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 58분. 시침과 분침이 겨우 움직여 가리킨 그 시간을 은은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이제 2분만 더, 하고 생각하며 살짝 눈썹을 찌푸리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척 길 2분 동안 할 것이 필요하다..
끼익-
다락방 문은 쉽게 열렸다. 온갖 오래되고 깨지고 금 가고 망가진 물건들이 이곳저곳에 널려 있었다. 개중에는 은의 것처럼 낡은 수신기들도 몇 있었다. 은은 다락방을 계속 둘러보다 꽤 흥미로운 것을 발견하고는 그것을 반쯤 감싼, 헤지고 찢어진 천을 걷어냈다. 먼지가 훅 피어올랐고 기침이 꽤 났지만, 흥미로운 것은 이제 실체를 완전히 드러냈다.
거울.
그것이 무엇인지는 설명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것은 거울이었다. 가운데에 금이 쩍 간 채였지만 거울은 여전히 반들거렸다. 어딘가에서 그것을 본 듯한 기분이 들었고, 더 자세히 관찰하기 위해 자신을 비추는 거울로 손을 뻗었다.
텅-!
속이 빈 물체가 낼 법한 소리를 내며 거울이 은의 손을 밀쳐냈다. 당황한 은은 잠시 그 자리에 멈춰섰다가 거울을 다시 보고는 더욱 놀랐다. 은의 손이 닿은 곳에서부터 거울에 나이테가 자라나 있었다. 연보라, 형광 주황, 초록, 분홍.. 강렬하고도 부드러운 색채들이 구부러지고 일그러진 원을 만들어 서로를 둘러싸고 있었다. 그리고 그 거울의 색채 사이로 은, 자신이 보였다. 아까까지 비쳤던 꿀빛 머리카락과 라일락빛 눈동자의 소년이 아닌, 나이테의 갖가지 색으로 눈동자가 시시각각 변하는 흰색 머리카락의 젊은 청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