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5화
화타임어택
"칫....."
도심 한복판.
갑작스럽게 등장한 로봇 아머에, 스타더스는 혀를 찼다.
[으으... 이거 조작이 왜이렇게 어려워요! 에잇!]
쉬이이이잉-
쾅. 쾅. 쾅.
스타브레이커... 저번에는 스타버스터로 왔었던, 저 기계장치를 탄 여자애.
에고스틱의 직전 테러에서 모습을 비춘 이 멤버는, 이번 테러에서도 바로 연속해서 나왔다.
그리고 전보다 꽤나 강해진 채로.
"...."
사실 동작 자체는 묘하게 저번보다 굼떴다.
마치 저번에는 사람같이 움직이는 느낌이었다면, 이번에는 뭔가 어색하게 조종당하는 느낌.
그러나, 차이점이라면 전보다 화력이 확실히 더 강해졌다.
소형 미사일이나 총기들 전부.
[에고오빠는 제가 지킬꺼에요!!!]
중간중간 그녀의 신경을 긁는 말들도 던지며, 그것은 홀로 착실히 스타더스를 막아내고 있었다.
사실상 저 스타브레이커 라는건 거의 일인 군단 수준. 혼자 온갖 총기류와 미사일등이 장착되어 스타더스에게 날아오고, 가까이 접근하면 주먹을 휘두르는 등 쉽지가 않았다.
심지어 소재자체도 회색이 아닌 은색이 되면서 더 강해졌는지, 은근히 타격이 저번보다 덜 들어가는 느낌.
그러나, 스타더스.
자신도 그동안 놀고 있던건 아니다.
[헤! 언니가 과연 절 막을 수 있을거 같아요?]
"....하."
자신을 향해 도발하는 소녀의 목소리를 들으며, 스타더스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10분이면 충분해."
너를 쓰러트리는데는 단 10분이면 충분하다.
그녀는 그 짧은 중얼거림과 동시에, 다시 그것을 향해 날아들었다.
기계 슈트 뒤로 희미하게 보이는, 에고스틱의 모습.
저 기계장치는 재빨리 쓰러트리고.
반드시 오늘, 진상을 밝혀내고 말겠다.
그렇게 스타더스는 이를 악물고 주먹을 휘둘렀다.
***
"서은아... 그렇게 말하면 스스로 안 부끄럽니?"
"...언니, 저 지금 집중하고 있으니까, 조용히해요!"
서은이는 얼굴이 붉어진 상태로, 앞자리에 앉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뒤를 돌아 그렇게 말한 최세희한테 소리를 빽 질렀다.
얼굴이 빨개진 이유가 초집중 상태여서인지, 아니면 아까 한 말들이 부끄러워선지 모르겠다.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조작하며 때때로 마이크를 켜 멘트도 몇마디 하는 서은이는, 그야말로 매소드 연기를 하고있는것 같았다.
손을 쉴새없이 놀리며 때때로 멘트도 치는걸 보면 마치 천재를 보는듯한 기분. 아, 생각해보니 서은이는 천재가 맞구나.
물론 멘트들이 옆에서 듣는 사람들마저 부끄럽게 만든다는 사소한 문제가 있기는 했지만, 그게 오히려 차밍포인트랄까.
다만.
"...서은아, 스타더스한테 아줌마라고 도발하는건 좀 그렇지 않을까?"
나는 옆에서 조심스럽게 의견을 건냈다.
아니, 아직 대학교 졸업도 안한 20대 초반 애한테 아줌마라니. 애초에 지금 스타더스 나이가 스물 셋 아니었나?
억까도 이런 억까가 없다.
물론 내가 막 스타더스가 아줌마 소리를 듣는게 불편하다던가 스타더스를 위해서라던가 스타더스를 좋아해서던가 그런건 절대 아니고, 그냥 억까여서 그런거다. 고품질 테러를 위해서는 과도한 억까는 지양해야 하는 법. 나는 빌런 단체의 수장으로써 테러의 품질 관리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암.
"...에휴. 오빠 앞에서는 진짜 무슨 말을 못하겠어요."
서은이는 그렇게 툴툴거리면서도, 다음 멘트를 칠때는 정상적인 호칭으로 스타더스를 불렀다. 훨씬 낫네.
하여튼, 그런 대화가 이어지며 이내 우리가 탄 차는 고속도로를 내려 점차 도시 쪽에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하도 고속으로 밟는 바람에 덜컹거리는 차안.
그런 험난한 상황에서도 힘겹게 노트북을 두들기던 서은이는, 이내 험난한 한숨을 내뱉었다.
"휴... 방금 날린 그게 마지막 미사일이에요. 이제는 어떻게 될 줄 모르겠어요... 이대로라면 얼마 못버틸꺼 같기는 한데..."
어찌나 집중했는지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 서은이.
나는 그런 그녀에게 옆에서 부채같은걸 휘둘러 땀을 식혀줬다. 고생시켜서 미안하다 서은아.
근데 이건 물어야겠어.
스타더스가 잠시 사라진 막간을 타, 나는 서은이한테 물었다.
"근데 서은아."
"네?"
"아까 너 사우스실버라고 했잖아, 그건 뭐야?"
"...아, 그거 제 빌런명으로 할려고요. 제 이름따서."
"엥? 그러면 웨스트실버가 맞는거 아니야?"
앞에 앉아있던 최세희가 뒤를 돌아보며 그렇게 묻자, 서은이는 한심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언니, 누가 멍청하게 이름을 그대로 번역해요? 그런 사소한게 덜미가 잡혀서 정체가 들통나는거에요. 당연히 변주를 좀 넣어야죠."
"...그래. 그럼 왜 하필 사우스야?"
"그게 서랑 제일 비슷하잖아요."
...그런가?
옆에서 조용히 듣던 나는, 그냥 고개만 끄덕이고 부채나 계속 부쳤다.
그래 뭐. 요즘 세대는 그렇게 작명하나보지.
참고로 그 짧은 답변을 하며 잠시 손을 풀며 쉬던 서은이는, 화면을 보며 다시 새된 비명을 질렀다.
"아니! 어떻게 벌써 일어나요! 말도 안돼!"
보아하니 서은이가 날린 회심의 일격을 스타더스가 그냥 버텨낸 모양.
별먼지는 역시 강했다.
그렇게 다시 초집중하며 미친듯이 노트북을 두들기던 서은이는, 이내 다급하게 소리질렀다.
"오빠! 언니! 이거 이제 오래 못버텨요!"
"수빈씨! 저희 얼마나 남았어요?"
"거리 자체는 얼마 안되는데, 이게 시내라 시간이 좀 걸려요! 안되겠다. 다들 꽉 잡아요!"
수빈씨의 샤우팅을 마지막으로, 좀 속도가 느려졌던 차가 다시 굉음을 내며 시내 거리를 이리저리 질주하기 시작했다.
마치 게임마냥 차도와 인도를 넘나들고 기물이란 기물은 다 파손하며 최단거리로 질주하는 자동차. 대피명령이 떨어져 인도에 사람이 없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물론 그 부작용으로 자동차 내부가 무슨 후룸라이드 탄거마냥 미친듯이 덜컹거리고, 온갖곳에 박아지고 있었지만.
"꺄아아아아악!"
앞자리에 앉은 최세희가 비명을 지르는 가운데.
나는 덜컹이는 와중에도 염동력을 써 서은이와 노트북만은 고정시켰다. 안그러면 안그래도 체구가 작은 서은이는 노트북이랑 같이 튕겨져나가게 생겼다고.
