[??ㅋㅋㅋㅋㅋㅋㅋ]

[오늘은 테러가 아니라 에고-카페 시간인가요?]

[테러전 차 한잔의 여유는 인정이지ㅇㅇ...]

[뭔데 자연스럽냐ㅋㅋㅋㅋㅋㅋ]

[나도 보성녹차 티팩 한잔 타와서 모니터앞에서 같이 마시는중ㅋㅋ 망고오빠랑 티타임하는 느낌]

[실시간 협회 상황)대체 뭐하는지 몰라서 그냥 멍하니 보는중ㅋㅋㅋ]

[코이츠 차만 홀짝여도 시청자수가 이만큼인wwwwww]

*

그렇게 잠시동안 방송을 킨 채,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던 에고스틱은.

이내 찻잔을 하얗고 동그란 탁자 위에 놓고는, 여전히 다리를 꼰 채 두 손을 붙잡곤 카메라를 보며 씨익 웃고는 말했다.

"네, 여러분. 다들 다시한번 만나서 반갑습니다. 안녕하셨는지요."

그렇게 빙그레 웃은 그는, 이내 손을 탁 튕겼다.

그리고 그러자 그의 뒤에 초록 배경이 하얀색으로 바뀌고.

그제서야 에고스틱은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검은 로브를 한번 여며였다.

이제 카메라가 움직여 에고스틱의 상반신만 보이는 상황.

그런 모습 속에서, 그는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하아. 여러분 사실, 제가 요즘 걱정이 있습니다."

"바로 요즘 여러분들이! 제 테러를 별로 위협적이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는 말이죠. 무슨 테러가 일어나도 자기는 안죽을줄 안다고 한달까? 안전불감증에 걸리신 국민들이 많습니다. 참 안타깝게도요."

혀까지 차며, 아주 중대한 문제라는양 고개를 주억거리는 그.

그리고 그런 그의 말에, 시청자들의 반응또한 빠르게 채팅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

[????ㅋㅋㅋㅋㅋㅋㅋㅋ]

[자기는 안죽을줄 안달까?(민간인 0명 죽여놓고 하는 말)]

[S급 히어로가 이벤트 열면 즐겨야되는건 상?식 아닌가????]

[헉 누가 우리 망고 화나게했어!! 당장 안쫄아?]

[망고 츤데레아니였음? ...헉 여기까지만 말하겠습니다]

*

그리고 시청자들의 그런 반응이 보인다는 듯,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더니 진지한 목소리로 말하는 그.

"흠, 여러분들이 잘 모르시는게 있군요. 바로 여러분들이 지금까지 무사했던건 저 때문이 아닌, 스타더스가 제 테러를 너무 잘 막아서였던 거라는걸 말이죠! 하아, 스타더스만 아니였으면 제 테러가 전부 다 성공했을텐데.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스타더스를 예찬하던 그는, 이내 드디어 본론으로 들어간다는 듯.

씨익, 사악한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제가 결정을 내렸습니다."

"바로 스타더스가 막기도 전에 테러를 하자는거죠!"

"그럼, 소개하겠습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며 손가락을 딱 하고 튕겼고.

그와 동시에 뒤의 하얀 배경이 변하더니, 어느 도시 위의 하늘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하늘 위에 홀로 마법으로 둥둥 떠있는, 거대한 미사일의 모습을.

"네! 맞습니다, 이제는 인정사정 봐주는거 없습니다. 그냥 시원하게, 서울 상공에 미사일을 떨어트리겠습니다!"

그리고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기우뚱.

미사일이 허공에서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그가 다시 손가락을 튕기자, 뒤에 서울 지도의 모습이 떠올랐고.

이내 지도의 오른쪽 끝에 빨간 점이 하나 떠오르며, 귀여운 미사일 이모티콘이 그 곳에 놓여있었다.

...결코 귀엽진 않은 상황과 다르게.

이내 흡족하다는 듯 고개를 한번 끄덕이며, 카메라를 향해 씨익 웃으며 말하는 그.

"그래도 바로 떨어트리는건 좀 그러니까. 넉넉잡아... 20분. 네. 20분 드리도록 하죠. 그 이후에는 그냥 정확하게 떨어트릴겁니다. 당연히 위력도 엄청난 녀석이기에, 한방 맞으면 도시 그냥 날라갑니다. 지금 당장 비상상황 선포하고 도망치시는게 좋을걸요?"

거기까지 말한 그는 미소지으며 마지막 말을 덧붙였다.

"물론! 시간내에 스타더스씨가 오신다면 또 모르겠습니다만 말이죠. 아, 그리고 갑자기 초과근무하게 생긴 스타더스씨가 불쌍해지니 조건을 좀 완화해 드리겠습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며, 지도를 확대해 미사일이 떨어질 도시 근처에 표시된 협회 벙커의 위치를 찍어줬다.

"이 도시에 계신 여러분들이 전부! 시간내에 벙커에 일사분란하게 합을 맞춰 들어가신다면 시간을 좀 완화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의 단결력을 좀 볼까요? 그런게 있을리가 없겠지만 말이죠. 하하하하!!"

이내 그렇게 말한 그는.

눈웃음을 지으며, 마치 이 화면을 보고있을 누군가에게 직접적으로 말하듯이 입을 열었다.

"자, 지금부터 20분입니다. 한번 와보시죠."

"시작!"

*

[망꺄아아아아악~]

[아니 하필 내 직장있는 곳이네 ㅅㅂㅋㅋ 누가 내 머리위에 미사일놨어]

[사장님이 미쳤어요 폭탄 세일...을 넘어선 무료배포 헉]

[돔황챠~~~~~]

*

그리고 그 말과 동시에.

그 미사일이 바로 아래에 있던 도시는, 20분후에 자기들 머리 위에 미사일이 떨어진다는걸 깨닫고 난리가 났고.

당연히 히어로 협회또한, 난리가 났다.

"빨리 스타더스 불러봐!"

"협회장님, 스타더스와 연결 성공했습니다!"

"그래? 빨리, 빨리 출발하라 해!"

그렇게 부산스럽게 난리를 치던 그들은 몰랐다.

스타더스는 이미, 전속력을 다해 하늘을 날고 있었다는걸.

***

히어로의 인생은 쉽지 않다.

당연한거 아니겠는가. 히어로란 빌런들을 상대하는 존재. 그리고 자고로 빌런들이란, 언제 어디서 테러를 일으킬 지 모르는 법이다.

그나마 대한민국은 밤에는 섀도우워커라는 히어로의 존재때문에 그를 제외한 히어로들은 잠은 편하게 잘 순 있긴 하지만, 그래도 힘든건 마찬가지.

자고로 히어로란 점심을 먹다가도, 씻다가도, 영화를 보다가도 빌런이 나왔다하면 즉시 멈추고 나서야 하는 입장이란 소리다.

그래, 그건 안다. 아는데...

"큭..."

서울 상공.

무슨 인간 제트기가 된것마냥 전속력으로 하늘을 날고있던 스타더스는, 그런 생각을 주워삼켰다.

'에고스틱...!'

이건, 진짜, 너무한거 아니냐고오...!

'대체 거리는 또 왜 이렇게 먼데에...'

그녀는 거의 눈물을 삼키며 그런 생각을 했다.

전날 술마시고 머리 아픈 상태로 일어나자마자, 마음의 준비를 할 틈도 없이 아침에 에고스틱이 수만년만에 테러 일으키는걸 보게되서 그것도 서러운데.

그가 테러를 일으킨 곳도, 그녀의 집에서 엄청나게 멀었다..!

진지하게 에고스틱이 자기한테 서운한거라도 있나 생각이 들 정도로.

"으..."

그렇다고 천천히 가기에는 시간도 엄청나게 조금 준 바람에, 진짜 온 힘을 다해 날아가야하는 상황.

[스타더스님, 10분 남았습니다. 조금만 더 빠르게!]

'에고스티익...!'

그렇게 스타더스는, 눈물을 머금은 채 금발의 머리를 휘날리며 하늘을 날았다.

도착해서 에고스틱을 만나면, 기필코 혼내주겠다는 다짐을 하며...

***

"크흑..."

[오빠, 왜 또 우는 소리해요?]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힘들게 아침부터 땀 뻘뻘흘리며 날고있을 스타더스가 불쌍해서라고 어떻게 말하겠어...

다만. 나도 어쩔 수 없었다.

나중에 스타더스가 후회의 눈물을 안흘리게 하려면, 지금이라도 무리해서 그녀의 비행 능력을 성장시킬 필요가 있다.

그리고 주인공인 그녀를 성장시킬 제일 좋은 방법은, 위기를 주고 이를 극복하게 하는 건. 그렇기에 어쩔 수 없이 이런 극단적인 방법을 저지를 수밖에 없었다.

"스타더스... 힘내!"

어차피 거기 도착해봤자 난 없을테지만...!

거기에 더 많은 성장을 위해, 거기 도착해서 미사일 막고나면. 바로 거기서 또 서울 반대 끝에 다른 미사일 떨어트릴거지만... 또 날아야하겠지만...!

힘을 내라 스타더스...!

나는 눈물을 삼킨 채 그렇게 속으로 응원을 보냈다.

가슴이 아팠다.

ep.247

스타더스가 지금쯤 땀을 뻘뻘 흘리면서 날고 있을 그시각.

나는 미리 준비된 세트장에 앉아, 조용히 계획을 점검하고 있었다.

내 이번 테러의 목적은 간단했다.

스타더스의 비행 속도를 상승시킨다. 바로 그것.

'이제 게이트가 열릴 날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스타더스가 충분히 강해진 만큼, 전투 말고도 이런 전투 외적인 요소도 성장시킬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일부러 그녀의 평균적인 비행 속도를 분석하여 알아낸다음, 그것보다 좀 더 타이트하게 제한 시간을 설정한 것. 우리의 주인공은 위기속에서 성장하는 법이니까.

'그리고...'

일류 악당은 한번의 테러에 많은 것을 준비해야 하는법. 그것 말고도 당연히 따로 훈련시킬게 있다.

바로 대중들의 대피 훈련.

이제 슬슬 게이트 사태가 코앞으로 다가온 지금, 그날이 왔을때 시민들이 빠르게 벙커로 도망치는 것도 문제다. 이게 적응이 안돼있으면 대피가 느려져서 도망치다가 게이트에서 튀어나온 괴물들한테 찢겨 죽는 수가 있다.

그렇기에 내가 내건 조건이, 미사일을 떨어트린다 한 지역에 사람들이 빨리 도망칠수록 시간을 좀 늘려주겠다 한 것.

시민들을 빨리빨리 도망치게 해 대피 경험도 시켜주고, 스타더스 상황봐서 이 핑계로 유동적으로 시간을 조금 더 늘려주기 위한 일석이조의 방법이였다. 진짜 미사일을 도시에 떨어트릴 순 없잖아.

어쨌든 그런 이유로 도시도 일부러 지하 벙커들이 다 완공된 곳으로 고른건데... 일단 그건 제쳐두고.

'이제 대략 10분 남았나..?'

나는 남은 시간을 확인한 뒤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지금 화면에는 공중에 떠있는 미사일과 카운트다운 시각만 나오고, 내 모습은 안비추고 있는 상황.

그래, 슬슬 시작할 때가 됐군.

"큼, 큼. 서은아, 시작하자. 그거 띄워줘."

[네 오빠.]

좋아. 카메라 키고.

중계 한번 해볼까.

카메라에 불이 다시 들어온걸 확인한 나는, 정면을 보고 앉아 빙긋 웃었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에고 뉴스 시간입니다. 반갑습니다! 다들 잘 대피하고 계신가요?"

이제 다시 내가 방송을 타고있는 상황.

그리고 뒤에는, 카운트다운과 더불어 서울 지도와 그 위에서 이동하고 있는 노란 점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래. 할 것도 없는데 스타더스 중계나 하자.

난 그런 생각을 하며 방송을 재개했다.

"현재 남은 시각은 8분! 스타더스의 위치는 현재... 여기쯤입니다! 아, 이거 시간 내에 갈 수가 있나요?"

*

[스타더스 힘 내!!!!]

[아니다 걍 힘내지마 회사 망해라 ㅅㅂㅋㅋㅋㅋ]

[나만 아니면 돼~~~]

[자기가 지금 대피해야한다는 핑계로 회사 째서 신난 직붕이면 개추ㅋㅋㅋㅋ]

[실시간 벙커 상황... 사람 존나 많음ㅅㅂㅋㅋ 다들 말 잘듣네]

[달려라 달려 별먼지야~ 날아라 날아 스타더스~]

[이거 벙커에 사람들 많이오면 시간 연장해준다고 하지 않았음?? 연장해주세요 잉잉]

*

나는 채팅을 힐끔 보곤, 다시 남은 시간과 스타더스가 온 위치를 파악했다.

아직까지 시간내에 오긴 택도없는 상황.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시간을 늘려주면 별알못이다. 스타더스란 자고로 위기가 와야 힘을 각성한다고. 한 몇분 안남은 상황에서 속도가 미친듯이 오르지 않을까.

난 그렇게 미리 드론들을 띄워 준비해둔 스타더스-거리측정 장치를 통해 스타더스의 실시간 위치를 확인하며 중계를 이어나갔다.

그리고 슬슬 시간이 얼마 안남은 상황.

...아무래도 서울을 가로지르는데 20분은 너무 짜게 준 것 같다.

그래. 조금 더 늘리자.

"네! 스타더스가 현재 성동구를 지나고 있습니다! 시간내에 오기는 뭐. 틀려먹었네요! 미사일 맞을 준비나 하시죠."

나는 씨익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그렇게 약속한 시간까지 2분 남은 상황.

"뭐, 어차피 여기서 몇분 더 준다고 해도 달라질 것도 없어보이니. 대충 지금 들어온 벙커 통계 비례해서 추가시간 3분! 3분 드리겠습니다. 화이팅 해보십쇼, 될 리가 없겠지만 말이죠. 하하하하!"

*

[3분은 너무 짜잖아 ㅅㅂㅋㅋㅋㅋ]

[그래도 약속대로 시간은 더주며 츤츤거리는 망고스틱]

[큰일났다 진짜 미사일 떨어지냐???]

[꺄아악 벙커위치도 제대로 못찾아서 해매고 있는데 좀 더줘요]

[아니 위에 게이야 ㅅㅂ 채팅칠 시간에 뛰라고ㅋㅋㅋㅋㅋ]

[그냥 미사일 떨구고 도시 재개발ㄱ]

[팩트)스타더스가 시간내에 안오면 백퍼 시간 더 늘려줄듯ㅋㅋㅋ]

[별먼지야 힘을내요 스타파워~]

*

나는 그렇게 겉으론 웃으면서도.

속으론,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아니... 우리 스타더스. 내 예상보다 조금 더 많이 느린데?

뭐, 따지고보면 이걸 미리 알아차려서 이렇게 훈련시킬 수 있다는건 좋은 일이긴 했지만. 그래도 너무 느렸다. 처음부터 30분 줄껄. 그렇다고 이제와서 파격적으로 더 늘리기도 뭐해서 3분만 더 줬는데...

'아니야. 할 수 있을거야. 스타더스, 파이팅...!'

나는 속으로 그렇게 응원의 메세지를 보냈다.

...설마, 미사일 떨어트려야하는 상황이 오는건 아니겠지?

그렇게 무슨 핑계로 시간을 더 늘려줘야하나 하고 내가 변명거리를 열심히 머리굴려 생각하고 있었을 그때.

*

[오..?]

[속보 속보 별먼지 속도 갑자기 부스트 ONㅋㅋㅋㅋ]

[역시 위기에 강한 히어로 스타더스ㅋㅋㅋㅋ]

[믿고있어습니다 대한민국 히어로 GOAT 킹 먼 지]

*

지도에 표시된 스타더스의 위치가, 미친듯이 빨리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래! 이거지. 역시 믿고 있었다고 스타더스...

"역시...!가 아니라, 이럴수가! 스타더스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군요. 이거 어쩌면 시간내에 올 수도 있으려나요?"

나는 큰일이 났다는 듯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내가 그렇게 속으로 몰래 기뻐하는 순간에도.

[1 : 00]

[0 : 59]

[0 : 58]

시간은, 착실히 흐르고 있었다.

***

서울 동부 어딘가.

"크윽..."

금발의 머리를 휘날리며, 이를 악물고 혜성처럼 하늘 위를 날아가고 있는 여자.

그녀는 바로, 태어나서 제일 빠른 속도로 날아가고 있는 스타더스였다.

'아니... 20분만에! 여기서 거기까지 어떻게 가냐고!'

바람이 하도 얼굴을 때려서인지, 거의 눈물까지 나올 것 같은 상태로 그녀는 이를 악물고 생각했다.

안그래도 숙취때문에 머리도 좀 아픈데, 이러고 있으니 두배로 힘든 상황.

결국 시간이 지나고, 그녀가 이거 시간내에 갈 수 없을 것 같다는 판단이 들 무렵.

[뭐, 어차피 여기서 몇분 더 준다고 해도 달라질 것도 없어보이니. 추가시간 3분! 3분 드리겠습니다. 화이팅 해보십쇼, 될 리가 없겠지만 말이죠. 하하하하!]

