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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9 - 29

***

"어?! 뭐야?! 다 어디 갔어?!"

아침을 하기 위해 취사장에 들어온 세준. 자신이 건조시키기 위해 널어둔 쌀국수면이 하나도 보이지 않자 당황했다.

그리고

꾸헤헤··· 꾸엥···.?

[헤헤··· 그거 먹으면 안 되는 거였다요···?]

세준을 따라 신나게 취사장으로 들어온 꾸엥이가 세준의 반응에 당황했다.

그리고

꾸엥··· 꾸엥···.

[아빠, 미안하다요··· 꾸엥이가 다 먹어버렸다요···.]

빠르게 쭈구리 모드가 됐다.

"그걸 꾸엥이가 다 먹었다고?!"

꾸엥···.

[그렇다요···.]

세준의 눈치를 보며 대답하는 꾸엥이.

"······."

꾸엥이의 대답에 세준은 기가 막혀서 할 말을 잃었다. 꾸엥이가 쌀국수면을 1000인분이나 먹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꿰엥···.

[미안··· 하다요···.]

세준이 말이 없자 아빠가 화났다고 생각한 꾸엥이가 겁을 먹고 울먹거리기 시작했다.

"아냐··· 미리 얘기를 안 한 아빠 잘못이지. 괜찮아. 쌀국수야 다시 만들면 되지."

세준이 그런 꾸엥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꾸엥이를 진정시켰다.

"대신 오늘부터 꾸엥이가 아빠 도와줘."

꾸엥!꾸엥!

[알겠다요! 꾸엥이가 열심히 도와주겠다요!]

세준의 말에 금새 기운을 차린 꾸엥이가 앙증맞은 앞발을 들며 호기롭게 말했다.

1시간 후

[탑의 관리자가 이렇게 만들면 되냐고 묻습니다.]

세준의 앞에 검은색 광택의 원통이 나타났다. 한쪽은 가는 구멍이 촘촘히 뚫려있었고, 반대쪽 면은 완전히 뚫린 구조의 원통이었다.

원통의 옆에는 안에 있는 것을 누를 수 있게 원통의 크기에 딱 맞는 손잡이 달린 뚜껑이 부착돼 있었다.

꾸엥이의 힘을 버틸 수 있게 세준이 검은용의 비늘을 재료로 면 뽑는 장비를 만들어 달라고 에일린에게 부탁해서 만든 국수틀이었다.

[검은 국수틀]

위대한 검은용들의 비늘을 재료로 사용해 만든 반죽을 넣고 면을 뽑아내는 국수틀입니다.

아무리 강한 힘에도 부서지지 않습니다.

24시간마다 자동으로 청결 마법이 사용됩니다.

크기를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사용 제한 : 힘 1000 이상

제작자 : 에일린 프리타니

등급 : 측정 불가

"좋아."

국수틀을 살펴본 세준이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재료가 특별한 거지 국수틀 자체의 구조는 아주 심플했기에 세준이 원한 그대로 만들어졌다.

"에일린, 고마워. 이따가 내가 맛있는 국수 대접할게."

[탑의 관리자가 기대하고 있겠다고 말합니다.]

세준이 에일린에게 감사하고는 취사장으로 가서 본격적으로 쌀국수 반죽을 하기 시작했다. 털이 있는 동물들은 반죽을 할 수 없기에 반죽은 온전히 세준의 몫이었다.

"으자자! 끝났다!"

그렇게 세준이 몇 시간 동안 반죽을 해서 쌀국수 반죽을 완성했을 때

꾸엥!

[아빠, 꾸엥이가 아빠랑 작은 형아한테 좋은 거 가져왔다요!]

오후 늦게 서쪽 숲에 갔던 꾸엥이가 돌아왔다. 국수틀을 만드는 시간과 반죽을 할 시간이 필요했기에 세준은 남는 시간 동안 꾸엥이에게 곧 결혼식을 앞둔 흑토끼에게 줄 칡뿌리를 캐오게 했다.

꾸엥!

[여기 있다요!]

꾸엥이가 세준에게 푸른색 칡뿌리 9개와 흰색 칡뿌리 2개를 건넸다.

"꾸엥이, 수고했어. 이거 먹어."

세준이 꾸엥이에게 꿀 한 병을 주고

우적.우적.

칡뿌리를 먹기 시작했다. 흑토끼에게 선물(?)할 흰색 칡뿌리 2개는 아공간 창고에 잘 놔뒀다.

[푸른 잠재력의 칡뿌리를 섭취했습니다.]

[모든 스탯 잠재력이 5 상승합니다.]

···

..

.

그렇게 칡뿌리 9개를 다 먹은 세준.

할짝.핥짝.

꾸엥이는 아직 꿀을 먹느라 정신이 없었다.

"잘 먹네."

세준은 그런 꾸엥이의 꿀 먹방을 구경하다 꾸엥이가 유리병 바닥의 꿀까지 깨끗이 핥아먹은 것을 확인하고는 검은 국수틀을 꺼냈다.

그리고

"꾸엥이가 거대화해서 아빠가 주는 반죽을 여기 안에 넣고 눌러줘."

세준이 꾸앵이에게 국수틀을 건네며 말하자

꾸엥!

[알겠다요!]

검은 국수틀을 받은 꾸엥이가 10m 정도로 거대화했다. 크기를 원하는 대로 조정할 수 있는 검은 국수틀도 꾸엥이의 크기에 맞춰 거대해졌다.

"자."

미리 준비한 반죽이 든 냄비를 세준이 꾸엥이에게 건네면 꾸엥이가 냄비를 흔들어 안에 든 반죽을 국수틀에 넣었다.

그렇게 세준이 준비해둔 1000kg의 반죽이 검은 국수틀에 담기자

꾸에엥!

꾸엥이가 국수틀의 뚜껑을 들고 국수틀 안의 반죽을 강하게 누르기 시작했다.

꾸욱.

엄청난 압력이 국수틀에 가해졌지만, 검은용의 비늘로 만들어진 국수틀은 아무렇지 않게 꾸엥이의 힘을 버텨내며 쌀국수면을 배출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손 떨림 없이 1만 인분의 쌀국수면을 만든 세준이었다.

꾸엥!

[아빠 꾸엥이 배고프다요!]

물론 그중 1000인분은 꾸엥이의 배로 들어갈 예정이지만.

***

"누구냐?!"

테오가 전투가 벌어지는 곳에 다가가자 상단을 지키는 상단 병사가 테오에게 창을 겨누며 소리쳤다.

"푸후훗. 이 몸이 누구인지 묻는다면 대답해 주는 게 인지···."

오랜만에 자기소개 기회를 얻은 테오가 신나서 자신을 소개하려 할 때

-이놈들! 무례하구나! 이분은 위대하고, 위대하고, 위대한 나 벌레사냥꾼 개론 님의 주인님이신 테오 님이시다!

테오의 머리 위에 있는 개론이 테오에게 무례를 범하는 상단 병사를 꾸짖었다.

하지만

"뭐?! 푸흡! 벌레사냥꾼? 네가 벌레사냥꾼이면 난 뱀사냥꾼이냐?!"

그건 상단 병사의 비웃음을 살 뿐이었다. 상단 병사에게 개구리가 벌레를 잡아먹는 건 당연했기 때문.

-뭐?!

자신을 무시하는 상단 병사의 태도에 발끈한 개론이 병사를 잡아먹으려 했지만

"개론, 들어가라냥! 개론 때문에 내가 무시 받았다냥!"

-네!

열받은 테오가 개론을 돌려보냈다.

그리고

"잘 들어라냥! 이 몸은 위대한 검은···."

테오가 다시 자신을 소개하려 할 때

"방금 테오 님이라고 하셨습니까?"

복스럽게 생긴 핑크 돼지가 테오에게 다가왔다.

"그렇다냥! 넌 누구냥?"

"오! 저는 대상인 유렌입니다! 혹시 테오 님은 위대한 검은용의 부하 테오 님 본인이 맞으십니까?"

"그렇다냥! 이 몸이 바로 위대한 검은용의 부하 치명적인 용발톱 노랑고양이 테오 박 님이시다냥!"

자신의 소개를 제대로 한 테오. 테오가 가슴을 펴며 최대한 자신의 몸집을 크게 했다.

"오!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저 좀 살려주십시오! 테오 님!"

유렌이 테오를 보고 안도했다. 유렌도 메이슨을 통해 테오에 대한 소문을 들었기 때문. 테오가 있다면 최악의 경우 위대한 검은용이 구하러 올지도 모른다.

"푸후훗. 근데 돈 많냥?"

테오가 완전 삥뜯는 냥아치처럼 웃으며 유렌에게 물었다.

230화. 가만두지 않겠다냥!

230화. 가만두지 않겠다냥!

검은탑에 설치된 수많은 상인 통로와 린드겐들.

"꺼억. 뭐지? 왜 속이 더부룩하지?"

그 사이에 몸을 숨기고 있는 요르문간드의 파편이 말했다. 테오와 유렌의 상단이 아직 소화되지 않았기 때문.

"좀 강한 놈들인가 보군. 뭐 그래봤자 어차피 내 몸 안에서 못 나가겠지만."

꽉.

말을 마친 요르문간드의 파편이 다시 자신의 꼬리를 물고 몸을 더 깊숙이 숨겼다.

***

"네! 당연하죠! 저 돈이 아주 넘쳐납니다!"

테오의 물음에 천진난만하게 대답하는 유렌. 테오는 확신했다. 이 핑크 돼지 녀석은 호구다냥! 길을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데 왜 살려달라고 하냥? 이따가 살려주고 돈을 많이 받아야겠다냥!

"푸후훗. 나만 믿고 따라오라냥!"

호구를 만났다고 생각한 테오가 기쁘게 앞장섰다.

잠시 후

쉬익.쉬익.

하얀색 뱀들이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

"너희들은 가만히 있어라냥! 냐냐냥!"

테오가 상단 병사들이 나서지 못하게 하고 혼자 뱀들을 상대했다. 코인을 양보할 수 없다냥! 푸후훗. 이 코인들은 다 내꺼다냥!