홀로 GTA를 찍고있는 수빈씨, 앞자리에서 생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공포의 현장을 직관하며 비명만 지르는 최세희, 이 와중에도 눈을 노트북에서 안떼고 손을 현란하게 놀리는 서은이, 하도 덜컹거려서 머리를 자동차 천장위에 찍고있는 나까지.
이게 무슨 고생이야. 이게 다 이설아 때문이야. 내 기필코 이설아는 내 앞에서 무릎꿇리고 만다 진짜.
모든 책임을 설아에게 전가하며, 우리는 달렸다.
아니 은월아. 대체 얼마나 멀리간거니.
물론 내가 최대한 의심을 피하기 위해 멀리 가라고 말하긴 했지만.... 너무 멀잖아!
하여튼 그런 와중에, 서은이가 안좋은 소식을 전하고 말았다.
"...오빠! 언니! 이제 제 스타브레이커도 망가지기 일보직전이에요! 이제부턴 오래 못버텨요!"
젠장.
안되겠다, 진짜 피 토하는거 각오하고 순간이동 해야하나?
내가 그런 각오를 할때, 앞자리에 앉아있던 최세희가 입을 열었다.
"...안되겠다! 야! 데스나이트 꺼내줘. 우리 먼저 갈께! 이 요단강 익스프레스보다 그게 더 빠르겠다!"
"뭐? 어떻게!"
"이 차보다는 우리가 그냥 건물 사이로 날아서 가는게 더 빠르겠다! 먼저 가서 막고있을 테니까 천천히 와! 이수빈, 차 멈춰봐!"
"....윽!"
그렇게 핸들을 꺾어 차가 급정거했고.
이내 차에서 내린 최세희는, 데식이와 연결된 반지를 손에 든 채 뛰었다.
마치 번개처럼, 엄청난 속도로 점프해서.
건물 옥상 위로 번개 잔상을 남기며 도약해, 그대로 번떡거리며 달려가 사라지는 모습.
...누가보면 전기 능력자가 아니라 고속이동 능력자인줄 알겠다 야.
그렇게 세희는 데스나이트랑 함께 사라지고.
우리는 다시 뽈뽈뽈 차를 끌고 출발했다.
또 덜컹거리며.
아니, 나도 이제 슬슬 불안한데.
나는 운전에 집중하고있는 수빈씨에게 말했다.
"....이 정도 거리는 괜찮을거 같은데, 수빈씨 저도 이제 순간이동 할께요!"
"말도 안되는 소리하지 마세요 다인씨! 그러다가 진짜 죽어요!"
....그리고 수빈씨에게서는 거의 듣기 힘든 화난 목소리를 듣고 가만히 있기로 했다.
저 죽는다는게 수빈씨가 직접 나를 죽인다는건 아니겠지...?
"...그래도 거의 다오긴 했으니까, 다인씨는 슬슬 이동할 준비 해주세요!"
그래, 그런거 같긴 하다.
슬슬 싸움의 소리가 들리네.
그와 동시에 콰앙-.
무언가 무너지는 소리가, 저쪽에서 들려왔다.
난리났다 난리났어.
***
"....휴.'
스타더스는 잠시 노랗게 빛나다 꺼진 자신의 주먹을 바라보았다.
쿠웅-.
그리고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
그래.
그녀는 끝내, 저 병기를 쓰러트리는데 성공했다.
즉. 이제 그녀와 에고스틱 사이를 막을건 아무것도 없다는 뜻.
스타더스는 위를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보이는, 저 위에서 팔짱을 끼고 자신을 내려다보는 에고스틱.
마치 자신보고 이리로 오라는 듯, 미동도 않은 채 망토만을 펄럭이고 있는 그를 올려다보며. 스타더스는 마음이 복잡해졌다.
...저게 아까까지 나와 해변에서 떠들던 그가 맞다고?
아니지, 저게 진짜 에고스틱이면 그 해변에 있던 사람이 에고스틱이 아니라는 말이니, 그가 아니라고 해야하나.
...내가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거지?
이제는 슬슬 헷갈릴 지경.
그러나, 그녀는 믿었다.
그런건 아마 에고스틱의 앞에 서 그와 몇마디 나눠보기만 한다면, 금새 자신의 '직감'으로 알아차릴 수 있을거라고.
그래.
일단 가자.
그렇게 굳센 마음을 먹고, 스타더스는 하늘 위로 날아올랐고.
이내 그녀한테 벼락이 내리꽂아졌다.
"...!"
황급히 피한 스타더스의 앞에 들려오는, 어떤 여자의 목소리.
"허억. 하하! 내가, 허억, 내가 왔다아!!"
[하하하!!! 이 몸도 왔소!!!!]
몸에 전기를 튀기며 날고 있는 여자와.
똑같이 전기를 몸에 흘린 채 서있는, 검은색 기사갑옷을 입은 유령.
갑자기 등장해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그 둘을 보며, 이제 신하루는 화가 나기보다는 그냥 억울해졌다.
아니, 왜 하필 이 타이밍에 다 튀어나오는거야 대체...
***
[아니 ㄹㅇ 이때까지 멤버들 거의 다 나왔네ㅋㅋㅋㅋ]
[이게 그 올스타전이냐 뭔가냐?]
[1대 4 구도 뭐임ㅋㅋㅋ 무슨 레이드함?]
[아 스타더스에 맞서려면 이정도는 끌고 와야한다고ㅋㅋㅋㅋ]
[일렉트라 왜 이렇게 오랜만이냐? 데스나이트도 올만이네ㅋㅋㅋㅋ]
[아니 데식이 전기두른거 뭐임ㅋ? 무슨 그새 진화라도함?ㅋㅋㅋㅋ]
"다인씨! 이제 다왔어요!"
"옙."
수빈씨의 말을 끝으로, 나는 가면을 쓴 채 이동할 준비를 했다.
...이정도면 타임어택, 성공한거겠지?
이제는 증명만 하면 된다.
가자.
"...삼십분전에 본 스타더스, 바로 또 보겠네요."
물론 이번엔 가면을 쓰고겠지만.
그 말을 끝으로, 나는 순간이동 했다.
스타더스 보러 가자.
내 알리바이를 증명하기 위해.
제 136화
화어둠과 번개의 노래
도시는 또한번 홍역을 치루고 있었다.
공중에서 닭모이 뿌리듯 폭탄을 뿌리던 빌런에 이어, 거대 로봇과 히어로의 전투까지.
그리고 아직 코스는 끝나지 않았다는 듯, 새로이 등장한 빌런.
바로 몸에 전기를 두르고 등장한, 검은색 갑옷의 기사.
데스나이트였다.
"...."
데스나이트의 생김세 자체는, 전에 스타더스가 마주쳤을때와 똑같았다.
머리에 올려진 칠흑의 투구. 몸을 감싸는 검은색 갑옷과, 그 뒤에 있는 다 찢어진 망토.
그리고 한 손에 들려 땅바닥에 놓여있는, 사람 키만한 거대한 대검까지.
여기까지야 전과 같았으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하면.
온 몸에 눈에 보일정도로 파직거리는 전기를 두르고 있다, 라고 할 수 있다.
[크하하하하하하!!! 몸안에 힘이 넘쳐흐르는구만!!!!]
그리고 그건 저번과 비교해서 꽤 큰 차이를 만들어넸다.
자신의 거대한 검을 휘두르는 데스나이트.
전신과 마찬가지로 표면에 전기가 튀기고 있는 그 커다란 대검을, 데스나이트가 하늘을 향해 들어올리자.
쿠르릉-.
콰아아아아아아아앙.
".....하아."
하늘에서 낙뢰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걸 공중에서 날아다니며 피한 스타더스.
[크하하하!!!! 어떠냐!!!!!]
"데식 아재! 이제 슬슬 공격해봐요!!"