미리 연결해둔 인이어 이어폰에서, 에고스틱의 그런 말이 들려왔다.

시간이 더 늘어났다는, 일단은 더 좋은 소식.

그러나 그녀는 그걸 듣고 안심할 수 없었다.

"....."

시간을 더 늘렸다는 그의 말을 듣자마자 떠오르는 것.

아, 에고스틱은 역시나 처음부터 떨어트릴 생각이 없구나-라는거 하나.

그리고.

"....."

...그가 정말 자신이 20분내에 올 수 있을거라고, 판단한것 같다는 생각.

어쩐지 그녀의 머릿속에는, 가만히 앉아서 실망한 표정으로 시간을 보는 에고스틱의 모습이 저절로 떠올랐다.

'하하하하! 하하하... 하아. ....스타더스씨. 이정도는 할 줄 알았는데 말이죠. 쩝, 제가 너무 기대가 컸나보네요. 시간 더 늘리겠습니다, 어쩔 수 없죠.'

...설마, 에고스틱이 그럴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어쩐지 계속 머릿속에 떠오르는, 에고스틱의 실망한 표정.

그걸 단순히 떠올리기만 했는데도 그녀는 자신의 심장이 덜컥 뛰는 걸 느꼈다.

"으으..."

그리고 곧 그런 불안감은, 그녀의 절박함을 증폭시켰고.

"....하면! 하면 될 거 아니야!"

그렇게 그녀는, 이를 악물고 모든 힘을 쥐어 짜 몸을 날렸다.

그렇게.

5분후.

"허억, 헉. 허억. 하아, 하아. 하아."

그녀는 시간내에, 도착하는데 성공했다.

"이씨...!"

그리고 때마침, 정겹게 수직 낙하하며 떨어지고 있는 미사일의 모습.

"에잇!"

이미 너무 무리하느라 몸에 힘이 빠진 그녀였지만, 막상 도착하고 나니 내뿜어지는 분노로 떨어지고 있는 미사일을 아래에서 잡아 그냥 저 하늘 위로 던져버리는데 성공했다.

반짝

그렇게 저 하늘 위의 별이 되어버린 미사일.

그리고.

"에고스틱...."

넌 진짜... 진짜...혼 좀 나봐야돼...

그녀는 거칠게 숨을 쉬며, 서슬 퍼런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근데 얘 어딨어?

그렇게 그녀가 의문을 가질 무렵.

귓가에서, 믿을 수 없는 말이 들려왔다.

[오! 스타더스가 미사일을 쳐냈습니다! 믿을 수 없는 일이군요!]

[그럼 바로! 다음 미사일도 들어가겠습니다! 위치는 강서구... 이곳입니다! 제한 시간은...]

...하아?

그녀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지만.

[스타더스씨! 에고스틱이 또다른 미사일을 공중에 띄우고 협박 중입니다! 위치는 거기서 완전 끝으로 가시면...]

정말로, 에고스틱은 그녀보고 다시 서울의 반대 끝으로 곧바로 날아오라고 하고 있었고.

그걸 들은 그녀는.

"....나쁜놈. 진짜, 나쁜놈아..."

이제는 거의 눈물을 삼킨 채, 곧바로 몸을 날려야했다.

...물론, 비행 능력은 확실히 강해지고 있었다고 한다.

***

*

[????: 회원님! 딱 한 세트만 더 하시면 됩니다! 한세트만 더하고 쉽시다!]

[아니 ㅅㅂ 미사일 테런줄 알았더니 걍 스타더스 개인 PT시켜주고 있네 아ㅋㅋㅋㅋ]

[속보)별먼지 평균 이동속도 처음이랑 비교했을때 20퍼 상승ㅋㅋㅋㅋㅋ]

*

그렇게 스타더스한테 또 반대편으로 오라고 시킨 이후.

나는 마음 속을 짓누르는 죄악감에 가슴을 아파하고 있었다.

"...흑, 미안합니다. 스타더스씨."

근데 지금...! 진짜 속도가 미친듯이 빨라지고 있다...!

이대로 보내주면 안하니만 못하다. 이번 기회에 확실히 성장시켜서 몸에 체화되게 만들어야 한다.

그렇기에 난, 눈물을 삼키며 다른 미사일을 하나 더 준비하고 있었다.

...슬슬, 오늘 마지막에 스타더스를 직접 대면하게 될 그때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살아돌아갈 수 있겠지..?

ep.248

[하? 이번엔 정말 못오실줄 알았는데, 이것도 막아내시다니... 굉장히 당황스럽네요! 좋습니다, 이번이 진짜 마지막입니다! 과연 이번에도 막아내실 수 있을지 보자고요. 25분 드리겠습니다! 위치는...]

에고스틱의 불특정 지역 미사일 테러가 시작된 이후, 시간이 벌써 꽤나 많이 지났다.

그리고 스타더스는.

"...하아, 하아."

지금 거의, 몸이 쓰러지기 일보직전이였다.

'아까도 마지막이라며... 왜 이번에도 진짜 마지막이라는 건데...!'

그렇게 한탄해봤지만, 들어줄 사람이 있을리 만무.

에고스틱. 그는 대체 무슨 집 창고에 미사일이라도 쌓아뒀는지, 아무리 날리고 날려도 계속 어디서 다른걸 가져와서 쏘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 결과 스타더스, 그녀는 현재 거의 날아서 서울 한바퀴를 찍고있는 상황.

대체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에고스틱 다음 위치를 선정하는 곳이 매번 하필이면 그녀로부터 제일 멀리 떨어져있는 곳인 바람에.

"하아, 하아..."

결과적으로 그녀는, 하루종일 하늘만 날고 있었다.

제주도로 가라고 안하는걸 다행으로 여겨야 할 지경...

"그래... 헤엑, 가면, 가면 되잖아..."

그렇게 그녀는 거의 정신이 나간 상태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몸을 하늘에 날렸다.

그리고 그런 그녀가 자세를 잡고, 허공을 박참과 동시에.

파아아아앙-

슈우우우우우우웅.

하늘에서 무슨 굉음이 들리며, 그녀의 몸이 거의 전속력으로 튕겨 날아가졌다.

그래.

거의 종일 이어진 뺑뺑이질에, 스타더스 그녀 비행 속도가 기존의 한계를 돌파하여 거의 체감상 50프로는 더 빨라진 것.

그래서인지, 아니면 육체가 적응해서인지.

그녀는 슬슬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제 좀 할만한 것 같기도..?'

처음과 두번째 바퀴에는 진짜 죽을뻔 했는데. 이게 세번째부터는 익숙해시고 무념무상에 경지에 들어가서인지 그전처럼 힘들진 않다.

물론 여전히 죽겠긴 하지만... 그래도 이 페이스대로라면 할만한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그녀가 그런 생각을 하던 그순간.

"...?"

갑자기 하늘에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뭐지?'

무슨 싸라기눈 마냥 하늘 위에서 흩날리는 하얀 알갱이들.

...아니, 계속 보니까 정말 눈이 맞는거 같다.

지금 겨울이 지난지가 언젠데..?

그녀가 멍한 정신으로 그렇게 날아가며 생각하던 그때.

어느덧, 갑자기 눈의 알갱이들이 더욱 커지더니.

이젠 거의 폭설이 내리기 시작했다.

눈앞이 안보일 정도로.

"....뭐야."

대체 무슨 일인가.

그녀가 멍한 머리로 생각하던 그때.

때마침 귀에서, 에고스틱의 방송이 들려왔다.

[네! 스타더스씨가 지금 너무 잘 날고 계셔서, 방해물을 추가해 봤습니다. 이제부터 스타더스씨의 동선에는 눈이 내릴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뚝.

"...."

그렇게 스타더스는.

정신없이 하늘을 나는 상태임에도, 아찔한 현기증에 자기도 모르게 비행중에 중얼거렸다.

"이... 이... 이 나쁜 자식아..."

넌 진짜, 다 끝나고 보자...!

그렇게 오늘이야말로 기필코 에고스틱을 잡아가겠다는 의지를 다시한번 되새기며, 스타더스는 눈물을 머금고 폭설을 뚫으며 날았다.

계속 나느라 더웠는데, 눈이 와서인지 시원하긴 했다.

하아...

***

"좋아, 좋아. 잘돼가고있네."

서울 어딘가에 임시로 마련해둔, 이번 테러의 컨트롤센터.

그곳에서 나는, 스타더스의 이동경로를 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현재 스타더스의 속도는 기존과 비교해서 거의 50프로 넘게 상승한 상태.

이정도면 오늘 하루만에 이루었다고는 믿을 수 없는, 괄목한만한 성장이였다.

*

[스타더스 ㄹㅇ 왜 갈수록 빨라짐???]

[이것이 K-히어로의 위엄? ㄷㄷㄷㄷㄷㄷ]

[좆됐다 내일 국뽕튜브들 풀가동 ONㅋㅋㅋㅋ 벌써부테 제목이 보이네ㅋㅋㅋㅋㅋㅋ]

[스타더스<< 그냥 히어로 GOAT면 개추ㅋㅋㅋㅋ 별먼지랑 망고 없었으면 ㄹㅇ 대한민국 걍 망했음ㅋㅋㅋ]

[에고스틱 지금 테러 계속하는거 ㄹㅇ 스타더스 비행 속도 빠르게 하려고 그러는거 아니냐? 어디까지 내다보는겁니까 망고센세ㄷㄷ]

*

어느정도냐면, 무려 시청자들도 느낄정도.

지금까지 단순히 힘이 강해지는건 체감하기 힘들었지만, 속도는 정형화된 수치라 그런지 다들 스타더스가 갈수록 빠르게 나는걸 느끼는 듯 했다.

물론 이 방법도 문제가 있었으니.

바로 스타더스가 너무 고생한다는 것...!

"크흑..."

나는 이마를 부여잡고 고개를 저었다

나도 이러고싶지 않았다. 하지만, 하지만...

오히려 스타더스를 더욱 잘 아는 나이기에, 알 수 있었다.

지금 스타더스가 이런 방식으로라도 성장하지 않으면, 그녀는 분명 나중에 더 괴로워 할거라고.

자신이 느린바람에 한 사람이라도 더 못구하게 되면, 그녀는 스스로를 원망하며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더욱 아파할거다.

그녀는 원래 그런 성격이였으니까.

"...에휴."

즉, 지금 빡세게 해서 성장 시키는게 결국 그녀를 위한 소리라는 것. 특히 게이트 사태가 얼마 남지도 않은 지금이니까.

거기에 스타더스는, 실제로 기대대로 아주 잘해주고 있었다. 지금 속도 상승폭좀 봐봐. 다른 히어로들이 1프로 더 강해지기 위해 몇년씩이나 노력하고 있을때 몇시간만에 혼자 무슨 성장 버프라도 받은 것마냥 날아다니고 있다. 조금만 더하면 오늘 두배 찍겠어...!

그렇기에 난 눈물을 머금고, 한바퀴씩 추가했다.그녀가 완전히 그 속도를 체화할 수 있도록.

거기에 우리 신령씨나 세희도 불러, 중간중간 눈이랑 벼락도 내리게 해 모든 상황을 대비시켰다. 거의 올 인 원 훈련이라고 할까.

그렇게 스타더스를 성장시키는 것과 더붙어

*

[자기가 미리 벙커안으로 도망친 월급루팡이면 개추ㅋㅋㅋㅋ 아 우리 도시에도 떨어질거라고ㅋㅋㅋㅋ]

[ㄹㅇㅋㅋ 아 도시마다 다 순회하는데 곧 쳐들어 올거라고~]

[속보)우리 학교 학생들 전교생 벙커 착석 완료ㅋㅋㅋ 애들 수업 째고 놀 수 있는 기회에 신난듯 아ㅋㅋㅋ]

[누구보다 빠른 한국인들 ㅅㅂㅋㅋ]

*

덤으로 사람들의 대피능력도 어느정도 키웠다. 하도 여러 도시들을 가자고 협박하다보니 다들 이젠 미리미리 자기 도시에도 올걸 예상하고 벙커로 도망치더라고.

그렇게 난 한동안 미안한 마음을 억누른채, 미사일 협박 테러를 계속 이어나갔고.

[오빠, 이제 미사일 준비해놓은것도 하나 남았어요. 슬슬 그만 끝내야할거 같은데요?]

어느덧, 드디어 끝날 시간이 찾아왔다.

"그래 알았어. 슬슬 준비할게."

대충 그렇게 답한 나는, 이제 오늘 테러의 마지막을 진행할 준비를 했다.

바로 내가 직접 나가서 오늘 모든 미사일을 다 막아낸 스타더스를 맞이하는 것.

그리고, 제일 중요한.

오늘 스타더스에게 줘야만 할 것도있고.

"..."

그렇게 난, 미리 준비해놓은 내 손안에 든 검은 물체를 빤히 쳐다보다가.

이내 주머니에 쏙 넣은 뒤 일어났다.

그래, 이제 스타더스를 직접 볼 준비를 해야지.

해야되는데...

"쓰읍..."

...하루종일 뺑뺑이 돌리고 직접 맞이할 생각을 하니, 뭔가 등뒤에서 식은땀이 나는 느낌이였다.

'...지금이라도 도망칠까..?'

그런 생각까지 들 정도.

그러나.

"...."

내 안의 직감이, 지금 안만났다가는 진짜 좆될수도 있다는 경고를 미친듯이 하고있어서 그냥 만나러 가기로 했다.

...조심하자. 조심...

***

"허억... 허억... 흐엑..."

세찬 바람이 불어오는, 푸른 하늘 위.

이제는 거의 해가 질듯, 슬슬 붉어지기 시작하는 그곳에서.

방금 또 하나의 미사일을 하늘 위로 날려버린 스타더스는, 근처 건물의 옥상에 몸을 기댄 채 거친 숨을 내뱉으며 늘어져 있었다.

[와, 이것도 막으실줄은 정말 몰랐네요. 방금 미사일이 제 마지막이였습니다. 크흠, 그럼 오늘 테러는 여기서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스타더스씨가 있어서 다행인줄 아시길!]

그렇게 그녀가 어질어질한 머리를 부여잡는 동안, 귓가에 들려오는 에고스틱의 방송.

"이제 진짜... 허억. 진짜 끝이구나..."

스타더스는 거친 숨을 집어삼키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진짜 죽는줄 알았다. 정말로.

거의 히어로 초창기때 협회에서 받았던 지옥훈련에 버금갈 지경.

심지어 그때와는 다르게 누가 손에 미사일 들고 협박까지 하니, 정말 미친듯이 여기저기 날아다닐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중간중간 눈에 벼락까지 칠때는 정말이지...

"으으..."

그렇게 머리를 잠시 부여잡은 그녀가, 난간에 손을 짚고 기댄채.

"에고스틱..."

이내, 그녀가 그의 이름을 그렇게 중얼거리던 그때.

"하하, 절 부르셨습니까?"

"...!"

바로 뒤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

그걸 들은 그녀는, 반사적으로 뒤를 휙 돌아봤고.

그곳에는.

"안녕하십니까. 스타더스씨. 크흠, 오랜만이네요."

멋쩍은 표정으로 자신을 보며 웃고있는 에고스틱이, 하늘 위에 둥둥 떠있었다.

"너, 너어..."

"하하..."

이내 그녀가 물기어린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자, 미안한 모습으로 눈을 피하는 그.

...미안한 모습으로?

"크흠, 그. 괜찮으신가요...?"

"괜찮겠냐고오...."

"하, 하하..."

그렇게 자신의 앞에서 멋쩍은듯 헛기침을 하는 그의 표정을 보고.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할말을 잃었다.

뭔가... 이미 많이 미안해하고 있는듯한 모습.

...이런 반응은 예상하지 못했기에, 순간 그녀는 벙찔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뻔뻔하게 웃으며 '고생 좀 하셨어요?' 이럴 줄 알았더니, 오히려 미안해하니까 당황스러워지는 감정. 아니, 자기가 테러를 저질러놓고 미안해하는 빌런이 어딨어...

'진짜...'

어이없어.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조금씩 화가 풀리는게 느껴졌다.

그래. 사실 따지고보면 빌런이 그럴수도 있는게 아닐까? 내가 늦으니까 자꾸 시간 연장해주던 것도 그렇고... 그도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겠지.

잠깐. 이건 아닌가...?

그리고 그렇게 그녀가 여기서 화를 더 내야할지 말아야할지 스스로도 갈팡질팡하고 있었고.

그런 그 순간에도.

....

해는 천천히 지며, 하늘을 붉게 물들고 있었다.

ep.249

대한민국의 A급 빌런이자, 히어로들이 제일 경계하는 대상 1위인 나 에고스틱.

...인 나는 현재, 내 앞에 있는 담당 히어로 앞에서 진땀을 빼고 있었다.

"너, 너어..."

"하하. 크흠. 그, 괜찮으신가요..?"

"괜찮겠냐고오...."

"하, 하하..."

한 건물의 옥상 어딘가.

그곳에서 잔뜩 지친 모습으로 벽을 짚은채, 막 쓰러지려하는 스타더스가 날 물기어린 눈으로 올려다보고 있었다.

...죄책감에 마음이 쿡쿡 쑤신다.