그렇게 뱀들을 전부 처치하고

"나의 노예, 개론, 나오라냥!"

-주인님, 부르셨습니까?!

"그렇다냥! 개론은 조용히 코인만 주워라냥!"

-네!

개론을 불러 코인을 줍게 했다.

몇 시간 후.

"냥?! 왜 탑 70층의 출구가 나오지 않는 것이냥?"

뱀들과 싸우며 한참을 이동한 테오는 그제야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미 한참 전에 탑 70층에 도착했어야 했다.

그때

"테오 님, 모르셨습니까? 이 길은 끝이 없습니다. 저희는 계속 같은 곳을 걷고 있습니다."

이미 며칠 동안 갇혀 있던 유렌이 테오에게 자신이 먼저 발견한 것을 알려줬다.

"냥?! 그럼 여기서 나갈 수 없다는 말이냥?!"

"네. 저희도 나갈 방도가 없어 테오 님에게 도움을 요청한 겁니다."

"···냥?!"

유렌의 말에 큰 충격을 받은 테오. 그럼 나는 박 회장의 무릎에 갈 수 없는 거냥?! 그럴 수는 없다냥! 나는 빨리 박 회장의 무릎으로 돌아가야 한다냥!!!

세준의 무릎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테오에게 세준의 무릎과 떨어지는 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 누구도 박 화장의 무릎과 나 사이를 막을 수는 없다냥!

"유렌, 돈 달라냥!"

테오가 유렌에게 맡겨둔 돈을 달라는 듯이 당당하게 앞발을 내밀었다.

"네?! 네. 돈이야 얼마든지 드릴 수 있지만···왜?"

"일단 달라냥!"

"네."

유렌이 자신의 품에 있던 돈주머니를 테오에게 줬다.

그리고

파앗!

돈주머니를 받은 테오가 유렌의 돈을 태우며 황금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

"읏차."

침대에서 눈을 뜬 세준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무릎을 봤다.

"아직도 안 왔네···테오, 이 녀석 어디서 사고 치고 있는 거 아냐?"

새벽에는 돌아오던 테오가 아직도 돌아오지 않자 세준은 테오가 어디서 사고를 치지는 않을까부터 걱정했다.

하지만

"아냐. 그렇다고 하기에는 기분이 이상한데···."

세준의 감이 태오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고 알려줬다.

"황금박쥐, 이오나한테 가서 테오 좀 찾아달라고 해줘."

(네!)

그렇게 황금박쥐를 이오나에게 보내고

슥.

자리에서 일어나 침실 벽에 날짜를 표시하며 조난 350일 차 아침을 시작했다.

"오전에는 삼양주랑 쌀국수 반죽을 만들고 저녁에는 꾸엥이랑 쌀국수를 뽑으면 되겠다."

오늘 할 일을 체크하며 아침을 만들기 위해 취사장으로 가던 세준.

그때

"어?!"

세준이 방울토마토밭에서 보일 수 없는 색의 열매를 발견했다. 바로 보라색 열매. 포도나무의 나뭇가지를 접목했던 방울토마토에서 열린 포도송이였다.

포도나무 가지에 방울토마토만 한 포도를 주렁주렁 연 포도송이 하나가 있었다.

"오! 맛있겠다!"

향도 괜찮고 크기도 커서 탐스러워 보였다.

똑.

세준이 포도송이를 따자

[초심자를 위한 씨 없는 큰 포도 15개를 수확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조금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7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경험치 1050을 획득했습니다.]

수확 메시지가 나타났다.

"이름을 보니 실패한 것 같은데···."

세준은 실패를 직감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포도 열매를 확인했다.

[초심자를 위한 씨 없는 큰 포도]

초심자의 육체를 튼튼하게 만들기 위해 개량된 씨 없는 포도나무의 나뭇가지를 방울토마토에 접목해 탄생한 포도입니다.

방울토마토의 영향을 받아 포도 열매의 크기가 커졌습니다.

포도 한 알을 먹을 때마다 모든 스탯이 1 상승합니다.

재배자 : 탑농부 박세준

유통기한 : 150일

등급 : A

"흠···실패네."

실패였다. 설명에 방울토마토와 접목해 열매가 커졌다는 설명 말고는 변한 게 없었다.

"스탯을 올려주니 먹기는 먹어야지."

세준이 인상을 찌푸리며 떫은 포도 15개를 전부 먹었다. 테오가 봤다면 얼굴이 또 썩었다며 테오의 마사지를 부를 얼굴이었다.

[초심자를 위한 씨 없는 큰 포도를 섭취했습니다.]

[모든 스탯이 1 상승합니다.]

···

..

.

"으에엡! 내가 반드시 제대로 된 포도 만든다!"

혀에서 사라지지 않는 떫은 느낌에 고통스러워하며 세준이 의지를 불태웠다. 모든 스탯 15가 상승한 것이 그나마 세준을 위로했다.

그렇게 방울토마토와 접목한 포도를 먹은 세준. 아침을 먹고 본격적으로 포도나무 가지를 접목한 다른 나무들을 찾아 나섰다.

하지만

"열매가 없네."

대부분 실패였다.

"이제 칡밭에 있는 거만 확인하면 끝이네. 토룡아!"

마지막 확인을 위해 세준이 토룡을 타고 칡밭이 있는 서쪽 숲으로 이동했다.

***

킁킁.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좋은 냄새 난다요!]

약초를 캐고 잠시 쉬던 꾸엥이가 맛있는 냄새를 따라가다 세준이 칡과 접목한 포도나무 가지에 열린 포도 한 송이를 발견했다.

꾸엥!

[아빠한테 가져가서 같이 먹어야겠다요!]

꾸엥이가 세준과 같이 먹을 생각을 하며 포도를 따려 할 때

"동작 그만. 꾸엥이 너 딱 걸렸어! 또 혼자 먹으려고 했지?"

칡밭에 도착한 세준이 포도를 따려는 꾸엥이를 추궁했다. 이게 혼자 먹다 걸린 지 얼마나 됐다고 또 혼자 먹어?! 아주 상습적이야!

꾸엥!꾸엥!

[아니다오! 오해다요!]

세준의 추궁에 꾸엥이가 억울해하며 말했다.

"정말이야?"

꾸엥!꾸엥!

[그렇다요! 꾸엥이는 아빠한테 가져가서 같이 먹으려고 했다요!]

세준은 꾸엥이의 대답을 믿기로 했다. 우리 꾸엥이가 몰래 먹으면 먹었지 거짓말은 하지 않으니까.

"알았어. 의심해서 미안해."

꾸엥이의 대답에 세준이 꾸엥이에게 사과했고

꾸엥!꾸엥!

[아니다요! 꾸엥이가 아빠를 속인 적이 있으니 그럴 수 있다요!]

꾸엥이는 쿨하게 세준의 사과를 받아줬다.

"이해해줘서 고마워. 이리 와."

세준이 부르자

다다다.

찰싹.

바로 세준의 다리에 매달리는 꾸엥이.

"어디 볼까?"

세준이 꾸엥이를 왼쪽 다리에 매단 채로 뒤뚱뒤뚱 걸으며 포도송이로 다가갔다. 요즘 많이 먹더니 부쩍 무거워진 꾸엥이였다.

세준이 포도송이로 다가가

칡과 접목한 포도나무 나뭇가지에서 포도송이를 수확했다.

[생명이 넘치는 포도 22개를 수확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조금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7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경험치 1540을 획득했습니다.]

"생명이 넘치는 포도?"

이름에서 '씨 없는'이라는 단어가 빠져 있었다. 느낌이 좋은 세준이 바로 포도를 확인했다.

[생명이 넘치는 포도]

초심자의 육체를 튼튼하게 만들기 위해 개량된 씨 없는 포도나무의 나뭇가지를 칡에 접목해 탄생한 포도입니다.

칡의 넘치는 생명력이 포도에게 주입돼 씨앗이 있는 품종을 만들었습니다.

떫은맛이 사라지고 새콤한 맛이 강화됐습니다.

재배자 : 탑농부 박세준

유통기한 : 150일

등급 : A

"좋아!"

씨가 생기고 맛이 좋아지는 대신 모든 스탯 1이 상승하는 효과가 사라졌지만, 드디어 맛있는 포도를 먹을 수 있게 된 세준은 기쁘기만 했다.

슥.

"자. 꾸엥아, 이렇게 먹는 거야."

세준이 꾸엥이에게 시범을 보이며 자신이 먹을 포도를 옷으로 대충 닦아 포도송이에서 포도알을 떼어내며 생긴 포도알의 작은 구멍에 입을 뎄다.

그리고

"여기를 살짝 누르면서 빨아 먹으면 포도 껍질이 자연스럽게 분리돼."

꾸욱.

쏙.

이어서 설명하고는 포도 껍질을 살짝 누르며 입으로 숨을 빨아들이자 포도 알맹이가 부드럽게 세준의 입으로 빨려 들어왔다.

오물.오물.

포도 알갱이를 씹을수록 포도 특유의 향과 새콤달콤함이 세준의 입안을 가득 채웠다.

'그래. 이 맛이지!'

포도다운 포도를 먹은 세준이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맛을 음미하며

"퉷."

꿀꺽.

포도 씨를 분리해 뱉어내고는 포도를 삼켰다.

그리고

슥슥.

"자."

시범을 보인 세준이 뱉어낸 포도씨를 주머니에 넣고 포도알 하나를 옷으로 깨끗이 닦아 꾸엥이에게 건넸다.

"꾸엥이도 할 수 있지?"

꾸엥!

[꾸엥이 할 수 있다요!]

세준의 물음에 힘차게 대답하고는 포도를 입에 대는 꾸엥이.

하지만

퍽.

꾸엥이가 살짝 누르자 바로 포도가 터져버렸다.

꾸엥!

[안 된다요!]

꾸엥이가 본능적으로 자신의 앞발에 묻은 포도를 껍질째 입에 넣었다.

그리고

오물오물.

꿀꺽.

씨와 껍질을 통째로 삼킨 꾸엥이.

꾸엥···.

[씨 뱉기 어렵다요···.]

씨를 뱉지 못하고 포도를 삼킨 꾸엥이가 침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괜찮아. 꾸엥이는 통째로 먹자."

