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2화. 우리 어디서 본 적 있다요?
262화. 우리 어디서 본 적 있다요?
빰빠밤빠빰.
악사들의 연주로 결혼식장에 음악이 흐르며 결혼식을 위한 분위기를 만들어지자 본격적으로 거대 세력을 가진 하객들이 하나둘 입장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결혼식장에 거물 하객들이 들어오는 동안
우마왕과 우르치 등 동물에 둘러싸인 세준은 테오가 건넨 검은 구슬을 살펴보고 있었다.
[카이만 왕가 후계자의 내단]
카이만 왕가의 왕족에게만 전해오는 마력 수련법을 통해 만들어지는 내단입니다.
강제로 적출돼 내단에 담긴 마력의 상당수가 흩어져버렸습니다.
내단에 대략 100년 동안 수행한 마력이 담겨 있습니다.
섭취 시 총 100개의 보너스 스탯을 획득합니다.(마력이 100보다 낮은 존재가 섭취 시 반대로 모든 스탯을 내단이 흡수합니다.)
사용 제한 : Lv. 50 이상, 마력 100 이상
등급 : S
세준이 내단을 살펴보는 동안
"푸후훗. 내가 찾은 구슬이 어떠냥?!"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아빠 꾸엥이가 꾹 누르니까 구슬이 쏙 하고 나왔다요!]
테오와 꾸엥이가 배를 내밀고 허리에 앞발을 올린 상태로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 잘했어."
세준은 일단 내단을 주머니에 넣고
꽈악.
양팔을 뻗어 그런 테오와 꾸엥이를 안아줬다. 내단을 어떻게 할지는 일단 결혼식이 끝나고 생각하기로 했다.
"잠시 후 신부 쀼쀼 님과 신랑 흑토끼 님의 결혼식을 시작하겠습니다. 주례를 맡으신 이오나 님께서는 연단으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곧 결혼식이 시작될 모양인지 마법 확성기를 통해 사회자가 이오나를 찾았다.
"뀻뀻뀻. 갔다 올게요."
"응. 잘하고 와."
"잘하라냥!
"뀻뀻뀻. 네!"
세준과 테오의 응원을 받으며 이오나가 연단이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잠시 후
"그럼 신랑 입장이 있겠습니다!"
딴따다단~딴따다단~
뺙!
사회자의 말과 함께 결혼행진곡이 울리며 하얀색 턱시도를 입은 흑토끼가 위풍당당하게 입장했다.
"우리 흑토끼 멋있다."
세준이 그런 흑토끼를 보며 말했다. 너도 이제 어른이 되는구나.
연단을 향해 걸어가는 흑토끼를 보며 세준이 감회에 잠길 때
"박 회장! 나 테 부회장을 보라냥! 내가 더 멋있다냥!"
꾸엥!
[아니다요! 꾸엥이가 더 멋있다요!]
아직 철이 덜든 질투쟁이들이 세준의 시선을 받기 위해 요란을 떨었다.
"가만히 있어."
세준이 그런 테오와 꾸엥이에게 엄한 목소리로 말하고
와락.
둘을 품에 안고 다시 흑토끼의 결혼식을 지켜봤다.
척.
그렇게 흑토끼가 이오나가 있는 연단 앞에 서자
"그럼 신부 입장이 있겠습니다!"
따라라란.
조금 전과 달리 부드러운 음악과 함께 아름다운 새하얀 드레스에 레드리본을 착용한 쀼쀼가 결혼식장으로 들어왔다.
새하얀 털을 가진 쀼쀼가 하얀 드레스를 입고 등장하자 마치 세상이 밝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당근꽃이네."
당근꽃 부케를 들고 천천히 연단을 향해 걸어가는 쀼쀼를 보며 세준이 말했다.
당근꽃의 꽃말은 죽음도 아깝지 않으리. 당신을 위해서는 기꺼이 목숨을 바치겠다는 의미이니 둘의 결혼에 딱 어울리는 꽃이었다.
물론 실제로 그런 일이 생기면 자신이 나서 해결해 줄 거다. 우리 흑토끼와 쀼쀼를 불행하게 하는 놈들은 가만 안 둬!
그렇게 세준이 각오를 다지는 사이
사라락.
새하얀 드레스 자락이 쀼쀼의 걸음에 따라 연단을 쓸었다. 몇십 m 짜리 긴 드레스 자락.
모든 하객들이 들러리 없이 쀼쀼가 연단까지 가기에는 어려워 보인다고 생각할 때
지잉.
쀼쀼가 입은 드레스의 가슴 중앙에 박힌 투명한 보석이 빛나자
후웅.
바람이 일어나며 드레스 자락이 쀼쀼의 뒤로 아름답게 하늘거리기 시작했다.
"와."
하객들이 그런 쀼쀼를 보며 감탄했다. 마치 바람의 여신이 강림한 것 같았다.
척.
쀼쀼가 연단 앞에 서자 바람이 줄어들며 드레스 자락도 쀼쀼의 뒤로 질서 있게 정리되며 사뿐히 내려앉았다.
그렇게 쀼쀼가 흑토끼의 옆에 서자
"뀻뀻뀻. 두 토끼는···."
이오나가 준비한 주례사를 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꾸벅.꾸벅.
이오나의 주례사가 지루한지 하객들들 중 고개를 숙이는 하객들이 나타났다.
"뀨-뀨-모두들 일어나세요!"
자신이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주례사를 제대로 듣지 않는 하객들을 보며 분노한 이오나. 분노의 뀨 2단계가 됐다.
"야! 일어나!"
"자면 죽는다!"
덕분에 하객들 중 누구도 이오나의 주례사가 끝날 때까지 잠들 거나 자리를 비우는 이는 없었다.
그렇게 이오나의 주례사가 거의 끝나갈 때쯤
"마지막으로 앞으로 부부가 되는 둘에게 위대한 검은용의 축복과 선물을 내릴게요."
"뭐?!"
"위대한 검은용?!"
이오나의 말과 함께 하객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위대한 검은용의 축복과 선물을 받다니···이건 상당히 큰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둘은 곧 건국식을 하고 레드리본 왕국의 왕비와 왕이 되기 때문.
즉, 레드리본 왕국을 건드리면 위대한 검은용의 응징을 각오해야 한다는 뜻이 된다.
하객들이 웅성거리는 사이
"뀻뀻뀻. 먼저 위대한 검은용의 축복을 내릴게요!"
이오나가 검은용의 비늘을 이용해 쀼쀼와 흑토끼의 몸에 검은용 문신을 새겼다.
이미 둘은 문신이 있지만, 결혼식 하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문신을 없애고 다시 새겼다.
"뀻뀻뀻. 그리고 이게 위대한 검은용께서 내리는 선물이에요!"
촤락.
이오나가 결혼식장 구석, 물건을 덮고 있던 하얀 천을 거둬내자 서치라이트 하나가 나타났다.
카이저가 에일린을 위해 만들어준 서치라이트. 이제 에일린의 심장이 회복돼 필요 없기에 에일린이 조금 개조해 이오나를 통해 선물로 보낸 것이다.
철컥.
쿠오오오!
서치라이트의 스위치를 올리자 하늘에 위대한 검은용이 포효하며 모습을 드러냈다.
마법으로 만들어진 모습임에도 모두를 압도하는 기세가 뿜어졌기에 하객들 중 누구도 위대한 검은용의 선물임을 감히 의심하지 않았다.
그렇게 하객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준 쀼쀼와 흑토끼의 결혼식.
"그럼 마지막으로 부케던지기를 시작하겠습니다. 부케를 받고 싶으신 하객분들은 신부님의 뒤에 자리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제 정말 마지막 행사가 남았다.
그리고
"어?!"
이어지는 사태에 세준이 당황했다.
우다다다.
앞으로 달려가 자리를 잡는 하객들. 수백 명 이상이 쀼쀼의 뒤에 자리를 잡았다
보통 부케던지기는 아는 지인 한 명이 받는 거로 알고 있었는데···여기는 그렇지 않았다. 거기다 남녀를 가리지 않았다.
결혼하고 싶은 애들이 많은 모양이다. 하긴 나도 결혼은···하고 싶다.
"그럼 신부님 부케를 뒤로 힘껏 던져주세요!"
쀼쀼!
사회자의 말에 따라 뒤로 부케를 던지는 쀼쀼. 부케가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며 하객들을 향해 떨어졌다.
"내꺼야!"
"무슨 내가 잡을 거야!"
부케가 떨어지는 위치에 있는 하객들이 부케를 잡기 위해 점프를 했지만
퉁.퉁.퉁.
부케는 그들의 손을 스치며 여러 번 튕겨 전혀 다른 곳으로 날아갔다.
"냥?"
테오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부케를 향해 본능적으로 앞발을 휘둘렀다.
퍽.
테오의 앞발을 맞고 날아간 부케가 하늘에서 산산이 부서지며 당근꽃들이 흩날리며 사라졌다.
"이···이상으로 결혼식이 끝났습니다. 하객들은 자리에서···."
사회자가 서둘러 상황을 마무리하기 위해 결혼식을 끝냈다.
***
검은탑 4층.
세준이 떠난 후에도 죽음의 십자가는 부지런히 배회하는 영혼을 흡수해 블랙 스켈레톤으로 부활시켰다.
달그락.
그렇게 부활한 스켈레톤 하나.
달그락.달그락.
이곳이 어디인지 파악하기 위해 주변을 열심히 둘러봤다.
그냥 멍하니 있는 다른 신입 블랙 스켈레톤과는 다른 행동.
그때
"어서 와라! 신입! 나는 첫 번째 괭이 필립. 이제부터 너에게 농사의 기초인 밭 만들기와 심기를 가르쳐주겠다."
필립이 얼 때리는 신입 블랙 스켈레톤에게 농사를 가르치기 위해 다가갈 때
"어?!"
툭.툭.
신입 블랙 스켈레톤은 필립이 가르치기도 전에 흙이 무너진 이랑을 보수하기 시작했다.
이미 농사를 할 줄 아는 것 같았다. 죽기 전에 농사를 짓던 영혼이 블랙 스켈레톤으로 부활했기 때문.
하지만 그 수준이 심상치 않았다.
신입 블랙 스켈레톤이 포도 새싹에 손을 가까이 가져가자
우웅.
뿌드득.
블랙 스켈레톤의 손에서 녹색 빛이 나면서 빠르게 자라는 포도 새싹. 순식간에 자라기 시작했다.
덕분에 포도 농장의 포도들이 빠르게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
***
척.척.
결혼식이 끝나자 하객들이 앉은 테이블에 음식들을 놓기 시작하는 시종들. 결혼식 피로연이 바로 이어졌다.
방금 전의 충격을 뒤로하고 놓인 음식에 집중하는 하객들.
"근데 이게 뭔가요?"
하객들 중 몇이 세준의 쌀국수에 흥미를 보이며 시종들에게 쌀국수에 대해서 물었다.
"쌀국수라는 음식입니다."
"처음 보는 음식인데 어디서 구한 거죠?"
"왕의 삼촌께서 가져오신 거라고 들었습니다."
"오! 그래요? 이거 맛있네요."
옆에서 하객들이 쌀국수를 칭찬하는 소리가 들리자
"흐흐흐."
꾸헤헤헤.
쌀국수를 만든 세준과 꾸엥이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때
후루룩.후루룩.
옆옆 테이블에서 엄청난 소리를 내며 음식을 빨아들이는 소리가 들렸다.
꾸엥?
음식이 사라지는 위협적인 소리에 고개를 돌린 꾸엥이.
"어?! 꾸엥이?!"
대상인 유렌과 눈이 마주쳤다.
파직.
둘 사이에 불꽃이 튀었다.
그리고 둘만의 푸드파이터 대회가 다시 시작됐다.
후루루룩.
'이번에는 지지 않아!'
후루루룩.
'쌀국수 내꺼다요!'
세준은 둘이 열심히 쌀국수를 먹는 것을 구경하며
촵촵촵.
세준은 테오에게 츄르를 먹이며 식사를 했다. 이미 왕궁 식당에서 먹어본 음식들이기에 맛있는 것 위주로 골라 먹었다.
오도독.오도독.
"뀻뀻뀻."
주례가 끝나자마자 테오의 꼬리로 돌아온 이오나도 볶음 땅콩을 먹으며 식사를 했다.
그때
"뭐양?! 쌀국수? 난 면 안 먹는다고 했잖양!"
와장창!
한 하객이 상을 뒤집었다. 뭐···쌀국수를 싫어할 수도 있다. 그래도 상을 뒤집는 건 아니지.
그리고 무엇보다···
꾸엥?
상을 엎으면서 날아간 음식이 꾸엥이의 머리에 떨어졌다. 감히 우리 꾸엥이에게!
화가 난 세준이 방금 상을 엎은 상대에게 뭐라고 하려고 할 때
꾸엥?!
[방금 아빠랑 꾸엥이가 만든 쌀국수를 안 먹는다고 했다요?!]
이상한 포인트에서 분노한 꾸엥이가 상대의 멱살을 잡았다.
"녱?!"
꾸엥?
[근데 우리 어디서 본 적 있다요?]
얼굴은 처음 보는데 익숙한 목소리에 꾸엥이가 물었다.
"아···아니용! 절대 본 적 없습니댱!"
도리도리.
멱살을 잡힌 상태로 격렬하게 고개를 흔드는 상대.
꾸엥!꾸엥!
[아니다요! 분명 익숙한 목소리다요!]
"그···그럴 리가용···."
자신의 목소리를 숨기기 위해 작아지는 목소리. 더 수상했다.
킁킁.
꾸엥!꾸엥!
[냄새도 익숙하다요! 우리 어디서 본 적 있다요!]
꾸엥이가 상대의 냄새를 맡으며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때
"뀻뀻뀻. 당연하죠. 걔 대상인 미미르예요."
미미르의 맨얼굴을 본 적이 있는 이오나가 말했다. 지금의 미미르는 테오에게 털 깎임을 당한 후 완전히 털을 민 상태였다.
"냥?! 너가 미미르였냥?!"
이오나의 말에 테오가 서둘러 계약서를 꺼내 에일린에게 보냈다. 푸후훗. 이번에는 도망갈 수 없다냥!
그렇게 테오가 에일린의 도장을 받는 사이
'난 왜 이렇게 재수가 없징···.'
꾸엥이에게 멱살이 잡힌 미미르는 울고 싶었다.
꾸엥!꾸엥!
[이게 맛없을 리 없다요! 빨리 먹어 본다요!]
꾸엥이가 미미르를 앉히고 쌀국수를 권했다. 일단 먹어보면 생각이 바뀔 거다요!
"녱···"
후루룩.
안 먹으면 죽일 것 같은 분위기에 미미르가 쌀국수를 억지로 입에 넣었다.
그리고 확장되는 미미르의 동공.
미미(美味)!!!
면전도사 꾸엥이가 어린양 미미르를 면의 세계로 인도했고 덕분에 면덕후 미미르가 탄생했다.
263화. 훗. 해결사 박세준이 나서주지.
263화. 훗. 해결사 박세준이 나서주지.
검은탑 관리자 구역.
"이렇게 하면 되나?"
에일린이 쪼그리고 앉아 당근꽃을 하나씩 주워 꽃다발을 만들고 있었다. 탑 55층 하늘에서 흩날리던 당근꽃을 에일린이 수거한 것.
하지만
시들시들.
당근꽃은 빠르게 시들어버렸다. 에일린의 가공할 기운을 버티기에 당근꽃은 너무 연약했다.
파스스스.
결국 에일린의 기운을 버티지 못한 당근꽃은 시듦을 넘어 바스러졌다.
"크힉! 이게 다 바보 똥 고양이 테오 때문이야!"
가루로 변한 당근꽃을 보며 에일린이 테오에게 짜증을 냈다.
조금 전 쀼쀼가 부케를 던졌을 때
"크히히히. 저걸 세준이가 잡으면 나한테 결혼하자고 하겠지?"
에일린도 수정구로 그 장면을 지켜보며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드래곤하트가 성장하며 새롭게 개방된 관리자의 능력 을 이용해 티 나지 않게 세준 쪽으로 교묘히 부케를 보냈다.
