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reads / VILLOBSHER / Chapter 4 - 4

Chapter 4 - 4

***

[렉카) 안녕하십니까, 에고스틱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에고스틱입니다.

이번에 저희 에고스트림에서 중국의 빌런단체 화룡과 일본의 빌런단체 삼협파와 함께 연합을 맺게되었습니다.

저희 동아시아 빌런 연맹은 서로 의형제를 맺고 굳건하게 앞으로 나아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에고스틱과 카타나, 리 샤오펑이 서로 잔을 맞부딪히고 있는 사진)

에고스트림 홈페이지에 올라온 원문은 이게 다인데 ㅅㅂㅋㅋㅋ 내용이ㅋㅋㅋㅋㅋ

=[댓글]=

[진짜 뭔데ㅋㅋㅋㅋㅋㅋ]

[동아시아 빌런연합 입갤wwwwww]

[대체 뭐임? 저 셋이 왜 사이좋게 웃으면서 한자리에 앉아있음? 카타나는 그렇다쳐도 나머지는 언제 친해진거냐고ㅋㅋㅋㅋㅋ]

[한중일 정부는 사이가 안좋은데 그 나라 대표 빌런들끼리는 사이가 좋네 ㅅㅂㅋㅋ]

ㄴ[생각해보니 이왜진ㅋㅋㅋ]

[이거 화룡이랑 삼협파쪽에도 글 올라옴ㅋㅋㅋ 뭐 미사여구가 많긴 한데 둘다 말 하는게 에고스틱이 주도한거라던데?]

ㄴ[ㄹㅇ중국 화룡쪽에선 좋은 기회를 준 에고스틱께 감사하다라고 대놓고 적었던데ㅋㅋㅋㅋ]

ㄴ[ㅁㅊㅋㅋㅋㅋ]

ㄴ[대한민국 주도의 대동아(빌런)연방ㄷㄷㄷ]

[카타나는 ㄹㅇ 한국 올정도로 에고스틱이랑 친했으니 ㅇㅈ인데 저 중국 빌런이랑은 어케친해진거임ㅋㅋㅋ]

ㄴ[여자 남자 가릴 것 없이 홀리는 마성의 남자 에고스틱ㄷㄷ]

ㄴ[페르몬스틱ㄷㄷ]

[장하다 망고스틱 가서 동아시아 전체를 망고단으로 물들렴]

*

[에고스틱←놀고있던거 아닌거같으면 개추ㅋㅋㅋㅋㅋㅋ]

테러 안하고 방송도 안키길래 노는줄 알았는데 아니였으면 개추ㅋㅋㅋㅋ

=[댓글]=

[좋아요를 벅벅]

[한국 최대 규모의 빌런집단 에고스트림 x 일본을 먹었다는 음모론까지 도는 제일의 빌런조직 삼협파 x 반란군 동맹 실화냐? ㄹㅇ 가슴이 웅장해진다...]

[이거 외신에서도 보도됐던데ㅋㅋㅋㅋ 이정도 규모의 빌런단체들끼리 연합하는건 ㄹㅇ 처음본다고ㅋㅋㅋ]

[속보)이거 발표되고 에고스틱 빌런 랭킹 2단계 오름ㅋㅋㅋㅋㅋㅋ]

ㄴ[ㅅㅂ랭킹도 인맥빨이였네ㅋㅋㅋㅋㅋ]

ㄴ[???ㅋㅋㅋㅋㅋㅋ]

[망고스틱 동아시아의 왕이 되려는거시냐]

[우리는 망고의 시대에 살고있다]

*

"역시 파급력이 꽤 큰가?"

에고스트림 저택 위 지붕.

그곳에서 다리를 뻗은채 서은이가 읽어주는 사람들의 반응을 듣고있던 나는, 팔을 뒤로 받힌 채 그렇게 중얼거렸다.

"네. 벌써 해외에서도 기사가 많이 나는데요? 아무래도 이렇게 인접국가 빌런연합들끼리 동맹을 체결하는건 정말 역사에 없던 일이라 더더욱 그런거 같아요."

"그렇군..."

내가 그렇게 선글라스를 쓴 채, 스무디를 쭉쭉 빨아먹으며 답변하자.

나랑 같이 지붕위에 올라와있던 서은이는, 피식 웃더니 무릎을 세워 자기쪽으로 모아 앉은 자세로 스마트폰을 내려놓곤 내게 물었다.

"오빠, 솔직히 이제 어떻게 되든지간에 관심도 없죠?"

"무슨 소리니? 관심이 얼마나 많은데."

나는 스무디를 한잔 더 마시며 그렇게 답했다.

이 삼국간 빌런연합의 체결을 알리는건,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 일단 이제 다른 나라들에서 우리나라를 건드는게 전보다 훨씬 어려워졌다는데 있지. 내 성격상 한국이 공격받으면 빌런이고 히어로고 자시고간에 내가 나설테고, 그러면 결국 3국을 적대하게 되는거다.

물론 삼협파와 화룡이 공격받을때도 내가 나서야겠지만, 원작에서 봤을때 그럴 가능성은 적긴 하다. 애초에 우리가 뭉친 이상 다른 나라에서도 건드리기 애매할정도로 규모가 커졌고.

근데 이건 이거고.

이젠 좀 쉬어야지

나는 그렇게 지붕위에 시원한 바람을 맞아가며, 미리 깔아놓은 썬베드에 누운 채 스무디를 빨며 중얼거렸다.

"다만 잠시, 잠시 쉬고있을 뿐이야."

그래.

계속 안쉬고 달려와, 빌런도 몇마리나 잡고 신의 기사도 박살내고 한중일 동맹도 체결하고. 할거 다했다.

그러니 잠시, 스무디 한잔의 여유는 괜찮은거 아닐까...

지금 모든 일이 월광교 잡는데 치중해서 그렇지, 이놈만 잡으면 정말 한결 살만해질 것 같다.

총 4페이즈로 이루어진 원작에서 2페이즈 최종보스가 월광교인데. 3페이즈 최종보스는 서은이라 사실상 이미 막은거나 다름없는 샘.

물론 이제 월광교도 거의 다 왔다.

마지막 준비만 하면 곧, 운명의 그날.

...그전까지, 물론 준비를 해야한다는 문제가 있지만.

이제 슬슬 작업을 시작할까.

"서은아."

"흥. 왜요?"

무릎에 얼굴을 기댄채, 전보다 약간 길어진 하얀색 단발머리를 늘어트린 상태로 눈을 가늘게 뜬 서은이.

아무래도 아까 자꾸 내 팬카페 댓글 읽어주는걸 잘 안들어줬다고 삐진 것 같다...

난 그렇게, 이제 곧 성인인데도 여전히 애같은 우리 서은이의 머리를 헝클어준 뒤, 자리에 일어나 선글라스를 벗으며 말했다.

"그러지말고, 우리 나갈까? 너랑 은월이만 불러서, 한바퀴 걷고오자."

"...진짜요? 어디요?"

같이 나가자는 말에, 은근슬쩍 내쪽을 보며 관심을 보이는 서은이.

나는 그런 그녀를 보며, 피식 웃고는 말했다.

"어. 일단 서울로 갈까?"

월광교 게이트 저지할 마법진들 쫙 깔러.

그렇게 방랑빌런 에고스틱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한달동안.

ep.258

모든일을 처리한 뒤에는, 하나에만 집중한다.

그게 내 새로운 모토였다.

즉, 이제 자질구레한 일들이 어느정도 정리되고. 월광교 게이트 재앙도 얼마 안남은 이 시점에서는.

재앙의 날까지, 모든 신경을 그쪽에만 집중하는 것.

그렇게 스타더스 테러관련 모든 것도 다 중단한체, 이젠 정말 이것만을 준비하기 위해 달리기로 했다.

스타더스는 지금도 이미 충분히 강하다. 마지막 점검만 해보고 바로 실전에 투입시켜도 되겠지.

그렇기에 이제는, 이 재앙에 남은 모든 시간을 투자한다!

...그런 의미로, 전국을 돌아다니며 월광교의 힘을 저지시킬 마법진들을 까는데 한달이 걸렸다.

"....이게 마지막이냐?"

"어. 이것까지 하면 얼추 다한것 같아."

"휴... 드디어."

대한민국 어딘가의 숲.

깊은 녹색의 우림이 햇빛을 가로막아 짙은 그림자를 형성한 그곳에서, 최세희는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벌써 우리가 이렇게 마법진을 깔겠다고 전국을 유랑한지도 한달이 다되간 만큼, 많은 일들이 있었다.

일단 장기 프로젝트가 되다보니, 함께 떠도는 멤버들부터 많이 변한 편.

마법진을 까는 은월이랑 나는 고정이고, 다른 멤버들이 돌아가며 우리를 따라왔다. 중간에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 호위는 있어야 하니까.

"....."

숲 속 아래.

검은 머리카락을 늘어트리고 하얀 무녀복을 은월이가 손을 합장한 채, 눈을 감고 마법진을 까는 동안.

나랑 최세희는 근처 바위 위에 걸터 앉아, 숲 속에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을 느끼며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근데 이게 뭐라고 한달이나 걸린거야?"

파직. 파지지직.

근처에 나뭇잎 하나를 들어 전기로 태우고있는 최세희를 보곤, 나는 답했다.

"전국을 돌아다녔으니까 그렇지."

"...그래도, 너무 오래 돌아다닌거 아니야?"

최세희는 서은이를 따라하듯 입을 툭 내밀고는 그렇게 말했다. 마치 지금 서운하다는걸 강하게 어필하듯.

그걸 본 나는 나도 모르게 피식 웃고는, 무릎꿇고 열심히 마법진 생성중인 은월이를 보며 중얼거렸다.

"...그래도, 해야만 하는 일이였으니까."

"그건 그렇다쳐도... 에휴, 나도 모르겠다."

거기까지 말한 최세희는 머리를 문지르더니, 나를 향해 약간 서운한 말투로 말했다.

"너 없으니까, 집안 분위기가 그냥... 축 늘어지더라."

"응...?"

내가 집을 나선지도 벌써 한달.

그리고 그러는동안, 집에 돌아간적은 몇번 되지 않는다. 전국을 돌다보니 왔다갔다하기엔 시간이 너무 걸려서, 은월이랑 둘이 대충 그 지역 숙소 아무거나 잡아서 묵었기 때문.

그렇기에 난, 내가 없는동안 남은 멤버들이 어쩌고 있는진 잘 알지못했다.

"너도 알잖아. 서은이랑 하율이는 너 많이 따르는거. 그나마 은월이는 늘 너랑 함께있었으니 다행인데... 너 없으니까 이수빈도 서자영도 뭔가 좀 쳐지고, 하여튼 그래."

최세희는 머리를 만지며, 그렇게 말했다.

...아니 근데, 서은이랑은 처음 한주는 같이 다녔고. 수빈씨랑 서자영도 중간중간 함께한거 생각하면. 실질적이게 떨어진 시간은 3주인데..?

"3주밖에 안되는게 아니라, 3주나 그런거지."

내 질문에 딱 잘라 말하는 최세희의 말.

...아니, 3주가 그렇게 긴 시간인가? 3주동안 쌩짜로 안만난 것도 아니고 매일밤 다같이 영상통화도 했는데..?

그래. 뭐 내가 모르는 깊은 이유가 있겠지.

...서은이가 그러는건, 이해가 안가는 것도 아니였고.

그렇기에 나는 웃으면서 답했다.

"알았어. 앞으론 이번처럼 멀리가는 일 없도록 할게."

"흥. 약속이다."

그렇게 내 확답을 듣고서야, 씨익 웃는 최세희를 보며 난 마주 웃었다.

...언젠가, 마지막 순간이 오기 전까진 이 약속을 지킬 수 있기를.

"다인오빠, 언니. 다 끝났어요!"

그리고 그러던 그때.

마침 마법진 설치를 다 끝낸 은월이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렇게 말했다.

"잘했어 은월아. 정말 수고했다. 고생많았어."

"아니예요. 월광교주... 그 사람을 잡기 위해서인데, 당연히 해야죠."

내가 그녀의 곁에서 나도 모르게 머리를 쓰다듬자, 은월이는 조용히 미소지으며 내게 그렇게 답했다.

...아 맞다. 은월이는 어른인데 이러면 안되지. 자꾸 깜빡한다. 그녀가 서은이랑 늘 같이 다니고 키도 비슷해서 그런지, 가끔 은월이를 애취급 할때가 있다..

거기에 은월이가 워낙 착한 나머지 별다른 소리를 안해, 더더욱 그런 것도 있지만.

"좋아! 드디어 끝났으면, 그만 돌아가자!"

그렇게 모든게 끝난걸 본 최세희가 바위에서 펄쩍 일어나며 그렇게 말했고.

우리는 근처에서 마지막 식사를 한 뒤, 다시 우리의 집으로 향했다.

한달간 이어진 방랑빌런 에고스틱의 대여정의 끝이였다.

***

집에 돌아온 이후

오랜만에 본 우리 에고스틱 맴버들과 재회하고, 일도 다 끝난 기념으로 밥도 맛있는거 다같이 먹은 후.

나는 이제 본격적으로, 우리 에고스트림 멤버들에게 앞으로 다가올 그 재앙을. 계획을 포함해 구체적이게 설명하였다.

"올 겨울. 월광교주가 이끄는 월광교가 다른 세계. 그러니까 괴물들이 가득한 세계와 저희의 차원에 구멍을 내서, 이계의 괴수들을 소환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그 수가 셀수도 없이 많을겁니다. 게이트라고 불리는 포탈을 통해 넘어올 텐데, 그게 전세계에 생길겁니다. 프랑스, 구 브라질, 영국, 아프리카, 호주, 러시아, 미국 등 모든 곳에요. 도시 지방 가리지않고 정말 말그대로 모든 곳에."

"아마 그렇게 되면 지구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냥 망하겠죠."

"그래서 저희가, 그걸 막아야합니다."

나는 신룡씨를 보며 다시한번 그렇게 설명했다.

좋아. 이 얘기는 사실 이미 한번 모두에게 해준 얘기다.

이제 중요한건, 어떻게 막을 생각인지를 설명해 줘야지.

난 그렇게 말을 이었다.

"일단 그 월광교주라는 사람이 차원문을 여는거 자체는 막을 수 없습니다. 이미 준비가 다 끝났고, 그가 아니여도 어차피 일어날 일이기 때문이죠."

"즉, 우리는 그가 차원문을 열고 난 이후. 그때 막아야 한다는겁니다."

난 그렇게 설명하며 화이트 보드 위에 건물이랑 작대기 사람, 둥근 포탈이랑 괴물을 그렸다.

"...근데, 어떻게 막는다는건가?"

그리고 내 말을 듣던 신룡씨가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난 그런 그녀의 질문에, 친절히 답했다.

"그건 제가 생각이 있습니다. 은월이와 전국에 마법진을 그리고 다닌것도 관련이 있고요. 다만, 이 방법의 문제는 시간이 꽤 걸린다는거죠."

"그렇기에 저희의 차후 원활한 테러 진행을 위해서라도 대한민국이 무너지면 안되는만큼, 미리 대비를 해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저기서 나오는 보스급 개체들은, 어지간하면 저희가 몇마리 잡아야 될겁니다."

쉬운 싸움이 되지는 않을거다.

그렇기에 에고스트림 멤버들을, 내가 지금까지 단련시킨거고.

"이제 진짜 시작인건가보네요..."

서은이가 벌써부터 고생할 모습이 눈앞에서 아른거린다는듯, 한숨을 쉬자 난 그녀를 위로하듯 답했다.

"그래도. 이번만 넘기면 한동안은 진짜 푹 쉴 수 있을거야. 그러니까, 이번에만 힘내자."

"...그럼 여행도 가는거에요?"

"그럼. 당연하지."

뭔들 못하겠어.

그런 내 대답에, 서은이는 그제서야 의욕이 난다는 듯 주먹을 움켜쥐고 말했다.

"알겠어요. 열심히 해볼게요."

"저희도요, 다인씨."

따뜻하게 미소지으면서 대답하는 수빈씨.

그러자 그 옆에있는 최세희랑 하율이도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다들 끝나고는 한 숨 돌려 푹 쉴 수 있다는 말에 생기가 도는 분위기.

"좋아. 드디어... 흥미로운 일이 생기네."

[하하! 전투라니 재밌겠구만!]

서자영이랑 우리 데식이 아재는 이러고 있고...

그나마 은월이만이, 차분한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하여튼, 난 그렇게 긴 회의실 책상에 앉아 날 바라보고 있는 이들을 보며. 책상에 손을 턱 얹고 말했다.

"그러니 지금부터, 각자가 해야할 일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렇게. 그날부로.

우리 에고스트림은 모든걸 멈추고, 대-월광교 상대에 모든 총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래. 이제 우리끼리의 얘기는 여기까지 하면 됐고.

이젠 재앙에 앞서 한국이 어찌해야 할지나 생각해야지.

나는 그렇게, 어디론가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이설아랑은 이미 얘기 끝났으니, 그래.

[협회장]

이젠, 다시한번 협회장을 만날 순간이다.

다른 히어로들 모두 모여서.

***

협회 메인본부의 컨트롤타워.

...로 부터 멀리 떨어져있는. 협회 부속 비밀 컨트롤센터.

청와대 지하 벙커 부럽지않은 협회의 숨겨진 지하 서브 컨트롤 센터에서.

협회장은, 비밀리에 한 인물을 만나고 있었다.

"...그래. 그래서, 날 왜 부른거지?"

민머리에 땀을 닦아가며 말하는 그 남자는 바로 협회장.

그리고 그의 반대쪽에서, 검은 모자와 하얀 가면. 검은 망토를 쓴 채 서있는 남자는.

"안녕하십니까. 협회장님."

바로 대한민국 최고 등급 빌런, 에고스틱이였다.

물론 당연히 그가 독대를 하고 있는건 아니였다.

"에고스틱씨, 왔어요?"

어두운 벙커에 어올리지 않는 하늘색 머리카락을 한 채, 커피를 한잔 마시며 씨익 웃고있는 여자.

그녀는 바로, A급 히어로 아이시클.

"...에고스틱. 오랜만에 보는군."

그리고 그녀의 반대편에 앉아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다크서클을 한 남자는, A급 히어로 섀도우워커였다.

"아이고... 우리 A급 히어로 단 세명중 두명이나 빌런이랑 구면이라니... 세상이 말세구나 말세."

"...하하."

그리고 자기네 히어로가 A급 빌런이랑 반갑게 인사하고 있는걸 협회장이 착잡한 표정으로 보며 한숨을 쉬고, 아이시클이 멋쩍게 웃고있는 그때.

에고스틱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이번에 제가 모두들 부른건, 당연하게도 앞으로 큰 재앙이 펼쳐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를 위해서라도, 협회가 이를 막아줬으면 좋겠고요."

"그러니, 설명을 시작하겠습니다."

그렇게.

지하 어딘가, 협회 컨트롤 센터에서.

A급 히어로 및 빌런 3명과 협회장이 모인, 대회의가 시작되고 있었다.

***

"협회장님이 안계시다고요...?"

"네. 연락받고 어딘가로 나가셔서요."

"네..."

'아까부터 설아도 연락을 안받고, 뭐지...'

그리고 그시각.

자료 관련해서 아이시클과 협회장을 찾고있던 스타더스는, 무언가 외로운 기분이 들고있었다...

ep.259

대한민국은 사실, 히어로 사회의 주류에서는 상당히 떨어져있는 편이다.

인구수가 많아야 강한 히어로들도 많이 나올텐데, 그도 아니기 때문. 애초에 A급 이상 히어로가 3명밖에 없기도 하고, 인접한 국가가 북한 하나라 다른 나라 빌런이 잘 넘어오지 않는 것도 있고. 어쨌든 뭔가 국제 사회랑 큰 관련이 있기보단, 그냥 자기들끼리 지지고 볶느라 바쁘다.

하지만 지금! 드디어 우리 대한민국이 메인 스트림의 주류로 편입될 기회가 왔다.

바로 전세계를 멸망에 가깝게 만들 대재앙이 한국에서, 한국 사람에 의해 벌어진다는 것. 와!

"....하하. 그거... 참... 재밌는, 농담일세 그려."