슥슥.

세준이 서둘러 포도알 5개를 닦아 침울해하는 꾸엥이의 입에 한 번에 넣어줬다. 어차피 꾸엥이의 소화력이면 씨 먹는다고 탈 날 일은 없을 거다.

오물오물.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맛있다요!]

덕분에 꾸엥이가 단숨에 침울함을 떨쳐내고 기운을 차렸다.

"그럼 아빠는 갈게."

세준이 칡과 접목했었던 나뭇가지를 잘라 농장으로 돌아갔다. 이 나뭇가지를 다시 포도나무에 접목하면 퀘스트 완료였다.

***

유렌의 돈주머니 안에 있던 돈을 다 태운 테오의 몸에서 황금빛이 사라졌다.

"나갈 수 없다면 부숴버리겠다냥!"

빳칭.

돈을 태우고 강해진 테오가 자신의 용발톱을 뽑고

"냐냐냥!"

벽을 향해 앞발을 사정없이 휘둘렀지만, 벽에는 작은 생채기가 생기는 정도였다. 거기다 생채기가 난 벽은 빠르게 복구됐다.

"유렌, 돈을 더 달라냥!"

"네. 여기요."

테오의 박력에 압도된 유렌이 돈주머니 하나를 더 꺼내 테오에게 건넸다.

"냐냐냥!"

그렇게 돈 주머니의 돈을 태운 테오가 다시 벽을 공격했다. 이번에는 전보다 벽이 더 많이 부서졌지만, 벽은 엄청나게 두꺼웠다.

"안 되겠다냥! 유렌, 가진 거 다 달라냥!"

"네?! 어? 어······."

유렌이 당황하는 사이 테오가 유렌의 품을 뒤져 돈주머니 10개를 꺼내 다시 돈을 태우기 시작했다.

파아앗!

이번에는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밝은 빛이 폭발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유렌의 돈주머니 하나당 들어 있는 돈은 1억 탑코인.

즉, 테오는 10억 탑코인을 한 번에 태우는 중이었다.

"푸후훗. 힘이 넘친다냥!"

빳칭!

돈을 태우는 도중 자신감이 생긴 테오가 용발톱을 뽑아

"냥!"

힘차게 앞발을 한 번 휘둘렀다.

서걱.

이번에는 벽이 종잇장처럼 쉽게 뚫리며 거대한 구멍이 만들어졌다.

서걱.

테오의 공격은 여력이 남았는지 옆에 있는 상인 통로를 뚫었고

"어?!"

통로로 이동하는 인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실종자가 사라진 수상한 길을 수색하던 비밀감찰국 요원들이었다.

"유렌 님!!!"

"저희가 구해드리겠습니다!"

비밀감찰국 요원들이 반대쪽에 있는 유렌을 보고 서둘러 밧줄로 연결해 테오와 유렌과 유렌의 상단 인원들을 구출했다.

그때

-감히 어떤 놈이 내 배에 구멍을 낸 것이냐?!

자신의 배에 구멍이 난 것에 분노한 요르문간드 파편의 얼굴이 그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너였냥?! 네가 나와 박 회장의 사이를 막은 것이냥?! 가만두지 않겠다냥!"

세준의 무릎으로 향하는 자신의 행복한 퇴근길을 지체시킨 요르문간드의 파편을 향해 테오가 자신의 황금빛 앞발을 휘둘렀다.

231화. 격하게 환영해주마!

231화. 격하게 환영해주마!

-푸하하하. 뭐··· 냐···.

테오가 자신의 앞에서 헛발질을 하자 비웃던 요르문간드의 파편.

하지만 테오의 앞발의 경로를 따라 거대한 뱀의 머리가 반으로 갈라졌다.

그리고

스스스.

재로 변하며 사라졌다.

땡그랑!

요르문간드의 파편이 사라진 자리에서 백색코인들이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코인은 한곳에서 모여있는 게 아니라 요르문간드의 파편 사체를 따라서 띄엄띄엄 나타났다.

"개론, 주워라냥!"

아직도 돈을 태우며 황금빛으로 빛나는 중인 테오가 떨어지는 백색 코인을 향해 몸을 날리며 개론에게 지시했다.

-네! 주인님!

날름.날름.

테오의 머리에 자리한 개론이 열심히 떨어지는 코인을 향해 혀를 내밀어 코인을 낚아채기 시작했다.

서둘러야 했다. 백색 코인이 떨어지는 아래는 탑을 둘러싸고 있는 꺼림직한 느낌의 어둠이 자리하고 있었다. 본능이 어둠 안으로는 절대 들어가지 말라고 경고했다.

거기다 시간이 지날수록 뭔가 불쾌한 기운이 느껴졌다. 처음에는 미약했지만, 점점 강해지는 기운. 탑 밖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위험했다.

***

"어··· 어떻게 저런 괴물이···."

대상인 유렌은 요르문간드 파편의 눈빛을 받자마자 몸이 얼어버렸다. 그건 다른 일행들도 마찬가지였다. 비밀감찰국 요원들, 상단 병사들까지. 약한 이들은 이미 기절한 상태였다.

그들은 고양이 앞의 쥐가 된 것처럼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몸을 떨 뿐.

오들오들.

몸의 떨림은 테오가 요르문간드 파편을 처치하고 나서도 한참 동안 이어졌다. 요르문간드의 파편은 사라졌지만, 뇌리에 남은 요르문간드 파편의 공포스러운 모습과 눈빛이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휴우···."

"헉!헉!"

시간이 지나자 그들은 하나둘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유렌 님, 저분은 누구십니까?"

비밀감찰국 요원들이 테오를 유렌의 일행으로 생각하고 정체를 물었다.

"저분이 바로 그 유명한 위대한 검은용의 부하 치명적인 용발톱 황금고양이 테오 박 님입니다!"

유렌이 자랑스럽게 테오를 소개했다. 원래는 노랑고양이였지만, 어느새 유렌의 뇌리에는 요르문간드 파편을 처치한, 황금빛을 내는 테오가 각인되며 호칭이 황금고양이로 변했다.

처음으로 타인에 의해 소개가 바뀐 테오. 드디어 테오의 명성이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오! 저분이 그 유명한 테오 박 님이시군요?!"

비밀감찰국에서 일하면서 들어본 적이 있는 이름이기에 그들도 테오의 이름을 듣자마자 바로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검은용의 신뢰를 받는 천재 유랑 상인일 뿐이라며?!'

'대파괴의 마법사 이오나의 힘없는 남친일 뿐이라며?!'

테오의 무력은 그들이 파악한 정보와는 너무 달랐다. 당연했다. 그들이 아는 테오의 정보는 제라스가 비밀감찰국 요원으로 활동할 때 테오를 만나 작성한 보고서에서 기반한 것.

중간에 업데이트가 되기는 했지만, 그들의 상식으로는 돈을 태우며 빠르게 강해지는 테오의 정보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다.

'기존의 정보는 다 폐기해야겠어.'

'보고서를 처음부터 다시 만든다!'

비밀감찰국 요원들이 새롭게 만들 보고서의 정보를 모으기 위해 떨어지는 코인을 열심히 줍는 테오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

"저기다냥!"

-네!

테오와 개론은 열심히 움직이며 낙하하는 코인을 잡았다.

그러나 짧게는 수백m, 길게는 몇km까지 떨어져 있는 코인을 전부 잡는 것은 불가능했다.

결국 테오와 개론은 코인을 다 줍지 못했고 어둠 속으로 잠기는 10개의 백색 코인을 허망하게 바라봐야 했다.

"아쉽다냥···."

세준에게 가져갈 코인이 멀어지는 것에 테오가 안타까워했다. 뛰어내릴까냥?

테오가 어두운 공간으로 몸을 날릴지 고민할 때

"뀻뀻뀻. 역시 테 부회장님은 제가 없으면 안 되네요! 바람의 힘이여. 나의 명에 따라 내가 원하는 것을 띄워라. 레비테이션."

이오나가 마법으로 코인의 추락을 막으며 테오가 있는 곳까지 코인을 띄웠다.

"냥! 개론 잡아라냥!"

코인들이 가까이 다가오자 테오가 외쳤고

-네!

날름.날름.

개론이 서둘러 코인들을 혀로 낚아채 테오의 봇짐에 넣었다.

이오나 덕분에 요르문간드 파편이 드랍한 백색 코인 47개를 전부 주운 테오.

"이오나 고맙다냥!"

상인 통로 안으로 들어온 테오가 코인을 놓치지 않게 도와준 이오나에게 감사를 표했다.

"뀻뀻뀻. 뭘요."

"근데 이오나가 여기는 무슨 일이냥?"

"세준 님이 테 부회장님이 걱정된다고 저를 보내셨어요."

"박 회장이 말이냥?! 푸후훗."

세준이 자신을 걱정했다는 이오나의 말에 테오가 우쭐해졌다. 박 회장 녀석, 역시 내가 없으면 안 되는 것이다냥!

"세준 님이 걱정하세요. 어서 돌아가요!"

돌돌돌.

이오나가 우쭐해하는 테오의 꼬리를 몸에 감고 자기 시작했다.

"푸후훗. 박 회장이 나를 기다린다니 빨리 가서 내 얼굴을 보여주고 박 회장의 무릎에 누워 츄르를 먹어야겠다냥!"

테오가 서둘러 세준이 있는 탑 99층으로 올라가려 할 때

"저기··· 테오 님. 제 목숨을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은 가진 돈이 없지만, 제가 있는 탑 65층으로 오시면 그때는 제대로 된 보답을 하겠습니다."

이미 12억 탑코인을 테오에게 뜯겼지만, 그 정도 돈은 유렌에게 한 달 식비 정도의 비용. 유렌이 제대로 된 보답을 하겠다며 테오룰 탑 65층으로 초대했다.

"알겠다냥! 나중에 가겠다냥!"

이미 마음은 세준의 무릎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테오. 유렌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고 서둘러 탑 99층으로 출발했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가는 테오. 중간에 10억 탑코인이 다 타며 황금빛이 사라졌다.