지금 가진 마력으로는 약간의 힘밖에 낼 수 없었지만, 고도의 집중으로 정확한 궤적을 계산했고 덕분에 부케는 에일린의 계산대로 움직였다.
"크히히히. 됐다!"
세준 쪽으로 정확히 날아가는 부케를 보며 기뻐하는 에일린.
하지만 예상치 못한 복병이 있었다. 에일린이 힘들여 세준에게 보낸 부케를 테오가 냅다 후려친 것.
그렇게 에일린이 테오를 원망하고 있을 때
"응?"
에일린 앞에 계약서 한 장이 나타났다. 테오가 미미르를 부하로 만들기 위해 보낸 계약서였다.
"앞으로 테오 바보 똥고양이는 안 도와줘!"
테오에게 삐진 에일린이 계약서에 도장을 찍어주지 않았다.
***
"욤!욤!욤! 너무 맛있어용!"
호로록.호로록.
연신 탄성을 지르며 쌀국수를 흡입하는 미미르. 이제까지 왜 면 요리를 안 먹은 건지 스스로가 원망스러울 지경이었다.
'오늘 그동안 못 먹은 면 요리를 모두 먹겠어용!'
그렇게 미미르가 그동안 살면서 거부했던 모든 면을 전부 먹겠다는 각오로 네 번째 쌀국수를 향해 젓가락을 뻗을 때
꾸엥!
[이제 그만 먹는다요!]
꾸엥이가 염력을 사용해 미미르의 앞에 새로 놓인 쌀국수 그릇을 공중으로 띄웠다.
휙.
그로 인해 허공을 가르는 미미르의 젓가락.
"양?! 왜 그래용?! 저 더 먹을 수 있어용!"
뒤늦게 꾸엥이가 자신의 쌀국수를 뺏었다는 걸 깨닫고 미미르가 꾸엥이를 노려보며 앙칼진 목소리로 외쳤다. 억지로 먹일 때는 언제고 지금 뭐 하는 짓이양?!!!
이제 막 면의 세계에 입문한 미미르에게는 너무 가혹한 처사였다.
하지만
덥썩.
꾸엥!꾸엥!
[안된다요! 나머지는 꾸엥이 꺼다요!]
꾸엥이가 미미르의 멱살을 잡고 아주 단호하게 말했다. 면전도사 꾸엥이의 호의는 딱 쌀국수 3그릇까지였다.
원래라면 미미르가 쌀국수 5그릇은 먹도록 허용해 줄 텐데...핑크 돼지 유렌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
후루루룩.후루루룩.
꾸엥이가 미미르를 면의 세계로 인도하는 중에도 유렌은 쉬지 않고 쌀국수를 흡입하고 있었던 것.
"녱···,"
그렇게 꾸엥이에게 멱살이 잡힌 미미르는 시무룩한 목소리로 대답하며 면덕후 입문 과정을 강제로 끝내야 했다.
그리고
후루루룩.
열심히 쌀국수를 먹기 시작하는 꾸엥이.
꿀꺽.
미미르가 그런 꾸엥이를 보며 군침을 삼켰다.
그때
"푸후훗. 미미르, 앞으로도 쌀국수를 먹고 싶냥?"
테오가 슬며시 미미르에게 다가가 쌀국수 영업을 시작했다.
"녱! 그럼요! 매일 먹고 싶어용!"
테오의 물음에 격렬히 고개를 끄덕이는 미미르.
"푸후훗. 그럼 나한테 얼마까지 줄 수 있냥?"
우리 애들 잘한다! 시식 담당 꾸엥이와 판매 담당 테오의 환상적인 조합에 세준이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거기다 테오는 상대에게 먼저 가격을 제시하라는 고난이도의 상술을 구사했다. 우리 호구 진짜 많이 발전했다.
세준이 자신을 보며 웃자
'박 회장 녀석, 내가 그렇게 좋냥? 푸후훗. 나 테 부회장에게서 눈을 못 떼는 것 보라냥!'
더욱 자신감을 얻은 테오.
"푸후훗. 미미르, 이런 거 본 적 있냥?"
미미르와 쌀국수 계약을 끝낸 테오가 체력의 옥수수를 꺼내며 물었다.
하지만
"녱. 이거 옥수수잖아용. 저도 많이 먹어봤어용."
미미르는 테오가 꺼낸 옥수수를 대단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푸후훗. 이 옥수수는 미미르가 지금까지 본 옥수수와는 다르다냥! 왜냐하면 훌륭한 박 회장이 키웠기 때문이다냥!"
테오가 거만한 목소리로 말하며 옥수수를 미미르에게 건넸다.
박 회장이라는 존재가 키운다고 뭐가 달라지나? 대수롭지 않게 옥수수를 받아 살펴보던 미미르.
"뭐가···양?! 이거 뭐예용?!"
체력의 옥수수 옵션을 확인하고는 크게 놀랐다.
옥수수를 먹는다고 스탯이 오르는 것도 신기했지만, 그것보다 더 놀라운 건 옥수수 등급이 A급이라는 것.
농작물은 특이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등급이 높을수록 맛있다.
그리고 미미르는 지금까지 A급 옥수수를 본 적이 없었다.
아삭.
미미르가 A급 옥수수 본연의 맛을 맛보기 위해 생옥수수를 베어 물었다.
옥수수의 맛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인지 눈을 감고 맛을 음미하는 미미르.
말하지 않아도 치솟는 입꼬리가 옥수수의 맛이 훌륭함을 알려줬다.
"달댱!"
미미르가 눈을 뜨며 기분 좋게 말하자
"푸후훗. 박 회장의 옥수수가 어떠냥?!"
테오가 그것 보라는 듯 거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대단해용! 박 회장님은 정말 농사의 천재인가봐용!"
"푸후훗. 그렇다냥! 박 회장은 대단하다냥!"
"흐흐흐. 녀석들."
세준이 자신을 찬양하는 둘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을 때
뺙!
흑토끼가 세준을 찾아왔다.
뺙!
[삼촌 같이 가요!]
"응? 어딜?"
뺙!
[가족 초상화 그려야 돼요!]
세준과 자신의 형제들을 데리러 온 것.
"초상화?"
뺙!뺙!
[네! 빨리요!]
화이트 캐슬의 로비에 걸리는 왕실 가족 초상화에 세준과 형제들도 함께 넣고 싶은 흑토끼가 재촉했다.
"안 된다냥! 아직 에일린 누나한테 도장을 못 받았다냥!"
흑토끼의 말에 에일린에게 보낸 계약서가 떠오른 테오가 소리쳤다. 미미르를 부하로 만들어야 된다냥!
"헤혱."
자신의 눈앞에 있는 세준의 농작물에 매료된 미미르를 보며 테오의 마음이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에일린을 재촉하기에는 에일린이 무서운 테오.
'냥···에일린 누나, 왜 계약서에 도장 안 찍어주냥?'
에일린이 삐졌다는 걸 모르는 테오는 마냥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꾸엥!꾸엥!
[꾸엥이도 지금 못 간다요! 꾸엥이 아직 다 안 먹었다요!]
후루루룩.후루루룩.
꾸엥이도 쌀국수를 먹으며 못 간다고 말했다
뺙!
[삼촌 도와줘요!]
테오와 꾸엥이가 세준의 말은 찰떡같이 듣는 걸 알기에 흑토끼는 둘을 데려가기 위해 바로 세준에게 부탁했다.
그리고
"알았어. 테 부회장, 뭐가 문제야?"
훗. 해결사 박세준이 나서주지. 세준이 거만한 목소리로 말하며 빠르게 테오의 일부터 해결하기 시작했다.
"박 회장! 에일린 누나가···."
"계약서? 에일린한테 계약서 보냈어?"
"그렇다냥!"
테오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세준을 바라봤다. 훌륭한 박 회장이 나섰으니 이제 에일린 누나가 계약서에 도장을 찍어 줄거고 미미르는 내 부하다냥!
"잠깐만. 에일린 테오가 계약서 보냈다는데 혹시 못 봤어?"
[탑의 관리자가 조···조금 전에 봤다며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있다고 말합니다.]
세준의 말에 어쩔 수 없이 계약서에 도장을 찍으며 에일린이 대답했다.
"응. 고마워."
[탑의 관리자가 그대와 자신 사이에 이런 일로 고마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부끄러워합니다.]
[탑의 관리자가 성석의 교육도 끝났다고 함께 보낸다고 말합니다.]
에일린의 말과 함께 세준의 손에 계약서와
-세준 님께 절대복종!
군기가 반짝 든 진화한 성석 아이스큐브가 놓였다.
"테 부회장, 여기."
"푸후훗. 역시 박 회장은 훌륭하다냥!"
세준이 테오에게 에일린의 도장이 찍힌 계약서를 건네자
척.
계약서를 받은 테오가 서둘러 미미르 옆에 계약서를 내려놨다.
그리고
"헤혱."
"미미르, 옆으로 좀 가라냥!"
아직도 세준의 농작물을 구경하느라 정신이 팔린 미미르를 계약서 쪽으로 움직이게 했다.
"녱. 양?!"
테오의 말에 따라 움직였다가 이상함을 느낀 미미르가 바닥을 보자
꾹.
정확히 계약서의 을란에 찍힌 미미르의 뒷발. 덕분에 계약서가 완성됐다.
"푸후훗. 이제 미미르는 내 부하다냥!"
"이익! 그런 건 저한테 안 통한다고 했죵!"
촤악.
이미 테오의 수작을 예상하고 미리 준비하고 있던 미미르가 계약 무효화 물약을 테오가 흔들고 있는 계약서에 뿌렸다.
하지만
"뭐죵?! 왜 안 지워지죵?"
계약서 안의 내용은 거대한 격의 차이 때문에 지워지지 않았다.
탁.탁.탁.
"푸후훗. 부하야 앞으로 잘 부탁한다냥!"
망연자실한 표정의 얼굴을 한 미미르의 어깨를 두드리며 테오가 말했다.
그렇게 테오가 대상인 미미르를 부하로 만드는 사이
"꾸엥아, 그건 나중에 먹고 일단 꿀 먹자."
세준은 다음 목표인 꾸엥이를 꿀로 유혹했다. 꿀을 먹이면서 이동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꾸엥!꾸엥!
[꾸엥이 지금 시합 중이다요! 멈출 수 없다요!]
후루루룩.후루루룩.
반대쪽에서 열심히 쌀국수를 먹는 유렌을 보며 꾸엥이가 말하자
"테 부회장···."
"알겠다냥! 나한테 맡겨라냥!"
세준이 테오를 유렌에게 보내 쌀국수를 그만 먹게 했다.
"푸후훗. 가자냥!"
꾸엥!
[꾸엥이 이제 가도 된다요!]
그렇게 테오와 꾸엥이가 흑토끼를 따라가겠다고 하자
뺙!
[따라와요!]
흑토끼가 세준과 동물들을 화가들이 기다리는 방으로 안내했다.
흑토끼를 따라간 곳에는 거대한 권좌 하나 그리고 권좌의 앞에 두 개의 작은 왕좌가 놓여 있었다.
삐익!
뺘압!
주변에는 이미 도착한 흑토끼의 부모와 다른 가족들이 모여 있었다.
뺙!
[삼촌은 제일 뒤에 앉으면 돼요!]
흑토끼가 세준을 거대한 권좌로 안내했다.
털썩.
세준이 권좌에 앉자
"여기는 내 자리다냥!"
꾸엥!
자연스럽게 테오와 꾸엥이가 세준의 무릎에 자리를 잡았고
(뱃뱃.)
황금박쥐는 세준의 오른쪽 어깨에 앉았다.
그리고
쀼쀼!
뺙!
세준이 앉은 권좌 앞 왕좌에 쀼쀼와 흑토끼가 앉자
삐익!
토끼들이 그들의 주변에 자리를 잡았다.
잠시 후
삐믹!
[움직이면 안 됩니다!]
그림을 그리는 회색 토끼 수십 마리가 거대한 캔버스에 왕실 가족들의 모습을 열심히 그리기 시작했다.
슥.슥.슥.
방안에는 화가 토끼들의 분주한 붓질 소리만 가득했다.
하지만 그런 고요한 시간은 오래 가지 못했다.
고로롱.
꾸로롱.
뀨로롱.
배로롱.
누구부터였는지 모르지만, 코 고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자 잠은 전염되듯이 퍼졌고 결국 모두가 잠드는 대참사가 벌어졌다.
삐믹!삐믹!
왕족을 깨울 수 없는 화가 토끼들이 분주하게 아까 자기 전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림을 계속 그렸다.
***
붉은 안개가 짙게 모인 멸망의 외곽.
"한심하구나. 고작 용 하나에게 지고 돌아오다니···."
"크윽! 그놈이 이상한 걸 삼키지만 않았어도···"
상대의 말에 할파스가 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용이 이상한 걸 삼켰다고?"
"어. 둥근 거였는데···그걸 먹더니 순식간에 2단계 봉인을 푼 나보다 강해지더군."
"검은용이라고 했지?"
"그래. 왜?"
"아니. 조금 흥미가 생겨서."
"흥! 조만간 우리가 3단계 봉인을 풀 수 있게 되면 어차피 상관없게 될 거다."
"그건 그렇지. 알았다. 그만 가서 몸이나 회복해라."
"그래."
할파스가 몸을 회복하기 위해 정신을 집중했다.
그리고
"뭘 삼킨 거지?"
할파스와 대화를 하던 존재가 카이저가 삼킨 것에 관심을 보였다.
한 마리만 먹으면 상관이 없지만, 그걸 모든 용이 다 먹게 된다면 이번에도 패배하는 건 자신들이다.
하지만 그걸 자신들이 먹게 된다면···
"우리의 압도적인 승리지."
멸망의 사도 중 1좌의 위치에 있는 신을 사냥하는 늑대 펜릴이 입 주변을 핥으며 검은탑을 바라봤다.
264화. 또 있네?!
264화. 또 있네?!
"와!"
거대한 캔버스에 완성된 가족 초상화를 보며 세준이 감탄했다. 특히 자신의 모습을 너무 잘생기게 그려줬다.
뭐 다른 애들은 다 동물이니 인간 기준으로는 세준이 가장 잘생긴 건 맞았다.
"흐흐흐. 나만 너무 보정이 많은 거 아냐?"
테오의 마사지로 잘생겨진 자신의 얼굴에 적응하지 못한 세준이 멋쩍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삐믹.삐믹.
[저희가 한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왕의 삼촌께서 너무 훌륭한 외모를 가지고 계셔서 그런 거지요.]
"흐흐흐. 뭐 그렇게 훌륭하기까지···."
사회생활을 할 줄 아는 화가 토끼들의 대표가 그런 세준의 외모를 칭찬하며 세준을 한 번 더 기분 좋게 만들었고
"아니. 뭐···그 정도야···자. 고생했어. 이 돈으로 끝나고 맛있는 거 먹어."
덕분에 풍족한 회식비를 벌었다.
잠시 후
삐믹!
[그림을 옮겨라!]
시종들이 완성된 왕가 초상화를 화이트 캐슬 로비로 조심히 옮겼다.
그리고
뺙!
[삼촌, 저는 3일 후에 있을 레드리본 왕국 건국식 때문에 당분간 바쁠 것 같아요!]
흑토끼와 쀼쀼는 신혼여행도 못 가고 바로 건국식 준비를 위해 자리를 떠났다.
"우리는 잠깐 집에 갔다 오자."
아무리 왕실의 음식이 맛있고 시중들이 편하게 시중을 들어줘도 집에 있는 것처럼 편하지는 않았다.
"좋다냥! 빨리 가자냥!"
꾸엥!
[꾸엥이도 집에 가고 싶었다요!]
테오와 꾸엥이도 세준의 마음과 같았는지 서둘러 집에 가고 싶어 했다.
하지만
"뀽뀽뀽. 저는 이곳에서 할 일이 남아서 못 가요."
이오나가 테오의 꼬리에서 나와 테오볼을 꺼내며 우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검은 박에 마탑의 마탑주인 이오나는 이곳에서 탑의 다른 세력 수장들과의 미팅이 있었기 때문
세력 수장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이런 기회가 아니면 서로 시간을 맞추기 어려웠다.
"알았어. 그럼 3일 후에 보자."
"뀻뀻뀻. 네! 테 부회장님도 그때 봐요."
