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끼!
우끼!
점심을 먹고 원숭이들이 세준을 불렀다. 삼양주의 완성을 알리기 위해셔였다.
"삼양주가 완성됐다고?"
우끼!
세준의 물음에 원숭이들이 고개를 열심히 끄덕이며 세준을 양조장으로 안내했다.
양조장에 도착하자
"와."
꽃향기처럼 싱그러운 향과 그윽한 향이 양조장 안에 가득했다. 그리고 탁자에는 이미 술병에 담긴 삼양주가 100병 정도 보였다. 아마 삼양주를 옮겨 담는 도중에 삼양주의 향이 퍼진 것 같았다.
꿀꺽.
향을 맡았을 뿐인데 세준은 자신도 모르게 맛이 상상되며 침이 삼켜졌다.
"흐흐흐. 이거 카이저 님이랑 켈리온 님을 모시고 시음회 한 번 해야겠는데?"
세준이 삼양주를 대가로 뭘 받을지 상상하며 두 용이 있는 분수대로 향했다.
***
-크으······ 좋다!
-역시 세준이가 만들 술이 최고야.
분수대 위에서 카이저와 켈리온이 세준이 만든 소주를 극찬하며 즐겁게 마셨다.
그때
-크으······.
갑자기 켈리온이 소주를 원샷하고 다시 잔에 술을 채우자
-잠깐! 켈리온, 지금 뭐 하는 거야?!
카이저가 켈리온을 제지했다.
-뭐가?! 당연히 막잔은 내 거지! 이거 내 술이잖아!
-무슨 소리야?! 이거 한 병이면 딱 8잔 나오는데?! 당연히 4잔씩 공평하게 마셔야지! 참고로 난 3잔 마셨어.
-그런 게 어디 있어?!
-너 치사하게 이럴 거야?!
마지막 남은 술이기에 둘 모두 아주 민감해졌고 그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기운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쩌저적.
그로 인해 분수대를 지탱하는 탑이 흔들리며
"으헉!"
분수대 위로 올라가던 세준이 탑에서 추락했다.
-어?!
-이 소린?!
두 용이 서둘러 소리가 난 곳을 보자
"읏차!"
쿵.
세준이 슈퍼히어로 랜딩으로 바닥에 안전하게 착지한 것이 보였다. 체력이 늘어나며 이제 이 정도는 세준에게 위험하지 않았다.
"세이프."
세준이 자신이 다치지 않은 것에 만족했다.
하지만
"푸후훗. 많이 부족한 착지다냥! 나한테는 아직 멀었다냥!"
"갑자기 떨어져서 그렇거든! 원래 더 잘 할 수 있거든!"
테오의 박한 평가에 발끈한 세준이 이건 자신의 본 실력이 아니라며 열심히 변명하고 있을 때
-세준이 너 많이 튼튼해졌구나!
-그러게 다쳤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카이저와 켈리온이 날아와 멀쩡한 세준을 보며 감탄했다. 워낙 개복치라 이 정도 일로도 용들을 놀라게 할 수 있는 세준이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올라오고 있던 것이냐?
카이저가 세준에게 물었다.
"새로운 술이 완성돼서 시음 한 번 하시라고요."
-뭐?! 새로운 술?!
-어서 가자!
새로운 술이라는 말에 두 용이 흥분했다. 그렇지 않아도 술이 떨어져서 아쉬운 상황이었다.
그렇게 이동한 양조장.
"자. 일단 한 잔씩 마셔보세요."
세준이 두 용의 잔에 공손하게 삼양주를 따랐다.
그리고
두 용 조각상은 잔을 삼켜 본체로 삼양주가 담긴 잔을 보냈다.
'흐흐흐. 대가로 뭘 주시려나?'
세준이 용들의 반응을 기대하며 씨익 웃었다.
***
검은용의 터전.
"이 향은 뭐야?!"
삼양주가 담긴 잔을 잡은 카이저.
꿀꺽!
삼양주의 향을 맡자마자 카이저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술을 삼켰다.
그리고
"응?!"
카이저는 머리가 아주 맑아지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안개로 가려져 있던 것들이 사라지는 기분.
'사라졌다!'
동시에 카이저는 뭔가가 진짜 사라진 것을 깨달았다. 요즘 '멸망과 싸워 세상을 지켜야 한다.'라는 생각을 방해하려는 힘에 저항하기 위해 굉장한 심력을 소모하고 있던 카이저. 그 힘이 사라진 것이다.
"세준이 술에 이런 효과가 있다니······ 크하하하! 어쩔 수 없군. 계속 마셔야겠어!"
술 마실 명분이 생긴 카이저가 호탕하게 웃으며 입맛을 다셨다.
217화. 안 썩었다고!
217화. 안 썩었다고!
"박 회장도 이번에 나처럼 발톱을 용 발톱으로 바꾸라냥!"
빳칭.
용들에게 삼양주를 주고 뭘 받을지 고민하는 세준에게 테오가 자신의 용 발톱을 자랑스럽게 꺼내며 말했다.
"안 돼. 나는 테 부회장처럼 발톱을 넣다 뺐다 할 수가 없잖아."
용 발톱으로 잠결에 간지러운 데를 긁다가 과다출혈로 영영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었다.
"냥···박 회장은 왜 발톱을 넣을 수 없는 것이냥?"
세준이 자신과 같이 용 발톱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테오가 자신의 용 발톱을 넣었다 뺐다 하면서 침울해했다.
슥.슥.
세준은 말없이 그런 테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테오를 위로했다.
그러자
"박 회장, 머리보다는 여기가 더 좋다냥! 여기를 쓰다듬어 달라냥!"
바로 발라당 누워 당당히 자신의 배를 보이는 테오. 박 회장을 부리기 좋을 때다냥!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알았어."
세준이 그런 테오의 생각도 모르고 분홍색 배를 쓰다듬어줬다.
잠시 후
"박 회장, 나 배고프다냥! 나 츄르 먹고 싶다냥!"
세준이 배를 쓰다듬어 주자 허기가 진 테오가 츄르를 요구했다.
"알았어."
철컹.
세준이 아공간 창고에서 츄르가 담긴 유리병을 꺼내 숟가락으로 뜬 수제 츄르를 테오의 앞에 대령했다.
촵촵촵.
"푸후훗. 역시 박 회장의 성의가 들어간 츄르가 가장 맛있다냥!"
그렇게 테오가 수제 츄르를 맛있게 먹고 있을 때
[직업 퀘스트가 발생합니다.]
[퀘스트 : 용들은 멸망의 힘으로 인해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정신이 점점 병들고 있습니다. 100일 안에 각 용족들에게 삼양주를 3만 병씩 제공해 용들의 정신이 병드는 것을 지연시키십시오.]
갈색용(0/3만 병)
검은용(0/3만 병)
녹색용(0/3만 병)
···
..
.
보상 : 대량의 직업 경험치, 모든 스탯 잠재력 +100, 10번째 탑의 시련
[완성된 삼양주 99병이 각 탑의 관리자들에게 11병씩 분배됩니다.]
퀘스트가 발생했다는 메시지와 함께 세준의 앞에 있던 99병의 삼양주가 사라졌다. 방금 두 잔 따른 삼양주 한 병만을 남기고.
"뭐야?!"
이건 아니지! 내 술이잖아! 누군 땅 파서 장사하나?! 대가를 내고 가져가야지!
땅 파서 장사하는 세준이 자신의 허락도 없이 삼양주를 가져간 존재에게 화를 냈지만, 정확히 누가 퀘스트를 준 건지 알 방법이 없었기에 혼자 씩식거렸다.
그때
촵촵촵.
"박 회장! 얼굴이 빨갛게 썩었다냥!"
세준의 성난 얼굴을 발견한 테오가 츄르를 먹다 벌떡 일어나 앞발로 세준의 얼굴을 가리켰다.
"안 썩었거든!"
"푸후훗. 걱정 말라냥! 내가 만져주겠다냥!"
세준이 아니라고 했지만, 이미 답을 정해놓은 테오가 막무가내로 세준의 얼굴을 앞발로 주물렀다. 덕분에 어이가 없어진 세준.
꾹.꾹.
그냥 테오의 발길에 자신의 얼굴을 맡기고 양조장 밖으로 나와 바람을 쐬며 화를 삭였다.
***
하얀탑의 관리자 구역.
"크으. 좋다! 응?! 사라졌어?"
새준이 준 삼양에 감탄하던 중 머릿속의 뭔가가 사라지는 걸 느낀 켈리온. 머릿속이 아주 맑았다.
그때
"어?! 삼양주?!"
[전달받은 삼양주를 모든 용들에게 한 잔씩 먹게 하십시오.]
켈리온의 앞에 삼양주 11병이 나타나며 수정구에 알람이 나타났다. 그렇지 않아도 다른 하얀용들에게도 삼양주를 마시게 하고 싶었던 켈리온.
"5만 살 이상만 집합!"
캘리온이 일단 하얀탑의 주축이 되는 5만 살 이상의 하얀용들을 불렀다.
그리고
"딱 한 잔씩만 마셔! 다시 줄 서다 걸리면 죽을 줄 알아!"
용들에게 엄포를 놓으며 술을 따라주기 시작했다.
'딱 한 잔! 한 방울도 넘쳐서는 안 돼!'
켈리온이 남은 술을 먹기 위해 아주 정확하게 술을 따라줬다.
***
검은용의 터전.
"어서 세준이에게 더 달라고 해야지."
카이저가 자신도 마시고 다른 용들에게도 주기 위해 용 조각상을 움직이려 할 때
우웅.
카이저의 앞에 있던 포탈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할아버지, 아빠 저 왔어요!"
에일린이 직접 포탈을 열고 11병의 삼양주를 들고나왔다.
"오! 우리 손녀, 세준이에게서 받아온 것이냐?! 잘 됐구나! 그렇지 않아도 필요했는······."
"잠깐만요!"
"응?! 왜······?"
"이거 공짜 아니에요!"
삼양주를 향해 손을 뻗는 카이저를 제지하며 에일린이 손을 내밀었다. 기브 앤 테이크!
***
"후우."
테오의 마사지로 마음이 조금 진정되자 세준은 퀘스트 보상을 확인해 보기로 했다. 보상이라도 좋길 바라면서.
하지만
"10번째 탑의 시련은 뭐지? 10번째 탑이 있었나?"
마지막 보상을 보며 세준의 표정이 다시 안 좋아졌다. 시련을 보상으로 주다니?! 제정신이냐?! 퀘스트를 준 존재를 향해 다시 분노하는 세준.
"박 회장 얼굴이 다시 빨갛게 썩어간다냥!"
"안 썩었다고!"
"푸후훗. 걱정하지 말라냥! 내가 멀쩡한 얼굴로 만들어 주겠다냥!"
이번에도 세준의 말을 무시하며 세준의 얼굴을 앞발로 주무르는 테오.
그때
꾸엥!
[꾸엥이도 아빠의 썩은 얼굴을 주물러 주겠다요!]
점심을 먹고 낮잠을 자다 일어난 꾸엥이가 기운찬 발걸음으로 다가왔다.
"아냐. 아빠 얼굴 안 썩었어! 그렇지?! 테 부회장."
꾸엥이의 말에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세준이 서둘러 테오에게 SOS를 요청했다. 꾸엥이가 힘 한 번 잘못 주면······ 위험해!
그러나
"아니다냥! 박 회장 얼굴이 이번에는 파랗게 썩었다냥!"
세준의 얼굴을 멀쩡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감에 불타는 테오가 세준의 SOS요청을 무시했다.
꾸엥!꾸엥!
[아빠 여기 눕는다요! 움직이면 다칠 수도 있으니 가만히 있어야 한다요!]
결국 테오의 비협조로 세준은 꾸엥이의 힘에 끌려 꾸엥이의 다리 사이에 누워 얼굴을 잡혔다.
그리고
"으악!아악!"
테오와 꾸엥이의 앞발로 마사지를 받는 동안 세준의 비명이 이어졌다.
잠시 후
"생각보다 시원한데? 어?! 부기가 빠졌나 좀 갸름해진 것 같아!"
청동 거울로 얼굴 상태를 확인한 세준이 마사지 효과에 감탄했다. 물론 또 받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그럼 술 만들러 가야지."
얼굴이 멀쩡한 것을 확인한 세준이 다시 양조장으로 들어갔다.
세준은 테오와 꾸엥이의 마사지를 받으며 분노가 가라앉자 분노에 가려 보이지 않던 현실이 보이기 시작했다.
정신이 병든 용들. 한마디로 미친 용이 되는 게 아닌가? 생각해 보니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었다. 미쳐 날뛰는 용들이 아군, 적군 가리지 않고 브레스를 쏘는 장면······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그리고
[탑의 관리자가 그대의 술을 절대 공짜로 넘기지 않겠다며 자신만 믿으라고 말합니다.]
에일린의 듬직한 서포트가 있었다. 최소한 검은용들에게는 삼양주의 대가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자! 오늘부터 삼양주만 만든다! 얘들아 준비 됐지?!"
우끼!
우끼!
세준의 말에 힘차게 대답하는 원숭이들.
"좋아. 시작!"
세준이 재화를 삼키는 쌀반죽에 탑코인을 넣고 쌀가루를 뱉어내게 했다.
촤르륵.
항아리에 2kg의 쌀가루가 담기자
우끼!
우끼!
원숭이들이 항아리에 뜨거운 물을 붓고 저으며 밑술을 만들었다. 그사이 세준은 남은 빈 항아리에 쌀가루를 채우고 원숭이들을 따라 항아리 안에 뜨거운 물을 붓고 쌀가루를 저었다.
"다했다냥!"
꾸엥!
[다 했다요!]
테오와 오늘만 양조장 출입을 허락받은 꾸엥이도 세준을 도와 항아리 안의 쌀반죽을 저었다.
그렇게 4시간 동안 항아리 300개의 밑술 작업을 끝낼 수 있었다. 항아리 1개에서 삼양주 100병이 나오니 변수만 없으면 일주일 후에 삼양주 3만 병이 완성된다.
이렇게 9번만 만들면 삼양주 27만 병을 만들 수 있다. 대략 63일 정도면 퀘스트를 완료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테 부회장, 항아리 3000개만 사와."
더 빨리 퀘스트를 완료하고 싶은 세준이 테오에게 항아리를 사달라고 부탁했다. 앞으로 20일 정도 남은 흑토끼의 결혼식에 가져갈 삼양주도 필요했다.
"냥?! 내일 가면 안 되냥?"
세준의 무릎에서 자고 내일 아침에 가고 싶은 테오가 투정을 부렸다.
'응. 안돼'라고 말하며 세준은 아까 자신의 SOS요청을 받아주지 않은 것에 대한 보복을 하고 싶었지만
'그래도 잠은 재워야지.'
테오의 눈빛에 마음이 약해졌다.
"알겠어. 그럼 내일 갔다 와."
"알겠다냥!"
그렇게 테오와 꾸엥이를 다리에 착용하고
"근데 카이저 님이랑 켈리온 님은 왜 아까부터 말씀이 없으시지?"
세준이 멈춰있는 두 용 조각상을 살펴봤다.
그때
꼬르르륵.
꾸엥!
[아빠 꾸엥이 배고프다요!]
꾸엥이가 배꼽시계를 울리며 세준을 재촉했다.
"알았어. 일단 이거 먹자."
세준이 스킬로 거대 고구마를 만들어 꾸엥이에게 주고는 취사장으로 향했다.
***
다음 날 아침.
"박 회장, 다녀오겠다냥!"
"뀨뀨뀨. 저도 다녀올게요!"
테오와 이오나가 탑 75층으로 내려갔다. 이오나는 이틀 전에 와서 죽은 듯이 자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 테오가 항아리를 사러 간다는 말에 자신도 살 게 있다며 테오의 꼬리에 매달려 함께 이동했다.
잠시 후
"냥냥냥. 이오나, 도착이다냥! 잘 가라냥!"
"뀨뀨뀨! 테 부회장님 나중에 봬요!"
광속 상인통로를 통해 1시간도 걸리지 않아 탑 75층에 도착한 테오는 각자의 볼일이 달랐기에 이오나와 헤어졌다.
그렇게 이오나와 헤어진 테오는 일단 세준이 부탁한 항아리 3000개를 사기 위해 잡화점으로 갔다.
"어서 오세요!"
"항아리 3000개를 달라냥!"
"네?! 3000개요?! 잠시만요!"
테오의 대량 주문에 잠화점 주인이 서둘러 가지고 있는 재고를 파악했다.
"죄송하지만, 지금 가게에 있는 항아리 재고는 300개가 답니다. 대신 많이 구매해 주시니 원래는 450탑코인이지만, 특별히 할인해서 440탑코인에 드리겠습니다."
재고를 파악한 주인이 테오에게 300개만 팔 수 있다며 할인을 제안했고
"깎아달라냥!"
그 정도 할인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듯이 테오는 3번 깎기를 사용해 항아리를 420탑코인에 구매했다.
"푸후훗. 나의 실력은 녹슬지 않는다냥!"
구매한 항아리를 봇짐에 넣고 잡화점에서 나오며 테오가 우쭐해했다.
그리고 다른 잡화점들을 돌며 항아리를 전부 구매했지만
"아직 1500개밖에 못 샀다냥!"
항아리 숫자가 많이 모자랐다. 항아리가 다시 들어오려면 3일은 기다려야 된다고 했다.
"우울하다냥······."
빨리 구매하고 세준의 무릎으로 돌아가고 싶은 테오가 우울한 기분을 풀기 위해 유령 창고로 향했다. 뽑기로 기분 전환을 할 생각이었다.
"타루, 오랜만이다냥!"
"오! 왔군."
테오가 유실물 창고를 찾아가자 타루가 테오를 반갑게 맞이했다.
"여기 1000탑코인 받으라냥! 빨리 뽑기를 해서 기분이 좋아지고 싶다냥!"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나?"
타루가 테오와 유령들이 있는 창고로 가면서 물었다.
"그렇다냥! 잡화점에 있는 항아리를 모두 샀는데도 항아리가 모자란다냥!"
"항아리?! 몇 개나?"
"1500개다냥!"
"많이 모자라는군······ 괜찮으면 내가 항아리 파는 곳을 소개해줄까?"
"타루가 말이냥?!"
"응. 내 친구가 탑 97층에서 항아리를 만들거든."
"정말이냥?!"
"응. 급하면 지금 바로 가자."
테오의 급한 사정을 들은 타루가 서둘러 발길을 돌렸다.
그때
"잠깐만 기다리라냥!"
테오가 타루를 붙잡았다.
"테 부회장, 왜?"
"그래도 뽑기는 하고 가겠다냥! "
테오가 서둘러 유령 창고에서 들어가 물건 하나를 들고나왔다.
218화. 대신 이걸 주겠다냥!
218화. 대신 이걸 주겠다냥!
탑 97층.
"저기가 타루의 친구가 있는 곳이냥?!"
테오가 저 멀리 황무지 한 가운데 있는 마을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니. 저기 있는 건 내 고향 라이노 마을이고 마을 끝에 있는 산 보이지?"
타루가 마을 뒤편의 산을 가리키며 말했다.
"보인다냥!"
"저기 산 초입에 내 친구의 공방이 있다. 그리고··· 테오, 마을 안에서는 내 이름을 부르지 말아줘. 조용히 친구만 만나고 싶거든."
타루가 얼굴을 숨기기 위해 쓴 후드를 다시 고쳐 쓰며 말했다.
"알겠다냥! 그럼 빨리 가자냥!"
빨리 항아리를 사서 세준에게 당당하게 돌아가고 싶은 테오가 타루를 재촉하며 마을의 입구를 향해 달려갔다.
"100년만인가?"
오랜만에 고향에 온 타루가 고향의 전경을 구경하며 테오를 천천히 따라갔다. 산이 이정표가 돼서 친구의 공방을 금방 찾을 수 있을 테니 테오와 길이 엇갈리는 일은 없을 거다.
그렇게 타루가 걱정 없이 걸어가고 있을 때
"하악! 거짓말하지 말라냥!!!"
마을 경비와 다투는 테오의 성난 목소리가 들렸다.
***
'항아리를 사고 박 회장의 무릎으로 돌아간다냥!'
항아리를 사서 빨리 세준에게 돌아가고 싶은 테오가 빠르게 달려 라이노 마을 입구에 도착했다.
하지만
"멈춰라!"
"마을에 들어가고 싶으면 통행세 100탑코인을 내라!"
마을 입구를 막고 있던 경비들이 테오의 앞을 막으며 통행세를 요구했다.
"우리 마을은 통행세 같은 거 안 받는데 너희는 왜 받냥?"
테오가 자신의 앞길을 막는 경비들에게 따져 물었다. 100탑코인은 테오가 가진 돈에 비하면 푼돈이지만, 순순히 돈을 뜯기는 것은 호구나 하는 짓. 푸후훗. 나는 더 이상 호구가 아니다냥!
"뭐라는 거야?!"
"이 쬐끄만 게 그냥 확 패버릴까 보다!"
거대한 덩치의 경비들이 테오를 위협하며 말했다.
"푸후훗. 감히 위대한···."
테오가 자신의 정체를 소개해 경비들의 기를 죽이려 할 때
"무슨 소란이냐?"
경비들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존재가 나타났다.
"죄··· 죄송합니다. 라둔 님, 이 고양이가 통행세를 안 내겠다고 버텨서··· 빨리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라이노 마을의 우두머리인 라둔이 나타나자 경비들이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크큭. 아니다. 이런 겁 없는 녀석에게는 내가 직접 세상의 무서움을 알려주겠다."
라둔이 자신의 왼쪽 소매를 걷어 전완근에 새겨진 검은용 문신을 자랑하듯이 보이며 말했다.
"오! 저게 라둔 님이 우마왕님과 3일을 싸우고 우마왕 님께 강함을 인정받아 우마왕 님이 직접 새겨주셨다는 위대한 검은용 문신!"
"아마 100년 전 우마왕 님과 싸우고 살아남았다는 폭풍 전차 타루 님보다 상처 하나 없이 돌아온 라둔 님이 훨씬 강할 거야."
두 명의 경비가 라둔의 문신을 보며 호들갑을 떨었다.
'크큭. 그래. 나의 대단함을 더 칭송해라!'
라둔이 경비들의 말에 자신의 문신이 더 잘 보이도록 이리저리 움직였다.
라둔은 얼마 전 우마왕이 마을을 찾아오자 마을 주민들이 볼 때는 아무도 없는 곳에서 당당하게 1대1로 싸우자고 호기롭게 말하고는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자마자
쿵!
"살려주십시오! 항복하겠습니다!"
서둘러 무릎을 꿇고 우마왕에게 항복했다.
우마왕은 앞으로 검은용 문신을 보면 충성을 다하라며 자신의 가슴에 새겨진 검은용 문신을 보여주고는 돌아갔다.