[알았네. 자, 이제부터 진심으로 가겠다네!]
제자리에 서 검만 휘두르던 데스나이트는, 뒤쪽에서 그에게 전기를 공급하며 땀을 흘리고 있는 일렉트라의 말에 본격적으로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흐럇!]
거대한 대검을 들고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데스나이트를 보며, 스타더스는 우울히 생각했다.
...나는 그냥 에고스틱이나 보려고 했던건데, 왜 일이 자꾸 오늘따라 이렇게 흘러가는거지.
한숨을 삼키며, 스타더스는 주먹을 쥐었다.
그래. 일단 다 쓰러트리고 생각하자.
***
[지금 누가 이기고 있는거임??]
[거의 비등비등한듯ㅋㅋㅋ]
[데스나이트 역시 강하네 전기까지 두르더니 더 강해짐ㄷㄷ]
[검 휘두를때마다 전기 튀기는게 간지긴 해ㅋㅋㅋㅋ]
[와 근데 스타더스 저번에 보니까 ㄹㅇ 강하던데 어케버팀?]
[어케버티긴 지금 사실상 데스나이트+일렉트라 2:1로 스타더스랑 싸우니까 그러지ㅋㅋㅋ]
[아 지금보니 일렉트라가 뒤에서 전기 쏴주고있긴 하네ㅋㅋㅋㅋ]
[내가 뉴스를 보는건지 영화를 보는건지 모르겠네 왤케 현란함ㅋㅋㅋㅋㅋ]
"하아...."
[크하하하하!!! 이게 다인가!!! 더 보여달란 말이다!!!]
무슨 춤추듯 검을 휘두르는 데스나이트를 보며, 스타더스는 인정했다.
쟤는 강하다. 저번보다 훨씬.
사실 마지막으로 데스나이트와 싸웠을때랑 비교해보면, 스타더스 그녀또한 굉장히 그때보다는 강해졌다. 그사이 월광무녀도 상대하고, 달의 괴물도 상대해가며 상당히 진화한 능력.
즉, 데스나이트는 그런 그녀와 비등하게 싸우고 있다는 거다.
"..."
전기를 내뿜으며 대검을 휘두르는 데스나이트를 보며, 스타더스는 고민했다.
...공격중에 계속 전격을 뿜어내 다방면으로 압박이 들어와 방어하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공격이다.
저 데스나이트의 온 몸. 몸이 아니라 영혼이라고 해야하나? 하여튼 그것들또한 전류가 흐르고 있어 상당히 공격하기도 껄끄러운 상황. 마치 가시를 잔뜩 두른 고슴도치를 때리는 것처럼, 상대하기가 쉽지 않았다. 공격을 하는 그녀에게도 피해가 가기에.
[자, 와라!!! 겁쟁이처럼 도망치지 말고 오란말이다!!!]
검을 휘두를때마다 그녀에게 휘몰아치는 낙뢰.
그것들을 피해가며, 스타더스는 머리를 굴렸다.
...안그래도 그 스타브레이커라는 기계장치를 무찌르느라 전보다 체력이 좀 떨어진 상태.
거기에 데스나이트가 전보다 더 강해진 상태로 등장하니, 그녀로써는 꽤나 곤란한 상태였다.
원래부터 꽤나 강했던 데스나이트의 공격에 전기가 흐르며 더 강해졌고, 심지어 검을 휘둘러 낙뢰를 떨어트리는 방식으로 원거리 공격까지 해 거리를 벌려 잠시 체력을 회복하는것도 힘들었다.
거기에다가 아까 말한 것처럼 몸에 전류가 흘러 그녀가 공격을 하는것도 꽤나 껄끄러워진 상황.
즉, 이렇게 되면 전투는 더욱 길어질 수밖에 없다. 그녀가 지지는 않는다 해도, 쓰러트리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거라는 말.
그리고 그건, 한시라도 빨리 에고스틱을 마주해 아까 해변에서의 인물과 그가 동일인인지 확인하고픈 스타더스에겐 무엇보다 안좋은 일이었다.
"....하아."
고개를 돌려 바라보면, 현재 에고스틱은 저 멀리 한쪽편에 떠서, 카메라로 이곳을 찍고있는 모습. 멀리있어서 잘 보이지도 않는다.
결론적으로 말해, 지금 상황은 그녀에게 있어서 매우 안좋게 돌아가는 상태.
[크하하하! 스타더스 자네도 역시 이 진화한 힘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구만!!!]
계속해서 검을 휘둘러 번개를 떨어트리리는 데스나이트.
그래, 저 번개. 전기가 문제다. 예전의 데스나이트와 지금의 데스나이트의 가장 큰 차이.
저번처럼 저 전기능력만 없더라면 벌써 쓰러트렸을 수 있었을텐데...
그런 생각을 하던 그녀는, 문득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떠올랐다.
...저 갑옷과 대검을 두르는 전기가 문제라면, 저것만 없애버리면 된다는거 아닌가?
순간 머리를 스친 발상에, 그녀는 하늘을 날아다니며 데스나이트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래. 그의 등쪽에, 전기로 이루어진 무언가가 저 멀리서 쏘아지고 있는 모습. 저게 아마 아까부터 데스나이트에게 전류를 공급하고 있는 거겠지.
그럼 그 전류를 공급하고 있는 이를 처리하면, 이 모든게 끝난다는거 아닌가?
그런 판단을 내린 스타더스는, 이내 데스나이트에게 집중되었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정확히는 마치 충전기 선처럼 데스나이트의 등쪽에 희미하게 연결된, 전류가 공급되고 있는 쪽으로.
"....저기네."
그렇게 짧게 중얼거린 그녀는, 이내 공중에서 박차올라 아래쪽으로 수직낙하했다.
정확히는, 데스나이트에게 전류가 공급되고 있는 쪽으로.
[이봐!!! 어디가는건가!!!]
저 밑에서 데스나이트가 검을 휘두르며 그녀를 향해 뛰어오는걸 무시한 채, 공중에서 더욱 빠른 속도로 내리꽂은 그녀가 향한 곳은.
"아니, 뭐야!"
저쪽 한쪽편 건물 옆에서, 땀을 흘려가며 데스나이트에게 전류를 공급해주고 있던 일렉트라였다.
자신을 향해 빠른 속도로 내려오는 스타더스를 보며, 명백히 당황한 표정을 짓는 그녀. 쏜살같이 날아오는 스타더스를 보고는 급히 몸 주위로 전류 자기장 같은걸 펼친 채, 그녀는 스타더스에게 말했다.
"아니, 왜 갑자기 나한테 지랄이야!"
억울하다는 듯 소리치며 급히 데스나이트에게 보내던 전류공급을 끊고, 전기를 사방에 쏘며 최대한 스타더스에게 맞서 싸우는 일렉트라.
하지만 그것은 이미 공격범위 안에 접근하는데 성공한 스타더스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엑."
결국 그렇게 방심하고있던 일렉트라는 허무하게 스타더스에게 K.O 되고.
[아니!!! 이런 비겁한 사람을 봤나! 정정당당하게 싸우란 말이다!!!]
뒤늦게 달려와 검을 휘두르는 데스나이트는, 이미 전기능력을 잃은 상태였기에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크아악!!!]
그렇게 마지막 힘까지 쥐어짜, 데스나이트마저 보내버린 스타더스.
그렇게 그녀는 모두를 쓰러트리고, 홀로 서게 되었다.
"휴우...."
쓰러질것 같다.
그게 그녀의 감상이었다.
애초에 이렇게 3연속으로 빌런을 상대한건 그녀로써도 처음.
생각보다 체력이 훅훅 빠져, 몸을 움직이기도 힘들 정도다.