"알겠다냥!"
그렇게 이오나와 헤어져 탑 55층 웨이포인트가 있는 화이트캐슬 앞의 광장으로 이동한 세준.
"자. 들어가 있어."
철컹.
세준이 동물들을 아공간 창고에 넣고 붉은 크리스탈에 손을 올렸다.
[저장된 다른 층의 웨이포인트를 불러옵니다.]
메시지와 함께 세준이 갈 수 있는 층의 웨이포인트들이 나타났고
[저장된 웨이포인트]
-탑 99층
-탑 85층
-탑 83층
···
..
.
세준이 탑 99층을 선택해 집으로 돌아갔다.
***
[검은탑 99층에 도착했습니다.]
쾅!
탑 99층에 도착했다는 메시지와 함께 세준의 뒤에서 충격음이 들렸다.
흠칫.
큰 소리에 놀란 세준이 서둘러 고개를 돌려 뒤를 보자
"두꺼비?!"
세준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아이스큐브 너머로 거대한 두꺼비가 보였다.
우마왕이 자리를 비운 사이 이상한 놈 하나가 웨이포인트를 차지하고 있던 것.
'큰일 날 뻔했네···.'
지금은 테오, 꾸엥이, 황금박쥐가 모두 아공간 창고에 들어가 있는 상황. 아이스 큐브가 없었다면 그대로 저놈의 공격을 허용했을지도 몰랐다
뭐···검은용의 비늘도 있고 도 있으니 죽지는 않았겠지만···
그래도 탑 99층 웨이포인트를 차지한 깡다구와 능력을 생각하면 약한 놈은 아닐 테니 상당히 위험했을 거다.
"아공간 창고 소환."
세준이 창고 안에 있는 동물들을 부르기 위해 아공간 창고를 불러 문을 열려고 할 때
낼름.
공격에 실패한 두꺼비가 다시 혀를 내밀며 세준을 공격했다.
"아이스큐브!"
세준이 아이스큐브로 자신의 앞을 막아 두꺼비의 혀 공격에 대비했다.
하지만
후웅.
직선으로 날아오던 두꺼비의 혀가 아이스큐브 앞에서 둥글게 반원을 그리며 아이스큐브를 우회해 세준을 공격했다.
"어?!"
예상치 못한 공격에 당황한 세준.
그때
쩌저적.
아이스큐브 하나가 더 나타나 세준을 보호했다. 세준에게 문제가 생기면 에일린에게 다시 불려 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열일하는 성석 아이스큐브.
철컹.
"얘들아, 나와."
그사이 세준이 아공간 창고 문을 열고 동물들을 불렀다.
***
철컹.
"자. 들어가 있어."
아공간 창고 문이 닫히자
꾸엥!
[간식이다요!]
꾸엥이는 창고를 돌아다니며 열심히 간식주머니를 채웠고
(뱃뱃.)
황금박쥐는 오랜만에 옛집에 왔다며 자신이 예전에 있던 자리에 가서 자리를 잡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박 회장, 언제 오냥···?"
테오는 세준의 무릎을 한시라도 빨리 보고 싶은 마음에 아공간 창고 문 앞에서 문이 열리면 언제라도 나갈 수 있게 식빵을 구우며 대기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철컹.
아공간 창고 문이 열리며 세준의 얼굴이 보이기 시작했다. 박 회장이다냥!
신이 난 테오가 세준에게 달려가기 위해 뒷발에 힘을 줄 때
"냥?!"
테오의 눈에 거대한 두꺼비가 세준을 공격하기 위해 앞발을 높게 드는 게 보였다.
"감히 박 회장을 공격하는 것이냥?! 박 회장은 나 테 부회장이 지킨다냥!"
나갈 틈이 생기자마자 테오가 빠르게 달려 나와
퍽!
"으억!"
세준의 얼굴을 밟고 하늘로 몸을 띄웠고
빳칭!
"냐냐냥!"
용발톱을 뽑아 거대 두꺼비를 해치웠다.
[파수꾼 테오가 거대 독두꺼비 뚜비를 처치했습니다.]
[파수꾼 테오가 획득한 경험치의 50%인 2000만을 획득했습니다.]
"역시 위험한 놈이었어."
네임드에 독까지···메시지에 나타난 적의 이름를 보면서 세준은 적이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는 걸 확인했다.
그리고
핥짝.핥짝.
어느새 자신의 무릎에 누워 구루밍에 집중한 테오의 배를 쓰다듬었다. 고맙다.
그렇게 테오를 쓰다듬으며 세준이 성석 아이스큐브를 꺼내 자세히 살펴봤다.
어떻게 교육을 했는지 모르지만, 성석의 성능이 너무 좋아졌기 때문.
자기가 알아서 아이스큐브를 만들어 세준을 보호했고 거기다 아이스큐브의 단단함도 전과는 달랐다.
[성석 아이스 실드큐브]
하늘의 별이 떨어지며 만들어진 돌입니다.
성석 아이스큐브가 진화를 거치며 실드의 힘이 추가돼 얼음이 더 단단해졌습니다.
소유자로 인정받아 성석에 마력을 공급하면 큐브 모양의 얼음을 만들 수 있습니다.
소유자가 위험에 처하면 성석이 자동으로 소유자 주변에 큐브형의 얼음을 만들어 소유자를 보호합니다.
소유자 : 탑농부 박세준
등급 : SS
사용 제한 : 마력 321 이상
"아이스 실드큐브? 성석도 진화를 하는구나···."
에일린에게서 살아남기 위해 버티다 보니 얻은 결과였다.
세준이 설명을 읽으며 성석 피어싱을 꺼냈다. 얘도 에일린한테 교육 좀 시켜달라고 할까?
부들.부들.
세준의 생각을 읽은 건지 성석 피어싱이 떨었다.
그때
"박 회장, 여기도 쓰다듬어 달라냥!"
테오가 자신의 턱을 들며 턱 아래를 쓰다듬어 달라고 요구했다.
"알았어."
세준이 주머니에 성석 피어싱을 넣고 테오의 턱을 쓰다듬었다.
그렇게 테오 덕분에 위기를 넘긴 성석 피어싱.
-반드시 진화한다!
성석 피어싱이 진화를 위한 특훈에 들어갔다.
쓰담.쓰담.
그렇게 세준이 양손으로 테오의 턱과 배를 쓰다듬고 있을 때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다 채웠다요!]
간식 주머니를 빵빵하게 채우고 뿌듯한 표정으로 아공간 창고에서 나온 꾸엥이.
꾸엥?
꾸엥이가 발라당 누운 테오의 턱과 배를 쓰다듬는 세준을 발견했다.
다다다.
꾸엥이가 서둘러 세준의 다리로 달려갔다.
그리고
척.
꾸엥!
[꾸엥이도 아빠 손 좋아한다요!]
세준의 무릎에 올라가 테오를 쓰다듬던 세준의 두 손 중 하나를 잡아 자신의 머리에 올렸다.
'푸후훗. 박 회장의 무릎에서 박 회장의 손길을 받는 게 가장 행······.'
"냥?!"
덕분에 눈을 감고 기분 좋게 세준의 쓰다듬을 받던 테오의 행복이 줄어들었다.
누구냥?! 분노한 테오가 실눈을 떠 자신의 행복을 방해한 존재를 찾았고
꾸엥!
세준의 손을 두 앞발로 잡고 자신의 머리에 올리는 꾸엥이와 눈이 마주쳤다.
'꾸엥이 뭐냥?!'
'큰형아 아빠 손 하나만 꾸엥이가 갖겠다요!'
'알겠다냥!"
눈빛을 통해 둘 사이에 대화가 오갔고 빠르게 합의에 도달했다.
하지만
"가자."
"냥?"
꾸엥?
세준이 일어나며 둘의 합의는 소용이 없게 됐다.
께엑!
농장에 도착하자 밭에서 일하고 있던 버섯개미들이 세준을 반겼다.
"그래. 잘 있었어?"
세준이 버섯개미들의 환대를 받으며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펄럭.펄럭.
세준의 집 앞에서 세준이 돌아오기만 기다리고 있던 용 조각상들이 세준을 반기며 날아왔다.
-크하하하. 우리 세준이 왔느냐?
-세준아! 드디어 왔구나?!
-후하하하. 검은탑의 탑농부여 반갑다! 이 몸은 위대한 붉은용 램터 자히르 님이다!
"네···안녕하세요. 저는 검은탑의 탑농부 박세준이라고 합니다."
처음 보는 붉은용 조각상을 보며 세준이 몸을 카이저와 켈리온 쪽으로 이동한 후 인사했다.
카이저와 켈리온은 자신을 죽이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지만, 저 붉은용은 아니었다.
-크흠! 앞으로 잘 지내보도록 하자.
램터는 자신을 경계하는 세준의 태도가 못마땅했지만, 지금 아쉬운 건 자신이기에 참기로 했다.
그렇게 세준이 램터와 인사를 나누자
-세준아, 이걸 받거라.
카이저가 묵직한 돈주머니를 건넸다.
"어?! 250억 탑코인?! 이 돈으로 전부 삼양주랑 포도주 반씩 예약하실 거예요?"
돈주머니 안의 엄청난 탑코인을 보면서 세준이 카이저에게 물었다. 당연히 술을 예약하기 위한 돈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검은콩에 대한 값이다.
"네? 검은콩이요?"
뜬금없는 농작물이 카이저의 말에서 나왔다.
-그래. 내가···
카이저가 버섯개미에게 검은콩을 받아 보관하던 중 피치 못할 사정 때문에 먹어버렸다는 얘기를 했다.
"검은콩이 열리기는 하는구나···"
오색콩 중 유일하게 수확해본 적 없는 검은콩. 세준은 열리긴 하는 건지 의문을 가지고 있었는데 덕분에 의문이 풀렸다.
'근데 검은콩에 그런 효과가 있을 줄이야···."
다른 콩들과 함께 먹으면 모든 스탯을 9배나 끌어 올릴 수 있다니. 자신이 사용해도 엄청난 효과.
그런데 그걸 용들이 그대로 효과를 본다면···까마득했다. 세준으로서는 상상도 못 할 영역.
"아쉽네."
자신이 있었다면 검은콩을 풍요의 황금 상자에 넣어 매일 2개씩 검은콩을 얻을 수 있었을 거다.
"감사합니다. 잘 쓸게요."
이미 지나간 일. 세준이 아쉬움을 뒤로하고 돈주머니를 챙겼다.
-그래. 다음에 검은콩이 생기면 그때도 내가 가장 먼저 사마.
-그건 아니지!
-맞아! 그건 우리끼리 얘기를 좀 나눠봐야지!
카이저의 말에 켈리온과 램터가 반발했다.
그렇게 용들이 서로 자신이 검은콩을 사겠다고 싸우자
슥.
세준이 조용히 일어났다. 저렇게 싸우다 결국 같이 술 마시러 간다. 괜히 옆에 있다가 용 싸움에 자신의 등만 터진다.
"흐흐흐. 이 돈으로 에일린한테 권능 부여해달라고 해야지."
그렇게 용들과 거리를 벌린 세준이 에일린을 부르려 할 때
께엑!
카이저에게 검은콩을 선물했던 버섯개미가 더듬이를 바짝 세우고 세준을 향해 위풍당당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툭.
세준의 손바닥 위에 콩 하나를 올려놨다.
"어?! 이건?!"
세준이 손바닥 위 검은콩을 보고 놀랐다. 또 있네?!
께엑!
세준의 표정에 우쭐해 하는 버섯개미. 버섯개미가 수확한 검은콩은 1개가 아니었다. 남는 검은콩이 있기에 카이저에게 선물한 것이다.
265화. 몸이 왜 이렇게 쳐지지?
265화. 몸이 왜 이렇게 쳐지지?
달칵.
"버섯개미! 잘했어!"
세준이 풍요의 황금 상자에 검은콩을 넣으며 버섯개미를 칭찬했다. 덕분에 내일부터는 하루에 검은콩을 2개씩 얻을 수 있게 됐다.
께엑!
세준의 칭찬에 더듬이를 더욱 꼿꼿이 세우며 버섯개미가 등을 내밀었다.
"응?! 버섯도 없는데 등은 왜?!"
버섯개미의 등에는 버섯이 없었기에 세준이 의아해하자
께엑!
자기 입으로 말은 못 하고 답답해하는 버섯개미.
"버섯이 아니면···아. 미안! 혹시 이걸 원하는 거야?"
세준이 검은용의 비늘을 꺼내자
께엑!
버섯개미가 더듬이를 빠르게 끄덕이며 밝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버섯개미가 원한 것은 세준의 부하라는 징표. 바로 검은용 문신이었다.
"자."
세준이 검은용의 비늘을 사용해 버섯개미의 등에 검은용 문신을 새겨주자
께엑!
버섯개미가 세준에게 인사를 하고 서둘러 동족들이 있는 둥지로 돌아갔다. 동족들에게 검은용 문신을 자랑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버섯개미가 돌아가고
"에일린, 내가 가진 돈으로 살 수 있는 권능 좀 보여줘."
세준이 에일린을 불렀다.
세준이 현재 가진 돈은 카이저가 준 250억 탑코인과 원래 가진 돈을 포함해 대략 260억 탑코인 정도.
[탑의 관리자가 잠시 기다려 달라고 말합니다.]
잠시 후
[부여 가능한 권능]
, , , , , ···
[강화 가능한 권능]
, ,
에일린이 세준이 가진 돈으로 살 수 있는 권능들을 보여줬다.
"이렇게 많아?"
세준이 부여 가능한 권능의 수를 보고 놀랐다. 권능이 거의 100개.
하지만
[탑의 관리자가 속성 가호는 하나를 선택하면 반대 속성은 선택할 수 없으니 신중하게 고르라고 말합니다.]
한 속성의 가호를 고르면 반대 속성의 가호를 고를 수 없기 때문에 실제 부여 가능한 권능은 50개 이하. 그래도 여전히 많은 숫자기는 했다.
"에일린, 속성 가호 권능은 얼마야?"
[탑의 관리자가 속성 가호 권능은 하나당 200억 탑코인이라고 말합니다.]
'흠···그럼 생명의 가호 하나랑 권능 3개를 강화하면 딱 맞겠네.'
항상 생존을 우선으로 여기는 세준은 당연히 생존과 연관됐을 것 같은 생명의 가호를 선택했다. 그렇게 계산을 끝낸 세준.
"에일린, 나 생명의···."
"푸후훗. 박 회장, 나 돈 있다냥!"
지금까지 딴짓하다 뒤늦게 세준이 쇼핑을 하는 걸 발견한 테오가 봇짐에서 돈주머니를 꺼내며 외쳤다.
"됐어. 에일린, 나···."
이미 살 걸 골랐기에 그냥 권능을 구매하려던 세준.
하지만
쿠웅!
테오가 내려놓는 돈주머니의 육중한 소리에 시선이 저절로 돈주머니를 향했다.
경량화 마법이 걸린 돈주머니가 저런 소리를 내다니···예사롭지 않았다.
"푸후훗. 박 회장, 어떠냥?!"
세준의 반응에 테오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돈주머니를 열었다.
그리고
"와!"
돈두머니를 본 세준이 환호를 질렀다.
세준의 예상대로 돈주머니 안에는 엄청난 돈이 들어있었다. 무려 1000억 탑코인이라는 엄청난 거금이.
아까 미미르에게 세준의 농작물을 팔고, 앞으로 평생 쌀국수를 먹여주기로 하고 받은 돈이 500억 탑코인.
거기다 유렌에게 받은 황금 접시를 미미르에게 팔아 받은 돈이 500억 탑코인이었다.
"에일린, 권능 다시 보여줘!"
덕분에 세준이 살 수 있는 권능의 수준이 엄청나게 올라갔고
[탑의 관리자가 알겠다고 말합니다.]
덩달아 에일린도 신이 났다.
***
"크히히히. 테오 녀석 아까는 화나게 하더니 이번에는 또 기특한 짓을 하네."
테오에게 삐졌던 에일린이 웃으며 수정구 안에 나타난 권능 목록을 위로 올렸다.
촤르륵.
목록이 위로 올라가며 세준에게 주고 싶었지만, 너무 비싸 엄두도 못 냈던 권능들이 보였다.