하지만 우마왕이 돌아가자 라둔은 대담하게도 자신의 왼팔에 검은용 문신을 비슷하게 새기고 마을로 돌아와 우마왕에게 받은 것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이후 라둔의 위세는 대단해져 라둔은 라이노 마을에서 왕처럼 지내고 있었다.
그렇게 매일 자신을 두려워하는 마을 주민들을 보기 위해 점심을 먹고 마을을 순회하던 라둔의 눈에 테오가 들어온 것이다.
'잘 걸렸다.'
슬슬 하나를 골라 자신의 무서움을 보여줄 때가 됐다고 생각한 라둔. 라둔은 경비들에게 대드는 테오를 보자마자 자신의 제물로 찍었다. 약해 보여서 자신의 강함을 잘 부각시켜 줄 것 같았다.
***
'저 이상한 문신은 뭐냥?!!!'
테오는 라둔의 팔에 새겨진 검은용 문신을 보며 분노했다. 왜냐하면 카이저의 비늘을 여분으로 가진 건 세준의 오른팔인 자신뿐.
우마왕은 카이저의 비늘을 여분으로 가지고 있지 않았다. 당연히 라둔의 검은용 문신은 가짜였다.
거기다 문신이 너무 허접해 테오는 자신의 발바닥에 새겨진 검은용 문신이 모욕받는 기분이 들었다.
'감히 저런 못생긴 문신으로 박 회장의 부하라고 거짓말을 하다니!!! 화가 난다냥!!!'
부들부들.
세준이 새겨준 검은용 문신이 모욕받자 테오가 몸을 떨며 분노했다. 물론 상대방에게는 두려움에 떠는 것으로 보였지만.
"하악! 거짓말하지 말라냥!!!"
테오가 분노를 가득 담아 라둔을 향해 외쳤다.
"뭐?! 뭐가 거짓말이라는 거야?! 이놈이!"
'이놈이 어떻게 알았지?'
테오의 외침에 찔리는 게 있는 라둔이 서둘러 테오의 입을 막기 위해 공격했다.
"혼내준다냥!"
빠칭!
테오도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라둔의 주먹을 보며 용 발톱을 꺼냈다.
그때
쾅!
타루가 테오의 앞을 막아서며 라둔의 주먹을 얼굴로 받아냈다.
"냥!? 타··· 친구야, 괜찮냥?!"
타루의 이름을 부르려던 테오가 이름을 부르지 말라는 타루의 말을 기억하고 서둘러 호칭을 바꿨다.
"테오, 난 괜찮아.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웬만하면 대화를 해결하죠."
타루가 테오를 안심시키며 라둔에게 말했다.
그리고
"테오, 무슨 일이야?"
"입구에 들어가려니까 앞을 막고 통행세를···."
"뭐?!"
테오에게 싸우게 된 이유를 듣고는 충격을 받았다. 라이노 마을이 왜 통행세를?! 자신이 알던 예전의 라이노 마을이 아니었다.
왜 통행세를 받냐고 따지고 싶었지만, 자신은 마을을 버리고 떠난 존재. 더 이상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
"여기 통행세 200탑코인이다. 어서 받아라."
"네?! 네!"
타루가 멍한 표정의 경비의 손에 돈을 건네며 서둘러 마을 안으로 들어갔다.
"테 부회장, 가자."
나중에 보자냥! 타루의 부름에 항아리부터 챙기기로 한 테오가 라둔을 째려보다 타루를 따라 마을 안으로 들어갔다.
"마을이 왜 이렇게 썰렁하냥?"
테오가 마을을 관통하는 대로를 걸어가며 말했다. 마을 안은 아무도 살지 않는 것처럼 생기가 없었다.
"나도 모르겠군. 일단 공방으로 가지."
마을에 대해 친구에게 빨리 물어보고 싶어진 타루가 서둘러 공방으로 향했다.
그렇게 마을을 지나 산의 초입에 도착하자
[트리케라 공방]
공방 간판이 보였다.
똑.똑.똑.
타루가 문을 두드리고 공방 안으로 들어가자
"실례하겠다냥!"
테오도 타루를 따라 공방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크고 작은 흙이나 돌로 만든 여러 가지 도기들이 진열돼 있었다.
"냥! 이건 박 회장이 좋아하겠다냥!"
테오가 돌을 깎아 만든 돌솥을 보며 말했다.
"푸후훗. 이것도 괜찮을 거 같다냥!"
그렇게 태오가 세준이 좋아할 물건을 챙기고 있을 때
챙그랑!
공방의 뒤쪽에서 항아리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냥?!"
안 된다냥! 누가 내 항아리를 깨트리는 것이냥?! 항아리 깨지는 소리에 이곳에 온 목적을 떠올린 테오가 서둘러 소리가 난 곳을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챙그랑!
망치로 항아리를 깨는 타루의 친구 트리케라를 발견할 수 있었다.
"무슨 짓이냥?!"
"항아리 깨는 거 처음 보냐?"
미세한 금이 간 불량 항아리를 찾아 깨고 있던 트리케라는 자신을 향해 화를 내는 테오를 보며 시큰둥하게 대꾸했다.
그때
"트리케라."
테오의 뒤를 따라온 타루가 친구의 이름을 불렀다.
"어?! 자네는?!"
"그래. 날세. 타루. 오랜만이야."
"타루!!!"
트리케라가 테오를 지나쳐 원수를 보듯이 타루를 향해 빠르게 돌진했다.
"냥? 친구라고 하지 않았냥?!"
테오가 당황할 때
"트리케라!"
타루도 트리케라를 죽일 듯한 기세로 마주 달려갔다.
쾅!
둘의 어깨가 부딪히며 폭음이 났다. 누구 하나 죽었을 것 같은 소리가 났지만
"허허허. 이게 얼마 만이야?!"
"타루, 잘 있었어?"
둘은 아무렇지 않게 악수를 하며 진한 포웅을 나눴다. 코뿔소다운 거친 인사였다.
잠시 후
"그러니까 항아리를 사러 왔다고?"
"그렇다냥! 항아리 1500개 사고 싶다냥!"
"흠··· 1500개면 지금까지 만든 게 딱 그 정도니까. 좋아. 팔도록 하지."
"얼마냥?!"
"친구 소개로 왔으니까 특별히 인건비만 받고 주도록 하지. 개당 0.5탑코인에 주겠네."
솔직히 인건비도 안 나오는 금액. 타루와 함께 온 테오에게 트리케라는 엄청난 선심을 베풀었다.
하지만
"깎아달라냥!"
그걸 알 턱이 없는 테오는 이번에도 3번 깎기를 시도했다.
"에휴··· 그냥 가져가라."
어차피 요즘은 항아리 찾는 상인들도 잘 찾아오지 않았기에 트리케라는 테오에게 전부 넘기기로 했다.
"고맙다냥! 대신 이걸 주겠다냥!"
테오가 공짜로 항아리를 상납한 기특한(?) 호구에게 오색콩 한 움큼을 건넸다.
그리고
"도와달라냥!"
당당하게 타루와 트리케라에게 도움을 요청하며 봇짐에 항아리를 담았다.
"고마웠다냥!"
테오가 인사를 하고 밖으로 먼저 나가자
"트리케라, 고맙네. 이것 받게."
타루가 돈뭉치를 트리케라에게 건넸다. 지금까지 테오가 뽑기 비용으로 낸 돈이었다.
"근데 마을에 무슨 일이 있어?"
타루가 아까부터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
"푸후훗. 이제 박 회장에게 돌아갈 수 있다냥!"
세준이 지시한 항아리 3000개를 전부 구한 테오가 뿌듯한 마음으로 공방을 나올 때
"저기 아까 놈의 일행이 있다!"
그런 테오를 향해 외치는 목소리.
"뭐냥?"
소리가 나는 곳을 보자 아까 입구에서 만났던 라둔이 부하들에게 지시하고 있었다.
"네!"
다다다다.
라둔의 지시에 주변에 있던 경비들이 빠르게 움직여 테오를 감싸며 포위망을 좁혀갔다.
'잘 됐군. 일단 저 녀석을 인질로 잡고 놈을 잡는다.'
라둔이 테오를 보며 음흉하게 웃었다. 아까 경비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의 주먹을 맞고도 멀쩡한 타루 때문에 자신의 모습이 우스워졌다.
그래서 모든 경비들을 소집해 타루를 잡으러 왔는데 고맙게도 약한(?) 테오가 먼저 나와준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아까 혼내줄려고 했는데 잘 됐다냥!"
고마운 것은 테오도 마찬가지.
테오가 점프를 해서
빳칭!
"냐냐냥!냐냐냥!"
공중에서 용 발톱을 꺼내 라둔을 향해 빠르게 휘두르고
착.
가볍게 착지했다.
······
테오의 소리만 없었으면 아무도 몰랐을 냥냥폭풍권이 적을 처치했다.
"푸하하하."
"뭐 한 거냐?"
경비들이 그런 테오를 보며 폭소했다.
그때
퍽!
뭔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라둔이 가루가 돼서 사라졌다.
"어?!"
"······."
테오의 강함에 압도된 경비들의 웃음소리가 사라졌을 때
"응?! 테오!"
공방에서 나온 타루가 테오를 포위한 경비들을 발견했다.
그리고
쾅!
빠르게 달려와 경비들을 밀치고 테오의 앞을 막아섰다.
'감히! 감히!'
부들부들.
세준의 부하라는 표식을 마음대로 새긴 라둔에 대한 분노가 아직 풀리지 않아 몸을 떨고 있는 테오.
하지만
"테 부회장, 안심해. 말 안한 게 있는데 나 원래 탑 97층의 보스였어. 덤벼라! 나 폭풍 전차 타루 님이 상대해주마!"
테오가 떨고 있다고 생각한 타루가 안심시키기 위해 자신의 정체를 밝히며 포효하자
"으아악! 살려주세요!"
정신을 차린 경비들이 혼비백산 도망쳤다.
'훗. 아직 내 명성도 죽지 않았군.'
타루가 자신 때문에 경비들이 도망간 줄 알고는 뿌듯해했다.
"테 부회장, 가자."
"알겠다냥!"
그렇게 테오와 타루가 떠나고
"이건 심어야겠지?"
트리케라가 테오가 준 오색콩을 심었다. 칡열매가 함께 섞인 걸 모르고··· 덕분에 식량이 없어 굶주렸던 라이노 마을 주민들의 식량 걱정이 사라졌다.
219화. 뭐 잘 못했다요?
219화. 뭐 잘 못했다요?
"땅 움직이기."
푹.
방울토마토 씨앗을 바닥에 깔아 둔 세준이 마일러의 곡괭이로 땅을 찍으며 스킬을 사용했다.
쿠구궁.
땅이 움직이며 바닥에 깔아둔 방울토마토 씨앗을 삼킨 후 씨앗을 일정한 간격으로 묻었다.
그리고
[대지가 당신에게 호의적으로 움직입니다.]
[땅을 움직이기 위한 마력 소모가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마력의 방울토마토 씨앗 1005개를 심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조금 상승합니다.]
[마력의 방울토마토 씨앗들이 농사꾼의 발소리를 듣고 있어 마력 씨뿌리기 Lv. 7의 효과가 강화됩니다.]
[마력 씨뿌리기 Lv. 7의 효과로 24시간 동안 마력의 방울토마토 씨앗의 성장 속도가 2배 빨라집니다.]
[마력 씨뿌리기 Lv. 7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방울토마토가 심어졌다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중간에 마력이 1 늘어나며 심을 수 있는 농작물 숫자가 조금 늘어났다.
"휴우. 심어도 심어도 줄질 않네."
아침에 테오에게 항아리 심부름을 보낸 이후 오후 늦게까지 쉬지 않고 농작물을 심은 세준이 아직도 아공간을 가득 채운 농작물들을 보며 푸념했다.
창고 안은 신품종을 수확한다고 아직 수확하지 않아도 되는 농작물까지 전부 수확하는 바람에 농작물이 넘쳐나고 있었다. 먹어서 없앨 수 있는 숫자가 아니었다.
그래서 세준은 고구마 말랭이처럼 오래 보관할 방법이 있는 농작물을 빼고는 다시 땅에 심는 것으로 그 뒤처리를 하고 있었다.
그때
꼬르르륵.
세준의 배에서 밥을 달라며 소리가 났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배고프긴 하네···."
세준이 자신의 배를 쓰다듬으며 취사장으로 터덜터덜 걸어갔다.
평소라면 세준의 배꼽시계가 울리기 전에 꾸엥이가 와서 먼저 밥을 달라고 보챘겠지만, 오늘은 왠일인지 서쪽 숲으로 약초를 보러 간 꾸엥이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취사장으로 가던 세준.
"오! 많이 컸네."
풍요의 황금빛 나무 밑동 화분에 심은 벼들이 3일 만에 푸릇한 싹을 피워내며 10cm 정도 자란 것을 발견했다. 성장 속도가 10배라고 하더니 빠르긴 빨랐다.
"어서 자라거라."
[농사꾼의 따뜻한 손길 Lv. 4이 발동합니다.]
[손길이 닿는 동안 벼의 성장이 조금 빨라집니다.]
세준이 사랑스러운 시선으로 벼의 싹을 보며 열심히 쓰다듬었다. 흐흐흐. 조금만 있으면 흰쌀밥을 먹을 수 있어!
"크으··· 맛있겠다··· 쓰읍."
흰쌀밥을 한 숟가락 크게 떠서 짭조름한 생선구이 한 점을 올려 먹는 상상을 하던 세준이 서둘러 입에 서 흘러내리는 침을 닦았다.
"못 참겠다."
먹는 상상을 했더니 허기가 강하게 올라왔다.
세준이 서둘러 일어나 저녁을 만들기 위해 취사장으로 향할 때
다다다다.
꾸엥!꾸엥!
[아빠 꾸엥이 배고프다요! 아빠 먹을 거는 꾸엥이가 가져왔다요!]
온몸이 흙투성이가 된 꾸엥이가 앞발에 칡뿌리 4개를 쥐고 달려왔다.
"응! 고마워! 하아···."
다가오는 꾸엥이를 향해 힘차게 손을 흔들며 대답한 후 절로 나오는 조용한 한숨.
'꾸엥이 녀석 칡뿌리를 4개나 캐오다니···.'
많이도 캐왔다. 꾸엥이 말대로 오늘 저녁은 칡뿌리로 때워야 할 것 같았다.
꾸엥!
[빨리 먹는 거다요!]
세준의 앞에 도착한 꾸엥이가 칡뿌리를 건네고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세준을 쳐다봤다.
"잠깐만."
기분 탓인지 평소보다 칡뿌리가 굵어 보였기에 세준은 꾸엥이가 가져온 칡뿌리를 자세히 살펴봤다.
[억센 생명의 굵은 칡뿌리]
살아있는 숙주에게서 생명력을 흡수하며 자란 칡의 뿌리입니다.
숙주의 생명력을 거의 최대치까지 흡수해 약성이 좋습니다.
섭취 시 체력이 30 상승하거나 체력 잠재력이 15 상승합니다.
강한 쓴맛이 납니다.
재배자 : 탑농부 박세준
유통기한 : 180일
등급 : B+
"기분 탓이 아니구나."
칡뿌리는 실제로 굵었다.
우적.우적.
어차피 먹을 거 세준은 과감하게 칡뿌리를 먹어 치웠다.
꿀꺽.
[억센 생명의 굵은 칡뿌리를 섭취했습니다.]
[체력이 30 상승합니다.]
[쓴맛이 나는 약을 섭취했습니다.]
[재능 : 체력에 좋은 약이 쓰다가 발동합니다.]
[체력이 3 상승합니다.]
그렇게 칡뿌리 4개를 연속으로 먹어 치운 세준.
첫 번째 굵은 칡뿌리를 먹었을 때는 '체력에 좋은 약이 쓰다'의 효과로 체력이 3 늘어났지만, 그다음은 2, 2, 1로 세준의 혀가 쓴맛에 적응하며 점점 그 효과가 줄어들었다.
그리고 칡뿌리를 먹는 세준을 보며 꾸엥이의 눈빛은 점점 더 초롱!초롱!해졌다. 꾸헤헤헤. 이제 꿀젤리 나온다요!
하지만
"이제 저녁 준비해야지."
꾸엥이의 기대와 달리 쓴맛에 완전히 적응한 세준은 입가심을 하지 않았다.
꾸엥!꾸엥?!
[아빠 어디 간다요! 뭐 잊은 거 없다요?!]
세준의 반응에 꾸엥이가 큰 충격을 받으며 취사장으로 가려는 세준을 서둘러 불러 세웠다.
"응? 잊은 거?"
꾸엥이의 말에 세준이 뒷짐을 지고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을 지었다.
꾸엥···
세준의 말에 실망한 꾸엥이. 이러면 어쩔 수 없다요! 비장의 약초를 꺼내겠다요! 꾸엥이가 간식주머니에 앞발을 넣고 세준이 입가심을 할 수밖에 없는 강력한 약초를 꺼내려 했다.
그때
"짜잔! 당연히 안 잊었지! 아빠가 장난 좀 쳐봤어. 자 여기 오늘은 꿀 줄게."
세준이 등에 숨기고 있던 꿀이 가득 든 유리병을 꾸엥이에게 건넸다. 꾸엥이가 요즘 자신에게 칡뿌리를 주고 입가심으로 같이 먹는 간식에 큰 기대를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던 세준이었다.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꿀이다요!]
꾸엥이가 약초를 꺼내기 위해 간식주머니에 넣었던 앞발을 재빨리 빼서 꿀을 받았다. 덕분에 세준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쓴맛을 먹고 기절할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그럼 꾸엥이 꿀 먹으면서 기다려."
세준이 꿀을 먹는 꾸엥이를 두고 취사장으로 가서 요리를 시작했다.
***
녹색탑 관리자 구역.
"쳇! 또 꽝이군."
땅문서를 통해 검은탑에서 녹색탑으로 넘어온 멧돼지 몬스터를 보면서 브라키오가 인상을 썼다. 정작 걸리라는 세준은 걸리지 않았기 때문.
"가서 수거해 와."
브라키오가 수하를 시켜 땅문서를 수거해 오게 했다.
"쉽지 않네···."
땅문서로 세준을 낚아보려던 브라키오가 계속된 실패에 인상을 쓰며 말했다.
"그나저나 그 술은 어디서 만든 거지?"
브라키오가 며칠 전 갑자기 나타난 삼양주를 떠올렸다.
"너무 맛있었지···."
삼양주의 그윽한 향과 깔끔한 맛을 떠올리니 절로 브라키오의 입이 호선을 그렸다.
거기다 맛도 맛이지만, 삼양주에는 엄청난 효과가 있었다.
삼양주를 마시자 항상 머릿속에 안개가 낀 것 같던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 느낌은 자신만이 아니라 삼양주를 한 잔씩 마신 모든 녹색용들이 느꼈다.
그리고 머리가 맑아진 덕분에 그들은 다른 녹색용들의 이상한 점을 찾아냈다.
"왜 잠을 안 자지?"
수면기에 들어야 할 녹색용들이 잠을 안 자고 있었다. 녹색용들은 수면기에 잠을 자야 한다는 사실 자체를 잊고 있던 것.
아무리 용들이 튼튼하다고 해도 정신을 쉬게 하기 위해 수면기를 가질 필요가 있다.
그래서 브라키오는 삼양주를 마신 다른 녹색용들과 부랴부랴 수면기에 들어야 할 녹색용들을 강제로 재웠다. 충격요법까지 동원해서.
"술이 더 필요한데··· 어디서 구하는 거지?"
그렇게 브라키오가 삼양주를 구할 방법을 생각할 때
[탑 78층의 거대 뿔 사슴이 멸종 위기에 처했습니다.]
[탑 56층의 붉은 줄무늬 미어캣이 멸종 위기에 처했습니다.]
···
..
.
세준이 아작스를 시켜 녹색탑에 뿌려둔 칡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
"박 회장! 내가 돌아왔다냥!"
저녁을 먹고 앉아서 쉬고 있는 세준의 얼굴로 테오가 사지를 펼치며 몸을 날렸다.
"응. 테 부회장, 잘 다녀왔어?"
척.
세준이 테오를 반기며 테오를 잡기 위해 손을 뻗었다. 테오의 털을 씹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푸후훗. 어림없다냥!"
휙.
타닥.
테오는 공중에서 민첩하게 몸을 움직여 세준의 팔을 피하고는 세준의 팔을 타고 달려 세준의 얼굴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
덥석.
자신의 네 발을 이용해서 세준의 얼굴을 꽉 안았다. 결국 테오의 꼬린내와 함께 테오의 기름진 털이 세준의 입으로 들어왔다.
"야! 떨어져!"
"냥?!"
"퉤!퉷!"
세준이 테오의 목덜미를 잡아채 테오를 자신의 얼굴에서 떼어냄과 동시에 입에 들어간 털을 뱉어냈다.
"퉷!퉷! 테 부회장, 항아리는 구했어?"
찝찝한 느낌에 몇 번 더 털을 뱉어낸 세준이 테오에게 자신이 시킨 걸 제대로 했는지 물었다.
"푸후훗. 그렇다냥! 내가 누구냥?! 바로 박 회장의 오른팔 테 부회장 아니냥! 항아리 3000개 전부 구해왔다냥!"
테오가 허리에 양 앞발을 올리고 우쭐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잘했어. 일단 항아리는 양조장에 두자."
"알겠다냥! 가자냥!"
테오가 당연하다는 듯이 세준의 무릎에 매달리며 외쳤다.
그렇게 양조장으로 이동한 세준이 원숭이들과 함께 테오의 봇짐에서 항아리를 꺼내 세척했다. 오늘 밤에 말리고 내일 아침에 바로 밑술 작업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항아리를 세척한 지 3시간쯤 지났을 때
"냐하암··· 박 회장, 아직 멀었냥?"
세준의 무릎에 매달려 졸고 있던 테오가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세준에게 물었다.
"이제 다 됐어. 가서 자자."
마지막 항아리를 세척한 세준이 테오와 함께 집으로 들어가 조난 339일 차 밤을 마무리했다.
***
다음 날 아침.
꾹.꾹.
"박 회장, 일어나라냥!"
웬일로 일찍 일어난 테오가 아침부터 세준의 얼굴을 주무르며 세준을 깨웠다.
"으음··· 뭐야?"
세준이 눈을 뜨자
"푸후훗. 박 회장, 이것 보라냥! 내가 좋은 것 가져왔다냥!"
테오가 유령 창고에서 가져온 황금빛을 내는 구슬을 세준에게 내밀었다.
"어?! 이건?!"
황금 구슬을 보자마자 세준은 예전에 먹은 적이 있던 거대 전기뱀장어의 내단을 떠올렸다. 오렌지 탄산음료 맛도.
꿀꺽.
세준이 침을 삼키며 서둘러 내단을 확인했다.
