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wnload Chereads APP
Chereads App StoreGoogle Play
Chereads

<편린>

bubble_3424
7
chs / week
The average realized release rate over the past 30 days is 7 chs / week.
--
NOT RATINGS
41
Views
Synopsis
아마도 그의 생애에서 가장 빛났던 것은 그가 스스로 '닮'이라 명명한 그것을 사랑했던 작은 시간의 편린이었을 것이다. 빛나는 색채를 좇아 살아온 그에게 색채란 그 미미한 존재였고, 그 존재를 사랑함으로써 미묘한 색이 자신에게 옮겨온 듯했다.. 그래서 그는 닮을 사랑했고, 편린을 사랑했다.

Table of contents

Latest Update2
TWO.17 hours ago
VIEW MORE

Chapter 1 - ONE.

그날은 유독 조용한 여름밤이었고, 그는 열아홉이었다. 그때 그에게 주어졌던 기억은 고작 세 단어 뿐이었으며, 그것에 매달려 그는 하루가 저물도록 단어들을 곱씹고 있었다. 혀끝으로 조심스레 굴리던 단어들이 입 밖으로 흘러나오기엔 꽤 많은 시간이 필요했기에 그는 여유로운 자세로, 그렇지만 사뭇 급하게 입속에서 단어들을 외고 있었다. 

'멜루시네, 마지막, 기억.'

좀처럼 연결되지 않는 마지막 단어를 제외하고는 그가 기본적으로 알고 있는 것들이었다. 외딴 섬의 작은 주택 정원에 놓인 벤치에 누운 열아홉 살짜리는 '멜루시네' 명칭으로 불릴 마지막이었고, 추측컨대 기억에 연관된 무언가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곳의 제한된 정보로는 도저히 알아낼 수 없는 단어였기에 멜루시네는 계속해서 단어를 외기만 할 뿐 별 진전은 없었다.

하루에 세 번, 끼니가 제공되었고, 아침 9시에 기억 조각이 발송되어 도착했다. 작고 낡은 수신기로 받는 기억의 자투리는 보잘것없었고 간략했지만, 멜루시네의 유일한 낙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자신의 전생에 관한, 혹은 지금 자신에 관한 정보. 그것이 전달되어 올 때면 잊지 않으려 하루종일 그 생각으로 머릿속을 가득 메웠다. 지난주엔 라일락과 나이테, 지지난주엔 호수. 짤막한 단어들이 이어져 빈약한 거미줄을 서서히 짜 가고 있었고, 실체를 알게 될 때까지 멜루시네는 이 절박한 마음을 없애기 힘들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밤은 길었고, 저녁을 먹고 아껴 둔 커피도 넉넉했다. 어쩌면 오늘 모든 것을 밝혀낼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멜루시네는 그렇게 생각하며 김이 피어오르는 커피를 바라보다 한 모금 마시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오늘도 끔찍하도록 환상적인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