지금 세준이 가진 돈이라면 에일린이 세준에게 주고 싶었던 권능들 중 최하 수준의 권능 몇 개를 고를 수 있다.
그렇게 고른 3개의 권능.
"세준아, 이 중에서 고르면 돼. 셋 다 하나에 1250억 탑코인이야."
에일린이 권능을 세준에게 보여줬다.
***
"흐음···"
세준이 에일린이 보여준 권능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기분 같아서는 이름만 봐도 파괴적인 이나 기운만으로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를 고르고 싶었다.
하지만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지 괜히 다른 걸 먹으면 탈 난다.
그리고 왠지 다른 걸 권능을 고르려고 하면 닭살이 돋는 게 뭔가 불길했다.
"에일린, 풍성해져라 고를게."
세준이 를 선택했다. 알고 한 건 아니지만, 셋 중에서 가장 탁월한 선택이었다.
은 엄청난 마력이 필요해 세준의 마력으로는 한 번 사용하면 마력 고갈로 사망.
는 시전자를 보호해 주지 않기에 일단 자신이 드래곤 피어를 버틸 수 있어야 했다.
즉, 드래곤 피어를 사용하면 일단 시전자인 세준부터 죽는 거다.
본인이 용이기 때문에 에일린으로서는 생각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결국 이외의 권능을 골랐으면 권능을 사용하고 죽었거나 권능을 사용하지 못해 돈만 날렸을 거다.
[탑의 관리자가 그럼 권능 부여를 시작하겠다고 말합니다.]
"응!"
세준이 기대 가득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리고
[씨앗 은행에 예치된 1250억 탑코인이 결제됩니다.]
[탑의 관리자가 탑의 중간관리자 징표에 를 부여합니다.]
세준의 오른손등에 녹색빛이 스며들었다. 다행히 고통은 없었다.
"어떤 권능인지 볼까?"
세준이 새로 얻은 권능을 확인했다.
손에 닿는 모든 것이 풍성해집니다.
불친절한 설명.
"손에 닿는 게 풍성해진다고?"
세준은 직접 시험해 보기 위해 앞에 보이는 오색콩나무에 손을 가져갔다.
그러자
[오색콩나무에 가 작용합니다.]
[오색콩나무에서 맺을 다음 열매의 양이 2배로 늘어납니다.]
나타나는 메시지.
"2배?!"
한 번 만지는 거로 열매양이 2배로 늘어난다니?! 세준은 신이 나서 주변 밭의 농작물에 권능을 사용했다.
그렇게 농작물에 권능을 사용한 지 1시간이 조금 지나자
"응? 몸이 왜 이렇게 쳐지지?"
세준은 갑자기 몸의 컨디션이 안 좋아짐을 느꼈다. 갑자기는 아니고 권능을 사용하며 몸의 컨디션이 서서히 나빠진 것이다.
다만 수확량을 2배로 늘린다는 기쁨 때문에 흥분 상태였던 세준은 이제야 몸의 컨디션이 나빠졌다는 걸 깨달았을 뿐.
"왜 이러지?"
이런 경험이 없는 세준이 이상해하고 있을 때
[세준 님, 안녕하세요!]
주변을 지나가는 세준에게 포도리가 인사했다.
"응. 포도리도 잘 있었지?"
[네! 그럼요!]
세준이 대화를 하며 포도리에게 다가갔다.
'포도도 2배로 얻으면 좋겠지?'
포도리를 보자 포도 욕심이 난 세준.
척.
세준이 포도리의 가지에 손을 올리고 권능을 사용했다.
그리고
[포도나무 포도리에 가 작용합니다.]
"······."
세준이 선 상태로 기절했다.
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생명에너지가 필요한데 뭣도 모르고 생명에너지를 남발한 세준.
그래서 몸의 컨디션이 나빠진 것이다.
거기다 마지막에 세준이 권능을 사용한 포도리는 세계수 후보. 포도의 수확량을 2배로 늘리기 위해서는 엄청난 생명에너지가 필요하다.
세준의 모든 생명에너지가 포도리의 몸으로 주입되기 시작하며 세준이 기절한 것이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하지만, 너무 많이 먹어도 죽는다.
***
[와! 힘이 난다!]
생명에너지가 주입되자 세준의 생명에너지인줄도 모로고 신나게 빨아들이던 포도리.
하지만
[어?! 뭔가 이상한데?]
갑자기 쌔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서둘러 기운이 들어오는 곳을 확인했고
[으악! 세준 님!]
거기에는 생명에너지가 줄어들며 실시간으로 말라 죽어가는 세준이 있었다.
[세준 님! 죽으면 안 돼요!]
세준 님 죽으면 저도 에일린 님이랑 불꽃이 님에게 죽어요! 포도리가 서둘러 생명에너지를 세준에게 주입하며 세준을 회복시켰다.
하지만
털썩
세준이 쓰러지며 세준과의 접촉이 끊어져 버렸고
[안 돼요!]
포도리는 생명에너지를 공급할 수 없게 됐다.
설명은 길었지만, 정말 찰나의 순간에 벌어진 일.
"냥?! 박 회장! 정신 차려라냥!"
찰싹!찰싹!
세준 레이더를 가진 테오가 바로 세준의 이상을 알아차리고 서둘러 세준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꾸엥?!
꾸엥이도 세준의 상태가 좋지 않음을 깨달았다.
꿰엥!
[아빠 죽으면 안 된다요!]
꾸엥이가 눈물 콧물을 쏟으며 서둘러 세준의 몸을 주물렀다.
꿰엥···꿰엥···
주물.주물.
꾸엥이의 앞발이 세준의 몸을 주무를 때마다 은은한 푸른빛이 맺혔다 사라졌다.
세준을 치료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꾸엥이는 자신도 모르게 세준의 몸에 마력을 주입했고 얼떨결에 몸을 강화하는 육체 마력 마사지를 터득했다.
다행히 세준이 쓰러지기 전 포도리가 죽지 않을 정도의 생명에너지는 주입했기에 세준은 테오와 꾸엥이의 마사지를 받으며 빠르게 회복됐다.
하지만
[탑의 관리자가 네가 우리 세준이를 저렇게 만든 거냐고 분노합니다!]
[잘못했습니다!]
[포도리! 너 지금 주인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죄송합니다!]
세준을 기절시킨 포도리는 에일린과 불꽃이에게 쌍으로 욕을 먹어야 했다.
억울하지만, 말대꾸를 하기에는 상대들이 너무 엄청났다.
'억울해요!'
포도리가 아무도 듣지 않게 마음속으로 외쳤다.
***
"읏차!"
개운함을 느끼며 일어난 세준.
"내가 언제 잔 거지?"
침대 위에 누운 기억이 없기에 세준이 자신의 기억을 떠올렸다.
"어···포도리에게 권능을 사용하니까 갑자기 기운이 쑥 빠지는 기분이 들었고···그리고···."
이후는 기억나지 않았다.
"나 권능 쓰다 기절한 거야? 왜?"
세준이 자신이 왜 기절한 건지 이유를 찾지 못할 때
[탑의 관리자가 이제 깨어났냐며 몸은 괜찮냐고 묻습니다.]
에일린이 말을 걸었다.
"응. 몸은 괜찮아. 에일린, 근데 나 권능 쓰다 왜 기절한 거야?"
세준이 에일린에게 자신이 궁금한 것을 물었다.
[탑의 관리자가 는 생명에너지를 쓰는 권능이라고 말합니다.]
[탑의 관리자가 자신이 미리 얘기해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말합니다.]
"아냐.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자신이 저승으로 갈 뻔했다는 걸 모르는 세준이 쿨하게 대답하며 멋진 척을 했다.
그리고
"냐아앙···."
평소처럼 무릎에 매달린 테오를 들어 다리에 장착하고
슥.
침실 벽에 날짜를 표시했다.
"벌써 358일째 내."
일주일만 있으면 조난된 지 1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많이 흘렀다니···
"그땐 진짜 무서웠는데···."
세준이 자신이 처음 탑에 왔던 순간을 떠올릴 때
꾸엥?
[아빠 몸 괜찮다요?]
분홍털과 자다 일어난 꾸엥이가 세준을 찾아왔다.
"응. 이제 괜찮아."
꾸엥!
[다행이다요!]
세준의 대답에 꾸엥이가 안도하며 세준의 다리에 매달렸다.
"아침 먹으러 가자."
"좋다냥···."
꾸엥!꾸엥!
[좋다요! 꾸엥이 배고프다요!]
세준이 잠이 덜 깬 상태로 대답하는 테오와 밥 먹을 생각에 흥분한 꾸엥이를 다리에 달고 취사장으로 향했다.
조난 358일 차. 평화로운 탑 99층의 아침이 시작됐다.
266화. 결국 SS급 피규어 아이템 하나 생겼구나···
266화. 결국 SS급 피규어 아이템 하나 생겼구나···
"흐음. 저기에 어떻게 들어간다···."
멸망의 12사도 중 1좌 신을 사냥하는 늑대 펜릴이 검은탑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검은용의 수장 카이저가 삼켰다는 용의 능력을 키워준 물건을 찾기 위해서는 검은탑에 들어가야 하는데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물론 다른 멸망의 사도들이 애용하는 탑에 들어갈 수 있는 존재에게 힘을 나눠주고 자신의 파편을 기생시켜 탑에 들어가는 방법이 있었다.
하지만 그건 자신 같은 고고한 늑대가 사용하기에는 너무 저급했다.
그때
"아. 요르문간드를 이용하면 되겠군!"
펜릴이 탑 주변에 통로로 위장하고 사냥을 하는 세상을 삼키는 뱀 요르문간드를 떠올렸다.
그리고
"요르문간드!"
펜릴이 요르문간드를 불러 검은탑에 들어가기 위한 작전을 짜기 시작했다.
***
달칵.
아침을 먹은 세준이 풍요의 황금 상자를 열자 안에는 검은콩 3개가 고이 모셔져 있었다.
"흐흐흐."
세준이 웃으며 상자 안에서 검은콩 2개를 꺼낸 후
달칵.
풍요의 황금 상자를 닫았다. 이제 내일 아침에 확인하면 남은 검은콩 1개가 다시 3개가 되는 매직이 벌어질 거다.
"콩 한 개만 넣을 수 있다는 게 아쉽네."
세준이 풍요의 황금 상자를 보며 아쉬운 목소리로 말했다.
뭐···이런 식으로 검은콩 개수를 늘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다다익선이니까···.
얻은 검은콩 2개는 용들 모르게 풍요의 황금 상자와 함께 아공간 창고에 숨겨놨다.
용은 셋이고 검은콩은 2개. 괜히 지금부터 검은콩을 팔겠다고 하면 용들 사이에 서로 검은콩을 가지겠다고 엄청난 싸움이 일어날 거다.
검은콩의 효과를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이틀만 지나면 잉여 검은콩이 6개로 늘어나 용들에게 두 개씩 팔 수 있으니 굳이 분란을 만들 이유가 없었다.
용들을 싸움 붙이면 검은콩 가격도 올리고 좋겠지만, 그건 코앞의 이득 때문에 미래를 잃는 일이다.
세 용이 서로 검은콩을 가지겠다고 싸우기 시작하면
"여기 농장 다 개판 되는 거지···."
거기다 그 여파에 재수 없게 휩쓸리면 자신도 위험해지고···이득보다는 손해가 더 컸다.
그렇게 세준이 검은콩을 챙긴 사이
꾸엥!
[꾸엥이는 약초를 보고 오겠다요!]
"응. 잘 다녀와."
아침을 배불리 먹은 꾸엥이가 칡들이 심어진 서쪽 숲으로 향했다. 며칠 자리를 비웠으니 오늘은 캘 약초가 평소보다 많을 것이다.
"나도 일해야지."
꾸엥이가 떠나자 세준도 일할 준비를 했다. 진짜 할 일이 많았다.
완성된 술을 병에 담고 비워진 항아리에 다시 술도 빚어야 하고, 테오가 미미르에게 주기로 한 쌀국수도 만들어야 한다.
거기다 수확량을 2배로 늘리기 위해 농작물에 도 사용해야 했다.
"테 부회장, 일할 시간이다."
탈탈탈.
세준이 눈치 없이 자신의 다리에 매달려 있는 테오를 보며 다리를 흔들었다. 회장이 일하면 너도 일해야지. 일해라. 테 부회장아.
하지만
"싫다냥! 박 회장은 너무 일을 열심히 한다냥!"
꽈악.
세준에게서 떨어지기 싫은 테오가 항의하며 더욱 강하게 세준의 다리에 매달렸다.
"일을 열심히 하니까 회장인 거야. 테 부회장아."
"냥! 그랬구냥!"
테오에게 일을 시키기 위해 아무렇게나 말한 세준의 말에 테오가 큰 깨달음을 얻었다.
일을 가장 열심히 하니까 회장인 것이었다냥! 그럼 테 부회장인 자신도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냥! 아니면 부회장 자리를 뺏길 수 있다냥!
"박 회장! 열심히 일하고 오겠다냥!"
테 부회장 자리를 뺏길 수 없는 테오가 일하기 위해 서둘러 탑을 내려갔다.
"근데 쟤 봇짐에 농작물은 채워갔나?"
이미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리 가버린 테오를 보며 세준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미미르에게 봇짐에 있던 농작물을 다 팔았으니 따로 채우지 않았다면 봇짐은 비워진 상태.
"뭐···없으면 중간에 돌아오겠지."
테오가 떠난 방향을 보던 세준이 서둘러 양조장으로 걸어갔다.
***
탑 4층.
저벅.저벅.
경험치 농장이 있는 탑 2, 3층을 쉽게 클리어하고 탑 4층에 올라온 초보 헌터 10명이 조심히 사냥감인 스켈레톤을 찾아 이동하고 있었다.
······
탑 2, 3층을 편하게 올라온 그들로서는 처음 하는 사냥이기에 모두가 긴장한 상태. 발소리 말고는 그들 사이에 아무런 대화도 오가지 않았다.
그렇게 스켈레톤을 찾아 이동한 지 3시간. 꽤 많이 이동했지만, 그들은 스켈레톤을 하나도 구경하지 못했다.
"우리 너무 많이 이동한 거 아냐?!"
웨이포인트에서 멀리 떨어지자 겁에 질린 헌터 하나가 파티원들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사냥 경험이 없는 걸 넘어 개념이 없는 모습.
"멘달, 일단 네 입부터 닫아줄래. 이러다 네 소리에 스켈레톤들 다 몰리겠다."
"응···미안해···."
그제야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멘달이 조용히 대답했다.
그때
킁킁.
"어디서 포도 냄새 나지 않아?!"
가장 선두를 맡고 있던 슈테판이 코로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말했다.
"어?! 그러네."
조금 더 이동하자 다른 파티원들도 짙은 포도 냄새를 맡았다.
"어디서 나는 냄새지?"
"냄새를 따라가 보자."
스켈레톤 찾기에 지친 헌터들은 포도 냄새를 따라가기로 했다. 배도 좀 출출했고 포도 냄새가 너무 향긋했다.
하지만
"어?!"
달그락.달그락.
향긋한 포도향을 따라간 그들을 어느새 50명이 넘는 블랙 스켈레톤들에게 포위했다.
"무기를 버리고 따라와라."
말을 할 줄 아는 블랙 스켈레톤의 말에 초보 헌터들은 블랙 스켈레톤들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당장 안 죽이는 게 다행.
그렇게 블랙 스켈레톤들을 따라 이동하자 포도 향이 더 짙어졌다.
잠시 후.
"와."
헌터들의 눈에 포도가 주렁주렁 열린 넓은 포도밭이 보였다.
그리고
"지금 내가 뭘 보고 있는 거야?"
"스켈레톤이 포도 농사를 하는 거야?"
헌터들은 블랙 스켈레톤과 일반 스켈레톤들이 사이좋게 포도를 수확하는 기묘한 광경을 목격했다.
그때
툭.툭.
"가서 따라."
블랙 스켈레톤들이 그들을 포도밭으로 밀며 말했다.
***
"여기 삼양주요."
세준이 오늘 완성된 삼양주를 병에 담아 2만 병의 삼양주를 카이저와 켈리온에게 1만 병씩 나눠줬다.