그리고

"효율이 안 좋다냥! 역시 박 회장의 돈을 태우는 게 최고다냥!"

이유는 모르겠지만, 세준의 돈을 태울 때 능력이 올라가는 효율이 훨씬 더 좋다는 것을 깨달은 테오였다.

***

"포도리, 나 왔어!"

세준이 씨앗이 있는 포도를 만들 수 있는 나뭇가지를 들고 포도나무에게 다가왔다. 포도리는 세준이 만든 포도나무의 별명이었다.

[설마?! 그게 저한테 씨앗을 줄 나뭇가지인가요?]

포도리가 세준이 들고 온 나뭇가지를 보며 물었다.

"응. 잠깐만 기다려봐."

세준이 포도나무에 가져온 나뭇가지를 접목했다.

그러자

[초심자를 위한 씨 없는 포도나무에 생명이 넘치는 포도나무 나뭇가지를 접목했습니다.]

[초심자를 위한 씨 없는 포도나무가 다시 맛있는 포도를 만들 수 있게 됐습니다.]

[퀘스트가 완료됐습니다.]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다음에 수확할 포도의 독점 재배권을 획득했습니다.]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유물 : 바이올렛 링을 획득했습니다.]

퀘스트가 완료됐다는 메시지와 함께 세준의 손에 포도 넝쿨 모양의 두툼한 보라색 반지가 나타났다.

"옵션이 뭔지 볼까?"

세준이 반지를 살펴봤다.

[유물 : 바이올렛 링]

포도를 너무 사랑한 농부의 마음이 깃든 반지입니다.

검은탑에 등록되지 않은 유물입니다.

착용 시 포도 수확량이 조금 증가합니다.

착용 시 수확제를 열 수 있는 탐스러운 포도의 제단을 수확할 수 있습니다.

사용 제한 : 포도나무 소유자

제작자 : 바인즈

등급 : S

"어?! 탐스러운 포도의 제단을 수확할 수 있다고?!"

거대 당근 제단을 수확할 수 있는 레드리본을 가진 쀼쀼가 탑 55층으로 내려간 이후 수확제를 열 수 없었던 세준. 다시 수확제를 열 수 있는 방법이 생긴 것에 기뻐했다.

수확제가 열리면 모두가 신나게 놀 수 있고 수확제에만 오는 너구리족의 시장이 열린다. 이제 가래떡은 만들어 먹을 수 있어 감흥이 조금 덜 하지만, 그래도 빵과 맥주, 치즈를 살 수 있다.

"뭐···언제 수확제를 열지는 모르지만···."

쏙.

세준이 바이올렛 링을 손가락에 끼며 말했다. 아직 포도나무 한 그루뿐이기에 세준은 서두르지 않았다. 포도 씨앗을 심고 수확하기를 반복하다 보면 언젠가 수확제가 열릴 테니까.

그때

[세준 님, 감사합니다! 앞으로 맛있는 포도를 만들어 드릴게요!]

포도리가 세준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응. 앞으로 맛있는 포도 많이많이 부탁해."

[네!]

"그럼 나는 가볼게."

세준이 포도리에게 인사를 하고 점심을 하기 위해 취사장으로 향했다.

원래 오전에 삼양주 만들기와 쌀국수 반죽을 할 생각이었지만, 포도나무 나뭇가지를 다른 나무에 접목한 결과를 확인하다 보니 오전이 다 가버렸다.

그렇게 취사장으로 향하던 세준.

"어?! 벌써 많이 자랐네."

풍요의 황금빛 나무 밑동 화분에는 어느새 초록빛이 사라지고 노랗게 물든 벼 이삭들이 보였다.

"흐흐흐. 내일이나 모레쯤 수확하면 되겠다. 흥흥흥."

곧 쌀밥을 먹을 생각에 설렌 세준이 콧노래를 부르며 취사장으로 이동했다.

***

"우돈!"

카이저, 켈리온과 술을 먹고 돌아온 램터가 붉은탑의 탑농부 우돈을 불렀다.

"위대한 붉은용 램터 님, 저를 부르셨습니까?"

램터의 부름에 붉은색 전신 갑옷을 입은 존재가 공손하게 한쪽 무릎을 꿇으며 대답했다. 갑옷은 우돈이 자신의 기운을 버틸 수 있게 램터가 자신의 비늘을 제공해 우돈이 직접 만든 갑옷이었다.

물론 갑옷만으로 램터의 강대한 기운을 막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기본적으로 착용자의 능력이 따라줘야 한다.

"그렇다. 붉은탑의 탑농부여. 나를 닮은 위대한 붉은용 조각상을 만들어라!"

램터가 검은탑에 보낼 조각상을 우돈에게 제작하게 했다.

"네! 알겠습니다. 램터 님."

"그럼 완성되면 부르거라."

램터가 자신의 말만 하고 사라졌다.

그리고

"휴우."

우돈이 한숨을 쉬며 투구를 벗었다. 붉은 수염을 가진 우돈의 얼굴은 땀으로 가득했다. 램터의 기운을 버티느라 진이 빠진 것이다.

철컥.

"램터 님을 닮은 붉은용 조각상이라···."

램터의 지시를 되뇌며 우돈이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한쪽 무릎을 꿇고 있던 것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우돈은 드워프, 원래 키가 작았다.

그때

"영감이 떠올랐다!"

우돈이 서둘러 폐광이 된 바위산을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산을 깎아 램터와 1:1 크기의 거대한 붉은용 조각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크기를 말하지 않은 램터의 실수였다.

***

퍽.퍽.

세준이 점심을 먹고 쌀국수 반죽을 만들고 있을 때

"박 회장, 나 테 부회장이 왔다냥!"

테오가 세준을 부르며 세준의 얼굴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리고

휙.

이번에도 테오를 붙잡으려는 세준의 손을 피하며 테오가 세준의 얼굴을 안았다.

"퉷. 왔냐?"

세준이 테오의 털을 뱉어내며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뭐··· 뭐냥?! 박 회장, 반응이 너무 밋밋하다냥! 박 회장이 걱정하던 나 테 부회장이 왔단말이다냥! 더 격하게 환영하라냥!"

이오나의 말을 듣고 자신을 좀 더 격하게 반겨줄 줄 알았던 테오.

"뭐래?"

"냥···."

테오가 세준의 반응에 실망했지만

'푸후훗. 박 회장 녀석, 부끄러운 것이냥? 그럼 내가 너그러이 이해해주겠다냥! 하지만 나의 치명적인 애교를 계속 참을 수는 없을 것이다냥!'

곧 혼자서 세준의 마음을 해석하고는 세준의 무릎에 발라당 누워 열심히 애교를 피웠다.

하지만

'이 자식 털 날리게.'

쌀국수 반죽에 쌓여가는 테오의 털을 보며 세준의 얼굴은 점점 굳어갔다.

'이 정도면 새로 하는 게 낫겠네.'

도저히 되살릴 가망성이 없어 보이는 쌀국수 반죽. 에라 모르겠다!

"테 부회장, 격하게 환영해주마!"

어차피 망한 거 세준은 테오가 털을 날리지 않도록 테오의 몸을 열심히 쓰다듬으며 털을 긁어내는 데 집중했다.

'푸후훗. 박 회장 녀석, 역시 부끄러워한 것이다냥!'

덕분에 테오의 오해가 커졌다.

232화. 강등시킬 거야.

232화. 강등시킬 거야.

한태준은 탑에서 나와 테오가 준 1만 개의 해독의 대파 중 절반을 브라질에 공급했다. 가장 많은 수가 모여있는 아마존의 퍼플 로커스트를 처치하는 것만으로 퍼플 로커스트를 레드 로커스트로 퇴화시킬 수 있기 때문.

나머지 해독의 대파는 퍼플 로커스트의 공격에 노출된 지역에 최우선으로 공급했다.

브라질 아마존의 북쪽 경계.

"이 많은 수를 대파 하나로 죽이다니··· 탑의 농작물은 정말 대단하군."

북쪽 경계를 지휘하는 세계 헌터 랭킹 397위 페드로가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며 감탄했다. 그의 앞에는 해독의 대파로 인해 죽은 퍼플 로커스트들의 사체들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다.

처음에 페드로는 해독의 대파를 먹고 죽은 퍼플 로커스트의 사체를 치우지 말라는 한태준의 말에 의아해했다.

왜냐하면 놈들은 죽은 동족의 사체까지 먹어 치우기 때문에 적의 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빨리 치우거나 태우는 게 최선이었다.

하지만 동족의 사체를 먹고 죽어버리는 퍼플 로커스트들을 보며 페드로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독에 이겨낼 수 있게 진화된 퍼플 로커스트에게 해독은 곧 죽음. 해독의 대파를 먹고 죽은 퍼플 로커스트의 몸에 해독 효과가 남아있었고 그 사체를 먹은 퍼플 로커스트도 독이 해독돼 죽는다.

그리고 그 과정이 해독의 대파의 해독 효과가 사라질 때까지 반복적으로 일어나며 퍼플 로커스트를 연쇄적으로 죽이고 있었다.

그렇게 주변의 퍼플 로커스트가 거의 처리됐을 때

"페드로 님, 상부에서 놈들의 사체를 실어 아마존 중심부에 투하하라는 명령이 내려왔습니다!"

정부의 지시가 내려왔다.

"아마존 중심부로?!"

"네!"

브라질 정부는 해독의 대파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아직 해독 효과가 남은 퍼플 로커스트들의 사체를 아마존 중심부에 투하하기로 결정했다.

아마존의 중심부에는 감히 접근할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로 엄청난 수의 퍼플 로커스트들이 있었다.

그래서 주변을 포위하듯이 아마존의 외곽지역에 해독의 대파를 심어 천천히 공략하고 있었는데 해독의 대파 효과에 고무된 브라질 정부에서 과감한 한 수를 던진 것이다.

"정부도 확신이 생긴 모양이군. 좋아! 서둘러 죽은 퍼플 로커스트를 헬기에 실어라!"

잠시 후 아마존 경계의 여러 방향에서 수백 대의 헬기가 아마존의 중심부를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투하!"

헬기들이 하늘에서 퍼플 로커스트 사체를 아마존 상공에 뿌렸다.