[심해의 거대 전기뱀장어의 내단]
차원의 바다 깊은 곳 심해에서 2000년을 산 거대 전기 뱀장어의 내단입니다.
전기의 힘이 담겨 황금빛을 냅니다.
섭취 시 재능 : 빠지직을 개화할 수 있습니다.
사용 제한 : 마력 100 이상
등급 : A
"오! 먹을 수 있다!"
세준은 다른 설명은 보지도 않고 사용 제한을 충족하자 바로 내단을 삼켰다.
쏴아아아.
심해의 거대 전기뱀장어의 내단이 물처럼 변하며 세준의 입에 달달한 오렌지 맛과 함께 청량감을 선사했다.
꿀꺽.
"크으···!"
세준이 짜릿한 목 넘김의 여운을 즐길 때
[심해의 거대 전기뱀장어의 내단을 섭취했습니다.]
[재능 : 빠지직을 개화했습니다.]
재능을 획득했다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빠지직?"
세준이 재능을 확인했다.
[재능 : 빠지직]
-전기를 좀 더 능숙하게 쓸 수 있는 재능입니다.
-손바닥을 마찰시켜 미약한 전기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전기?"
샤샤샥.
설명을 읽은 세준이 전기를 만들어보기 위해 손바닥을 열심히 비비자
타닥.타닥.
세준의 손바닥에 정전기가 생성되기 시작했다.
"된다!"
샤샤샤샥.
손바닥에 전기가 만들어지는 것을 확인한 세준이 더 빨리 손바닥을 비볐다. 조금만 더 비비면 진짜 전기가 만들어질 것 같았다.
그때
꾸엥?
[큰형아, 아빠가 큰형아한테 뭐 잘 못했다요?]
아침을 먹자고 찾아온 꾸엥이가 테오를 보며 열심히 빌고 있는 세준을 보며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물었다. 아빠, 혼자 맛있는 거 먹은 게 분명하다요!
아침부터 억울한 세준이었다.
220화. 두부를 만들자!
220화. 두부를 만들자!
"꾸엥아, 아빠 혼자 맛있는 거 먹은 거 아냐. 그렇지? 테 부회장?"
세준이 서둘러 꾸엥이의 오해를 풀기 위해 테오에게 해명을 요청했지만
"무슨 소리냥?! 박 회장은 내가 준 걸 먹고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냥! 그리고 맛있는 걸 먹을 때만 하는 '크으'도 하지 않았냥?!"
황금 구슬을 먹는 세준의 반응에 집중하고 있던 테오. 세준이 자신의 공을 없애려 한다고 생각한 테오가 자신이 본 걸 자세히 말했다. 푸후훗. 날 속일 수는 없다냥!
"어?! 그건 그렇지."
생각해 보니 오렌지맛 탄산음료를 먹었으니··· 맛있는 걸 먹은 게 맞았다. 그래도 그렇지! 쳇! 테오, 이놈 한 번을 안 도와주네.
'그럼 어쩔 수 없지."
샤샤샥.
세준이 꾸엥이를 보며 서둘러 두 손바닥을 열심히 비볐다.
꾸엥?!
[아빠 지금 혼자 먹었다는 걸 인정하는···.]
세준의 행동에 꾸엥이가 물을 때
"꾸엥아, 이것 봐라."
세준이 손바닥의 거리를 벌리자
빠지직.
손바닥 사이에 붉은색 스파크가 보였다.
"흐흐흐. 어때? 신기하지?"
자신이 봐도 멋있었기에 세준이 우쭐해하며 말했지만
꾸엥?꾸엥?
[뭐다요? 그거 보여주려고 했다요?]
꾸엥이는 시큰둥하게 반응했다.
꾸엥!
[그거 꾸엥이도 할 줄 안다요!]
슈슈슈슉.
꾸엥이가 세준을 따라 자신의 양앞발을 열심히 비볐다. 꾸엥이에게서 심상치 않은 소리가 났다.
'에이. 설마 아니겠지?'
불길한 기분이 들자 애써 부정하는 세준. 그래도 자신은 전기 속성 재능이 있고 꾸엥이는 없으니 그렇게 쉽게 스파크가 만들어질 리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
꾸엥이 전신의 털이 일어나며
파지직.파직.
꾸엥이의 앞발에 눈이 부실 정도의 백색 스파크가 맺혔다. 딱 봐도 심상치 않은 위력의 전기.
꾸엥!
[엄마가 이거 하면 털 엉킨다고 하지 말라고 했다요!]
척.
꾸엥이가 자신의 앞발에 맺힌 전기를 땅에 흘려보내며 세준에게 주의를 주듯이 말했다. 이거 하다 걸리면 엄마한테 등짝맞는다요!
핥짝.핥짝.
꾸엥이가 서둘러 분홍 털에게 걸리기 전에 사방으로 뻗친 털을 정리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열심히 핥았다.
"내가 도와주겠다냥!"
테오가 옆에서 꾸엥이의 그루밍을 도와줬다.
"혼나는 이유가 위험해서가 아니라 털이
엉키기 때문이라니···."
그런 둘을 보며 세준이 새삼 꾸엥이의 강함에 놀라며
슥.슥.
세준도 꾸엥이의 털을 빗으로 빗으며 털 정리를 도왔다.
잠시 후 꾸엥이의 털 정리가 거의 끝나가자
꼬르르륵.
몸단장을 하느라 에너지를 많이 소비한 꾸엥이의 배꼽시계가 울렸다.
그리고
꾸엥!꾸엥!
[아빠만 맛있는 거 먹어서 꾸엥이는 화가 나고 배고프다요! 꾸엥이 가래떡에 꿀 찍어 먹고 싶다요]
아까 세준이 혼자 맛있는 걸 먹은 게 떠오른 꾸엥이. 포악한 맹슈가 가래떡을 요구했다. 잘 넘어가는 줄 알았는데···
"잠깐만 기댜려!"
세준이 서둘러 취사장으로 달려가며
냠.
[에일린의 건강 주먹 고기 조각을 섭취했습니다.]
[음식을 모두 먹어야 효과를 발휘합니다.]
[62조각 남았습니다.]
포악한 맹슈를 봉인하려면 많은 가래떡이 필요했기에 세준은 에일린이 준 고기로 아침을 때웠다.
그렇게 세준은 쉬지 않고 계속 가래떡을 만들었고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가래떡에 칡꿀은 최고의 조합이었다요!]
꾸엥이가 세준의 엉덩이에 궁둥이를 붙이고 앉아 가래떡에 칡꿀을 찍어 맛있게 막었다. 포악한 맹슈는 안전하게 봉인됐다.
잠시 후
꾸엥!
[꾸엥이는 약초 보고 오겠다요!]
가래떡을 배불리 먹은 꾸엥이가 간식주머니에 가래떡과 꿀을 가득 채워 서쪽 숲으로 떠났다.
"휴우. 정신없어."
후룩.
아침부터 엄청난 양의 가래떡을 만든 세준이 잠깐 앉아서 커피 타임을 가졌다.
그때
"맞다냥! 박 회장한테 줄 게 더 있다냥!"
세준의 옆에서 늘어져 있던 테오가 벌떡 일어났다. 갑자기 세준을 위해 챙겨놨던 물건들이 생각난 것.
"오! 뭔데?!"
"푸후훗. 기대하라냥!"
툭.툭.
테오가 봇짐에서 트리케라의 공방에서 가져온 물건들을 하나씩 꺼내기 시작했다.
"이건? 돌솥? 어?! 맷돌도 있네?"
테오가 꺼낸 물건들을 보며 세준이 흥분했다. 돌솥은 밥할 때 쓰고, 맷돌은 오색콩을 갈아서 두부 만들까?
"정했어. 오늘 저녁은 두부다!"
세준이 냄비에 오색콩을 담고 물을 부어 불리기 시작했다. 테오가 가져온 맷돌 덕분에 세준이 만들 수 있는 요리가 늘어났다.
이후로도 테오는 봇짐에서 자기로 된 밥그릇과 물병 등을 꺼내며 세준을 기쁘게 했다.
"역시 테 부회장이야!"
"푸후훗. 박 회장이 좋아할 줄 알았다냥! 박 회장은 앞으로도 나만 믿으라냥!"
세준의 극찬에 테오가 세준의 무릎에 누워 배를 내밀었다. 빨리 쓰다듬어라냥!이라는 눈빛을 보내면서.
스윽.스윽.
"테 부회장, 자냐?"
고로롱.
세준의 물음에 코 고는 소리로 대답하는 테오. 세준의 쓰다듬 몇 번에 테오는 금세 잠들었다.
스윽.스윽.
"이제 일해야지."
"냐앙···."
테오의 배를 쓰다듬으며 커피를 다 마신 세준이 자는 테오를 다리에 착용하고 양조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얘들아 일하자."
우끼!
원숭이들과 어제 테오가 가져온 항아리에 쌀가루를 붓고 밑술을 만들기 시작했다.
쏴아아.
"와. 술 만드는 비용이랑 아까 가래떡 만드는 데 들어간 돈이랑 비슷한데?"
모든 항아리에 쌀가루를 다 채운 세준이 말했다. 아까 가래떡을 얼마나 만든 거지? 새삼 깨닫는 꾸엥이의 경이로운 먹성이었다.
"이럴 때가 아니지."
세준이 서둘러 원숭이들을 도와 항아리 하나를 맡아 안에 뜨거운 물을 부어 쌀반죽을 저어줬다.
그렇게 오후가 돼서야 항아리 3000병의 밑술 작업이 끝났다.
***
한국 각성자 협회 협회장실.
-5분 후에 니우에에 핵미사일이 도착합니다.
한태준이 긴장한 표정으로 위성으로 실시간 촬영되는 영상을 바라봤다.
한태준은 헌터폰에서 삼두사회의 단서를 찾았지만, 혼자 해결하기에는 버겁다고 생각해 미국의 도움을 요청했고 미군 위성의 도움으로 니우에의 상황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위성으로 촬영된 니우에의 상황은 심각했다. 니우에에는 이미 사람은 없고 로커스트들만 가득했다.
거기다 섬 중앙에 세워진 불길한 제단. 제단에는 처음 보는 문자들이 가득했다. 무슨 의미인지 모르지만, 한태준은 제단을 보자마자 극도의 공포를 느꼈다. 본능이 위험하다고 비명을 지르는 느낌.
다행히 미국에서도 제단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니우에를 향해 핵미사일을 발사했고 그 영상을 한태준에게 공유해주고 있었다.
5분이 지나자 니우에에 핵미사일이 떨어지며 버섯구름이 크게 만들어졌다.
그렇게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할 때
"어?! 저게 뭐지?"
한태준이 버섯구름 안에서 거대한 실루엣을 발견했다.
***
드르륵.드르륵.
꾸엥!꾸엥?
[꾸엥이 왔다요! 아빠 그게 뭐다요?]
약초를 돌보고 일찍 돌아온 꾸엥이가 맷돌을 돌리는 세준을 보며 물었다.
"꾸엥이 왔어? 지금 두부 만들려고 콩을 가는 거야."
꾸엥?꾸엥?
[두부가 뭐다요? 맛있는 거다요?]
"응. 엄청 맛있어."
꾸엥!꾸엥!
[신난다요! 꾸엥이가 도와주겠다요!]
세준의 말에 꾸엥이가 발 벗고 나섰다.
"그럼 꾸엥이가 이걸 짜줘."
세준이 꾸엥이에게 맷돌로 간 콩에서 물기를 짜내게 했다.
꾸엥!꾸엥!
[알았다요! 꾸엥이 잘할 수 있다요!]
자신 있게 대답하는 꾸엥이. 그래. 나도 믿어 의심치 않는단다.
세준은 안심하고 맷돌 갈기에 집중했다.
그렇게 콩을 다 갈자
"좋아."
세준이 꾸엥이가 짠 콩물을 냄비에 넣고 두부를 만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 왜 안 굳지?"
세준이 굳지 않는 콩물을 보며 당황했다. 이 방법도 써보고 저 방법도 써봤지만, 두부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꾸엥!
[아빠 배고프다요!]
열심히 일하고도 먹을 게 생기지 않자 꾸엥이의 인상이 굳어졌다.
"일단 이거로 먹자."
세준은 급한 대로 일단 꾸엥이가 콩물을 짜낸 엄청난 양의 콩비지를 보며 말했다. 콩비지찌개를 만들 생각이었다. 마침 민물새우로 만든 새우젓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세준이 콩비지에 로커스트 고기와 대파를 넣고 볶다가 물을 넣고 새우젓으로 간을 해 빠르게 콩비지찌개를 완성했다.
[탑에서 최초로 고소한 오색콩비지찌개을 만드는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요리 Lv. 7에 고소한 오색콩비지찌개의 레시피가 등록됩니다.]
[요리 Lv. 7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동시에 나타난 업적 메시지.
"얘들아 밥 먹어!"
세준이 일단 동물들을 불러 음식을 나눠주고 요리를 확인했다.
[고소한 오색콩비지찌개]
오색콩을 갈아 수분을 제거한 콩비지와 로크스트 고기, 대파를 넣고 새우젓으로 간을 한 찌개입니다.
강한 힘으로 꽉 짜지며 오색콩의 잠재력이 발휘됩니다.
섭취 시 10분 동안 힘, 체력, 민첩, 마력 중 하나의 스탯이 10% 추가 상승합니다.
요리사 : 탑농부 박세준
유통기한 : 30일
등급 : B
"오!"
옵션이 엄청났다. 오색콩에서 수확되는 힘 불끈 노랑콩, 체력 튼튼 빨강콩 등의 효과가 일부 요리에 투영된 것 같았다.
꾸엥!
[고소하다요! 맛있다요!]
다행히 꾸엥이도 콩비지찌개에 만족스러워했다.
그렇게 맛있게 저녁을 먹고
"근데 두부가 왜 안 굳지?"
세준이 두부가 굳지 않는 이유를 고민할 때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꾸엥이 할머니 요리 시작한다요!]
꾸엥이가 세준의 옆에 앉아서 청동 거울로 김미란이 요리하는 것을 구경했다.
"아! 꾸엥아 저게 두부야."
세준이 된장찌개에 들어간 두부를 보며 말했다.
꾸엥?꾸엥!
[저게 두부다요? 엄청 하얗다요!]
푸딩처럼 탱글탱글한 두부의 모습.
꽈악.
맛있어 보이는 비주얼에 흥분한 꾸엥이가 청동 거울의 손잡이를 꽉 쥐었다.
그때
-흥흥흥.
"어?!
거울 너머로 김미란의 콧노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엄마!"
오랜만에 듣는 엄마의 목소리에 세준이 외쳤다.
-어?! 어디서 세준이 목소리가?
김미란도 세준의 목소리가 들리는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꺅!
거울을 보며 소리를 질렀다. 거실에 있는 거울에 세준과 꾸엥이가 보였기 때문.
-귀··· 귀여워.
"어··· 엄마, 진정해."
세준의 예상대로 김미란은 귀여운 꾸엥이를 보자 정신을 못 차렸다.
-내가 어떻게 진정해?! 너 이렇게 귀여운 아가가 생겼으면 빨리 엄마한테 왔어야지.
그때
꾸엥!꾸엥!
[꾸엥이 할머니 안녕하다요! 꾸엥이는 아빠 아들 꾸엥이다요!]
김미란에게 자신이 보인다는 걸 깨달은 꾸엥이가 서둘러 일어나 세준에게 배운 대로 90도로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어머! 우리 아기 착하기도 하지···.
역시 예상대로 엄마는 꾸엥이의 배꼽 인사에 가슴을 부여잡았다.
"엄마는 잘 지내지? 불편한 건 없어?"
-응! 잘 지내지. 이제 위험도 없다고 해서 아빠는 회사 가고 세돌이는 학교 갔어. 좀 있으면 올 거야 너는 어떻게 지내?
"나도 잘 지내지."
그렇게 얘기를 나눌 때
쩌적.
청동 거울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부하가 걸렸기 때문. 오래 못 버틸 것 같았다.
그때
꾸엥!
[아빠 두부 만드는 법을 물어봐야 한다요!]
꾸엥이가 외쳤다.
"엄마 나 궁금한 게 있는데."
-응. 말해봐.
"내가 두부를 만들었는데 두부가 왜 안 굳어?"
세준이 자신이 두부를 만든 과정을 설명했다.
-아무것도 안 넣으니 안 굳지. 그건 간수를 써야 해. 간수가 없으면 식초랑 소금을···
챙그랑.
다행히 김미란의 말을 거의 다 들었을 때 청동 거울이 완전히 깨져버렸다.
"에일린, 이거 혹시···."
세준이 에일린에게 깨진 청동 거울의 수리가 가능한지 묻자 가능하다고 했다.
"휴우. 다행이다. 그럼 부탁할게."
[탑의 관리자가 자신에게 맡기라고 합니다.]
그렇게 에일린에게 청동 거울의 수리를 맡기고
"좋아! 두부를 만들자!"
세준이 김미란에게 배운 대로 두부를 만들기 시작했고 제대로 된 두부가 완성됐다.
꾸엥!
[맛있다요! 꾸엥이 할머니 최고다요!]
꾸엥이의 김미란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221화. 잡았다! 요놈!
221화. 잡았다! 요놈!
"식초랑 소금을 2대 1로 넣고 콩물에 넣어. 그리고 너무 많이 저으면 두부가 뭉치지 않으니까··· 어?! 세준아?!"
김미란이 세준에게 두부 만드는 법을 알려주던 중 거울에서 세준과 꾸엥이가 사라지며 대화가 끊어졌다.
"아직 할 말이 남았는데···."
아쉬운 표정의 김미란.
그때
"아!"
뭔가 떠올리고는 서둘러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불꽃아!"
화단 한가운데, 이곳에 이사 올 때부터 심어져 있던 사과나무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자
-네. 주인님의 어머님, 부르셨어요?!
대답하는 사과나무.
불꽃이가 세준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집 지하에 뿌리를 내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휴우··· 세준이는 한태준 헌터님에게 잘 지낸다는 말만 전하게 하고 왜 탑에서 나오질 않는 거야··· 밥은 잘 먹고 다니나?"
화단에 물을 주며 세준을 걱정하는 김미란의 목소리를 들었다.
'주인님의 어머니가 주인님을 걱정하고 계시는데 제가 뭐라도 해야겠어요!'
그래서 불꽃이는 김미란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화단에 있는 사과나무 뿌리와 자신의 뿌리를 연결하고
-저기··· 안녕하세요. 주인님의 어머님, 저는 불꽃이라고 해요.
사과나무를 통해 김미란에게 말을 걸어 가끔 세준의 소식을 전하며 세준을 걱정하는 가족들을 안심시켰다.
하지만
"호호호. 세준이가 여자친구가 있어?! 그것도 엄청난 미인이라고?!"
"진짜?! 세준이 한마디면 탑의 몬스터들이 죽는시늉도 한다고?"
"얼마 전에는 라면도 먹었어? 탑에도 있을 건 다 있구나."
걱정을 덜어준다는 게 너무 많이 덜어줬다. 불꽃이가 세준에게 있었던 일 중 좋은 것만 얘기하는 바람에 세준의 가족은 세준의 걱정을 크게 하지 않게 됐다.
덕분에 김미란은 세준을 거의 1년 만에 봐도 크게 걱정하지 않은 것이다.
거기다 거울 너머로 보이는 주변 환경도 황무지를 완전히 개간해 옥수수와 방울토마토 같은 농작물이 가득했기에 세준이 있는 곳은 보통의 평온한 시골처럼 보였다.
그렇게 다시 현재.
"불꽃아 내가 세준이랑 얘기하다가 대화가 끊어져서 그러는데 뭐 좀 물어봐도 될까?"
세준과의 대화가 중간에 끊어지는 바람에 궁금증을 풀지 못한 김미란이 불꽃이에게 물었다.
-네! 뭐든지 물어보세요!
"우리 세준이 피부관리는 어떻게 하니?"
-네?! 피부관리요?
"응. 세준이 피부가 너무 좋던데!"
김미란은 탑에 들어가기 전보다 훨씬 좋아진 세준의 피부관리법이 궁금했다. 얼굴에 있던 잡티도 사라져 피부톤이 밝아졌고 희미하게 광채도 났다.
거기다 이목구비도 뭔가 선명해진 느낌이 있었다. 세준은 자신의 얼굴을 매일 봐서 변화를 잘 느끼지 못하고 있지만, 테오의 마사지를 받은 세준의 얼굴은 정말로 잘생겨지고 있었다.
-아! 그건 주인님의 오른팔인 테오 님이···.
김미란의 물음에 잠깐 의아해하던 불꽃이가 세준의 피부가 좋아진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니까 세준이가 키우는 테오라는 고양이의 꾹꾹이를 받아서 세준이의 피부가 좋아졌다고?!"
-네!
"세준이는 좋겠다. 꾹꾹이도 받고··· 진짜 부러워."
고양이의 꾹꾹이 마사지도 받으면서 피부까지 좋아지는 자신의 아들이 마냥 부러운 김미란이었다.
"그러고 보니 테오를 못 봤네. 나중에 세준이한테 테오도 보여달라고 해야지."
테오를 못 본 것을 아쉬워하던 김미란.
"어머! 내 정신 좀 봐!"
불현듯 된장찌개 올려두고 나왔다는 걸 떠올리고는 김미란이 서둘러 부엌으로 달려갔다.
-휴우. 주인님의 어머니가 주인님께 제 얘기를 안 해서 다행이에요.
자신의 뿌리가 여기까지 뻗쳐 있다는 걸 세준에게 들키지 않은 것에 불꽃이가 안도했다.
***
"할아버지, 저 왔어요!"
에일린이 관리자 구역의 포탈을 열며 검은용의 터전에 도착했다.
"크하하하! 우리 손녀 왔느냐?!"
"할아버지, 물건은요?"
자신을 반기는 카이저에게 에일린이 용건부터 말했다.
카이저에게 절대 공짜가 아니라며 엄포를 놓으며 삼양주를 넘긴 에일린. 카이저는 에일린의 요구대로 검은용들에게 삼양주를 주며 대가로 비늘을 받아냈다.
"저기 있다. 이번에도 삼양주 한 잔당 드래곤 스킨 마법을 각인한 비늘 3장을 받았지. 크하하. 어떠냐?"
카이저가 자랑하듯이 삼양주의 대가로 받은 엄청난 높이의 검은 비늘 더미를 가리켰다.
어제 점심, 세준이 일주일 전에 항아리 300병에 만든 삼양주가 완성되자 각 용족에게 3333병씩 삼양주가 전달됐고 어제 모든 용들이 삼양주를 한 잔 이상씩 마셔 봤다.
그리고 삼양주의 좋은 맛과 머리를 맑게 해주는 효과 때문에 단숨에 한 잔도 안 마신 용은 있을 수 있어도 한 잔만 마신 용은 있을 수 없는 용들의 최애술이 됐다.