-크하하하. 보는 것만으로도 든든하군.
-그러니까. 당분간 술 떨어질 일은 없겠어.
삼양주 1만 병씩을 받고 기뻐하는 카이저와 켈리온.
하지만
-······
램터는 그걸 부러운 시선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카이저에게 가지고 있던 탑코인을 전부 뜯긴 램터.
램터는 그동안 탑코인을 열심히 모으기는 했지만, 그래봐야 카이저와 켈리온이 가진 돈과 비슷했다.
검은콩 구매가 우선이기에 삼양주를 살 여유가 없었다.
그때
"저기 램터 님, 이거 남은 건데 좀 드셔보세요."
세준이 그런 램터에게 삼양주 5병을 건넸다.
삼양주를 덜자 정확히 2만 5병이 나왔고 세준은 그중 5병을 챙겼다. 나중에 자신이 마시거나 요리할 때 쓰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삼양주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램터를 보니 마음이 짠해졌다.
세상에서 가장 서러운 것 중 하나가 먹고 싶은 걸 못 먹는 것. 용도 다를 게 없는 모양이었다.
-세준아, 고맙다!
세준의 그런 마음에 감동받은 램터.
-별거 아니지만, 저거 가져라.
램터가 자신의 고마움을 표하기 위해 자신이 여기 올 때 가져왔던 붉은색 전신 갑옷을 세준에게 줬다.
"정말요?!"
램터의 말에 세준이 기뻐했다.
고구마밭 중앙에 허수아비처럼 세워져 있던 붉은색 전신 갑옷.
갑옷이 멋있어서 어제부터 세준이 탐내고 있었는데 아직 램터랑 친하지 않아 멀리서 힐끔힐끔 보기만 하고 있었다. 그런 갑옷을 주겠다니?
-그래. 이제 네 것이다.
램터의 말과 함께 갑옷에 걸려있던 사용 제한이 풀렸다.
"감사합니다!"
램터의 말에 세준이 설레는 마음으로 서둘러 고구마밭으로 달려가 갑옷을 살펴봤다.
[붉은용의 전신 비늘갑옷]
붉은용의 비늘 1000장을 재료로 사용해 빼어난 실력을 가진 대장장이가 용의 기운을 견디기 위해 제작한 갑옷입니다.
붉은용의 비늘로 만들었기에 화염에는 거의 피해를 입지 않으며 아주 단단합니다.
착용 시 마력을 소모해 갑옷에 용의 기운을 일부 중화시키는 배리어가 작동합니다.
사용 제한 : 힘 1500 이상, 체력 1500 이상, 마력 1000 이상, 램터 자히르의 인정을 받은 박세준
제작자 : 붉은탑 탑농부 우돈
등급 : SS
"힘이랑 체력이 1500에 마력 1000 이상이라고?"
사용 제한이 무지막지했다.
"아쉽네···."
저런 멋진 갑옷을 착용할 수 없다는 것도, 용의 기운을 중화시키는 배리어를 쓸 수 없다는 것도.
"결국 SS급 피규어 아이템 하나 생겼구나···."
잠깐 실망한 세준이 갑옷을 들고 창조신의 비석 앞 표지판 옆으로 이동해
척.척.
갑옷 관절을 움직여 표지판 옆에 무릎 앉아 자세를 하고 오른손을 들어 손가락으로 V자를 하게 했다.
"흐흐흐. 좋아."
어디서 흐뭇한 건지는 모르지만, 혼자 흐뭇해하는 세준.
그렇게 피규어···아니. 붉은용의 전신 비늘갑옷을 창조신의 비석 앞에 전시하고
"이제 술 만들러 가야지."
세준이 다시 술을 담그러 양조장으로 향했다. 오늘 2만 병의 삼양주가 나갔으니 다시 2만 병의 삼양주를 만들 계획이었다.
"흐흐흐."
벌써부터 땀 흘리며 일할 생각에 신난 세준.
역시 이렇게 땀 흘리는 노동이 세준의 적성에 맞는 것도 있었지만
"흐흐흐. 빨리 술 만들어서 돈 벌어야지."
그냥 돈 버는 것을 좋아하는 세준이었다.
***
"냥냥냥. 나 테 부회장은 오늘도 열심히 일한다냥!"
세준의 말에 큰 깨달음을 얻은 테오가 상인 통로를 이용해 탑을 내려가던 중
"또냥?"
갈림길이 나왔다.
그리고
"푸후훗. 이쪽 이다냥!"
앞발의 끌림을 따라 테오가 왼쪽 길로 향했다. 길이 맞는지 틀린지는 상관없었다. 틀린 답도 정답으로 만들 능력이 테오에게 있으니까.
잠시 후
쿵.
왼쪽 길이 닫히며 뱀의 얼굴이 나타났다.
"맛있는 녀석이면 좋겠군."
테오를 삼키고 기뻐하는 세상을 삼키는 뱀, 요르문간드의 파편.
하지만 테오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요르문간드 파편의 배를 찢고 나올 수 있는 강한 고양이였다.
서걱.서걱.
"냥냥냥. 끌림이 더 강해진다냥! 앞에 좋은 게 있다냥! 박 회장의 오른팔 테 부회장 나가신다냥! 개론, 주워라냥!"
-네!
콧노래를 부르는 테오가 백사들을 처치하며 자신의 머리에 있는 개론에게 말했다.
날름.날름.
테오의 지시에 열심히 혀로 백색 코인을 줍는 개론.
그때
삐욧!삐욧!
새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직감적으로 끌림의 원인이 소리가 나는 곳에 있다고 느낀 테오.
"저기다냥!"
테오가 빠르게 소리가 난 곳으로 달려갔다.
쉬익!
삐욧!
그렇게 달려간 테오의 앞에 백사들에게 포위된 채로 싸우는 조그만 새 한 마리가 보였다.
울음소리는 요란했지만, 오래 싸우느라 지쳤는지 날갯짓이 약해지며 새의 나는 높이가 점점 떨어지고 있었다.
높이가 조금만 더 떨어지면 뱀들에게 삼켜질 수도 있는 상황.
서걱.서걱.
테오가 빠르게 나서 뱀을 처리했다.
그리고
"푸후훗. 목숨을 구해줬으니 여기다 도장을···."
꾸욱.
반짝.반짝.
테오가 내미는 계약서에 냉큼 도장을 찍고 테오를 존경심 가득한 눈빛으로 테오를 바라보는 새.
삐욧!삐욧!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흰머리 오목눈이족 삐르르르 요트라고 합니다!]
삐르르르 요트가 테오에게 자기소개를 하며 인사했다.
"푸후훗. 이름이 삐욧이냥? 삐욧이는 이제 내 부하니까 내 말을 잘 들어야 한다냥!"
슥.슥.
을 : 삐욧이 (Ψ)
테오가 계약서의 을란에 미리 찍은 발도장 옆에 '삐욧이'라고 쓰며 말했다.
삐욧.
[저···제 이름은 삐욧이가 아니라 삐르르르 요트라니까요.]
계약서의 이름이 틀렸다고 말하는 삐르르르 요트.
하지만 이름을 말하는 삐르르르 요트의 속도가 너무 빨라 테오의 귀에는 끄냥 삐욧이로 들렸다.
"삐욧이, 네 이름이 삐욧이인건 나도 안다냥!여기 맞게 적었다냥!"
테오가 계약서를 가리키며 말했다.
삐욧···
[내 이름은 그게 아닌데···]
그렇게 다른 이름으로 계약된 것에 침울해하는 삐르르르 요트가 테오의 새로운 부하가 됐다.
267화. 그러니까 이제 퇴근이다냥!
267화. 그러니까 이제 퇴근이다냥!
탑 79층.
수백 년간 번성하며 찬란한 문명을 이룬 새들의 왕국 코브.
하지만 몇십 년 전부터 영토 안 모든 호수가 전부 말라버리며 왕국에 문제가 발생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가뭄이 온 것. 코브 왕국의 모든 땅이 물 부족으로 심하게 갈라졌다.
코브 왕국 여왕 프라나는 급히 다른 층에서 물을 가져오는 방법으로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했지만, 한 가지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있었다.
그건 말라가는 어머니 나무. 많은 새들이 물을 계속 붓고 부어도 어머니 나무만은 상태가 점점 나빠졌다.
코브 왕국의 새들에게 어머니 나무는 큰 의미가 있었다. 코브 왕국의 모든 새들이 어머니 나무가 피우는 꽃에서 태어났기 때문.
그들에게 어머니 나무는 실제로 어머니인 것이다.
그런 어머니 나무가 말라가고 있으니 새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어머니 나무가 마르면서 태어나는 새들의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
그리고 작년부터는 코브 왕국에서 아기새의 지저귐이 거의 사라졌다.
그 결과 활기찼던 왕국 수도의 분위기는 사라지고 지금은 짙은 절망에 잠식당한 상태였다.
그런 수도의 중앙에 우뚝 솟은 산 하나.
산 정상에는 아름다운 무지갯빛 성 하나가 있었다. 수백 년간 한자리를 지켜온 코브의 왕성 무지개성이었다.
"프라나, 이번에는 전령새들이 어머니 나무를 구할 분을 찾아올까요?"
"루이, 믿어야 합니다. 나무의 무녀께서 고르신 아이들입니다. 분명 어머니 나무를 구할 분을 찾아올 겁니다."
남편의 걱정에 코브 왕국의 여왕 프라나가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어머니 나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나무의 무녀.
나무의 무녀는 매년 어머니의 나무가 선택한 새들을 전령으로 임명해 왕국 밖으로 나가 어머니 나무를 치료할 수 있는 용사를 구해오게 했다.
그렇게 무려 10년 동안 전령새들을 밖으로 보내 많은 이들을 데려왔지만, 어머니 나무가 왜 말라가는지조차 알아낸 이가 없었다.
"프라나, 그럼 다시 물을 가지러 갔다 오겠소."
"그래요."
그렇게 남편 루이가 다른 층으로 떠나기 위해 성의 테라스에서 뛰어내려 하늘을 날자
"후우."
프라나가 참았던 깊은 한숨을 쉬었다.
사실 그녀도 불안했다. 단지 자신마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면 왕국이 흔들릴 것이기에 내색하지 않을 뿐.
"올해에는 꼭···."
프라나가 멀리 보이는 어머니 나무를 보며 전령새들 중 누군가가 어머니 나무를 구할 존재를 데려오길 간절히 기도했다.
***
'푸후훗. 부하를 만드는 것도 일이니까 나는 열심히 일하고 있다냥! 오늘 할 일은 끝난 것 같다냥!'
테오가 자신의 부하 삐욧이를 뿌듯하게 바라보고 있을 때
삐욧!삐욧?
[대장! 근데 제가 대장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요?]
계약서에 써진 게 자신의 이름은 아니지만, 이미 자신을 구해준 테오의 부하가 되기로 결심한 삐욧이가 테오를 보며 물었다.
"푸후훗. 그러고 보니 이 몸의 소개를 안 했다냥! 이 몸은 위대한 검은용의 부하 치명적인 용발톱 황금고양이 테오 박이다냥! 참고로 박 회장의 오른팔이다냥!"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로 밖에 나와 검은용이 뭔지 모르는 삐욧이.
삐욧!
[테오 님의 부하가 되다니 영광이에요!]
마냥 테오의 부하가 된 것이 기뻤다. 여기 세상 물정 모르는 애가 또 있었다.
"푸후훗. 그렇다냥! 나 테 부회장의 부하가 되는 건 엄청난 영광인 것이다냥!"
자신을 존경하는 눈빛으로 보는 삐욧이를 보며 테오가 우쭐해하며 말했다.
그때
뽀르륵.
삐욧이의 배에서 소리가 났다. 며칠간 이곳에서 백사들과 싸우느라 아무것도 먹지 못한 상태.
"푸후훗. 잠깐만 기다려라냥!"
자신의 부하에게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한 테오가 봇짐을 열었다.
하지만
휘적.휘적.
봇짐에 앞발을 넣어도 아무것도 걸리지 않았다.
"아무것도 없다냥!"
그제야 봇짐이 비었다는 걸 깨달은 테오.
"삐욧이, 이거라도 먹어라냥!
테오가 이오나에게 주려고 따로 챙겨둔 땅콩을 주머니에서 꺼냈다.
"감사합니다!"
콕.콕.콕.
삐욧이가 열심히 땅콩을 쪼개기 시작했다.
그리고
삐욧
[맛있어요!]
코고곡.
땅콩 맛을 본 삐욧이가 본격적으로 부서진 땅콩을 먹기 시작했다.
"푸후훗. 많이 먹어라냥!"
테오가 삐욧이가 편하게 먹을 수 있게 땅콩을 가루로 부숴 주며 말했다.
삐욧!
[테오 님, 감사합니다!]
"푸후훗. 감사할 필요 없다냥!"
땅콩을 먹는 삐욧이를 보며 음흉하게 웃는 테오.
'땅콩 한 알에 50탑코인, 이 몸이 직접 땅콩을 부서 줬으니 서비스 비용 100탑코인, 총 5알이니까 750탑코인이다냥!'
테오는 돈을 밝히는 세준의 오른팔답게 절대 공짜로 주지 않았다.
삐욧!
[이제 배불러요!]
땅콩 5알을 먹고 배를 부여잡는 삐욧이.
"푸후훗. 삐욧이, 다 먹었으면 계산을 하자냥!"
테오가 앞발을 내밀며 말했다.
삐욧?
[계산이요?]
"그렇다냥! 먹었으면 돈을 내는 거다냥!"
삐욧···삐욧···
[저 돈 없는데···혹시 이거라도···]
삐욧이가 자신이 메고 있던 작은 가방에서 자기 몸통만 한 알을 꺼냈다.
어머니 나무는 새를 탄생시키는 것 외에 알을 열매로 맺었고 새들은 가끔 이렇게 삐욧이처럼 먼 길을 나설 때 도시락 대용으로 챙겨왔다.
"냥?! 그건?!"
테오가 삐욧이가 꺼낸 알을 보고 놀랐다. 박 회장이 좋아하는 계란후라이다냥!
계란후라이는 알로 하는 요리의 한 종류지만, 테오는 세준이 계란후라이를 보고 흥분하는 모습을 보고 그 이름이 머리에 각인돼 버렸다.
삐히히.삐욧!
[히히. 저 이거 많아요! 다 드릴게요! 대신 땅콩이랑 바꿔요!]
테오의 반응이 좋자 삐욧이가 서둘러 외쳤다. 별로 맛있지도 않은 알을 다 넘기고 땅콩으로 바꿀 생각에 신난 삐욧이.
"좋다냥! 그럼 일단 여기서 나가자냥! 삐욧이, 내 뒤에 잘 붙어있어라냥!"
삐욧!
[네!]
삐욧이가 테오의 뒤로 이동하자
빳칭!
"냥!"
테오가 용발톱을 뽑아 앞발을 위에서 아래로 크게 휘둘렀다. 테오의 두 번째 기술, 일냥섬이었다.
쩌저적.
요르문간드 파편의 몸통에 다섯 개의 선이 그어지며 육 등분으로 변했고
스스스.
죽은 요르문간드 파편이 가루로 변해 사라졌다.
땡그랑.
바닥으로 떨어지는 백색 코인들.
삐욧!!!삐욧!!!
[테오 님!!! 대단해요!!!]
난생처음 보는 광경에 놀란 삐욧이.
"삐욧이, 코인을 주워와라냥!"
테오가 그런 삐욧이에게 코인을 주워 오라고 지시했다.
삐욧!
[네!]
더욱 테오를 존경하게 된 삐욧이가 빠르게 날아 테오에게 코인을 물어왔다.
그렇게 모든 코인을 수거하자.
'푸후훗. 박 회장이 좋아하는 계란후라이까지 구했으니 나 테 부회장은 오늘 초과 근무를 한 것이다냥! 그러니까 이제 퇴근이다냥!'
"삐욧이, 따라오라냥!
스스로에게 당당한 테오가 탑을 올라가는 방향으로 발길을 돌리며 삐욧이에게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삐욧!삐욧!
[네! 빨리 땅콩 먹고 싶어요!]