푸드득.푸드득.

엄청난 수의 퍼플 로커스트들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동족의 상체를 먹기 위해 날아들었고 작전이 시작된 지 3시간쯤 지나자 지구에 있는 모든 로커스터들의 색이 다시 붉게 변했다.

"와! 됐어! 우리가 이겼다고!"

브라질에서 승리의 축배를 들 때

꿈틀.꿈틀.

물컹한 몸을 가진 검은 생명체들이 바다에서 나와 하와이에 진입했다.

***

슥.슥.

"무슨 털이 계속 나오냐······."

세준이 테오의 몸을 쓰다듬으며 끝도 없이 나오는 털에 투덜거리고 있을 때

'박 회장 녀석의 얼굴이 썩어가고 있다냥! 고생했으니 보상을 줘야 할 때다냥!'

세준의 표정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던 테오가 호감도를 올리기 위해 벌떡 일어났다.

"푸후훗. 박 회장, 이것 봐라냥! 내가 돈 벌어왔다냥!"

"그래? 얼마나 벌었어?"

"1015만 탑코인이다냥! 여깄다냥!"

봇짐에서 경매로 번 돈을 꺼내 세준에게 건넸다. 1차로 돈을 주고 2차로 마사지를 해줄 생각이었다.

"수고했어. 여기 인센티브."

세준이 115만 탑코인을 테오에게 주자

"푸후훗. 고맙다냥!"

파앗.

테오는 돈을 받자마자 태워버렸다.

그리고

"박 회장, 돈 빌려 달라냥!"

자신의 돈을 다 태운 테오가 바로 세준에게 앞발을 내밀었다.

"테오, 너 나한테 벌써 7000만 탑코인 빚진 거 알고 있지?"

"푸후훗. 걱정 말라냥! 나중에 내가 한 번에 갚아주겠다냥!"

자신에게 진 빚을 잊지 말라는 세준의 말에 큰소리를 치며 당당하게 대답하는 테오.

"테오, 너 왜 이렇게 자신감이 넘쳐?"

테오가 자신 있어 하자 세준은 뭔가 불안해졌다. 테오, 이 녀석 무슨 사고 친 거 아냐?

그때

"이번에 내가 핑크 돼지 호구를 잡았다냥!"

"핑크 돼지 호구?"

"그렇다냥! 이번에 내려갔다가···."

테오가 요르문간드의 파편에게 먹혔다가 살아 돌아온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뭐? 멸망의 사도를 만났었다고? 어디 다친 데는 없어?"

지금까지 테오의 몸을 쓰다듬으며 이상이 없다는 걸 알았지만, 세준은 자신이 놓친 건 없나 테오의 몸을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푸후훗. 박 회장 녀석. 이렇게 날 아끼면서···.'

"박 회장, 지금부터가 중요하다냥! 내가 녀석의 얼굴에 앞발을···."

테오가 그런 세준의 손길에 만족하며 애기를 이어 나갔다.

"그러니까 네가 구한 핑크 돼지 호구가 검은탑에 3명 밖에 없다는 대상인이라고?"

"그렇다냥! 대상인은 돈이 엄청나게 많아야 받을 수 있는 명예 호칭이다냥! 그런 대상인이 보상을 하겠다며 나 테 부회장을 탑 65층으로 찾아오라고 했다냥! 그러니까 박 회장은 안심하고 돈 빌려줘라냥!"

우쭐해하며 말하는 테오.

"그래. 알았어."

테오에게 든든한 물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세준이 테오에게 890만 탑코인을 건넸다. 10만 탑코인은 쌀가루를 뽑을 때 쓸 돈이었다.

파앗!

테오가 세준의 돈을 받자마자 태우며 황금빛을 내기 시작했다.

'푸후훗. 역시 박 회장의 돈을 태우는 게 가장 효과가 좋다냥!'

세준의 돈을 태우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는 테오.

잠시 후

"이건 멸망의 사도를 잡고 얻은 코인이다냥!"

돈을 다 태운 테오가 요르문간드의 파편을 처치하며 얻은 백색 코인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냥?! 이게 왜 합쳐져 있냥?"

봇짐에서 코인을 꺼내던 태오가 요르문간드 파편의 뱃속에서 하얀 뱀들을 잡아 얻은 작은 코인들이 합쳐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실패다냥···

많은 코인을 꺼내며 세준에게 자랑할 생각이었던 테오가 실망하며 백색 코인 50개를 꺼낼 때

"뭐야?! 코인이 50개라고?!"

세준은 테오가 꺼내는 코인의 개수를 보며 놀랐다. 멸망의 사도가 죽을 때 드랍하는 코인의 숫자는 멸망의 사도가 얼마나 강한지 알려주는 척도다.

'그런데 50개면···.'

세준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강함. 그런 멸망의 사도를 테오가 가볍게 잡았다니···

'7000만 탑코인을 플렉스한 보람이 있구나!'

세준은 테오가 7000만 탑코인을 태워서 코인 50개짜리 멸망의 사도를 처치했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엄청난 오해였다.

테오가 대상인 유렌의 돈 12억 탑코인을 태웠다는 걸 몰랐기 때문. 테오는 유렌에게 12억 탑코인을 받아 태운 얘기는 하지 않았다.

그리고 테오는 그 돈을 제대로 태우지도 못했다. 테오의 능력으로 한 번에 태울 수 있는 돈의 최대치가 있었던 것. 테오가 한 번에 태울 수 있는 돈은 대략 1억 탑코인 정도.

그걸 몰랐던 테오는 그 당시 감당할 수 없는 10억 탑코인을 한 번에 태우다 죽을 뻔했다.

다행히 테오는 본능적으로 '하찮은 재물'의 숨겨진 능력을 깨우쳤다. 그건 태우는 재물의 일부를 공격하는 힘으로 바꿔 적을 공격하는 능력.

덕분에 테오는 감당할 수 없는 9억 탑코인을 공격으로 바꿔 요르문간드를 처치할 수 있었다.

때마침 요르문간드의 파편이 나타나지 않았거나 재물을 공격으로 바꾸는 효율이 높았다면 결과는 해피엔딩이 아니라 배드엔딩이 됐을지도 몰랐다.

테오의 공격에 괜히 상인 통로 수십 개를 부서지고 테오는 엄청난 돈을 물어줘야 했을 테니까.

'앞으로 테오가 1억 탑코인 정도만 더 태우면 우마왕이랑도 싸울 수 있는 거 아냐?'

그렇게 세준이 테오의 강함을 착각하고 있을 때

"냥?! 저게 뭐냥?!"

다시 세준의 무릎에 누우려던 테오가 세준 옆에 수북이 쌓인 털을 보며 놀랐다.

"뭐긴 뭐야? 네 털이지."

세준이 대답하며 다시 테오의 몸을 쓰다듬으며 다시 털을 쓸어내기 시작했다. 목욕할 때도 테오는 수속성 능력을 이용해 털이 물에 젖지 않았기에 몸에 남아있는 털이 많았다.

30분 정도 세준이 테오의 몸을 쓰다듬자 나오는 털이 상당히 줄어들었다.

"자 끝났어."

"냥···."

세준이 자신의 무릎 위에 누워있는 테오의 목덜미를 잡아 땅에 내려놓고 테오의 털 뭉치를 모아 하나로 뭉쳤다. 한 번에 편하게 버리기 위해서였다.

꾹.꾹.

그렇게 테오의 털을 뭉치던 세준. 털을 눌러 뭉치다 보니 털 뭉치가 점점 공처럼 모양을 잡아갔다.

"오! 재밌는데?!"

공 모양으로 변해가는 털 뭉치를 세준이 경단 만들듯이 양 손바닥을 움직이며 돌돌 돌렸다.

그리고

"짜짠! 테오볼 완성!"

주먹 반만 한 크기의 노란색 털공이 만들어졌다.

"그게 뭐냥?!"

바닥에 앉아 세준 때문에 흐트러진 자신의 털을 그루밍하던 테오가 자신의 털로 만들어진 공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때

"뀻뀻뀻. 그거 제가 살게요!"

테오의 꼬리를 말고 자던 이오나가 외쳤다. 저것만 있으면 왠지 어디서든 숙면이 가능할 것 같았다.

"이걸 산다고?"

"뀻뀻뀻. 네! 제가 사게 해주세요!"

세준의 말에 돈주머니를 꺼내며 외치는 이오나.

"그래. 이오나가 가져가."

세준이 이오나에게 테오볼을 건넸다.

"뀻뀻뀻. 세준 님, 감사합니다."

뀨로롱.

자신의 몸만 한 테오볼을 품에 안은 이오나가 행복해하며 빠르게 잠들었다. 엄청난 숙면효과였다.

"자."

세준이 이오나에게 받은 돈주머니를 테오에게 건넸다. 테오의 털로 만든 돈이기에 세준은 테오에게 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안 받아도 된다냥! 박 회장이 다 가져라냥!"

세준에게 돈주머니를 쿨하게 양보하는 테오.

"진짜 내가 다 가져? 헉! 여기 100만 탑코인이나 들었는데?"

세준이 이오나가 준 돈주머니를 열어 돈주머니 안에 든 돈을 보고 놀랐다. 잠에 대한 이오나의 엄청난 진심이 느껴졌다.

"그렇다냥!"

세준이 다시 물었지만, 테오는 흔쾌히 세준에게 돈을 다 양보했다.

"대신 돈 좀 빌려달라냥!"

물론 다른 속셈이 있었다.

"돈 태우려는 거 아냐? 그냥 이 돈 가져가면 되잖아."

"그건 싫다냥! 나는 박 회장의 돈을 태우고 싶은 것이다냥!"

"뭐?!"

테오의 말에 어이가 없어진 세준.

빠직!

'테오, 이··· 이 자식! 내 돈을 태우는 게 그렇게 좋냐?!'

자신을 약 올리는 듯한 테오의 말에 세준의 기분이 나빠졌다.

그리고

"테 부회장, 앞으로 한 달 안에 돈 안 갚으면 테 사장으로 강등시킬 거야."

테오에게 강등이라는 혹독한 징계를 내리기로 했다.

