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은 가만히 거울을 들여다보며 똑같이 자신을 바라보는 청년을 관찰했다. 초록색에서 빨간색, 보라색.. 그의 눈동자는 계속에서 다른 색으로 바뀌었고, 그 속에는 거울이나 자신이 아닌, 사람 두 명과 의자에 앉은 채 우는 아기가 비쳤다가 집안에서 홀로 죽을 먹는 할머니가 비치며 묘한 풍경이 펼쳐졌다. 은은 묘한 광경에 눈을 떼지 못하고 한참을 쳐다보다가 이내 뒤로 물러섰다. 아마 지금쯤 9시는 훨씬 넘었을 것이다. 겨우 몸을 돌려 다락방을 나온 은은 빠른 시계가 10시 15분을 가리키는 것을 확인하곤 수신기 쪽으로 갔다. 수신기의 전원 버튼에 빨간 불이 깜박이고 있었고, 미약하게 덜덜거리는 소리도 났다.
'..조금만 더 늦었으면 전달받지 못할 뻔했네.'
그렇게 생각하며 은은 전원 버튼을 꾹 눌렀다. 딸깍, 하는 전원 버튼의 소리와 함께 오래된 유선 전화기처럼 생긴 수신기에서 낮은 노래가 흘러나왔다. 전화기를 들고 본체와 연결되어 있는 구불구불한 전선을 들여다보자 전선이 서서히 펴지며 글씨가 나타났다. 은은 살짝 설레는 마음으로 나타나는 단어들을 바라보고는 뜻밖의 말들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