'물론 나도 할말이 있긴 한데...'

애꿎은 히어로 뺑뺑이시킨 악덕 교관이 된듯한 느낌에 괜히 내가 나쁜놈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나도 사실 할말이 있긴 하다.

이번에 이렇게까지해서 비행 능력 어느정도 성장 안시키면, 곧 눈물 흘리면서 후회한다고...!

오늘 흘린 땀 한방울이 내일 한 생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 거의 그 급이다. 대재앙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아마 내가 여기서 그렇게 설명하면, 그녀는 바로 납득할거다. 오히려 지금 당장 몇바퀴 더 날려고 할걸?

그러나, 나는 그런 설명을 해줄 수 없었다.

위기가 위기로 인식되야 경각심이 생기지, 그걸 구구절절 설명하고 있으면 이게 훈련이지 테러 진압이겠냐구. 거기에 사악한 빌런을 연기하고 있는 이상, 절대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이였다.

그렇게 난,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멀쩡한 히어로한테 서울 반대편에 있는 미사일 막고오라고 계속 시킨 나쁜놈이 되기로 결정했다.

악역이 있어야 주연이 빛나는 법 아니겠는가. 하하...

"하아, 하아, 하아...."

"..."

...물론 그건 그거고, 미안한건 미안한거였다.

특히나 땀 뻘뻘 흘려가며 날 보고 거의 울먹거리는 그녀가 내 앞에 있는 상황에선.

그나마 그녀가 지금 몹시 지친상태라 나한테 못달려드는게 다행이였다...

어쨌든 그렇기에 난 한번더 헛기침을 하며, 주제를 돌리려 애썼다.

"크흠... 그래도, 정말 잘 날고 잘 막으시던데요? 솔직히 깜짝 놀랐습니다. 역시 제가 인정한 제 숙적다운 활약이였습니다."

"...하, 참. 하아, 하아. 그래. 내가 이걸 고마워해야하나..?"

그런 내 칭찬..? 비슷한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 숨을 몰아쉬면서도 그렇게 대꾸하는 그녀.

...와중에 입꼬리가 약간 위로 향했던 것 같았는데, 기분탓이겠지.

그렇게 몇마디 말을 더 해보려던 나는, 그냥 다 포기하고 순순히 사과의 말을 건냈다.

그냥 이러는게 내 마음이 편할 것 같아. 분위기도 좀 풀고.

"...크흠. 그, 죄송합니다. 제가 의욕이 너무 과했던바람에 스타더스씨를 고생시킨 것 같아 마음이 안타깝네요. 히어로와의 합을 신경써야 하는게 아치에너미의 도리인데, 죄송합니다."

난 약간 고개를 돌려, 그렇게 말했다.

...빌런이 히어로한테 테러 과했다고 사과하는게 맞는건가 싶긴 한데, 아 몰라. 아치에너미끼리는 그럴 수 있는 것도 아닐까?

하여튼 뭐, 그녀가 내 사과를 받아줘도 좋고. 아니여도 좋았다. 오히려 기만적인 도발로 받아들여졌다는 뜻이니까, 걍 미친놈 컨셉 쭉 이어나가는 셈 치지 뭐.

내가 그런 생각을 하며, 스타더스의 반응을 기다리던 그때.

"푸흡..."

내 앞쪽에서, 그녀의 맑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뭔가하고 고개를 돌아봤더니, 벽에 손을 짚은 채로 다른 손을 배에 갖다댄 채 끅끅 웃고있는 그녀의 모습.

"진짜, 큽. 어이없어. 누가, 빌런이 히어로한테 테러 과했다고 사과를 해..?"

"...하하. 뭐, 저희 관계는 또 일반적인 히어로랑 빌런이랑 다르니 그럴수도 있는거 아니겠습니까?"

"...진짜, 어이없어..."

"하하하..."

얼마나 웃겼으면 눈물까지 나왔는지 눈을 닦고있는 그녀.

그리고 그런 그녀의 입꼬리는.

아까보다 분명히, 웃고 있는 모습이였다.

...뭔진 모르겠지만, 잘 풀린건가?

난 그렇게 생각하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어찌됐건 그녀의 웃음소리 이후 분위기도 아까보다 따뜻해진게, 훨씬 나아진 느낌.

...아, 이건 그냥 해가 지고있어서 하늘이 주황빛이라 그런건가? 하하.

"...큼."

그런 생각을 이어나가던 나는.

뭔가 어색한, 약간 간지러운 기분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하늘 쪽을 바라보았다.

"...."

건물 옥상 위, 탁 트인 하늘이 노을이 지고 있어서인지 따뜻한 주황빛으로 전부 물든 모습.

그리고 그 끝엔, 주홍빛으로 타오르는 해가 산 너머에 반쯤 몸을 감춰 하늘을 붉게 물들고 있었다.

"...하늘이 예쁘네요."

내가 그렇게 아무말이나 내뱉고 있을때.

"...그래. 그러게."

문득, 내 옆에서 그런 소리가 들려왔다.

힐끔 돌아보자 보이는.

벽에 손을 짚은 상태로, 나처럼 시선을 저 붉은 하늘쪽으로, 여전히 입꼬리가 올라가있는 상태로 바라보고 있는 스타더스의 모습이 보였다.

"..."

그녀의 금빛의 머리카락이 주홍빛 햇빛 아래 반쩍거리고, 내려오는 태양을 담고있는 그녀의 아름답고 맑은 푸른 눈이 살짝 빛나는 모습.

...그런 그녀의 모습을 멍하니 보던 나는 나도 모르게 함께 피식 웃었다.

그래. 히어로랑 빌런이 싸우다가 해지면 같이 노을 좀 볼수도 있지. 매일매일 싸우기만 하라는 법이 있나.

그리고 어쩐지, 둘이서 같이 노을지는 하늘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는 상황이 익숙하기도 했고.

그래. 익숙...

"...."

...잠깐.

그게 왜, 익숙하지?

"...?"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한 순간.

나는 뭔가 위화감을 느꼈다.

'....뭐지?'

-시간이 되돌아가도. 결국 우리 둘이니까.

뭔가.

이런 상황이.

이런 비슷한, 상황을.

-사람은, 변하지 않으니까.

한번.

-언젠가 다시, 이렇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날이 올겁니다.

언젠가 한번, 겪었던 것 같은데.

"...."

나는 순간 드는 의문에 나도 모르게 생각에 잠겼다.

...노을. 옥상. 스타더스. 신하루. 대화. 손. 온기. 기억. 신하루.

뭔가. 뭔가 있다. 이런 상황을 언젠가 그녀와 한번, 겪었던 적이 있던 것 같다.

뭐 꿈이라도 꿨나?

'...뭐지.'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있던 그때.

"무슨 생각해?"

바로 옆에서, 그런 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흠칫해서 고개를 돌려보자 보이는, 날 향해 미소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스타더스의 모습.

노을지는 태양빛에 비춘 그녀의 모습은, 그 어느때보다도 아름다워 보였다.

...이게 아니라.

"크흠. 아무것도 아닙니다."

나는 헛기침을 하며 그렇게 답했나.

너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답할 순 없잖아...

"난 또 가만히 있길래, 자수하기로 마음이라도 먹었나 했지."

씨익 웃으며 그렇게 말하는 그녀.

나는 그런 그녀의 농담에, 피식 웃으며 답했다.

"그럴리가 있겠습니까."

그래.

...대체 무슨 기억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자.

이렇게 스타더스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 있지 않으니.

나는 그렇게 웃으며, 노을 아래에서 오늘 이렇게 그녀를 직접 만난 이유인 검은 물체를 꺼내 그녀에게 순간이동으로 띄워 내밀었다.

"그건 그렇고, 스타더스씨. 선물입니다."

"...선물?"

그런 내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손을 뻗어 그건을 잡는 그녀.

이게 뭔가하고 돌려보는 그녀에게, 난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통신기입니다."

"통신기...?"

내 말에 여전히 잘 모르겠다는 듯 요리조리 무전기와 이어폰을 닮은 물건을 돌려보는 그녀.

나는 그렇게 다시한번 기침을 한 뒤, 그것에 대한 설명을 이어나갔다.

"네. 사실 대한민국에 저 말고도 수많은 빌런들이 많지 않습니까? 저처럼 사회친화적이지 않고 막 제 구역에 깽판을 치는 빌런들이 많단 말이죠. 특히 그중 악질들은 제가 알아서 처리를 합니다만..."

"응. 그런데?"

"...걔중 몇명은, 제가 처리하기 버거운 상대가 있습니다. 거주지부터 약점까지 다 알아도 처리할 수 없는 다른 빌런들이요. 그런 놈들은, 스타더스씨가 처리해주셨으면 합니다. 제가 협력하지요."

저는 제 어그로 다 뺏어가는 놈들 처리해서 좋고, 스타더스씨는 다른 빌런들 처리해서 좋고-

그렇게 내가 덧붙이는 동안, 스타더스의 시선은 계속해서 그 통신기에 박혀있었다.

"그러니까... 너가 나한테 이걸로 연락하겠다고?"

"네. 뭔 일이 생기면 제가 연락 보내겠습니다. 그러면 그 빨간색 점등에서 빛이 들어올거에요. 그 이후 버튼을 누르시면 수락되어 제 목소리가 들리실 겁니다. 그냥 연락수단이라 보면 돼요."

"연락수단..."

그렇게 붉은 하늘 아래에서, 내가 준 통신기를 빤히 바라보는 그녀.

...내가 오늘 그녀에게 저걸 건낸 이유는, 바로 곧 처치해야되는 '그 빌런'이 있기 때문이다. 나와 에고스트림 멤버들은 절대 처치하지 못하는 녀석. 스타더스는 할 수는 있겠지만, 놈의 공략법을 몰라서 못하는 녀석.

그렇기에 내 공략법과 그녀의 힘이 합쳐지면, 그제서야 처치할 수 있는 녀석.

그놈을 처리하기 위해서도 스타더스와의 소통은 필수였다. 그때마다 해킹해서 하는법도 있기는 한데 그것보단 이게 더 확실하고 안전하니까. 핵심은 저 이이폰같은 장치이기도 했고.

...그러니까, 그녀가 지금 저걸 거절하면 큰일난단 소리다. 그 빌런 월광교 재앙 이전에 안잡으면 진짜 큰일난다고.

그리고, 잠시뒤.

그런 내 걱정이 무색하게.

"....흐, 흐응. 원래는 안받는데, 혹시 모르니까 받아주는거야! 알겠어?"

그녀는 고개를 돌린뒤 팔짱을 끼며, 약간 붉어진 볼로 그렇게 말했다.

...다행이다.

"감사합니다."

나는 싱긋 웃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그녀의 볼이, 약간 더 붉어진 것 같기도 하였다.

그 이후 몇마디 더 주고받은 뒤, 나는 순간이동으로 자연스럽게 도망쳤다.

며칠 후에 연락하겠다는 말과 함께.

...뭔가, 생각보다 훈훈하게 끝난것 같아서 다행이였다.

***

에고스틱의 광범위한 미사일 테러가 일어난 이후.

대한민국은 방송이란 방송은, 그 이야기밖에 안했다.

그러나 평소와 달랐던 점은.

[보시다시피 스타더스의 속도가 횟수가 늘어날수록, 균등하게 상승하는걸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에는 처음 대비 거의 절반넘게 빨라졌는데, 이는 세계 수준으로 봤을때도 굉장히 빠른 속도며...]

언론이 에고스틱 그보다는, 스타더스 얘기를 더 많이 했다는 점이랄까.

[아마 아직까지도 스타더스의 능력이 백프로 개화하지 않은것 같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와 별개로 일부 대중들 사이에선 에고스틱이 처음부터 스타더스의 성장을 노리고 테러를 기획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상황으로써...]

[역시 대한민국 히어로의 자랑, 스타더스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그렇게 그날 스타더스의 활약을 본 이들이 그녀를 칭송할 때.

정작 그 화제의 중심에 있는 그녀는, 에고스틱이 그래서 테러를 한건가-정도의 생각만 할뿐, 별 관심을 갖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

침대에 누워서, 에고스틱이 준 통신기를 손에 올려 아래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에고스틱과 직접 만나지 않고도 대화를 할 수 있는, 사적인 연락수단이라...'

"....드디어."

시원한 이불 위에서 그렇게 중얼거린 그녀는.

오늘 하루종일 몸을 쓰느라 지쳤음에도 불구하고, 자기도 모르게 따뜻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여름 밤의 일이였다.

ep.250

스타더스에게 테러를 하고 온 그날 이후.

오랜만에 별다른 사고 없이 테러를 무사히 마치고 온 나는, 모두와 성공적으로 테러 성공을 축하한 뒤 자기 위해 방으로 돌아왔다.

다만, 잠이 잘 안와서 문제지.

"에휴..."

생각이 괜히 많아지는 시각, 새벽.

스타더스를 만나고 와서 그런지 오늘따라 감성적이 된 기분에, 나는 괜히 창문쪽에 기대 바깥 바람을 맞으며 생각에 잠겨있었다.

"...뭔가 싱숭생숭하네."

어느덧 원작도 꽤 많이 진행된 상황이라 그런가.

아니면 제일 핵심적인 재앙인, 월광교의 테러가 코앞에 다가와서 그런가.

어쩐지 잔걱정이 많아지는 기분.

"...뭐, 잘하겠지."

난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 봤더니, 정신력도 좋고. 비행능력도 성장했고. 기본 능력 자체도 많이 강해졌으니까, 원작과는 분명 다를거다. 거기에 나도 있으니까.

그래. 이건 걱정하지 말자.

비록 무언가 잘못돼서 게이트를 중간에 닫는데 실패하면 인류가 최소 몇억명이 죽고, 사회 시스템이 전반적으로 마비되며, 세계의 장르도 히어로물에서 유사 몬스터 아포칼립스로 변하겠지만... 음...

"...."

...생각했더니 괜히 더 심란해졌잖아.

그래도 최악의 상황을 걱정하다보니, 오히려 안심이 가는 면도 있었다. 그래. 내가 원작을 얼마나 바꿔놓았는데.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건 다 했다고 봐도 된다.

거기에 설령 저지에 실패하더라도, 보험은 들어놨으니까.

...특히 이게 원작에서 그 지랄맞은 최종 에피소드 빼고는, 제일 큰 위기라는걸 생각하면 더 힘이났다. 이번만 넘기면 사실상 거의 다 온거니까.

"...그래, 괜찮겠지."

그렇게 나는 그런 생각을 하다.

문득, 책상에 올려둔 통신기가 눈에 들어왔다.

정확히는 스타더스랑 이어져있는, 그녀 전용 통신기가.

"...."

그렇게 난, 나도 모르는사이 팔을 뻗어 통신기를 손에 들었다.

내가 스타더스를 만난 이후 처음으로 갖게 된, 나와 스타더스가 서로 연결되어있는걸 의미하는 물건.

"....참."

뭔가 특별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어쩐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이건 특별히 스타더스 전용이라는 생각이 드니까. 스타더스한테만 전용 연락망이 있는거니까.

애초에 빌런이 히어로한테 통신기를 건네는게 뭔가 싶기도 한데... 그렇게 따지면 이걸 받아준 스타더스가 더 이상한거니, 난 잘못없다. 응.

...사실 스타더스는 이 통신기 반대쪽 어디 책상위에 치워넣고 하루면 까먹었을거 같기도 한데, 나만 신경쓰고 있다고 생각하니 웃기긴 하네.

"...하하."

그렇게 생각하던 나는, 스타더스에게 통신기를 건내줄 때 툴툴거리면서도 받아주던 모습을 떠올리곤 나도 모르게 피식 웃고 말았다.

...그런 그녀의 웃는 모습을 지키려면, 이번 위기는 정말 반드시 넘겨야 한다. 그전에 당장 코앞으로 찾아온 그놈도 족쳐야 하고. 할게 많네.

비록 그녀는 날 싫어할지여도.

내가 이렇게까지 할 수 있었던건, 다 그녀를 위해서였으니까.

그렇게 내가 창가에 턱을 괴고 기대 혼자 그런 생각을 새벽에 이어나가고 있었을 때.

"으음...?"

나는 문득, 밖에 조금씩 내리고 있는 눈 알갱이를 보고는 그런 바람빠지는 소리를 내었다.

"눈이네."

난 그런 말을 중얼거리며 창 밖으로 손을 내밀었다.

손끝에 닿더니 어느새 사르르 녹아버리는 그것.

...이쁘네.

그렇게 멍하니 어두운 하늘에 하얀 싸라기눈이 내리는 모습을 보고있던 나는.

순간, 무언가를 깨닫았다.

...지금 여름 아니야?

***

"여기서 뭐하고 계세요?"

"음..?"

저택의 지붕 위.

안그래도 산이라 저녁에는 쌀쌀한데 눈까지 내리는 바람에 가디건을 위에 걸치고 나온 나는, 지붕 위에 앉아 멍하니 손을 뻗은채 작은 눈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신령씨에게 물었다.

"아직 안자고 있었나?"

"...네. 좀 생각할거리가 있었어서."

그렇게 나도 곁에 앉자, 손을 한번 휘저은 우리 신령씨.