즉, 지금 상황에서 또 다른 빌런이 튀어나오면 그녀로써는 상당히 상대하기 힘든 상태다.
"..."
그런 생각이 든 스타더스는 고개를 돌려 주위를 돌아보았다. 이미 한번 억까를 경험해본 만큼, 이제는 자연스럽게 경계하게 된 그녀.
그러나 다행히도 다른 빌런이 또 튀어나오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 뜻은.
모든 상황이 얼추 정리됐다고 판단한 후, 스타더스는 위를 올라다보았고.
그곳에는.
-짝짝짝짝짝짝.
저 하늘 위에서, 자신을 내려다보며 박수를 치고있는 에고스틱의 모습이 보였다.
...드디어, 인가.
스타더스, 신하루는 살짝 경직된 표정으로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래, 이제야 보게 되는구나.
신하루는 빠르게 상황을 정리해 보았다.
자신은 분명, 에고스틱으로 추정되는 남자와 해변에서 함께 있었다.
그리고 그때, 그곳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이 도시에서 에고스틱이 등장했다. 자신이 그 남자와 같이 있을때.
즉, 한사람이 동시에 다른 장소에 있을수는 없으므로, 둘 중 한명은 에고스틱이 아니라는 소리.
그리고 그녀는 개인적으로, 저 앞쪽에 있는게 에고스틱이 아닌 모종의 방법으로 만들어진 가짜라고 의심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자신이 해변에서 본 다인. 그가 에고스틱이라는걸 직감적으로 거의 확신했기에.
결국 저기 있는 저 에고스틱만 가짜라는게 증명되면, 다인이 에고스틱이라는게 확정된다.
그리고 저기 공중에 떠있는 자가 에고스틱이 맞는지는, 그저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만 나눠보면 알 수 있다.
자신은 에고스틱 전문가니까, 당연히.
그렇게 마음을 굳게 먹고 에고스틱이 있는 하늘로 올라간 신하루가 본 것은.
"오랜만입니다 스타더스씨! 저번보다 상당히 강해지셨네요. 대단하십니다!"
천연덕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향해 박수를 치는 에고스틱이었다.
'...어라?'
그리고 그런 에고스틱을 본 신하루의 머리는, 순간 멍해졌다.
....얘, 진짜 에고스틱 맞는거 같은데?
***
아슬아슬하게, 세이프.
나를 당황스럽다는 듯 바라보는 스타더스를 보며,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흘렸다.
...데스나이트랑 일렉트라가 시간을 벌어주는 동안, 간신히 달려와 은월이의 환상과 몰래 교체하는데 성공했다.
당연히 그사이에 순간이동을 하기는 했지만, 이정도는 괜찮다. 좀 온몸이 쑤시듯 아픈거 빼곤...
"...아니. 잠깐, 뭐야?'
나를 보고선 혼란스럽다는 듯 머리를 부여잡는 스타더스를 보곤, 나는 그냥 아무것도 모르는척 미소를 지었다.
"흠. 그래도 역시 쉽지 않으셨나봅니다? 하하! 오래 싸우셔서 머리가 아프신가보네요!"
"...."
머리를 부여잡은 채 나를 향해 원망스럽다는듯 바라보는 스타더스를 보며, 나는 속으로 찔끔했지만 계속 미소를 유지했다.
그리고 그런 나를 살짝 노려보던 그녀는.
한숨을 쉬더니, 나에게 말했다.
"아니, 하...."
"왜 그러십니까?"
"....야."
"네?"
갑자기 나한테 말을 툭 놓은 그녀는, 이내 직설적으로 내게 물었다.
"그거, 너지."
"...네?"
"아까 나랑 같이 있던거, 너 아니야?"
"쿨럭. 무슨 소리입니까? 꿈꾸셨어요?"
에고류 비기(祕器)-
오리발 내밀기.
나는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건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치 세상 황당한 소리를 들었다는 듯, 순진무구하게.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그러면서 나는 일단 방송이나 체크했다. 그래, 혹시몰라 음소거는 이미 해놓은지 오래. 즉, 막나가도 된다는 소리.
"...아니, 아까 해변에서.."
나를 압박해오는 그녀에게, 나는 오히려 뻔뻔하게 소리쳤다. 뭐든지 다 기세다 기세.
"스타더스씨. 쿨럭.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겁니까? 몇달만에 처음 본 아치에너미를 붙잡고 싸우려 들기는 커녕 뚱딴지같은, 쿨럭, 소리만 하시니 굉장히 당황스럽네요. 히어로가 이래도 되는겁니까!"
"아니..."
"네? 히어로가 이래도 되는겁니까? 쿨럭, 말씀해보세요! 쿨럭."
나는 기세를 타 그렇게 소리쳤다.
막나가 막나가. 그냥 막나가는거에요. 정신을 못차리게.
근데 왜 이렇게 기침이 나냐. 중요한 순간에, 쯧.
그런 내 갑작스운 무지성 일갈에, 스타더스의 표정이 굳었다.
"야..."
"쿨럭. 뭐요."
"너..."
내 얼굴 아래쪽을 보며 말하는 그녀.
왜저래. 뭐라도 묻었나?
그렇게 나는 내 얼굴에 손을 가져다댔고.
뭔가 묻길레 봤더니.
"....피?"
내 입가쪽에서 핏줄기 하나가 턱쪽을 타고 흐르고 있었다.
...아니, 시발. 왜 하필 이 타이밍에.
'....돌겠네, 진짜.'
제 137화
화심란
예전부터 어르신들이 자주 하던 충고가 있었다.
뭐니뭐니해도 건강이 먼저다. 건강부터 챙겨라. 몸이 제일가는 자산이다, 뭐 이런 얘기들.
그리고 매번 느끼는거지만.
어르신들 말씀은 틀리는 법이 없다.
"....."
"....."
도시의 거리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하늘.
그곳의 분위기는 갑자기 싸해졌다.
하 시발. 이래서 무리하면 안되는건데.
진짜 자동차를 코앞까지 끌고왔는데, 이정도 순간이동했다고 피가 나올줄 몰랐다.
그나마 각혈까지 한건 아니라는게 다행일까.
하여튼, 괜히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나를 보고 당황한 표정을 짓고있는 스타더스.
그래, 얼마나 당황스럽겠어. 악당이 아직 싸우지도 않았는데 혼자 입가에 피를 주륵 흘리고 있으니까. 누가 보면 이미 그녀가 몇대 때린 줄 알거다.
아무것도 안하고 혼자 공중에 둥둥 떠있다가 입가에서 피나 흘리는 나를 보며, 얼굴이 굳은 스타더스. 얼마나 어이가 없어하면 얼굴이 굳는걸까. 속으로 '이 병신은 뭐지?'라고 생각하고 있는게 틀림없다. 혀 씹었다고 생각하는거 아니야?
하지만 오히려 이럴때일수록 당황하면 안된다. 예기치 않은 일이 벌어져도 무슨 일 있었냐는 듯 웃으며 넘기는게 프로. 나는 마치 먼지를 닦듯 자연스럽게 얼굴 아래 묻은 피를 닦은 뒤, 아무 일 없던것처럼 다시 입을 열었다.
"....하여튼, 이번에는 깜짝 놀랐습니다 스타더스씨! 연휴 마지막날을 기념해 제가 준비한 깜짝 테러를 이렇게 쉽게 막으실 줄이야, 역시 상상 그 이상이군요. 쿨럭. 잠깐 실례."
마지막 순간에 기침이 나온 나는 자연스럽게 한손으로 입가를 가렸다. 그리고 다시 팔을 내리면서 슬쩍 손을 확인해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기어코 피가 묻어나온 모습.