그리고 그걸 잘 풀어 설명한 내 말에, 협회장은 세상이 무너진 얼굴로 그렇게 머리를 부여잡곤 중얼거렸다.

특히.

*

[서울 붕괴까지 예상시간: 5시간]

[부산 붕괴까지 예상시간: 3시간]

[경기도 전복까지 예상시간 : 3시간]

...

[사건 발생후 대한민국 멸망까지 추정 14시간]

[예상 사망자수 : 20,000,000명 + a]

*

우리가 아무것도 안한 채 깔끔하게 재앙이 시나리오대로 흐를시 예측되는 결과물을 자료화면에 띄운 이후. 더더욱.

거기에 잘보니 매끈한 머리에 땀방울이 맺힌게 눈에 띄었다. 저런.

"그래서... 대체 어쩌자는건가?"

지하 벙커.

내가 올 연말에 벌어질 월광교 대재앙을 아주 친절하게, 대충 예상 사망자수와 받게될 국제 사회의 원망어린 시선을 아주 실감나게 전해주자. 협회장은 멘탈이 걸레짝이 돼서 나한테 다 죽어가는 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일단 지하 벙커들은 얼마나 지으셨습니까?"

"...저번에 자네 말 듣고, 꽤나 많이 준공했네."

"돈을 더 부어서라도, 지방 곳곳에 더 많이, 빨리 지으세요. 한 구역에 적어도 하나는 있어야 할겁니다."

"그거야 뭐, 요즘 이상하리만큼 예산을 잘받아서 할만하네."

"후후..."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대답하는 협회장의 말에, 옆에 앉아있던 이설아는 나를 보며 싱긋 웃었다.

그야, 예산 편성을 이설아가 쥐락펴락하니 당연히 지원해주겠지.

"그래서, 또 뭘해야 하는건가?"

"그 다음엔, 운명의 그 날을 미리 대비해야죠."

난 그렇게 말하며, 벽면에 크게 펼쳐진 대한민국의 지도에 마커를 꺼내 동그라미를 치기 시작했다.

"일단 저희가 알아낸 바에 따르면, 재앙은 서울에서 시작될 겁니다. 즉, 가장 강한, 일명 보스급 괴수들은 주로 서울에서 등장할거란 소리죠."

난 그렇게 말하며 서울의 몇몇 구역에 동그라미를 그렸다.

이곳들이 바로, 원작에서 특히 강한 개체가 나오는 곳.

"...그럼 어찌하는가?"

"얘네들은 따로 특별한 방식으로 처리해야지요. 그래도 일단 다행인점은, 이놈들을 제외한 지방에 나올 대다수의 잡몹들은 재래식 무기가 통한다는 점입니다."

물론 굉장히 약하다.

예를들어 총알 100발을 먹여야, C급 능력자의 공격 한방이랑 비슷할 수준. 거기에 물량빨로 밀어붙히니 답이 없다. 대부분의 보스급들은 이상한 방어막 같은걸로 화기에 면역이기도 하고.

그래도 일단은 몇몇이라도 화기가 통한다는건 큰 장점이였다. 미사일 등등을 쓸 수 있으니까.

"그래서 아마 일단 지방 이쪽, 이런쪽은 미사일을 날려서 파괴 가능한데..."

"전 정권 대통령이 서울에 미사일쏘다 탄핵될 뻔했는데, 또 미사일을 쏘자고?"

"...솔직히 여론이 그렇게까지 된건 협회장님이 선동해서 그런거 아니였습니까?"

"...커흠. 말도 안되는 소리를."

내 황당하다는 시선에, 협회장은 고개를 돌리며 헛기침을 했다.

아니, 그때 한은그룹 거대병기 사건때 매일같이 뉴스에 나와서 스타더스 지키겠다고 대통령을 미친듯이 욕하던게 누군데.

...물론 잘한거긴 한데, 하여튼.

"어쨌든 서울 중심부에 보스급들이 제일 큰 문제일텐데. 이쪽은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스타더스도 도울테고요."

난 확언하듯 그렇게 말했다.

사실 스타더스가 돕는다기보다는, 우리가 스타더스를 돕는 형식이 되긴 하겠지만...

"그리고 이제 수도권 주변과 지방쪽이 문제인데, 그건 협회의 B급 히어로분들과 아이시클씨의 PMC, 그리고 섀도우워커씨에게 맡기겠습니다."

"알겠어요."

"알았다."

그런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시클과 섀도우워커.

다들 믿음직스러웠다.

"근데... 에고스틱. 그, 저놈들한테는 내 능력 통하겠지...?"

"네. 대부분은 통할테니 걱정마세요."

"...그치. 휴, 하하. 그거 오랜만에 좀 좋은 소식인걸."

...섀도우워커가 조심스럽게 그렇게 묻더니, 내 대답에 피곤한 얼굴에도 불구하고 정말 활짝 웃기 전까진.

음, 아무래도 요즘 마음고생이 심했나보다. 하긴, 최근들어 우리 서자영처럼 밤에도 섀도우워커 공격에 면역인 애들이 꽤 생기긴 했지. 원작의 미친 파워인플레 덕에...

사실, 원작 이맘때쯤에는 섀도우워커가 여자친구 죽고 흑화해서 야인으로 살고 있었어서 잘 몰랐다. 무슨 산에서 늑대처럼 살아서인지 분량도 없었고. 그 덕에 스타더스만 이젠 저녁 퇴근도 없이 하루종일 굴렀어야 했지.

어쨌든, 사실 아무리 예전의 위상이 아니라고 해도 섀도우워커가 이렇게 공식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건, 정말 엄청난 장점이다. 밤 한정으로 거의 무적인 만큼, 재앙 일어난 날 해만 지면 미쳐날뛸 수 있다는거니까. 내가 PMC만으로 대한민국 서울 나머지 땅을 전부 막을 수 있을거라 판단한 주요 요인이기도 하고.

그랬기에, 나는 이 자리에서 섀도우워커한테 응원의 말을 해주기로 했다.

"섀도우워커씨, 그리고 사실 이 작전의 핵심 코어는 당신입니다."

"으으음..?"

내 말에 무슨 소리냐는 듯 이쪽을 돌아보면서도, 귀를 쫑긋하며 굉장히 큰 관심을 가지는 그.

나는 그런 그에게, 살살 말을 했다.

"사실 대한민국의 이 넓은 지역을, 섀도우워커씨 당신 없이 커버가 가능하겠습니까? 당신의 그 신들린 그림자 이동과 능력이 아니였다면, 애초에 불가능한 계획이였을겁니다."

"흠흠, 그런가?"

"네. 다시한번 말씀드리겠습니디만, 이번 계획의 핵심은 섀도우워커씨, 당신입니다. 그러니 꼭 최선을 다해주세요."

"...크흠, 거 참 띄워주기는. 알았어, 꼭 최선을 다하지."

섀도우워커는 그렇게 진중하게 답했으나, 입가가 올라가고 싶어서 파들파들 떨리는건 눈치 못챈거 같다.

...저런, 얼마나 요즘 마음 고생이 심했으면 이런걸로 저렇게 좋아할까. 이쪽도 좀 신경썼어야 했나.

하여튼 그렇게 뜬금없이 섀도우워커를 띄워주는 날, 이설아는 내가 왜이러는지 이해한다는 듯 빙그레 미소짓고 있었고. 협회장은 음... '저놈 갑자기 왜저래?'라는 표정으로 이쪽을 보고있었다. 아니, 섀도우가 중요한 역할인건 맞다고... 다만 사실 이 계획에서 제일 중요한건 스타더스여서 그렇지.

하여튼 난, 마지막으로 내 최종 계획을 밝혔다.

"어쨌든, 제 계획은 이겁니다. 제일 강한 괴수들이 나올 서울쪽은 저와 스타더스가 담당한다. 그리고 밑에 지방쪽은, 아이시클씨와 섀도우워커씨가 담당한다. 그렇게 시민들을 다 재빨리 대피시키고, 조금만 버티신다면..."

"제가, 게이트들을 전부 닫겠습니다."

그래.

이게 내 최종적인 계획이다.

괴수들이 게이트라는 차원문을 통해 넘어오면, 에고스트림과 스타더스, 히어로들을 비롯한 모두가 최대한 시민들을 대피시킨 뒤 막아본다.

그리고 그동안, 나는 월광교주를 족쳐서 게이트들이 더이상 생겨나지 못하게 막는다.

...물론, 차원의 틈이 약해져 게이트들은 계속 생겨서 물리적으로 막는건 불가능하지만. 다 방법이 있는 법.

"...알겠네. 그러면 우리는, 그동안만 버티면 된다는건가?"

"네. 아마 한번 풀려난 괴수들은 하나하나 잡아 죽이는 수밖에 없겠지만... 그래도 추가 피해는 막을 수 있을겁니다."

이렇게 안하면, 원작대로 세계는 거의 종일 괴수들이 튀어나오는 쓰레기장이 되서 순식간에 준멸망 상태에 이르고 포스트 아포칼립스물로 장르가 돌변한다.

이게 바로, 내가 이 세계에 빙의한 초반에 늘상 말해왔던 '작품의 분위기가 완전히 변하는 에피소드.'

즉, 이걸 못막으면 그냥 답이 없다는 소리다.

"그러니, 최대한 잘해보자고요. 이거 끝나고 제가 마음 편하게 테러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유지될 수 있도록."

"알겠네, 알겠어... 하아, 빌런과 손잡은 협회장이라니. 역사가 나중에 나를 어떻게 평가할지."

"위기의 순간에 적과도 힘을 합쳐 재앙을 물리친 성군으로 기억하지 않을까요?"

"...그랬으면 좋겠구만."

웃으면서 슬쩍 그렇게 말하는 이설아의 말에, 협회장은 손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어쨌든, 마침내.

이제 협회쪽에서도, 이렇게 본격적인 준비가 시작되었다.

***

회담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나는 조용히, 해가 져 어두운 밤하늘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대한민국은, 이걸로 됐겠지만.'

역시 이번엔 해외가 문제다.

비록 월광교의 모든 전력이 한국에 집중되긴 하겠지만, 그래도 당연히 다른 나라들에도 게이트들은 열리겠지. 물론 내가 금방 닫는다면 피해가 원작처럼 어마무시하진 않겠지만, 어느 정도는 있겠지.

사실, 내가 우리나라를 이렇게 지키는 것도 스타더스 때문이였지만.

'그래...'

해외가 개판나면. 당연히 우리나라에도 영향이 가겠지. 그런즉슨, 다른 나라들도 어느정도 대책을 세워놔야 된다는 소리.

그리고 그건, 당연히 국제 협회의 일이겠지.

"카테달이... 곧 열리지?"

잠시 일정을 떠올려본 나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이제, 뿌린 것들을 수확할 때가 되었다.

ep.260

각 나라에서 제일 영향력이 큰 빌런연합.

그리고 그런 빌런연합들의 수장들끼리만 모여 개최하는, S급 빌런 회의 카테달.

시간이 지나고, 또 개최의 날이 다시 찾아왔고.

셀레스트의 주도하에 거룩한 상당에서, 거대한 샹들리에 아래 원탁에서 이루어지는 정보 공유의 회의. 그것또한 언제나처럼 이루어졌다.

여느때와 다름없는 평범하다면 평범한 회의였다.

내 차례가 오기 전까진.

화르르

거대한 원탁의 중앙.

그곳에서는, 수많은 도시들이 불길과 괴수들에 사로잡혀 멸망하는 모습이. 홀로그램으로 떠있었다.

"...그리고 여기까지가, 제 얘기입니다."

그렇게 영사기로 띄운 재앙의 관측도를 멈춘 나는, 거기까지 말한 뒤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회의장은 이내, 또다시 갑작스런 무거운 침묵으로 가라앉았다.

...

이내 모두가, 생각을 갈무리 할 수 있을 정도의 시간이 흐른 무렵.

"이해가 안되는군."

저쪽 한쪽편에서, 그런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누군가 하고 보니, 금빛으로 빛나는 단안경을 낀 노신사의 말.

이탈리아의 S급 빌런이었나.

이해가 안된다며 중얼거린 그는, 이내 내쪽으로 눈을 똑바로 한 채 말했다.

"그깟 괴수들 때문에 도시가, 아니 나라들이 멸망한다고? 협회가 그렇게까지 밀릴 것 같지도 않고. 자네, 너무 큰 비약을 한게 아닌가?"

진심으로 이해가 안간다는 듯, 내게 그렇게 묻는 그.

충분히 할 수 있는 생각이었다.

여기있는 이들 모두, 한 나라에서 제일 강한 빌런들.

산을 베고, 전력을 다하면 도시 하나는 쉽게 멸망시킬 수 있으며, 무력으로 따지면 나따위보단 훨씬 강한 그들.

그렇기에 이들은 모두, 스스로의 강함에 대한 절대적인 자신감을 가지고 있으며.

그런 자신들과 맞서 싸울정도로 강한 히어로들의 능력을, 결코 과소평가하지 않는다.

그래서 오히려 그들은 내가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없던 것이다.

그런 히어로들이 떡하니 버티고 있을텐데, 뭐? 나라가 망하고 지구가 멸망 수준까지 가? 무슨 음모론이 아닌가.

내가 말한대로 괴수들이 쳐들어와도, 히어로들이 이기지 않을까. 이런 이야기.

그리고 나는, 그런 희망적인 이야기 따위는.

미소를 지으며 부정할 수밖에 없었다.

"아닙니다."

"...."

"제가 말씀드렸다시피, 이 괴수들이 무서운건 단순히 이들이 강력해서가 아닙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한번 영사기를 틀었다.

그렇게 하얗고 동그란 영사기가, 원탁 중앙에 홀로그램을 쐈고.

그 중앙엔, 수많은 괴수들이 개미때처럼 줄지어 있는 모습이 떠올랐다.

"이 괴수들이 위협적인 이유는 크게 세가지입니다."

"첫번째는 물량. 제일 큰 문젭니다. 정말 압도적인 숫자의 괴수들이, 한번에 한날한시에 튀어나올겁니다."

"아무리 뛰어난 히어로들이여도, 이들로부터 많은 지역들을 전부 막아서긴 힘들겠지요. 특히 이 게이트는, 사람이 많은 지역일수록 더욱 많이 생성된다 하니까요."

"그리고 두번째는, 이들의 연속성입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 영사기의 영상을 바꿨다.

그러자 보이는, 침공당하는 도시들.

그리고 마치 시간이 가속하듯,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의 모습. 그러나 한쪽 구석에 계속 보이는 불길한 게이트들.

"이 괴수들의 공격은, 하루만에 끝나진 않을겁니다. 아마 3일, 일주일. 길면 한달까지 계속. 저 게이트란 통로로 이계의 침공자들이 넘어오겠죠."

"그리고 인간들과 달리, 저들은 지치지도 않을겁니다. 전부 끝없는, 새로운 개체들일테니."

이미 거기까지 말했을때, 원탁에 둘러앉은 이들의 표정은 별로 좋지 않았다.

당연하지. 제 아무리 빌런들이여도 멀쩡히 잘 살다가 세계가 망하게 생겼다는데 좋아하게 생겼나. 다들 어느 연합의 지도자이고 가장일텐데.

"세번째는 바로, 이들중 몇몇 특수한 개체들. 제가 붙이길, 보스급 괴수들의 문제입니다. 개중에는 영혼을 빨아드리는 이부터 모든 능력을 무효화하는 놈등, 일반적인 능력자들과는 다른 특이한 괴수들이 있답니다. 역시나 또 문제는 이들의 수도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

"...알겠다. 알겠네."

그렇게 내 말을 듣던 노신사는, 그만 얼굴을 찡그린 채 자신의 이마에 손을 짚고 기댔다.

아무래도 슬슬 머리가 아파오는 모양.

그리고 그건, 원탁 내 모두의 표정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래도 듣고 넘기기에는, 지금까지 내가 풀었던 정보들을 전부 맞췄던 전적이 있기에.

시간여행 능력자의 존재부터, 프랑스에 처음으로 생긴 포탈도 내가 이미 예측했었다.

특히 그 포탈건이 이어지고 이어져, 지금의 일이 된거고.

이미 내가 말을 해줬기에 슬슬 대비중이던 카타나와 리 샤오펑, 아틀라스는 다 덤덤한 표정이었지만. 남들은 당황스럽겠지. 갑자기 몇개월후에 지구 거의 망할듯 이러고 있으니까.

물론 몇몇은 여전히 믿지 않는 표정이었지만, 다들 얼굴 속에 희미하게 불안감이 엿보였다. 지금까지 내가 했던 말이 다 그랬듯, 저 구라같은 말이 진짜면 어떡하지?라는 불안감이.

"그래서..."

그리고 그때.

내게 처음으로 의문을 제시한 노신사는, 나를 보며 탁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서, 뭐 어떡하자는건가? 망하는걸 구경하자는건가."

그래. 이런걸 물어줘야지. 고맙다.

"글쎄요. 뭐... 각자가 알아서 판단할 일이겠습니다만."

거기까지 말한 나는, 잠시 목을 축인 뒤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일이 잘 풀린다면 3일. 또는 일주일 안에, 이 일이 끝날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아마 사건이 일어나면, 지금은 보이지 않는 대책이 나오겠지요. 저도... 그리고 아마 다른 분들도, 생각이 있을테니까요."

나는 그렇게 말하며 셀레스트 쪽을 힐끗 봤다.

여전히, 눈을 감은채 표정에 미동하나 없는 그녀.

딱히 셀레스트의 반응이 궁금해서 본건 아니였다.

그냥 다른 이들에게, 셀레스트의 존재를 상기시키는 메세지일뿐.

"하여튼, 그렇게 된다면 결국 제일 큰 타격은 재앙 발생 첫날 입게될 겁니다. 미처 대비하기도 전, 갑작스럽게 대규모 침공을 받게 되면 각 나라들의 주요 대도시들이 뭘 하기도 전에 폐허가 될테니까요."

"그러니, 결국 중요한건 첫날 이들의 공습을 막는게 아니겠습니까?"

그래.

내 말은 두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첫번째. 좆되고 싶지 않으면 각국 협회나 히어로들에 게 침공사실을 넌지시 알려라. 물론 비밀리에. 배후가 누구일지 모르니.

두번째. 니들도 공습 첫날 좀 도와라. 테러도 할 도시와 상대할 시민들이 있어야 하지, 다 박살나고 죽었는데 뭘 할래?

"...."

그런 내 말에, 다들 굳은 표정으로 고심하는 얼굴이 되었다.

그래.

사실 내가 이렇게 나설 수 있는 것도, 이곳이 카테달이기 때문.

카테달. 세계 각국의 빌런 연합들 중 제일 세력이 큰 곳의 수장들이 모인 곳.

그런만큼, 다들 머리가 돌아가는 이기도 하고..

제일 큰건, 이들의 목적은 '멸망'이 아닌 '정복'이다.

세계멸망을 바라는 또라이들이면 오히려 이 상황을 즐길수도 있겠지만, 여기 있는 빌런들 모두는 각자의 나라를 지배하고 싶은거지 망하고 하게 싶어하는게 아니기 때문.

당장 카타나만 해도 자국 정복이 목표였고, 리 샤오펑도 마찬가지. 다른 이들도 거의 비슷하다. 특히 아틀라스나 셀레스트 급이 되면 세계 정복으로 꿈이 커진다.

그리고 이들은, 멀쩡한 세계를 갖고싶은거지. 반쯤 망해서 폐허가 된 세계를 갖고 싶은게 아니다. 그거 가져서 뭐하게.

원작에서도 실제로 월광교 재앙 이후 많은 나라들을 빌런이 먹었지만. 그들은 딱히 행복하지 않았다. 그랬으니까 원작에서도 재앙 이후 중반부터 협회랑 카테달이랑 협력해서 괴수 청소 나섰지. 너무 늦었지만.

어쨌든, 모두의 고뇌에 찬 표정을 보며. 마지막 입을 열었다.

"그럼."

"제 얘기는 여기까지 입니다."

남은 것들은... 니들 알아서 해라!

그렇게 내 발언시간이 끝났고.

대단히 우연히도 내가 셀레스트 쪽 가까이, 옆자리에 앉아있던 덕에. 내 정보공유 이후 회의는 금방 끝났다.