그러자 하늘에 조심스럽게 내려오던 눈이, 언제 그랬냐는듯 뚝 멈춘 채 사라졌다.

"....."

달빛 아래.

하얀 소복을 입은 채, 길게 늘어진 검은 머리카락을 비녀로 고정시킨 상태로 무릎에 팔을 올린채 저 먼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

우리집 드래곤이자, 제일 연장자(추정연령 최소 수천살)인 그녀가 새벽녘에 지붕에서 청승맞게 눈을 뿌리며 앉아있으니, 나로써는 굉장히 당황스러운 부분이 아닐 수 없었다.

뭐지, 설마 조울증이신가?

"...그런거 아니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하던 그때, 그녀는 눈을 셀죽하게 뜨더니 내게 그렇게 답했다.

아니, 아직 아무말도 안했는데...?

찔린 내가 순간 당황하던 그때, 그녀는 한숨을 푹 쉬더니 내게 다시 입을 열었다.

"그냥... 가끔 옛날 생각이 나서 이러고 있는거라네. 오늘 오랜만에 도시로 나가 사람들을 보니, 예전에 내가 지키던 마을 사람들이 생각나더군."

약간 지나간 과거를 반추하는 느낌으로, 아련한듯이 먼 하늘을 바라보며 그렇게 중얼거린 그녀.

그 말을 들은 나는, 새삼스럽게 그녀의 과거가 다시 떠올랐다.

용의 형태를 한 신령. 저 먼 대륙에서부터 날아와 동쪽의 작은 나라에 정착한 그녀.

그녀는 과거에 그 지역의 마을을 지키던 수호룡이라고 스스로 말했었다. 옛 사람들도 그녀를 따랐었고. 자신들의 부모처럼.

...물론 무언가의 계기로, 지금까지 설산에서 깊은 잠에 빠져있었지만 말이다.

"...많이 그리우신가요."

"그건 아니다. 이미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이니까. 다만..."

그렇게 답하던 그녀는,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그냥... 그 스타더스라고 했나? 그 아이가 꿋꿋히 나서는 모습을 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들더구나. 예전부터 지금까지 참, 저런 이들이 이 지역에 한명쯤은 있다는게."

그런 말을 하던 그녀는, 옛 추억이 다시 눈에 아른거리는듯 조용히 중얼거렸다.

"잘해주거라. 그 아이한테."

거기까지 말한 그녀는, 다시 턱을 괴고 밤하늘을 보며 아련한 기색으로 생각에 잠겼다.

그 모습이 너무 한 폭의 그림 같아서, 나는 차마 말을 더 이어나갈 수 없었다.

...참고로 그날, 밖에서 눈이랑 바람 맞아서인지 감기에 걸려 수빈씨에게 혼났다.

물론 하율이가 치료해줘서 바로 나았다고 한다.

***

"다인씨, 오랜만이네요."

"그러게."

그리고 며칠뒤.

나는 오랜만에 이설아와 만나 그녀의 사무실에서 마주앉아 대화를 하고 있었다.

당연히 주요 주제는, 우리 에고스쿼드 2기생에 관한 것.

"...그런데 다인씨, 그 대재앙이 일어날 수 있다는게 대략 언제라고 하셨죠?"

"올 겨울."

"네... 그렇죠. 그런데 지금 후속 대원들을 뽑는다고 해도, 그들이 과연 실전에서 활약할 수 있을까요?"

서류를 드려다보던 이설아는, 문득 그게 걱정된다는 듯 내게 그렇게 말했다.

"걱정하지마. 충분히 가능해."

그리고 나는, 안심하라는듯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답했다.

안될게 어딨어. 굴리면 다 된다.

하루 12시간 스파르타 훈련은 훌륭한 히어로를 만들 수 있는 법.

그런 내 말에 이설아는 약간 불안해하면서도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그럼 오늘 다 연락 돌리고, 이번주안으로 다 소집할게요."

"그래. 걱정하지마."

좋아. 이렇게 대-멸망 방지책 괴수사냥 스쿼드 2기생들도 다 뽑았다. 직전에 3기생뽑고 투입시키면 완벽하겠네.

그렇게 차근차근 일을 진행시킨 나는, 이제 다음 일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다인씨, 이제 다음 계획은 뭐에요?"

"나? 음, 이제 스타더스랑 같이 뭐 좀 하려고."

"스타더스랑요?"

그때 내게 이 다음에 할 일을 물은 내게, 이설아는 약간 놀라며 그렇게 답했다.

"...단 둘이서요?"

"어. 단 둘이서."

"...음. 으음..."

...벌써부터 둘이 관계가 저렇게 가까워지면 안되는데. 계획이...

그렇게 내게 들릴듯 안들릴듯 혼자 뭐라고 중얼거리른 이설아를 뒤로 하고, 난 진지한 얼굴로 이 다음 스텝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그래. 내가 스타더스한테 통신기를 준 이유.

지금 안막으면 나중에 말그대로 그냥 큰일이 나버릴, 오직 스타더스만이 막을 수 있을 적.

신의 기사. 그것을 막아야한다.

나는 조용히, 진지한 얼굴로 그렇게 생각했다.

***

[[속보] 스타더스 X 에고스틱 커플링 해외에도 퍼짐ㅋㅋㅋㅋ]

(에고스틱이 스타더스 공주님 안기한 사진)

(둘이 마주보고 피식 웃고있는 사진)

(에고스틱이 스타더스 부르는 사진)

이번에 일본 치안 어느정도 안정화되면서 우리나라에도 관심 어느정도 생겼는데.

걔네들이 망고랑 별먼지 하는거 몰아보더니 대가리 깨지곤 둘이 엮는글 ㅈㄴ 올라오는중ㅋㅋㅋㅋ

막 둘에 막 상징 서로 나눈 대사 해석 막 옛날영상 뒤져가면서 분석하고있는데 진짜 광기임ㅋㅋㅋ

더웃긴건 이게 해외에도 퍼져서 벌써 EgoXStar이라고 검색해보면 영상같은거 ㅈㄴ뜸ㅋㅋㅋ

에고스타<<<반박할 수 없는 정실이면 개추ㅋㅋㅋㅋ

=[댓글]=

[퍄ㅋㅋㅋㅋㅋㅋㅋㅋ]

[하아... 온 세상이 별먼지단이다]

[외국놈들 뭘 좀 아네 ㄹㅇㅋㅋ]

[팩트)에고스틱은 다른 빌런들이랑은 동거중이다]

ㄴ[치타는 늦게 달리는법임 ㅅㄱ 달리기시작하는 순간 게임 끝남]

ㄴ[제발 좀 달려라 별먼지!!!]

ㄴ[ㅋㅋㅋㅋㅅㅂ 정작 당사자들은 별말없는데 왜 지네들끼리 싸우고 있는거냐고ㅋㅋㅋㅋㅋ]

[무지성 개추ㅋㅋㅋㅋㅋ]

[아 외국인들도 히어로 빌런 로맨스는 못참지ㅋㅋ]

*

"흐응..."

히어로 협회.

A급 히어로 스타더스의 사무실에서, 이곳의 주인인 신하루는 빌런 조사 활동. 즉, 커뮤니티를 보며 오늘도 자료 수집을 하고 있었다.

"...어이없네."

그렇게 인기글에 있는 어떤 글을 본 그녀는, 어이가 없다는 듯 웃으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하, 참. 애초에 히어로와 빌런이 그런 사이일리가 없잖아.

물론, 그렇게 말하면서도.

-힐끔.

5분마다 한번씩, 에고스틱이 건내준 통신기가 울리나 하고 계속 보고있는 그녀였다.

ep.251

하나의 일을 할때는, 그 하나에만 집중해야 하는 법.

"좋아. 이제 본격적으로 최종점검을 시작해볼까."

그렇기에 난, 계속 대비해오던 월광교 사태 대비를 잠시 멈추고 이젠 본격적으로 당장 코앞에 다가온 일부터 처리하기로 했다.

바로 스타더스와 합작해서 무찔러야하는 그것.

이 대한민국 어딘가 지하에 잠들어있는 신의 기사를 죽여야하기 때문.

신의 기사. 원작 후반부에 셀레스트에 의해 신의 기사(Miles Dei)라는 이름으로 불리게되는 고대의 파괴 병기.

특히 월광교 재앙 이후 안그래도 개판인 세계에서 갑자기 깨어나 원작 최종전까지 개근해 주시는, 아주 훌륭한 분이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요약해주면 지금 파괴해야 한다는 소리지.

"....."

그리고 그건 내가 누누히 말했듯, 그건 스타더스만이 할 수 있는 일이고.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저택 한쪽에 서적들을 모아놓은 곳으로 향했다. 서재...라고 하기엔 너무 거창하고, 그냥 고서들이 쌓여있는 창고인 그곳으로.

책이 마음의 양식이라지만, 당연히 그런 이유로 모은 것들은 아니고. 여기 있는 것들은 주로 마법, 신학과 관련된 서적들이다. 다 원서로 되어있지만, 발달된 번역 기술-그러니까 은월이가 만들어준 마법적 장치로 다 읽을 수 있다.

물론 원작을 통해 이미 세계 최고위 빌런인 셀레스트도 모르는 이 세계의 비밀을 꿰차고 있는 나였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검증이 필요한법.

그렇기에 추가확인까지 마친 내 결론은 하나.

역시 이건, 스타더스밖에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

"...쉽지 않겠네."

난 그렇게 중얼거렸다.

원작에서 스타더스가 주인공이였던 이유.

다른 S급 히어로들보다 훨씬 약했고, 특유의 누구보다 굳세고 선한 의지만이 유일한 차별점처럼 보였던 그녀가.

결국 세계의 모든 능력자들이 휩쓸려나가는 최종전에서, 홀로 끝내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수 있던 이유.

스타더스만이 다른 능력자들과는 달리 능력의 기본값 자체가 끝없이 성장했기에 그런 것도 있지만.

제일 중요한건 역시, 그녀의 힘의 기원이 남들과는 달랐기 때문이다.

월광교도, 그리고 최종전에서도.

그 모든 것들을 막을 수 있는것은 결국 그녀일뿐.

"별의 힘이라..."

나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이 세계를 창조한 세명의 신.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인간을 사랑한 신이 내려준, 축복받은 능력.

...인데 다 필요없고, 스타더스가 가진 능력의 제일 큰 특징은 다른 능력자들에게 상성이 좋다. 이 정도만 기억해도 된다. 애초에 시간을 돌리는 우리 데우스 엑키나만 봐도 사기 능력이잖아.

그러니까 원작의 스타더스가 그렇게 구르고 굴러도 안죽고, 끝내 몇년이 걸려서라도 다른 빌런들을 상대했었지.

"그러니..."

그렇기에 그녀만이, 이 '신의 기사'란 놈을 처치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나중가서 월광교 사건 이후에 처리하면 이놈의 힘이 축적될대로 축적되고 강해져있었을 터라, 지금 처리해야 되는 것이고.

근데, 여기까지 생각하면 이런 의문도 든다.

사실상 나도 스타더스와 같은 신에게서 능력을 기원하는데, 왜 내가 이놈을 직접 처리하면 안되나?

...이건 또 간단한 이야기다.

벰파이어가 은에 약하다고 해서, 은탄이 든 권총을 쏴야 죽는거지. 은으로 된 이쑤시개로 콕콕 쑤신다고 해서 죽겠어?

그러니까 나로써는 택도 없다는 소리다.

"쿨럭... 아이고."

그렇게 이 고서를 훑어보던 나는, 책을 넘기다 나온 먼지때문에 기침을 쿨럭였다.

에휴, 여기도 나중에 날잡고 정리 좀 해야지.

서재 느낌으로다가. 음.

"그래... 그럼, 이정도면 됐고."

난 그렇게 중얼거리며 책을 덮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놈을 어떻게 무찔러야 할지 본격적인 계획을 짤 시간이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서재를 나섰다.

서은이와 은월이를 부르고, 회의실로 향하기 위해서.

***

신의 기사(Miles Dei).

태양신이 혹시나 모를 불상사를 대비하기 위해 심어놓은 정예 병기.

세계의 창조때부터 있던거라 지금은 많이 쇠약해졌지만, 나중에 월광교 재앙 이후 이차원과 연결되며 힘을 축적한다... 뭐 그런 설정이였는데.

중요한건 그게 아니다.

중요한건, 이 놈은 병기라서 그런지 공격이 마치 게임 보스처럼 일정한 패턴이 있다는 것.

그렇기에 강하긴 하지만, 이론상 놈의 패턴만 알면 공격을 한대도 안맞은 채 피할 수 있다.

그런데 그 패턴만 해도 수백가진데, 내가 그걸 어떻게 외우고 있냐고?

시발... 원작 작가가 이 에피가지고 뇌절을 했으니까 알지.

스타더스가 이놈 잡으려고 패턴 외워서 부수는데 성공하는걸 무려 몇권을 들여 묘사했다. 매달 같은 내용만 또보고 또본 독자들의 괴로움을 아는가.

...물론 그 에피가 최후반부라 이미 대가리가 깨진 독자들이 눈물을 흘리며 전권구매했다는 슬픈 이야기가 있다. 그렇기에 결국 스타더스가 놈을 쓰러트린 날 모두 감동의 눈물을 흘렸대지.

하여튼 그렇게 내 결론은 단순했다.

스타더스와 연락해, 내가 즉석에서 패턴들 다 보고 그녀에게 오른쪽으로 피해라, 왼쪽을 때려라고 지휘해주며 놈을 잡는 것.

직접 뛰는건 몰라도, 늘 지휘하는건 자신있던 나였으니까.

물론 이런걸 일반적인 기술로 했다간 답이 없으니 여러 기술을 새로 만들었었다.

일단 스타더스에게 준 그 통신기부터, 그냥 통신기가 아니니까.

"서은아, 연결 됐지?"

"네. 아마 잘 될거같아요."

에고스트림 지하실, 모니터들이 가득 늘어선

그곳에서 난, 서은이와 은월이와 함께 본격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있었다.

"흐음... 저도 이게 사실상 첫 도전이라 떨리긴 했는데, 그래도 잘 된것 같네요."

통신기를 바라보며, 그렇게 중얼거리는 서은이.

아마 저번에 무슨 물질 변환 장치? 민트초코 케이크를 티라미슈로 바꿔버렸던 그거 이후로 처음으로, 서은이가 은월이와 합작을 통해 만든 마법과 과학의 산물이 이 통신기이다.

즉, 그녀가 그 통신기를 끼면 그녀의 시야가 공유된다는 소리.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미리 준비해놓은 자리에 앉았다.

거대한 모니터가 눈앞에 있는.

대-스타더스 전용 조종 좌석. 여기서 난 스타더스의 시야를 공유하며 그녀를 컨트롤할거다.

그 옆에 서브 모니터들에는, 신의 기사가 잠들어있을 지하 사원의 설계도와 혹시를 대비한 모든 세팅이 되어있는 상황.

그렇게 난 여기까지는 전부 잘 준비되어있는걸 다시한번 확인하고는, 옆에 서있는 은월이에게 말했다.

"은월아, 알지? 혹시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어떻게 해야한다고?"

"네에. 대기된 장소에서 곧바로 순간이동해 스타더스부터 구하기. 이해했어요."

은월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말했다.

그 말에 내가 만족해하던 그때, 서은이는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도... 이번 작전 전보다는 훨씬 좋네요."

"뭐가?"

내가 그렇게 묻자, 내 눈을 마주친 채 씨익 웃으며 말하는 서은이.

"적어도 오빠는 여기 앉아있으니까 오빠가 다칠 위험은 없잖아요? 몸도 약하면서 막 위험한데만 골라들어가서 걱정했는데. 스타더스그 여자랑 함께하는것도 이런거면 환영이에요."

...는 의외로 이번 계획을 만족해하는 모습이였다.

그래. 뭐, 싫어하는거보단 나은거겠지...?

그렇게 그 이후로 우리는 계획을 최종점검한 뒤, 내일을 위해 일찍 자자고 다 내보냈다.

그리고.

이제, 연락해야지.

난 그런 생각을 하며, 통신기를 꺼내들었다.

...뭔가 슬슬, 이제야말로 연락 안하면 큰일 날것같은 기분이 들거든.

***

"하아...."

밤, 신하루의 집.

씻고 나온 그녀는 수건으로 옆 머리를 말리며, 티셔츠 한장만 걸친 채 종종 걸어나왔다.

...에고스틱을 만난 이후 벌써 일주일 가까이 지났다.

그중에 한 이틀은 다리가 아파서 누워있었고, 그 이후부터 활동을 다시 재개했던 그녀.

역시나 끝도 없이 튀어나오는 빌런들로 인해 그동안 벌써 3명이나 감옥에 넣으러 날아다닌 그녀는, 그러면서 무언갈 깨달았다.

'...나는 속도가, 확연히 빨라졌다는 말이지.'

정확히는 체감이 됐다. 테러 현장에 도착하는 시간이 확 줄어들었거든.

그렇기에 그녀는, 지금. 혹시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던 것이였다.

'혹시... 에고스틱이 정말 처음부터 이걸 노리고 테러를 한거라면?'

"....."

...이건 너무 자의식 과잉인가.