덕분에 검은용들은 대가를 내라는 카이저의 말에 아무런 토를 달지 않고 드래곤 스킨 마법을 각인한 자신의 비늘을 상납했다. 아니 오히려 비늘을 더 낼 테니 술을 더 달라고 할 정도였다.
"할아버지, 고마워요. 그럼 가볼게요!"
에일린이 수북이 쌓인 비늘을 챙기고는 서둘러 포탈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어?! 벌써 가게?"
"네. 할 일이 많아서요!"
아쉬워하는 카이저를 뒤로 하고 에일린이 서둘러 관리자 구역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크히히히. 세준이가 좋아하겠지?"
에일린이 카이저에게 받은 검은용의 비늘을 세준에게 전달했다.
***
후룩.
[탑의 관리자가 이건 삼양주의 대가로 받은 거라고 말합니다.]
아침을 먹고 모닝커피를 마시던 세준에게 에일린이 말을 걸었다.
그리고
쿵!
세준의 앞에 나타난 대략 8만 장의 검은용 비늘.
"에일린, 고마워."
세준이 에일린에게 받은 검은용의 비늘을 아공간 창고에 넣었다. 필요 이상으로 많았지만, 용의 비늘 하나면 죽을 위기 한 번을 넘길 수 있으니 많아서 나쁠 건 없었다.
그렇게 아공간 창고에 검은용 비늘을 넣고 창고에서 나올 때
꾸엥!
[아빠 꾸엥이 약초 보고 오겠다요!]
꾸엥이가 서둘러 서쪽 숲으로 가려 했다.
"꾸엥아, 간식 챙겨가야지."
세준이 꾸엥이의 간식 주머니가 홀쭉한 것을 보며 말했지만
꾸엥!꾸엥!
[아니다요! 괜찮다요!]
믿을 수 없게도 꾸엥이는 먹을 걸 거절하며 빠르게 서쪽 숲으로 향했다.
"꾸엥이 저 녀석 뭔가 수상해."
"뭐가 수상하냥?"
빠르게 멀어지는 꾸엥이를 보며 세준이 말하자 테오가 궁금해하며 물었다.
"꾸엥이 말이야. 요즘 간식주머니도 안 채우고 저녁 늦게 돌아오잖아."
5일 전, 두부를 만들어 먹은 다음 날부터 꾸엥이는 세준에게 밥 달라는 소리를 안 했다. 거기다 저녁에 돌아와서도 먹지는 않고 세준의 주위에서 놀다 자러 갔다.
'설마 어디 아픈가?'
처음에는 어디 아픈가 걱정했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너무 기운이 넘치는 꾸엥이.
"그렇다면··· 남은 건 하나뿐이지."
"그게 뭐냥?!"
"테 부회장, 그것도 모르다니. 그래서야 명탐정 셜록 세준의 조수 테옷슨이라고 할 수 있겠어?"
"냥?! 테옷슨이 뭐냥?"
세준의 갑작스런 상황극에 테오가 의아해했다. 뭐가 뭔지 모르겠다냥!
"그런 게 있어. 그래서 내 조수 안 할 거야?!"
"한다냥! 내가 박 회장의 오른팔이고 조수다냥!"
뭔지는 모르겠지만, 항상 세준의 편이 되고 싶은 테오가 무조건 한다고 했다.
"좋아. 테옷슨의 열의를 봐서 이번에는 넘어가 주지."
"고맙다냥! 앞으로 열심히 하겠다냥!"
"좋아! 바로 그런 자세다! 태옷슨!"
세준이 테오의 적극적인 태도에 만족했다.
그리고
"테옷슨, 잘 들어봐. 꾸엥이의 먹는 양을 생각했을 때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는 건 말이 안 돼. 그렇지?"
세준이 추리를 이어갔다.
"그렇다냥! 꾸엥이가 굶는다는 건 말이 안 된다냥!"
새준의 말에 열심히 맞장구치는 테오.
"그렇다는 건···."
"그렇다는 건? 뭐냥? 너무 궁금하다냥! 빨리 말해달라냥!"
"꾸엥이 혼자 맛있는 걸 먹고 있는 거지! 후훗! 어떠냐?! 명탐정 셜록 세준의 추리가?"
궁금해 죽겠다며 자신을 재촉하는 테오의 태도에 세준이 우쭐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황금박쥐! 가서 이오나 불러와."
황금박쥐를 불러 검은 박에 마탑에 있는 이오나를 불러오게 했다.
드디어 심증만 있고 물증이 없어 추궁하지 못한 꾸엥이의 죄를 물을 때가 왔다.
'꾸엥이 녀석 혼자만 맛있는 거 먹고 나한테는 맛없는 것만 줬겠다.'
세준은 꾸엥이를 미행해 혼자 맛있는 걸 먹는 현장을 덮칠 생각이었다.
그래서 황금박쥐를 시켜 이오나를 불러오게 한 것이다. 꾸엥이의 뛰어난 후각에 걸리지 않고 현장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이오나의 바람 마법이 필요했다.
땅속으로 이동하는 방법도 생각해봤지만, 저번에 타락한 엔트들과 싸우면서 분홍 털에게 땅속으로 움직이는 적을 탐지하는 방법을 배운 꾸엥이다.
꾸엥!꾸엥!
[바닥에 뭐가 있다요! 일단 치고 본다요!]
꾸엥이가 수상하다고 앞발로 바닥 한 번 치면··· 너무 위험했다.
잠시 후
"뀨뀨뀨. 세준 님, 부르셨어요?"
황금박쥐와 이오나가 날아왔다.
"잘 왔어. 이오나. 이제부터 꾸엥이를 몰래 미행할 건데 바람 마법으로 우리 냄새 좀 숨겨줘."
"뀨뀨뀨. 미행이요?! 재미있겠네요. 저한테 맡겨주세요!"
미행을 한다는 말에 이오나가 흥미를 보이며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푸후훗. 이오나가 냄새를 숨겨줘도 명탐정 셜록 세준을 보필하는 건 나 명조수 테옷슨이다냥!"
상황극에 몰입한 테오가 세준의 무릎에 매달려 자신 있게 외쳤다. 이제 박 회장이 뭘 원하는지 감을 잡았다냥!
"좋아! 출발이다!"
세준이 테오, 이오나, 황금박쥐와 함께 꾸엥이의 범죄 현장을 잡기 위해 서쪽 숲으로 출발했다.
***
서쪽 숲.
꾸엥!
[도착이다요!]
아침도 제대로 먹지 않고 칡에 잠식된 거대한 나무들이 있는 곳에 도착한 꾸엥이가 서둘러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그리고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여기서 꿀냄새 난다요!]
콰직.
원하는 냄새를 찾은 꾸엥이가 나무 몸통에 앞발을 박고는 푸른색 칡뿌리를 꺼내
꾸엥!
[꿀맛 나는 약초 찾았다요!]
우적.우적.
맛있게 먹었다.
꾸엥!
[맛있다요!]
둠칫둠칫.
칡뿌리를 씹으며 흘러나오는 단물에 엉덩이를 흔들며 춤을 추는 꾸엥이.
그렇게 꿀맛이 나는 칡뿌리를 여러 개 찾아 먹고
킁킁.
꾸엥이가 새로운 칡뿌리를 찾기 시작했다.
그때
꾸엥!
[여기서 쓴 냄새 난다요!]
콰직!
쓴 냄새를 맡은 꾸엥이가 나무에 앞발을 박아 넣어 붉은색 칡뿌리를 냈다.
꾸엥!
[이건 아빠 꺼다요!]
꾸엥이가 붉은색 칡뿌리를 잽싸게 간식주머니에 넣었다.
***
"걸렸다! 이놈!"
세준이 이오나가 걸어준 천리안 마법으로 푸른색 칡뿌리는 먹고 붉은색 칡뿌리는 가방에 넣는 꾸엥이의 만행을 지켜보며 말했다.
세준의 예상대로 꾸엥이는 맛있는 건 자신이 먹고 쓴맛이 나는 약초만 세준에게 준 것이다.
거기다 더 괘씸한 건 꾸엥이가 푸른색 칡뿌리가 9에 붉은색 칡뿌리가 1 정도의 비율로 캐고 있다는 것. 맛있는 칡뿌리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데도 세준에게 먹어보라고 한 뿌리를 안 준 것이다.
'네 이놈 꾸엥이! 분명 맛있는 게 있는데 나한테 쓴맛만 준 것이겠다!'
세준이 꾸엥이의 괘씸함에 분노하며 조용히 꾸엥이를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잡았다! 요놈!"
꾸엥?
세준이 푸른색 칡뿌리를 열심히 먹고 있는 꾸엥이의 목덜미를 잡아들었다.
222화. 첫 번째 시련을 받다.
222화. 첫 번째 시련을 받다.
꾸엥!
[맛있다요!]
꿀맛 칡뿌리를 맛있게 먹고 있던 꾸엥이.
그때
척.
갑자기 누군가 자신의 목덜미를 잡자 꾸엥이는 분노했다. 먹는 것을 방해받았기 때문.
'감히 나 크림슨 자이언트 허니베어 꾸엥이 님을 건드는 것이다요?!'
꾸엥이가 거대화를 해서 자신의 식사를 방해하는 존재를 혼내주려 할 때
"잡았다! 요놈!"
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자 세준의 목소리를 들은 꾸엥이의 동공이 커지며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꾸엥?
[왜 아빠 목소리가 들린다요?]
삐그덕.삐그덕.
꾸엥이가 불길함을 느끼며 힘겹게 뒤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꾸엥이 네 죄를 네가 알렸다?!"
꾸엥이의 목덜미를 들고 '잘 걸렸다! 요놈!'이라는 표정을 하고 있는 세준과 눈이 딱 마주쳤다. 자신의 잘못을 아는지 심하게 흔들리는 꾸엥이의 눈동자.
꾸엥··· 꿰엥···
[아빠 미안하다요··· 꾸엥이가 꿀맛이 너무 좋아서···.]
귀가 축 처진 꾸엥이가 세준에게 순순히 자신의 잘못을 실토하며 울먹거렸다. 아빠한테 미움받으면 어떡한다요···
세준에게 미움받을까 불안함에 떠는 꾸엥이.
'귀엽잖아!'
그런 꾸엥이를 보며 세준의 입꼬리가 실룩거리며 조금씩 올라가려 했다.
하지만
'안 돼!'
세준이 풀어지려는 자신의 마음을 단속했다. 혼낼 때는 제대로 혼내야 한다. 여기서 어물쩍 넘어가 버리면 버릇만 더 나빠진다.
"꾸엥이도 혼자만 맛있는 거 먹은 거, 잘못했다고 인정하지?"
세준이 꾸엥이의 목덜미를 놓고 꾸엥이의 양쪽 겨드랑이에 손을 넣어 꾸엥이와 눈을 마주 보며 물었다.
꿰엥··· 꿰엥···
[그렇다요··· 아빠 미안하다요···.]
세준의 물음에 울먹이며 대답하는 꾸엥이. 꾸엥이의 눈가에 물기가 맺히기 시작했다.
"잘못했으면 벌 받아야겠지?"
꾸엥이의 눈물에 약해지려는 마음을 다시 한번 다잡으며 세준이 엄한 목소리로 물었다.
꿰엥··· 꿰엥···
[그렇다요··· 꾸엥이가 잘못했으니 벌 받아야 한다요···.]
세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꾸엥이.
"그럼 벌로 앞으로 열흘간 쓴맛 칡뿌리는 꾸엥이 몫이야. 쓴맛 칡뿌리를 먹으면서 반성하도록 해."
사심은 없다. 절대 복수가 아니다. 다 꾸엥이에게 교훈을 주기 위해서···.
세준이 벌에 절대 사심은 없다며 마음속으로 되뇌이는 동안
꾸엥!
[알겠다요!]
쓴 거는 절대 안 먹는 꾸엥이지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꾸엥이는 순순히 벌을 받겠다고 대답했다.
"좋아. 근데 아직 아빠 화가 안 풀렸어."
세준이 엄한 표정으로 꾸엥이 눈 주변의 물기를 닦아주며
"혼자만 맛있는 거 먹은 것에 대한 응징이다! 부부부붑!"
꾸엥이의 배에 얼굴을 가져가 바람을 불어넣으며 배방구를 했다.
꿰에···?꾸헤헤헤!
[아빠가 화 풀면 좋겠다요···? 헤헤헤!]
꾸엥이가 처음에는 혼나는 분위기인 줄 알고 있다 곧 세준의 화가 풀린 것을 알고는 웃기 시작했다.
"꾸엥이, 너 울다가 웃으면 엉덩이에 털 나는데?"
그런 꾸엥이를 놀리는 세준.
하지만
꾸엥?꾸엥!
[그게 무슨 소리다요? 꾸엥이는 원래 엉덩이에 털 있다요!]
꾸엥이가 자신의 엉덩이를 보이며 말했다. 생각해 보니 꾸엥이에게는 너무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 그럼 나의 응징을 더 받아라! 부부부붑."
꾸헤헤헤.
그렇게 꾸엥이에게 조금 더 배방구를 하고
"이게 그 꿀맛 나는 칡뿌리야?"
꾸엥!
[그렇다요!]
세준이 꾸엥이가 캐온 푸른색 칡뿌리를 살펴봤다.
[푸른 잠재력의 칡뿌리]
살아있는 숙주에게서 생명력을 흡수하며 자란 칡의 뿌리입니다.
숙주의 생명력을 거의 최대치까지 흡수해 약성이 좋습니다.
좋은 영양분이 많아 포만감이 높고 오래 유지됩니다.
섭취 시 모든 스탯 잠재력이 5 상승합니다.
꿀맛이 납니다.
재배자 : 탑농부 박세준
유통기한 : 180일
등급 : B
설명을 보니 꾸엥이가 밥을 안 찾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건 모든 스탯의 잠재력을 올려주는구나."
푸른색 칡뿌리의 옵션을 확인한 세준이 칡뿌리를 입에 넣고 씹었다.
우적.우적.
식감은 무랑 비슷하지만, 씹을 때마다 꿀맛이 나서 마치 배를 먹는 느낌이 났다.
꿀꺽
[푸른 잠재력의 칡뿌리를 섭취했습니다.]
[모든 스탯 잠재력이 5 상승합니다.]
"오! 엄청 달아!"
항상 쓴맛 칡뿌리만 먹은 세준이 감격하며
우적.우적.
푸른색 칡뿌리 하나를 더 입에 넣었다.
그리고
우적.우적.
꾸엡!꾸엡!
[그렇다요! 꿀맛이 나서 맛있다요!]
옆에서 쓴맛 칡뿌리를 먹는 꾸엥이가 오만상을 쓰며 대답했다.
"꾸엥이도 하나 먹어."
세준이 쓴맛에 고통스러워하는 꾸엥이에게 푸른색 칡뿌리를 건넸다.
세준이 꾸엥이에게 준 벌은 꾸엥이가 캐는 칡뿌리 중 쓴맛 칡뿌리만 먹으라는 게 아니라 꿀맛 칡뿌리도 먹지만, 쓴맛은 꾸엥이가 다 먹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꾸엡!꾸엡!
[아니다요! 꾸엥이가 잘못했으니 열흘간 쓴맛 칡뿌리만 먹겠다요!]
꾸엥이는 스스로에게 더 엄격한 벌을 주며 꿀맛 칡뿌리를 거부했다.
"그래?! 그럼 꿀도 안 먹나?"
세준이 아공간 창고에서 꿀이 든 유리병을 꺼내자
꾸엥!꾸엥!
[아니다요! 그건 다른 거다요!]
다다다다.
꾸엥이가 서둘러 세준의 앞으로 달려와 두 앞발을 공손하게 내밀었다.
"자 앞으로 하루에 한 병씩 줄 테니까. 입가심해."
꾸엥!꾸엥!
[아빠 고맙다요! 잘 먹겠다요!]
세준이 유리병을 건네자
달칵.
꾸엥이가 서둘러 유리병을 열고
푹.
핥.핥.핥.
앞발로 꿀을 찍어 허겁지겁 핥아먹기 시작했다.
'나도 그 맘 알지.'
꿀로 입가심을 하는 꾸엥이를 보며 세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꾸엥!꾸엥!
[이제 괜찮아졌다요! 다시 칡뿌리 캐오겠다요!]
"같이 가자."
입가심을 끝낸 꾸엥이가 칡뿌리를 캐기 위해 일어나자 세준도 일어나 꾸엥이의 뒤를 따랐다.
그렇게 칡뿌리를 캐고 있을 때
고로롱.
꼬르르륵.
뀨로롱.
어느새 잠든 테오와 이오나가 코 고는 소리 사이에 다른 소리가 끼어들었다.
항상 시간에 맞춰 울리던 꾸엥이의 배꼽시계가 아침도 점심도 아닌 어중간한 시간에 우렁차게 울린 것. 아침을 제대로 안 먹고 이곳으로 왔기 때문이었다.
힐끔.힐끔.
자신의 잘못이 있어 세준에게 말도 못 하고 꾸엥이가 세준의 눈치만 봤다.
"꾸엥이 배고프지?"
꾸엥··· 꾸엥···
[그렇다요··· 배고프다요···.]
세준의 말에 조심히 대답하는 꾸엥이.
"일단 이거 먹고 있어. 농작물 거대화."
세준이 스킬을 사용해 거대 고구마를 꾸엥이에게 주고 주변 나무와 돌을 모아 요리를 할 수 있는 간단한 화로를 만들었다.
딱!
세준이 손가락을 튕겨 만든 불을 화로에 붙이자
화르륵.
나뭇가지들이 타기 시작했다.
"됐다."
불이 제대로 붙은 걸 확인한 세준이 화로에 냄비를 올려놓고
숑숑숑.
냄비가 달궈지는 사이 세준이 빠르게 수백 개의 감자를 채 썰었다. 세준이 지금 만드는 요리는 감자볶음. 감자를 채 썰어 금방 익기에 빠른 요리가 가능했다.
치이익.
채를 다 썬 세준이 달궈진 냄비에 참치 지방을 올려 녹인 후
촤아악.
채썬 감자를 냄비 안에 붓고 볶으며 단짠단짠을 위해 꿀과 소금으로 간을 했다.
잠시 후
[탑에서 최초로 단짠단짠 감자볶음을 만드는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요리 Lv. 7에 단짠단짠 감자볶음의 레시피가 등록됩니다.]
[요리 Lv. 7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요리가 완성되며 업적을 달성했다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꾸엥아 와서 먹어."
꾸엥!꾸엥!
[맛있는 냄새 난다요! 맛있겠다요!]
세준의 부름에 아까부터 요리가 완성되기만을 기다리며 군침을 흘리고 있던 꾸엥이가 서둘러 달려왔다.
그리고
꾸엥!
[아빠 잘 먹겠다요!]
요리를 해준 세준에게 90도로 인사를 하고는 감자볶음을 먹기 시작했다.
꾸엥!꾸엥!
[엄청 맛있다요! 역시 아빠 요리가 최고다요!]
맛있는 걸 먹고 흥이 난 꾸엥이가 계속 엉덩이와 몸을 흔들며 감자볶음을 먹었다.
'녀석 잘 먹네.'
세준이 그런 꾸엥이를 흐뭇하게 바라봤다.
6시간 후
"이제 돌아가자."
꾸엥!
[알겠다요!]
저녁 먹을 시간이 되자 세준이 꾸엥이를 불러 집으로 돌아갔다.
***
다음 날 아침.
"얘들아 준비됐지?!"
3000개의 항아리와 30만 병의 유리병이 쌓인 양조장에서 세준이 동물들을 보며 말하자
"그렇다냥!"
꾸엥!
[그렇다요!]
삐익!
우끼!
동물들이 대답했다. 오늘은 항아리 3000병에 담근 삼양주를 병에 옮겨 담는 날. 담아야 할 병이 많았기에 세준은 다른 동물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30만 병의 유리병은 이오나의 마탑에 제공하는 방울토마토 대금 대신 유리병을 받기로 하고 마법사들이 열심히 만들어줬다.
"자 이제 시작하자!"
세준이 작업을 시작하려 할 때
-크하하하. 내가 도와주마!
-그래. 우리가 도와주지!
카이저와 켈리온이 나섰다. 세준의 일이 빨리 끝나야 자신들에게 삼양주가 빨리 돌아오니 안 나설 이유가 없었다.
-담겨라.
카이저의 한마디에 100병의 항아리에 있던 삼양주가 1만 병의 유리병에 담기기 시작했고
-담겨라.
옆에서 켈리온도 항아리에 담긴 삼양주를 병에 담았다.
그렇게 두 용이 3000개 항아리의 삼양주를 거의 다 유리병에 옮겨 담았을 때
[모든 용족에게 삼양주를 3만 병씩 지급했습니다.]
[퀘스트가 완료됐습니다.]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대량의 직업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대폭 상승합니다.]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모든 스탯 잠재력이 100 상승합니다.]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10번째 탑의 시련에 도전할 자격이 주어집니다.]
퀘스트가 완료됐다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리고
[10번째 탑의 시련에 도전할 자격을 얻은 것에 대한 축하 선물로 초심자를 위한 씨 없는 포도나무 한 그루를 지급합니다.]
"어?! 포도나무?"
[10번째 탑의 첫 번째 시련이 발생합니다.]
[10번째 탑의 첫 번째 시련 :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잔병치레를 하지 않을 튼튼한 육체가 필요합니다. 포도나무를 잘 키워 포도열매를 먹고 모든 스탯을 300 이상으로 만드십시오.]
세준의 앞에 열매가 없는 우람한 포도나무 한 그루가 나타나며 첫 번째 시련이 시작됐다.
"아니. 언제부터 튼튼함의 기준이 모든 스탯 300이 된 거야?"
슥.슥.
[농사꾼의 따뜻한 손길 Lv. 4이 발동합니다.]
[손길이 닿는 동안 초심자를 위한 씨 없는 포도나무의 성장이 조금 빨라집니다.]
황단한 시련 내용을 읽으며 세준이 포도나무를 열심히 쓰다듬었다. 일단 포도나무는 열심히 키울 생각이었다.
"흐흐흐. 언제쯤 열매를 맺으려나?"
그렇지 않아도 요즘 포도가 먹고 싶었던 세준이었다.
***
검은용의 터전
쿠구궁.
"이게 무슨 소리지?
위대한 검은용 마일스가 소리가 나는 곳을 찾기 위해 하늘로 날아오르자
"어디서 나는 진동이지?"
"나도 몰라."
다른 터전에 사는 용들도 하늘을 날며 진동이 어디서 나는지 찾고 있었다.
그때
"어!? 저기 아래에 뭔가 움직임이 있어!"
용 하나가 아홉 개의 탑이 감싸고 있는 멸망의 아랫부분을 가리켰다.
"어디?!"