그리고 나는, 셀레스트가 회의를 파하자는 말이 나오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빠르게 사라지기 위해.

"...."

그리고 그러던 중.

내 옆쪽에 앉아있던 셀레스트와, 눈이 마주친 듯한 기분이 들었다.

...기분 탓이겠지. 그녀가 눈을 뜰리가 없으니.

하여튼 그렇게, 나는 다시 내가 온 복도로 걸어갔고.

그런 내 곁을, 어느새 따라온 리 샤오펑과 카타나가 각자 내 오른쪽과 왼쪽편에 서서 따라왔다. 그리고 아틀라스는, 그런 내 뒤에서 다른 이들을 막듯 따라왔고.

그리고 우리는 이내, 각자의 편지를 찢고 다시 원래 집회 장소로 돌아갔다.

좋아. 카테달의 건도 끝났다.

이제 우리나라 말고도, 어느정도 대비가 되겠지.

이걸 위해서 카테달에 들어온 것도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내가 그런 생각을 하던 그때.

옆에 서있던 카타나가, 내게 묻는 소리를 들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에고스틱씨. 그런데..."

"네?"

"어째서, 저들에게는 재앙이 사흘에서 한주정도 걸린다고 말하신 건가요? 저희에겐 아마 하루면, 그 재앙도 끝날 수 있을거라 하셨으면서."

"아 그거야, 당연히..."

만약 하루만에 끝난다고 하면,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거든.

어차피 하루면, 나라가 좀 무너져도 복구시키기 쉬울테니까. 이 기회에 히어로들을 전부 담궈버리자... 라는 그런 큰일날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힘의 균형은 유지되어야 한다고. 좀 오래걸린다고 해야, 협력을 할 생각을 하겠지. 적어도 원작에선 그랬다.

"하여튼, 이제 다들 알아서 준비하겠죠."

난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래, 이정도면 빌런 신분으로 최선을 다했다. 카테달에 들어가, 여러 정보로 신뢰를 쌓은뒤. 그 신뢰를 기반으로 재앙을 예측해, 모두가 내 말을 믿게 하였다.

이제는 정말, 일이 일어난 후에 하늘에 달렸다.

"...슬슬 가을이군요."

나는 옆에 의자에 앉으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가을이 지나, 겨울이 오고.

한 해가 끝날 때 쯤이 되면.

원작을 송두리 채 바꾸었던, 그 날이 오겠지.

모두가 죽어나가고 세계가 무너지던 그 날이.

내가 이 세계에 떨어진 순간부터, 제일 경계했던 그 날이.

"이제 기다립시다."

준비가 끝났으면, 기다려야지.

아마 이제부터는 시간이 정말 훅훅 갈거다. 원래 시험도 임박했을때 시간이 잘가듯, 이것 또한 그렇겠지.

...내가 스타더스한테 할 다음 테러가, 재앙 전 마지막이겠구만.

나는 조용히, 그런 생각을 했다.

월광교 재앙의 날.

사건 발생까지 남은 시간, 세달.

ep.261

"벌써 슬슬 날씨가 쌀쌀해진단 말이지..."

불타도록 덥던 여름이 지나고, 슬슬 가을이 되던 날.

우리 에고스트림 멤버들은 다들 언제나처럼 분주히 일하고 있었다.

주로 하는 것은 능력 강화 훈련 및 대련.

"....아니, 우리가 히어로야? 무슨 나라 지킨다고 이 난리를 쳐야해..."

물론, 툴툴거리는 우리 서자영같은 애도 있었긴 했다.

나무 위에 눕듯이 걸터 앉은 채, 허공에 보라색 도깨비불을 둥둥 띄우곤 나른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는 그녀.

"어허. 빌런도 테러할 땅이 있어야 빌런일을 하지. 다 테러의 일환이야 일환."

"...헤. 스타더스 때문에 그러는게 아니라?"

"...허?"

눈을 가늘게 뜬 채 미소지으며 난데없이 일침을 날리는 그녀의 모습.

그렇게 당황...이 아니라 황당했던 내가 항변을 하려고 막 할때.

저쪽편에서, 최세희가 땀을 닦으며 걸어왔다.

"뭐야? 서자영 또 징징거리고 있었어?"

"...징징거린게 아니라, 합리적인 의문을..."

그렇게 서자영이 뭐라하기도 전에, 최세희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야, 막상 지구에 괴물들 쏟아져서 걔네 다 쓸어버리면 재밌지 않겠냐? 생각해봐, 손짓 한번에 번개에 튀겨 휩쓸려나가는 놈들의 모습을..."

흥분된다는 듯 한손은 올린 채 그렇게 말하는 최세희의 손에는, 자기도 모르게 노란 전기가 지직거리고 있었다.

"...확실히, 그건 재밌을거 같기도 하고."

그리고 그제서야, 살짝 흥미가 간다는 듯 흐느적 거리는 그녀.

그리고 그런 서자영을, 최세희가 번개를 번쩍이며 나무 위로 올라가 그녀의 후드를 붙잡고 일으켜세웠다.

"그러니까, 쩨지말고 가자."

"으에에에에에..."

"다인아, 얘 다시 데려간다?"

"어. 빨리 데려가줘..."

그렇게 훈련장을 탈주한 서자영은 다시 최세희에게 잡혀 끌려갔다고 한다.

이제 월광교 종말 시나리오도 머지 안남은 상황.

서은이의 원수인 한은그룹을 박살냈듯, 은월이의 원수인 월광교도 박살낼 때가 온 것이였다. 그런만큼 우리 에고스트림 멤버들도 만전을 가하고 있고.

그중에서도 역시 제일은, 스타더스를 잡겠다며 혼자 기계공학을 극한까지 연구해 파괴병기를 벌써 만들어버린 서은이였다.

"서은아, 뭐하고 있었어?"

"오빠!"

새하얀 인간형 로봇의 머리부분 조종석에서부터 하얀 단발머리를 휘날리며 내려오다, 날 보더니 그렇게 말하는 그녀.

그렇게 지상에 착지한 서은이는, 날 향해 달려왔다.

"어때요. 생일에도 훈련을 하는 제 모습!"

"대견하지, 대견해."

"에헤헤..."

그렇게 내가 자연스럽게 쓰다듬어주자, 웃으며 위를 올려다보더니 핫- 하고 놀라며 떨어지는 그녀.

"흐음, 흐음. 이번 한번만 봐주도록 할게요. 어른의 마음가짐으로. 이젠 저도 어른이니까!"

당당하게 말하는 우리 서은이.

그래. 오늘부로 생일이 지나서, 서은이는 당당하게 법적으로 성인이 되었다.

...처음 만났을때, 그때는 애였는데. 지금 벌써 그 꼬맹이가 어른이라고 하니 뭔가 좀 감격스러운 기분. 뭔가 뿌듯하기도 하고, 복잡미묘한 기분이였다.

...이 세계에서, 내가 처음으로 인연을 맺은 사람이 서은이기도 하니까.

"그래. 서은아, 이제 슬슬 끝났으면 밥먹으러 가자. 오늘의 주인공인데."

비록 요즘 바쁘지만, 서은이가 그토록 기다리던 성인이 되는 첫 생일인데. 당연히 저녁 정도는 시끌벅적하게 성대히 열어야지. 나도 수빈씨와 함께 요리를 도왔다. 거의 다 서은이가 좋아하는 메뉴로.

"네 오빠. 헤헤."

하여튼, 나를 향해 방실방실 웃으며 그렇게 답하는 그녀에겐.

...처음 만났을때 차가운 표정으로 적대하며 경계하던, 자기를 남자라 우기던 그 상처받은 아이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때, 서은이를 찾아가기로 결심해서. 참 다행이다...라고, 난 늘 생각하고 있다.

그렇게 나와 서은이는, 뻥 뚫린 커다란 연구 공장을 단 둘이 가로질러 걸어갔다.

...거리가 얼마 안되긴 하네. 그냥 같이 순간이동 할까?

내가 그런 생각을 하던 그때.

"오빠."

문득, 서은이가 빙그레 웃으며 내게 말을 걸었다.

"왜?"

내가 그렇게 말하며 힐끗 옆을 보자, 여전히 미소지으며. 내 눈을 안마주진 채 걸으며, 그녀는 입을 열었다.

"그냥... 저도 이제 미성년자도 끝났고. 어른이고 하니까, 이렇게 둘만 있을때 오빠한테 꼭 말하고 싶은게 있어서요.

"뭐가?"

"지금까지... 키워주셔서 감사해요."

나를 향해 싱긋 웃으며 그렇게 말하는 그녀.

"...내가 뭘 한게 있다고. 너가 혼자 알아서 잘큰거지."

내가 피식 웃으며 그렇게 말하자, 뜻밖에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하는 서은이.

"아니요. 전 오빠가 없었으면... 아마 지금이랑은 많이 달랐을거예요. 분명."

쓴 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

순간 원작의 서은이가 오버랩 된 내가, 쉬이 할 말을 찾지 못할때.

서은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웃는 얼굴로 돌아와 나를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오빠. 고마워요. 저와 함께해주셔서. 그토록 오빠를 밀어내던 저를, 끝까지 함께 붙잡고 가주셔서. 오빠가 없었다면, 아마 지금의 저도 없었을거에요."

...이제 어른이 되었다고 작심한듯, 지금까지 그녀가 가슴속에 담아뒀던 걸 털어놓는 서은이의 모습.

진심을 담아, 내게 그렇게 말해주는 그런 그녀의 모습에.

내 표정이, 순간 흔들렸다.

"...."

투명한 눈동자로, 나를 향해 똑바로 부딪치며 말해주는 서은이를 보자.

스치는, 예전에 기억들.

잠시 예전에 추억에 잠긴 나는.

...나는, 나도모르게. 아마도 처음으로.

내 진심을, 그녀에게 말했다.

"...나도, 고마워. 서은아."

"네?"

"사실, 너랑 처음 만나기 전에. 나도 많이 힘들었었거든."

나는 공장의 한 쪽 벽면을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그래. 그때, 힘들었었지.

이 세계에 떨어지고. 아는 사람은 한명도 없지. 받은 능력은 쓰레기같지. 세계관은 개판이지. 그냥 다 포기하고 싶은 심정이였다.

"근데... 널 만나고, 친해지면서. 나도 큰 힘이 됐었어. 너랑 친해지려고 노력하고... 같이 대화하고. 그러면서."

그런 내가, 억지로라도 무엇을 해보기 위해.

마음을 다잡고 제일 처음으로 한게, 서은이와 친해지는 거였다.

처음부터 공략 난이도가 거의 최상급인 서은이부터 설득하려고 해서인지, 문전박대도 많이 당하고. 고심도 많이 했지만.

오히려 그 일에 몰두해서인지, 다른 생각을 지운 채 점차 이 세계에 적응할 수 있었고.

이내 조금씩 그녀와 친해지며.

서로 점점 마음을 터놓으여, 겉으로는 츤츤거리면서도. 은근 내 마음을 살피며, 점차 조금씩 다가와주는 그녀가. 얼마나 큰 위안이 됐는지 모른다.

...내가 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빌런을 죽이고. 그러니까. 사람을 죽이고.

나도 모르게 충격과 약간의 우울함에 빠져있을때, 슬며시 다가와서 진심으로 걱정하며 아닌척 조용히 위로해주던 그녀가. 얼마나 큰 힘이 됐는지 모른다.

그리고 늘, 내 곁에서 지지해주던 서은이덕에.

그렇기에 나 또한, 여기 이렇게 서있을 수 있었다.

"나도 고마웠어."

내 그런 말에, 서은이는 웃으며 말했다.

"그럼 저희는, 서로 고마워하는 사이인거네요?"

"그렇네. 하하."

...뭔가 말하고 나니 좀 부끄럽네.

갑자기 그 꼬맹이같던 서은이가 어른이 됐다는 느낌에, 그녀의 진심어린 말을 듣고 너무 감성에 젖었었나.

그렇게 내가 뒷목을 긁적이며 이제 그만 갈까?라고 말하려던 와중.

서은이는, 그렇게 앞으로 걸어가려던 내 소매를 살짝 붙잡았다.

"오빠."

"응..?"

그렇게 잠시 나를 붙잡은 뒤, 뒤를 돌아본 내 눈을 빤히 미소지으며 올려보는 그녀.

...서은이, 키가 정말 생각보다 많이 컸구나. 내 턱 밑까지 쫓아오려 할 정도로.

내가 새삼스럽게 그렇게 생각하던 그때.

잠시 고민하던 표정을 짓더니, 이내 씨익 웃은 그녀는 내게 툭 말했다.

"...됐어요. 원래는 성인 되자마자 말하려 했는데... 오빠가 당황할 수도 있으니, 이건 나중에 말할게요."

"뭔데?"

"아무것도 아니예요. 하여튼, 이것만 기억해 주세요."

거기까지 말한 그녀는. 잡고있던 내 팔을 놓고 뒤로 한걸음 물러서더니, 뒷짐을 진 채 상채를 내쪽으로 기울이며 속삭이듯 말했다.

"...뭐가 됐든 절대 포기 안할거니까."

"전 늘, 오빠의 곁에 있을거라는 걸요."

그렇게 하얀 단발머리를 뒤로 넘기며 눈웃음치며 말하는 서은이의 모습은.

내 기억보다, 훨씬 어른스러워서.

나는 나도 모르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자! 어쨌든 이제 그만 가요! 제 생일상이 위에 있다는거죠?"

거기까지 말한 그녀는, 혀를 내밀고 메롱을 날리더니 신난 표정으로 먼저 앞장서서 걸으며 말했다.

"....하하. 그래. 빨리 가자. 늦겠다."

"네!"

그렇게 밝은 표정을 짓는 서은이를 보며, 나는 피식 웃곤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내 곁에, 늘 있을거다라...

'과연, 내가 끝에서 가서도 서은이의 곁을 지켜줄 수 있을까.'

나는 나도 모르게 씁슬한 미소를 삼키며, 발을 내디뎠다.

지키기 위해선.

곁에 없어지는게,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될 수도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겠지만, 과연. 마지막 순간까지 그녀의 곁에 있어줄 수 있을지. 그런 의문을 가진 채.

그런 생각을 하며, 난 서은이와 함께 자택으로 걸어갔다.

***

그렇게 서은이 케이크 커팅식도 하던, 성년기념 생일도 막을 내리고.

이제는 어른이라며 잠도 안자고 일을 2배로 하고있는 그녀 덕에, 계획의 준비는 점차 완성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전에.

"...."

이제는, 재앙 전 스타더스의 마지막 실력 점검을 위한 테러를 할 차례.

테러는 재앙 이후에도 계속 하겠지만 일단은.

아마도, 올해의 마지막 테러를 하기위해 난 발걸음을 옮겼다.

그를 만나고.

방송을 키고

가자.

그렇게, 나는 밖을 향해 발을 내디뎠다.

테러를 하러.

****

"스타더스씨!"

"네. 무슨일이죠?"

"서, 서울 상공에 거대한 불타는 붉은 용이 나타났습니다!"

"...또 용이요?"

거기까지 말한 그녀는, 순간 무언가 스치는 생각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고.

그와 동시에.

지직.

그녀의 사무실에 벽면에 걸려있는 티비가 켜지며.

그립고도 익숙했던, 그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안녕하십니까 대한민국의 시민 여러분. 에고스틱입니다!]

ep.262

"안녕하십니까, 대한민국의 시민 여러분. 에고스틱입니다!"

*

[망끼얏호우~! 망끼얏호우~! 망끼얏호우~! 망끼얏호우~! 망끼얏호우~! 망끼얏호우~! 망끼얏호우~! 망끼얏호우~ 망끼얏호우~ 망끼얏호우~ 망끼얏호우~ 망끼얏호우~ 망끼룩끼룩~ 망하하하하하 망고고고고고고]

[이제는 ㅅㅂ 에고스틱 방송 떴다하면 채팅창 곱창나면서 시작하네ㅋㅋ]

[망하 망하]

[이미 하늘에 빨간용 보자마자 망고가 뭔가 했구나라고 생각했으면 개추ㅋㅋㅋㅋ]

[내일 시험인데 방송 보고있다 아 내일 죽어도 에고스틱 방송은 봐야지 ㄹㅇㅋㅋ]

[시청자수 순식간에 몇만명이냐 지금 ㅅㅂㅋㅋ]

[오늘도 대한민국을 흔드시는 그저 GOAT 감사합니다]

[망고펀치! 망고펀치! 망고펀치! 망고펀치!]

*

서울의 한 도심.

나는 그곳 건물 위에서, 팔을 활짝 벌린 채 미소지으며 방송을 켰다.

여전히 열광적인 사람들의 반응. 흥을 좋아하는 민족이라 그런지 테러마저 좋아하는 이들의 모습에 감동의 눈물이 나왔다.

하여튼, 이게 중요한게 아니고.

나는 빠른 진행을 위해, 내 뒤에 서 있는 리 샤오펑을 바로 내새웠다.

"네! 오늘은 아주 스페셜한 게스트를 모셔봤는데요. 바로 중국의 S급 빌런이자 빌런연합 화룡의 대표이신, 제 친구인 리 샤오펑입니다!"

".....흠. 반갑다."

그의 등장에, 뜨거워지는 채팅창.

*

[???????????????]

[망고가... 방송에 남자를 대리고 와?]

[갈!!!! 이건 내가 아는 망고스틱이 아니야!]

[에고스틱 뱅송에... 여자가 안나온다? 초심 ㅇㄷ?]

[이런건 현실이 아니야아앗]

[이제는 하다하다 남자마저 기어코 꼬신 망고스틱... 그는 도대체]

[당신 누구야! 에고스틱 아니지?]

[ㅅㅂ 처음으로 남자 동료 대리고 오니까 채팅창 발작났네ㅋㅋㅋㅋㅋ]

[처음으로 남자동료(데스나이트 눈물)]

[너희들... 데식이를 잊은거야? 걔도 남자였다고ㅠㅠ]

[솔직히 저번 삼국연합 때부터 예상하긴 했음ㅋㅋ]

*

"...."

...중요한건, 어. 뜨거워지는게. 중국의 그 유명하고 영향력있는 S급 빌런 수장을 대리고 왔다고 뜨거워진게 아니라. 무슨 동료의 성별이 남자인 거에만 집중하며 뜨거워졌다...

아무래도 이 사람들, 다들 정상이 아니야.

하여튼 뭐. 사실 시청자들의 반응이 중요한게 아니였다.

오늘 테러에 방송을 킨건, 컨텐츠용이 아닌 단순히 스타더스의 중간챕터 전 마지막 실력 측정을 위해서니.

물론 나와 리 샤오펑의 유대를 더 널리, 국제 사회에 알리기 위해 그런 것도 있는데. 그건 이미 그가 한국에 직접 온 것만으로도 기사가 쏟아질 테니까.

그렇게 난, 곧바로 핵심으로 들어갔다.

"하여튼 여러분! 다들 서울 상공에 둥둥 떠다니는 거대한 붉은 용 보이시죠?"

*

[ㅇㅇ 개잘보임]

[붉은 용 푸른 용 그사이 펼쳐진 망고스틱]

[아 저번엔 서양용이더니 이번엔 동양용이냐고ㅋㅋ]

[대한민국에서 드래곤 퍼레이드가 벌어지고 있어요]

[이미 사진찍어서 인스타에 인증 쏟아지는중ㅋㅋㅋ 벌써 용 떠있는 곳 아래 핫플 됐다던데]

[ㄱㅊ 사람들 요즘 위기의식 빠릿해서 불한번 뿜ㅇ어주면 다들 흐엣하면서 사방으로 도망감]

[ㅅㅂㅋㅋㅋㅋㅋ]

*

"하여튼, 스타더스씨? 부디 와주시길. 혹여나 늦으시면, 저 불타는 용이 아래의 도시를 향해 불길을 뿜기 시작할겁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며, 내 앞에 하늘 위에 유유히 떠있는 커다란 붉은 동양의 용을 가르켰다.

크기도 크고, 길이도 엄청 길고, 온몸은 무슨 피닉스마냥 불타오르고 있는게 굉장히 쎄보이는 모습.

저게 바로 리 샤오펑이 중국을 재패할 수 있던, 그의 알파이자 오메가. 능력으로 탄생한 '화룡'이다.