땅콩에 눈이 먼 삐욧이. 자신이 어머니 나무를 구하기 위한 전령새라는 본분도 잊고 테오를 졸졸 따라갔다.
***
후루룩.
"크으. 커피는 역시 손맛이야."
점심을 먹고 흑토끼가 챙겨준 원두와 드리퍼로 자신이 직접 내린 커피를 마시며 세준이 인상을 구겼다.
"맛없어···."
성에서 먹던 그 맛이 아니었다. 그냥 쓰고 인상이 찡그려지는 불쾌한 신맛만 났다.
후루룩.
그래도 카페인은 채워야 했기에 세준은 참으면서 커피를 마셨다.
그렇게 쓴맛을 참으며 커피를 다 마시자
[쓴맛이 나는 약을 섭취했습니다.]
[재능 : 체력에 좋은 약이 쓰다가 발동합니다.]
[체력이 3 상승합니다.]
커피를 약으로 취급하는지 체력이 3 올랐다.
"체력이 3이나 올랐어?"
덕분에 자신이 내린 커피가 얼마나 쓴 건지 알게 된 세준.
"이제 쌀국수 반죽 만들러 가야지."
세준이 취사장으로 가서 유물 : 재화를 삼키는 쌀반죽에 돈을 넣고 반죽을 뽑아 쌀국수 반죽을 만들기 시작했다.
퍽.퍽.
그렇게 한참 반죽을 치대고 있을 때
꾸엥!
[아빠, 꾸엥이 왔다요!]
서쪽 숲에서 약초를 캔 꾸엥이가 돌아왔다.
"우리 꾸엥이, 약초 많이 캐 왔어?"
꾸엥!꾸엥!
[그렇다요! 꾸엥이 약초 많이 가져왔다요!]
짜잔!
세준의 물음에 꾸엥이가 자신의 간식주머니를 보이며 대답했다.
간식주머니 안에는 달콤한 푸른색 칡뿌리 20개와 엄청나게 쓴 흰색 칡뿌리 3개가 있었다.
그리고
"어?"
처음 보는 연두색 칡뿌리가 1개 있었다.
꾸엥!꾸엥!
[이건 엄청 신 냄새 난다요! 냄새만 맡아도 입에 침이 고인다요!]
꾸엥이가 연두색 칡뿌리를 보며 말했다.
"그래?"
꾸엥이의 말을 들은 세준이 연두색 칡뿌리의 냄새를 맡았다.
"오! 여기서 라임 향이 나네? 쓰읍."
상큼한 냄새를 맡자 자연스럽게 입에 침이 고였다.
"다행히 쓴 건 아니네."
세준이 안도하며 연두색 칡뿌리를 자세히 살펴봤다.
[넘치는 마력의 칡뿌리]
살아있는 숙주에게서 생명력을 흡수하는 다른 칡뿌리들과 다르게 주변 칡에게서 마력을 흡수하는 칡의 뿌리입니다.
억센 생명력의 칡뿌리 수십 개의 마력을 흡수해 약성이 좋습니다.
섭취 시 마력이 50 상승하거나 마력 잠재력이 25 상승합니다.
섭취 시 낮은 확률로 흡수와 관련된 재능을 개화합니다.
강한 신맛이 납니다.
재배자 : 탑농부 박세준
유통기한 : 210일
등급 : A+
"오늘 저녁은 생선구이다."
라임향을 맡자 세준은 생선구이에 라임향이 나는 넘치는 마력의 칡뿌리즙을 뿌려 먹고 싶어졌다.
꾸엥!
[좋다요!]
세준의 말에 환호하는 꾸엥이. 아빠가 하는 요리는 다 좋다요!
"그럼 아빠가 생선구이 만들 테니까 꾸엥이는 이거 먹고 쌀국수 좀 뽑아줘."
세준이 꾸엥이의 입에 꿀젤리 5개를 넣어주며 말했다.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알겠다요!]
꾸엥이가 입에 들어온 꿀젤리를 살살 녹이며 취사장 벽에 걸린 검은 국수틀을 들어 안에 세준이 만든 쌀국수 반죽을 넣고
꾸에엥!
반죽을 눌러 면을 뽑기 시작했다.
그리고
철컹.
세준은 그사이 아공간 창고에서 생선을 꺼내 꼬치에 끼우고 굽기 시작했다.
그렇게 세준이 생선구이를 거의 300개쯤 구웠을 때
[피라니아 구이를 완성했습니다.]
[요리 Lv. 7의 숙련도가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요리 Lv. 7의 숙련도가 채워져 레벨이 상승합니다.]
요리 레벨이 상승했다는 메시지가 나타나며 세준의 요리 스킬 레벨이 8로 올랐다.
그때
"박 회장, 내가 돌아왔다냥!"
테오가 세준을 향해 몸을 날리며 외쳤다.
휙.
역시 이번에도 세준의 손을 피하며
와락.
세준의 얼굴을 자신의 몸으로 끌어안는 테오.
"퉷!퉷! 왔냐?"
덕분에 세준은 이번에도 테오의 털을 뱉어내야 했다. 테오볼 하나 더 만들어야겠네.
"푸후훗. 그렇다냥!"
"너 봇짐에 아무것도 없는 상태로 갔을 텐데 기분이 너무 좋아 보인다? 일 열심히 했어?"
"푸후훗. 당연하다냥! 나 테 부회장은 일 엄청 열심히 하고 왔다냥! 저기 부하도 구해왔다냥!"
테오가 당당하게 말하며 삐욧이를 소개하기 위해 뒤를 돌아보자
꾸엥?
[누구다요?]
삐욧.삐욧.
[위대한 검은용 박 회장님, 안녕하세요. 테오 님의 부하 삐욧이입니다.]
쌀국수를 뽑는 꾸엥이에게 공손히 인사하는 삐욧이가 보였다. 여기서 가장 강한 꾸엥이를 테오의 대장이라고 판단한 것.
꾸엥!
[꾸엥이는 박 회장이 아니다요. 아빠가 박 회장이다요!]
삐욧?!
[네?!]
꾸엥이의 앞발을 따라 시선을 돌린 삐욧이가 세준과 눈을 마주쳤다.
'망했다···.'
세준과의 첫 만남을 망친 삐욧이가 좌절했다.
268화. 왜 이놈이 서열 1위인 거지?
268화. 왜 이놈이 서열 1위인 거지?
"또냐?"
꾸엥이에게 인사했다가 자신의 서열이 가장 높은 것에 당황하는 작은 새를 보며 세준이 심드렁하게 말했다. 이런 취급은 세준에게 너무 익숙한 일이었다.
"이름이 삐욧이야?"
그런 삐욧이를 향해 세준이 먼저 말을 걸자
삐욧!삐욧!
[네! 그렇습니다! 저는 흰머리 오목눈이족 삐르르르 요트라고 합니다!]
삐욧이가 군기 잡힌 목소리로 대답했다.
"오! 흰머리 오목눈이였구나? 어쩐지 귀엽더라. 좋아. 삐욧이, 앞으로 잘 지내보자."
세준이 삐욧이의 날개를 잡고 조심히 흔들자
삐욧!삐욧!
[감사합니다! 앞으로 박 회장님을 열심히 보필하겠습니다!]
삐욧이가 황송해하며 머리를 숙이고 외쳤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야생의 섭리에 크게 어긋난 존재인 세준을 보며 심각한 혼란에 빠졌다.
'왜 이놈이 서열 1위인 거지?'
태어난 지 한 달밖에 안 된 삐욧이가 아는 서열 정리 방법은 오로지 힘. 그렇게 봤을 때 세준은 자기 밑이었다.
'일단 지켜보자.'
태어나자마자 전령새로 뽑힌 삐욧이. 며칠 간의 교육만 받고 바로 떠나야 했기에 선생님들은 삐욧이에게 모든 걸 가르칠 시간이 없었다.
"삐르르르 요트, 이해가 안 되면 일단 지켜보거라."
그래서 삐욧이에게 이해가 안 가는 건 일단 지켜보라고 가르쳤다. 참 좋은 선생님들이었다.
그런 가르침이 없었다면···
꾸엥!꾸엥?!
[삐욧이, 방금 너 아빠를 보는 눈빛이 불순했다요! 설마 아빠를 무시한 것이다요?!]
삐욧!
[아···아닙니다!]
세준의 보디가드 꾸엥이에게 맞았을 테니까.
"삐욧이, 박 회장에게 계란후라이를 보여주라냥!"
그렇게 자신도 모르게 죽을 위기를 넘긴 삐욧이에게 테오가 알을 꺼내라고 지시했다.
"계란후라이?"
테오의 말에 세준이 의아해할 때
삐욧!
[여기 있어요!]
삐욧이가 자신의 가방에서 알을 꺼냈다.
"어?! 이건?!"
삐욧이가 꺼낸 알을 보며 흥분하는 세준.
하지만
"달걀이···아니네?"
[에그 프룻]
알 위에 쓰여 있는 이름은 세준이 아는 것과 달랐다.
분명 겉모습과 촉감은 달걀인데 이름은 에그 프룻?
"뭐지?"
세준이 이상해하며 알을 살펴봤다.
[에그 프룻]
어머니의 나무에서 수확한 열매입니다.
단단한 껍질 안에 흰색과 노란색의 액체가 층을 이루고 있습니다.
풍부한 영양분이 들어있습니다.
재배자 : 어머니의 나무
유통기한 : 30일
등급 : C
간단한 설명.
그러나
"알이 나무에서 자란다고?!"
세준을 놀라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프룻이라는 이름 때문에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신기했다.
"흑토끼가 준 계란후라이도 이거로 만든 건가?"
툭.
세준이 에그 프룻의 맛을 보기 위해 불 위에 프라이팬을 올리고 기름을 둘렀다.
프라이팬이 어느 정도 달궈지자
탁.
프라이팬 모서리에 에그 푸릇을 부딪혀 가볍게 힘을 주며 벌리자
주르륵.
치이익.
에그 프룻 안에서 끈적한 흰자와 노른자가 프라이팬에 떨어지며 익어가기 시작하며 고소한 냄새가 퍼졌다.
"맞네."
세준이 생각하는 그 계란후라이 냄새였다.
꾸엥!
[작은 형아 집에서 먹었던 냄새 난다요!]
꾸엥이도 냄새를 맡고 확인해줬다. 역시 흑토끼의 성에서 먹은 계란후라이는 이 에그 프룻으로 만든 것.
그렇게 세준이 계란후라이 1개를 꾸엥이랑 나눠 먹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자
"푸후훗. 박 회장, 어떻냥?! 삐욧이에게 땅콩을 주고 계란후라이를 받기로 한 나 테 부회장이 일을 열심히 했냥?! 안 했냥?!"
테오가 엄청나게 거드름을 피우며 물었다.
"이게 더 있다고?! 우리 테 부회장, 일 진짜 열심히 했네!"
'푸후훗. 당연하다냥! 나는 테 부회장이니까 열심히 일한다냥!"
세준의 인정까지 받자 완전히 기고만장해진 테오. 고개를 쳐들고 꾸엥이와 삐욧이를 바라봤다. 너희들은 멀었다냥! 푸후훗. 이 정도는 해야 부회장인 것이다냥!
하지만 그런 테오의 시선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꾸엥이와 삐욧이.
꾸엥!
[아빠 꾸엥이 배고프다요!]
특히 꾸엥이는 식어가는 생선구이가 야속할 뿐이었다.
"알았어. 잠깐만 기다려"
세준이 넘치는 마력의 칡뿌리를 잡고 꽉 눌러 생선구이에 라임 향이 나는 칡즙을 뿌렸다.
그렇게 생선구이에 라임 향 칡즙을 뿌리자
[라임 향 칡즙을 뿌린 피라니아 구이가 완성됐습니다.]
[요리 Lv. 8의 숙련도가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요리 Lv. 8의 효과가 발휘됩니다.]
[넘치는 마력의 칡뿌리를 먹은 만큼 효과가 적용됩니다.]
나타나는 메시지들.
"먹은 만큼 효과가 적용된다고?"
그중 세준이 처음 보는 내용의 메시지가 있었다.
세준의 요리 스킬이 8레벨이 되면서 생긴 것으로 요리에 들어간 재료 1개를 온전히 먹지 않아도 먹은 만큼만 효과가 적용됐다
"좋네. 얘들아 먹자!"
"푸후훗. 잘 먹겠다냥!"
꾸엥!
[맛있겠다요!]
세준의 말과 함께 테오와 꾸엥이가 생선구이로 달려들었다.
하지만
"냐앙! 박 회장, 생선구이에서 무슨 짓을 한 거냥?! 이상한 냄새가 난다냥!"
꾸엥!
[너무 맛있다요!]
둘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라임향 때문. 테오는 라임 향을 싫어했다.
"박 회장, 이거 못 먹겠다냥! 생선구이 다시 해달라냥!"
라임 향이 나는 생선구이는 못 먹겠다고 찡찡거리는 테오.
"그냥 먹지. 알았어."
어쩔 수 없이 세준이 라임 향 칡즙이 묻은 생선껍질을 벗겨내고 살만 발라줬다.
그러자
"박 회장이 발라주니까 특별히 먹어 주겠다냥!"
테오가 은은하게 나는 라임 향을 참으며 생선구이를 먹었다. 라임 향은 싫었지만, 세준이 생선 살을 발라주는 건 좋았다.
'푸후훗. 박 회장의 정성을 생각해서 먹어주는 것이다냥!'
테오가 세준이 발라주는 생선 살을 맛있게 먹고 있을 때
쓱.
꾸헤헤헤.
꾸엥이도 자신이 먹던 생선구이를 내려놓고 은근슬쩍 세준이 발라놓은 생선 살을 먹기 시작했다.
빠르게 사라지는 생선 살. 세준이 둘이 싸우지 않게 열심히 생선을 발랐다.
그렇게 세준이 열심히 생선 살을 발라내는 동안
'서열 1위의 비밀이 저건가? 생선 살을 잘 바르면 서열이 올라가는 거였어?!'
삐욧이가 그런 세준을 관찰하며 새로운 서열 정리 방법을 배웠다.
그때
우끼!
취사장으로 원숭이들이 저녁을 먹기 위해 들어왔다.
삐욧!삐욧!
[안녕하십니까! 저는 흰머리 오목눈이족 삐르르르 요트라고 합니다!]
삐욧이가 원숭이들에게 열심히 인사했다. 선생님들이 인사만 잘해도 이쁨받는다고 했어요!
그렇게 원숭이들과 인사를 나누고 삐욧이도 생선구이를 하나 들고 발과 부리를 사용해 살을 발라내기 시작했다.
***
탑 4층.
뚝.뚝.
10명의 초보 헌터들이 열심히 포도 농장에서 포도를 수확하고 있었다.
"이거 생각보다 재밌는데?"
"그러니까."
헌터들의 표정은 처음보다 밝아져 있었다. 그들에게 어려운 일을 시키지도 않았고 중간중간 휴식 시간도 줬다.
"그렇게 좋아할 때가 아냐. 분명 이렇게 일만 시키다가 죽일 거라고."
멘달이 겁먹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때
"이제 멈춰라."
블랙 스켈레톤들이 그들에게 다가와 말했다.
'정말 우릴 죽이려는 건가?'
헌터들이 긴장할 때
"이건 그동안 일한 품삯이다."
블랙 스켈레톤들이 헌터들에게 포도가 담긴 자루 10개를 건넸다.
"네? 품삯이요?"
"그래. 다음에 또 일할 생각이 있으면 또 와라. 저들을 따라가면 포도 농장 밖에서 무기를 다시 돌려줄 거다."
그렇게 말을 하고 떠나는 블랙 스켈레톤.
"일할 생각이 있으면 또 오라고?"
블랙 스켈레톤의 말에 벙찐 헌터들.
"이렇게 방심시키고 죽이려는 거 아냐?"
헌터들이 의심을 품은 상태로 블랙 스켈레톤들을 따라가자
달그락.
블랙 스켈레톤은 진짜로 무기를 돌려주고는 포도 농장으로 떠났다.
"뭐지?"
"일단 빨리 가자! 마음 바뀌어서 따라오면 어떡해!"
"그래. 일단 돌아가자!"
그렇게 헌터들이 생명이 넘치는 향긋한 포도를 한 아름 품고 지구로 돌아갔다.