고개를 털면서 그런 생각을 한 그녀는, 한숨을 쉬며 침대에 앉았다.

그리고 역시나 그 옆, 눈에 잘 띄는 곳에 올라와있는.

에고스틱이 건내준 정체불명의 통신기와 이어폰.

어디까지나 빌런이 다음에 무엇을 하려고 하는건지, 뒤에서 뭔 계획을 꾸미는건지 알기 위해 연락을 기다리던 그녀.

다른 생각은 전혀 없이, 오직 순수한 히어로 정신으로 사악한 빌런을 처리하기 위해 들고다니는 통신기였다.

...참고로, 기다리다가 혼자 궁금해져서 저 이어폰 비슷하게 생긴거 한번쯤 껴본건 비밀이다.

"...연락은 언제 하려나."

침대에 걸터앉아 그렇게 중얼거린 그녀가, 손을 시트에 올린 채 다리를 휘적거리며 천장을 보고 생각에 잠기던 그때.

*위이이이이이이잉.*

"꺅! 으윽... 깜작이야..."

순간 갑자기 무언가 엄청난 볼륨으로 울리는 소리에 깜짝 놀라 혀를 씹은 그녀는, 눈물을 글썽이며 입에 손을 가져다댄 채 이 소음의 근원지를 찾다가 눈을 휘둥그래 떴다.

바로 한동안 안울리던 그 통신기가, 드디어 붉은 빛을 점등하며 울리고 있었던 걸.

그걸 보고 자기도 모르게 화들짝 놀란 그녀는, 입술을 잠시 매만지며 목소리를 정리한 다음, 미소를 억누르며 흠흠거리며 받았다.

"...여보세요?"

[우리사이에 여보세요는 무슨 여보세요입니까? 안녕하십니까, 스타더스씨. 에고스틱입니다.]

언제나 그렇듯 쾌활한 목소리가 통신기를 넘어 들려오고.

그녀가 새삼 자기가 자기 방 안에서 침대에 걸터앉은 채 에고스틱과 통화를 하고 있다는걸 깨닫곤 약간 가슴이 콩닥이던 그때.

그의 다음 말이, 수화기 너머에서 분명하게 들려왔다.

[내일 시간 되세요?]

...그리고 직설적으로 물어온 그런 그의 말에.

문득 예전에 봤던 드라마에서 남자 주인공이 자신의 연인한테 데이트를 신청할때 하던 대사랑 닮았다고 생각한 그녀는, 미리 준비해놓았던 대사도 까먹고. 자기도 모르게 입을 열어 한마디만을 말했다.

"응..."

[좋습니다! 그럼 내일 가시죠.]

그렇게.

그녀의 다음 행선지가 결정되었다.

ep.252

"여기야?"

[네. 맞습니다.]

에고스틱의 연락을 받은 그날 이후, 다음날.

긴장감인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인지 뭔지 모를 감정속에서 잠에 든 그녀는, 아침부터 그의 연락을 받으며 일어났고.

그렇게 그녀는 히어로 슈트를 챙겨입은 뒤, 그가 불러준대로 이 폐허 비슷한 곳으로 오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 지하에 빌런이 있다고?"

[네. 그것도 아주 무시무시한 녀석이 말이죠.]

스타더스는 자신의 귓가에 들려오는 그의 말을 들으며, 자기도 모르게 귀를 매만졌다.

에고스틱이 통신기와 함께 준, 무선 이어폰을 닮은 이 장치를 통해 서로 대화하고 있는 상황.

그렇게 에고스틱 그가 원한 것은, 이 지하에 숨어있는 빌런을 처리해달라는 거였다.

[정확히는 빌런이라기보다는 살인 병기긴 한데... 아무튼 직접 보시면 아실겁니다.]

그렇게 설명하는 그였다.

그 자신이 처리하기엔 너무 강력하기에, 스타더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한 것.

...그 에고스트림 동료들로도 무리인가보지? 스타더스는 그렇게 생각했다.

"알겠어. 그래서 정확한 위치가 어디야?"

[거의 다 오셨습니다. 어디보다... 네, 그쯤이네요.]

서울도 아닌, 경기도 어딘가의 폐허.

분명 위치상은 숲이라고 되어있었으나, 예전에 빌런이 날뛰면서 모든걸 불태운 덕인지 이제는 무슨 사막처럼 황폐해진 곳이었다. 사방에 모래같은게 가득한게 정말 사막처럼 보일 정도로.

[이쯤인데... 근처에 마법진이 있을겁니다. 보이십니까?]

"마법진?"

[네. 제가 미리 표시해뒀거든요.]

"잠깐만..."

그렇게 중얼거린 그녀는, 이내 폐허 한쪽에 거대한 황색 바위앞에 그려진, 보라색의 마법진을 발견했다.

"찾았어."

[네, 잘하셨습니다. 그럼 이제 그 바위를 주먹으로 힘껏 차보세요.]

"바위를? ...알았어. 기다려봐봐."

이내 잠시 숨을 들이킨 뒤, 그의 말대로 바위를 주먹으로 때린 그녀.

그러자.

콰아아아아아앙.

"...?!"

바위만을 때렸을 뿐인데, 마치 땅을 폭발시킨 것 마냥 나는 엄청난 굉음과 충격파 그녀가 당황하던 그때.

"어라..?"

무언가, 보이지않는 유리가 깨지는 느낌과 함께.

산산히 조각나 가루가 되어버린 바위 뒤로, 무언가의 땅굴같은 통로가 들어났다.

"이거야?"

[네 맞습니다. 이 안에 그놈이 있을겁니다.]

"...알았어."

그렇게 그녀는 그곳으로 들어가기 전에, 숨을 한번 들이마쉬었다.

처음에 에고스틱의 연락을 받을때만 해도 약간 감정이 오락가락했지만, 그녀는 프로.

이곳에 사람들을 위협하는 빌런이 있다는 말에, 그녀는 그 이후로 시종일관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적을 상대할때는, 늘 냉정한 그녀였으니까.

그렇게 그녀가 그 안으로 들어가기전 마음을 가라앉힐 무렵, 문득 에고스틱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어왔다.

[...걱정되지 않으십니까?]

"뭐가?"

[...저는 빌런이고, 당신은 히어로입니다. 이게 제가 당신을 처리하기 위해 준비해놓은 함정일 수도 있잖습니까? 여기가 어딘지도, 뭐하는 곳인지도 모르시지 않습니까.]

그녀가 지하로 들어가기 직전, 그렇게 겁주듯 말하는 그.

...그러나 오히려, 충고와 걱정의 기색이 더 읽히는 그 말에.

스타더스는 피식 웃으며, 에고스틱한테 말했다.

"...너가 날 처리하려 했다면, 기회도 많았는데 진작 했겠지. 이제와서 너가 그런다고?"

[그래도...]

"난 널 믿어."

그녀는 그렇게, 딱 잘라 말했다.

그래. 그녀가 에고스틱, 그를 못믿겠는가. 지금까지 자신을 살린적이 몇번이나 되는 그가? 그녀가 위기에 처한 순간, 늘 달려와서, 씨익 웃으며, 이제 괜찮다고 말하며, 자신을 구해준 그가?

그녀는 그런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았다.

믿는다는 말에, 순간 멈칫하는 그의 목소리.

그렇게 그녀가 들어가기 직전, 그가 걱정스럽다는 말투로 다시 입을 열었다.

[...저야 그렇다치고, 다른 빌런들 말도 이렇게 믿으시는건 아니시죠? 빌런들은 대부분 사악합니다. 그들의 말은 거의 다 기만이거나 함정이에요. 막 어디로 오라고 한다고 해서 들어가면 안되는거 아시죠?]

아무래도, 그는 그녀가 다른 빌런들 말도 이렇게 덮석 믿고 쫄래쫄래 따라가는줄 아는 모양이다.

...그럴리가 있겠는가.

그녀도 산전수전 다겪은 히어로고, 빌런의 말이라면 일단 의심부터 하고 경계하는 프로이다.

하지만.

그렇게 그녀는, 피식 웃으며.

에고스틱, 그만 들리게. 속삭이듯, 귀에 대고 말했다.

"다른 것들한텐 안그래."

"에고스틱, 너니까. 믿고 들어가는거야."

알겠어?

[...]

그녀의 말에 말문이 막힌듯 입을 다문 그.

그리고 그런 그의 침묵을 듣곤 피식 웃으며.

스타더스는, 거침없이 지하 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와..."

지하 안.

어두운 땅굴 사이를 얼마나 걸었을까.

어느덧 주위에 하얀 대리석들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그녀는 어느새 사람 수십명이 들어갈정도로 큰 뻥 뚫린 실내에 진입했다.

정확히는 마치 신전처럼 보이는, 그곳에.

"...여기가 어디야?"

마치 고대의 유적처럼 보이는 이곳.

황색의 등불들이 은은하게 빛을 내며, 정체불명의 기호와 도형들이 벽에 그려져있는 것들을 비추고 있는, 땅에 파묻히고 시간이 한참 흐른듯 빛바래있는 지하 신전 속에서.

그녀는 당황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이곳은 신전입니다. 정확히는 태양의 신전이라고 할 수 있죠.]

"신전? 잠깐만..."

그녀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주위를 둘러봤다.

확실히, 신전같기는 했다. 뭔가 제사에 쓰일법한 물건들이 널려있었고 기하학적인 그림들이 그려져 있는 모습을 보면.

다만 황토색 모래들에 파묻혀 오랜세월 방치된 것 처럼 보이는 이곳은, 너무 컸다.

겉보기에는 한 1000년은 넘게 침식된 것처럼 보이는 모습. 정확히는, 한국적이기보다는 이집트나 유럽풍에 가까운 곳이었다.

"...이정도 규모의 유적이, 어떻게 아직까지 발견이 안된거지?"

그렇게 중얼거린 그녀.

그리고 에고스틱은 통신기로 그 말을 듣고 있었는지, 당연하다는 듯 답했다.

[아까전에 보셨듯이 결계로 계속 막혀있었으니까요.]

당연하다는 듯 답하는 그.

...대체 왜 결계가 쳐진 고대 신전이 땅아래에 묻혀있는건데. 그것도 뜬금없이 한국에. 이걸 에고스틱 그는 어떻게 알았고.

물론 그걸 묻는다고 그가 딱히 대답해줄것 같진 않았지만, 그녀는 일단 전진하기로 했다.

"그래서 대체 여기가 어딘데?"

그렇게 황토색 신전 사이를 걸으며, 그녀는 투덜거리듯 그렇게 물었다. 뭐하는 곳인지는 알려줄 수 있지 않는가.

그러자 에고스틱은 의외로 순순히 답변해주었다.

[이곳은 고대 태양 신의 신전입니다. 정확히는, 태양신이 미리 안배해놓은 자신의 신전이지요. 아주 오래전, 이 세상에 이능이라는게 처음 발현되기 시작할때쯤에 만들어졌을겁니다.]

마치 옛날 이야기를 해주듯 말해주는 그.

그러나 스타더스는, 대체 그가 무슨말을 하는건지 잘 이해되지 않았다. 태양 신? 이능? 무슨 신화를 말하는건가.

[뭐, 별빛인 당신에게는 상관없는 이야기입니다. 일단은, 이 태양신의 신전 아래에 있는 놈이 나쁜놈이라는 것만 알면 돼요.]

신의 기사.

-라고, 에고스틱은 설명했다.

고대부터 이루어진, 파괴만을 위해 움직이는 태양 빛의 병기. 언젠가 깨어나면 대한민국을 불태울, 지금이 아니면 해치우기 어려울 재앙덩어리.

"...어쨌든간에, 놈을 쓰러트리면 된다는거지?"

그녀는 혼란스러운 머리를 누르며, 그렇게 물었다.

...태양 신이니, 왜 한국에 뜬금없는 유적이 있는건지, 그곳 아래에 살인병기는 또 왜있는지 묻고싶은게 많았지만. 거기에 대체 에고스틱 그는 이것들을 어떻게 다 알고있는건지, 정말로 묻고싶었지만.

일단 그녀는, 현재 눈앞에 닥쳐온 위협부터 쓰러트린뒤 생각하기로 했다.

뭔지는 몰라도, 에고스틱 그가 이렇게까지 경고한 일이니 분명 뭔가 있긴 하겠지.

그렇게 그녀는 담담히 이 기묘한 유적을 걸어 내려갔고.

그러는동안 에고스틱은, 곧 있을 전투를 대비해 설명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스타더스씨, 귀에 꽂은 인이어 통신기 한번 툭툭 두들겨 보세요.]

"이거?"

그의 지시에 귀에 꽂은 둥그런 이어폰 같은것을 한번 손으로 두들긴 그녀.

그러자.

"...?"

갑자기 눈앞에 홀로그램 안경 같은 것이 통신기를 중심으로 튀어나와, 그녀의 눈앞에 둥둥 떠다녔다.

마치 SF영화에서나 볼법한 홀로그램 글라스.

그렇게 홀로그램을 통과해서 그녀의 시야에는, 둥둥거리며 무언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됐다... 자, 이게 바로 제가 만든 차세대 히어로 보조장치입니다. 시야가 어느정도 넓어지고, 공격받는 즉시 오른쪽에서 날아오면 게임처럼 오른쪽에 붉은 빛이 번쩍이며, 적의 표적이 자동으로 뜨게 설계되었습니다.]

덤으로 저한테도 당신의 시야가 공유되고요.

-그는 덧붙이듯 그렇게 말했다.

"...신기하긴 하네. 그런데 이게 꼭 필요한거야?"

눈앞에 주먹을 쥐었다 펴보며 흥미롭게 그걸 지켜보던 그녀가 그렇게 말하자, 에고스틱은 마치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보이는 것처럼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네. 스타더스씨. 당신이 이제 만나게 될 적은 만만한 상대가 아닙니다. 정확한 공략법과, 놈의 공격 패턴을 모르면 결코 무찌를 수 없어요.]

[그러니, 이번엔 제 말을 따라야합니다. 제가 지시하고, 알려드리겠습니다. 어디를 때려야하고, 어떻게 피해야 하는지.]

진지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는 그.

그 목소리를 듣고서, 그녀는 깨달았다. 이 일이 굉장히 그에게있어 중요한 사항임을.

...그리고, 혹시나 하는 자신에 대한 걱정 또한 그 안에 섞여있음을.

그렇기에 스타더스는, 걱정 말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답할 수밖에 없었다.

"알았어. 네 말대로 할께. 그래서 어떻게 하면 된다고?"

[네. 이제 곧...]

그렇게 그녀는 작전을 논의하며, 유적 맨 끝에 계단을 걸어 내려갔고.

그 끝에서, 기묘한 문자들과 주술이 새겨져있는 거대한 황토색의 문을 지나 끝내 볼 수 있었다.

"...이거구나."

거대한, 수백명은 들어갈 수 있을것같은 성당과도 같은 곳.

벽에 붙은 스테인글라스들이, 지하에 있을 리 없는 기묘한 빛을 내뿜으며 은은하게 그곳을 밝히고 있는 가운데.

[...역시 있네요, 신의 기사.]

그 가운데, 커다란 관 같은 곳에서.

'.....'

은빛의 중장갑옷을 입은, 거대한 성기사처럼 보이는 무언가가.

손을 교차시킨 채, 그 안에 고요히 누워있었다.

"...이제 어쩌지?"

그걸 본 그녀가, 작게 속삭이듯 에고스틱에게 귀를 대고 묻자.

그는 담담하게, 당연하다는듯 대답했다.

[일단 치면 깨어나겠죠. 전력을 다해 때려보세요.]

-선빵필승 아니겠습니까.

"....."

이래도 되는건가?

그녀는 가만히 고요하게 누워있는 성기사를 보며 잠시 고민했으나, 이내 결심을 굳히고 주먹을 쥐었다.

...그래, 뭐. 치면 뭐라도 반응을 보이겠지.

그렇게 스타더스는 주먹을 들었다.

ep.253

콰아아아아아아앙.

지하에 파묻힌 유적.

그곳 심층부에 놓인 탁 트인 곳에서, 스타더스는 가운데에 누워있는 중장갑옷을 입은 기사한테 전력의 주먹을 날렸다.

"읏..."

어찌나 쎄게, 진심을 다해 때렸는지 몸에 느껴지는 엄청난 충격파.

강해진 그녀의 일격이었던만큼, 주먹이 부딪힌 순간 굉음과 함께 주위 바닥에 금이 가며 사방이 흙먼지로 자욱해졌다.

이내 충격에 한참 뒤로 물러난 상태로 콜록거리며, 먼지구름을 손으로 흔들어 치워보며 에고스틱에게 중얼거린 그녀.

"해치운걸까..?"

[그럴리가 있겠습니까.]

그리고 그의 말이 들려옴과 동시에.

지이이이잉-

앞쪽에서 이상한 기계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먼지 구름 사이에서 보이는, 하늘색 안광.

"...저건가."

그녀가 짧게 중얼거리는 그때.

콰앙-. 콰앙-. 무거운 발소리와 함께.

스타더스의 앞에, 드디어 그것이 보였다.

키는 2미터를 넘는, 번쩍거리는 은빛의 갑옷으로 이루어진 육중한 덩치의 거대한 기사.