*

[서울 상공을 나는 파이어 드래곤ㄷㄷ]

[파이어 드래곤 크롸롸롸롸하고 울듯]

[저게 그 유명한 화룡임? ㅅㅂ 이걸 내 눈으로 직접 보게될 줄은 몰랐네ㅋㅋㅋ]

[대한민국에 앉아있으면 세계 모든 빌런들의 테러를 감상할 수 있다? 앉아서 세계속으로 더 에고스틱 쇼ㄷ]

[火龍涼爽的~~~~~]

[그래서 이 조합은 뭐냐? 불타는 망고? 파이어망고?]

[스타더스는 가만히 한국에만 있는데 지구촌 빌런들 다 상대하는거 좀 웃기네ㅋㅋㅋ 힘을 내줘요 별먼지~~~]

*

하여튼 그렇게 자기들끼리 떠들석한 시청자들을 내버려두고.

내가 잠시 방송 화면을 돌린 채, 리 샤오펑을 돌아왔을때.

"역시... 그런건가."

그는 혼자 무언갈 중얼거리고 있었다.

"가볍고 재밌는 태도로 테러를 마치 예능처럼 보이게 둔갑시켜, 민중의 호감과 지지를 얻는다라. 영리하군. 영리해..."

"저, 리 샤오펑씨?"

"흠? 아, 실례했군요. 잠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내 말에, 생각을 멈춘 뒤 나를 돌아보며 그렇게 말하는 그.

...수상하다, 수상해. 뭐 이상한 말을 하고있던건 아나겠지.

하여튼, 나는 리 샤오펑에게 다시한번 당부했다.

"리, 아셨죠? 절대..."

"스타더스를 필요 이상으로 상처입히지 않고, 도시도 파괴하지 않고. 하하, 이해했습니다. 걱정마시길, 제가 어찌 친우의 부탁을 잊겠습니까?"

슬며시 미소지으며 그렇게 대답하는 그.

...그래, 너무 의심하지 말고 믿어볼까. 어차피 혹시나 해서 장치도 다 세팅해 놨으니까.

내가 그런 생각을 할 때쯤.

"...벌써 도착했군요."

저 한쪽편에서, 금발 머리를 휘날리며 한 히어로가 날아오고 있었다.

누구겠어, 당연히 스타더스지.

"리 샤오펑씨, 준비됐죠?"

끄덕.

짧게 고개를 끄덕이는걸로 대답을 대신 한 리 샤오펑은, 이내 손을 앞으로 원을 그리듯 회전시키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크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괴성을 내뿜으며, 하늘에서 움직이기 시작하는 붉은 용.

그리고 그제서야 도망가는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나는 그에게 짧게 말했다.

"부탁합니다."

"예."

그렇게 리 샤오펑이 움직임과 동시에.

난 곧바로, 그곳으로 순간이동 했다.

"오빠!"

"어, 서은아. 줘봐."

테러가 일어나고 있는 곳, 그 근처에 놓여진 숨겨진 컨테이너.

허름한 겉면과는 다르게 안에는 온갖 첨단장치들과 모니터가 즐비한 그곳에서, 나는 서은이가 건내준 해드폰을 집어 쓴 뒤, 모니터 앞에 앉았다.

위이이잉. 돌아가는 무슨 소리와 함께.

모니터에 보이는, 스타더스와 붉은 용의 모습.

그리고.

[예상 바이탈 지수]

[현재 초당 속력]

[현재 위력 추정치]

[이동 궤적]

...

그 옆의 모니터들에는, 스타더스의 현재 몸 상태와 피로 지수를 대략적으로 계산할 수 있는 온갖 장비들이 띄워주는 표들로 가득했다.

그래.

이번 테러의 목적은 단 하나. 지금의 스타더스가 월광교 재앙에 등장할 '그 괴수'를 상대할 수 있는 상태인가. 그걸 다시한번 정확히 체크하기 위해서.

그렇기에 이번 싸움을 통해, 스타더스의 몸 상태를 정확히 파악해야했다. 테러를 오직 이걸 위해 일으킨거니.

"스타더스..."

당신의 실력을, 한번 보여주시길.

난 그렇게 생각하며, 싸움에 집중했다.

지금, 대한민국의 명운을 건 전투의 청사진이 이곳에서 펼쳐지려 하고 있었다!

***

그리고 그 시각.

"...."

스타더스는, 심기가 불편했다.

요즘들어 에고스틱이 일으킨 테러라 해놓고, 어째 에고스틱 그의 모습은 안보이고 늘 다른 빌런하고만 싸우는 느낌.

...물론, 딱히 에고스틱이 보고싶다던가. 그런건 물론 아니였지만!

그래도 자기가 불렀으면, 응. 얼굴이라도 한번 보고 가야하는거 아니야? 어떻게 도착하자마자 처음보는 외국인이랑 둘이 내버려두고 갈 수 있어.

화르르르르르르르

"칫."

스타더스는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화염을 피했다.

허공에서 몸을 비트는, 무슨 거대한 불붙은 이무기가 자신을 공격하고 있는 상황.

그녀도 해외 소식을 보는만큼, 이 빌런에 대해서는 알고는 있었다. 이것과 싸울 날이 올거라고는 상상을 못해서 그렇지,

'...대체, 어딜 때려야 하는거야?'

전신이 다 불타고있으니 어딜 공격해야 할지도 애매한 상황.

그나마 얼굴에는 불이 안붙은걸 보면, 그쪽을 공격해야 할 것 같기는 한데...

"하아."

[키라아아아아아아아아-!]

"으으..."

무슨 모바일 게임에서나 나올법한 거대한 용 괴수의 공격을 또 빠른 속도로 피하며, 그녀는 머리쪽을 공격할 대책을 생각했고.

그렇게 대치상태로 시간이 꽤 지났다.

...어째, 저번에 상대했던 그 하얀 용이랑 비슷하기도 해서 은근 할만한 싸움이였다. 다만.

'...뭔가, 이상한데.'

저 용.

저 용을 보며, 그녀는 무언가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뭐지, 이 싸운다기 보단 시험을 치르는 듯한 기분은..?

수많은 전투를 치룬 그녀였기에, 느낄 수 있었다.

저 용이. 분명, 그 리 샤오펑이라는 인물이 조종하고 있을 용이... 굉장히 조심스러운 컨트롤을 보여주고 있다는 걸.

'...이상해.'

또다시 아슬아슬하게 스치는 용의 불길을 피하며, 그녀는 또 그런 생각을 했다.

한번은 오른쪽에서 공격이 들어오더니, 그 다음엔 왼쪽. 다음은 중앙. 기습을 하는가 싶더니, 그녀의 반응만 확인하고 용이 더이상 공격을 하지 않질 않나.

명백히 이상했다.

'...대체 뭐지?'

그런 의문을 품으며.

그녀는 그렇게, 자기도 모르게 직감적으로 모든걸 읽고있었다.

ep.263

"흐음..."

대한민국 상공.

뜨거운 불에 휩싸인 거대한 용이, 크롸롸거리며 하늘을 날고 있는 상황.

그 위에서 스타더스는, 놈의 불길을 우아하게 피하며 공세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이에 그 모습을 실시간으로 지켜보고있던 사람들은, 당연히 자신들의 히어로의 멋진 모습에 열광했다.

*

[스타더스 너무 멋짐ㅋㅋㅋㅋㅋㅋㅋㅠㅠㅠㅠ]

[별먼지펀치! 별먼지펀치! 별먼지펀치]

[스타더스 폼 미쳤다 진짜]

[대한민국의 또다른 GOAT시여...]

[와 방금 불길 위에서 아래로 다이빙하면서 피한거 뭔데ㅋㅋㅋ 판단 무쳤네]

[대한민국의 알파가 에고스틱이면 오메가가 스타더스다 국보커플ㄷㄷㄷ]

[남자 동료마저 살리시는 방송천재 스타더스 그녀는 도덕책]

[근데 스타더스 지금 무슨 생각 하면서 싸우고 있을까?]

[적을 어떻게 상대할지 말곤 아무생각 없이 초집중해서 싸우고 있을듯ㄷㄷ]

*

그리고, 그렇게 뜨겁게 불타오르는 눈길로 적과 싸우고있던 스타더스는.

"흐음...."

'...도대체 에고스틱의 생각이 뭐지?'

그런, 전투와는 별로 상관없어 보이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저 중국 빌런 리 샤오펑이 소환한 붉은 용.

그녀도 리 샤오펑은 들어봤다. 대충 중국의 에고스틱이라 보면 될 정도로 세력이 막강하다고.

그리고 그가 화염에 휩싸여 사라지더니 움직이기 시작한게 저 거대한 불타는 이무기.

저 용이, 그가 중국에서 그정도의 위세를 떨칠 수 있게 해준 막강한 능력의 산물이라 들었다.

하지만.

'...어째, 좀 봐주고 있단 느낌이 든다는 말이지.'

그래.

그녀는 자꾸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 정확히는 뭐라고 해야할까. 의도적으로 공격을 굉장히 규칙적이게 하는 느낌..? 무언가를 시험해 보듯.

그리고 만약 그녀가 느끼는게 사실이라면.

아마 그건.

'...에고스틱이, 시킨거겠지.'

그래.

그녀는, 그런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아까부터 느껴지는.

무언가의 시선.

"...흡."

...보고있겠지?

그녀는 그런 생각을 하며, 또다른 불길을 피했다.

에고스틱이 대체 무슨 생각일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지금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있을 것이다...는 확신이, 그녀에겐 있었다.

그리고.

아마, 저 빌런의 용을 상대하는게 에고스틱과 그녀에게 있어 굉장히 큰 의미가 있을 것 같다는. 무언가의 테스트같다는. 그런 막연한 생각까지.

그렇게 그녀가 그런 생각을 이어나가던 그때.

[갸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씁..."

또다시 저 붉은 용이 날린 화염이 눈앞에 날아오자, 그녀는 황급히 몸을 날렸다.

그래.

일단 뭔지는 모르겠지만, 저 용가리를 잡으면 에고스틱이 무슨 반응을 보이겠지?

그렇게 마음먹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한쪽 입꼬리를 올린 채, 주먹을 쥐었다.

알았어. 네가 뭔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울려줘볼게.

그렇게 마음먹은 그녀는, 숨을 들이켰다.

'스타더스씨, 여기선 오른쪽으로 피하셔야 합니다!'

어쩐지, 귓가에 에고스틱이 말이 들리는 것 같다는 착각과 함께.

그녀는, 또다시 날아오는 화염방사를 피해 오른쪽으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 그렇게 자신만만해하던 그녀는, 어느순간을 기점으로 어쩐지 급격히 강해진 저 용가리 때문에 애를 좀 먹었다고 한다.

***

붉은 용이 날뛰고있는 테러가 일어나고 있는.

그곳 주변의 어느 컨테이너 안.

겉의 허름해보이는 면모와는 다르게 다양한 첨단 기기들과 모니터로 도배되어있는 그곳에서.

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헤드폰을 내려놓고 있었다.

"이정도면 됐다."

"응? 오빠, 다 끝났어요?"

"어. 이제 데이터 쓸만한 것들은 다 뽑은 것 같아."

그런 내 말과 동시에, 즉석에서 작동하고 있는 옆의 프린터.

그곳에서 뽑아져나온 종이를, 나는 물을 마시며 넘겨보았다.

주로 현재 스타더스의 심박이나, 피로도등 건강 관련 예측 지수부터 전투실력, 회피능력을 점수로 매긴 것까지.

계산된 결과가 내 손에 차근차근 들어오고 있던 것.

그리고 그걸 본 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래. 이거지..."

내가 말했잖아. 스타더스, 많이 강해졌다고.

나는 중국 용을 족치는 스타더스를 보며, 그런 애틋한 감상을 품었다.

이게 초반에 기차 하나 겨우겨우 막던 스타더스가 맞냐? 가슴이 벅차오른다...

[크르야아아아아아아!]

사실 수치를 볼 필요도 없이, 화면만 봐도 이미 감동적이었다.

푸른 하늘을 바탕으로 붉은 용이 온 창공을 불태우고 있는 와중에, 노란빛으로 빛나는 스타더스가 자신 몸집의 몇백배는 될 듯한 거대한 용과 맞서 싸우고 있는 모습.

물론 저건 테스트를 위해 리 샤오펑이 스스로의 능력 60퍼센트 만으로 만든 용이긴 했지만, 그래도 충분히 대단했다. 애초에 저 용은 정부 공식 대응법이 일 대 일로 붙는게 아니라, 다수전으로 잡는 형식이었으니까. 이러튼 저러튼 홀로 맞서고 있는 스타더스가 대단한 샘.

어쨌든 거기에, 월광교전에 있어서 스타더스의 힘은 이정도만 되도 충분하다. 결국 스타더스가 가진 특별한 힘이 핵심이기 때문에.

즉, 스타더스 몸상태는 이미 재앙에 준비가 완료됐다는 소리.

그렇기에 나는 테스트도 끝났겠다, 스타더스의 실전감각 유지를 위해 리 샤오펑에게 이젠 테스트도 아니니 실전처럼 한층 더 치열하게 싸워달라고 부탁했다.

그 결과가, 무슨 괴수 영화를 찍는 것마냥 불타는 하늘과 사방에서 들려오는 폭탄 터지는 소리고.

퍼어어어엉. 퍼어어어어엉.

아, 건물 녹았다. 저거 내가 배상해야 하는데...

뭐. 오늘도 돈 좀 쓰겠군. 원래 테러가 다 돈이지 뭐.

하여튼, 나는 그렇게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스타더스의 싸움 영상을 바라봤다. 시청자들 반응도 좋고. 음, 좋아 좋아.

내가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때.

"와... 또 나왔다. 오빠의 푼수 표정."

"...."

눈을 샐쭉하게 뜬 서은이가 나를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는 시선에, 난 헛기침을 할 수밖에 없었다.

푼수라니... 우리 서은이가 이런 애가 아니였는데. 성인이 되더니 애가 비뚤어졌어. 흑흑.

내가 그렇게 우는 시늉을 하며 서은이랑 놀고 있을때, 마침 테러도 슬슬 끝나갔다.

"음..."

원래대로라면 역시, 이대로 끝내고 난 유유히 뒷정리하고 돌아가는게 맞겠지만.

'...그래도. 스타더스 오늘 못보면, 재앙의 날 전까지는 계속 볼 일 없으니까.'

그래.

미리 가서, 마지막 격려를 해주고 와야 하는게 아닐까.

내가 아는 모든 아치에너미들은 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그렇게 행동했을 것이다. 응.

그렇게 난, 책상 위 가면을 챙겨 들며 마지막 정리를 하던 서은이한테 말했다.

"서은아. 잠깐만 기다려줘. 방송 종료만 하고 올게."

"네에. 보고 오세요."

그렇게 서은이의 허락을 받은 뒤, 나는 가면을 얼굴에 쓰며 컨테이너 밖으로 걸어감과 동시에.

스타더스가 있을 그곳으로, 곧바로 순간이동했다.

그녀에게 연말 전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서.

***

"하으..."

텅 빈 도심 아래 넓은 공터.

숨을 거칠게 쉬며 바닥에 착지한 스타더스는, 허억거리며 위를 올려다보았다.

[끼에에에에에에에엑!]

드디어 공중전투에서 그 이상한 용가리를 쓰러트린 그녀.

어떻게든 타격을 넣을 수 있는 틈새를 찾아 공격을 우겨넣은 그녀는, 마침내 그 붉은 용을 쓰러트린 것이다.

이내 허공에서 몸을 꼬더니, 울음소리와 함께 화염에 뒤덮여 스스로 뿅하고 사라진 그것.

아마 저런다고 저 용이 죽은건 아니고, 그 리 샤오펑이라는 빌런이 소환을 취소했을 뿐이긴 하겠지만. 하여튼 이긴건 이긴거였다.

...끝난건가?

그녀가 숨을 헐떡이며, 그렇게 생각하던 그때.

"수고하셨습니다!"

하늘에서 누가, 웃는 목소리로 박수를 치며 내려왔다.

"에고스틱..."

"네, 접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스타더스씨."

웃는 낯으로 망토를 펄럭이며, 이내 땅에 자신처럼 사뿐히 착지한 그.

그리고 그런 그는... 누가봐도, 확연히 웃고 있었다.

"이야, 이제는 중국의 대표 빌런까지 쓰러트리시다니. 대단한데요?"

"...대단하긴."

숨을 몰아쉬며, 에고스틱한테 할 말을 고르느라 바쁘게 생각하던 그녀가 그렇게 대충 대답하자.

에고스틱은 갑자기 진지한 표정을 짓더니, 아니라는듯 말했다.

"아니요. 대단한게 맞습니다. 저 용 이길 수 있는 히어로, 세계 단위로 봐도 몇명 없어요. 스타더스씨, 자신감을 가지셔도 됩니다. 당신은 이미 빛나는 사람이니까."

씨익 웃으며, 마치 당연한 말을 한다는 듯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하는 그.

그리고 그렇게 빛나는 눈동자로 말하는 그의 모습에, 스타더스는 순간 숨을 삼켰다.

...뭐지, 이게 새로운 정신공격 방법인가? 하루야, 정신 차려. 에고스틱의 페이스대로 놀아나면 안돼...

그래도 음, 이런 말을 면전에 들은건 처음이라, 좀. 기분이 막 날뛰는 그녀였다. 거기에 순도 백프로 진심으로 이루어진 그의 말이, 더 가슴에 와닫기도 했고.

잠깐. 내가 왜 빌런이 지가 일으킨 테러 잘 막았다고 칭찬해주는거에 이렇게 마음이 요동치는거지...? 이러면 안되는데...

그렇게 속으로 갈팡질팡하고 있는 스타더스가 자신도 모르게 멈칫한 사이, 에고스틱은 여전히 웃으며 말을 이었다.

"하여튼... 이런 얘기나 하려고 온건 아니고. 스타더스씨, 이거 하나만 기억해주세요."

갑작스럽게 그렇게 말하는 에고스틱에, 스타더스는 자신도 모르게 최대한 싸늘한 티를 담아 말했다.

"...뭔데? 나, 나쁜놈아."

빌런이라 나쁜놈이라는건지, 테러한다 해놓고 마지막까지 얼굴도 안보여 나쁘다는건지, 아니면 또 마지막에 와서 자신의 마음을 흔들기만 해서 나쁜놈이라는건지. 스스로의 마음을 잘 모르겠어서, 그렇게 삐진게 아니라 화난 티를 내며 말한 그녀.

물론, 에고스틱은 그저 씨익 웃으며 그런 사소한 호칭따위는 넘길 뿐이였다.

"다름이 아니라, 스타더스씨."

"...아마, 올해가 끝날때쯤. 뭔 일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진지한 얼굴로 그렇게 말하는 그.

그리고 그렇게 분위기를 잡는 그에 의해, 스타더스 그녀또한 진지한 얼굴이 되었다.

"...뭔 일? 너, 뭔가 알고 있는거야?"

"뭔가를 아는건 아니고... 그냥, 위험한 냄새하나는 잘맡는 악당의 직감이라고 해두죠. 하여튼."

거기까지 말한 그는, 언제 진지했냐는 듯 다시 싱긋 웃으며 뒤를 돌아 말하는 그.

"슬슬 날씨도 추워지고 하니, 스타더스씨도 건강관리 잘하시길. 히어로가 감기에 걸리면 안되잖아요."

"...잠깐. 연말에, 뭔가 있는거지?"

그렇게 말 돌리지 말라는 듯, 그의 등 뒤를 보며 그녀가 따져묻자,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돌아 그녀를 보며 웃으며 답하는 그.

"네. 뭐가 아마도 있을 것 같습니다. 무언가 큰 일이요. 아마, 그 전과 후가 달라질 수도 있을 엄청난 일이."

"뭐라고? 잠깐만, 그럼 난..."

"그러나. 지금 안다고 뭐가 달라지진 않을겁니다. 다만..."

거기까지 말한 그는.

여전히 웃고는 있었지만, 그 어느때보다 진지한 눈으로.

그녀를 똑바로 보며, 입을 열었다.

"스타더스씨라면, 하실 수 있습니다."

"그 어떤 재앙이 들이닥쳐도 지금의 스타더스씨라면. 제가 신뢰해 마지않는, 제 아치 에너미인 당신이라면. 충분히. 무엇이 와도 극복해 내실 수 있을겁니다."