"냥?! 그게 무슨 소리냥?!"

세준의 말에 테오가 세상이 멸망한 표정을 지었다.

"그··· 그럼 테 사장으로 강등되면 나는 이제 한 번에 츄르 2개를 못 먹는 것이냥?!"

이미 한 번에 츄르를 2개씩 먹는 것에 길들여진 테오에게 츄르를 1개씩 먹는 것은 너무 큰 충격이었다.

"당연하지. 테 사장은 한 번에 츄르 1개만이야."

"박 회장, 너무 한다냥! 치사하다냥!"

세준에게 칭얼거리기 시작하는 테오.

하지만

고로롱.

테오는 조금 칭얼거리다 포근한 세준의 무릎에 매달려 금세 잠들어 버렸다.

퍽.퍽.

덕분에 세준은 털이 날리지 않는 쾌적한 환경에서 반죽 작업을 할 수 있었다.

퍽.퍽.

고로롱.

뀨로롱.

세준의 반죽하는 소리와 테오와 이오나의 코고는 소리가 취사장을 평화롭게 점령해갔다.

233화. 벼를 수확하다.

233화. 벼를 수확하다.

검은탑 관리자 구역.

-크하하하. 우리 손녀 잘 있었느냐?!

켈리온, 램터와 함께 삼양주를 마시고 기분 좋게 검은용 터전으로 돌아온 카이저가 검은용 조각상을 통해 검은탑에 복귀했다.

"할아버지, 어디 갔다 왔어요?! 물어볼 게 있었는데."

-오?! 우리 에이린이 이 할애비에게 물어볼 게 있었어?! 뭔데? 뭐든지 물어보거라! 크하하하.

에일린이 자신에게 궁금한 것이 있다고 하자 카이저는 뭐든지 대답해줄 기세였다.

"그게··· 책 읽다 봤는데요. 하늘은 보라색에 땅은 녹색이고 다리가 엄청나게 많은 갑각류 벌레들이 사는 곳이 있더라고요. 그런데 어떤 곳인지 지명이 안 나와서 할아버지는 아실까 해서요."

에일린이 말한 곳은 불꽃이가 뿌리를 내린 곳으로 에일린은 들어도 전혀 생각나는 곳이 없었다. 그래서 카이저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불꽃이의 비밀을 숨겨주기 위해 거짓말까지 하면서.

-흠··· 하늘은 보라색에 땅은 녹색이라··· 아! 당연히 알지!

카이저는 에일린의 말을 듣자마자 바로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하지만 카이저가 떠올린 것은 장소가 아니고 그런 장소를 만들어내는 존재였다. 바로 자색용들.

자색용들이 머무는 곳은 그들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독기를 품은 마력으로 인해 땅은 녹색으로 변하고, 그들이 내뱉는 독기를 담긴 숨결로 인해 대기는 보라색으로 변한다.

"뭔데요?!"

-정확한 장소는 모르겠고 그건 자색용들이 머물 때 생기는 현상이야.

"네?! 자색용이요?!"

-아마 자색용의 터전이거나 자색탑 안이면 그런 환경이 만들어질 거야.

카이저가 대답하며 에일린을 수상한 눈빛으로 봤다. 도서관에는 자색용에 대한 책이 없다. 재수 없는 자색용들에 대한 책은 내가 다 버렸는데?

그렇게 카이저가 에일린을 수상한 눈빛으로 볼 때

"아! 맞다! 세준이가 다시 삼양주를 만들던데요! 이번에는 돈을 받고 팔 거래요!"

에일린이 새로 삼양주를 만들고 있다는 것을 카이저에게 알려줬다. 세준을 위한 삼양주 홍보였다.

-그래?!

에일린의 말을 듣자마자 카이저가 양조장으로 이동했다. 조금 있으면 켈리온이 올 거다. 그 전에 세준에게 먼저 돈을 주고 삼양주를 선점할 생각이었다.

카이저가 떠나자

"휴우···."

카이저를 속이느라 긴장했던 에일린이 안도의 한숨을 쉬며 수정구를 들었다.

"크히히히. 불꽃아 내가 네 뿌리가 있는 곳을 알아냈어!"

[정말요? 어딘가요?]

"아마 자색탑인 거 같아. 거긴 독이 많다는데 너 괜찮아?"

[독기는 어느 정도 버틸만한데 벌레들이 제 몸을 갉아먹으려고 해서 조금 귀찮아요.]

"뭐?! 벌레들이 감히 세준이의 나무인 너를 귀찮게 한다고?! 안 되겠어. 내가 마법 몇 개 가르쳐 줄게!"

에일린이 불꽃이에게 마법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

이른 새벽.

꾹···꾹···

'응? 뭐지?'

세준은 뭔가가 자신의 얼굴을 누르는 느낌과 함께 잠에서 깼다.

"푸헤헤헤. 박 회장, 일어났냥?!"

세준이 잠에서 깨자 세준의 얼굴을 앞발로 주무르던 테오가 간사하게 웃으며 인사했다.

그리고

"박 회장, 이것 좀 마셔봐라냥! 아침에 벌들이 갓 빤 꿀로 만든 꿀물이다냥!"

테오가 독꿀벌들을 억지로 깨워 만든 꿀물을 세준에게 건넸다.

"뭐···뭐야? 테 부회장, 너 갑자기 왜 그래?"

원래라면 세준이 일어나도 지 자기 바쁜 테오. 하지만 그런 테오가 새벽부터 마사지에 꿀물까지? 수상해도 너무 수상했다.

"부담 가지지 말라냥! 일단 꿀물을 마셔라냥!"

네가 제일 부담스러워···

"알았어."

테오의 게속된 권유에 세준은 일단 꿀물을 마셨다.

꿀꺽.꿀꺽.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는 꿀물.

"크으. 시원하다."

꿀물은 달고 시원했다.

세준이 꿀물을 마시자

"푸헤헤헤. 잘 때 덥지는 않았냥?! 내가 부채질을 해주겠다냥!"

솔솔

테오가 앞발을 흔들며 부채질을 해줬다.

"너 진짜 왜 그래?"

더 이상 테오의 부담스러운 행동을 참을 수 없는 세준이 물었다.

"푸헤헤헤. 뭐가 말이냥?"

특히 저 간사한 웃음이 너무 거슬렸다.

"너 왜 안 하던 짓을 하냐고!"

"박 회장, 나 계속 테 부회장 하고 싶다냥! 그러니까 징계를 풀어달라냥!"

그거였냐?!

"그냥 탑 65층에 가서 돈 받아오면 되잖아."

세준은 대상인을 찾아가서 돈을 갚으면 끝인데 테오가 이러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박 회장, 나의 말을 들어보라냥!"

이번만이 아니라 계속 세준의 돈을 빌릴 생각인 테오. 계속 징계를 받으며 살 수는 없다냥! 테오가 열심히 세준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테 부회장이 내 돈을 태울 때 효율이 1이라면 다른 돈을 태울 때는 효율이 0.5라고?"

"그렇다냥! 그래서 내가 박 회장의 돈을 태우려는 것이다냥! 박 회장 돈이 최고다냥!"

"흠. 그게 진짜라고?!"

돈이면 똑같은 돈이지 왜 자신의 돈만?

"좋아. 한 가지 테스트만 해보고 진짜면 징계 풀어줄게."

"정말이다냥?! 빨리 테스트하자냥!"

세준의 말에 빨리 징계를 풀고 싶은 테오가 외쳤다.

"잠깐···."

세준이 전투력 측정을 위해 도움을 청하려 할 때

-세준아!

전투력 측정기··· 아니. 카이저가 알아서 세준을 향해 날아왔다.

그리고

-이거 받아라!

다짜고짜 세준의 손에 1억 탑코인을 쥐여줬다.

"이게 뭐예요?"

-크하하하. 뭐긴 뭐야? 앞으로 만들어질 삼양주 값이지.

삼양주 값을 선불로 지급한 것이다.

'내가 더 빨랐군.'

주변을 둘러보며 아직 켈리온이 오지 않은 것을 확인한 카이저가 속으로 웃었다.

'가서 돈 더 가져와야지.'

카이저가 서둘러 창고에 있는 돈을 더 챙겨오려 할 때

"카이저 님, 잠깐 부탁 좀 드려도 될까요?"

-부탁?! 얼마든지 되지!

세준의 부탁이라는 말에 카이저가 흔쾌히 승낙했다. 부탁의 대가는 삼양주니까.

"테오가 얼마나 강해지는지 봐주세요."

-그래. 뭐가 어렵다고. 해보거라.

카이저가 대답을 하며 테오를 유심히 보기 시작했다.

"네! 감사합니다. 자. 테 부회장, 돈 받아. 이건 내가 주는 거야."

세준이 테오에게 1000만 탑코인을 건넸다.

"고맙다냥!"

파앗!

세준에게 돈을 받은 테오가 돈을 태웠다.

-호오! 탑코인을 태워 강해지는 재능이라니 정말 신기하군!

돈을 태우며 황금빛으로 빛나는 테오를 카이저가 신기하게 바라봤다.

그렇게 황금빛이 사라지자

"이번에는 빌려주는 거야."

세준이 다시 테오에게 1000만탑코인을 건넸다. 이런 형식적인 방법으로 돈의 소유를 바꾸는 것이 이해는 안 됐지만, 일단 테오의 말대로 해보기로 했다.

파앗!!

다시 돈을 채우며 황금빛을 뿜어내는 테오.

"···?!"

자세히 보니 같은 금액의 돈을 태우는데 세준이 봐도 바로 전과는 황금빛의 강도가 달랐다.

"카이저 님, 어때요?!"

세준이 정확한 판정을 위해 카이저에게 물었다.

그리고

-지금 강해진 걸 100이라고 보면 좀 전에는 49가 강해졌다.

카이저가 정확한 감정을 해줬다.

"내 돈을 태워야 강해진다는 게 진짜였다고?!"

"푸후훗! 박 회장, 봤냥?! 내 말이 맞았다냥! 빨리 나의 징계를 풀어라냥!"

자신의 억울함이 풀린 테오가 다시 거만하게 웃으며 세준의 무릎에 매달렸다.