그래, 내 이럴줄 알았다. 안가렸으면 전국민 앞에서 각혈하는 모습을 보여줄 뻔했네.
그렇게 자연스럽게 팔을 내린 뒤 나는 은근슬쩍 손을 뒤로 보내서 가렸다. 참고로 그러는동안 스타더스의 눈은 내 손을 따라 아래로 내려갔다 다시 위로 올라왔다. 뭐야, 남의 손은 왜보고있어?
하여튼 여기서 더 있다가는 피를 계속 토할수도 있고, 스타더스도 언제 나한테 달려들을 지 모르니. 빠르게 끝내자.
다시 커흠, 하고 헛기침을 한 나는 입을 열었다.
"이번에 확실히 당신의 전력을 알았으니... 다음번에는 오늘같지 않을겁니다. 그럼, 아디오스!"
거기까지 말한 나는, 손가락을 탁 튕김과 동시에 미리 준비해놨던 연막탄을 쐈다.
순식간에 공중에 솟아나 내 몸을 가르는 회색빛 연기.
그전까지 굳은 얼굴로 내 손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스타더스가 황급히 나한테 달려들었으나, 이미 나는 순간이동한지 오래.
왜 스타더스가 저렇게 얼타는지는 모르겠지만, 도망칠 기회였으므로 나는 도망쳤을 뿐이다.
하아, 힘든 하루였다.
집에 좀 가자 집.
***
연휴 마지막날 에고스틱이 일으킨 테러.
역시 대략 3개월만에 일어난 이 테러는, 또다시 히어로 빌런 관련 커뮤니티에 뜨거운 화젯거리가 되었다.
주로 나온 이야기들은 새롭게 등장한 스타브레이커에 관한 이야기, 이번에 일렉트라와 데스나이트의 조합 등등이었으나.
역시나 사람들은, 마지막에 일어났던 해프닝에도 주목했다.
*
[에고스틱 ㄹㅇ 어디 아픈거 아니냐?]
아니 멀쩡히 서있다가 입가에 피가 주륵 흐르는데
ㄹㅇ몸이 정상이면 그러겠음?
애초에 그날 한것도 별로 없는데 왜 그러겠냐고
걱정되네
=[댓글]=
[막 기침 계속 할때부터 좀 걱정스럽더니 피까지 흘리는거 보고 ㄹㅇ섬찟함]
[망고 오래 오래 살아야되는데 그러니까 걱정되긴 하더라]
[근데 뭐 사실 빌런이나 히어로들이 피흘리는 별일 아니긴 해... 라고 생각하는 중]
ㄴ[맞긴한데 망고 이번에 폭탄 뿌리기 말고는 아무것도 안하지 않음? 갑자기 피흘리는거 보면 몸이 그냥 어디 안좋은거 같은데]
[생각해보니까 요즘들어 테러도 직접 안하고 다 자기 멤버들이 대신하지 않았음? 설마 그 이유가? 헉...]
ㄴ[갈!!!!!!!!!!]
ㄴ[어어 왜 추측이 점점 진화하냐]
[에고스틱 시한부인거 아님? 피토하고 그러는거 시한부나 그러던데]
ㄴ[진짜 지랄하지마]
ㄴ[이건 좀 망상이네ㅋㅋㅋㅋ 아주 저주를 하지 그럼?]
ㄴ[누가보면 각혈이라도 한줄ㅋㅋㅋㅋㅋ]
*
[기사도 떴는데???]
---
속보)에고스틱 '건강이상설?'
A급빌런 에고스틱의 건강이상설이 새롭게 도마 위에 올랐다. 어제 오후 4시경 진행된 테러에서 대국민 생방송을 하던 에고스틱이 입에서 피가 한줄기 흐른 것. 이에 네티즌들은 '건강에 문제가 있는거 아니냐'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날 에고스틱은 연휴 마지막 기념이라는 방제(방송제목)로 자신 사단의 빌런 3명과 테러를 하던 도중 A급 히어로 스타더스에 의해 격파되어 도주했다.
-유중뉴스 이기영 기자(gomusin@youjung.co.kr)
---
댓글도 꽤 많더라
=[댓글]=
[기자게이 망붕이였음?]
ㄴ[이미 다른 커뮤에서도 이번일 꽤 많이 다뤘다...]
ㄴ[아니 방송3사 생중계를 때렸는데 다들 많이봤지ㅋㅋㅋㅋ]
ㄴ[뉴스 댓글엔 다 어르신들일텐데 에고스틱 욕하는거 아님?]
ㄴ[아니. 댓글보니까 이러면 에고스틱 테마주 떨어진다고 슬퍼하면서 망고보고 빨리 나으라고 덕담해주던데?]
ㄴ[ㅅㅂㅋㅋㅋㅋㅋ 그놈의 주식은 진짜ㅋㅋㅋㅋ]
***
"....."
신하루는 멍하니 휴대폰을 바라보다가, 한숨과 함께 소파에 놨다.
지금 그녀의 머리는 거의 터지기 직전.
그리고 당연히 그 이유는, 에고스틱 때문이었다.
소파 앞의 티비에서 나오는 소리를 흘려들으며, 그녀는 복잡하게 얽힌 생각을 정리했다.
해변에서의 남자가 에고스틱인가?
그녀는 이제 그것을 확신하기 힘들었다.
집에 돌아와 곰곰이 생각해보니, 사실 증거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냥 자기가 느끼기에... 아무 근거는 없지만, 그저 에고스틱 같았을 뿐. 사실 집에와서 그 감각이 사라지고 생각해보니, 그녀가 한건 그냥 망상일 뿐이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건, 그녀가 그와 대화를 나누고 있을때 에고스틱은 이미 다른 곳에서 테러를 일으키고 있었다는거다. 사실 이것만으로도 그가 에고스틱이 아니라는건 입증된다.
자신의 근거없는 망상과. 실제로 있는 명확한 알리바이.
히어로로써, 나라의 녹을 받는 영웅으로써.
그녀가 믿어야할건 정해져있었다.
'...그래, 그냥 내가 착각한거겠지.'
애초에 자신의 직감이 맞은적이 없다.
괜히 애꿎은 남자였다면 그렇게 추궁한게 미안할지경.
...물론 어느정도 찝찝함은 남아있었지만, 지금처럼 아니라는 근거가 명확한 상황에서 자신의 망상만으로 몰고가는 것도 히어로로써는 못할 짓이었다.
거기에 다인에 대해 따로 조사해보자니 그건 고위공직자의 민간인 사찰이라 안되고.
사실 그것보다, 그녀가 더 신경쓰는게 있었다.
바로 테러를 일으키던 에고스틱이, 갑자기 입에서 피를 흘린것.
처음에 입가에 피 한줄기가 흐른 것만으로도 어째서인지 그걸 본 그녀의 가슴이 철렁하였다. 이유는 자신도 잘 모르겠지만.
거기에,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모르는 눈치지만.
그가 마지막에 기침을 했을때, 얼핏보면 손에 피가 묻어있는걸로 보였다.
자신의 착각일수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왜 그런거지.
뭔가 무리라도 한걸까.
"...내가 이걸 왜 생각하고있지."
그렇게 심란해하던 신하루는, 순간 얼굴을 굳혔다.
....또 이런다.
정신차려 신하루, 아니. 스타더스.
쟤는 악당이야, 너는 히어로고.
'쓰레기같은 악당이라기엔 착한 일도 했는데.'
머릿속에서 든 반박은 무시했다.
착한일을 했다고 나쁜일을 하는게 정당화되는건 아니다.
실시간으로 테러를 일으키는 악당을 붙잡고 무찌를 생각은 하지 못할 망정, 누가 누굴 걱정하는거야?