그렇게 말하는 그의 눈동자에는.

한눈에 보기에도 그녀에 대한 신뢰로 넘쳐 흘러, 순간 그걸 본 그녀의 몸이 굳었다.

"...그리고, 그 순간이 오면 저도 도와드릴테니까요. 하하, 파트너인 히어로가 위험하면 빌런도 도와야되는게 당연한거 아니겠습니까?"

그는 씨익 웃으며, 그렇게 말했고.

그걸 보던 스타더스는, 자신도 모르게 그처럼 픽 웃으며 그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게 뭐가 당연해, 바보야..."

...그래. 뭔지는 모르겠지만. 어떻게든 되겠지.

에고스틱, 그가 함께라면.

스타더스는, 결국 그렇게.

자신도 모르게 미소지으며, 그런 생각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

그날 저녁.

'...뭔데? 나, 나쁜놈아.'

"거어어어..."

"앗. 다인이 고장났다."

나는 스타더스가 한 말에 큰 충격을 받고, 드러누웠다.

스타더스... 아무래도 나 싫어하는건 맞나보다. 다행이다. 다행인데...

머리론 알고 있었는데, 나쁜놈이라고 직접 들으니 충격이 컸다...

그렇게 난 그날밤 앓아 누웠다.

꿈속에서 스타더스가 날 매도하는 목소리를 들으며...

ep.264

스타더스가 중국의 S급 빌런 리 샤오펑을 잡아낸 이후.

대한민국은, 순식간에 대규모 테러후 늘 그랬듯 여러 기사로 뒤덮이기 시작했다.

*

[중국 1위 빌런을 격파한 스타더스... 네티진들 '감격'.]

[협회장, '대한민국 협회의 든든한 지원이 있었기에 이 일이 가능했던 것.' 공식 입장 내놔.]

[[분석]비록 리 샤오펑이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 해도 스타더스가 대단한 이유 10가지]

*

뭐, 이미 대한민국 히어로쪽은 전부 스타더스가 독식하는 형상인 만큼 새삼스러운 것도 없었지만. 하여튼 이정도만 되도 여론은 굉장히 좋은 편이였다. 스타더스 전 세대에서는 히어로가 뭘하든 언론이 욕하고 봤다고 하니까.

어쨌든, 중국 빌런 한명을 이겼다고해서 스타더스의 생활이 달라진 것은 아니다. 거기에 에고스틱 주도하에 일어났던 테러인만큼, 솔직히 별 탈 없이 이렇게 끝나는게 거의 당연하다시피 했고.

왜냐하면, 사실상 에고스틱이 일으킨 테러였으니까...

"으으음..."

협회 건물 옥상.

그곳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아가며, 스타더스는 밖을 보고 서있었다.

당연히 그녀가 하고있는건.

'당신은 이미, 빛나는 사람입니다.'

"으으으으음...."

당연하게도, 에고스틱에 대한 생각이었다.

...솔직히, 이런 저런 칭찬같은건 그녀도 많이 들어봤다. 이미 언론에서는 그녀가 떨어지는 비행기 든 날을 기점으로 우호여론이 많고, 애초에 스타더스 그녀또한 팬카페가 있으니까. 사실 들어가보진 않고, 오히려 에고스틱 팬카페를 더 자주 들어가보긴 하지만...

하여튼, 그녀는 이미 꽤 많은 말을 들어봤다. 뭐 대한민국의 희망이라는 것 부터, S급 히어로를 이미 능가했다더니 하는 그런 얘기들.

그리고 그런 말들은 들어도, 별 감흥이 있지 않았다. 이미 예전에 그렇게 자신을 욕하던 언론에 안좋은 기억 때문인지, 아니면 더 칭찬들이 전부 다 실수 한변에 돌변할 의미없는 이야기들이 아닌가. 그런 생각에.

그녀는, 대중의 칭찬을 들어도 아무 생각이 없었었다.

그런데.

'당신은 이미, 빛나는 사람입니다.'

".....으으음."

왜, 에고스틱의 그 한마디는 그토록. 아직까지 머리를 떠나지 않고 있는걸까.

진심이 담긴, 자신을 굳게 믿는게 느껴지는 눈동자로 바라보며 그런 말을 했어서? 대중이나 언론이 아닌 빌런이 직접 한 말이라?

...아니면, 에고스틱이 한 말이라?

"빛나긴 뭐가 빛나... 별똥별이야?"

하늘을 보며 턱을 괸 채, 그렇게 중얼거리면서도.

그녀는 그 말을 생각하면,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계속해서 따뜻한 웃음이 지어졌었다.

...그냥 뭐, 말이 웃겨서 그런거겠지. 응. 빛나는 사람이란 말을 그렇게 눈 하나 깜빡 안하고 사람 눈앞에서 진심으로 하는 사람이 누가있어. 시 쓰는 것도 아니고... 그러니까 웃음이 나오는거야. 응.

그렇게 혼자, 그런 아무래도 좋을 생각을 하고 있던 그녀는.

잠시 뒤, 자연스럽게 에고스틱이 전에 했던 말로 이어져 고민에 빠졌다.

'스타더스씨라면, 하실 수 있습니다.'

'그 어떤 재앙이 들이닥쳐도 지금의 스타더스씨라면. 제가 신뢰해 마지않는, 제 아치 에너미인 당신이라면. 충분히. 무엇이 와도 극복해 내실 수 있을겁니다.'

"...."

...아니, 무슨 일이 나는건데. 그건 알려줘야 할거 아니야!

그러나 에고스틱은 이미 떠난지 오래.

결국, 그녀 혼자 이렇게 상념에 잠기게 된 것이였다.

'...아마, 무슨 종류의 대규모 테러가 일어날건 확실한데.'

분명 뭔가 심각한거겠지.

지금까지 자신한테 그런 경고를 한번도 한적 없던 에고스틱이, 그렇게 말할 정도면.

대충 짐작가는 건... 너무 많아서 모르겠다.

사실 지금까지 그녀가 겪어왔던, 일명 '대규모 재앙'이라고 할만한 것들의 종류가 워낙 다양해서.

거대기업의 로봇, 사이비 종교, 무슨 악마화 지역침식형까지... 이번엔 대체 뭐가 일어날지 상상도 되지 않았다. 아마도 헉 소리 나오는 무언가가 아닐까.

그래도 걱정은 되지 않았다.

그 순간이 오면 저도 도와드릴테니까요.

에고스틱 분명, 자신과 함께할 것을 알았기에.

".....하아."

빌런한테 의지하면 안되는데...

그런, 의미없는 중얼거림을 하며.

스타더스는 또다시, 에고스틱을 떠올리고 있었다.

...아니. 솔직히 에고스틱이 지금까지 한 것들을 보자.

그녀가 한은그룹 놈들이 미쳐서 만든 거대병기 난동에 애를 먹고 있을때 그냥 순간이동으로 제압해.

월광무녀인가 하는 여자가 그녀의 능력마저 무효화 시키며 날뛰는걸 단신으로 납치해서 막아.

스스로를 마왕이라 자칭하는, 딱봐도 S급은 훌쩍 뛰어넘은 것같은 빌런이 그녀를 죽이기전에 나타나서 구해줘.

대한민국 아래 기괴한 유적에서 잠자고 있는 살인 병기의 위치도 알아내, 그녀와 협력해서 무찌르게 해.

...솔직히, 이것만 놓고봐도 자신이 에고스틱을 신경쓰는건 어찌보면 당연했다.

다만, 역시 그가 빌런이라는게 문제지. 그것도 빌런연합을 꾸리고 테러를 자주 하는.

".....하아."

그리고 그게, 스타더스가 에고스틱을 생각할 때 걸리는 하나의 문제점이였다.

전 당신을 믿습니다.

당신은, 제 히어로니까요.

...만약 에고스틱이, 빌런이 아니였으면 어땠을까?

그랬으면... 그랬으면 자신도...

-화악.

'...아니였으면 뭐, 어쩌게.'

혼자 그런 생각을 하던 스타더스는, 갑자기 망상 속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있는 스스로에게 화들짝 놀라 약간 붉어진 볼로 고개를 털었다.

그리고 그녀가 그러던 그때.

"음..?"

[스타더스씨! 지금 어디 계십니까?]

협회 직원한테서 연락이 왔다.

"지금 여기 협회 건물 옥상입니다."

[아, 그러시군요. 다행이네요. 지금 성북구 쪽에서 추정 A급 빌런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위치 불러드릴테니 바로 출동 부탁드립니다.]

"...네. 알겠습니다."

하아.

한숨과 함께 연락을 끊은 스타더스는, 이내 기지개를 핀 뒤 금발의 머리를 휘날리며 하늘 위를 날았다.

에고스틱 생각을 하며 한숨 돌렸으니, 이제는 또 일할 시간이구나.

...연말에, 무슨 일이 생긴다고 했으니. 그때까지 컨디션 관리하며 잘 보내봐야겠다.

그녀는 그런 생각을 하며 빌런이 등장했다는 곳으로 출동했다.

월광교 재앙의 날.

사건 발생까지, 약 한두달 전 날의 일이었다.

***

월광교 게이트 재앙이 일어나기까지, 어느덜 한달 좀 남게 남은 시점.

[히어로 협회, 급작스러운 지하 벙커 증설중... 협회 측,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서'라고 입장 밝혀. 정치권 일각에서는 '세금 낭비'라는 비판도.]

"협회장, 생각보다 일 잘하고 있네?"

라디오처럼 뉴스를 틀어놓은 나는, 그곳에서 흘러나오는 소식을 들으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근데 저 간크게 세금낭비라 지적한 놈은 누구야? 이설아가 들으면 바로 팽칠거 같은데.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슬슬 앞으로 다가오고 있을 재앙을 준비하고 있었다.

당연하게도, 은월이와 함께.

"은월아, 준비 됐지?"

"네 다인오빠."

우리 저택 앞 마당.

나는 그곳에서, 은월이가 거대한 마법진을 그려놓은 채 무언가를 하고있는걸 지켜봤다.

지금 하고 있는건, 우리가 미리 전국을 떠돌며 깔아놓았던 마법진들과 연결하고 있는 것.

결국 이 재앙을 막을 유일한 해답은, 은월이니까.

...거기에 덤으로 우리 저택도 괴수들로부터 막을 방어 마법도 설치하고.

"오빠. 다 됐어요."

"그래? 잘했어."

그렇게 은월이의 마법진 설치도 끝나고.

이내 은월이랑 같이 옆에 쪼그려 앉아있던 나는, 그녀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슬슬 실감이 나네. 정말 원작의 그 날이 다가오고 있다는게.

내가 그런 생각을 할때 쯤.

잠시 고개를 숙인 채 있던 은월이는, 내 팔을 갑자기 살짝 붙잡더니 입을 열었다.

"...저, 다인오빠."

"응? 왜?

"...저희, 잘 할 수 있을까요?"

"응?"

갑작스럽게, 맥락도 없이 나온 그녀의 말에.

나는 고개를 돌려 은월이를 바라보았고.

그제서야, 난 볼 수 있었다.

살짝 하얘진 얼굴로, 불안에 떨고있는 그녀의 모습.

'....'

그리고 그때 난 깨달았다.

...생각해보면, 은월이가 제일 불안할 것이라는걸. 사실상 지금 싸우는 상대가, 그녀의 삶을 좌지우지하던 월광교주. 그 놈이니.

평생 자신을 괴롭혔던 이와 맞서 싸우려고 드니, 불안하겠지. 혹시나 실패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도 들고.

난 그렇게 마지막 마법진을 설치하고 나니, 결국 그제서야 불안감을 못숨기고 벌벌 떨고있는 은월이를 보고는.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았다.

"은월아."

"에? 네, 네에?"

갑자기 나에게 손을 붙잡히자, 화들짝 놀라는 그녀.

그래서일까, 처음 붙잡았을때는 살짝 떨리던 손이 진정되었고.

나는 그렇게 은월이의 손을 잡은 그 상태에서, 그녀를 안심시켜주기 위해 입을 열었다.

"걱정하지마. 다 잘 될꺼야."

"그래도..."

그리고 그런 내 말에 눈을 피해 바닥을 본 채, 그렇게 중얼거리는 그녀.

난 그런 그녀의 손을 다시한번 꽉 쥔 뒤, 확신하듯 말했다.

"우리, 준비 열심해 했잖아? 계획도 다 짜두고. 사람들이랑도 같이 협력 다 했고. 그리고... 제일 중요한, 그걸 막을 방법도 생각했고."

그래.

우리는 고민끝에, 월광교의 게이트 생성으로 인해 지구가 망하는걸 막을 아이디어를 짜냈다.

...어차피 이계와 우리 은하의 차원의 벽이 너무 약해져, 결국 게이트가 생기는건 확정이다. 월광교는 그 시기를 앞당기고, 게이트를 의도적으로 사람들이 몰린 곳에 비례해 열리게 해 모두를 죽일 계획을 짰을뿐.

...그러니, 그걸 어떻게 뒤집어 생각해보면 되는거 아닐까.

우리는 그 판단에서 시작해, 이내 어느정도 해결책을 찾았다.

결국 초반을 버티는게 중요하다는 소리.

"괜찮을거야, 알겠지?"

난 그렇게 그녀의 앞에서 계속, 그렇게 격려했고.

결국.

"...다인오빠도, 조심하실거죠? 꼭?"

"당연하지."

"...약속이에요. 전, 오빠만 무사하면 되니까..."

끝내, 은월이가 어느정도 불안을 떨쳐내는걸 볼 수 있었다.

...약속을 한다며 새끼손도 걸고 막 해서, 겨우.

그렇게 은월이와 함께, 난 다시 저택을 항해 걸어갔고.

...

그렇게.

그렇게, 어느덧 시간이 지나.

날씨가 점점 추워지며.

"휴우..."

마침내.

재앙의 날이 있을, 연말의 마지막 달이 되었다.

ep.265

월광교 게이트.

원작 중후반부에 일어난 최대 최악의 재앙이자, 전세계를 거의 멸망 직전으로 끌고간 사건.

달의 신을 믿는 월광교, 그곳의 교주 천월황이 이계와 우리 은하를 연결하는 통로를 뚫어 괴수들을 불러들여 세계를 붕괴시킨 이 재앙을.

나는, 이 세계에 떨어진 그 순간부터 계속해서 경계해왔다.

"...휴우."

그리고 마침내, 그게 코앞으로 다가온 지금. 12월의 겨울.

이제는, 내가 이 세계를 살아오면서 해놓았던 모든 대비책들이 하나 둘 완성되고 있었고.

이제 시간이 얼마 안남은 상황 속에서, 나는 돌아다니며 이들을 마지막으로 점검했다.

"다인씨, 이제 준비 다 끝났어요. 정치권쪽에서도 사건 터지면 바로 계엄령 선포하게 작업 쳐놓았고, 구호 물자들도 넉넉히 쌓아놨고요."

"정말? 잘했어. 정말 설아 너 없었으면 어쩔 뻔했냐."

"훗... 알면 일 다 끝나고나서 좀 잘해줘요. 뭐, 저도 제 나라 망하면 곤란하니 당연히 이정도는 해야죠."

이설아.

유성그룹의 회장이자, 사실상 대한민국의 흑막이자 지배자.

나는 처음부터, 그녀가 흑막이 체 되기도 전에 접촉해 동맹을 맺어놓았다.

그녀가 빠르게 귄력을 틀어쥘 수 있도록 정보를 건네다 줘 그녀의 신뢰를 샀고, 이내 믿을만한 친구가 되는데 성공했다.

그렇게 이설아는, 내 말을 듣고 재앙에 대비해 대한민국 행정 시스템을 전부 대비해두었다.

그리고, 그녀가 아니였으면 영영 못했을. 사적 능력자 집단을 만들 수도 있었고.

"다인 스승님. 저희도 이제 준비가 다 끝났습니다."

"정말?"

"네. 이제 4명의 합도 다 맞고. 2기 후배들도 언제든 출격만 하면 됩니다."

"맞아요 다인쌤. 저희가 훈련을 얼마나 열심히 했는데요!"

"...흥. 두고봐요. 이제 일 터지면 저희의 전력을 보여줄테니."

그게 바로 PMC, 일명 에고스쿠다.

내가 처음부터 이 월광교 재앙을 위해 만들어놓았던 B급 이하 히어로들 정도의 전력이 되는 능력자 집단.

원작에서 월광교 사태 이후, 무정부 상태의 혼돈 속에서 다양한 능력자들이 전부 빌런으로 타락하는걸 막기 위해 미리 사적으로 돈 풀어서 고용했던 이들.

특히 이들은 대-ㅣ드괴수 대비 전력으로써, 재앙 발생 후 괴수들을 처리하기 위해 훈련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이 활약할 때가 왔고.

나는 1호, 2호, 3호, 4호를 돌아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메인 공격수이자 검술이 특기인 이세검.

그런 그와 함께 탱킹과 서브 공격을 담당할 허다희.

그리고 원거리에서 지원할 활 능력자 서채영과.

이들의 능력을 더 강하게 해줄 산수아까지.

자신만만하게 내 앞에 있는 4명을 보며, 나는 미소를 지었다.

그래. 이 사총사면 어지간한 보스급 괴수도 레이드 할 수 있겠지. 생각보다, 정말 잘컸다.

2기생들도, 어느정도 스파르타 훈련이 끝났으니 소형 괴수들은 잡을테고.

그렇게 PMC를 확인한 이후.

당연히 다음은 히어로 협회.

"협회장님, 잘 하고 계십니까?"

"그래... 지하벙커들 전부 완공 했다네..."

나로 인해 생겨난 뜻밖의 과로로, 서류더미들 속에서 거의 쓰러져있는 협회장.

그리고 그의 옆에는, 훗-하며 커피 한잔을 마시고 있는 섀도우워커가 있었다.

"걱정말게 에고스틱. 협회장과 나는 대한민국을 지킬 완벽한 각오를 하고 있으니. 괴수들이 아무리 날뛰어도, 우리 한국의 기상을 꺾을 순 없을테니까!"

...무슨 약을 먹었는지, 다크서클이 깔렸음에도 눈빛 하나만큼은 청명하게 빛나는 섀도우워커를 보며 난 애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난 무능해 이러면서 누워있는 것보다는 낫지.

하여튼, 그렇게 협회장도 준비가 끝났다고 한다.

섀도우워커도... 뭔가 상태가 이상해 보이지만, 어쨌든 자신만만해 보이고.

그 외로는, 우리 동아시아 빌런 연합 얘기가 있었다.

일본이건 중국이건 다들 게이트가 생기는건 확정이기에, 내가 미리 경고를 해뒀기 때문.

[저희도 병력 배치하고, 아래 부하들 다 배치시키는 식으로 준비 끝냈어요.]

[화룡도 어느정도 준비를 끝냈습니다. 아마 제가 담당하는 구역은 안전할겁니다. 하하, 에고스틱씨의 경고가 아니였으면 정말 위험할 뻔했군요.]

내가 아예 직접적으로 모든걸 다 알려준만큼 이들은 이미 준비를 완벽하게 한 모습.

그날 하루만 버티면 된다고 미리 경고를 해줬기에, 둘 다 대비를 해놓은 것 같다.

우리 아틀라스 아재는, 바다라 별 상관이 없었고.

...물론 그와 관련해 몇마디 대화가 오고갔는데, 그의 흔쾌한 허락으로 그쪽도 어느정도 대책이 끝났다.

그리고 국제 빌런연합, 카테달.

그곳에서도 내가 미리 경고를 했었다. 연말쯤에 괴수들의 전세계 습격이 있을테니, 주의하라고.

솔직히 이들이 내 말을 들을지 안들을진 긴가민가 했는데.

[최근 연말들어 전세계 주요 국가에서 유명 빌런들의 테러가 확연히 줄어 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국제 히어로 협회 통계청에 따르면 상위 10개 국가의 빌런 연합들의 활동량이 절반 이하 수로 감소하여...]

...뉴스에 나오는 내용을 보면, 음. 다들 어느정도 대비를 해놓은 것 같았다.

그래.

그렇게 전세계의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방법으로.

곧 찾아올 그 재앙을, 대비하고 있었다.