"카이저 님, 감사합니다. 여기 삼양주요."

세준이 자신의 부탁을 들어준 카이저에게 삼양주 10병을 건네고

슥.

벽에 날짜를 표시하며 351일 차 아침을 시작했다.

***

[여기는 제가 뿌리를 내리고 살았던 어디보다 살기가 좋네요.]

꿈틀.꿈틀.

영양분이 넘치는 땅과 친절한 농부 세준까지 있는 이곳이 마음에 든 포도리가 신나게 뿌리를 내렸다.

그때

움찔.

포도리의 뿌리가 다른 뿌리와 부딪혔다.

그리고

[반가워. 나는 불꽃이야.]

상대 뿌리에서 인사를 건넸다.

[불꽃이? 너도 세계수 후보야?]

세계수 후보인 포도리가 불꽃이에게 물었다.

[아니. 난 그런 거 아닌데?]

[뭐?! 아니라고?! 그럼 세계수 후보인 나 포도리 님에게 진작 인사를 왔어야 할 거 아냐?!]

불꽃이가 세계수 후보가 아니라는 말에 자신보다 위계가 낮다고 생각한 포도리가 화를 냈다. 농장의 위계질서가 엉망이네. 내가 다시 위계를 세워야겠어!

[불꽃이, 너 앞으로 나한테 매일 아침마다 인사를···]

그렇게 포도리가 불꽃이를 상대로 위계를 세우려 할 때

[난···]

[네?!]

포도리가 불꽃이의 대답을 듣고 얼어버렸다.

[근데 방금 매일 아침마다 뭐 한다고 하지 않았어?]

[아! 앞으로 불꽃이 님께 아침마다 인사를 드리겠다고 말한 겁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포도리의 뿌리가 열심히 불꽃이의 뿌리를 향해 굽신거렸다.

***

"야. 너 때문에 너무 일찍 일어났잖아."

밖에 나온 세준이 조용한 농장을 보며 자신을 일찍 깨운 테오에게 뭐라고 했지만

고로롱.

예전으로 돌아온 테오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잘만 잤다.

"그러면 그렇지."

슥슥.

세준이 그런 테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 이래야 너 답지.

"벼나 확인할까."

자는 테오를 다리에 매달고 세준이 앞에 보이는, 벼가 심어진 풍요의 황금빛 나무 밑동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리고

스윽.

손바닥에 벼 이삭을 올리고 자세히 살펴봤다. 벼 이삭에 녹색끼는 전혀 없고 완전히 황금색이었다.

"좋아. 수확해도 되겠어."

벼가 수확해도 되는 상태라는 것을 확인한 세준이 신선함의 낫을 꺼내

서걱.

벼를 베었다.

그러자

[황금빛 벼 3518톨을 수확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조금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7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신선함의 낫에 깃든 냉기 효과로 수확한 농작물의 유통기한이 5일 늘어납니다.]

[경험치 24만 6260을 획득했습니다.]

벼를 수확했다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알곡이 많아서 경험치도 많았다.

"어디 보자."

세준이 벼 하나를 들어 자세히 살펴봤다.

[황금빛 벼]

탑 안에서 자란 벼로 영양을 충분히 섭취해 맛있습니다.

아주 훌륭한 농부가 키워 효과가 뛰어납니다.

벼 10만 톨 섭취 시 밥이 보약 효과가 발생합니다.(밥이 보약 효과가 발동하면 총 스탯 100만큼 힘, 체력, 민첩, 마력 스탯이 랜덤하게 오릅니다.)

재배자 : 탑농부 박세준

유통기한 : 155일

등급 : A

"좋은 건가?"

벼를 10만 톨이나 먹으면 총 스탯 100이 오른다는 효과는 좋아 보였지만, 10만 톨이라는 숫자가 굉장히 커 보였기에 세준은 좋은 건지 나쁜 거지 헷갈렸다.

"뭐 그게 중요한가?! 쌀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게 중요하지!"

서걱.서걱.

세준은 일단 열심히 벼를 베기 시작했다.

그렇게 마지막 벼를 자르자

[레벨업 했습니다.]

[보너스 스탯 1을 획득했습니다.]

레벨업 메시지가 나타나며 세준이 67레벨이 됐다. 화분에 심은 벼가 대략 300개. 수확으로 거의 100만 톨의 벼를 얻었으니 레벨업을 할 만하긴 했다.

"좋아. 이제 도정을 해야 하는데···."

세준이 이삭에 매달린 벼를 다 털어내고 바닥에 떨어진 벼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사사삭.사사삭.

깨를 갈 듯이 양 손바닥 사이에 벼를 넣고 마찰을 일으켜 벼를 갈기 시작했다. 그러자 바닥에 떨어지는 벼의 껍질들.

"오! 된다!"

세준이 더욱 열심히 손바닥을 비볐다.

그때

빠지직.

손에 전기가 일어나며 구수한 냄새와 함께 벼가 타버렸다.

"아! 뭐야?!"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에 세준이 당황했다.

"얘들아 도와줘."

결국 벼를 도정할 수 없는 세준이 아직 자고 있던 원숭이들과 토끼, 버섯개미, 독꿀벌들까지 다 동원해 벼를 도정하기 시작했다.

사사삭.사사삭.

원숭이들과 토끼들은 세준처럼 손바닥을 비벼 도정했고

사각.사각.

버섯개미들과 독꿀벌들은 자신의 앞니로 벼를 도정했다.

그때

꾸엥?

[아빠 뭐 하는 거다요?]

자고 일어난 꾸엥이가 다가왔다.

"꾸엥이 일어났어? 잠깐만 기다려 아빠가 꾸엥이 쌀밥 먹여줄게."

꾸엥!

[꾸엥이도 아빠 도와주겠다요!]

"어?! 안···."

세준이 말릴 새도 없이 벼 한 움큼을 앞발로 잡아 한 발로만 벼들을 갈기 시작했다.

하지만

스스스.

힘 조절에 실패하며 안에 쌀까지 아주 곱게 갈아버리는 꾸엥이였다.

조난 351일 차, 세준이 드디어 벼를 수확했다.

234화. 쌀밥을 먹다.

234화. 쌀밥을 먹다.

해변에 수상한 물체가 등장하자

위이잉!

하와이 전체에 사이렌이 울리기 시작했다. 이미 전부터 이상한 징조가 있었기에 미국은 하와이 전체에 피난령을 내렸고 현재 하와이에 살던 사람들의 대부분은 배나 비행기를 통해 대피한 상황.

쾅!

콰광!

덕분에 바닷가를 검게 물들이며 다가오는 검은 존재들을 향해 바닷가에서 대기하고 있던 탱크와 전투기가 마음껏 적들을 향해 포탄과 미사일을 날릴 수 있었다.

그렇게 몇백 발의 탄과 미사일이 떨어지자 적은 사라진 듯했다.

하지만

꿈틀.꿈틀.

바닥에 흩어진 검은 생명체의 살점들이 바다 쪽으로 모이더니

쾅!

바다에서 거대한 검은 생명체가 솟구쳤다.

"뭐야?! 저거 거머리 아냐?!"

"거머리였어?"

검은 생명체는 거머리였던 것. 그제야 적의 정체를 안 군인들이 안도했다. 거머리 정도야.

쾅!

콰광!

탱크와 전투기가 다시 거대 거머리를 향해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거대 거머리는 움직임도 느렸고 크기도 컸기에 그들의 모든 공격이 적중했다.

그러나

꿀렁.꿀렁.

공격을 받아도 거대 거머리의 몸은 금세 복구됐다.

거기다 거대 거머리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머리를 넓게 만들고는 몸으로 자신을 공격한 전투기와 탱크를 덮쳤다. 아주 단순한 공격이었지만, 크기가 엄청났기에 충분히 위햡적이었다.

쿵!

전투기들은 거대 거머리의 공격을 빠르게 날아 피할 수 있었지만, 탱크들은 거대 거머리 아래 그대로 깔렸다.

"전속력으로 이동한다!"

"네!"

탱크 안의 군인들은 당황하지 않고 거머리의 몸을 뚫고 탈출하려 했다.

그때

우드득.우드득.

뭔가 찌그러지는 소리와 함께 향긋한 피 냄새를 맡은 거머리들이 탱크의 틈을 벌리고 물처럼 콸콸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뭐야?!"

탕!탕!

전차장이 다가오는 거머리들의 머리를 정확하게 쐈다.

하지만

꿈틀.꿈틀.

죽은 거머리의 파편은 다른 거머리의 몸에 흡수될 뿐이었다.

그리고

꿈틀.꿈틀.

거머리들이 군인들의 몸에 달라붙어 이빨을 박고 피를 빨기 시작했다.

"으악!"

"살려···."

결국 그들은 수천 마리의 작은 거머리들에 파묻힌 채 태평양 해상에 떠오른 물고기들처럼 피가 빨리며 미라가 되어갔다.

***

자색탑 23층.

[불이여 타올라라!]

화르륵.

불꽃이의 주문과 함께

끼에에엑!

불꽃이의 뿌리를 향해 다가오던 수백 마리의 독지네들이 불타며 죽어갔다. 불꽃 속성에 엄청난 재능을 가진 불꽃이답게 불꽃이는 에일린에게 하급 불속성 마법을 배우자마자 능숙하게 사용했다.

하지만

[이것도 귀찮은 건 마찬가지네요.]

한 번에 수백 마리를 죽일 수 있기에 전 보다 편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건 똑같았다.

[더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아! 있어요! 주인님의 해독의 대파요!]

해독의 대파를 떠올린 불꽃이가 기뻐했지만

[근데 어떻게 가져오죠?]

마땅한 방법이 없자 금세 시무룩해진 불꽃이.

[에일린 님에게 방법이 있는지 물어봐야겠어요!]

불꽃이가 에일린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

"자. 쌀은 다 씻었고."

세준이 도정이 끝난 투명한 쌀을 물에 담궈 손으로 살살 저어가며 씻어 물을 두 번 버리고

촤르륵.

테오가 예전 탑 97층에서 가져온 돌솥에 씻은 쌀을 부었다. 수확한 쌀 전부였다. 돌솥이 커서 다 들어갔다.