방금전까지만 해도 테러를 하던 빌런을 걱정해?
'....그래. 악당이 어떻게 되든, 그건 내 알바가 아니야.'
혼자 가만히 앉아서 갑자기 의지를 되세길 때, 마침 티비에서 나오는 목소리가 그녀의 귀에 들렸다.
[....그러니까, 에고스틱 그 테러리스트가 자신의 패거리를 끌고 와 또 간악한 범죄행위를 저질렀다는겁니다. 국가는 뭐하는 겁니까? 협회는 뭐하는 겁니까? 저런 쓰레기를 감방에 하루빨리 쳐박지는 못할망정!...]
[자, 자. 너무 흥분하셨습니다. 진정하시고.]
[지금 진정하게생겼습니까! 저런 사이코패스가 도시에서 폭탄을 들고 활개친다고 생각하니 무서워서 거리를 못돌아다니게 생겼습니다! 저런 쓰레기를 당장...]
그걸 듣던 신하루는 그냥 리모컨을 들고 티비를 꺼버렸다.
...악당은 맞긴 한데, 쓰레기는 아니다.
그리고 저 여자, 예전에 유튜브에서 봤던거 같은데.
"에휴...."
에고스틱은 악당이니까 걱정해줄 필요도 없다.
에고스틱이 아프든 나한테 중요한게 아니다.
에고스틱이 아프다.
왜 아프지?
"....."
순간 어제 입에 피를 흘리던 에고스틱과, 예전에 자신을 대신해 괴물에게 공격당해 피를 흘리던 에고스틱의 모습이 겹쳐지며 철렁한 그녀는.
다시 고개를 털었다. 왜이러지, 그만 생각하자. 에고스틱 생각은 그만.
...그렇게 에고스틱의 생각을 그만하니, 다시 다인의 생각이 났다.
해변에서 자신과 웃으며 떠들던 그. 그녀로써는 오랜만에 처음 본 사람과 대화를 하며 즐거움을 느낀 일이었다.
에고스틱이 아닌거같다는 판단을 내리기는 했지만.
아니, 근데 진짜 비슷했는데.
"...아오! 진짜!"
어째 다람쥐 쳇바퀴 돌듯 계속 같은 생각만 돌고돌며 하는걸 깨달은 신하루는, 이내 괜히 옆에있는 쿠션이나 내리쳤다.
...이러다가 진짜 사람 미치겠다. 생각이 의식의 흐름대로 두서도 없는데, 결국에는 에고스틱 생각 뿐이고. 안그래도 월광교를 비롯해 다른 빌런들도 신경쓸거 많은데 자꾸 이 생각만 들고.
그래.
생각해보니 이렇게 머리가 복잡할때는, 늘 설아와 상담했었지.
그러고나면 어느정도는 정리됬었다.
"...설아한테 전화나 걸어볼까."
그렇게 결론을 내린 하루는 휴대폰을 들어 설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안받네."
...사실 어제 왜 에고스틱이 테러 일으킬때 안왔는지, 그것도 궁금했는데. 다인에 관해서도 좀 묻고싶었고.
지금 바쁜가?
***
-따르릉.
"설아씨."
"네.."
"잘했어요?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
일하느라 바쁘가보지, 뭐.
나중에 다시 전화하자.
신하루는 그저 그렇게 단순히 생각할 뿐이었다.
제 138화
화유성
유성기업.
대한민국 제 1위의 초거대기업.
세계 대기업 순위에서 유일하게 10위안에 들어가는 이 기업은, 처음부터 이렇게 독보적인 기업은 아니었다.
늘 3대 대기업에는 자리를 올렸지만, 그뿐.
시총과 인지도 자체는 한은그룹에 살짝 밀리는, 그냥 평범하게 유명한 대기업들 중 하나였을 뿐.
그러나 이는 최근 몇년사이에 크게 뒤바뀌었다.
바로 한은그룹이 스스로 자멸하면서, 판이 흔들어져버린 것.
간크게도 서울 지하에서 생체병기 제조를 시도하던 그들의 만행이 연구실패로 만천하에 드러나며, 기업은 그대로 풍비박산이 나버렸다.
한은그룹의 고위급 간부들은 전부 해외로 도주하고, 남은 핵심 개발진들은 테러를 일으키다가 다른 빌런한테 제압당하고.
그렇게 조각조각난 한은그룹 계열사들과 갈 곳 잃은 임직원들, 공중에 붕 뜬 기술들과 상표들을 전부 유성기업이 먹어버리며 상황은 굉장히 급격히 변하기 시작했다.
마치 이런 때만을 노렸다는듯 한은그룹의 부도와 연이은 테러로 국가가 혼란스러운 틈을 타, 로비와 협박으로 다른 기업들마저 하나 둘 인수하기 시작한 유성기업.
그리고 정부가 눈치챘을 때, 유성기업은 이미 대한민국 재계를 거진 장악한 뒤였다.
그렇게 재계를 넘어 정치계까지 집어삼키고 있는 유성.
그리고 이 모든 일은, 이설아라는 여자의 지휘아래 일어난 일들이다.
이설아.
재벌 3세와 A급 히어로라는 둘 중 하나도 갖기 힘든 타이틀을 둘 다 가진 그녀.
갓 성인이 된 나이에 회사의 실권을 장악한 그녀는, 회장의 비공식 은퇴후 사장으로 임명되며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사실 유성기업의 이 모든 업적들은 이설아에 의해 이루어졌다는게 세간에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
신묘한 정치질과 속을 알 수 없는 행보, 어디서 알아온건지 모르겠는 고급 정보들로 기업과 정부를 뒤흔드는 그녀는 이미 기업인들에게 공포의 상징이었다.
거기에 본인 스스로가 히어로라 대중에게 나름 인기가 있고, 협회 소속이기에 직접적으로 보내버릴 수도 없고, 부산을 거점으로 해 지역의 충성도까지 지닌.
그야말로 무소불위의 권력자.
이제는 그녀가 재계 정치계를 넘어 대한민국 그 자체를 집어삼키려고 한다는 공포감이 사회 지도층 사이에서 팽배한 가운데.
대한민국에서 현재 제일 경외시되는 존재인 그녀는.
지금 내 앞에서 머리를 푹 숙인채 쩔쩔매고 있었다.
"...잘못했어요?"
"네...."
부산에서 제일 높은, 유성기업 본사 건물의 최상층.
그곳을 혼자 다 차지하는 사장실에서, 나는 앉아있었다.
정확히는 훨체어에 링거 맞으면서 앉아있었다.
"아니, 대체 그 상황에서 신하루를 데리고 온 이유가 뭐라고요?"
"...그, 하루가 당연히 다인씨를 못알아 볼줄 알고... 좀 사석에서 친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하아."
그녀의 말에 내가 한숨을 쉬자, 흠칫 놀라며 나를 곁눈질로 흝어보는 이설아.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나는 다시 목소리를 깔고 입을 열었다. 당연히 평소처럼 편하게 말을 놓지않고, 딱딱하게 존댓말로.
"....휴, 이미 지나간 일을 말해봤자 뭐하겠습니까. 비록 무리해서 능력 남용하느라 몸상태는 엉망이고, 이제는 스타더스마저 제 정체를 알아내 잡혀갈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저는 괜찮습니다."
대놓고 안괜찮다는 듯 하는 내 말에 이설아는 계속 불안한듯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그러다 슬쩍 고개를 들더니, 내 가라앉은 시선을 보고 다시 푹 숙이는 그녀.
나는 그녀한테 다시 말했다.