모두가 예상하지 못하던 순간 갑자기 터져, 대비할 틈도 없이 무너져버렸던 원작과는 다르게.

"....."

그래.

나는 이정도면, 일개 개인의 몸으로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

월광교 재앙의 날. 이 끔찍한 일을 막기 위해.

대한민국의 흑막이 될 거대 기업과 협업해 B급 이하 능력자들의 돌발행동을 차단할 PMC를 만들었으며.

협회장을 설득해 미리 이 재앙을 대비하게 만들었다.

또한 주인공인 스타더스를 성장시켜, 이번에 나올 보스급 괴수를 쓰러트릴 수 있을 정도로 강하게 키웠으며.

동아시아 빌런 연합을 형성해 한중일 쪽을 최대한 안전히 만들어 대한민국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한 다음.

카테달에 들어가, 주요 국가의 빌런 연합 수장들 모두에게 경고해 다른 나라들도 이 참극을 미리 대비할 수 있게 하였다.

A급 이상의 빌런들로 이루어진, 우리 에고스트림 또한 훈련 및 준비를 철저히 했다.

따지고보면 전부, 이번 멸망 시나리오를 안전하게 지나가기 위해.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다.

하늘에, 결과를 맡길 뿐.

난 그렇게 기다렸다.

일이 시작될 그날을.

***

연말.

어쩐지 분주한 협회에서, 스타더스는 홀로 조용히 생각했다.

...이제 곧, 에고스틱이 말한 무언가가 올 때인가.

그가 재앙이라고 말했던, 그 일이.

"눈이 오네..."

그렇게 창 밖으로 하늘을 바라보던 스타더스는, 문득 중얼거렸다.

...직감이랄까.

어쩐지, 느낌이 든다. 이번 일이 모든걸 바꿀 것 같다는 느낌이.

대체 무엇인지는 몰라도, 올해를 끝으로.

꽤 많은 것들이 변할 것 같다는 느낌이.

...그래도.

에고스틱이 분명, 함께해준다고 했으니.

분명.

그녀는 이겨낼 수 있으리라.

그런 다짐을 하며.

스타더스또한, 한 해의 마지막에 찾아올 무언가를 굳은 마음으로 기다렸다.

기필코, 무슨 일이 벌어지든간에.

전부 이겨내겠다는 다짐과 함께.

***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어느덧, 한 해가 다 끝나갈 무렵.

안개가 깔린 어느 을씨년스러운 절벽 위에서.

한 노인이, 조용히 뒷짐을 진 채 서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를 향해 다가오는 한 남자.

"교주님, 모든 준비가 다 끝났습니다."

"...그려?"

그렇게 남자가 고개를 숙인 채 노인의 말을 기다릴 때.

조용히 파도치는 바다를 내려다보던 월광교주, 천월황은 이내 갈라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마침내, 이 순간이 왔구나."

"이 썩어빠진 세계를 정화할, 우리의 신께서 강림하실 때가."

이내 그렇게 뒷짐을 진 채 중얼거리던 노인은.

조용히 몸을 돌려, 지팡이를 짚은 채.

절벽 뒤에서 자신을 향해 무릎꿇고 앉아있는 수많은 신도들을 보며.

조용히.

일그러진 웃음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자.

아해들이여. 두려움에 떨어라.

심판의 시간이, 도래했다.

그렇게 그의 짧은 중얼거림과 함께.

그들의 아래 있는 거대한 마법진이 보라빛으로 물듦과 동시에.

이내, 절벽 위에는 아무도 남지 않았다.

***

12월 30일.

대낮에 떠있던 해가 갑작스럽게 사라지고.

거대한 달.

거대한 달이, 어두워진 하늘 위에 홀로 떠올랐다.

[속보입니다! 갑작스럽게 해가 지는 이상현상이...]

오랜만에 찾아온, 갑작스러운 이상 현상에 사람들이 당황하던 그때.

우리는 그저 침착하게, 저택 앞에 서있었다.

"애들아, 준비됐어?"

"네!"

"...넵."

"하하! 드디어 오늘인가?"

[나만 믿게나! 이 몸의 힘을 보여주지.]

"...좀 걱정되네요."

"휴. 오랜만에 불장난좀 하겠네에..."

"....가자꾸나."

그렇게 어두워진 밤하늘 아래, 거대한 저택 앞에서.

검은 모자, 검은 망토, 검은 옷에 하얀 가면을 입은 나를 중심으로.

거대한 기계병기에 탑승한 서은이.

모두에게 버프를 준 뒤, 주먹을 꼭 쥔 이하율.

웃는 채, 손에 번개를 일으키고 있는 최세희.

거대한 검을 든 채, 검은 갑옷으로 무장한 채 대기중인 데스나이트.

하얀 무녀복을 입은 채, 결연한 표정을 짓고있는 은월이.

졸린 표정으로 미소지은 채 후드에 손을 넣고 공중에 떠있는 서자영.

이내 조용히, 가슴팍에 손을 모은 채 나를 바라보고 있는 신룡씨.

그리고 저택에 남은 채, 우리 모두를 보조해주고 있는 수빈씨와.

귓가에 들려오는 이설아, 섀도우워커, 협회장, PMC멤버들. 모두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이내 씨익 웃은 채, 애들에게 말했다.

"가자."

저놈들 족치러.

그렇게 우리 에고스트림은 출발하였다.

목표는 하나.

ep.266

밤.

분명 태양을 마주하고 있지 않은, 지구의 절반만이 겪고있어야 할 밤이.

"....어?"

그날, 한 해의 마지막이 되어가는 날.

지구상의 모든 푸른색의 하늘이, 순식간에 짙은 검은색에 사로잡히고.

그 어느때보다 밝게 빛나던 태양이.

갑작스럽게, 자취를 감추며.

"....이게, 뭐야?"

지구 전체가.

온 세상이, 공평하게 어둠에 물들었다.

"...여보, 밖에 봐봐요."

"신이시여..."

그리고 그 위에는.

이 시각에는 보여서는 안될. 거대한 밝은 달이.

하늘에, 언제보다 크게 빛나고 있었다.

대한민국 뿐만 아닌, 모든 나라가 순식간에 어둠에 잠겨버린 상황.

"...이게 무슨 일일까."

"그러게. 또 어디서 빌런이라도 나타났나?"

늘 평소와 같은 하루를 보내며, 연말의 분위기를 만끽하고 있던 이들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의아해했고.

"잠깐. 이게 여기만 이런게 아니라, 지금 나라 전체가... 아니, 전 지구가 다 이렇다고?"

"라디오에서 그렇다는데요?"

"...젠장!"

"야, 야! 잠깐, 왜그래?"

이 현상이 어느 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닌, 전 지구 공통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것에 무언가 불길한 미래를 깨닫은 이들은 어두운 밤하늘 아래에서 황급히 도망치고 있었으며.

"....."

"이게, 그가 말했던 일인가..."

어느 누구로부터 미리 경고를 들은 이들이.

조용히. 자신의 부대원들과 함께 밤의 하늘을 올려다보던 그때.

그 목소리는.

모두의 귓가에, 불현듯 들려왔다.

[강녕하시옵니까... 아해들이여.]

"...?!"

"으악! 누구야!"

끼이이이이익. 펑.

어둠에 물든 서울의 도시.

수많은 도로 위에서, 갑자기 캄캄해진 시야를 뚫고 운전을 하고 있는 차들로 가득한 그 대도시들에서.

운전대를 잡고있는 사람에게도, 길을 걷고있던 사람에게도, 카페에 앉아 무슨 일인지 알아보던 사람들에게도. 높은 자리에 앉아서 심각한 얼굴로 상황을 보고있던 권력자들에게도, 침대에 누워 잠을 자고 있던 이들에게도.

그 기괴한 목소리는, 갑작스럽게 모두의 귀에 들려왔다.

[지금까지 다들, 평온한 삶들을 보내고 계셨는지요...?]

언어와 인지를 초월해.

주술적으로.

마치 뇌속으로 직접적으로 꽂히듯 들리는 늙은 누군가의 목소리.

인간이란 모든 종에게 들리는 그 목소리에, 잠들어있는 사람들마저 깨며.

모든 지구인들이 이내 사태를 파악하고, 의문의 목소리에 공포에 질린 채 귀 기울이던 그때.

쇳소리가 섞인 목소리는 담담하게, 그러나 어쩐지 광적인 희열이 섞여있는 목소리로.

이내, 말을 이었다,

[그래요, 그래. 지금까지 참 평온하게 사셨지요.]

[썩어빠진 자네들이]

[그 역겨운 숨결로 이 세계를 오염시켜가며.]

[잘도 살지 않으셨습니까... 껄껄껄.]

어느순간 창백하게 차가워진 말투로, 시리듯이 꽂히는 그 목소리.

순간 그 안에 담겨있는 진심어린 혐오와 일렁이는 분노를 직격으로 머릿속에 받은 이들이 비틀거리는 그 순간.

목소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웃으며 말을 이었다.

[하여튼 이제는, 그것도 끝낼때가 됐지요....]

[미천한 소인이, 이제야 자기소개 올립니다. 월광교주(月光敎主)천월황이라고 합니다. 껄껄...]

그리고 그의 말이 끝난 그 순간.

모든 전자제품들의 화면이, 한순간에 꺼지고.

마침내.

어두운 대한민국의 도시를 등진, 하얀 소복을 입은 한 노인의 모습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높디 높은 건물 위에서.

지팡이를 짚은 채 서있는, 그의 모습.

그리고 그제서야 사람들은 볼 수 있었다.

그 월광교주란 남자의 눈에 어린, 광기어린 모습을.

[..껄껄. 역겨운 위선도 이제 질리는군.]

[더 이상 말해 뭐하겠느뇨. 이제는 자네들이 심판당할 차례 아니겠는가?]

[멸망의 순간이 도래했도다 인간들이여.]

어두운 밤하늘.

바람이 세차게 부는 높디 높은 그곳에서, 수백 수천만명의 시선을 받아가며.

월광교주는 살을 아리는 바람을 느끼며, 마침내 자신이 그토록 오랫동안 기다려오던 날이 옴을 느꼈다.

오늘을 끝으로, 필히 이 역겨운 세계는 무너지리.

그리고 그 자리에는, 월광의 신(神)과 그의 피조물들이 신세계를 창조할 것이다.

그 누구도, 이제는 막을 수 없다.

모든 것은 이미 끝났도다.

그렇게 잠시 숨을 들이킨 기는.

차가운 숨을 내뱉으며, 손에 잡힌 지팡이를 든 뒤.

선포하듯, 입을 열었다.

[아해들이여.]

[너희들의 세계는 이제 끝났도다.]

그리고 그 말과 함께, 그는 지팡이를 쿵 하고 바닥에 내리쳤고.

그와 동시에.

수많은, 정말 수많은 보라빛의 기호들이 적힌 마법진들이.

그의 발 밑과 뒤에, 복잡하게 얽혀들어 무수히 많게 생겨나며.

끼 이 이 이 이 이 이 이 이 이 이

-퍼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엉.

하늘이 찢어지는 소리가 온 사방세 울려퍼지며.

형형 색상의 포탈, 게이트, 일명 차원의 문들이.

그의 등 뒤의 하늘에서 수십, 수백개가 생겨났고

마침내.

[아해들이여, 안녕히.]

그의 말을 끝으로.

수많은 게이트들이.

전 지구상에 수없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프랑스, 파리.

[여러분, 보이십니까? 저 하늘에..]

에펠탑을 배경으로 한 어두운 밤하늘 위에.

이질적으로 떠있는수많은 하늘색, 푸른색, 보라색 게이트들.

일본, 도쿄.

웅성웅성 보고있는 사람들의 위에, 검은 하늘에 홀로 빛나는 수많은 포탈들.

마찬가지로.

중국, 베이징.

미국, 뉴욕.

인도, 뉴델리.

러시아, 모스크바.

영국, 런던.

그리고.

[여러분! 지금 서울 주위에 수많은 기묘한 포탈들이 떠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부산, 인천, 대구, 광주를 비롯해 주요 도시에 이 기묘한 것들이...]

대한민국, 서울.

높이 세워진 건물들 위 어두운 밤하늘을 배경으로 갑작스럽게 등장한, 수많은 원형의 게이트들.

그리고 이내.

그것들이 생겨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끼에에에에에에엑.]

[끄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괴물들.

몸이 검보라색의 촉수로 이루어져있으며, 이 세계의 것으로 보이지않는 괴수들이.

그 게이트 너머에서 하나, 둘. 수십, 수백, 수천마리가.

지상으로 툭, 툭, 떨어지며.

도시를 향해, 사람들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꺄아아아아아아악!"""

그렇게 압도적인 괴수들의 군세가, 도시를 집어삼키며.

세계는 멸망했다.

...아니, 그래보였다.

"자, 다들 계획대로 하시고 계시죠?"

[그래! 오랜만에 몸 좀 풀어보자고.]

[다인씨. 군대 배치랑 미사일들 다 요격준비 끝났어요. 이제 발포할게요.]

[협회장일세. 지금 비상방송 시작하고 벙커들 다 열었다네. 히어로들 다 내보냈고.]

[하아. 오빠, 이제 시작이네요. 저도 도착했어요. 일단 이 지역에 있는 것부터 처리하고 올게요.]

[다인선생님! 이제 전투 들어갑니다. 이후에 연락하겠습니다!]

[에고스틱씨, 카타나입니다. 저희 일본지역도 1차전선 준비 완료했습니다. 그쪽은 괜찮으시죠?]

....하.

세계가 멸망했다? 그럴리가 있겠는가.

이렇게 쉽게 무너지려고, 내가 지금까지 지켜온 나라가. 세계가 아니다.

보여주지. 완벽한 준비는 재앙을 막아낼 수 있다는 것을.

나는 그렇게 씨익 웃은 뒤, 은월이와 함께 행동으로 나섰다.

우리 에고스트림 멤버들이, 나서는 동안.

***

"히, 히이이익!"

[끼에에에에에에에에엑!]

서울의 도심 한복판.

수많은 괴수들이 날뛰며 난장판을 이루고있는 그곳에서, 한 소년은 무너진 건물뒤에 숨어 숨을 죽였다.

[다시한번 안내드립니다. 모든 시민들은 지금 당장 지하 벙커로 대피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위치는...]

도심에 계속해서 울려퍼지는 협회 안내방송의 기계음.

사태가 발생하자마자 시작된 이 방송과, 협회 요원들의 인도하에.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들 지하 벙커로 대피한 뒤였지만.

소년은 채 도망치지 못한 채, 홀로 어두운 도심 사이에 숨어 덜덜 떨고있었다.

'제발 들키지마라, 제발 들키지마라, 제발 들키지마라...'

그렇게 그는 자신의 입을 부여잡은 채 떨며 기도했지만.

애석하게도, 그의 바람은 들어지지 못했다.

[키에에에에에에엑?]

무언가를 느낀, 사족보행하는 보라빛 촉수로 이루어진 여우처럼 보이는 괴수가.

이내 으르렁 거리며, 그가 있는 곳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던 것.

"흐, 흐아아아아아!"

그렇게 이내 자신의 눈앞에서, 그를 향해 뛰어드는 괴수를 보며 소년이 비명을 지르며 자신의 운명을 직감한 순간.

번쩍.

콰가가가가가강

[-끼에에에에에엑!]

그 괴수가 있던 곳에, 거대한 번개가 쳤고.

연기가 걷히며, 이내 단말마와 함께 먼지로 변해버린 괴수의 위로.

주황색 머리를 한 한 여인이, 번개가 있던 자리에 주먹을 바닥으로 쥔 채.

자신의 손을 만지며, 이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으음... 이렇게 하는거구나? 오케이, 한놈 잡았고."

태연하게 팔을 휘두르고 일어나며, 그렇게 말하는 여자.

그렇게 갑작스럽게 살아난 소년이, 눈을 꿈뻑꿈뻑 뜨며 엎어진 채 그 여자를 올려다보다.

"음?"

그 여자와 눈이 마주치자, 이내 정신을 차리곤 서둘러 입을 열었다.

"가, 가 감사합니다...!"

"응? 아, 아아. 별거아니야. 감사할 필요 없어."

"네, 네..?"

"그야, 난 빌런이거든."

"네...?"

"음, 그럼 이만!"

그렇게 어안이 벙벙한 재 앉아있는 소년을 뒤로하고.

여자, 일렉트라는 씨익 웃어준 뒤 번개같은 속도로 다른 빌런을 향해 날아갔다.

그렇게.

대한민국은.

"자! 스타 컨쿼러의 맛이 어떠냐!"

[끼에에에엑!]

한서은.

"흐응... 전부 태우면 되겠지? 아하하."

[끄아아악!]

미스트, 서자영.

[끼에에에-] [끼에-] [끼에에-]

"휴우, 그래. 이거지! 열다섯, 열여섯..."

홀로 무쌍을 찍고있는 섀도우워커와.

"허다희, 엄호좀!"

"으이! 수아야 버프해줘!"

"네엥..."

[끼야아아아악!]

강한 몇몇 괴수들을 상대로 다구리를 하며 맞서고 있는 PMC 멤버들.

협회에 안전방송으로 빠르게 도망친 시민들과.

괴수들로만 가득 찬 거의 텅 빈 전국 주요 도시들 사이에서, 거점을 잡고 괴수들의 웨이브를 막아내고 있는. 에고스틱이 준비해둔 이들.

그리고.

"크윽... 어. 잠깐, 칼립소. 네놈이 여기 왜 있는거냐!"

"하. 이번만 네놈을 도와주기로 했으니 닥치고 엄호나 하라고. 다 개죽음당하기 싫으면."

전세계 곳곳에서, 카테달 출신의 수많은 빌런연합들의 빌런들이. 히어로들과 함께.

밤하늘에서 떨어지는 괴수의 무리들을, 자신들의 모든 능력을 다해 막아서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두가 아무 준비도 없이 무력하게 무너질거라고 여겼던 월광교주의 생각과는 다르게.

모두들 생각보다, 버티기 시작했고.

"....뭔가, 이상하군. 아해야, 준비는 아직이느뇨?"

"넷! 지금 일정규모 이상의 게이트들은 사전 준비가 필요해서, 소환진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교주님, 조금만 기다려주십쇼."

"...이상해. 무언가. 이상하군."

그렇게 기묘한 감각을 느끼고있는 월광교주가 있는.

그 어느곳보다 거대한 괴수들과 분홍빛 연기로 둘러싸인.

월광교가 점거한, 서울 중심부의 도심을 향해.

붉은색과 푸른색이 섞인, 가운데에 별모양의 표식이 있는 히어로 슈트를 입은 여자가 금발 머리를 휘날리며 날아가고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스타더스.

대한민국의 A급 히어로였다.

ep.267

어두운 하늘 아래 펼쳐진 대한민국의 도시.

그곳은, 마치 한편의 지옥도의 형상이였다.

"꺄아아아아아아악!"

검은 하늘들 사이사이 곳곳에 눈에띄게 보이는, 기괴한 빛을 내며 떠있는 수많은 게이트들.

그리고 그곳에서 쏟아져나오는 수백마리의 괴물들.

그 종류도 들짐승을 닮은 것부터, 마치 새처럼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는 것들까지.

그 수백마리의 괴수들이 때거지로 몰려다니며 지상의 건물들을 박살내고, 하늘을 불태우고 있는 광경은.

누가 보더라도, 진정한 멸망이 펼쳐지는 듯한 광경이었다.

...그래, 겉보기에는 그렇게 보였다.

자세히 보기 전까지는.

*

[실시간으로 자기가 좆된거같으면 개추ㅋㅋㅋ]

아니 시발 우리나라만 이러면 몰라 다른 나라들도 다 이지랄남ㅋㅋㅋㅋㅋ

걍 인생 망한 것 같으면 개추ㅋㅋㅋㅋ

=[댓글]=

[개추(눈물을 흘리며)

[지하벙커 아래에서 가족이랑 오들오들 떨고있으면 개추ㅋㅋㅋ ㅅㅂ 위에서 들려오는 소리 존나 무섭네ㅋㅋㅋ]

[ㄹㅇ슬슬 웃음기 사라짐ㅋㅋㅋ 아니 시발 무슨 판타지 영화도 아니고 괴물들이 하늘에서 쏟아지냐고ㅋㅋㅋ]

ㄴ[ㄹㅇㅠㅠ]

[야 근데 뉴스 방송보삼 밖에 상황 보는데 사람들 거의 없는데 뭐임?]