생명이 없어보이는 놈의 기묘하게 생긴 투구 사이로, 푸른색의 안광이 넘실거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였다.

[Stella prodidit. Protest. Sequentia reducitur.]

이내 앞쪽의 그것으로부터 들리는, 기괴한 기계음.

혼자 이쪽을 보며 뭐라고 중얼거리는 그 기사형태의 병기를 보며 그녀가 침을 삼키며 긴장할때, 귓가에 에고스틱의 진지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스타더스씨. 마지막으로 설명하겠습니다. 저 고대의 파괴병기, 신의 기사에게는 일정한 공격 패턴이 있습니다. 제가 그걸 알려드릴테니, 스타더스씨는 화면에 보이는 모습과 제 목소리를 듣고 따라주세요. 그럼 충분히 이길 수 있을겁니다. 아셨죠?]

"...그래."

평소와 달리 침착하고 진중한 목소리로 말하는 에고스틱의 말에, 스타더스는 자기도 모르게 더욱 진지해진 모습으로 대답했다.

...확실히, 에고스틱이 저렇게까지 말하면 분명 저놈이 뭔가가 있다는 소리겠지.

그리고 그렇게 그녀가 전투태세를 갖췄을때쯤.

[...Currens proditor remotio Program.]

놈은 혼자 무언갈 중얼거리다가 다 끝냈는지, 이내 고개를 돌려 그녀의 쪽을 바라보았고.

쿠우우우우우우우웅-.

그것이 주먹을 쥐어 발을 구름과 동시에, 놈의 몸에 하늘색 기운이 맴돌며.

[Guahhhhhhh-]

그것이 갑작스럽게 그녀가 있는 곳으로 코뿔소처럼 뛰어오기 시작했고.

[스타더스씨, 오른쪽으로 피하세요!]

귓가에 지시를 내리는 에고스틱의 말과 함께, 그녀가 오른쪽으로 몸을 날리며.

본격적으로 전투의 서막이 시작되었다.

정확히는, 신의 기사 대리 레이드가.

***

유적의 최심층, 사람 수백명이 들어갈정도로 넓은 공간.

그곳에서 스타더스는 엄청난 덩치의 성기사놈의 공격을 피하며, 에고스틱의 말을 따르고 있었다.

[스타더스씨, 왼쪽에 주먹이 날아올겁니다! 고개 숙인다음 바로 일어나서 놈의 갑옷 오른쪽 어깨쪽의 빛나는 부분을 때리세요! 3, 2, 1...]

[이제 놈이 미친듯이 땅을 두들기기 시작할텐데, 거기서 충격파가 나옵니다. 그냥 잠시 그동안 나세요. 자, 이제 곧 옵니다. 3, 2, 1...]

[세번째 패턴입니다. 놈이 곧 3초간 가만히 있을텐데, 그러면 손에서 하늘색 대검을 소환할겁니다. 그전에 복부쪽을 힘껏 걷어차세요. 지금이요!]

콰아아아아아앙.

"헉, 허억."

그의 말대토 갑옷을 입은 그것을 전력으로 때린 뒤.

잠시 그것이 몸을 수복하는 동안, 그녀는 숨을 몰아쉬었다.

....벌써 싸운지 한시간이 되었을까.

확실히, 강한 상대였다.

아니. 정확히는 강한 정도가 아니지.

"...."

정확하게 말하자면, 놈은 특정 방법으로 공격하지 않는 이상 전혀 피해를 입지 않는다.

마치 모든 종류의 공격에 면역이 있는 것처럼, 무엇을 맞아도 아무렇지 않게 버틴다. 마치 무쇠 샌드백처럼.

다만 딱 한가지, 놈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는 방법은.

저것이 그녀를 향해 공격을 할때, 특정 신체부위를 정확한 타이밍에 때리는 것.

오직 그때만, 놈은 피해를 입었다.

즉. 그 패턴을 모른다면 아무리 때려도 소용이 없다는 소리.

'.....'

그제서야 스타더스는, 왜 에고스틱이 저걸 불사의 파괴 병기라 했는지 이해했다.

공격 한방 한방은 이 지하를 무너지게 할 듯 파괴적이면서, 자기는 대부분의 상황에서 피해 면역인 적이라. 대체 이런게 왜 한국 땅 아래에 잠자고 있는건가.

물론 그런건 고민할 틈이 없었다.

당장 에고스틱의 말에 따라 행동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바빴으니까.

'...그래도.'

에고스틱이 지시를 워낙 빠르고 정확하게 잘해준 덕분에, 아직까지는 큰 어려움없이 싸운 것 같기도 하고.

중간에 공격이 들어가는 타이밍이 짧긴 했지만, 확실히 저 기사놈에게 피해가 누적되는 모습이였다. 저놈 몸 주변에서 끼릭끼릭 거리는 소리가 나기 시작한걸 보면.

[슬슬 다시 일어날 것 같네요.]

"...그러네. 휴."

그렇게 그녀가, 자세를 잡으며 놈이 다시 일어나기만을 기다리던 그때.

[....Grrrrrrrrr]

기괴한 소리를 내며, 은빛의 기사가 다시 몸을 일으켰다.

여전히 투구 안에서 강렬히 타오르고 있는 안광.

그런데 무언가 조금 달랐다.

투구 속 안광이, 기존의 하늘색이 아닌 주황색으로 불타오르는 모습.

...뭐지?

그렇게 그녀가 의문을 재기하던 그때.

에고스틱은 담담히 말했다.

[페이즈 2네요.]

[...Arggggggggg!!!!!]

그리고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갑자기 놈의 몸 주위에 주황색으로 빛나는 칼날들이 여러개 생성되기 시작했다.

그걸 스타더스가 거친 숨결로 바라보고 있던 그때.

[...스타더스씨. 잘들으세요.]

에고스틱은 보다 진지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강조하듯 말했다.

[이제부터는 놈의 공격이 전보다 훨씬 위협적이고 빨라질겁니다. 공격할 수 있는 타이밍도 짧아질거고요. 그래서 이제부터는 제가 따로 자세히 설명해드리지 않고, 짧게 지시만 하겠습니다. 반말로요. 괜찮겠습니까?]

"...어. 당연하지."

그리고 그런 그의 말에, 그녀는 땀을 스윽 닦은 뒤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지금 그런걸 따질때가 아니였다. 그리고...

에고스틱의 말이, 상당히 큰 도움이 되었으니까.

[감사합니다. 그럼, 시작해보죠. 이번 분기만 버티면 이길 수 있을겁니다.]

그가 그렇게 말함과 동시에.

[Krahhhhhhh-----!]

마침내, 놈이 은빛의 가슴을 활짝 피며 투명한 주황색 칼날들이 주위를 맴돌기 시작했고.

[숙여요.]

그의 짧지만 단호한 말에, 스타더스가 반사적으로 고개를 숙인 그순간.

휙.

어디서 튀어나온지 모를 칼날이, 그녀의 머리가 있던 곳을 스쳐 지나갔다.

"....그래. 쉽게 끝낼 생각은 없다 이거지."

그래. 어디 한번 해보자.

그녀는 그렇게 마음먹으며, 놈을 향해 처벅처벅 걸어갔다.

이미 전투의 여파로 반쯤 박살나, 무너질듯 우르릉거리는 유적 공간.

그리고 황토색의 공간에서 홀로 이질적으로 빛나는 은색의 성기사만이, 포효하며 그녀에게 달려들 뿐이었다.

주황색 칼날이 놈의 몸 주위를 회전하며 엄청난 기세로 다가오는 그놈

그러나 그녀는, 그 광경이 별로 두렵지 않았다.

[오른쪽으로 피하고 바로 위로 날고, 그뒤에 한발짝 물러서고 발로 차세요.]

누구보다 의지되는 이가, 함께 있었음으로.

***

스타더스의 전투경험은 꽤나 풍부한 편이었다.

실전을 많이 거쳐서 쌓인 경험과, 초감각적인 직감덕분에 적과 싸울때 꽤나 판단을 잘 내리는 그녀였으나.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뒤로 세발자국.]

하나 둘 셋.

쿠우우우우우우우웅.

그녀가 정확히 발걸음을 옮기가 무섭게, 그녀가 있던 자리에 바닥과 천장 양쪽에서 주황색 칼날이 솟아나왔다.

[그대로 오른쪽에 주먹.]

그리고 그녀가 그의 말대로, 오른쪽으로 돌아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주먹을 날리자.

슈우우우우우우우웅.

-콰과과과과광.

갑자기 그 허공에서 기사놈이 튀어나와, 그녀의 주먹에 달려들더니 정통으로 맞고 그대로 반대편으로 튕겨져나갔자.

[달려가서 마구 때리세요!]

그리고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녀는 몸을 날려 그대로 놈이 쓰러져있는 곳으로 가, 마구 공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다 이런식이였다.

에고스틱은 그녀한테 이렇게 하라고 명령하고, 그녀는 생각을 멈추고 그가 하라는대로 행동했다. 그게 귀를 막으라는 단순한 것부터 허공을 때리라는 황당한 명령까지.

그리고 그 의미없어 보이던 행동들은 전부, 막상 행동하고 나니 그 이유가 드러났다.

귀를 막자마자 정체불명의 음파공격이 들이닥쳤고, 허공에 주먹을 날리자 신기하게도 적이 주먹으로 달려와 스스로 맞아줬다.

거기에 에고스틱이 준 이 차세대 히어로-보조장치가 정확히 피해야 할 곳이나 약점이 드러나 공격해야 할 곳을 빨간 표식으로 알려준 덕분에, 극도로 정확해지는 행동들.

그렇게 마치, 자신이 에고스틱과 한몸이 된듯한 기묘한 감각 속에서.

그녀는 점차, 이 난공불락의 기사를 차근차근 압도해나가고 있었다.

끝내.

[Arg....]

그 기사의 몸에 검은 연기가 자욱히 올라오고, 두 기계팔도 너덜거리며 놈의 몸에 한계가 온듯한 순간.

놈이 끝내 마지막 발악을 하듯 갑자기 자신의 갑옷으로 이루어진 가슴에 손을 갖다대저니, 푸른색과 주황색 기운에 휩싸이며 무언가를 하려는 순간.

[지금입니다! 전력으로 놈의 가슴팍을 치세요!]

에고스틱의 다급한, 최후의 지시가 내려왔고.

"흐아아!"

그에 스타더스가 마지막 남은 한줄기 힘까지 써, 놈에게 달려든다음 명치에 노란색으로 빛나는 주먹을 꽂아넣은 그 순간.

---------콰와아아아아아아아앙.

퍼어어어어어엉.

마침내 엄청난 굉음과 함께.

놈이 빛을 내며, 몸이 가루로 변해 사라졌다.

"하아... 하아... 해낸거야...?"

[네. 맞습니다. 스타더스씨. 해내셨습니다.]

"...하아. 하아."

그렇게 드디어 놈을 해치운 그녀는, 탈진된 몸으로 잠시 주저앉아 숨을 골라쉬었다.

드디어, 드디어. 끝났구나...

그녀는 숨을 헐떡이며 그렇게 생각했다.

잠깐만, 좀 쉬자.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구르르르르르르르.

"응...?"

...이 유적이, 전투의 여파로 무너지려 하긴 전까진.

ep.254

에고스트림 전략 통제실.

스타더스가 지하의 저 고대 병기, 일명 신의 기사와 싸우고 있는 동안.

나는, 화면을 보며 계속해서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스타더스씨, 오른쪽으로 구르면서 놈의 왼쪽 팔이 빛날때 그쪽을 찌르세요!"

그렇게 말하면서 바쁘게 팔을 움직이는 나.

그와 동시에 스타더스가 보일 화면 쪽에 빨간색 마크로 그녀가 공격해야 할 쪽이, 파란색 화살표로 그녀가 회피해야 할 방향이 표시됐다.

그래.

그녀는 알지 모를지 잘 모르겠지만, 사실 이건 다 수작업이었다...

즉, 나는 계속해서 저놈의 움직임을 보고 다음 패턴을 예측해 스타더스에게 알려줌과 동시에, 손으로는 히어로-보조장치로 보일 표식들을 다 일일히 만들고 있었던 것.

그렇기에 그녀는, 비교적 쉽게 놈을 해치우고 있었다.

마치 저 기사의 행동 궤적을 다 예상하는 것처럼,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놈의 공격을 다 피해내고 유효타만을 시원시원하게 날리는 모습.

누가보면 무슨 먼치킨 만화의 주인공처럼 보이는, 멋진 광경이었지만.

저것만 보고는 누가 알겠어. 그 뒤에 내 발악이 있을 줄...

"다음엔... 위로! 위로 공격이 들어갈겁니다. 아래쪽으로 피하세요!"

그래.

"쿨럭..."

그녀는 아마 모를거다.

내가 이 말 한마디 한마디 할때, 얼마나 머리를 쥐어짜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하는지.

거의 끊임없이 이어지는 공격들을, 오직 만화에서 본 내용만으로 즉석에서 판단을 내리는게 얼마나 빡쎈지. 그것도 스타더스 그녀의 몸을 털끝 하나 안다치게 하기위해, 내가 얼마나 집중해서 바로바로 패턴을 파악하는지.

그래도 해야만했다.

지금이니까 이렇게 쉽게잡지, 나중가면 다시는 이렇게 거저 못먹는다. 나중에 깨어나서 힘 회복하면 답이 없다. 만화로도 대체 몇권이였는데, 현실에선 얼마나 길겠어.

그렇기에 난 계속 뇌를 과부화해서, 그녀에게 즉석 지시를 내렸다. 거의 약빨고 했기에 가능한 일.

...사실, 진짜 약빨고 하고있는거 맞다.

'...다인오빠, 이건 너무 위험해요.'

'괜찮아. 안죽어.'

'자주쓰면 일찍 죽을 수도 있다니까요?!'

...물론 우리집 주치의를 설득하는 과정이 좀 길긴했지만, 결과적으로 음지의 루트로 얻은 도핑을 받고 이정도 할 수 있었다. 아니면 어떻게 상황판단을 초단위로 내리겠어.

그래. 그래도 긍정적으로 생각해야지. 원작 만화가가 이 신의 기사라는 캐릭터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전투씬으로만 책 몇권을 허비하고 그것도 부족했는지 부록으로 설정까지 안풀었으면, 이 방법은 시도도 못했다.

"네, 이제. 씁..."

...물론 중간에 코피가 흐르는 등 예기치않은 문제가 있기는 했지만, 다행히 스타더스는 전혀 눈치채지 못하게 알아서 잘 처리했다.

그렇게 드디어 고난의 1페이즈가 끝나고.

분노의 2페이즈가 시작되었다.

"...스타더스씨. 잘들으세요."

난 그렇게 화면상에 보이는, 거친 숨결을 흘리고있는 스타더스를 보며 그렇게 말했다.

이제부터는 지금보다 더 빡세질거라, 나도 말을 짧게 하겠다고. 이번 분기만 버티면 되니까 힘내자고.

그렇게 내말에 선선히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를 보며, 나또한 이를 악물었다.

...그래. 한번 해보자고. 누가 이기나.

그런 내 다짐 이후로, 전쟁과도 같은 시간이 흘렀다.

목숨이 하나인 체스를 두는 기분으로... 아니지, 타이밍까지 맞추고 시간제한까지 있으니 하드코어 액션게임인가? 이러니까 갑자기 별거 아닌거 같네.

그리고 마침내.

ㅡㅡㅡㅡ콰와아아아아아아아앙.

퍼어어어어어엉.

[Arg....]

마침내.

스타더스는, 놈을 쓰러트리는데 성공했다.

".....해냈다."

그리고 나는 스타더스의 시선에서 보이는 그 화면을 보며, 나도 모르게 그렇게 중얼거렸다.

이걸, 진짜 해내네...

내가 믿은건 단 둘.

스타더스라면 아무리 나같은 빌런의 제안이라도, 다른 더 위험한 빌런을 막기 위해서라면 들어줄 거란 것. 그리고 내 지시와 지금의 스타더스의 강함이라면 충분히 잡을 수 있을거라는 것. 이게 다다.

그렇게 놈을 잡고나니, 이로 말할 수 없는 짜릿한 기운이 몸을 감싸는 느낌.

...커맨드만 내린 나도 이렇게 기쁜데, 스타더스는 얼마나 뿌듯하겠는가.

물론 나야 저놈의 위험성을 알고있지만, 스타더스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내 말만 듣고 일단 잡고 본거니까 좀 다르긴 한가.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쯤.

구르르르르르르르.

[응...?]

때마침, 동력원이 쓰러진 유적이 무너질려 하고 있었다.

그래, 역시나 원작대로 이렇게 되는구만. 애초에 저 구역 자체가 일종의 이계라, 자기 차원으로 돌아가는거긴 한데. 하여튼.

이럴줄알고 미리 조사해놓길 잘했지.

...그리고, 당연히 스타더스를 빼낼 준비도 마쳤고.

나는 그렇게 유적이 무너지려고 하자 당황하...기 보다는 침착하게 주위를 노려보며 도망칠 방법을 찾고있는 스타더스에게, 안심시키든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스타더스씨. 제가 그정도 준비도 안해놨겠습니까?"

딱.