쏴아아.

돌솥에 물도 채웠다.

"흠··· 이 정도면 되나?"

물을 붓던 새준이 고민에 빠졌다. 전기밥솥과 다르게 돌솥에는 물을 얼마큼 넣어야 되는지 표시된 눈금이 없었기 때문.

"어쩌지···."

여기서 실패하면 어렵게 얻은 쌀이 버려진다. 아니. 귀중한 쌀을 버릴 수는 없지! 실패해도 버리지 않고 먹을 거다.

하지만 웬만하면 처음부터 실패 없이 맛있는 밥을 먹고 싶은 세준.

"에일린, 혹시 청동 거울 수리 끝났어?"

엄마 찬스를 쓰기 위해 세준이 에일린에게 물었다.

하지만

[탑의 관리자가 아직 수리가 덜 됐다고 말합니다.]

아직 청동 거울은 수리 중이었다. 에일린이 세준의 엄마에게 인사를 드린다고 한번 썼기 때문이지만, 세준은 알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지."

꾹.

세준이 검지손가락을 수직으로 찔러 평평하게 정리된 쌀과 닿는 손가락 한 마디 높이에 물을 맞췄다. TV에서 요리 전문가들이 자주 말하는 방법이었다.

사람마다 손가락 마디 길이가 다르기에 아주 주관적인 방법이지만, 지금은 이것 말고는 믿을 게 없었다.

"이 정도면 되겠지?"

그렇게 검지손가락 한마디 높이로 물양을 맞춘 세준.

턱.

돌솥 뚜껑을 닫고 화로에 돌솥을 올려 밥을 짓기 시작했다.

"흐흐흐. 반찬은 뭐 먹지?"

세준이 흰쌀밥과 먹을 반찬을 생각했다.

"일단 생선구이, 오징어볶음 만들어야지."

철컹.

반찬을 정한 세준이 아공간 창고를 열어 피라니아와 오징어를 꺼내 요리에 들어갔다.

30분 후

드륵.

돌솥 뚜껑을 열자

"오!"

밥에서 영롱한 윤기가 좔좔 흐르는 고슬고슬한 밥이 완성됐다.

"한 번 섞어 줘야지."

세준이 돌솥의 밥을 주걱으로 저어 밥을 저어줬다.

그리고

후우.후우.

주걱에 묻은 밥풀을 바람으로 불어 식히고 손으로 밥풀을 집어 입에 넣었다.

쩝.쩝.

천천히 밥알을 씹으며 음미하는 세준. 탱글탱글한 밥알 씹는 식감이 제대로 살아있었다. 거기서 조금 힘을 주자 밥알이 툭 터지면서 부드럽게 으깨졌다.

그리고

오물.오물.

씹으면 씹을수록 느껴지는 약간의 찰기와 구수한 단맛.

"와···미쳤다! 내가 만들었지만, 너무 맛있다."

세준이 자화자찬하며 숟가락으로 밥을 한 숟가락 떠서 자신의 입에 넣었다.

"와. 너무 맛있어."

거의 1년 만에 먹는 쌀밥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밥이 너무 달았다. 맨밥만 먹어도 몇 공기는 뚝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 혼자만 먹고 있었네."

그렇게 밥을 세 숟가락 정도 먹고 나서야 정신을 차린 세준.

"얘들아 밥 먹자!"

세준이 동물들을 불렀다.

꾸엥!

삐익!

우끼!

세준의 부름에 취사장으로 온 동물들.

"자. 여기."

세준이 그릇에 밥을 퍼서 동물들에게 나눠주고

"어디 먹어볼까!"

세준이 흰밥 한 숟가락을 크게 푸고 그 위에 생선구이에서 발라낸 생선살 한 점을 올려

와앙.

한입에 넣었다.

우적.우적.

생선의 짜조름한 맛과 밥의 부드러운 단맛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꿀꺽.

그렇게 입에 있던 것들을 삼키자 입에 남은 짠맛이 밥을 요구했다.

"흐흐흐. 이번에는 오징어볶음이랑."

세준이 오징어볶음을 숟가락으로 떠서

슥.슥.

흰밥에 비벼 다시 한 숟가락을 다시 크게 떠서

와앙.

입에 넣었다.

우적.우적.

꿀꺽.

그렇게 음식을 삼키자 이번에는 매콤한 맛이 입안에 남아 밥을 요구했다.

"맛있다."

그렇게 생선구이 한 번, 오징어볶음을 교대로 먹고 있을 때

꾸엥!꾸엥!

[아빠는 항상 맛있게 먹는다요! 아빠를 따라 하면 실패는 없다요!]

꾸엥이가 세준을 따라 생선구이, 오징어볶음과 함께 밥을 먹기 시작했고 다른 동물들도 따라 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꾸엥!꾸엥

[맛있다요! 한 그릇 더 먹고 싶다요!]

삐익!

우끼!

동물들이 빠르게 밥을 다 먹고 너도나도 세준에게 빈 그릇을 내밀었다.

"알았어."

세준이 동물들에게 밥을 퍼줬다.

그리고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맛있다요!]

거기서도 독보적으로 빨리 밥을 먹은 꾸엥이.

꾸엥이가 밥 10그릇을 먹자

파앗!

꾸엥이의 몸에서 황금빛이 서렸다가 천천히 사라졌다. 밥이 보약 효과가 발생한 것. 덕분에 세준은 자신이 한 밥이 100인분이었다는 것과 대략 밥 한 그릇에 1만 톨의 쌀이 들어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도! 세준이 자신도 밥이 보약 효과를 보겠다고 열심히 밥을 먹었다.

그렇게 세준이 꾸엥이를 따라 10그릇째 밥을 먹자

파앗.

세준의 몸에 황금빛이 서렸다.

[벼 10만 톨을 섭취하셨습니다.]

[밥이 보약 효과가 발생합니다.]

[총 스탯 100만큼 힘, 체력, 민첩, 마력 스탯이 랜덤하게 오릅니다.]

[힘 23, 체력 9, 민첩 37, 마력 31이 상승했습니다.]

"좋아."

밥이 보약 효과로 스탯이 올랐다는 메시지를 확인한 세준의 얼굴에 미소가 그려졌다.

그리고

촵촵촵.

세준의 무릎에 누워 츄르 2개를 동시에 먹는 부회장의 특권을 열심히 누리고 있던 테오.

"냥?!"

세준의 몸에서 황금빛이나자

'뭐냥?! 푸후훗. 박 회장도 나처럼 돈을 태우고 강해지는 것이다냥?!'

자신처럼 세준도 돈을 태운다고 오해했다. 앞으로 박 회장, 태울 돈까지 벌려면 내가 열심히 일해야겠다냥! 테오가 앞으로 돈을 더 많이 벌어야겠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의지만.

고로롱.

의지를 불태우니 몸이 따뜻해진 테오가 츄르에 혀를 대고 잠들었다.

그때

"꾸엥아, 밥 떨어졌어."

돌솥이 바닥을 드러냈다.

꾸엥···.

[아직 모자르다요···.]

꾸엥이가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쌀국수를 1000인분씩 먹는 아이이니 그럴 수밖에.

"너무 실망하지 마. 밥은 다 먹었지만, 그래도 이게 남았으니까."

쏴아아.

세준이 돌솥 바닥의 누룽지에 물을 부어 다시 끓이기 시작했다. 누룽밥을 만드는 것.

보글보글.

돌솥 안의 물이 끓자 구수한 향이 사방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자. 한 그릇씩 먹어봐."

세준이 완성된 누룽밥을 동물들에게 퍼줬다.

그리고

후룩.

세준도 한 숟가락 떠서 먹었다. 한번 눌었다 다시 불려진 누룽밥을 씹으며

꿀꺽.

숭늉과 함께 삼켰다.

"크으!"

뜨거운 국물이 들어오자 뱃속이 뜨거워졌다.

"이거 안 닦아도 되겠는데?"

밥을 다 먹은 세준이 누룽밥을 밥 한 톨 남기지 않고 깨끗이 먹어 깨끗해진 돌솥을 보며 말했다. 그 정도로 쌀밥과 누룽밥은 동물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이제 일 해야지."

밥을 다 먹은 세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제 테오의 방해로 만들려는 삼양주와 쌀국수의 할당량을 다 채우지 못했기에 오늘은 쉴틈이 없었다.

"애들아 일하자."

세준의 말에 동물들이 각자 자신의 일자리로 이동했다.

***

[불꽃이 님, 좋은 아침입니다!]

포도리의 뿌리가 자신이 말한 대로 아침이 되자마자 불꽃이의 뿌리에게 깍듯이 인사했다.

[그래. 포도리도 잘 잤어?]

[네! 잘 잤습니다!]

[그래. 잘 자야지. 자. 이거 받아.]

불꽃이의 뿌리가 포도리의 뿌리에게 액체 한 방울을 건넸다. 자신이 뿌리를 내린 곳 호수에서 빨아들인 것으로 더 주고 싶지만, 한 방울 이상은 포도리가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이··· 이게 뭔가요?]

포도리가 액체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기운에 놀라며 물었다.

[음··· 영양제 같은 거야.]

[영양제요?]

[응. 그러니까 영양제를 흡수하고 어서 맛있는 포도를 주인님께 만들어드려.]

[네! 열심히 포도를 만들겠습니다!]

포도리가 불꽃이가 건넨 액체를 흡수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우드득.우드득.

액체를 흡수한 포도리의 나뭇가지가 빠르게 자라면서 포도송이들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잠시 후

쿠어어엉!

꾸엥!

[맛있는 냄새가 난다요!]

삐익

우끼

끼엑!

농장의 모든 식구들이 맜있는 향기를 따라 포도리가 있는 곳으로 홀린듯이 모이기 시작했다.

"응?! 이건 포도 냄새?"

잠에서 일어난 세준도 다른 동물들처럼 포도 냄새를 따라 포도리가 있는 곳으로 홀린 듯이 이동했다.

그리고

"어?!"

포도나무에 열린 엄청난 숫자의 포도를 발견했다.

235화. 믿을 건 세준 님뿐이야!

235화. 믿을 건 세준 님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