ㄴ[걍 다 먹혀 죽은거 아니냐?]

ㄴ[아니 그러기엔 너무 텅 비었는데..?]

*

그래.

그러니까 생각보다, 사람이 적었다.

갑작스러운 재앙에도 불구하고 도시 위에 있는 사람들이 없었던 것.

*

[혹시 다들 협회산 지하벙커임?]

ㄴ[ㅇㅇ]

ㄴ[ㅇㅇ저 게이트란거 생기자마자 협회 방송 나와서 호다닥 도망침]

ㄴ[그런듯 여기 사람 개많음ㅋㅋ]

*

그리고 그 이유는 당연하게도, 대부분은 지하로 도망쳤기 때문이다.

협회가 정말 우연히도 올해들어서 전국에 미친듯이 증설해놓은, 재앙 대비 지하 벙커들 덕분에.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안심하기엔 일렀다.

왜냐하면.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었기 때문에....!

"난리 났네, 난리 났어."

높은 건물의 옥상.

마치 세계의 멸망을 암시하는 듯한, 석탄같이 새까만 하늘 아래.

대비되게 분홍빛, 보라빛으로 떠있는 게이트들이 괴수들을 내뱉고 있는 그 모습을 보며, 나는 한숨을 쉬었다.

...역시, 만화로 한번 봤던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소름이 돋을 정도로 기괴한 광경.

"에휴, 이게 다 뭔 난리래냐."

나는 그렇게 말하며 건물 아래로 폭탄을 휙 휙 던졌다.

펑. 펑.

[끼야아아아아아악!]

그렇게 염동력에 의해 정확하게 폭탄을 얻어맞은 뒤, 쓰러지는 괴수들.

역시 아직 웨이브 초반이라 그런지, 총기랑 화학무기류료도 충분히 제압되는 모습이다.

아직까지는 다들 물량만 많을 뿐, 꽤나 약한 괴수들이거든.

그리고 그 증거는 내 가면을 통해 보이는 영상으로도 확인 가능했다.

*

[에잇! 다 죽어라 죽어!]

[크하하하하! 지금이 바로 죽음의 시간이드아!!]

[일렬로... 쏴!]

*

내 눈앞에 둥둥 떠서 보이는, 우리 에고스트림 멤버들과 뉴스의 모습.

그들이 저 괴수 웨이브를 조지는 동안, 나는 이곳에서 현장 컨트롤센터 겸 지시를 내리며 뒤에 있는 은월이를 지키고 있었다.

하늘에 미리 잔뜩 띄워둔 드론 덕에, 지금 대한민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한눈에 볼 수 있는 상황.

아직까지는 괴수들이 좀 약한 편이라 그런지, 꽤나 잘 버티는 모습이였다.

다만 역시 문제는 이 다음이겠지.

"...슬슬, 두번째 웨이브가 시작되려나."

나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어두운 도시에 떠다니는 게이트들. 이게 끝이 아니다.

바로 곧 있으면, 두번째 웨이브가 온다는 것.

즉, 대부분 지역의 괴수들이. 특히 서울권에서, 보스급 괴수들이 더 많이 출현하기 시작한다.

다른 괴수들보다 거대하며, 훨씬 튼튼하고 강력한 놈들.

이들의 특징은, 다른 게이트들과 달리 커다란 검은색 게이트에서 생겨난다는 거다.

그래. 저쪽에 보이는 저 검은 게이트같은...

"...잠깐만."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서둘러 폭탄들을 밑으로 마져 던졌다.

끼에에에엑거리며 죽어가는 잡다한 마수들.

나는 그렇게 말하며, 내 뒤에서 온갖 마법진들에 둘러쌓인 채 눈을 감고 무언갈 하고있는 은월이한테 소리쳤다.

"은월아! 아직이니?"

"...네."

"알았어."

역시 바로 되지는 않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허리를 피고 일어났다.

찬 바람에 날리는 나의 망토.

난 그렇게, 다시한번 내 계획을 점검했다.

월광교 게이트.

월광교주가 게이트를 열어, 괴수들을 불러일으킨 재앙.

이것의 제일 큰 문제점은, 게이트가 사람이 많은 곳에 비례해서 생긴다는 거다. 대도시에는 정말 많이 생겨나지만, 바다같은데는 거의 안 생겨난다는 소리.

특히 월광교주가 죽는다 해도, 이 게이트들은 천년만년 살아있을 거라는게 문제다. 계속 끝까지 남아 괴수들을 쏟아내면서 있겠지.

...그렇기에, 언뜻보면 지금 내가 하고 있는건 부질없어 보이는 행동처럼 보일수도 있다. 그래. 사람들을 미리 지하 벙커에 대피시켜둔 일. 거기에 식량이 쌓인 것도 아니고, 결국 바깥에는 언젠가 나가야 할텐데. 거기엔 괴수들이 우글거릴텐데?

아무리 히어로들이 총력을 다한다 해도, 24시간 안쉬고 싸울 순 없는 법이다. 결국 괴수의 공급량이 히어로들의 괴수 제거 속도보다 많아지는 날이 올테고.

결국 지구에는 대학살이 일어나겠지.

...그렇기에.

나는 생각했다.

처음부터 게이트를 막을 수 없고, 저 괴수들이 계속해서 건너오는게 운명이라면.

'월광교의 게이트 생성 메커니즘이, 사람 수에 비례해서 사람 많은 지역에 생기는 거니까...'

사람 수에 반비례해서, 사람이 없는 지역에만 게이트가 생기게 하면 되는거 아닌가?

그래.

그렇게, 내 모든 계획이 탄생했다.

사람이 없는 지역이 어딜까. 주로 산 이런 곳이지만, 제일 넓은 지역은 역시 바다.

즉, 만약 게이트 생성 매커니즘을 어떻게 비틀어서 먼 바다 위에만 생기게 할 수 있다면.

아틀라스 아재한테 좀 미안하긴 하지만, 육지는 괜찮아지지 않을까? 이미 허락도 받아놨다.

"....."

그래.

내가 이 세계에 떨어진지 얼마 안됐을때, 생각해냈던 생각.

이 현실성 없어보이는 계획은.

월광교의 무녀인 은월이를 만나고.

함께 연구하고, 방법을 의논하며.

점점 틀이 잡히기 시작하여 여기까지 왔다.

"....휴우."

그 이유로 나는 지금 내 앞에서 땀을 흘리며 마법진을 조작하고 있는 은월이를 지키고 있었던 것이였다.

우리가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마법진을 깔았던 것도 그 이유.

은월이의 힘으로 월광교 마법 시스템을 해킹해, 게이트 생성 매커니즘을 바꾸기 위해서. 그 마법진 자체가 월광교의 술식을 방해하는 온갖 마법진들로 가득하거든.

...물론, 이 방법도 문제가 있었다.

바로 월광교가 게이트를 연 이후에서야, 해킹이 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

그렇기에 내가 사람들을 지하벙커에 몰아넣고 버티게 한거다. 식량이랑 회선같은 것들만 일단 연결해두고.

지금 괴수들은 어차피 히어로들과 내 선에서 막을 수 있다. 추가 공급만 끊으면, 다른 나라들도 다들 어떻게된 될거다.

다만.

"저건... 좀 곤란하네."

나는 옥상 위에 서서, 저 허공 위에 불길하게 떠있는 몇몇 검은색 게이트들을 보며 혀를 찼다.

[...]

역시나 다른 게이트들과는 다르게, 훨씬 거대하고 또 불길해보이는 모습.

그리고 괴수들이 끊임없이 나오는 다른 것들과는 다르게, 이들은 꽤나 잠잠했다.

꽤 긴 시간을 간격으로, 특별히 강한 보스급 몬스터들이 나오니 당연한 일인가.

그리고 마침내.

[그어어어어어어어 아아아아아-]

거대한 몸집을 지닌, 검은 몸에 붉은 눈을 지닌 거인의 등장을 보며.

나는 혀를 찬 채 곧바로 이설아에게 연락했다.

[네? 다인씨, 무슨일인가요?]

그녀 옆에서 들리는 폭격소리.

아무래도 그녀 역시 난장판 속에 있는 모양이다.

하여튼 난, 요점만 말했다.

"너가 말했던 그거, 준비 끝났어?"

[군인들이요? 네! 그거 이미 지방쪽에 전부 파견보냈어요.]

"오케이. 우리 애들 이제 서울로 다 돌린다."

[흐앗! 하아, 하아. 네!]

그렇게 바빠보이는 이설아와의 연락을 끊고, 나는 바로 우리 에고스트림 멤버들을 전원 소집했다.

[다시 서울로요? 알았어요!]

[흐으. 하, 하아. 오케이 지금 간다~]

[네 오빠! 이쪽 가면 되는거 맞죠?]

[...알겠노라. 난 동쪽을 맡지.]

[넵. 저희 4명 다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다들 지방쪽에서 양학을 하다가, 다시 서울로 올라오는 이들.

당연히 미리 사전에 협의된 행동이였다.

저 검은 게이트에서 등장한 것들은, 재래식 무기로는 전혀 데미지를 입지 않는 변종들이었으니.

오직 초능력으로만 물리칠 수 있는데, 그마저도 굉장히 강해서 쉽지 않았다.

그리고 수도.

"꽤 많네..."

난 주위를 둘러보며 그리 중얼거렸다.

검은 게이트들이, 보라색 게이트들 중간중간 꽤나 섞여있는 모습.

저건 능력자들이 협력해서 조지지 않는 이상 못막는다. 멸망의 1등 공신이기도 하고. 카테달에서도 설명했었지만.

하여튼 저것들은 역시나 월광교주가 서울에 있어서인지, 이 시기엔 전부 서울에 생겨난다. 그래서 에고스트림을 다시 서울로 불러 막아내려고 하는거였지만.

일단 이정도면 됐겠지.

난 그런 생각을 하며.

"..."

마침내, 화면 속에 보이는 스타더스의 모습에 눈을 돌렸다.

"...잘싸우네."

역시나 서울 저쪽편, 월광교주가 있는 곳 부근에서 홀로 무쌍을 찍으며 날고있는 그녀.

...빨리 합류해야할텐데.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그때.

"...다인오빠! 다 끝났어요!"

"정말?"

난 뒤에서 다급히 소리치는 은월이의 말에, 고개를 돌렸다.

"이제, 하아. 하아. 마지막 작업만 하면 되요."

숨을 가쁘게 쉬며, 그렇게 말하는 은월이.

...그래, 이제 마지막 작업만 남았다.

월광교주를 직접 상대하면 되는 그 일.

...슬슬 끝이 보이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은월이한테 말했다.

"그래, 은월아. 가자!"

"네!"

난 그렇게 은월이와 함께 달려나갔다.

월광교주를 상대하기 위해.

그리고... 스타더스를 보러 가기 위해.

아, 그전에.

이게 마지막 파트인데, 그걸 켜야지.

난 그런 생각을 하며, 미리 준비해둔 카메라의 전원을 켰다.

좋아. 시작됐겠지?

*

[?????]

[어어?]

[방송ONㅋㅋㅋㅋㅋㅋ]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

벌써 올라가는 채팅창.

그걸 통해 방송이 켜졌음을 깨닫은 나는, 카메라를 보고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에고스틱입니다!"

방송 시작이다, 개새끼야.

오늘 너 죽는거 한번 라이브 때려보자.

그리고.

"일단 스타더스씨 어디계시는지 아시는 분?"

스타더스부터 찾고. 응.

***

[스타더스씨!]

"허억, 허억. 왜요?"

도심.

분홍빛 공기가 가득한 기괴한 도심 한복판에서, 또다른 괴수를 잡고 있던 스타더스는 귀에 들리는 협회 요원의 말에 숨을 헐떡거리며 답했다.

그렇게 요원이 하는 말을 듣던 스타더스는.

"...알겠습니다. 네."

이내 연락을 끊은 뒤.

"...하."

오늘 처음으로 지은 짧은 웃음과 함께, 또다른 괴수의 얼굴을 날렸다.

"에고스틱..."

그가 오고있다고 했다.

늘 그랬듯이.

ep.268

"교주님. 아직까지 꽤나 반항이 거세, 점령에 성공한 지역이 많지는 않습니다만... 저놈들이 얼마나 버티겠습니까. 결국 시간이 지나면 다 월광의 순리대로 될 것입니다."

"..."

서울 중심부.

마법진들 사이에 둘러쌓인, 월광교주가 머무르고 있는 높은 탑.

불타고있는 서울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마도의 힘으로 지어진 그곳에서.

수많은 마법진들에 연결돼, 눈이 기묘하게 빛나고 있던 월광교주는 조용히 생각했다.

무언가, 이상했다.

"이상하구나..."

분명 계획에 의하면.

지금쯤 이미 검은 월문(月門)을 통해 총공세를 펼친 서울은 붕괴하고, 상대적으로 대비가 덜한 지방쪽은 이미 멸망했어야 했다.

일단 이 한반도를 거점으로 삼기 위해 이 반도 외에 다른 곳들은 아직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고 쳐도...

"어찌하여, 영혼의 수가 이다지도 부족할까."

연결된 보라빛 연기에 의해 하얀 머리가 약간 떠있는 그 상태에서.

월광교주, 천월황은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현재 관측된 사망해 떠도는 영혼의 수가, 너무나도 부족했다.

지금쯤이면 분명 몇백만명쯤은 쉬이 넘겼을거라 생각한 그에게, 이 사실은 이해할 수 없는 수치였다.

무언가 잘못됐다.

비천한 벌레같은 놈들이, 아직까지 끈덕하게 살아있다. 진작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놈들인데.

분명 급습이었기에, 발버둥친다 해도 대비할 수도 없었을텐데. 왜일까.

그렇게 천월황이 이 사실에 의문을 품은 채 바람을 맞으며 골똘히 생각에 잠긴 동안.

뒤에서 주술을 외우고 있는 그의 신도들 사이로, 서둘러 한 남자가 교주에게 달려왔다.

그렇게 다급히 교주에게 새로운 소식을 전하는 신도.

"교주님! 서울권은 월문 3단계까지 개방 전부 완료하였습니다! 국외에도 월문 2단계가 곧 개방될 예정입니다."

그렇게 재앙이 차근차근 순리되로 진행되고 있다고 전하는 그 신도.

...어차피 놈들은 버틸 수 없을 것이다.

어차피 신세계와의 문을 통해 넘어오는 달의 피조물들은 계속. 끝없이. 지치지않고 생겨나는 불멸의 군대.

1년이든 10년이든, 100년이든.

결국 놈들과 이 증오스러운 행성은 멸망하게 되어있다.

그렇게 생각을 마친 월광교주가 다시 정기를 조작하는데에 집중할 때.

아직도 가지 않은 신도가, 머뭇머뭇 입을 열었다.

"아, 그리고 교주님. 드릴 말씀이 또 있습니다."

"무엇이느냐, 나의 아해여."

"그것이... 이것입니다."

그렇게 무언가를 꺼내 보여주는 신도.

그곳에는.

"허..."

검은 모자와 하얀 가면을 쓴 남자와.

월광교의 무녀... 였던 백은월. 그녀가 그와 함께 하늘을 날고 있는 영상이었다.

"이 에고스틱이란 놈과, 무녀님...이 아니라 배신자가 지금 교주님을 감히 시해하겠다는 망발을 지껄이며 이곳으로 오고 있다고 합니다. 어찌할까요?"

"네놈..."

에고스틱. 쓸만한 도구였던 백은월을 납치해간 그 놈의 가증스러운 웃음을 보자, 가슴 깊은 곳에 묻어놨던 분노가 치솟은 교주.

...그렇군, 그래. 그럴게 아니지.

오히려 좋구나.

"연놈들이 쌍으로 이곳으로 오고 있다고..?"

"예. 어차피 병력이 삼엄해 쉽게 뚫지는 못할 것입니다만..."

신도의 말을 들으며, 차가운 표정으로 웃은 교주.

그는 이내 손을 휘이 저으며, 신도에게 말했다.

"더 볼 것도 없다. 영혼 포식자들을 소환하게나."

"...그들을요? 예, 알겠습니다."

잠시 교주의 말에 의문을 표하다, 황급히 고개를 숙이고 가는 그.

이내 천월황은 다시 고개를 돌려, 어둠에 젖은 하늘을 보며 다시 월문들을 통제하는데 집중했다.

...에고스틱. 하.

그놈이 뭘 할 수 있겠는가.

재앙의 첫 제물로, 놈과 그년을 바치면 되겠구나.

교주는 그런 생각을 했었다.

그때까지는.

그렇게 차가운 웃음을 짓고있는, 교주가 서있는 탑 근처의 도시에서.

한쌍의 인영이, 도심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

어두운 하늘.

불타는 도시.

그리고... 에고스틱의 방송!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에고스틱입니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씨익 미소를 지으며 방송을 킨 나.

음울하게 가라앉은 하늘과, 폭격에 맞은듯 무너진 도시들 사이와는 다르게.

언제나와 같은 내 웃음기 섞인 목소리에 오프닝 멘트 때문일까.

아니면 지하 벙커에 앉아 딱히 할일이 없어서였을까.

내 방송의 시청자 수와 채팅창은, 열자마자 기하급수적으로 빠르게 올라오기 시작했다.

*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영웅입갤ㅋㅋㅋㅋㅋㅋ]

[아아~ 어디가서 에고스틱이 왔다고 말하지 마라! 다들 나보고 히어로 하라고 할 거 아니야~]

[S급 히어로 애플망고! S급 히어로 애플망고! S급 히어로 애플망고! S급 히어로 애플망고! S급 히어로 애플망고! S급 히어로 애플망고! S급 히어로 애플망고! S급 히어로 애플망고! S급 히어로 애플망고! S급 히어로 애플망고!]

[채팅창 화력 그냥 미쳐날뛰네ㅋㅋㅋㅋㅋㅋ]

[신 그는 망고인가? 신 그는 망고인가? 신 그는 망고인가? 신 그는 망고인가? 신 그는 망고인가? 신 그는 망고인가? 신 그는 망고인가? 신 그는 망고인가? 신 그는 망고인가? 신 그는 망고인가?]

[오늘만큼 망고방송 알림 보고 기쁜 사람 없으면 개추ㅋㅋㅋ K-인터넷 맛 좀 봐라 이말이야ㅋㅋㅋㅋ]

[신이여 어째서 회의를 시작하지 않지? "그야 아직 망고가 오지 않았으니까."신이여 어째서 회의를 시작하지 않지? "그야 아직 망고가 오지 않았으니까."신이여 어째서 회의를 시작하지 않지? "그야 아직 망고가 오지 않았으니까."]

*

...그렇게 그냥 개판이 난 채팅창을 보며, 난 눈을 돌렸다. 아니 누가보면 히어로가 방송 튼 줄 알겠어.

사람들 지하에 갇혀만 있으면 불안해할까봐 이설아한테 부탁해 유성그룹의 기술로 다 회선 연결해놔서인지. 전쟁통이라곤 믿을 수 없는 화력.

음, 사실 내 방송 이렇게 보게 하려고 연결했던 것도 없지 않아 있었기에 그냥 받아드리기로 했다.

하여튼.

나는 다시한번 웃으며, 하늘을 나며 카메라를 보고는 말했다.

"또 뭔 일 났다고 하기에 뭔가하고 밖에 나와보니, 아주 그냥 난리가 났더라고요? 막 괴물들 쏟아져나오고... 말세다 말세."

[끼에에에에엑!]

"이것 좀 봐요. 에휴."

그렇게 내가 말을 하고 있을때, 때마침 나를 향해 날아드는 보라색의 익룡같은 괴수.

난 그 놈의 머리통을, 자연스럽게 염동력으로 박살내 버렸다.

"하여튼 이렇게 난리가 났다는 겁니다. 쯧. 월광교인지 뭔지 그 치매걸린 노인의 사이비 종교때문에."

...방금 그 공격으로 힘을 많이 써서, 순식간에 지친 나였지만 일단은 자연스럽게 그렇게 말했다.

앞으론 걍 뒤에서 따라오는 은월이한테 맡기자...