용들이 소리의 근원을 찾은 용의 시선을 따라가자
쿠구궁.
원뿔형의 뾰족한 회색탑이 천천히 솟아오르는 것이 보였다.
"어?! 저건 탑이잖아!"
"무슨 탑이지?"
용들이 새로운 탑의 등장에 긴장할 때
쿵.
회색탑은 10m 높이 정도 올라오고 움직임을 멈췄다.
"일단 가주님한테 보고해야겠어!"
용들이 서둘러 자신들 가문의 가주들에게 새로운 탑의 등장을 보고했다.
223화. 어떤 놈이야?!!!
223화. 어떤 놈이야?!!!
"이걸 언제 옮기냐."
세준이 퀘스트를 완료하고 남은 6만 병의 삼양주를 보며 말했다. 이 술들은 흑토끼의 결혼식에서 쓸 것으로 아공간 창고에 차곡차곡 담아야 했다.
그냥 무겁기만 한 거면 꾸엥이와 분홍 털에게 부탁하면 되지만, 유리병은 약해서 한 번에 많이 옮길 수가 없었다.
그래서 동물들과 조금씩 옮겨야 하기에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 같았다.
그때
-맛있겠군.
-한 병만 제대로 마셔보면 좋겠는데···.
삼양주를 탐욕스럽게 바라보는 두 용을 보자 세준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저기 카이저 님, 켈리온 님 저 좀 도와주시면 안 될까요? 대신 삼양주 10병씩 드릴게요."
세준은 삼양주를 미끼로 두 용들에게 삼양주 6만 병을 아공간 창고로 옮겨달라고 부탁했다. 옮기다 깨지는 술도 20병 보다는 많을 테니 이게 더 빠르고 안전하게 옮기면서 싸게 먹히는 방법이었다.
-좋아! 뭐가 어렵다고. 움직여라.
-그래. 어려운 거 있으면 항상 부탁해. 움직여라.
두 용은 흔쾌히 세준의 부탁을 들어줬다. 덕분에 몇 분 만에 삼양주 6만 병을 전부 안전하게 아공간 창고에 넣을 수 있었다.
"카이저 님, 켈리온 님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여기 술이요."
-크하하하. 우리 사이에 이 정도 가지고 뭘······.
-그래. 크흐흐흐. 그럼 우린 갈게.
세준의 감사와 삼양주 10병씩을 받은 두 용들이 서둘러 분수대로 날아갔다. 삼양주를 먹기 위해서.
하지만 그들은 여유롭게 술을 마실 수 없었다.
***
검은용의 터전.
"뭐?! 새로운 탑이 나타났다고?! 창조신께서 10번째 탑에 대한 언급은 없으셨는데···."
갑자기 찾아온 안톤의 보고에 카이저가 놀랐다.
"네. 그것도 모든 탑의 한가운데 위치한 멸망의 밑에서 회색의 탑이 나타났습니다."
"흐음··· 회색용이라··· 우리가 모르는 용족이 있었나?"
당연히 탑의 색은 탑을 관리하는 용족의 색이라고 생각한 카이저가 말했다.
"아니면 새로운 용족이 탄생하는 게 아닐까요? 창조신님의 숨겨진 안배일 수도 있습니다."
"그럴 수도 있겠군. 일단 탑을 조사해봐야겠어."
"그것 때문에 다음 회의의 주최자인 히스론 가문의 가주 은빛용 크리셀라 님이 회의를 앞당기자고 제안해왔습니다."
"언제로?"
"지금 당장입니다."
"끄응···."
안톤의 말에 카이저가 인상을 찌푸렸다.
'세준이에게 받은 삼양주를 먹고 갈 시간이 없군···.'
"알았다. 나는 지금 바로 출발할 테니 너는 어린 검은용들이 경거망동하지 않도록 잘 단속하거라."
"네!"
"폴리모프 해제."
안톤에게 검은용들의 관리를 맡기고 본체로 변한 카이저가 은빛용의 터전을 향해 웅장한 날개를 펼치고 날아갔다.
***
샤샤샤샥.
점심을 먹고 쉬던 세준이 열심히 자신의 두 손바닥을 비빈 후 자신의 손바닥을 테오에게 가까이 가져갔다.
그러자
위옹.위옹.
세준의 손바닥을 향해 일어서는 테오의 털.
"흐흐흐. 어떠냐? 나의 마법의 손이?"
세준이 테오의 털로 장난을 치자
"하지 말라냥··· 그냥··· 여기나 쓰다듬어 달라냥···."
세준의 무릎에 엎드려 졸고 있는 테오가 나른한 목소리로 돌아누우며 자신의 배를 보였다.
"쳇. 알았어."
테오의 반응이 밋밋하자 실망한 세준.
스윽.스윽.
세준이 테오의 분홍 배를 쓰다듬다
커어어.
고로롱.
같이 잠들었다.
그렇게 낮잠을 자고
"읏차!"
기운차게 일어난 세준이 오후 작업을 시작했다. 오후 작업은 독기를 품은 감자 서쪽 숲에 옮겨심기. 세준은 어제 서쪽 숲에서 열매를 맺으려는 칡들을 발견했다.
그래서 칡들이 땅에 뿌리를 내리기 전에 독기를 품은 감자로 땅을 독으로 오염시켜 칡이 다른 곳으로 번식하는 걸 막을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 주변에 해독의 대파를 심으면 칡을 완전히 가두고 키울 수 있다. 이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세준은 꾸엥이가 칡을 키운다고 했을 때 허락한 것이다.
그렇게 독기를 품은 감자가 심어진 해독의 대파밭으로 이동한 세준.
"어?! 이건 색이 왜 이렇지?"
세준이 독기를 품은 감자 주변에 심어진 해독의 대파를 보며 말했다. 다른 해독의 대파와 다르게 독기를 품은 감자를 둘러싼 5개의 대파는 이파리까지 전부 새하얬다.
쑥.
세준이 새하얀 대파 하나를 뽑았다.
[강력한 해독의 대파를 수확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조금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7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경험치 50을 획득했습니다.]
"강력한 해독의 대파?"
독기와 싸우며 해독 능력이 강해진 탓인지 이름에 '강력한'이 붙어있었다.
"어디 볼까?"
세준이 수확한 대파를 확인했다.
[강력한 해독의 대파]
탑 안에서 영양을 충분히 섭취하며 자란 대파로 자라면서 계속 독기와 싸워왔기에 해독 능력이 일반 해독의 대파보다 강해졌습니다.
섭취 시 1시간 동안 A급 이하의 독을 해독합니다.
섭취 시 48시간 동안 해독을 하는 간의 기능이 활발해집니다.
장복 시 재능 : 천독불침을 개화할 수 있습니다.
재배자 : 탑농부 박세준
유통기한 : 150일
등급 : B+
"오! 장복하면 천독불침을 얻을 수 있다고?!"
우적.우적.
세준이 바로 강력한 해독의 대파 하나를 통째로 먹었다. 맛은 일반 대파와 큰 차이가 없었다.
쑥.쑥.
그렇게 강화된 해독의 대파를 먹은 세준이 나머지 강력한 해독의 대파를 챙기고
푹.
독기를 품은 감자를 조심히 캐내 준비해내 화분에 옮겨 심었다.
그렇게 4등분 했던 독기를 품은 감자를 모두 화분에 옮겨 심었을 때
[녹색탑 23층 땅문서]
"어?! 녹색탑 땅문서네?!"
세준이 대파밭 바닥에 떨어진 땅문서를 발견했다. 포기하지 않고 또 땅문서를 보낸 브라키오. 이번에는 반경 1m 안에 누군가 있다면 자동으로 땅문서가 펼쳐지는 마법이 걸려있었다.
하지만
"에일린, 여기 녹색탑 땅문서 있어."
자신이 개복치급 파리목숨이라는 것을 아는 세준은 주제를 알고 땅문서에 얼씬도 하지 않고 바로 에일린에게 일러바쳤다.
[탑의 관리자가 녹색탑 땅문서는 자신이 처리하겠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탑의 관리자는 땅문서로 이동할 수 없는 걸 알았기에 에일린이 큰소리를 땅땅 쳤다.
"그래. 그럼 부탁해. 토룡아."
세준이 에일린에게 녹색탑 땅문서를 넘기고 토룡이를 불렀다.
구궁.
-주인님, 부르셨습니까?
세준의 부름에 토룡이가 조용히 고개를 내밀었다.
"응. 나 좀 서쪽 숲으로 태워줘."
세준이 가슴에 화분을 들고 토룡이의 머리 위로 올라갔다.
-네! 편안하게 모시겠습니다!
구구궁!
토룡이가 세준을 머리에 태우고 서쪽 숲으로 이동했다.
***
녹색탑 78층.
"이익! 내가 왜 이런 걸 해야 해?! 빨리 움직여!"
거대한 녹색용이 투덜거리며 멸망 직전의 동물들을 구해냈다. 갑자기 회의에 참석해야 하는 브라키오 대신에 투입된 녹색탑의 탑농부 오필리아였다.
"좋아. 다 됐다."
동물들이 오필리아가 만든 보호막 안으로 들어가자
크아아아!
오필리아가 동물들의 뒤를 쫓는 칡을 향해 브레스를 날려 탑 78층을 완전히 날려버렸다.
콰과광!
꾸엥이가 봤다면 좋아했을 훌륭한 약초밭이 사라졌다.
***
"꾸엥아!"
토룡이를 타고 서쪽 숲에 도착한 세준이 꾸엥이를 부르자
꾸엡?꾸엡?
[아빠 무슨일이다요? 왜 왔다요?]
때마침 쓴맛 나는 칡뿌리를 먹고 있던 꾸엥이가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이것 좀 심으려고."
세준이 품에 안고 있던 화분을 보이며 토룡이의 머리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푹.
땅을 파 독기를 품은 감자 4조각을 타락한 엔트들이 쓰러진 곳을 중심으로 동서남북 방향에 하나씩 심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효과가 있는지 시험은 해봐야지."
세준이 주변에 있는 칡열매 하나를 따서 독기를 품은 감자 주변에 심었다.
그러자
[독기가 가득한 땅에 칡을 심었습니다.]
[칡이 독기에 오염돼 시들었습니다.]
빠르게 쪼그라드는 칡열매. 생각대로였다.
"좋아."
칡이 번식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한 세준이 기뻐하며 마일러의 괭이를 들었다.
그리고
푹.
[마력이 담긴 땅에 해독의 대파 씨앗 1020개를 심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조금 상승합니다.]
[해독의 대파 씨앗들이 농사꾼의 발소리를 듣고 있어 마력 씨뿌리기 Lv. 7의 효과가 강화됩니다.]
[마력 씨뿌리기 Lv. 7의 효과로 24시간 동안 해독의 대파 씨앗의 성장 속도가 2배 빨라집니다.]
[마력 씨뿌리기 Lv. 7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조금 떨어진 거리에 해독의 대파를 심기 시작했다. 땅의 독기가 주변으로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주변을 포위하듯이 해독의 대파를 심고 있을 때
···
..
.
[마력 씨뿌리기 Lv. 7의 숙련도가 채워져 레벨이 상승합니다.]
마력 씨뿌리기의 스킬 레벨이 올랐다.
"끝났다."
해독의 대파를 다 심은 세준이 돌아오자
꾸엥!꾸엥!
[아빠 칡뿌리 여깄다요! 일해서 배고플 테니 어서 먹는 거다요!]
세준이 해독의 대파를 심는 동안 칡뿌리를 캔 꾸엥이가 푸른색 칡뿌리 10개를 세준에게 건넸다.
"고마워. 꾸엥이도 꿀젤리 먹어."
자신만 먹기 미안한 세준이 꾸엥이에게 꿀젤리를 건넸다.
꾸엥!
[아빠 고맙다요!]
세준이 준 꿀젤리를 들고 고마워하는 꾸엥이.
"이리 와. 엉덩이 붙이고 같이 먹자."
어제 혼난 것 때문인지 가까이 오지 않는 꾸엥이를 세준이 들어 자신의 엉덩이 옆에 내려놨다.
"자 어서 먹어."
토닥.토닥.
세준이 꾸엥이의 궁둥이를 토닥이자
꿰엥···.
[꾸엥이 행복하다요···.]
울먹거리는 꾸엥이. 자신이 잘못했는데도 변함없이 잘해주는 세준의 태도에 감동했다. 아빠! 앞으로 더 열심히 효도하겠다요! 꾸엥이가 한층 더 효심 깊은 효자로 각성했다.
하지만
'꿀맛 칡뿌리를 못 먹어서 우는 건가? 그래도 약속은 지켜야 하는데···.'
세준은 꾸엥이가 꿀맛 칡뿌리를 못 먹어서 운다고 생각하고는 고민에 빠졌다.
우적.우적.
고민에 빠진 세준은 꿀맛 칡뿌리를 씹으며 고민하느라 칡뿌리의 맛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모든 스탯 잠재력을 50 올렸다.
***
다음 날 아침.
"읏차!"
세준이 일어나 밖으로 나오자
"어?!"
포도나무에 포도 한 송이가 매달려 있었다. 세준이 서둘러 포도나무로 달려가 포도송이를 땄다.
[초심자를 위한 씨 없는 포도 32개를 수확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조금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7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경험치 1600을 획득했습니다.]
포도 한 송이를 땄지만, 메시지에는 32개의 포도알을 수확한 것으로 표시됐다.
"오호! 포도다!"
세준이 포도향을 깊게 들이마시며 포도알 하나를 들고 살펴봤다.
[초심자를 위한 씨 없는 포도]
초심자의 육체를 튼튼하게 만들기 위해 개량된 씨 없는 포도입니다.
포도 한 알을 먹을 때마다 모든 스탯이 1 상승합니다.
재배자 : 탑농부 박세준
유통기한 : 150일
등급 : A
아주 간단한 설명.
"흐흐흐. 일단 맛을 볼까?"
세준이 향긋한 향기를 내는 포도를 입에 대고 포도 껍질을 눌러 알맹이만 쏙 빨아들였다.
그리고
[초심자를 위한 씨 없는 포도를 섭취했습니다.]
[모든 스탯이 1 상승합니다.]
설명대로 오르는 스탯.
하지만
"으에엡! 어떤 놈이야?!!!"
포도맛을 본 세준이 인상을 쓰며 분노했다. 세준이 기대한 포도맛이 아니었다.
"누가 포도를 이따위로 개량한 거야?!"
포도는 엄청나게 떫었다.
224화. 앞으로 형.수.님.이라고 불러요.
224화. 앞으로 형.수.님.이라고 불러요.
[초심자를 위한 씨 없는 포도를 섭취했습니다.]
[모든 스탯이 1 상승합니다.]
[초심자를 위한 씨 없는 포도를 섭취했습니다.]
[모든 스탯이 1 상승합니다.]
···
..
.
"퉷퉷. 으··· 떫어."
남은 떫은 포도를 다 먹은 세준이 이상을 찡그렸다. 스탯을 올려주니 안 먹을 수가 없고··· 덕분에 떫은맛을 먹은 인내의 대가로 모든 스탯이 23 올랐다.
"너 왜 이런 맛 없는 포도를 만든 거야?! 응?!"
슥.슥.
[농사꾼의 따뜻한 손길 Lv. 4이 발동합니다.]
[손길이 닿는 동안 초심자를 위한 씨 없는 포도나무의 성장이 조금 빨라집니다.]
세준이 포도나무를 쓰다듬으며 혼내듯이 말했다. 포도나무는 죄가 없지만, 자신이 기대한 포도를 먹지 못한 것에 화가 나서 그랬다.
그렇게 세준 혼자 한참 포도나무를 혼내고
냠.
[에일린의 건강 주먹 고기 조각을 섭취했습니다.]
[음식을 모두 먹어야 효과를 발휘합니다.]
[60조각 남았습니다.]
떫은맛 때문에 입맛이 없어진 세준은 에일린이 준 고기로 아침을 때웠다.
그리고
"밥해야지."
세준이 취사장으로 가서 아침을 만들었다.
***
검은탑 관리자 구역.
[검은거탑 성장 조건]
-탑농부(A) : 달성
-신품종 10종 이상 탄생시키기 : 미달성
-경작지 1억 평 이상 경작하기 : 미달성
-세계수 키우기 : ?
-세계의 기운 1만 피스 이상 확보하기: 미달성
-신기 5개 이상 소유하기 : 미달성
-위대한 업적 3개 달성하기 : 미달성
-검은탑의 입구 120개로 늘리기 : 미달성
"크히히히. 세준이 덕분에 거탑 성장 조건을 하나 달성했어!"
오랜만에 거탑으로 성장하기 위한 조건을 확인한 에일린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거탑으로 성장하면 뭐가 좋은지 모르지만, 그냥 좋았다.
"어?! 근데 왜 세계수 키우기는 물음표로 바뀐 거지?"
예전 불꽃이가 세계수인지 확인해 달라는 세준의 부탁으로 확인했을 때는 분명 미달성이었던 걸 기억하는 에일린이 이상해할 때
[그리움의 청동 거울 수리가 완료됐습니다.]
수정구에 알람이 나타났다.
"크히히히. 신기 수리가 끝났구나!"
세준에게 빨리 수리된 신기를 주고 싶은 에일린이 신기를 수리하는 장비로 달려갔다.
에일린이 세준에게 당당히 신기를 수리할 수 있다고 큰소리를 칠 수 있었던 건 검은탑의 위상이 오르면서 생긴 이 신기 수리장비 덕분이었다.
그렇게 수리된 청동 거울을 손에 든 에일린.
"잠깐! 나도 세준이 어머님께 인사는 드려야 되는 거 아냐?"
꾸엥이가 세준의 엄마와 인사한 것이 부러웠던 에일린.
"좋아. 잠깐 인사만 드려야지!"
세준의 어머니에게 인사를 드리기로 한 에일린이 서둘러 자신의 상태를 점검했다.
"폴리모프 했고, 옷 입었고, 얼굴 깨끗하고 됐다!"
자신의 상태를 확인한 에일린이 세준의 엄마 김미란의 얼굴을 떠올리며 청동 거울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에일린도 수정구로 세준과 꾸엥이가 청동 거울로 가족들 보는 것을 구경했기에 얼굴은 다 알고 있었다.
잠시 후
"어머님, 안녕하세요!"
청동 거울에 김미란이 나타나자 에일린이 김미란에게 공손히 인사했다.
"어머?! 누구세요?"
갑자기 거울 앞에 나타난 검은색 머리의 미녀를 보면서 김미란이 당황했다.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뻐도 너무 이뻤다.
"네! 저는 세준이 애인 에일린 프리타니라고 합니다!
"네?! 우리 세준이 여자친구요···? 아! 우리 세준이 여자친구가 미인이라고 하더니 진짜였네! 호호호."
에일린의 대답에 당황했던 김미란이 불꽃이의 말을 떠올리고 기뻐했다. 저런 예쁜 여자친구도 있고 내 자식 장하다!
"어머님, 저에 대해서 들은 적이 있으세요?"
"응. 불꽃이가 얘기해줬지."
"아. 불꽃이가 미리 말씀드렸구나."
에일린은 불꽃이가 왜 물음표 상태가 된 건지 조금 알 것 같았다. 불꽃이가 탑 밖으로 나가버렸기에 탑에서 판단을 못 하는 것이다. 이것 봐라? 지금까지 내숭을 떨고 있었어?
에일린이 나중에 불꽃이와 얘기를 나눠봐야겠다고 생각할 때
"저··· 정말 형 여자친구 맞으세요?"
때마침 김미란의 옆에 있던 세돌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우리 형에게 여친이 있을 리 없어!
"크힉! 그럼 내가 거짓말을 한다는 거예요?!"
자신의 말을 믿지 않는 세돌의 태도에 자신이 모욕을 받았다고 생각한 에일린이 발끈하며 세돌을 노려봤다. 그래도 세준의 가족이기에 최대한 자제하면서···
하지만 그건 에일린의 생각이고 에일린의 눈빛을 받은 세돌은 마치 자신의 눈앞에 거대한 검은용이 자신을 향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리는 느낌을 받았다.
"아··· 아닙니다! 에일린 님, 죄송합니다!"
바로 깨갱하며 사과하는 세돌.
그러나
"호칭이 틀렸잖아요!"
에일린이 세돌의 호칭을 지적하며 혼냈다.
"네?!"
"앞으로 형.수.님.이라고 불러요."
"네! 형수님!"
에일린의 말에 바로 호칭을 고치는 세돌.
"좋아요. 앞으로 잘 지내봐요."
"넵! 형수님!"
세돌이 이등병처럼 군기가 바짝 든 목소리로 대답했다. 형 여친 너무 무서워!
그때
쩌저적.
세돌에게는 다행히도 청동 거울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어머님, 그럼 나중에 다시 인사드릴게요."
"그래. 우리 에일린도 잘 지내고."
"네. 어머님. 안녕히 계세요!"
챙그랑.
운이 좋게도 인사를 다 하고 청동거울이 깨졌다.
"다시 수리해야지."
그렇게 수리가 끝난 지 5분 만에 청동거울은 다시 신기 수리장비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불꽃아 우리 잠깐 얘기 좀 하자."
에일린이 불꽃이를 불러 조용히 얘기를 나눴다.
***
다다다다.
꾸엥!
[아빠 꾸엥이가 좋은 거 가지고 왔다요!]
오후가 되자 서쪽 숲에 갔던 꾸엥이가 칡뿌리를 들고 돌아왔다.
꾸엥!
[여기 아빠 꺼다요!]
"응. 고마워."
꾸엥이가 건네는 푸른색 칡뿌리 10개를 받으며 세준이 꾸엥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우적.우적.
"꾸엥이는 이거 먹어."
그렇게 세준이 칡뿌리를 먹으면서 꾸엥이에게 꿀젤리를 주고 있을 때
꾸엥?
(라라라~단맛이 나면 좋겠네~)
꾸엥이의 귀로 황금박쥐의 노랫소리가 들렸다. 세준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포도나무에 거름을 주고 황금박쥐를 시켜 노래를 들려주고 있었다. 반응은 없는 것 같지만.
하지만
둠칫춤칫.
다른 곳에서 반응이 왔다. 황금박쥐의 노래에 흥이 난 꾸엥이가 몸을 흔들며 포도나무 근처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푸후훗. 춤하면 또 나 테 부회장이다냥!"
동생들에게 잘난 체를 하고 싶은 테오가 앞으로 나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냐.냐.냥.냐.냐.냥."
좌로 세 번, 우로 세 번. 두 앞발을 까딱이며 춤을 추는 테오. 생각보다 그럴듯하게 춤을 췄다. 거기다 귀엽기까지 했다.
"다들 잘 노네."
세준이 그늘진 포도나무 아래에 앉아 노래하고 춤추는 동물들을 흐뭇한 표정으로 구경하고 있을 때
[저···억···울···해요.]