"...그건 괜찮지만, 이설아씨한테는 개인적으로 실망했습니다. 앞으로 뭘 믿고 말할지도 모르겠네요. 이러다가는 제 집 위치도 무슨 이유가 있다며 다른사람들에게 알리는거 아닙니까?"
"아니요! 그건 절대!"
"조용히 하세요."
"네..."
다시 이설아의 입을 다물게 한다음, 나는 그녀한테 물었다. 아까처럼 압박의 의미도 있지만, 진짜 궁금하기도 해서.
"그래서, 왜 그러셨습니까?"
"네?..."
"아니, 무슨 이유야 있었겠죠. 제 말은 무슨 생각으로 그랬냔 말입니다. 상식적으로 누가봐도 위험천만한 계획이잖아요? 애초에 그 이후에 당연히 제가 이설아씨를 좋게 볼리도 없고요. 왜그러신거에요?"
"그게..."
그리고 이내 이설아는 조심스럽게 나에게 이유를 설명했다.
그래서 듣고보니 그 이유가.
"술?"
"네. 술을 마시니까 잠시 이성적 판단이 흐려져서..."
술마시고 심신미약으로 그랬다는건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같은데.
다만 혹시 모르니 나는 원작을 곰곰히 떠올려봤다.
이설아에게는 스타더스만큼 관심이 없었어서 세세한 설정은 잘 모르는데...
술, 술이라.
그렇게 잠시 기억의 세계에 빠진 나는, 원작에서 이설아가 술을 마시고 우발적으로 기업체 하나를 박아버렸다는 걸 생각해냈다.
아니, 원래부터 그랬었네.
"앞으로 술 마시는건 금지에요. 오케이?"
"...네?"
"술. 금지. 싫으면 우리 이제 더이상 만나지 말고."
"...네! 알았어요, 이제부턴 정말 안마실게요!"
내가 훨체어를 돌려 문밖으로 나갈려고 하자, 다급히 대답하는 그녀.
사실 나는 원래부터 순간이동으로 사라져서 문밖으로 나간적은 없으니, 그냥 뭐 보여주기긴 하다만.
뭔가 스스로 말해놓고도 자신이 정말 술을 안마실 수 있을지 긴가민가해 보이는 이설아를 보고, 나는 한숨을 흘렸다.
대체 누가 쟤를 알콜중독으로 만든거야?
...따지고보면 나긴 한데, 그런 사실은 굳이 따지지 않기로 했다.
"하아... 쿨럭, 쿨럭."
내가 잠시 한숨을 쉰 뒤 다시 피를 토하자 얼굴이 새하얘지는 그녀.
나는 미리 준비해온 손수건으로 닦은 뒤, 다시 피곤한 듯 말했다.
"에휴... 그래. 생각해보니 이게 왜 이설아씨 잘못이겠습니까. 이설아씨를 믿은 제 잘못이죠. 제가 조금만 더 주의했어도 됐을텐데, 이설아씨를 너무 신뢰했었네요. 쿨럭. 생각할수록 부주의한 제 잘못인거 같습니다."
"....죄송해요, 흑."
이런. 너무 돌렸나?
좀 압박을 여러차례 하다보니 이젠 눈물까지 찔끔 흘리려 드는 이설아를 보니 살짝 마음이 아팠다.
그래도 어쩔 수 없는게, 이런 일이 또 일어날 수도 있어서 확실히 해놔야한다. 고의는 아니였데도, 신하루한테 들켜서 그대로 다 망할뻔하기도 했고.
"잘못했죠?"
"진짜 잘못했어요..."
흠. 원래는 더 친해지고 부탁하려 한건데.
이 기회에 그냥 해버리자.
"잘못했으면 저랑 사업 하나 하시죠."
"....네?"
갑작스러운 내 사업제안에 의아한 듯 고개를 드는 그녀를 보며, 나는 입을 열었다.
일은 나중에 벌인다고 해도, 일단은 허락만 먼저 받아놔야지.
어차피 얼굴 이름 팔린마당에 거리낄 것도 없다.
***
"휴...."
다인이 떠난 직후.
이설아는 조용히 와인잔에다가 포도주스를 따라 마셨다.
"...그래도 손절은 피했네."
씁쓸하게 중얼거리며 포도주스를 원샷해버린 그녀.
도수가 없어서인지 머리가 아픈건 나아지진 않겠지만, 그래도 폴라시보 효과로 어느정도 정리되었다.
"...하아. 미친년. 진짜 왜그랬지."
이설아는 과거의 자신이 저지른 만행을 생각하며 머리를 감쌌다.
대체 거기서 왜 하루를 데리고 온다는 결론이 도출된걸까. 술에서 깬 지금은 상상하기도 힘들다.
결국 그 결과 다인과 거리가 다시 멀어지고, 그도 자신한테 다시 존댓말을 하기 시작했다. 사실 따지고보면 불같이 화를 내며 손절을 안한게 고마울지경. 이미 무릎꿇고 읍소할 자신마저 있던 이설아였던 만큼.
"...그래. 앞으로는 이런 짓 안하고 다시 신뢰관계를 회복하면 돼."
아마 될거다. 아니, 되야한다.
에고스틱, 다인. 그를 보내줄수는 절대 없으므로.
하아. 그놈의 술이 웬수지.
...그 미친놈들이 지랄만 안했어도 술 안마셨을텐데.
"....내가 기필코, 올해 안에 여의도 다 먹고, 말거야 진짜..'"
이설아는 그렇게 눈을 불태웠다.
대한민국을 완전히 집어삼키고 나면, 다인씨도 자신을 다시 봐주지 않을까?
아직도 그의 실망한 눈빛만 떠올리면 가슴이 저릿거렸다.
...아, 그리고 다인씨가 마지막에 말한 PMC랑 학원인가 뭔가 그것도 알아봐야하고.
그래. 바쁘다.
이제부터 앞뒤 가리지 않고 진심으로 다 조져서 인수한다.
그렇게 이설아의 눈이 화르르 불꽃이 튀기듯 빛나며.
그날부터, 유성기업의 확장주의적 행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게 되었다.
***
다시 집에 돌아온 나는, 일단 이놈의 훨체어랑 링거부터 뜯었다.
이럴 정도로 아픈건 아니다. 다만 이설아에게 죄책감을 주기 위해 좀 오버했을뿐. 애초에 링거안에 있는거 수액이다.
"다인씨! 수액팩을 뜯으시면 어떡해요!"
"아니, 이거 그냥 연기..."
"연기 아니니까 다시 붙이세요."
수빈씨의 말에 얌전히 다시 붙였다.
결론적으로 말해, 해변에서 일어났던 일로 연속된 이벤트들은 이제 어느정도 끝이 났다.
스타더스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이설아를 통해 알아보라고 시켰지만, 일단 내 얼굴 이름이 현상수배되지 않은걸 봐서 아직은 괜찮아보인다. 애초에 따지고보면 얼굴은 인식저해 걸려있고 이름이야 가명쓰면 되니 상관은 없지만. 다만 이 신분은 버려야겠지.
하여튼 뭐,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이 기회에 테러도 미리미리 일으키고 이설아로부터 PMC 허락도 받아냈으니 좋은게 좋은거 아닐까? 어차피 제일 들키면 안되는 스타더스한테 신분이 털려서 이 신분도 거리낄것 없이 써도 된다는 장점이 있고.
하하.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수액을 질질 끌고 거실로 향했다. 이거 진짜 불편하네.
그리고 마침 거실에 있던 서은이가 나를 보자마자 말했다.
"오빠. 이거 봤어요?"
"응? 뭘?"
그러자 티비를 조작하더니 그대로 뉴스를 하나 띄운 서은이.
그리고 그곳에는.