"어쨌든 네. 이쯤되면 다들 제가 무슨 얘기 하는지 아시겠죠?"

"네. 감히 제 구역인 대한민국을 제 허락도 받지 않고 침범하다니. 이거 응징해야 하는거 아니겠습니까? 정복할 땅도 없게 생겼네요."

나는 밤하늘을 가르고 날아가며, 카메라를 향해 씨익 웃고는 말했다.

그렇게 내 발언뒤로 다시금 폭발하는 채팅창을 뒤로하고.

난 자연스럽게 카메라를 향해 이어 물었다.

"일단 스타더스씨 어디 계시는지 아시는 분?"

스타더스 찾아야하는데.

그렇게 내 말에 다시 빠르게 올라오는 채팅창을 보며, 난 별 소득은 없는걸 깨닫았다. 하긴, 거의 다들 지하에 있으니 당연한건가.

"하여튼 스타더스씨 혹시 근처에 계신다면, 이쪽으로 좀 와달라고 해주시겠습니까? 에고스트림에 우리... 월광무녀가 있는 만큼..."

나는 그렇게 말하며 뒤에있는 은월이를 한번 슥 바라본 뒤, 다시 카메라를 보며 분명하게 말했다.

"월광교주. 놈을 쓰러트리고 이 난리를 끝낼 계획이, 제게 있습니다. 스타더스씨."

"그러니 저와 이번 한번만, 함께 행동하시지 않겠습니까?"

...좋아. 이정도면 충분히 스타더스에게 전해지겠지. 협회 직원들도 분명 볼테니까.

다만 난 스타더스를 불렀는데 왜 관련없는 다른 사람들이 채팅창에서 난리를 치는진 모르겠지만... 공개구혼이라는둥 이상한 헛소리를 하는걸 보니 다들 아직은 살만한가보다.

하여튼 그렇게 전한 뒤, 나는 방송을 끄고 잠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전히 곳곳에는 연기들이 자욱하고, 괴수들이 지상에서 뛰어다니는 모습. 곳곳에 보라색 게이트들도 여전히 하늘에서 괴수들을 쏟아내고 있고.

그리고 저 멀리 끝에는, 분홍색 안개로 둘러쌓인, 달에 닿을 정도로 거대한 검은 탑이 서 있었다.

...분명, 월광교주가 스스로 만든 거겠지.

이제야 모습을 드러냈구나.

"은월아, 교주 저기있는거 같지?"

"네. 저쪽에서 그의 기운이 강하게 느껴져요. 불길한... 마력의 기운이."

내 옆에 함께 떠서, 얼굴을 굳힌채 그렇게 말하는 은월이.

그래. 일단 저기는 스타더스 오면 같이 가도록 하고.

나는 서울 한복판 위에서 날며, 주위를 둘러봤다.

이제는 전보다 많이, 곧곧에 보이는 검은색 게이트들. 월광교 용어로는 2단계 월문인가.

그리고 그 근처에서는, 딱봐도 다른 이들과 달리 건물 반절 크기의 거대한 거인, 도마뱀같은 괴수들이 육중한 몸으로 어슬렁 거리고 있었다.

그래. 저것들은 총기 면역인데다가 다른 놈보다 훨씬 강하다.

그러니, 저것들은.

[야, 다인아. 나 최세흰데 이제 도착했다! 바로 시작한다?]

우리 에고스트림이 상대해야지.

그렇게 내가 그런 생각을 하던 그 순간, 귓가에 최세희의 보고가 올라오더니.

-콰아아아앙.

서쪽편 저 멀리에서, 번개가 치는듯한 노란색 번쩍임과 함께 무언가 터지는 소리들이 들려왔다.

...일렉트라가 싸움을 시작한 모양.

그리고 그와 맞추어, 내 귀에 서자영과 PMC를 비롯한 보고들이 곳곳에서 들려오기 시작했고.

이내 꽤 가까운 도시에 육안으로 보일 정도로 거대한 용-아마 신령씨겠지. 그녀가 브레스를 쏘는 모습이 보였다.

좋아. 우리 에고스트림이 서울을 정복했다!

완. 지금까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일리는 없겠지.

나는 피식 웃으며, 계획대로 잘 되고 있다는걸 확인하고는 다시 은월이를 잡고 하늘을 날았다. 월광교주가 있을 탑을 향해.

그리고 그러던 그때.

"에고스틱....!"

저쪽 편에서.

꽤나 익숙하고 반가운 그 목소리가, 내게 들려왔다.

"어서오세요. 스타더스씨."

"하아, 하아."

그렇게 금발의 머리를 휘날리며 내 앞에 나타난건.

숨을 가쁘게 쉬며 날아온 우리의 히어로 스타더스.

"하아, 하아. 잠시만..."

"그래요. 숨 좀 쉬세요."

이 난리통에 다시 만난, 히어로와 아치에너미에 극적의 상봉이었다.

계속 싸우고 왔는지, 약간 옷이 찢겨진 채 상기된 얼굴로 땀을 흘리고 있는 그녀.

그 모습을 보자 약간 가슴이 어릿했지만, 그래도. 지금은 그보다 더 급한 일이 있었기에.

결국 이 모든걸 끝내야, 그녀도 쉴 수 있는걸 알기에.

난 그렇게 하늘 위에서 숨을 가쁘게 쉬는 스타더스를 달래준 뒤.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모자를 고쳐쓴 뒤 설명을 시작했다.

"스타더스씨. 일단 시간이 없으니 요점만 간단하게 말하겠습니다."

"제게는 계획이 있습니다. 이 재앙을 멈출 계획이."

"하아, 하아. 정말...?"

...그러다 내 말에, 그렇게 묻는 그녀.

그러면서 약간 불안한 얼굴로 옆을 힐끔이는데, 아무래도 이 개판난 상황을 수습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모습이였다.

"네. 정말입니다."

나는 일단 그렇게 말했다.

자세한 얘기를 하기엔 시간이 없기도 했고, 방법을 설명하기엔 너무 길었다. 일단 지금 바로 출발해야 시간을 아끼거든. 더 큰 게이트가 생기기 전에.

물론 그녀가 내 말을 바로 납득하지 않을 가능성이 컸지만, 일단 그렇게 말해봤다. 되물으면 그때 설명하야지 뭐.

하여튼 그렇게, 내 그런 두리뭉술한 말에...

"....알았어. 고마워... 너만 믿을게."

스타더스는 숨을 헐떡이면서도 살짝 미소지으며, 내 눈을 보며 그렇게 즉답했다.

한치의 의심조차 안하는, 나에 대한 믿음이 담긴 눈빛으로.

....그리고 그런 그녀의 모습에, 순간 멈칫한 나는.

"...네. 알겠습니다."

이내 빠르게 정신을 차리고 그렇게 대답했다.

그래. 아무래도 지금 다 망해가는 상황에 날 믿는거 말고는 방법이 없으니까 저런거겠지. 이게 그 흔들다리효과인가 그건가? 그래. 이렇게 심각한 상황에 그런 감상을 할때가 아니다. 당장 할 일을 해야지.

난 그렇게 헛기침을 한 뒤, 재빠르게 상황을 요약해 설명했다.

"일단 저 탑으로 날아가면, 제가 이 게이트를 멈출 수 있을겁니다. 제 동료들이 이 부근에서 튀어나오는 괴수들은 다 정리하고 있으니, 스타더스씨는 저희와 함께 가면서 저 탑 주변에 검은 게이트에서 나오는 괴수들을 물리쳐주세요."

"응."

"...좋습니다. 그럼 바로 갑시다."

나는 그렇게 말하며, 즉시 하늘을 날았다.

목표는, 월광교의 탑이었다.

그리고.

"...."

그런 내 뒤를, 스타더스는 내 쪽을 보며 조용히 따르고 있었다.

ep.269

솔직히 불안했다.

[끼에에에에에에에엑!]

-콰아아아아아앙.

"하아, 하아."

들려오는 폭음, 지상에 끊임없이 밀려드는 괴수들.

그리고.

"이건... 대체..."

어두워진 하늘에 떠다니는, 빛나는 타원의 문들.

마치 우주 영화에서나 볼법한, 포탈을 닮은 것들이.

하늘 위에.

하나 하나, 마치 음침하게 빛나는 별들처럼.

달빛 아래, 공중에 떠서.

[-게르르르르으악]

공중에서, 지상으로.

툭.

툭, 툭, 툭 툭 툭 툭.

덩치도 곰만한, 이 세상 것들이 아닌 기괴한 것들이.

그 문을 넘어 하나 둘 꿀렁꿀렁 떨어져.

일어나자마자, 주위에 것들을 아무거나 닥치는 대로 공격하는 그놈들이.

어두운 밤하늘에 너무나도 많이, 끊임없이 몰려드는 광경은.

아무리, 경험이 많은 스타더스 그녀라 해도.

계속된 전투 끝에, 지치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나마, 굉장히 약해서 다행이지만."

[끄아아아아아악!]

그녀는 괴수들을 주먹 한방에 박살내며, 그런 생각을 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수가 많은 대신, 놈들이 그녀의 공격 한방에 죽는다는 것일까.

그래도, 그래도.

이들의 수가 너무나도 많았다.

"하아, 하아..."

그리고. 제일 무서운 것은.

이 재앙이, 대체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는 것.

"괜찮으세요?"

"아이고... 감사합니다..."

괴수들에 습격을 받은 건물의 잔해 아래에 깔려있던 사람을 구한 뒤.

이마의 땀을 닦으며, 그녀는 그런 생각을 했다.

그나마 다행인 다른점은, 사람들이 진작에 도망쳤다는 것.

월광교주의 연설같은게 시작된 그 순간 협회가 즉각 대응해 사람들을 인솔해서인지. 그리고 월광교주가 주저리 주저리 떠드는게 생각보다 길었어서인지.

아직까지는, 피해자가 많지 않아보였지만...

"....."

사람들이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지금까지 나온 괴물들이 다 지능이 떨어지는지, 지상만 배회하고 건물도 못 오른다던가. 아니면 나는 종류는 하늘만 날고 지상은 공격하지 못한다던가. 이런 식이였지만.

...지하를 습격하는 괴물이 나온다면? 지금까지보다 더 강한 괴물이 나온다면?

그녀는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건 시작일 뿐이라고. 앞으로는 더 강한 무언가들이 나올 거라고.

"...하아."

폐허가 된 도심, 가로등이 없으면 한 치 앞도 안보일만큼 깜깜한 하늘, 여기저기서 피어오르는 연기들과 소름끼치는 괴물들의 울음소리까지. 누가 보더라도 세계가 그 어느때보다도 멸망에 가까워보이는 풍경.

그렇게 갑작스럽게 하늘에 등장한 거대한 탑 주위의 괴물들을 침착하게 쓸어버리면서도.

스타더스의 마음 속 깊은 곳에는, 여전히 불안감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그래서일까.

누가보더라도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답이 없어보이는 상황이여서일까.

그 어느때보다도.

늘 답이 없어보이는 상황에서, 유일한 답을 제시해주던.

그의 모습이, 계속해서 생각나는건.

'...에고스틱.'

네. 뭐가 아마도 있을 것 같습니다. 무언가 큰 일이요. 아마, 그 전과 후가 달라질 수도 있을 엄청난 일이."

...분명, 그는 그런 말을 했었지.

아마 그는 오늘의 일을 어느정도 예측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리고, 그 순간이 오면 저도 도와드릴테니까요.

그래.

분명, 그가 도와줄거라 했으니까.

그는, 늘 뱉은 말은 지키는 사람이니까.

그녀는 그렇게 가슴 속 깊은 곳, 하나의 희망을 품은 채.

재앙과도 같은 상황속에서도, 침착하게 하늘을 쏘아다니면 괴수들을 사냥해 상황을 최대한 정리해나갈 수 있었고.

그렇게, 마침내 에고스틱이 등장해 자신을 불렀을 때.

"제게는 계획이 있습니다. 이 재앙을 멈출 계획이."

그렇게 다시 만나게 된 난장판의 한가운데에서.

늘 언제나와 같은 모습으로, 확신이 가득한 눈빛으로 자신을 마주보며 그렇게 말하는 에고스틱을 보며.

그녀는, 그런 그에게 알았다 말한 뒤.

어서 가자는 그의 뒤를 조용히 따르며. 앞만을 보며 나아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그제서야 깨닫았다.

아.

내가 에고스틱에게, 생각보다 훨씬 의지하고 있었구나. 그를 믿고있었구나.

그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의 단순한 말뿐만으로도. 이토록 마음이 안심이 될 수 있구나.

...그랬구나, 난.

그래.

너에게 생각이 있다고 했었지. 계획이 있다고.

그럼, 난 널 믿을게. 믿고 널 받쳐줄게.

네가 늘 나한테 그랬던 것처럼.

그녀는 그런 생각을 조용히 속으로 하며.

금발의 머리를 휘날리며, 그의 뒤를 따랐다.

...어째서인지 옆쪽의 월광무녀라는 빌런한테서 느껴지는 따가운 시선을 뒤로하고.

***

지금까지의 이야기.

나 에고스틱은 중간에 스타더스와 합류한 뒤 게이트 사태를 멈추기 위해 은월이와 함께 월광교주가 있을 기괴한 탑으로 향하고 있었다. 끝.

...이렇게 이야기가 간단하면 좋으려만.

역시, 월광교주 그놈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잠깐...!"

기묘한 분홍빛 연기로 가득한, 이 도심.

스타더스를 앞세워 탑 주변을 지키는 강력한 괴수들을 다 때려잡으며 최속으로 날아가던 우리는.

스타더스의 다급한 외침에, 공중에서 멈춰섰다.

뭐야, 무슨 일이길래 그러지.

그렇게 중간에 멈춘 나는.

앞을 유심히 보고서야, 스타더스가 왜 그러는지 알 수 있었다.

"하하... 역시는 역시군요."

스타더스, 그녀가 얼굴을 굳힌 채 말했던 이유는.

우리의 앞에 있는, 수십의 푸른 거인들 때문.

[크르르르르르르...]

흉측하게 올라온 분홍색의 혈관들에, 보라색으로 짙게 물든 거대한 신체. 기괴하게 뒤틀린 얼굴과 몸.

그러나 눈만은 선명한 붉은색으로 타오르고 있는.

정확히는, 우리들이 한번 본 적 있는 것들.

그래.

"영혼포식자네요."

나는 그렇게 말했다.

예전에 월광교가 원작에서 예고도 없이 한 개체를 등장시켜, 스타더스를 거의 죽기살기로 싸우게 했던 그것.

영혼을 빨아먹어 강해지는 월광교 최정예 병기들 중 하나인 영혼 포식자. 놈들이었다.

...거기에 문제는, 놈들이 하나도 아니고 여러 개체가 있다는 것.

그것보다 어쩐지 전보다 훨씬 더 강해보이는, 이상한 기운을 두른 상태로.

"...."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 광경을 본 스타더스는, 표정을 굳힌 채 입술을 다물였다.

예전에 죽기살기로 싸워본 적이 있어서인지, 놈들의 강함을 충분히 알기에 보이는 모습.

그녀의 공격을 거의 다 막아내며, 홀로 공격했던 그날의 악몽이 떠오른 모양이다.

...물론, 그녀또한 그때보다는 훨씬 강해지기는 했다. 아직 미숙하던 그때와 달리 별의 힘을 자유자제로 쓸 수도 있고.

그러나 감이 좋은 그녀라면 눈치 챘을수도 있겠지만, 놈들또한 그만큼 더 강해졌다.

월광게이트 최종전에 지금과 똑같이 등장했던 이 영혼포식자들.

월광교주의 최종병기 둘 중 하나이며, 영혼을 포식할 수록 강해지는 놈들.

...그리고, 아무리봐도 놈들은 현재 3단계까지 강해진걸로 보인다. 즉. 걍 지금의 스타더스로도 싸우기 벅찰 정도로 강하단 뜻.

"큭..."

그렇기에 스타더스는, 곧 이쪽을 향해 달려들것만 같은 놈들을 보며 이를 악물고 있었다.

음... 아마 싸우면 결국 스타더스가 이기기는 할거다. 결국 주인공이 늘 이기는 법이지만.

다만... 오랜 시간과 수많은 상처가 따르겠지. 거기에 그때쯤이면 월광교주는 이미 도망쳤을테고.

그건 별로 재밌지 않잖아?

그렇기에 난, 이 지루한 장면은 살짝 스킵해버리기로 했다.

"스타더스씨, 잠시만요. 이쪽은 제가 해결하겠습니다."

"...응?"

그렇게 이를 악문 스타더스를 지나.

난 은월이의 옆에서 자연스럽게 손가락을 튕기며, 미리 연습했던대로 놈들을 불렀다.

"영혼 포획자 카운터.은월아, 준비됐어?"

"네."

"그래. 쏴!"

난 씨익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저번에 영혼 포식자를 상대로 스타더스가 고전할 때, 나는 그녀를 대신해 그녀와 교주놈 몰래 놈을 저격해 쓰러트렸었다.

왜냐하면 이렇게나 강한 놈들이었기에, 당연하게도 약점이 있거든.

바로 은.

원작에서는 재앙 이후 몇년 후에나 발견했던 놈들의 약점. 나는 이걸 바로 써먹기로 했다. 저번에도, 그리고 이번에도.

그리고 이번엔 저놈들이 나올 줄 알았기에, 더욱 철저히 준비해서.

그렇게 난 자신감 넘치게 팔을 뻗은 채 소리쳤고.

그 결과.

"....."

"...."

...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뭐지? 무언가 잘못됐나?

그렇게 내가 뻘쭘하게 팔을 뻗고만 있고.

[[[그르르르르아!]]]

마침내 놈들이 우리를 향해 뛰어들던 그때.

위이이이이이이이잉.

콰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광-

파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

퍼버버버버버버버버버벅-

우리 뒤 하늘에서 작은 마법진들과 함께 거대한 드론들이 출현하더니.

콰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

놈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순도 백프로 은으로 이루어진 미사일부터 온갖 탄환들을 놈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포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끼야아아아아아악!]]]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그렇게 갑작스럽게 기습을 당한 놈들의 절규가 지축을 울리고.

이내 얼마 지나지 않아, 놈들이 서있던 곳에는 녹은 은들만이 강처럼 흘러넘치고 있었을 뿐이었다.

...휴, 진화 전에는 은탄 한발에도 죽더니. 역시 이급은 이정도는 해야 죽는구나.

그렇게 내가 판단을 내리고 있을 때.

".....?"

굉장히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있는 스타더스에게, 나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쉽네요. 계속 앞으로 갑시다."

"...아니, 야. 역시 그때도 나 대신 했던게 너... 아니다."

그렇게 무슨 말을 하려던 스타더스는, 약간 입꼬리를 올린 채 못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내저으며 내게 그리 말했다.

뭔말인지는 모르겠고, 일단 계속 달려나가볼까.

그전에.

"스타더스씨."

나는 잠시 멈춘 뒤, 그녀를 보며 그렇게 말했다.

"...이 앞에서는. 그 어느때보다 더 스타더스씨의 능력이 절실해질 겁니다. 분명요."

그래. 이제 최종병기가 하나 남았으니까.

"그때가되면... 저도, 모두들 다 당신을 도와드릴테니. 꼭 이겨내셔야합니다. 아니, 이길 수 있습니다. 저도 당신을 믿고, 모두들 당신을 믿으니까요."

지금은 이해하지 못해도, 조금 있으면 알게될 말.

난 그런 말을 미리 그녀에게 해두었다. 조금이라도 응원이 되게.

그리고 그런 내 말에 그녀는.

"알았어. 뭔지는 몰라도, 해볼게. 꼭."

시원스럽게 그렇게 답해주었다.

좋다. 그럼 이제 가자.

최종전을 향해.

"이제 우리는, 올라갑시다. 저 위로!"

나는 이젠 코앞에 보이는 탑의 꼭대기를 올려다보며, 그렇게 말했다.

그래. 다시 방송도 키고.

이 재앙을, 어서 끝내보자.

"은월아, 알지?"

"네 오빠."

그렇게 그 어느때보다 진지해보이는 은월이와, 의지를 굳힌 듯한 스타더스와 함께.

우리는 위로 날아갔다.

월광교주, 놈을 상대하기 위해.

그리고. 모든 것을 끝내기 위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