***
'내가 바른 생성 살을 먹으면 내 부하가 되는 거니까 부하를 많이 만들어서 내 서열을 올려야지.'
서열을 올리기 위해 열심히 생선구이를 열심히 바르는 삐욧이.
하지만
삐욧?
[왜 제가 바른 건 아무도 안 먹죠?]
삐욧이가 생선 살을 거의 가루 수준으로 해체해놨기 때문에 아무도 손을 데지 않았다.
작은 삐욧이의 입장에서는 먹기 좋은 크기지만, 다른 동물들에게는 아니었다.
삐욧!삐욧!
[역시 서열을 올리는 건 쉽지 않아요! 앞으로 열심히 연습해야겠어요!]
생선 살을 잘 바르겠다고 각오를 다지는 삐욧이. 삐욧이의 선생님들이 궁금한 건 그냥 물어보라고 가르쳤으면 좋았을 텐데···
덕분에 삐욧이의 부리와 발이 기름 코팅으로 반질반질 해졌다.
삐히히.비욧.
[히히. 근데 이거 맛있네.]
그래도 좋은 점 하나는 생선구이 맛을 알게 됐다는 것.
그러나 삐욧이가 먹은 생선구이 가루는 아주 일부였고
"어?! 삐욧이, 너 먹을 거로 장난치는 거야?"
삐욧···삐욧···
[그건 아닌데···죄송합니다···]
나머지 생선구이 가루를 세준에게 들켜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10분 후
삐로롱.
세준의 잔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든 삐욧이.
"어?! 잠들었네? 많이 피곤했나?"
세준이 살포시 삐욧이를 두 손으로 들고 취사장에서 나왔다.
"박 회장, 같이 가자냥!"
세준이 일어나자 테오가 서둘러 생선 살 하나를 입에 물고 세준의 다리에 매달렸다.
그렇게 테오와 침실로 간 세준.
스르륵.
예전 흑토끼가 쓰던 나무 상자집 안에 볏짚을 깔고 그 위에 삐욧이를 살포시 눕혔다.
그리고 침실에서 나와 다시 취사장으로 향했다. 아직 꾸엥이의 식사가 끝나지 않았다.
그렇게 취사장으로 돌아가는 세준의 다리에 매달린 테오.
핥짝.핥짝.
테오는 세준의 다리에 매달려 생선 살을 다 먹고 자신의 앞발에 묻은 기름기를 닦아내고 있었다.
"냥! 앞발에도 그 기분 나쁜 게 묻었다냥!"
핥짝.핥짝.
테오가 짜증을 내며 열심히 앞발을 핥아 앞발에서 나는 라임 향을 지우고 있을 때
우웅.
테오의 몸에서 은은한 은빛이 났다.
"냥?! 박 회장, 나 방금 재능을 개화했다냥!"
"재능?"
이렇게 갑자기? 설마?!
'섭취 시 낮은 확률로 흡수와 관련된 재능을 개화합니다.'
세준의 머리에 넘치는 마력의 칡뿌리에 적혀있던 내용을 떠올렸다.
하지만 테오가 먹은 거라고 해봐야 칡의 1만분의 1 안 될 양인데···원래도 낮은 확률의 1만분의 1 이면 엄청나게 낮다.
"말도 안 돼···"
그런 극악한 확률을 뚫고 재능을 개화한 테오. 역시 운빨 고양이다웠다.
"운 좋은 놈···그래서 무슨 재능이야···?"
세준이 테오의 운을 부러워하며 나른한 목소리로 물었다. 근데 왜 이렇게 몸이 쳐지지? 오늘 무리했나?
"기운 빨려 라는 재능이다냥!"
"기운 빨려?"
"그렇다냥! 주변의 기운을 빨아들여 강해진다냥?"
"아···주변의 기운을 빨아들여···어쩐지! 야! 떨어져!"
자신의 몸이 쳐지는 이유를 안 세준이 테오를 떼어내려 했다. 테오의 재능 : 기운 빨려 때문에 테오에게 기운을 빨리고 있는 것이다.
"냥?! 싫다냥!"
세준이 테오를 자신의 다리에서 떼어내려 하자 거머리처럼 달라붙는 테오.
"야···떨어지라고···네가 내 기운을 빨···"
털썩.
세준이 말을 하던 중 쓰러졌다.
"냥?! 나 때문이냥?! 박 회장, 정신 차려라냥!"
그제야 테오가 서둘러 자신의 재능을 통제한 후
찰싹.찰싹.
세준의 얼굴을 두드리며 치유술을 사용했다.
"박 회장, 일어나라냥!"
찰싹.찰싹.
병 주고 약 주는 테오.
덕분에 세준은 일찍 자고 다음 날 개운한 상태로 일찍 일어날 수 있었다.
269화. 좋은 거 뽑아와.
269화. 좋은 거 뽑아와.
조난 359일 차 새벽.
커어어.
고로롱.
세준과 테오의 코 고는 소리가 울려 퍼지는 침실.
삐욧···.
[이해가 안 돼요···.]
어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난 삐욧이가 곤히 자는 세준을 보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자신이 골똘히 생각한 결과 생선 살을 잘 바른다고 서열 1위가 되는 건 아닌 것 같았다.
쁘응···삐욧?
[끄응···그럼 뭐로 서열을 정하는 거죠?]
이해되지 않는 어려운 문제에 삐욧이는 머리가 아팠다. 그래서 머리를 식히기 위해 밖으로 나와 농장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삐욧!삐욧!
[오! 농장이 엄청 커요!]
어제는 마음의 여유가 없어 농장을 제대로 구경하지 못했던 삐욧이가 광활한 농장을 보며 감탄했다.
빠닥.빠닥.
그렇게 열심히 날갯짓을 하며 농장을 구경하던 삐욧이.
빠다닥.빠다닥.
삐욧!
[시원해요!]
농장을 다 구경하고 분수대에서 몸을 적시며 시원하게 목욕을 했다.
그리고
척.
삐욧!
[여기서 제가 가장 높이 있어요!]
분수대 중앙에서 물을 뿜어내는 검은용 조각상 머리 위에 올라가 삐욧이가 기분 좋게 주변을 내려다보며 털을 말리고 있을 때
-감히 내 머리 위에 올라오다니···.
검은용 조각상의 눈이 빛나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삐욧?!
빠닥.빠닥.
놀란 삐욧이가 서둘러 날갯짓을 하며 분수대의 난간에 착지했다.
고오오오.
-넌 뭐 하는 놈이냐?
카이저가 기운을 끌어올리며 물었다.
삐···삐꾹!
[저는···딸꾹!]
카이저의 엄청난 위압감에 너무 놀란 나머지 딸꾹질을 하는 삐욧이.
-뭐 하는 놈이냐니까?! 어서 말하지 못할까!
카이저가 수상한 침입자를 보며 호통을 쳤다. 설마 우리 세준이를 노리는 암살자냐?!
삐···
카이저의 호통에 더욱 겁먹은 삐욧이.
쿠구궁.
카이저가 기운을 더 끌어올렸다. 암살자가 맞다면 세준이 위험해지지 않도록 단숨에 지워버릴 생각이었다.
그렇게 더욱 거세지는 위압감.
삐···.
삐욧이는 어떻게든 대답을 하고 싶었지만, 두려움에 몸이 얼어붙어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때
"카이저 님, 진정하세요. 그 아이는 삐욧이라고 테오가 데려왔어요."
테오 덕분에 삐욧이처럼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난 세준이 밖에서 나는 소란에 서둘러 나와 삐욧이 대신 대답해줬다.
-응?! 크하하하. 테오 녀석이 데려왔으면 그렇다고 얘기를 하지 왜 입을 꾹 다물고 있어? 죽일 뻔했잖아.
세준의 등장에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짓던 카이저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삐욧?!!!!
살벌한 얘기를 아무렇지 않게 하는 카이저에게 기겁한 삐욧이. 여기 무서워!
빠닥!빠닥!
삐욧이가 세준을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여기서 날 보호해 줄 분은 세준 님뿐이야! 괜히 서열 1위가 아니었어요!
"놀랐어?"
세준이 그런 삐욧이에게 따뜻한 목소리로 물으며 손을 내밀었다.
삐욧!삐욧!
[네! 너무 무서웠어요!]
삐욧이가 세준의 손가락에 앉아 열심히 자신의 머리를 비비며 대답했다.
그리고
'깡따구였어!'
삐욧이는 세준이 서열 1위인 이유를 깨달았다.
자신보다 약하면서 엄청난 위압감을 버티며 저런 무서운 존재와 아무렇지 않게 얘기를 하다니··· 보통 깡따구로는 불가능했다.
무수히 많은 기운에 기절하며 기운을 견디는 쪽으로는 특화된 세준의 숨겨진 재능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카이저가 마음먹고 끌어올린 기운을 견디는 건 세준의 능력으로는 절대 불가능.
-테오 녀석, 또 이상한 걸 익혔군···보면 볼수록 신기하다니까.
"냐아앙···."
세준이 위험해지자 테오가 자면서 재능 : 기운 빨려를 사용해 카이저의 기운만 흡수했기에 세준이 편하게 있을 수 있는 거였다.
'저도 세준 님처럼 깡따구를 키울 거예요!'
당연히 그 사실을 모르는 삐욧이는 세준을 존경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또 혼자 이상한 착각을 하기 시작했다.
***
미국 크리스티 경매장.
"그러니까 이게 탑에서 가지고 나온 농산물 아이템이라는 거죠?"
"네!"
"그것도 무려 탑농부 박세준 님의 농작물이고요?"
"네!"
경매사의 질문에 대답하는 사람들은 탑 4층에서 블랙 스켈레톤에게 품삯으로 포도를 받은 헌터들이었다.
그들은 정신없이 탑 4층 웨이포인트를 향해 도망쳤고 탑 1층에 도착하고 나서야 포도의 옵션을 확인했다.
그리고
"어?! 이 포도 재배자가 박세준인데?!"
헌터들은 포도의 재배자로 '탑농부 박세준'이라는 이름을 확인하자
"신이시여!"
"우린 이제 부자야!"
서로 얼싸안고 환호성을 질렀다. 지금 지구에서 세준의 농작물에 대한 인기는 엄청나다.
너무 인기가 많아 요즘 세준의 농작물은 대부분 경매장에서 비싸게 팔리고 있었다.
물론 생명이 넘치는 향긋한 포도의 효과가 애매하기는 했지만, 이건 지금까지 한 번도 팔린 적 없는 세준의 농작물.
세준이 키운 농작물이라는 것만으로 비싼 가격에 팔릴 확률이 높았다.
그렇게 그들은 생명이 넘치는 향긋한 포도를 팔기 위해 크리스티 경매장에 오게 된 것이다.
몇 시간 후
"네! 탑농부 박세준 님이 재배한 생명이 넘치는 향긋한 포도 한 송이 10만 달러에 낙찰됐습니다!"
경매가 시작됐고 그들은 총 100억의 수익을 올렸다.
그걸 10명이 똑같이 나누자 인당 10억.
포도 농장에서 그들이 일한 시간이 대략 10시간이니···그들은 무려 시급 1억짜리 일을 한 것이다.
"모두 잘 들어. 당분간 포도를 어디서 구했는지는 우리만 알아야 해. 알았지?"
"당연하지! 우리만 알자!!!!"
"좋아. 그러면 3시간 후에 탑 입구에서 만나자."
"알았어!"
그렇게 10명의 초보 헌터들이 3시간 후 만나 포도 농장에 가기로 얘기를 끝냈을 때
"박세준의 농작물을 얻다니···우린 이제 부자야!"
"쉿! 조용히 해! 그러다 누가 들어!"
그들이 블랙 스켈레톤에게 받은 자루와 같은 자루를 소중히 든 5명의 헌터들이 그들을 스쳐 경매장으로 들어갔다.
자루에서 흘러나오는 향긋한 포도 향. 생명이 넘치는 향긋한 포도의 냄새였다.
"우리만 거기서 일한 게 아니었어···."
충격을 받은 초보 헌터들. 생각해보면 당연했다. 자신들만 거길 지나가지는 않았을 테니까.
이런 식으로 포도 농장에서 일한 다른 헌터들이 포도를 팔면 포도 시세는 점점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휴식은 없다! 지금 바로 탑으로 간다!"
"알았어!"
헌터들이 서둘러 포도 농장으로 달려갔다.
***
달칵.
세준이 아공간 창고에 넣어둔 풍요의 황금 상자를 열어 어제와 같이 검은콩 2개를 꺼내고
달칵.
다시 상자를 닫았다.
"이제 4개다."
세준이 풍요의 황금 상자 옆에 고이 모셔둔 검은콩 4개를 보며 말했다. 내일이면 검은콩 6개가 생긴다.
철컹.
검은콩을 얻은 세준이 아공간 창고 문을 닫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삐욧이, 나 에그 프룻 좀 줄래. 여기 땅콩."
삐욧!삐욧!
[네! 여기요!]
세준이 삐욧이에게 땅콩 한 줌을 주자 삐욧이가 에그 프룻 100개를 줬다.
"이렇게 많이 줘도 돼?"
삐욧!삐욧!
[네! 집에 가면 엄청 많아요!]
삐욧이가 자신의 날개를 최대한 넓게 펼치며 말했다. 그래봤자 세준의 한 뼘보다 작아서 진짜 많은 건지는 살짝 애매했다.
"흐흐흐. 그렇게 많아?"
그래도 100개보다는 많을 거라는 생각에 세준이 웃으며 물었다.
삐욧!삐욧!삐욧!
[네! 다들 에그 프룻을 싫어해서 이렇게 밖에 나올 때 아니면 아무도 안 먹어요! 엄청 많이 버려요!]
땅콩을 많이 얻어 기쁜 삐욧이가 신나게 재잘거렸다.
삐욧이의 말대로 새들은 에그 프룻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어머니 나무에 자란 열매를 그대로 놔두면 썩어서 심한 악취가 나니 새들에게 에그 프룻은 처치 곤란의 열매였다.
"이걸 버린다고?!"
그럼 다 가져와도 되겠네?
"삐욧이, 그럼 나중에 많이 가져와. 내가 다 살게."
삐욧!
[네!]
"이건 선금."
세준이 땅콩 한 줌 정도 들어가는 땅콩주머니를 10개 만들어 삐욧이에게 건넸다. 삐욧이의 가방이 최대로 늘어나는 크기에 맞춘 거였다.
삐욧!삐욧!
[감사합니다! 제가 다 가져올게요!]
땅콩으로 가방을 가득 채운 삐욧이가 기뻐하며 대답했다.
"그래. 그럼 쉬고 있어. 흥흥흥. 오늘 아침은 계란말이 먹어야지."
에그 프룻을 들고 세준이 콧노래를 부르며 취사장으로 향했다.
취사장에 도착하자
탁.탁.
세준이 에그 프룻 중 50개의 내용물을 그릇에 담고 물을 부었다.
그리고
찹찹찹.
계란물의 끈기가 없어질 때까지 열심히 젓가락으로 저었다. 노른자와 흰자가 석이며 뽀얀 노란색으로 변한 계란물.
거기다
송송송.
대파와 당근을 썰어 넣고 소금도 넣어 간을 했다.
그다음
치이익.
미리 달궈둔 프라이팬에 계란물을 프라이팬이 덥힐 정도로 얇게 붓고 어느 정도 계란이 익자 계란을 젓가락으로 돌돌 말기 시작했다.
치이익.
세준이 계란말이의 끝부분에 다시 계란물을 부어 계란말이를 계속 이어서 만들었다.
그렇게 세준이 취사장에서 아침을 준비하는 동안
삐욧!삐욧!
[세준 님처럼 깡따구를 키워서 테오 님의 오른앞발이 되야지! 그럼 나는 세준 님의 오른팔의 오른앞발이 되는 거야!]
삐욧이가 세준의 오른쪽 다리에 매달린 테오의 오른앞발에 앉아 있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했다. 쁘흐흣. 멋있다.
그리고
콕!콕!
세준이 창조신의 비석 앞에 세워둔 붉은용의 전신 비늘갑옷을 부리로 쪼며 특훈을 했다.
붉은용의 전신 비늘갑옷에서 아까 받았던 위압감과 비슷한 느낌이 났기 때문.