세준의 귀에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정확히는 머릿속으로 들려왔다
"응?! 무슨 소리야?"
세준이 서둘러 주변을 둘러보며 자신에게 말을 건 존재를 찾았다.
그때
[저···포도···나무···예요···.]
다시 세준의 머릿속으로 들리는 목소리.
"포도나무? 방금 네가 말한 거야?!"
세준이 포도나무에 손을 대고 의식을 집중하며 묻자
[네···저예요. 저 진짜···억울해요···.]
이번에는 포도나무의 말이 좀 더 자세히 들렸다.
"억울하다고?"
[네···아까···저한테···맛있는 포도 못···만든다고···뭐라고 했잖아요.]
아까 세준에게 혼난 것이 억울하다고 말하는 포도나무.
"미안··· 아깐 내가 말이 심했어."
세준이 포도나무에 사과하자
[아니에요···사실인걸요···저기 괜찮으시면···제가 다시···맛있는 포도를···만들 수 있게···도와주세요.]
포도나무는 세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럼! 내가 도와줄게!"
포도나무의 말에 세준이 빠르게 대답했다. 포도나무가 맛있는 포도를 만드는 건 세준도 바라는바 둘의 목적이 완벽히 일치했다.
"근데 어떻게 도와줘야 해?
[그건···저 원래는 맛있는 포도를 만들어 냈었는데···.]
세준의 물음에 자신이 겪은 일을 말하는 포도나무. 세준은 포도나무와의 대화를 통해 좀 더 자세한 사정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러니까 원래 주인이 섭취 효과를 올리기 위해 너를 개량하는 바람에 맛이 떫어진 거라고?!"
[네.]
효과를 올리겠다고 맛을 포기하다니! 그게 농부로서 할 짓이야?! 포도나무의 말에 세준이 크게 분노했다. 거기다 부작용으로 씨도 못 만들게 됐다고 한다.
"그 마음 알지. 알아. 종족 번식은 모든 생물의 본능. 걱정마. 형이 도와줄게."
씨는 있지만,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세준. 세준은 포도나무의 심정을 너무나 잘 이해했다.
[흑흑흑···고맙습니다···.]
자신의 얘기에 분노하고 공감해주는 세준에게 포도나무는 고마움을 느끼며 그동안의 서러움에 흐느꼈다.
그때
[당신은 초심자를 위한 씨 없는 포도나무의 말에 진심으로 공감하며 도움을 주기로 했습니다.]
[직업 퀘스트가 발생합니다.]
[직업 퀘스트 : 초심자를 위한 씨 없는 포도나무를 개량해 포도나무가 다시 맛있는 포도를 만들 수 있게 하라!]
보상 : 새로 개량한 포도의 독점 재배권, 유물 : 바이올렛 링
퀘스트가 발생했다.
"오! 좋은데?!"
퀘스트를 완료하면 맛있는 포도와, 맛있는 포도의 독점 재배권, 유물 아이템까지. 의욕이 마구마구 솟아났다.
"자 그럼 이제 뭘 하면 돼?"
세준이 포도나무에게 물었다.
[일단···제 가지를 전부···부러뜨려···주세요.]
"네 가지를?!"
[네. 그래야··.·]
포도나무가 세준이 이해할 수 있게 부연 설명을 했다. 자신의 나뭇가지를 다른 작물에 접목해 맛있는 포도가 나오면 그때 그 가지를 다시 자신의 가지에 접목하면 된다고 했다.
"알았어. 꾸엥아, 포도나무 나뭇가지 좀 꺾어줘."
세준이 꾸엥이에게 부탁하자
꾸엥!
[알았다요!]
거대화한 꾸엥이가 조심히 포도나무 나뭇가지를 꺾어 세준에게 줬다.
그리고
[너는 밭이다 Lv. 2가 발동합니다.]
[마력의 방울토마토에 초심자를 위한 씨 없는 포도 나뭇가지를 심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조금 상승합니다.]
[너는 밭이다 Lv. 2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다른 농작물들에 포도 나뭇가지를 접붙이기했다.
방울토마토, 고구마, 감자, 옥수수, 당근, 파인애플 등 세준이 300개 정도의 포도 나뭇가지를 연결할 수 있는 작물에 다 접목했다.
***
한국 각성자 협회 협회장실.
"적의 움직임은 없어 보입니다. 전부 죽은 것이 확실합니다."
핵미사일이 니우에섬에 떨어진 지 5일. 미국 측 요원이 한태준에게 니우에 섬의 위성 영상을 보여주며 말했다.
"근데 그 실루엣은 뭐였습니까?"
한태준이 버섯구름 안에서 보였던 거대한 실루엣에 대해 물었다.
"저희도 그것에 대해 여러 의견이 오갔지만, 로커스트들이 일시에 타면서 생긴 현상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단 섬에 영상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살아있는 생명체는 아무것도 남은 게 없으니까요."
"네. 일단 알겠습니다."
그렇게 미국 측 요원이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태평양에서 미라처럼 체액이 빨린 물고기들이 수면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물고기들의 사체는 하와이 쪽을 향해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225화. 꽃게탕을 먹다.
225화. 꽃게탕을 먹다.
검은탑 관리자 구역.
[에일린 님께 숨길 생각은 아니었어요. 저는 단지 주인님한테 귀엽게 보이고 싶어서···.]
"정말이야?"
[그럼요! 제 이파리를 걸고 맹세할 수 있어요!]
"알았어. 믿어줄게."
불꽃이의 진심 어린 맹세에 에일린은 불꽃이의 말을 믿기로 했다.
"근데 지구에는 어쩌다 뿌리를 내린 거야?"
[주인님 가족들이 위험하다는 소식을 듣고 제가 지켜드리고 싶다는 마음에 열심히 뿌리를 뻗었더니 지구에 닿더라고요.]
"그래? 지구 말고 다른 곳에도 뿌리를 내렸어?"
[네. 근데 정확히 어딘지는 모르겠어요.]
"일단 거기서 보거나 들은 걸 나한테 얘기해줘. 내가 알 수도 있으니까."
[네. 감사합니다.]
그렇게 에일린이 불꽃이와 대화를 하면서 불꽃이의 뿌리가 뻗은 곳의 주변 환경을 듣기 시작했다.
***
은빛용의 터전
쿵.쿵.
회의에 참가하기 위한 용들이 도착했다. 사안이 사안인 만큼 듣자마자 날아왔기에 거의 비슷하게 도착한 용들.
용들은 황금용의 터전에서의 회의 이후 거의 한 달 만에 만나는 거지만, 누구도 서로의 안부를 묻지 않았다.
그 정도 시간은 용들에게는 아주 짧은 찰나. 인간의 기준으로 몇 분 전에 본 사람에게 다시 안부를 묻지 않는 것과 같았다.
잠시 후
"히스론 가문의 가주 나 은빛용 크리셀라가 은빛용의 터전에 방문한 모두를 환영한다. 그럼 모두 모였으니 바로 회의를 시작하지."
크리셀라가 환영 인사를 하며 회의를 시작했다.
"모두가 알겠지만, 10번째 탑이 나타났다. 이 10번째 탑에 대해 아는 게 있다면 뭐든 말해줘."
크리셀라는 다른 용들에게 멸망의 아래 생긴 10번째 탑에 대해 아는 게 있는지 물었다. 지금처럼 아무런 정보가 없을 때는 작은 정보 하나도 소중했다.
하지만
"아는 게 없다."
"나도 없다."
10번째 탑에 대해 아는 용이 없었다.
"그렇군. 그럼 10번째 탑의 조사를 위해 용족마다 10마리의 용을 뽑아 조사대를 꾸리기로 하지."
용들의 관습에 따라 조사대를 편성하는 것이기에 이견은 나오지 않았다.
"조사대는 5일 후에 이곳에 모여 출발할 거니까 돌아가서 용들을 보내라."
10번째 탑에 총 90마리의 용을 조사대로 보내기로 결정하고 크리셀라가 회의를 끝냈다.
그렇게 회의를 마친 용들이 떠나려 할 때
"혹시 삼양주를 마셔본 적 있어?"
붉은용 램터 자히르가 다른 용들에게 물었다.
"램터, 너도?!"
"나도 삼양주 마셨는데."
"나도."
램터의 물음에 다른 용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자신들만 받은 줄 알았던 것.
"근데 삼양주를 누가 만들어서 우리에게 나눠준 거지?"
"또 마시고 싶은데···."
"맞아. 머리가 맑아지는 것도 좋지만, 난 그 향을 못 잊겠어."
"향도 좋지만, 나는 그 깔끔한 목넘김이 좋더라고."
용들은 삼양주를 누가 만들었는지 궁금해하며 삼양주의 맛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
"아마 우리를 아끼시는 창조신님의 숨겨진 안배일 거야. 우리 용족만이 멸망과 싸울 수 있으니까."
자색용 티어 파텐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부들부들.
"켈리온, 티 내지 마라."
카이저가 말 하고 싶어 입술을 실룩거리는 켈리온을 자제시켰다.
카이저 자신도 자랑스럽게 우리 검은탑의 탑농부 세준이가 삼양주를 만들어 너희들을 구한 거라고 큰소리를 치며 다른 용들에게 자랑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건 하나만 생각하는 바보 같은 짓이다. 다른 용들이 삼양주가 검은탑에서 만들어졌다는 걸 알면 자신들에게도 삼양주를 달라고 압박이 들어올 것이다.
그러면 아무리 카이저라도 다른 용들의 압박을 버틸 수 없을 테니 결국 세준이 만든 삼양주를 다른 용들과 나눠야 하고 자신들이 먹을 삼양주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참고 있었다.
그때
"어이 카이저, 캘리온, 아까부터 조용하네? 너희들은 삼양주를 못 받았나 봐? 내가 삼양주 좀 줄까? 크큭."
자신도 모르게 사실을 말할까 봐 대화에 끼지 않는 카이저와 켈리온을 보면서 티어가 시비를 걸어왔다.
"뭐?! 당연히 우리도 받았지! 우리가 너희보다 삼양주를 더 먼저 알았거든!"
티어의 도발에 카이저가 말릴 새도 없이 발끈한 캘리온이 대답했다.
"먼저 알았다고?!"
"켈리온, 그게 무슨 소리야?"
켈리온의 대답에 다른 용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삼양주를 자신들보다 먼저 알았다면 삼양주에 대한 작은 정보라도 알 가능성이 높았다.
"어?! 그게······."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켈리온이 당황할 때
"우리는 이만 가볼게! 켈리온, 가자!"
"어! 그래 가자."
카이저가 급하게 켈리온을 데리고 은빛용의 터전을 떠났다.
"쟤네들 뭔가 수상한데······."
남은 용들이 급히 떠나는 카이저와 켈리온을 수상하게 여겼지만
"수상하긴 뭐가 수상해! 분명 거짓말이야. 그러니까 저렇게 급하게 가버리지."
티어가 나서 그럴 리 없다며 둘을 계속 깎아내리자
"이만 갈게."
"그래. 나도."
그게 불편한 용들이 하나둘 자신의 터전으로 떠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카이저 녀석, 괜찮은가? 진짜 삼양주를 못 받은 거 아냐?"
카이저에게 도움을 받았던 램터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남은 삼양주를 들고 두 용을 쫓아 날아갔다.
***
포도 접목하기를 끝낸 세준. 흐흐흐. 어떤 포도가 나올까?
"흥흥흥."
세준은 나중에 나올 포도에 대한 기대감에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밭에 만들어진 구멍에 마력을 주입하며 당근 씨앗을 넣었다.
스윽.
세준이 씨앗을 넣은 구멍을 흙으로 덮자
[마력이 담긴 땅에 민첩의 당근 씨앗을 심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민첩의 당근 씨앗들이 농사꾼의 발소리를 듣고 있어 마력 씨뿌리기 Lv. 8의 효과가 강화됩니다.]
[마력 씨뿌리기 Lv. 8의 효과로 24시간 동안 민첩의 당근 씨앗의 성장 속도가 2배 빨라집니다.]
[마력 씨뿌리기 Lv. 8의 효과로 신품종을 획득할 확률이 5배 증가합니다.]
[마력 씨뿌리기 Lv. 8의 숙련도가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나타나는 메시지들 사이에 추가된 하나의 메시지. 그것이 세준이 마일러의 괭이를 사용해 씨앗을 대량으로 심지 않고 귀찮게 손으로 하나하나 심는 이유였다.
-씨앗을 손수 심을 경우 직업 신품종 획득 확률이 5배 증가합니다.(소작농에게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마력 씨뿌리기가 Lv. 8이 되면서 새로 생긴 능력. 신품종 획득 확률이 5배 증가한다는 말에 세준은 귀찮음을 감수하고 손으로 직접 씨앗을 심는 중이었다.
그때
"박 회장! 나 잘하고 있다냥?!"
푹.푹.
세준을 도와 테오가 앞쪽에서 용발톱으로 땅을 찔러 세준이 당근 씨앗을 심을 구멍을 만들며 세준에게 물었다.
몰라서 그러는 건 아니고···
"응. 테 부회장, 잘하고 있어."
"푸후훗. 나도 알고 있다냥!"
세준에게 칭찬을 받기 위해서였다.
"흥흥흥."
"박 회장! 나 잘하고 있냥?"
"오냐."
"푸후훗. 알고 있다냥!"
테오는 중간에 한 번씩 자신이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을 세준에게 어필하며 일을 했다.
그리고
꾸엥?
[아빠 꾸엥이도 잘하고 있다요?]
세준의 옆에 있는 밭에서 세준을 따라 여러 가지 씨앗을 심는 꾸엥이도 세준에게 자신이 잘하고 있는지 확인해 달라고 했다.
"잘 심었네. 잘하고 있어."
세준이 꾸엥이가 심은 씨앗을 확인해보고는 말했다.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꾸엥이가 약초 키워서 아빠 튼튼하게 해줄 거다요!]
세준의 칭찬에 의욕이 오른 꾸엥이가 두 앞발을 불끈 쥐며 말했다.
"그래. 부탁해."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법이지만, 세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꾸엥이의 머리를 쓰다듬다 다시 자리로 돌아와 당근을 심었다.
그렇게 오후 늦게까지 작업을 하던 중
"아. 꽃게탕 먹고 싶다."
세준이 불현듯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른 음식을 자신도 모르게 입 밖으로 뱉었다.
"푸후훗. 박 회장, 꽃게가 먹고 싶은 것이냥?! 나 테 부회장이 잡아주겠다냥!"
다다다다.
세준이 말릴 틈도 없이 테오가 빠르게 동굴에 있는 호수로 달려갔다.
꾸엥!꾸엥!
[큰형아 꾸엥이도 꽃게 잡으러 간다요! 아빠 조금만 기다린다요!]
다다다다.
이어서 꾸엥이도 테오를 따라 호수로 달려갔다.
"불꽃이랑 놀면서 기다려야지."
세준이 불꽃이와 함께 둘을 기다릴 생각에 동굴로 내려갔다.
"불꽃아, 잘 있었어?"
[주인님! 안녕하세요!]
팔락.팔락.
세준의 인사에 불꽃이가 다섯 개의 이파리를 흔들며 세준을 격하게 반겼다.
털썩.
세준이 불꽃이 옆에 앉자
[일단 이거 받으세요. 이얍!]
불꽃이가 네 번째 이파리의 능력을 사용했다.
그러자 불꽃이의 네 번재 이파리가 붉게 변하며 붉은 불꽃이 세준의 몸에 스며들었다.
[성장의 불꽃이 3시간 동안 스며듭니다.]
[성장의 불꽃이 함께 하는 동안 한계에 달한 잠재력을 상승시킵니다.]
"고마워. 근데 다섯 번째 이파리 능력은 뭐야?"
[다섯 번째 이파리는 황금의 불꽃이라고 재물이 들어오는 운이 증가하는 능력이에요.]
"그래? 그럼 나중에 테 부회장에게 써봐야겠다."
[히힛! 그러면 재미있겠네요!]
그렇게 세준과 불꽃이는 오랜만에 오붓하게 둘만의 대화를 나눴다.
잠시 후
첨벙.
거대한 물보라를 일으키며 테오와 꾸엥이가 다리까지 포함해 50m 정도 되는 거대한 꽃게 두 마리를 머리 위에 들고 나타났다.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비슷한 크기의 꽃게 두 마리.
"푸후훗. 박 회장, 내가 잡은 꽃게를 먹으라냥!"
세준을 발견한 테오가 세준에게 자신이 잡은 꽃게를 권했다.
그러자
꾸엥!꾸엥!
[아니다요! 아빠는 꾸엥이가 잡은 꽃게를 먹어야 한다요!]
꾸엥이가 서둘러 자신이 잡은 꽃게를 세준에게 내밀었다.
"얘들아 진정해. 다 먹으면 되잖아."
세준이 둘을 진정시키고 꽃게를 해체하려다
"아. 이건 또 비주얼이 중요한데."
생각을 바꿨다.
"꾸엥아 이것 좀 벌려줘."
꾸엥이에게 게의 게딱지를 분리하게 했다.
꾸엥!
[알겠다요!]
꾸엥이가 거대화해서
특.특.
아주 쉽게 게 두 마리의 게딱지를 분리했다.
"꾸엥이는 그것 좀 씻어줘."
세준은 꾸엥이에게 게딱지를 씻게 하고
"테 부회장, 발톱."
"여깄다냥!"
빳칭!
서걱.서걱.
테오의 발톱으로 게의 다리를 다 잘라내고 몸통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 깨끗이 손질했다.
재료 손질이 끝나자
"땅 움직이기."
세준이 지상으로 올라와 흙으로 된 화구 2개짜리 거대한 화로를 만들어 장작을 가득 넣고
딱.
불을 지폈다.
꾸엥
[아빠 게딱지 다 닦았다요!]
"꾸엥아 여기다 게딱지 올려."
세준이 두 개의 화로 위에 거대한 게딱지 두 개를 올리게 했다. 게딱지를 냄비로 쓸 생각이었다.
그리고
촤아아아.
화구 사이에 요리를 할 수 있게 만든 장소에서 세준이 좌우에 있는 게딱지에 물을 부으며 요리를 시작했다.
타다다다.
먼저 무와 대파, 양파를 썰어 넣어 육수를 만들고
보글보글.
물이 끓기 시작하자
풍덩.풍덩.
손질한 게의 다리와 몸통을 넣어주고 청양고추, 새우젓으로 간을 했다.
잠시 후
후릅.
"음. 좋아."
간을 본 세준이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다른 양념이 없어 맑은 꽃게탕이 됐지만, 맛은 좋았다.
"얘들아 밥먹자!"
세준이 아까부터 화로를 지켜보며 군침을 흘리고 있던 동물들을 불러 꽃게탕을 먹었다.
조난 348일 차, 오늘도 열심히 일하고 배불리 먹는 보람찬 하루를 보낸 세준과 동물들이었다.
226화. 괜히 먹였나?
226화. 괜히 먹였나?
"으하암!"
아침에 일어난 세준이 밖으로 나와 만세를 하며 늘어지게 기지개를 켜자
"냐아앙!"
꾸에엥!
세준을 따라 테오와 꾸엥이도 세준의 양옆에서 만세를 하며 기지개를 켰다.
"으··· 배고프다."
어제 꽃게탕을 배가 터지게 먹었지만, 어느새 전부 소화된 세준.
"얘들아 빨리 아침 먹자."
"알았다냥!"
꾸엥!
[좋은 생각이다요!]
세준의 말에 테오와 꾸엥이가 세준의 다리에 매달렸다.
그리고
촤르르륵.
어제 남은 꽃게탕 국물에 쌀가루를 넣고 끓여 꽃게탕죽을 만들었다. 귀찮아서는 아니고··· 음식을 버리면 아까워서 그런 거다. 절대 몸이 편하려고 이러는 게 아니다.
"얘들아 맛있지?"
꾸엥!
삐익!
우끼!
세준의 물음에 동물들이 고개를 열심히 끄덕이며 대답했다.
"나도 먹어야지."
동물들의 맛 평가에서 올패스를 받은 세준도 본격적으로 꽃게탕죽을 먹었다.
"후우.후우."
후룩
뜨거운 죽에 바람을 불어 식히고 입에 넣자
"음···."
입안 가득 바다의 풍미가 몰아쳤다.
꿀꺽.
"으. 좋다!."
뜨거운 죽이 뱃속으로 들어가며 뱃속에서부터 따뜻한 기운이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부분까지 열을 전달해 깨웠다.
박박.
그렇게 게딱지에 눌어붙은 것까지 깔끔하게 긁어먹고
"아이스큐브."
세준이 시원한 아아를 만들어 모닝커피를 마시고 있을 때
위잉!
[세준 님, 안녕하세요!]
독꿀벌 한 마리가 세준에게 날아와 세준의 어깨에 앉아 인사하며
부비부비.
자신을 몸을 세준의 얼굴에 비볐다.
"응. 무슨 일이야?"
위잉!
[저희 대여왕님이 세준 님을 뵙고 싶어 해요!]
"대여왕이?"
예전 세준이 독꿀벌 대여왕의 벌집에 들른 이후 세준의 독꿀벌들과 야생 독꿀벌들 사이에 교류는 있었지만, 이렇게 독꿀벌 대여왕이 세준을 직접 찾은 적은 없기에 세준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위잉!위잉!
[네! 대여왕님이 세준 님에게 전달해 드릴 게 있다고 했어요!]
"그래?"
그렇지 않아도 최근 양봉 레벨이 상승하며 독꿀벌 여왕 한 마리를 길들이려던 세준.
"얘들아 가자."
세준이 옆에서 자고 있는 테오와 꾸엥이를 깨워 동쪽 독꿀벌 대여왕의 벌집을 향해 이동했다.
***
은빛용의 터전에서 나온 카이저와 켈리온.
펄럭.펄럭.
"만난 김에 저기서 술 마시고 갈까?"
"그럴까?"
자신들의 터전으로 날아가던 둘은 중간에 떠 있는 적당한 크기의 부유섬에 착륙해 폴리모프했다.
평소에 조각상으로 술잔을 부딪치며 같이 술을 마셨지만, 이렇게 진짜 직접 마주 보고 술을 마시는 것만은 못했다.
챙.
"크으. 좋다! 이걸 세준이가 만들었다는 걸 말하고 싶어 얼마나 참았는지."
"크흐흐흐. 그러니까 나도 하마터면 말할뻔했잖아."
둘이 삼양주가 든 황금 술잔을 부딪치며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금으로 만들었지만, 소박한 모양의 술잔이 안에 든 투명한 삼양주와 잘 어울렸다.
"크하하하. 역시 술안주는 세준이가 구운 군고구마가 최고지."
차가운 술을 한 잔 들이켠 카이저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군고구마를 한 입 먹었다.
군고구마는 에전에 세준에게 몇천 개를 받아 카이저가 직접 하나하나 보존 마법을 걸어놨기에 군고구마는 갓 구워진 최상의 상태를 계속 유지하고 있었다.