나는 그렇게 말하며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파악

모니터 유적 한쪽편에, 보라색 마법진이 적색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그래. 이 일 시작하기 바로 직전에 은월이랑 같이 내려가서 탈출용 마법진을 깔아놓고 왔다. 물론 그때는 여전히 신의 기사가 유적의 동력원으로 살아있었을 때라 아무 효과가 없었지만, 이젠 저곳이 무너지면서 다시 작동하기 시작한 상황.

"저기 위로 올라가시면 됩니다."

[알겠어.]

그렇게 내 말을 들은 스타더스가 재빨리 마법진 위로 올라갔고.

그렇게 그녀의 시야를 공유하는 내 모니터가 일렁거렸다.

...유적은 이제 영영 굿바이구나.

난 그런 짧은 상념을 뒤로하고, 바닥을 보며 무릎을 짚은 채 헉헉거리고 있는 스타더스부터 챙기기로 했다.

"스타더스씨. 괜찮으십니까?"

[.....어. 허억, 헉. 좀 힘들 뿐이야.]

내가 그녀를 이동시킨 곳은, 다시 유적 바로 위의 지상인 모래 폐허.

그곳에서 몇시간만에 다시 맑은 공기를 쐰 그녀는, 안전한 곳으로 와 긴장이 풀리자 몸의 피로가 몰려오는지 허리를 숙인 채 숨을 헉헉대고 있었다.

...특히, 아무리 상성상 우위라 해도 순수한 양의 기를 그대로 받았으니 몸이 정상일 리가 없겠지.

그렇게 난 막 죽으려하는 그녀에게, 입을 열어 말했다.

"...그 옆쪽에 무너진 벽 옆에 보시면, 상자 있을겁니다. 거기에 제가 미리 물이랑 그런 것들 준비해뒀으니 좀 드세요."

[...그래? 응, 고마워....]

...여전히 피로가 몰려 숨을 몰아쉬느라 어지러워서 그런지,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있는지도 모른채 정신이 약간 멍보이는 목소리로 빌런한테 고맙다고 말하고 있는 그녀였다.

하여튼 역시나 그 직감 덕분인지 순식간에 내가 숨겨둔 상자를 찾아, 생수병을 꺼내 단숨에 꿀꺽꿀꺽 마시고있는 그녀.

어찌나 힘들었는지 물을 무슨 생명수 마시듯 넘기는 그녀였다.

나는 그렇게 물을 마신뒤에도 여전히 허억거리는 그녀를 향해, 약간 염려하는 기색을 최대한 숨기며 말했다.

"오늘 정말 무리했으니까 한동안 푹 쉬고, 빨리 몸 추슬러 나으세요. 그래야... 음. 제 테러도 상대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하.]

그런 내 말에, 생수병을 잠그며 농담을 들은듯양 픽하고 웃는 그녀.

...농담 아닌데.

"어쨌든, 오늘은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제 무리한 부탁을 들어주셔서 감사하고요. 그 통신기는 이어폰을 빼면 자동으로 꺼질거예요."

나는 그렇게 슬슬 대화를 끝내고, 통신을 끊을 준비를 했다.

그리고 그때.

[...잠깐. 하아, 하아. 어딜 그냥 가려고?]

...여전히 힘들어 보임에도, 날카로운 기색으로 그렇게 말하는 그녀.

그러면서 그녀는 나한테 물었다.

[...그건 설명해주고 가야지. 대체 왜 대한민국 경기도 지하에 뜬금없이 사막풍 유적이 있는지. 대체 신의 기사란건 뭐고, 저런게 왜 있는건지. 누가 만든건지.]

"음..."

나는 그런 그녀의 말에, 잠시 침음했다.

솔직히 놀랐다.

지금 몸이 별로 좋지 못한, 스타더스 전문가인 내가 봤을때 금방이라도 쓰러질 상태인데도 그 부분은 기억하고 짚고 넘어가다니. 정신없는 상황을 틈타 넘길 수 있을줄 알았는데.

...그러나, 그런다고 해도 아직은 알려줄 수 없다.

이 세계의 비밀은. 최대한 늦게 알면 알수록 좋다. 알아봤자 꿈과 희망도 없어질 뿐.

그렇기에 난,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다 말씀드리겠습니다."

...내가 생각해도 구차한 말이었다.

나중이라고만 했지 언젠 알려줄지는 말하지 않은, 일차원적인 상황 모면.

나는 솔직히 말해놓고도, 그녀가 더 따질 줄 알았다.

그러나.

[...알았어. 나중되면 꼭, 말해주기다?]

그녀는 별말없이.

쓰게 웃으며, 내게 그렇게 말할 뿐이었다.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

그 말에 섞인, 신뢰의 기색이.

너무 쓰라리게 느껴져서. 나는 뭐라고 더 할 수 없었다.

그렇게 협회 의료팀을 부름으로써, 스타더스와의 통신도 끝나며 대화도 끝났고.

그때까지 참고있던 나는.

"쿨럭, 쿨럭. 쿠에엑..."

그제서야 참고있던 각혈을, 입을 가리고 토해냈다.

...하. 씨발. 누가보면 내가 싸운 줄 알겠어.

이래서 하율이의 힐링 능력을 제외한 도핑 각성제들은 빨고싶지 않았는데. 나랑 너무 상극이야.

"큽... 쿨럭."

그렇게 내가 한참을 피를 토할때.

갑자기 위쪽이 웅성거리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작전 시작 이후 다들 컨트롤센터에서 내보냈었는데, 아무래도 내가 혼자 피토하며 쌩쇼하고 있던 소리가 들렸던 모양.

...하, 또 서은이랑 수빈씨한테 혼나겠네.

난 그 생각을 끝으로, 정신이 아득해지는걸 느끼며 바닥에 쓰러졌다.

***

"....."

하늘 위에 떠있는 섬.

세계 최대 빌런조직 에테리아의 수장, 셀레스트가 수양하는 천공의 섬.

그곳 가운데 있는 성당에서, 눈을 감은 채 기도를 하고 있던 성녀복 차림의 셀레스트는.

"..."

이내 무언갈 느끼고, 조용히 눈을 떴다.

그리고 그 순간.

휘이잉.

그녀의 앞에서 꺼지는 하나의 촛불.

그리고 그걸 보며, 그녀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분의 기사가."

사라졌다.

오늘, 바로 이순간. 어느 곳에서.

그녀는 그런 생각을 하며, 다시 기도를 올렸다.

조용히, 생각을 이어나가며.

ep.255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이 말에 동의하는 사람도, 아닌 사람도 있겠지만. 이것 하나만은 확실히다.

바로.

'큰 힘을 대출받았을때는, 무지막지한 이자가 따른다는 거지...'

"아이고..."

나는 침대에서 골골거리면서 그렇게 중얼거렸다.

신의 기사 레이드를 치루기 전, 작전 성공을 확실하게 하기 위해 먹었던 뇌 가속 도핑약의 대가가 이제야 찾아온 것.

이래서 약물에 의지하지 말라고 선조들이 말한 걸까..?

물론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게 능력 사용후 앓아누웠던 것만큼 후유증이 심하진 않았다는거다. 막 테러 한번 하고 일주일씩 기절했던 것과는 다르게, 하루만에 번쩍하고 깨어났으니까.

"다인씨...!"

물론 상당히 오랜만에 기절을 해서인지, 다들 걱정을 끼친 점은 좀 많이 미안하긴 했는데, 하여튼.

나는 생각보다는 금방 정상 컨디션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래, 애초에 몸 직접 쓴 것도 아닌게 쓰러지는게 더 이상하지.

어쨌든, 이제는 저 신의 기사 놈도 때려잡았으니.

이제 사이비 종교의 두근두근 괴물 소환하기 재앙 전까지, 이계 괴물 애호가 월광교 이놈들에만 집중하면 된다!

...물론.

"....."

그것말고도, 은근 다른 고민거리기 있기도 했다.

"스타더스...."

그래. 바로 그녀에 관한 것.

'...알았어. 나중되면 꼭, 말해주기다?'

"으으음..."

내 방.

쓰러진 이후 걱정이 과한 수빈씨와 하율의에 의해 3일간의 강제 침대 감금생활을 끝내고, 다시 내 방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나.

난 그곳에 의자에 앉아, 빙그르르 돌면서 스타더스에 과한 걱정을 하고 있었다.

...뭔가, 그녀가 날 대할때 태도가 많이 부드러워진거 아닌가..?

물론 내 착각일 수도 있다. 히어로인 그녀가 빌런인 나한테 부드러운 태도를 보일 이유도 없고.

하지만, 뭔가. 뭔가. 요즘 일렬의 대화를 다시 떠올려보... 우리가 정상적인 히어로와 빌런 사이에서 꽤 멀어졌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애초에 내가 그녀를 구한게 대체 몇번이야. 그녀또한 날 직간접적으로 살려준게 꽤 돼고.

'...그래. 내 착각이겠지?'

...일단은 난, 그렇게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말도 안되는 가설이기도 했고. 그냥 스타더스가 날 어차피 못잡는다는걸 아니까 날 안심시켜 방심시킨다음 잡을 계획을 짜고 있다는게 더 그럴듯 했다. 무섭다 스타더스. 대체 어디까지 내다보는거냐...!

"...."

그래. 일단 이런 사소한 것보다는 월광교의 우당탕탕 이계의 게이트에서 몬스터를 불러 지구를 멸망시켜봐요 대작전. 이거나 일단 신경쓰고 생각하자.

난 그런 생각을 하며, 그대로 전화를 걸었다.

PMC 점검이나 하러 가자,

***

내가 월광교 재앙을 대비해 육성해놓은 우리 유성스쿼드 PMC...가 아닌 에고퀕의 4인방.

사실 이들은 내가 은근 생각을 많이 하고 모아 구성한 능력자들이였다.

검술에 능한 이세검, 원거리 저격에 특화된 서채영, 맞으면서 싸울정도의 탱킹이 되는 허다희, 그리고 이 셋을 서포팅 해주는 산수아.

주로 즉석에서 영입된 우리 에고스트림 근본 멤버들과는 다르게, 이들은 처음부터 철저히 계획적으로 내가 영입하였다.

마치 RPG게임에서 파티를 짜듯, 각자의 역할이 서로 독립적인 이들로.

검을 다루는 능력자 이세검, 1호.

빛의 화살을 쏘는 능력자 서채영, 2호.

불타는 대검을 휘두르는 탱커형 능력자인 허다희, 3호.

근처 동료들에게 버프를 주는 비눗방울을 만드는 능력자 산수아, 4호.

딱 보면 알겠지만 이 4명은 서로 각기 다른 역할을 수행함과 동시에, 서로가 서로와 함께 싸울때 제일 빛난다. 강한 적과 싸울 경우, 허다희가 탱킹을 하며 어그로를 끌때 이세검이 검으로 근접에서 도륙내고, 서채영은 원거리에서 안전하게 지원을 하며. 산수아가 이 모두에게 버프를 주는 형식.

그리고 듣고보면 알겠듯이.

이들은 히어로라기 보다는, 무슨 게임의 레이드 파티원 같은 모습이다.

당연하지. 처음부터 그렇게 설계되었으니까.

PMC, 에고스쿼드의 설립 목적은 단 하나.

월광교의 게이트 재앙에서 튀어나올 거대 괴수들을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 진 것.

스타더스 혼자 이 넓은 대한민국을 몬스터 웨이브로부터 지킬 수 있을리 없으니, 내가 따로 대 몬스터용 병기들로 육성한 이들.

그래서인지, 우리의 계산이 맞다면 이들 모두가 힘을 합치면 단일 개체의 괴수를 상대로는 스타더스보다도 더 잘 싸울수도 있을거다. 1:1과 4:1인데 당연한거겠지만은...

'...쉽지 않았었지.'

정말 이 아이들을 고르는 것도 쉽지 않았다.

내 계획이 처음부터 PMC 1기생은 최대한 적게, 소수정예로 뽑은 뒤 이들을 선배로 둬 2기생 3기생들을 더 뽑는 것이였기 때문. 수많은 괴수들을 상대하려면 당연히 4명가지곤 부족하니까.

그렇기에 더더욱 1기생들을 뽑을때는 누구보다 신중해야됐다. 능력도 되면서, 파티원들끼리 조화도 이루면서, 제일 중요한건 인성이 올바르여야 했다. 거기에 나를 믿고 따르기까지 해야했고.

...결과적으로, 난 성공했다.

물론 내 생각보다 나를 조오금 더 많이 따르고, 내가 에고스틱인걸 들키기까지 했다는 문제가 있긴 한데. 성공했다는게 중요하지.

그렇게 이설아와 손을 잡고 만든, 월광교 게이트 재앙의 괴수들 점담 처치반. 에고스쿼드 1기생들은 그렇게 탄생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이제, 2기생들을 뽑았던 것이고.

'2기생이라...'

2기생들은, 우리 1기생 4인방보다는 훨씬 키우기 쉽다.

일단 내가 직접 동고동락하면서 가르치고 친해진 우리 1호 2호 3호 4호와는 다르게, 이들은 나대신 우리 1호~4호가 다 가르칠거다. 이럴줄알고 가르치는 법을 가르쳐놨거든.

이것이 바로 기적의 다단계 육성법. 난 4명만 키우면 이 4명이 다른 12명을 키우고, 12명이 나중에 24명을 키운다...!

PMC 2기생들은 1기생 애들보다 능력의 강함을 포기하고서라도 최대한 순하고 인성이 착한 애들만 데리고왔기에 가능했던 일.

그리고 저번부터, 우리 4인방이 열심히 2기생들을 키우고 있었다.

...힘들다고 징징거리다가 어느순간 연락이 끊겼는데, 다들 잘 하고 있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난 PMC에 도착했고.

이내 애들을 만날 수 있었다.

"다인쌤~"

"어흑."

날 보자마자 안겨드는 허다희와, 옆에서 쭈뼛거리는 서채영. 그리고 고개를 숙이는 이세검과 피곤해보이는 산수아까지.

2기생들을 이 PMC 건물로 부러들이고 온 이후로는, 처음 보는 우리 스쿼드 애들의 얼굴.

...다들 어째, 평소보다 뭔가 어른스러워 보이는 모습이였다. 아무래도 후배들 앞에서 코치를 해야하니까 그런가.

"다들 잘 지냈어?"

"말도 마세요..."

2호, 서채영은 자신의 노란빛 머리를 꼬며 그렇게 말하면서 한숨을 푹 쉬었다.

듣자하니, 다들 누군갈 가르치고 지도하는건 처음이라 상당히 힘들다는 모양.

그래도 나한테 배운것도 있고, 스타더스를 보고 따른 것도 있어서 어느정도는 하고 있다고 한다.

"후배들 상태는 어때?"

"뭐... 다들 열심히 배우고는 있습니다."

내 질문에 그렇게 애매하게 대답하는 이세검이였다.

하긴, 평범하게 살아온 이들이 대 괴수용 전투 기술을 곧바로 배우기란 쉽지 않겠지. 아마 시간이 좀 걸릴거다.

그래도 다들 어지간하면 인성 좋은 애들만 골라서 뽑아서인지, 별로 트러블은 없다는 모양.

"하여튼, 다들 다인 스승님한테 인사시키기 위해 저기 훈련소 강당에 대기하라고 해놨습니다. 한번 들려서 얼굴 보고 말씀 주시는게..."

나에게 그렇게 말하는 이세검.

정확하게 내가 하려는걸 캐치하고, 미리 준비시켜놓은 모습이다. 2기생들 얼굴 면접때 보고 못봤는데, 한번쯤 봐봐야지 않겠나.

"그래. 가자."

"네!"

그렇게 난, 우리 12명의 PMC 2기생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강당으로 향했다.

그리고.

"힉....!"

"왔어, 왔어!"

"저게 그 스승님들의 스승님...?"

나를 보고는 바짝 쫄아서, 오와 열을 맞춰 차렷하고 서있는 애들을 보고는 황당함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이게 PMC야 초능력자 군대야..?

"아니... 야. 얘들 왜이러냐?"

"하하... 그게."

내 황당하다는 눈빛에, 머쓱하다는 듯 머리를 만지는 서채영.

듣자하니, 이게 애들을 가르칠때 나를 좀 무서운 사람인듯이 말하는게 효과가 좋다고 해서 그렇게 했자고 한다. 제대로 못하면 이 PMC의 대표인 내가 찾아와서 이놈~한다는, 뭐 그런 얘기. 아니 이게 뭐 우는 아이보고 호랑이가 와서 이놈한다도 아니고...

뭐. 나쁜 방법은 아니다. 상급자에 대한 공포는 조직을 더욱 끈끈하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하니까.

어쨌든 그런게 중요한게 아니니 할말은 해야지.

나는 그렇게 강당 앞에 서서, 애들을 내려다보면서 반갑다고 일종의 연설같은걸 했다.

대충 너희들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맡았고, 이 나라의 평화를 위해 하루빨리 정진해야 한다. 뭐 그런거.

"히익..."

...넌 왜떠니, 애야.

그렇게 할말을 다 마친 나는, 애들한테 슬쩍 물었다.

"다들 잘 알아들었지?"

""""네!!!""""

"....."