그때
꾸엥?!
[삐욧이, 지금 아빠 장난감 부시는 거다요?!]
세준을 찾아 어슬렁어슬렁 걸어오던 꾸엥이가 붉은용의 전신 비늘갑옷을 공격하는 삐욧이를 발견했다.
삐욧!
[아니에요!]
삐욧이가 대답하며 눈에 힘을 주고 꾸엥이를 바라봤다. 너 정도는 눈빛으로 제압해주지! 내 수련의 결과를 보여주겠어!
하지만 처음부터 의욕이 너무 과했다. 꾸엥이는 세준의 왼팔. 너무 강한 상대를 골랐다.
꾸엥!
[삐욧이, 너 방금 눈빛이 또 불순했다요!]
삐욧?!삐욧!
[제가요?! 절대 아닙니다!]
배가 고파 포악한 맹슈가 되기 일부 직전인 꾸엥이가 눈에 살짝 힘을 주자 단숨에 압도된 삐욧이. 빠르게 눈에서 힘을 뺐다.
그리고
삐잉···삐욧···.
[히잉···여기 너무 무서워요···.]
서둘러 세준이 있는 취사장으로 날아갔다. 아침부터 까불다가 이리저리 치이고 다니는 삐욧이였다.
잠시 후
"얘들아, 아침 먹자!"
세준이 동물들을 불러
"자. 한 개씩 먹자."
세준이 계란말이를 동물들에게 하나씩 나눠줬다.
그리고
빵빵.
유독 두툼한 계란말이. 에그 프룻 20개로 만든 꾸엥이용 계란말이였다.
꾸엥!
[잘 먹겠다요!]
꾸엥이가 10조각으로 잘린 계란말이 한 조각을 들어 먹자
냠.
세준도 서둘러 계란말이 한 조각을 입에 넣었다.
"음. 맛있다."
열심히 저은 덕분에 계란말이는 폭신한 빵처럼 부드럽게 부서졌고
우적우적.
대파와 당근이 씹히며 좋은 식감과 단맛을 내줬다.
그렇게 아침을 먹고
꾸엥!
[꾸엥이는 약초 보고 오겠다요!]
꾸엥이가 간식주머니에 도시락을 챙겨 떠나자
후루룩.
세준은 모닝커피를 마시며 잠깐 여유로운 휴식 시간을 가졌다.
"크으. 쓰다."
물론 커피 맛은 오늘도 많이 썼다.
[쓴맛이 나는 약을 섭취했습니다.]
[재능 : 체력에 좋은 약이 쓰다가 발동합니다.]
[체력이 2 상승합니다.]
어제보다 덜 쓴 게 그나마 위안.
"오늘도 열심히 일해볼까!"
그렇게 세준이 커피를 마시고 일어날 때
"푸후훗. 삐욧이, 내 오른앞발이 되고 싶다냥?"
삐욧!삐욧!
[네! 테오 님의 오른앞발이 되고 싶어요!]
"내 오른앞발이 되려면 열심히 일해야 한다냥!"
삐욧!삐욧!
[네! 열심히 일할게요! 시켜만 주세요!]
"푸후훗. 그럼 나를 따라오라냥!"
삐욧!삐욧!
[네! 가시죠!]
빠닥.빠닥.
날갯짓을 하며 테오의 오른쪽에서 나는 삐욧이. 쁘흐흣. 나는 차기 오른앞발이니까.
삐욧?
[근데 저희 어디로 가는 건가요?]
"푸후훗. 탑 75층으로 간다냥! 박 회장, 다녀오겠다냥!"
"그래. 좋은 거 뽑아와."
"푸후훗. 나만 믿어라냥!"
테오가 세준에게 인사를 하고 삐욧이와 탑 75층으로 뽑기를 하러 갔다.
270화. 이 요리와 너만 있으면 돼!
270화. 이 요리와 너만 있으면 돼!
미국 해군사령부 작전실.
"그러니까 이게 헌터들이 탑에서 가져온 포도란 말이지?"
해군참모총장 사무엘 해리슨이 작전장교가 가져온 포도를 살펴보며 말했다.
"네. 정확한 명칭은 생명이 넘치는 향긋한 포도입니다."
"그래. 이름대로 냄새는 좋군. 근데 이걸 왜 가지고 온 거지?"
"사무엘 님, 여기를 보시죠. 이건 생명이 넘치는 향긋한 포도의 상세 설명입니다."
일반인은 아이템 설명을 볼 수 없기에 헌터가 확인해준 생명이 넘치는 향긋한 포도의 상세 설명을 작전실 모니터에 띄웠다.
[생명이 넘치는 향긋한 포도]
···
..
.
향긋한 포도 냄새에 피 냄새를 좋아하는 몬스터들이 유인될 수 있습니다.
포도주를 만들 경우 향이 더 멀리까지 퍼집니다.
재배자 : 탑농부 박세준
유통기한 : 90일
등급 : C
현재 시세 : 5~6만 달러
아래에는 현재 거래되는 생명이 넘치는 향긋한 포도의 시세도 함께 적었다.
포도 가격은 포도농장에서 일한 헌터들이 계속 포도를 팔면서 가격이 처음보다는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오! 피 냄새를 좋아하는 몬스터를 유인할 수 있다고?!"
모니터에 뜬 생명이 넘치는 향긋한 포도의 상세 설명을 확인한 사무엘이 반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설명대로라면 하와이를 차지하고 있는 거머리를 소탕하는 실마리가 될지도 몰랐다.
현재 해군은 하와이에 계속 엄청난 양의 가축 혈액을 퍼부으며 거대 거머리가 미국으로 향하지 못하도록 붙잡고 있지만, 상황이 점점 나빠지고 있었다.
그들이 뿌린 혈액을 먹으며 거머리 수가 불어나고 있기 때문. 그로 인해 하와이에 투하하는 혈액의 양도 증가하고 있었다.
그래서 해군은 애타게 거대 거머리 수를 줄일 방법을 찾고 있었다.
"해군참모총장님, 시도해볼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작전참모가 사무엘 해군참모총장에게 생명이 넘치는 향긋한 포도를 작전에 사용해 보자고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세준의 다른 농작물인 견고한 칼날 대파만 봐도 설명 어디에도 로커스트를 처치할 수 있다는 내용은 없었다.
그러나 현재 견고한 칼날 대파는 지구를 로커스트로부터 구하는, 절대 없어서는 안 되는 농작물이 됐다.
"좋아. 그럼 일단 생명이 넘치는 향긋한 포도를 1t 정도 확보해 간단한 테스트를 해보도록 하지. 아! 여기 재배자라고 나와 있는 박세준에게 접촉해 대량으로 구매할 수는 없나?"
작전을 위한 비용이 저렴하지 않았기에 사무엘은 세준과 만나 가격을 깎고 싶었다.
"저···그게···."
사무엘의 말에 작전 장교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현재 세준에 대한 정보는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다.
최근에 믿을 만한 인물인 한태준과 김동식이 세준에 대한 정보를 각국에 배포했지만
'박세준이 너무 강해 5km 안으로는 다가가지도 못한다고?'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내용이 너무 터무니없었다.
한태준과 김동식은 특훈에 들어가기 전 세준이 탑에서 나오는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세준의 무력을 있는 그대로 모든 나라에 알려줬다.
하지만 각국 정보부는 그들의 정보가 지나치게 과장됐다고 판단하고 정보를 신뢰하지 않았다.
그렇게 한태준과 김동식의 노력은 헛수고가 됐고
"일단 생명이 넘치는 향긋한 포도를 확보하면서 헌터들이 그 포도를 어디서 구했는지 알아봐. 그럼 뭔가 나오겠지."
"네!"
사무엘의 지시에 작전참모가 생명이 넘치는 향긋한 포도 확보와 세준의 소재를 찾는 일을 동시에 진행했다.
***
테오도 없고, 꾸엥이도 없는 점심.
우적.우적.
세준은 푸른 잠재력의 칡뿌리를 먹으며 여유로운 점심을 보내고 있었다.
[푸른 잠재력의 칡뿌리를 섭취했습니다.]
[모든 스탯 잠재력이 5 상승합니다.]
···
..
.
그렇게 푸른 잠재력의 칡뿌리 20개를 다 먹자
"배부르네. 활력."
[활력 Lv. 4을 사용하셨습니다.]
[위장의 음식을 빠르게 소화시킵니다.]
[90분간 모든 스탯의 수치가 4% 상승합니다.]
세준이 활력 스킬을 사용해 음식을 소화시켰다. 활력 스킬은 틈틈이 사용한 덕분에 레벨이 두 개나 올라 레벨 4가 됐다
그렇게 배가 비워지자
"드디어 마지막이네."
냠.
세준이 에일린의 주먹 고기를 입에 넣었다.
그리고
[에일린의 건강 주먹 고기 조각을 섭취했습니다.]
[에일린의 건강 주먹 고기 조각 100개를 전부 섭취했습니다.]
[모든 스탯이 100 상승합니다.]
기다리던 메시지가 나타났다.
"흐흐흐. 됐다."
세준이 갑자기 몸에 힘이 넘치자 기뻐했다.
그때
[탑의 관리자가 드디어 자신의 요리를 다 먹은 거냐며 기뻐합니다.]
에일린이 말을 걸었다.
"응. 다 먹었지. 덕분에 강해진 거 같아."
세준이 힘이 증가하며 느껴지는 고양감에 우쭐해하며 말했다.
하지만
[탑의 관리자가 자신이 봤을 때는 그대는 아직 한참 멀었다고 말합니다.]
"나도 알아. 그래도 그렇지. 그걸 대놓고 말하냐···."
에일린의 팩폭에 침울해진 세준.
[탑의 관리자가 하지만 그대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합니다]
[탑의 관리자가 자신이 그대를 강하게 해줄 음식을 이미 준비했다고 말합니다.]
"어?! 음식을 또 만들었어? 뭐···하러 힘들게 그랬어?"
세준이 최대한 당황하지 않은 척하며 말했다. 걱정 안 했는데···나 그냥 테오랑 꾸엥이 보호받으면서 살 건데···
[탑의 관리자가 자신은 요리하는 게 재미있으니 그대는 자신이 힘들까 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합니다.]
"응······."
에일린 미안. 사실···요리를 먹은 내가 걱정돼서 그래···
에일린이 또 얼마나 엄청난(?) 요리를 만들었나 세준이 불안에 떨 때
잘그락.
세준의 손바닥 위에 가죽주머니 하나가 떨어졌다.
[탑의 관리자가 저번에는 그대가 한 번에 많이 먹지 못한다는 걸 간과했다며 이번에는 그대가 편하게 먹을 수 있게 500조각으로 나눴다고 말합니다.]
"오···오백 조각?!"
다른 거 안 바란다. 저번만 같아라. 세준이 마음속으로 간절히 기도하며 가죽주머니를 열었다.
잘그락.
가죽주머니 안에는 균일한 크기의 검은색 둥근 고기 조각이 가득했다. 좋았어. 저번과 같은 검은색이야.
저번과 다를 것 없는 색과 모양에 안도하는 세준.
척.
고기 조각 하나를 들어 살펴봤다.
"휴우."
다행히 위험하거나 이상한 설명은 없었다. 전처럼 하나만 먹어도 배부르고 모든 조각을 다 먹어야 효과가 나타났다.
단지 이번에는 500조각을 다 먹어야 모든 스탯이 300 상승한다는 것만 달라졌다.
"에일린, 고마워!"
세준이 정상적인(?) 음식을 만들어준 에일린에게 감동한 목소리로 감사를 전했다.
[탑의 관리자가 그대가 이렇게 감동하니 요리를 한 보람이 느껴진다고 말합니다.]
[탑의 관리자가 다음에는 완전히 새로운 요리를 그대에게 만들어주겠다고 말합니다.]
"아니야! 이 요리와 너만 있으면 돼!"
세준이 필사적으로 새로운 요리가 없어도 됨을 강조했지만
[······.]
에일린은 이미 요리하러 간 건지 대답이 없었다.
***
탑을 내려가는 테오와 삐욧이.
"냥냥냥."
삐욧.삐욧.
테오의 콧노래에 맞춰 삐욧이가 화음을 넣으며 테오의 한 발짝에 날개를 10번 빠닥빠닥 흔들며 테오의 발걸음에 날개 맞춰 날았다.
그때
삐욧?
탑 79층을 지나가는 삐욧이는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뭔가 잊은 느낌.
삐욧?
"삐욧이. 왜 그러냥?"
갑자기 삐욧이가 노래를 멈추자 테오가 물었다.
삐욧!
[아! 생각해보니 탑 79층이 제 고향이에요!]
여전히 전령새로서의 임무는 새까맣게 잊고 있는 삐욧이.
"푸후훗. 그랬냥? 이 몸의 고향은 탑 75층에 그래니어 마을···."
고향 얘기가 나오자 테오가 자신의 고향에 대해 얘기하며 다시 이동하기 시작했고 둘은 탑 79층을 그냥 지나갔다.
그렇게 둘이 탑 75층에 도착하자
"삐욧이, 따라오라냥!"
삐욧!
[네!]
테오가 삐욧이를 데리고 유실물 창고를 지키는 타루를 찾아갔다.
"테오, 오랜만이군."
"타루, 반갑다냥!"
"근데 뒤에 있는 친구는 누군가?"
타루가 테오의 뒤에 숨어 고개만 내밀고 있는 삐욧이를 보며 묻자
삐욧!
[나는 테오 님의 오른앞발이 될 흰머리 오목눈이족의 삐욧이시다!]
삐욧이가 호기롭게 대답했다.
"그래. 포부가 좋은 친구구만. 테오, 뽑기하러 온 거지?"
"그렇다냥! 여기 2000탑코인 받으라냥!"
테오가 타루에게 자신과 삐욧이의 뽑기 비용을 건넸다.
그리고
"그럼 나는 여기서 기다릴 테니. 하나씩 가지고 나오라고."
"알겠다냥!"
타루와 함께 유령 창고로 이동한 테오와 삐욧이가 안으로 들어갔다.
테오가 유령 창고 안으로 들어가자
-테오 님, 오셨습니까?!
창고의 귀신들이 테오를 반겼다.
-저희가 테오 님이 보내주신 놈을 부려 완벽하게 청소해 놨습니다!
전에 바닥에 산처럼 쌓였던 물건들은 이제 깔끔하게 정리돼 수납장이나 선반에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덕분에 패튼은 현재 휴가를 내고 쉬는 중.
"수고했다냥! 삐욧이 그럼 일하라냥!"
삐욧!삐욧?
[네! 근데 저···뭘 하면 되나요?]
힘차게 대답한 삐욧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여기서 가장 끌리는 걸 가져오라냥!"
삐욧!
[네!]
빠닥.빠닥.
테오의 지시에 삐욧이가 끌리는 물건을 찾아 창고를 분주하게 날아다니는 동안
"푸후훗. 이게 가장 끌린다냥!"
테오는 자신의 바로 앞에 있는 책 한 권을 집어 봇짐에 넣었다.
그리고
고로롱.
아직도 열심히 물건을 고르는 삐욧이를 보며 잠깐 잠들었다.
잠시 후
"냥?!"
테오는 자신의 눈앞을 막고 있는 거대한 쓰레기 산을 목격했다.
그때
삐욧?삐욧!
[테오 님, 일어나셨어요? 여기 제가 끌리는 걸 전부 가져왔어요!]
자랑스러운 목소리로 테오에게 자신이 가져온 것들을 보여주는 삐욧이. 테오가 본 거대 쓰레기 산은 삐욧이의 작품이었다.
물론 그 중에 괜찮은 물건은 하나도 없었다. 삐욧이는 엄청난 똥손이었던 것.
'삐욧이는 뽑기에 재능이 없다냥!'
테오는 앞으로 삐욧이에게 뽑기는 시키지 않기로 했다.
"저거 들고 나오라냥!"
어쩔 수 없이 테오는 자신의 앞발이 끌리는 물건 중 하나를 삐욧이에게 들고나오게 했다.
그리고
-다시 정리해야겠네.
-막내 부르자.
오랜만의 꿀 같은 휴가를 즐기던 패튼은 다시 유령들에게 불려 가 다시 창고를 정리해야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