"자. 앞으로도 우리만 삼양주를 마시자고. 짠!"
"그래. 짠!"
그렇게 술 몇 병을 비운 둘이 앞으로도 자신들만 삼양주를 마실 생각을 하며 술잔을 부딪칠 때
"너희들 그게 무슨 소리야? 그리고 그 많은 삼양주는 어디서 났어?!"
카이저가 걱정돼 따라왔던 붉은용 램터가 둘의 주변에 꺼내져 있는 수십 병의 술병을 보며 물었다.
꿀꺽.
사방에서 풍기는 진한 삼양주 냄새에 램터는 자신도 모르게 군침을 흘렸다.
"어?! 램터?! 아. 이거 삼양주 아냐."
"그래. 맞아! 이건 소주야!"
램터의 등장에 놀란 둘이 화들짝 놀라며 변명했지만
"거짓말 마. 삼양주 냄새가 진동하는데."
램터는 전혀 믿지 않았다.
척.
"여기서도 나네."
램터가 바닥에 뒹구는 빈 술병의 입구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으며 완전히 확신했다. 이놈들 삼양주의 출처를 알고 있어!
그리고
"너희들 삼양주 어디서 났는지 말 안 하면 나 여기서 보고 들은 거 다른 용들에게 다 말할 거야."
램터가 둘을 협박했다.
"휴우. 알았어. 대신 다른 용들에게는 절대 말 안 하겠다고 맹세해."
숨기기 어렵다고 생각한 카이저가 삼양주의 비밀을 위해 램터에게 맹세를 요구했다. 삼양주를 아홉이 나누는 것보다는 셋이 나누는 게 그나마 나은 선택이었다.
"알았어. 나 위대한 붉은용 램터 자히르의 이름을 걸고 지금 이 자리에서 들은 내용에 대해 다른 용들에게 절대 말하지 않겠다고 맹세한다. 됐지? 이제 삼양주 어디서 구했는지 빨리 말해줘."
삼양주의 출처를 알고 싶은 램터가 단숨에 맹세를 하고 카이저를 보며 물었다. 대화를 하다보니 카이저가 대화를 주도하는 실세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
"좋아. 사실은 우리 검은탑의···."
카이저가 램터에게 삼양주를 만든 존재가 검은탑의 탑농부라고 말해줬다.
"뭐?! 이게 검은탑의 탑농부가 만든 거라고?!"
"그래."
"이럴 수가··· 너희 검은탑의 탑농부에게 큰 신세를 졌군. 맞다! 너 불의 정수 가지고 있지?! 그거 줘봐."
램터는 신세를 진 검은탑의 탑농부에게 선물을 하기로 했다. 물론 앞으로 삼양주를 받기 위해 첫인상을 좋게 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램터, 참고해야 할 게 있어. 우리 검은탑의 탑농부는 엄청 약하니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큰일 나! 알았지?"
세준이 몇 번이나 죽다 살아난 것을 알기에 카이저가 램터에게 신신당부를 했다.
"그래? 네가 그렇게 말할 정도면 엄청 약한가 보네? 알았어."
램터는 불의 정수의 힘을 흡수해 붉은탑의 탑농부 우돈의 수준으로 만들다가 약하다는 말에 우돈의 절반 수준으로 조정했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자신의 탑농부도 엄청 약했으니까.
'이 정도면 되겠지?'
램터가 불의 정수의 힘을 많이 줄이고 카이저에게 건넸다.
하지만
"이게 뭐야?! 램터, 너 이 자식 선물하는 척하면서 우리 세준이 암살하려는 거야?!"
선물을 받고 화를 내는 카이저. 램터의 생각보다 검은탑의 탑농부는 훨씬 더 약했다.
"아니··· 너희 탑농부가 그렇게 약한지 내가 알았나?"
"뭐해?! 여기서 10분의 1로 줄여!"
"알았어···."
선물을 주려다 괜히 구박만 받는 램터였다.
***
독꿀벌 대여왕의 벌집이 있는 거대한 산 앞에 도착하자 세준이 예전에 왔을 때 심어둔 농작물들이 자라 열매를 맺고 있었다.
위잉.위잉.
농작물에 핀 꽃의 꿀을 빠는 독꿀벌들의 날갯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들어가기 전에 이것 좀 수확하고 갈게."
위잉.
[네!]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지 못하듯이 잘 익은 농작물을 보자 세준은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서걱.
세준이 신선함의 낫을 들고 방울토마토 가지를 자르며 방울토마토를 수확했다.
[마력의 방울토마토 6개를 수확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조금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7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신선함의 낫에 깃든 냉기 효과로 수확한 농작물의 유통기한이 5일 늘어납니다.]
[경험치 300을 획득했습니다.]
그렇게 세준이 방울토마토와 옥수수, 당근 등의 농작물을 수확하고 동굴 안으로 들어가 독꿀벌 대여왕이 있는 거대한 방에 도착했다.
비잉!비잉!
[세준 님, 어서 오세요! 오랜만이네요!]
독꿀벌 대여왕이 세준을 반겼다.
"응. 오랜만이야. 너도 잘 지냈지?"
비잉!비잉!
[그럼요! 요즘 맛있는 꿀을 먹을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해요!]
독꿀벌 여왕이 대답하며 하트를 그렸다. 정말 좋은 모양이었다.
"근데 나한테 줄 게 있다고 하지 않았어?"
비잉!비잉!
[어머 내 정신 봐! 잠시만요!]
세준의 말에 독꿀벌 대여왕이 서둘러 작은 구멍에서 뭔가를 꺼내왔다.
비잉!비잉!
[제가 처음으로 만든 거예요! 아직 부족하지만, 세준 님께 드리고 싶어요!]
툭.
독꿀벌 대여왕이 투명한 빛깔의 꿀젤리 5개를 세준에게 건넸다.
"고마워."
세준이 받은 꿀젤리를 자세히 살폈다.
[불완전한 플래티넘 로얄젤리]
여러 종류의 꿀젤리를 독꿀벌 대여왕이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비전을 사용해 오랜 기간 정제하고 정제해서 만들었습니다.
재료가 되는 꽃이 몇 가지 부족해 로얄젤리가 완전하지 않습니다.
꿀젤리를 정제해 맛과 영양이 강화됐습니다.
섭취 시 모든 스탯이 30 상승합니다.
섭취 시 잠재된 재능 하나를 강제로 개화시킵니다.
유통기한 : 100년
등급 : A+
"오! 대단한데?!"
'불완전한'이라는 이름이 붙었는데도 모든 스탯 +30에 재능 하나를 강제로 개화시켜주는 옵션이 붙어있었다.
"자 너희들도 먹어."
세준이 테오, 꾸엥이, 황금박쥐에게 하나씩 나눠주고
꿀꺽.
세준이 불완전한 플래티넘 로얄젤리를 입에 넣었다.
쏴아아아.
로얄젤리를 입에 넣자마자 로얄젤리가 입에서 사르르 사라지며 세준은 마치 자신이 꽃밭 한가운데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정도로 꽃향기가 짙었다.
세준이 꽃향기가 취해 있는 사이
꿀꺽.
[불완전한 플래티넘 로얄젤리를 섭취했습니다.]
[모든 스탯이 30 상승합니다.]
[잠재된 재능을 강제로 개화시킵니다.]
세준의 몸에서 약한 빛이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재능 : 하찮은 존재감이 개화됩니다.]
세준의 잠재된 재능 하나가 개화됐다.
"······."
재능의 이름을 본 세준이 치밀어 오는 짜증에 말을 잃었다. 이건 너무 하잖아! 내가 아무리 하찮아도 그렇지! 이걸 대놓고 재능으로 줘?!
세준은 일단 재능을 확인했다. 혹시나 하는 희망을 품고.
하지만
[재능 : 하찮은 존재감]
-존재감이 낮은 존재만 가질 수 있는 재능입니다.
-다른 존재들과 있을 시 가장 늦게 눈에 띕니다.
-적이 당신을 얕잡아 봅니다.
재능의 내용은 세준의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때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맛있다요!]
(맛있어요!)
세준의 눈에 로얄제리를 삼키는 꾸엥이와 황금박쥐가 보였다.
"너희는 어떤 재능 얻었어?"
세준이 서둘러 둘에게 물었다. '나보다 못한 거 나와라!'라고 빌면서.
그러나
꾸엥!꾸엥!
[꾸엥이는 탐식이라는 재능을 얻었다요! 먹을 걸 먹을수록 더 강해지는 재능이다요!]
(뱃뱃. 저는 '놓치지 않는'이라는 재능이요. 발로 잡은 건 쉽게 놓치지 않는 재능이에요.)
둘은 세준보다 훨신 좋은 재능을 개화했다.
"테 부회장, 너는?"
세준이 마지막 희망인 테오에게 물었다. 어차피 결과는 뻔하지만, 그래도 확인하고 싶은 게 인간의 마음.
"냥?! 나는 재능을 개화하지 못했다냥···."
"뭐?! 재능을 개화하지 못했다고?"
"그렇다냥···."
세준의 물음에 테오가 침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래? 괜찮아. 재능이 개화 안 할 수도 있지. 힘내! 테 부회장, 츄르 먹을래?"
세준이 테오를 위로하기 위해 츄르를 꺼냈다.
그러자
"좋다냥! 배도 쓰다듬어 달라냥!"
바로 세준의 무릎에 발라당 눕는 테오.
촵촵촵.
그렇게 세준의 쓰다듬을 받으며 테오가 츄르를 맛있게 먹고 있을 때
킁킁.
꾸엥!
[여기서 방금 먹은 맛있는 냄새 난다요!]
꾸엥이가 테오의 봇짐에 고개를 가져가며 열심히 냄새를 맡기 시작하자
"······."
테오의 몸이 굳었다.
그리고
꾸엥!
[찾았다요!]
테오의 봇짐에서 꾸엥이가 로얄젤리를 꺼냈다.
"뭐야? 너 안 먹었어?"
세준이 테오를 보며 추궁했다. 이 자식! 나를 속여?!
"미안하다냥··· 먹기 싫어서 그랬다냥···."
세준의 눈치를 보며 말하는 테오. 생선구이와 츄르가 아니면 먹지 않는 테오가 로얄젤리를 먹기 싫어 봇짐에 숨긴 것이다.
"빨리 먹어."
"알겠다냥!"
꿀꺽.
세준이 지켜보는 앞에서 테오가 로얄젤리를 억지로 삼켰다.
그리고
파앗!
테오의 몸에서 황금빛이 폭발했다.
'괜히 먹였나?'
테오에게 로얄젤리를 억지로 먹인 세준이 뒤늦게 후회했다.
227화. 돈 좀 빌려달라냥!
227화. 돈 좀 빌려달라냥!
브라질 아마존.
사각.사각.
무성했던 숲은 띄엄띄엄 거대한 나무들만 남아 로커스트들의 갉아 먹는 소리만 가득했다. 수만 마리의 붉은색 로커스트에 뒤덮인 아마존의 거목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런 로커스트들의 몸에 점점 보라색 점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로커스트의 개체수가 거의 70억에 가까워지며 레드 로커스트들이 퍼플 로커스트로의 진화를 준비하고 있었다.
브라질 정부도 처음에는 로커스트의 수를 줄이기 위해 애썼지만, 브라질리아의 탑이 사라진 이후 사정이 급격히 나빠졌다.
탑이 사라질 수 있다는 걸 깨달은 다른 나라들이 자국의 수비에 집중하며 브라질에 대한 지원을 크게 줄였다.
덕분에 로커스트들은 아무런 방해 없이 주변에 널린 풀들을 먹으며 무서운 속도로 번식했고 브라질 정부는 로커스트의 박멸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도시 수비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나마 최근에 사라졌던 브라질리아의 탑이 한국에 나타나며 헌터들이 브라질로 돌아와 한시름 놓고 있었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푸드득.푸드득.
어느새 몸이 완전히 보라색으로 변한 퍼플 로커스트들이 사람들이 모인 도시를 습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로커스트의 공격으로 생존자 0명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남기며 퍼플 로커스트들이 브라질의 도시들을 습격하기 시작했다.
***
"푸후훗. 동생들아, 봤느냥?! 이 형님의 몸에서 나는 광채가 보이느냥?!"
테오가 자신의 몸에서 나는 황금빛에 심취해 동생들에게 자랑했다.
꾸엥!
[큰형아 멋있다요!]
꾸엥이가 흥분하며 진심으로 부러워했고
(큰형님 대단해요!)
황금박쥐도 테오를 보며 부럽다는 듯이 말했지만, 실제로는 시큰둥했다. 당연했다. 황금박쥐는 몸이 황금색이니까.
그렇게 테오의 몸에서 나던 황금빛이 점점 사그라들자
"테 부회장, 무슨 재능을 얻었어?"
궁금했던 세준이 서둘러 테오에게 물었다.
"푸후훗! 나는 하찮은 재물이라는 재능을 얻었다냥!"
"진짜?!"
자신과 같은 '하찮은'이 들어간 테오의 재능에 세준의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서 능력이 뭐야?"
"하찮은 재물을 태워 능력을 올릴 수 있다냥!"
"뭐?!"
같은 '하찮은'인데 의미가 완전히 달랐다.
자신의 재능 '하찮은 존재감'은 말 그대로 하찮다는 의미였고. 테오의 재능 '하찮은 재물'은 재물 따위는 하찮으니 능력을 올리는데 휴지 조각처럼 태워버리겠다는 의미였다.
'나도 돈 많은데···부럽고! 짜증 나! 하나 더 먹을까?'
독꿀벌 대여왕이 준 불완전한 플래티넘 로얄젤리는 5개. 흑토끼에게 주려고 남겨둔 로얄젤리 1개가 남아있었다.
하지만
"아니야!"
'하찮은 존재감' 같은 재능을 하나 더 개화하느니 그냥 흑토끼에게 투자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세준이 복잡한 생각을 정리했을 때
"박 회장, 나 돈 좀 빌려달라냥!"
"네 돈은 어쩌고?"
"이미 사용했다냥! 나는 이제 거지다냥!"
재능이 생기자마자 자신의 돈을 전부 능력치 올리는데 태운 테오가 세준에게 당당하게 두 앞발을 내밀며 돈을 빌려달라고 했다.
"얼마나?"
"많을수록 좋다냥!"
"자. 여기."
속은 좁지만, 또 속 좁아 보이는 건 싫어하는 세준이 통 크게 테오에게 거의 전 재산인 7000만 탑코인을 건넸다.
"푸후훗. 고맙다냥!"
세준에게 돈을 받은 테오의 몸이 황금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저게 돈을 태우는 효과였구나···참 비싼 특수 효과였다. 내 돈이 타고 있구나···
그렇게 세준이 테오가 돈 태우는 것을 구경하고 있을 때
비잉?!비잉!
[어머 세준 님, 능력이 늘어나셨군요?! 잠시만요!]
세준의 양봉 레벨이 늘어난 것을 간파한 독꿀벌 대여왕이 자신의 딸인 독꿀벌 여왕 하나를 불렀다.
잠시 후
위잉!
[야생 독꿀벌 여왕이 당신을 따르기로 합니다.]
[야생 독꿀벌 여왕이 거느린 독꿀벌 1만 마리가 여왕을 따라 당신을 따르기로 합니다.]
[독꿀벌들의 수가 10만 마리를 넘었습니다.]
[양봉 Lv. 9의 숙련도가 크게 상승합니다.]
세준이 독꿀벌 여왕과 1만 마리의 독꿀벌들을 길들였다.
"이 아이들은 감나무 농장으로 보내야지."
새로운 식구가 된 독꿀벌들은 따로 벌집이 없었고 최근에 감나무에 꽃이 피고 있다고 들었기에 세준은 독꿀벌들을 탑 49층으로 보내 감나무의 수정을 돕게 하기로 했다.
"푸후훗! 박 회장, 나 박 회장의 돈을 다 태우고 강해졌다냥!"
그사이 세준의 돈을 다 태운 테오가 뿌듯한 표정으로 세준의 무릎에 매달렸다.
그리고
"푸후훗. 앞으로 박 회장은 나만 믿으라냥! 나 테 부회장이 어떤 적도 박 회장의 손끝 하나 못 건드리게 지켜주겠다냥!"
세준의 무릎에 자신의 얼굴을 열심히 비비며 호기롭게 말했다.
"그래."
든든하긴 하네. 돈을 쓴 보람이 있는 것 같았다.
'앞으로 카이저 님과 켈리온 님에게 삼양주의 대가를 돈으로 받아도 되겠어.'
그러면서 용들에게 돈을 받아 테오의 능력치를 올려줘야겠다는 생각을 함께하는 세준.
그때
꾸엥!꾸엥!
[아니다요! 아빠는 꾸엥이가 지킨다요!]
꾸엥이가 세준의 왼쪽 다리에 매달리며 테오에게 지지 않겠다는 듯이 말했다.
"푸후훗. 꾸엥이는 포기하라냥! 나는 좀 전의 테 부회장이 아니다냥! 무려 박 회장의 돈을 7000만 탑코인이나 태우고 강해진 테 부회장이다냥!"
꾸엥!꾸엥!
[꾸엥이도 아빠 돈 태울 수 있다요! 아빠, 꾸엥이 아빠 돈이 8000만 정도 필요하다요!]
꾸엥이가 새준에게 돈을 달라며 두 앞발을 공손하게 내밀었다. 돈을 더 많이 태우면 테오한테 이긴다고 오해한 모양.
"자 꾸엥이 이거 먹어!"
세준이 흥분한 꾸엥이에게 꿀을 주며 진정시켰다.
꾸엥!
[꿀이다요!]
꿀을 받자 꾸엥이는 테오를 이겨야겠다는 생각은 저 멀리 던져버리고
핥짝.핥짝.
앞발로 열심히 꿀을 핥아먹었다.
그렇게 꾸엥이의 주의를 완벽하게 돌린 세준.
"근데 대여왕아 완전한 플래티넘 로얄젤리를 만들기 위해 어떤 꽃이 더 필요해?"
완전한 플래티넘 로얄젤리를 얻고 싶은 세준이 독꿀벌 대여왕에게 물었다.
하지만
비잉!비잉!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꽃의 꿀을 직접 먹어봐야 알 것 같아요!]
독꿀벌 대여왕도 유전자에 각인된 본능에 의존해 플래티넘 로얄제리를 만드는 것이기에 정확한 재료는 몰랐다. 직접 입으로 먹어봐야만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래? 알았어. 그럼 이만 갈게."
자신이 농작물의 수를 더 다양화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기에 세준은 농장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비잉!
[세준 님, 안녕히 가세요!]
"응. 잘 있어. 얘들아 가자."
세준이 독꿀벌 대여왕과 인사를 나누고 동물들과 독꿀벌들을 데리고 독꿀벌 대여왕의 벌집에서 나왔다.
그리고 탑 99층 입구에 도착하자
"황금박쥐, 독꿀벌들이랑 같이 가서 두쿠한테 잘 말해줘."
(네!)
세준이 황금박쥐를 시켜 독꿀벌들을 탑 49층으로 데려가게 했다.
"너희들도 조심히 가."
위잉!
떠나기 전 배부르게 꿀을 먹은 독꿀벌들이 세준에게 인사를 하고 황금박쥐를 따라 새로운 터전인 탑 49층으로 떠나갔다.
***
"자 여기 있다."
카이저에게 구박을 받으며 불의 정수를 세준이 쓸 수 있는 수준까지 능력을 낮춘 램터가 불의 정수를 카이저에게 건넸다. 이제 불의 기운이 거의 다 빠져 불의 정수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았지만.
"내가 세준이한테 잘 전달하지."
"그래. 고맙다. 근데 너희들은 삼양주를 어떻게 받는 거야?"
램터가 삼양주를 받는 방법을 물었다.
"나와 켈리온은 텔레포트 마법이 걸린 조각상을 이용해 삼양주를 받고 있지."
"그래?! 그럼 나도 조각상 하나 만들어서 보내야겠군."
"그래. 그렇게 하면 될 거야. 참고로 공짜는 아니니까···."
카이저가 비늘에 드래곤 스킨 마법을 새겨서 지불해야 한다고 알려줬다.
"알았어."
그렇게 대화가 끝나고
"······."
"안 가냐?"
물끄러미 자신들을 보는 램터에게 카이저와 켈리온이 눈치를 줬다. 네가 가야 우리가 술을 계속 마시지.
하지만 갈 생각이 없는 램터.
꿀꺽.
"나도 같이 마시면 안 돼?"
램터가 둘의 술을 보며 침을 삼켰다.
"끄응. 알았다. 대신 다음에 술 생기면 갚아."
"응! 알았어!"
술은 또 같이 마셔야 맛있기에 카이저는 새로운 술 파트너가 된 램터를 쫓아내지 않고 술을 나눠마셨다.
"자! 짠!"
"짠!"
"짠!"
챙!
세 마리의 용이 황금잔 3개를 부딪치며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
"벌써 밥 먹을 시간이네."
독꿀벌 대여왕의 벌집에 갔다 왔을 뿐인데 벌써 점심 먹을 시간이었다.
"점심은 간단하게 고감옥이다."
고감옥은 탑 99층의 주식인 고구마, 감자, 옥수수를 줄인 말이었다. 이렇게 오래 같은 것만 먹으면 질려야 하는데 질리지를 않았다. 신기하게도 고감옥은 먹어도 먹어도 맛있었다.
꾸엥!
[역시 일하고 먹는 밥이 가장 꿀맛이다요!]
꾸엥이가 두 앞발에 고구마와 감자를 하나씩 잡고 진짜 열심히 일한 것처럼 맛있게 먹었다.
'일이라니? 꾸엥이 넌 가만히 내 다리에 매달려 있기만 했잖아?'
세준이 그런 꾸엥이를 황당하게 바라봤다. 그리고 깨달았다. 꾸엥이에게는 가만히 숨만 쉬는 것도 일인 것이다.
그렇게 점심을 먹고
후룩.
세준이 커피를 마시며 하늘멍을 할 때
"박 회장, 나 내려갔다 오겠다냥!"
세준의 무릎에 바라당 누워 배를 쓰다듬 받던 테오가 벌떡 일어나 봇짐을 싸기 시작했다.
"갑자기?"
평소 세준이 내려가라고 등 떠밀 때만 움직이던 테오.
'웬일이지?'
세준이 의아한 시선으로 테오를 보자
"푸후훗. 내가 돈을 벌어와야 박 회장이 나한테 돈을 빌려주고 내가 박 회장의 돈을 태워서 강해질 거 아니냥! 걱정 말라냥! 금방 다녀오겠다냥!"
테오가 우쭐해하며 봇짐을 챙겨 일어났다.
"좋은 자세다."
뭔가 돈을 갚겠다는 의지는 없어 보였지만, 열심히 돈을 벌어오겠다는 테오의 태도에 세준이 만족했다.