애들이 다 군기가 들어서인지, 기합 하나는 엄청났다.

그래. 이대로만 가자, 이대로만 가.

그렇게 난 PMC 애들과도 마지막 대화를 나눈 뒤, 자택으로 돌아왔다.

좋아. 우리 대-월광교 괴수 상대 군단들은 잘 육성되고 있고.

다음은 역시 그건가.

난 그런 생각을 하며,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정확히는, 국제 전화를.

"안녕하십니까, 카타나씨."

자, 이제 본격적으로 일해볼 시간이다.

ep.256화

히어로 만화.

히어로 만화 속 세계가, 초능력자들이 있다는거 말고는 내가 전에 살던 현실이랑 다른 점은 뭘까?

굳이 하나를 꼽자면 나는 매번, 뉴스가 재밌는걸 꼽는다. 티비만 키면 온갖 기상천외한 능력자들의 테러가 다 나오는데, 이게 재미없을 수가 있겠어?

[오늘 아랍 에미리트의 한 빌런이 낫을 들고 건물을 잘라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다행히 폐건물이라 사상자는 얼마 안나왔다고 하지만...]

그래. 예를 들어 저런거. 아랍의 낫 슬레이어 무스크다 알 미스네드씨(37세)를 봐라. 저 아저씨한테 칼 쥐어주면 카타나랑도 비비겠어.

"...."

무슨 하루에 일어난 각국 테러들만 모아 봐도 히어로 만화 한달치 분량이 되는 듯한 느낌.

사실 이게 내가 이 세계에 떨어졌을때 초반만 하더라도 이정도까지는 아니였는데, 갈수록 테러의 빈도가 많아지고 있다.

어제만 하더라도 이스라엘에 별을 떨어트리는 빌런, 인도네시아의 바나나를 총에서 발사하는 빌런등 온갖 테러들이 벌어졌었다. 물론 저런 기상천외한 능력들은 어지간하면 담백하고 순수하게 강한 히어로들에게 털리긴 하지만. 쟤들도 중력을 다루는 S급 히어로와 눈에서 레이져가 나가는 히어로한테 첫 테러 시도만에 붙잡혔다.

어쨌든 내가 하고싶은 말은, 요즘들어 테러도 많고 정국이 불안정한다는 것. 거기에 또 국가단위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는게 각국의 현실이다.

[속보)프랑스의 S급 빌런, 또 영국 습격 예고. 런던시민들 '긴장'. 영국 협회측 '프랑스 협회가 막지 않으면 분명한 보복이 있을 것.']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남미 빌런들 단체 봉기... 협회가 오기도 전에 S급 빌런연합 에테리아에 의해 조기 종결. 남미측 정부 '미국 빌런이 자국민을 죽였으니 배상해라.' 입장 밝혀 논란.]

[중동을 감싼 전란의 기류... 이라크 히어로들 전부 국경선에 배치 (종합 1보)]

[이탈리아의 A급 히어로 네위즈, 독일에서 국가교란죄로 검거. 이탈리아측 '송환해라' 대 독일측의 '해명해라' 팽배히 맞서.]

그래.

점점 강해지는 빌런들을 맞서기 위해 자기들끼리 힘을 합쳐도 모자랄 마당에, 지들끼리 싸우고 있는 모습. 이러니까 원작에서 다 망했지-라는 생각밖에 안드는 모습이다.

물론 이와중에 동아시아 나라들의 분란소식은 전혀 안뜨는게 또 재밌는 요소. 우리나라는 급증하는 빌런들 잡느라, 일본은 카타나가 정권 휘어잡느라, 중국쪽은 반란군들 제압하느라 바쁘다.

다들 이미 할게 많아서, 각자 다른 나라 신경쓸 틈이 없는 상황.

특히 중국쪽은 요즘 아주 난리가 아니다.

[중국정부, 대륙 최대규모 빌런연합이자 반란세력 '화룡'에 휴전 제안했다... 전 중국 군사담당자의 폭로. 정부측, '말도안되는 망상속 헛소리.' 분노.]

우리 리 샤오펑이 이끄는 빌런조직이자, 사실상 반-정부 세력인 화룡에 의해 영토가 조금씩 갈리고있는 중국이 결국 반군한테 휴전 제안까지 한 것. 물론 이건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화내고 있지만, 난 안다. 저게 진짜라는걸...

'생각보다 빨리 됐네.'

그리고 한가지 재밌는점은, 원작보다 그 시기가 빠르다는거다.

원래는 월광교 재앙 일어나기 바로 직전에 저 얘기가 나왔는데, 이제는 지금 나온걸보면 아무래도 내가 리 샤오펑에게 건내줬던 정보가 유효했던 모양.

'어쨌든...'

내가 하고싶은 결론은 하나다.

세계가 혼란스러워 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이럴수록 아군을 늘려야 한다는 것.

특히 이제 월광교부터 그 이후의 빌런 파티들을 생각하면, 우리나라 신경쓰기도 바쁜데 다른 나라에서 불똥튄게 한국까지 오면 상당히 곤란해진다. 우리 스타더스 지금도 힘들어하는데, 더 힘겹게 만들 순 없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바로 나라도 아군을 만들자는 것.

그리고 그 타겟은 당연히 우라나라 옆에 붙어있는 나라면서도, 영향력이 큰 나와 같은 빌런들이였다.

그리고 당연히 그 타겟의 첫번째는, 일본의 카타나였고.

"저와, 에고스틱씨와, 중국의 빌런까지 해서. 하나의 동맹 말씀하시는 건가요?"

"네."

도쿄.

일본 최대 빌럴 조직 삼협파의 신본부, 수장 카타나의 집무실에서 난 그녀와 만나 차를 한잔 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이 제안을 하기 위해서.

'동아시아 빌런 연맹.'

나와 카타나, 리 샤오펑까지. 하나의 동맹을 맺어 서로 세력을 공고히 하는거다. 각자가 각자의 나라에서 제일 덩치가 큰 빌런들이라는 걸 재확인하는 용도도 있고...

'사실상 이게 말이 빌런 연맹이지, 세 나라의 연맹이랑 다를게 없으니까.'

그래.

카타나와 리 샤오펑 모두, 평범한 빌런이 아니다.

카타나는 사실상 일본을 장악한, 일본 열도 전체의 수장이라고 봐도 된다. 이미 정부의 인선에서 그녀의 입김이 안닿은 곳이 없고, 협회도 슬슬 그녀의 사람들로 차고 있으니까. 유능한 인재들이 전부 모인 삼협파답게, 원작과는 다른 상황이라 은근 걱정했는데 잘하고 있다고 들었다.

리 샤오펑도 지금은 중국을 절반넘게 먹으려 들고있는 반군이지만, 원작을 통해 나는 안다. 여러 세계규모급 재앙들을 통해 중국 정부의 힘이 점차 약해져, 끝내 리 샤오펑의 화룡이 중국의 패권을 장악한다는 것을. 심지어 내 정보까지 있으니 그 속도는 더 빠르겠지.

'그리고 나는...'

대한민국의 흑막인 이설아와 동맹관계다. 이설아또한 다른 나라들과 다르게 협회를 못먹었을 뿐이지, 정부, 국회부터 언론까지 다 먹은 그림과도 같은 흑막이기 때문. 그리고 이설아는 어지간하면 내 말을 따를것이기 때문에, 내가 저 둘과 동맹을 맺으면 자동적으로 대한민국 정부또한 동맹을 맺는단 소리.

거기에 협회에서 제일 강한 히어로인 스타더스또한 이설아의 친구니 말 다했지 뭐.

그러니까 한마디로 요약하면.

우리 세 나라의 빌런이 동맹을 맺는 그 순간, 자연스럽게 그게 세 나라 정부들의 동맹과 같아진다는 거다.

그렇기에 내가 더더욱, 카타나와 리 샤오펑과 친분을 유지하려 했던거고.

"으으음... 동맹이라."

그리고 다시 돌아와서, 일본. 카타나의 앞.

검은 묶은 머리를 뒤로 늘어트린 채, 내 제안에 침착한 얼굴로 잠시 하얀 일본식 도복을 입은 가슴에 손을 올린 채 고민하던 카타나는, 이내 옅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곤 말했다.

"알겠습니다. 에고스틱씨의 제안이니, 다 생각이 있으시겠죠."

상당히 쿨하게 그렇게 답변해준 그녀였다.

그렇게 난 감사인사를 전하고, 그녀가 온김에 밥먹고 가라며 오미카세를 대접받은 뒤, 자고 가라는건 웃으며 사양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하룻밤 자고오면 집에 와서 의심의 눈초리가...

하여튼 그렇게 카타나쪽을 설득하고 온 나는.

리 샤오펑에게 전화를 걸어, 약속을 잡고 다다음날 바로 중국으로 출국했다.

빌런이 하는 일. 해외 출장을 밥먹듯이 하기. 빌런으로 살기도 쉽지 않군...

***

"하하하! 아이고, 에고스틱씨. 어서 오시지요."

중국의 커다란 자색빛 기와가 깔린 탑의 꼭대기.

빌런조직 화룡의 수장, 리 샤오펑의 집무실.

그곳에서 머리를 변발로 시원하게 깐 리 샤오펑을 만난 나는, 그의 환대를 받으며 자리에 앉았다.

"에고스틱씨가 주신 도움 덕분에, 요즘 저희 조직이 참으로 부흥하고 있습니다. 감사의 말씀을 뭐라 전해야할지 모르겠군요."

"하하, 아닙니다. 약소한 거였는데요 뭐."

그렇게 여기서도 차... 아니, 빌런 수장들은 왜이렇게 차를 좋아해? 하여튼 또 녹색 이파리가 든 차를 마시며, 난 그에게 안부인사를 하며 덕담을 나눴다.

역시나 내 도움이 컸다고, 고맙다고 말하는 리 샤오펑. 수상할정도로 의와 협에 집착하는 그이기에, 역시나 받은 은혜를 잊기는 커녕 오히려 더 과대해석하는 그였다. 내가 이래서 리 샤오펑에게 준거기도 하다만.

하여튼 나는 그렇게 말을 하다가, 동맹 제안을 했다.

그러자 역시나.

"하하! 그거 좋은 생각이군요."

그렇게 호쾌하게 웃으며 긍정하는 그였다.

그래. 우리 샤오펑은 바로 수락할 줄 알았다. 내게 은혜를 입은 입장에서 거절하기도 뭐한것도 있겠지만, 머리도 계산적이게 돌아가는 그인만큼 순식간에 계산을 내리고 판단을 내린거겠지. 실보다 득이 많다고.

"한중일 세력 세명의 합작... 흠. 마치 촉나라의 유관장..."

혼자 흐뭇한 미소를 지은채 한중일이 뭐라고 중얼거리는 그였으나, 잘 들리진 않았다. 뭐 보나마나 또 손익계산 한번 더 따지고 있는거겠지. 저 순박한 표정 또한 연기인건, 나만 알고 있을거다.

"좋습니다. 그럼 며칠후에 시간되시면 저와 리 샤오펑씨, 카타나씨까지 함께 만나 더 자세한 얘기 나눠봅시다."

"하하. 좋군요."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답한 그였다.

그렇게 며칠 후. 나는 모두의 비는 시간을 찾아 시간을 잡았고.

이내 어쩌다보니 대한민국에서, 셋이 함께 만나 동맹 결성 회의를 하게 되었다.

"안녕하십니까, 카타나씨. 저희는 구면이죠."

"..안녕하십니까, 리 샤오펑씨."

...물론 카타나와 리 샤오펑이 서로 어색해하며, 둘다 나만 껌뻑껌뻑 바라보았다는 사소한 문제가 있긴 하지만, 어쨌든 우리는 이날 세부사항들까지 다 조정하였다.

그렇게.

"자, 한중일 빌런 연합 탄생을 축하하며 건배한잔 하죠."

"건배."

"건배!"

작은 원탁에서, 우리 세사람의 잔이 동시에 짠-하고 부딪히며.

한중일 빌런 연합이, 공식적으로 출범하였다.

"하하! 이것이 도원결의 아니겠습니까!"

...혼자 취한 리 샤오펑은 제쳐두고.

나는 술을 한잔 더 마시며, 집에 돌아가 글이나 쓸 준비를 했다.

에고스트림. 삼협파. 화룡. 한중일 세 나라의 최대 규모의 빌런 연합끼리의 동맹을, 모두에게 알릴 준비를.

ep.257화

"하아..."

에고스틱과 함께 '신의 기사'라는, 이상한 괴생명체를 잡고 온 이후.

스타더스는, 한동안 꽤 오랜 고민의 시간에 빠져있었다.

"뭐였을까... 대체..."

의문인 점이 한두개가 아니였다.

대체 왜 경기도 아래에 이집트풍의 유적이 잠들고 있던건지, 그 강한 적의 문제는 뭐였는지.

그리고 대체. 에고스틱은 이를 어떻게 알고있던건지.

"....으으음."

...물론 그녀가 고민한다고 해서, 딱히 정답이 나오는건 아니였다.

심지어 그 유적이 있던 자리에 다시 가보기까지 했으나,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분명 무너지긴 했으니 잔해라도 남아야할텐데 말이지.

물론 이 미스터리한 비밀을 알 방법은, 당연하게도 에고스틱에게 직접 물어보는게 제일 쉬운 방법은 맞겠지만은...

'...나중에, 다 말씀드리겠습니다.'

글쎄... 나중이 언제일까.

일단 목소리만 들었을때 거의 확실했던건, 에고스틱은 그 말을 꺼낼때 굉장히 머뭇거렸다는 것. 정확히는 말하는걸 굉장히 곤란해하는게, 그녀에겐 느껴졌다.

...그래. 언젠가는 말해주겠지.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고, 일단은 넘기기로 했다.

아마 그의 반응으로 봤을때 당장 대한민국에 저런 이상한게 더 남은것 같지는 않으니까.

아마 언젠가는 그도 알려주겠지

다만...

"으응..."

히어로 협회 사무실. 창 뒤로 햇볕이 잘드는 그곳.

그곳에서 스타더스는 햇빛에 반짝이는 금색의 머리를 한손으로 꼬며, 생각에 잠겼다.

그때 유적에서의 전투.

에고스틱이 자신에게 계속 명령을 내리고.

그녀는, 그의 말만을 따라. 그를 전적으로 믿어가며 행동했던 그 경험.

"....."

상당히 그녀에게 있어서, 음, 인상적인 경험이였다.

마치 에고스틱과 자신이 하나가 된 거 같이 막, 생각이 공명하는 느낌...? 그런 느낌은 처음이였...

"뭐라는건지..."

그렇게 생각하던 그녀는, 이내 자신의 가슴을 억누른채 중얼거렸다.

...하루야. 빌런한테 그런 생각을 가지면 어떡해. 정신 차려야지.

에고스틱은 테러를 막 하는 못된 빌런이야... 못된... 음, 못된것 까진 아니고...

하여튼.

'결국엔 이번에도 에고스틱의 도움을 받았네.'

그녀는 그런 생각을 했다.

요즘들어 계속 온갖 위험한 빌런들을, 다 에고스틱의 도움덕에 막고있다. 미스트메이커부터 이상한 괴물들까지.

아니, 사실 따지고보면 요즘들어도 아니지. 처음부터, 한은그룹때부터, 월광교의 태풍 사건때부터 계속. 그녀의 곁에 에고스틱이 있었다.

이제는, 에고스틱이 없는 삶이 상상도 되지 않을 정도로.

그리고 그녀는.

그게, 매우 곤란했다.

"...."

스타더스.

그녀는 스스로의 정체성을 히어로라고 생각한다.

정의롭고, 늘 악을 징벌하며, 사람들을 위해 헌신하는. 히어로.

그리고 빌런들은 전부, 히어로에게 있어서 타협할 수 없는 척결의 대상. 적이였다.

...그렇기에, 그녀는 에고스틱에게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늘 혼란스러워 질 수밖에 없었다.

싫어하고 싶은데, 싫어할 수가 없다. 보면 분노가 차올라야 하는데, 오히려 보면 입꼬리가 올라간다. 그가 없는 삶을, 더이상 상상할 수 없었다.

그는 빌런인데. 빌런한테 그러면 안되는데...

만약 그가, 정말 빌런만 아니였더라면...

"...뭐래."

거기까지 멍하니 입술을 매만지며 생각을 이어나가던 그녀는, 순간 화들짝 놀라며 약간 붉어진 볼로 생각을 멈췄다.

...그래. 지금 이런 생각할때가, 어, 아니야.

뉴스. 그래, 뉴스나 켜보자.

그렇게 그녀는 붉어진 얼굴을 식히며, 티비를 틀었고.

그 곳에서는.

"응..?"

에고스틱의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속보로 나오고 있었다.

[에고스틱, 동아시아 빌런연맹 체결!]

...쟨 또 뭐하고 돌아다니는거야?

황당함을 느낀 그녀가, 순간 스쳐지나가는 에고스틱과 카타나가 웃으며 악수를 하며 손을 맞잡은 사진을 보곤 눈을 샐쭉하게 뜨는 사이.

대한민국은, 한창 그 얘기로 불타고 있었다.

에고스틱의 주도하에 만들어진 한중일 빌런 연합.

그 말도안되는 일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