그리고
"맞다! 불꽃이에게 버프 하나 받고 가."
재물이 들어오는 운이 증가하는 불꽃이의 황금 불꽃 버프를 떠올린 세준이 테오에게 불꽃이의 버프를 받게 했다.
"푸후훗. 황금빛이 마음에 든다냥!"
황금빛 불꽃이 자신의 몸에 스며들자 테오가 기뻐했다.
"그럼 다녀오겠다냥!"
"그래. 조심히 다녀와!"
"알겠다냥!"
황금 버프를 받은 테오가 돈을 벌기 위해 탑을 내려갔다.
그렇게 테오를 배웅한 세준은 호두밭으로 갔다.
"얘네들은 흑토끼 결혼식에는 못 가지고 가겠네."
호두밭을 둘러보며 세준이 자신의 허리 높이까지 자란 10개의 호두나무들을 보며 아쉬워했다. 새신랑이라면 역시 힘인데. 호두는 한 달 이상은 더 키워야 수확이 가능할 것 같았다.
"영약이라도 좀 챙겨놔야겠다."
세준이 흑토끼를 위해 버섯개미들을 찾아가 영약들이 있는지 확인했다.
께엑!
께엑!
세준의 방문에 버섯개미들이 자신의 등을 들이대며 버섯을 따달라고 모여들었다.
"알았어. 자 줄 서자."
영양을 가진 버섯은 3마리에 나머지는 일반 버섯이었지만, 세준은 버섯개미들을 줄 세우고 모든 버섯개미의 등에 난 버섯을 따줬다. 큰 성과가 없었다.
그때
꾸엥!
[아빠 꾸엥이가 흑토끼 형아에게 줄 약초 가져왔다요!]
효자 꾸엥이가 아빠의 마음을 알고 좋은 약초를 가져왔다. 물론 몸에 좋은 약초는 아주 쓰다. 자신이 도저히 감당 못할 쓴맛이라 흑토끼에게 넘기는 꾸엥이였다.
228화. 속지 않는다냥!
228화. 속지 않는다냥!
[넘치는 힘의 칡뿌리]
살아있는 숙주에게서 생명력을 흡수하는 다른 칡뿌리들과 다르게 주변 칡뿌리들의 뿌리를 조여 죽이고 그 생명력을 흡수하는 칡의 뿌리입니다.
다른 칡뿌리들을 조여 죽이기 위해 뿌리의 힘이 강합니다.
억센 생명력의 칡뿌리 수십 개의 생명력을 흡수해 약성이 좋습니다.
섭취 시 힘이 50 상승하거나 힘 잠재력이 25 상승합니다.
굉장히 강한 쓴맛이 납니다.
재배자 : 탑농부 박세준
유통기한 : 210일
등급 : A+
"다른 칡뿌리의 생명력을 흡수하다니···."
특이한 칡뿌리였다. 아마 다른 칡뿌리와의 경합에서 이기기 위한 나름의 생존방식인 것 같았다.
그렇게 세준이 꾸엥이가 가져온 흰색 칡뿌리를 살펴보고 있을 때
꾸엥!
[이건 절대 꾸엥이가 먹기 싫어서 그러는 게 아니다요! 작은 형아를 위해서다요!]
제 발 저린 꾸엥이가 변명을 했다.
하지만
'거짓말하지 마라. 꾸엥이 네가 먹기 싫어서 가져온 거 다 알거든.'
꾸엥이의 속셈을 꿰뚫어 본 세준의 눈빛 때문인지, 아니면 거짓말을 하는 나쁜 곰이 되기 싫어서인지
꾸엥!
[사실 꾸엥이가 먹기 싫어서 가져온 거 맞다요! 근데 진짜 작은 형아한테 도움은 된다요!]
꾸엥이가 금방 본심을 말했다.
"괜찮아. 그렇지 않아도 흑토끼의 힘을 올려줄 약초를 찾고 있었거든. 이건 흑토끼에게 전부 몰아주자."
꾸엥!꾸엥!
[좋다요! 이건 아빠 꺼다요!]
세준의 말에 꾸엥이가 활짝 웃으며 푸른색 칡뿌리 10개를 간식주머니에서 꺼내 세준에게 건넸다.
"땡큐."
꾸엥이에게 칡뿌리를 받은 세준은 바로 칡뿌리를 먹었다.
우적.우적.
꿀꺽
[푸른 잠재력의 칡뿌리를 섭취했습니다.]
[모든 스탯 잠재력이 5 상승합니다.]
"흐흐흐. 달다. 달아. 자. 꾸엥이도 꿀 먹어."
세준이 칡뿌리를 먹으면서 꾸엥이에게도 꿀이 든 유리병 하나를 줬다.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맛있다요!]
그렇게 흑토끼에게 엄청 쓴맛 칡뿌리를 주기로 자기들끼리 정하고 달달한 맛에 빠진 부자(父子).
"난 일하고 있을 테니까 꾸엥이는 간식 먹으면서 기다려. 농작물 거대화."
세준이 꾸엥이의 간식주머니를 거대화한 고구마로 채워주고 양조장으로 향했다.
'테 부회장도 열심히 돈을 버는데 나도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어야지.'
테오의 돈 태우는 속도를 보니 많이 벌어둬야 할 것 같았다.
양조장에 도착하니 50마리의 원숭이들이 삼양주를 담았던 항아리들을 깨끗이 씻고 있었다.
담그는 술의 양이 많아지면서 탑 77층에 있던 원숭이들이 추가로 파견 온 것이다.
물론 그들이 빠지는 만큼 원숭이 마을의 노동력이 부족해지기에 세준은 양조장에서 일하는 원숭이들의 월급 말고도 마을에 주기적으로 농작물을 보내기로 했다.
우끼!
우끼!
열심히 일하다 뒤늦게 세준을 발견한 신입 원숭이들이 세준에게 절을 하며 세준을 맞이했다.
"괜찮아. 여기서는 안 그래도 된다고 했잖아."
세준이 신을 봤다며 황송무지하는 원숭이들을 진정시키고
"얘들아 일하자."
미리 씻어둔 항아리에 쌀가루를 채우며 원숭이들과 삼양주를 빚기 시작했다.
***
"냥냥냥!"
테오가 콧노래를 부르며 광속 상인 통로를 타고 탑 41층에 도착했다.
그리고
"인간들아 내가 왔다냥!"
헌터들이 모인 캠프에 자신의 등장을 알렸다.
그러자
"테 부회장님, 오셨습니까?!"
"테 부회장님, 어서 오십시오!"
헌터들에게 방울토마토를 팔고 있던 인턴들이 서둘러 일어나 테오를 맞이했다.
"잘하고 있었냥?!"
"네! 여기로 오시죠!"
"인간들아 테 부회장님이 왔다냥!"
고양이 인턴들이 테오를 캠프의 중앙으로 안내하며 헌터들에게 테오의 등장을 알렸다.
"사냥 나간 팀에게 빨리 연락해야겠군."
"어! 나야 빨리 복귀해. 테오 왔어."
덕분에 캠프에서 쉬고 있던 헌터들이 사냥 나가 있는 동료들을 조금이라도 일찍 부를 수 있었다.
그때
"테 부회장, 기다리고 있었어."
한태준이 테오에게 다가왔다.
"무슨 일이냥?"
"지구에 퍼플 로커스트가 생겼다."
"뭐냥?! 박 회장이 열심히 도와주고 있는데 인간들은 뭘 하고 있는 것이냥?!"
한태준의 말에 테오가 화를 냈다. 이 소식을 들으면 박 회장이 불안해한단 말이다냥! 그건 싫다냥! 마음에 들지 않는다냥!
"후냥···."
테오가 숨을 크게 내쉬었다. 박 회장은 항상 문제가 생기면 이렇게 숨을 크게 내쉬었다냥! 가슴이 조금 시원해졌다냥!
확실히 세준을 따라 한 효과가 있는지 생각이 정리된 테오.
"앞으로 해독의 대파도 공급할 테니 견고한 칼날 대파와 해독의 대파를 9대 1의 비율로 심어라냥!"
테오가 한태준에게 새로운 방법을 전달하며 봇짐에 있던 해독의 대파 1만 개를 전부 넘겼다.
해독의 대파 하나로도 주변의 퍼플 로커스트 몇만 마리 정도는 쉽게 몰살시킬 정도로 해독의 대파의 해독 효과는 뛰어나다.
그래서 테오는 퍼플 로커스트에서 다시 레드 로커스트로 금세 퇴화할 것을 예상하고 견고한 칼날 대파의 수를 줄이지 않았다.
"알았다."
테오에게 해독의 대파를 받은 한태준이 서둘러 지구에 해독의 대파를 심기 위해 지구로 돌아갔다.
"테 부회장님, 헌터들이 전부 모였습니다냥!"
한태준과 대화를 하는 사이 사냥을 나갔던 헌터들이 모두 모이자 테오를 롤모델로 삼고 테오의 말투를 따라 그래니어 사투리를 연습하고 있는 고양이 인턴 마크가 테오에게 보고했다.
"알겠다냥!"
테오가 당당한 발걸음으로 캠프의 중앙으로 이동해 고양이 인턴들이 미리 나무 상자를 쌓아 만든 단상에 올라갔다.
그리고
"경매를 시작하겠다냥!"
테오가 세준의 농작물을 팔기 시작했다.
잠시 후
"마력의 땅콩, 완판이다냥!"
오늘도 경매는 성공적이었다. 총판매 금액이 거의 1000만 탑코인에 육박할 것 같았다.
그렇게 경매가 거의 끝나갈 때쯤
"테 부회장, 오늘은 해독의 대파 안 팔아?"
해독의 대파를 사기 위해 대기하고 있던 헌터들이 테오에게 물었다.
"그렇다냥! 오늘은 해독의 대파를 팔지 않는다냥! 그리고 당분간 해독의 대파는 지구를 지키기 위해 지구방위대에 우선 보급해야 해서 해독의 대파 판매량을 크게 줄일 것이다냥!"
"뭐?! 그런 게 어디 있어?!"
해독의 대파를 팔지 않는 테오의 말에 몇 명의 헌터들이 반발했지만
"무례하다냥! 감히 테 부회장님에게 따지는 것이냥!?!"
마크가 그런 헌터들을 고양이 인턴들과 조용히 데려가 설득(?)했다. 고양이 인턴들은 요즘 성질을 죽이고 있어서 그렇지 한때 그래니어 마을을 주름잡았던 냥아치들이었다.
"이제 나는 가보겠다냥!"
그렇게 경매가 끝나고 테오가 서둘러 세준이 있는 탑 99층으로 달려갔다.
"푸후훗. 박 회장, 기다려라냥!"
테오가 세준의 무릎에 누워 츄르를 받아먹으며 세준의 돈을 태울 생각에 신이 났다.
***
"끝났다."
3300개의 항아리 중 세척이 끝난 1500개 항아리에 밑술 작업을 마친 세준.
"이제 국수 만들어야지."
결혼식에는 국수가 있어야 하는 법. 세준은 흑토끼의 결혼식을 위해 잔치국수를 만들기로 했다.
그리고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하기로 했다. 결혼식장에서 나오는 맛없는 음식이 항상 불만이었던 세준.
'흑토끼가 음식으로 욕을 먹게 할 수 없지!'
세준은 맛있는 잔치국수를 만들어 흑토끼의 결혼식장에서 음식이 맛없었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도록 할 생각이었다. 흑토끼 너의 결혼식은 잊어도 잔치국수는 기억나게 만들어줄게!
퍽.퍽.
세준이 재화를 삼키는 쌀반죽에 탑코인을 넣고 얻은 쌀반죽을 치댔다. 밀가루가 없으니 면은 쌀국수면으로 대신할 생각이었다.
완성된 반죽을 구멍이 파인 나무 안에 반죽을 넣고 세준이 구멍 크기에 딱 맞는 크기의 다른 나무로 구멍을 막아 반죽을 누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꽈아악.
압력을 받은 반죽이 미리 촘촘히 뚫어 놓은 작은 구멍을 통해 나오기 시작했다.
"흐흐흐. 된다! 이얍!"
세준이 압축돼 나오는 쌀국수를 보며 반죽을 더 강하게 눌렀다.
2시간 후
부들부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해야지. 아. 손에 힘이 안 들어가."
국수 1000인분을 만들어낸 세준이 손을 떨며 잠시 앉아서 휴식을 취했다.
그렇게 잠깐 쉬고 있을 때
꾸엥!
[아빠 배고프다요!]
삐익!
우끼!
저녁 먹을 시간이 된 동물들이 취사장으로 모였다.
"잠깐만 기다려."
체력을 어느 정도 회복한 세준. 빠르게 식사 준비를 했다. 오늘은 잔치국수를 먹을 생각으로 이미 로커스트 고기, 대파 다른 야채들을 넣고 끓인 육수와 고명을 미리 준비해 놨기에 면만 삶으면 됐다.
푹.푹.푹.
세준이 단검으로 작은 냄비 여러 개에 작은 구멍들을 내고 라면이나 우동집에서 면을 따로 끓이는 채망 비슷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촤르르
쌀국수면을 넣어 삶기 시작했다.
"됐다."
냄비 앞에서 기다리며 면이 다 익자
촥.촥.촥.
세준이 냄비를 허공에 털어 물기를 없애고 면을 적당량 집어 그릇에 담았다.
주룩.
마지막으로 따뜻한 육수를 국자로 퍼 그릇에 담아 잔치국수를 완성했다.
"애들아 먹어."
기다리고 있던 동물들에게 잔치국수를 하나씩 나눠주고
"꾸엥이는 여기다 먹어."
세준이 자신의 육수를 옮겨 담고 육수 냄비에 국수 100인분을 통째로 넣고 꾸엥이에게 줬다.
'그래도 800인분은 남았네."
세준이 남은 쌀국수면을 확인하며 뿌듯해했다. 결혼식 때까지 5000인분은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후루룩.
그렇게 쌀국수 양을 확인한 세준이 안심하고 국수를 먹었다.
"음. 맛있다."
재료가 부족해 잔치국수의 맛이 제대로 나지 않았지만, 배가 고파서인지 목구멍으로 꿀떡꿀떡 넘어갔다.
그렇게 저녁을 먹고
"나는 먼저 잘 테니까 마무리 좀 해줘."
1000인분의 면을 뽑느라 피곤했던 세준이 먼저 자러 갔다.
그리고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맛있다요!]
다른 동물들이 다 먹고 자신들의 그릇을 씻고 나갈 때까지 혼자 남아 열심히 잔치국수를 먹던 꾸엥이.
꾸엥!
[꾸엥이 많이 먹고 강해져서 아빠 지킨다요!]
꾸엥이가 세준이 건조시키기 위해 걸어 놓은 쌀국수면을 샤브샤브 먹듯이 육수에 담갔다 건져 먹었다. 빠르게 사라지는 쌀국수면.
꾸엥!꾸엥!
[다 먹었다요! 이제 졸리다요!]
결국 세준이 남겨둔 800인분의 쌀국수면을 다 먹은 꾸엥이. 탐식의 재능을 간과한 세준이었다.
***
"냥냥냥~냥?!"
콧노래를 부르며 신나게 광속 상인 통로를 타고 탑 99층으로 향하던 테오가 갑자기 발걸음을 멈췄다.
"맞다냥! 뽑기를 하고 가야 한다냥!"
탑 75층에서 뽑기를 해야 하는 게 생각난 것.
"푸후훗. 역시 난 똑똑하다냥! 냥냥냥~"
탑 75층을 지나치기 전에 기억해낸 스스로를 칭찬하며 테오가 다시 콧노래를 부르며 이동했다.
그때
"냥?!"
자신의 앞에 나타난 두 갈래로 나눠진 길을 보며 테오가 당황했다.
"왜 길이 두 개냥?"
이곳은 길이 나누어져서는 안 되는 곳. 테오가 갈림길을 자세히 살펴봤다.
그리고
"냥! 여기는 원래 길이랑 바닥이 틀리다냥!"
테오가 왼쪽 길의 바닥 재질이 다르다는 것을 알아냈다.
"푸후훗. 테 부회장은 속지 않는다냥!"
테오가 당당한 발걸음으로 오른쪽 길로 걸어갔다.
잠시 후
쿵.
테오가 들어간 오른쪽 길이 닫히며 거대한 뱀의 얼굴이 나타났다.
광속 상인 통로에 구멍을 내고 길로 위장해 먹이가 스스로 들어오길 기다리고 있던 멸망의 12사도 중 3좌의 위치에 있는 세상을 삼키는 뱀, 요르문간드의 파편이었다.
-크크크. 이중 트릭이라는 거다. 멍청한 녀석.
괜히 머리 굴리다 스스로 적의 아가리로 들어간 테오였다.
229화. 근데 돈 많냥?
229화. 근데 돈 많냥?
유랑 상인 협회 본부.
"상인 통로에서 발생하는 실종 사건 조사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지? 용의자 파악은?"
협회장인 메이슨이 비밀감찰국 국장 베가에게 물었다.
"그게···아직 어떤 실마리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뭐?! 내가 알기로 상인 통로에서 최초 실종 사건이 발생한 이후 한 달이 지났고 이후 실종자 수만 1000명이 넘어가는 데 아직도 실마리 하나 못 잡았다고?!"
메이슨이 베가에게 호통을 쳤다. 이건 가벼운 일이 아니었다. 이 일이 알려지면 지금껏 상인 통로를 믿고 이용했던 유랑 상인들의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는 유랑 상인 협회에서 유랑 상인들의 안전을 보장하기에 유랑 상인들이 마음 놓고 움직일 수 있었던 것.
하지만 상인 통로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알려지면 유랑 상인들은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유랑 상인들이 멈추면 탑의 각 층에 물자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다. 여러 층에서 물자 부족으로 큰 소란이 일어날 것이다.
거기다 상인 통로는 유랑 상인들만 이용하는 것이 아니다. 상인 통로를 이용하던 외부 인원들의 유랑 상인 협회에 대한 신뢰도도 크게 떨어질 것이다.
그래서 이 실종 사건은 유랑 상인 협회가 처음부터 관심을 가지고 총력을 기울인 사건이었다. 그런데 용의자 파악은커녕 아직 실마리조차 못 찾았다니?
"죄송합니다!"
그런 엄청난 지원을 받은 비밀감찰국이기에 비밀감찰국 국장 베가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그때
똑.똑.똑.
벌컥.
노크를 한 존재가 들어오라는 허락도 받지도 않고 협회장실의 문을 급하게 열며 들어왔다.
"누구지? 처음 보는 얼굴인데?"
"접니다. 제이슨. 협회장님과 국장님께 실제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보고드릴 것이 있어 급하게 찾아왔습니다."
자신의 본모습을 절대 드러내지 않는 비밀감찰국의 전설적인 요원 제임스가 자신의 신분패를 보이며 고개를 숙여 둘에게 사과했다.
"아. 제임스 자네였나. 근데 급하게 보고해야 할 일이 뭔가?"
잠깐 긴장했던 메이슨이 안도하며 물었다.
"상인 통로 실종 사건의 실마리를 잡은 것 같습니다."
"그래?!"
"네. 그리고 좀 전에 대상인 유렌 님이 상인 통로에서 실종됐습니다."
"뭐?! 대상인 유렌이?! 사실인가?!"
"네. 사실입니다. 제가 조금 전까지 유렌 님과 같이 있었으니까요."
제임스는 상인 통로 실종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신분을 속이고 규모가 있는 상단의 호위 용병으로 고용돼 함께 이동하며 실마리를 찾고 있었다.
그러다
"유렌 님, 앞에 갈림길이 나타났습니다!"
유렌의 상단과 함께 움직이던 중 원래 없던 갈림길이 나타났고
"우리는 먼저 갈 테니 이곳을 조사하고 와라."
대상인 유렌은 다른 유랑 상인들의 안전을 생각해 용병들에게 다른 길의 조사를 맞기고 상행을 계속했다.
하지만 생각과 다르게 길을 따라 이동한 용병들은 멀쩡히 상인 통로의 출구에 도착했고 유렌의 상단이 감쪽같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큰일이군···."
"유렌 님까지···."
제임스의 말에 둘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3대 대상인 중 한 명인 유렌이 실종되다니··· 곧 유렌의 휘하에 있는 유랑 상인들을 통해 유렌의 실종 소식이 퍼지기 시작하면 탑에 소문이 퍼져나가는 것은 순식간이다.
"베가 국장, 일단 상인 통로를 보수한다는 명분으로 며칠간 상인 통로를 막는다!"
"네!"
일이 더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메이슨은 상인 통로를 막기로 했다.
***
"푸후훗. 테 부회장은 속지 않는다냥! 냥냥냥."
자신이 속지 않고 제대로 길을 간다고 확신하는 테오. 콧노래를 부르며 거침없이 길을 걸었다.
그러나
쉬익.쉬익.
길에 진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크기 수백 마리의 하얀색 뱀들이 테오를 포위했다.
"뭐냥? 머리에 이상한 숫자가 있다냥!"
그런 뱀의 머리 위에는 '0.01', '0.02' 같은 숫자가 적혀 있었다.
하지만
"테 부회장의 퇴근길을 막지 말라냥!"
테오는 숫자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앞을 막은 뱀들을 응징할 뿐.
빳칭.
"냐냐냥!"
땡그랑.
뱀들의 시체에서 하얀색의 크고 작은 코인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냥?! 뭐냥?! 멸망의 사도였냥?!"
테오가 코인을 떨어트리는 뱀들을 보며 기뻐했다.
그때
쉬익.쉬익.
다시 나타난 수백 마리의 뱀들이 테오를 향해 다가왔다.
"푸후훗. 박 회장에게 가져갈 나의 전리품이 돼라냥! 나의 노예 개론, 나와라냥!"
테오가 뱀들을 처치하며 개론을 소환했다.
"개론, 작아져서 나 테 부회장의 머리 위로 올라와 코인을 주우라냥!!"
-네!
팔짝.
테오의 지시에 개론이 작게 변신해 테오의 머리 위로 올라가
날름.날름.
자신의 혀를 이용해 백색 코인을 주워 테오의 봇짐에 코인을 넣었다.
"냐냐냥! 개론, 하나도 놓치지 말고 다 주워라냥!"
-네!
그렇게 테오가 뱀들을 열심히 처치하며 신나게 백색 코인을 벌고 있을 때
"막아라!"
"유렌 님을 보호해!"
앞쪽에서 전투를 벌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우웅.우웅.
황금색으로 변하는 테오의 앞발. 불꽃이의 황금 불꽃 버프가 앞에 재물 운이 있다며 신호를 보냈다.
"푸후훗. 역시 나는 운이 좋다냥! 앞에 황금이 있다냥! 가자! 개론!"
-네!
테오가 소리가 나는 곳으로 빠르게 달려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