[속보입니다! 현지시각 오늘 브라질이 문자 그대로 멸망했습니다! 현재 브라질 당국이랑 그 어떤 연결도 안되고 있으며, 위성상으로 보이는데로 수도를 중심으로 국토가 완전히 파괴되어버렸는데요. 유례없는 일에 지금 국제사회가 마비되었습니다. 코스피가 폭락하며 각국 지도부들이 일제히 성명을 내고 있는데요...]
나라 하나가 그냥 문자 그대로 망했다는 속보가 들어오고 있었다.
아, 역시 원작대로 슬슬 개지랄 나기 시작하네.
"...이제는 진짜 진지하게 슬슬 준비해야겠구만."
멸망을 대비할 준비를.
스타더스는 쉬고 있어.
내가 나머진 알아서 할께.
제 139화
화급변하는 정세
[속보입니다. 브라질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현재 대통령과 부통령을 비롯한 모든 정부 고위관계자들이 사망한것으로 보이며, 브라질 협회와 히어로들또한 무력화되고 수도와 대도시들이 전부 파괴되었다고 합니다.]
[추가 소식입니다. 또한 브라질쪽의 아마조니아 숲에도 대규모 화재가 일어나 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남미의 주변국가들은 전부 비상상태를 선포했으며, 현재 살아남은 이들이 난민이되어 도망치고 있다고 합니다.]
능력자들에 의해 국가 하나가 무너졌다.
이 일은, 국제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가져오기 시작했다.
[각국의 정부가 모두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국제사회에 긴장감이 팽배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또한 비상사태를 선포했으며...]
[국제연합과 국제 히어로 협회 총괄 위원회가 공동성명을 내, 브라질 사건을 '충격적이고 끔찍한 반인륜적인 일'이라 칭하며,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모든 조치를 다 취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또한 협회 히어로들과 협력해 진상규명 및 빌런 사살을 위한 모든 힘을 다 쏟아부을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미국또한 끔찍한 재앙(Horrible Disaster)이라고 이번 사건을 평하며, 국제사회에 일원으로서 도움이 되지 못했어서 미안하다고 말하며, 당장 자국 협회의 히어로들을 파견해 사태를 해결하는데 기여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현재 브라질은 아직도 수만명의 난민들이 대피중이며, 아마존 쪽은 현재도 맹렬히 타오르고 있다고 합니다.]
[국제 총괄 히어로 협회와 미국의 1차 사태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UHN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브라질 멸망은 타국 S급 빌런들이 일으킨 일로, 브라질 정부가 그들의 협박을 받아들이지 않은거에 앙심을 품고 일을 계획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들은 개개인의 능력이 S급 빌런들 중에서도 최상급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습니다. 브라질은 제일 강한 히어로가 A급 한명뿐인 히어로 약소국으로써, 인구대비 고능력 히어로가 적은 나라였습니다.]
[미국이 범인 색출과 사건 해결 및 원조를 위해 자국의 S급 히어로 2명과 A급 히어로 5명을 보내는것을 자국 협회에서 확정지었습니다. 이는 상당한 지출로, 자국의 히어로의 해외 출국을 극도로 꺼리는 미국 협회치고 이례적인 일이라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만큼 북미쪽에서도 이번일을 상당히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되며...]
[오늘 새벽 브라질을 멸망시킨 4적중 3명을 사살에 성공했다는 보도가 현지 언론에서 공개되었습니다. 한명은 현재 도주중이라고 합니다.]
[아마존의 불이 드디어 꺼졌습니다! 미국의 S급 히어로 워터멜이 꺼트렸다고 현지언론이 보도했습니다.]
[전세계 시민들이 #pray4brazil 운동을 시작하였습니다. 해시태그와 함께 브라질을 응원한다는 문구와 구호물품 및 기부를 했다는 소식이... 우리나라는 유성기업이 이 일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세계 히어로 협회 각 국가 지부중 27곳이 모여 미국 히어로 협회를 규탄하는 성명문을 발표하였습니다. 성명문의 골자는 '미합중국은 전세계에서 압도적인 초상 능력자 전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바로 아랫나라인 브라질을 도와줄 생각도 안한 바람에 결국 브라질이 멸망했다. 미국은 이에 책임을 져야한다.'였습니다.]
[평소 자국 히어로 유출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던 미국의 방어적 태도가 브라질의 멸망을 막을 수 있던 기회를 놓쳐 멸망을 방조했다는 일종의 책임론의 등장에, 미국협회는 '터무니 없는 소리'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
혼란한 시대였다.
지구 반대편에 일어난 일이 동방의 작은 나라인 우리에게까지 큰 영향을 미칠 정도로.
[연일 증시가 폭락하고있습니다. 국제사회가 얼어붙어, 무엇보다 힘든 시기가 될것으로 예측됩니다. 우리 정부는 즉시 금리를 인하하고 각국과 통화 스와프 협정을 체결하는 등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한국 히어로 협회가 24시간 비상회의에 들어갑니다. 협회장과 A급 히어로 3명과 B급 히어로들까지 모두 참석하는 이 회의는 최근 불안감의 증폭으로 인한 테러가 빈번히 일어나자 열린 것으로...]
[남미권을 중심으로 초상 능력자 규제 법안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기존과 다르게 모든 시민들을 조사해 초상 능력 보유자들을 강제로 알아내자는 건데요, 이에 불응하면 징역이라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흘러나오는 형국입니다.]
"아니, 무슨 나라 하나가 저렇게 허무하게 망해버리냐..."
최세희는 뉴스를 보며 황당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요즘은 티비를 켰다하면 매일이 뉴스, 속보, 뭐 그런거다. 그렇다고 인터넷은 다르냐하면 역시나 똑같다. 브라질이, 영토수복 불가능, 기타등등.
이번 일로 이렇게 난리가 난건, 국제사회에서 빌런이 이렇게 국가 하나를 전복시킨건 애초에 처음이기 때문.
즉 인터넷이 난리가 난건 이상한게 아니라는거다.
브라질과 한참 떨어진 우리나라도 하루종일 이 이야기만 나오는데, 당장 붙어있는 다른 남미국가나 미국은 어떻겠는가. 그냥 뒤집어졌다.
"오빠, 지금 자료가 너무 많아서 뭐가 뭔지 모르겠는데, 대체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진 거에요?"
노트북을 바라보던 서은이가, 혼란스럽다는 듯이 나에게 물었다.
"음, 간단하게 설명해서. 겁나 강한 빌런들이 정부 히어로 다 부수고 숲을 불태우고 도시 박살내고 그런거야."
"아니... 그게 말이 되요? 고작 빌런 여러명이서?"
"....글쎄."
사실 나도 자세한건 모른다.
원작에서는 중간에 스타더스가 방황하는 동안 세계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졌다- 라는 식으로 짧게 언급하고 넘어가거든.
하여튼 확실한건 이 일을 기점으로 대한민국 뿐만이 아니라 국제사회도 슬슬 지랄나는걸로 안다.
이제부터 파워밸런스가 망가지기 시작해서, 점점 무식하게 강한 빌런들이 생기기 시작하거든.
뭐 어쨌든 그래도 브라질 영토가 박살난거지 사람들은 살아있으므로, 다시 정부 세우고 해서 어찌어찌 굴러는 갈거다.
하여튼 중요한건.
이제는 이 사건을 시작으로, 국제적인 규모의 테러가 점점 더 빈번하게 일어날 거란 뜻이다.
지금까지는 자국 히어로들이 자국 빌런들만 상대하면 됐다면, 이제는 다른 나라의 빌런들이 침공해오는 것도 막아야 한다는 일. 어찌보면 세계화의 문제점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래서, 아마 이제부터는 국제적 규모의 테러가 점차 늘어날거야."
그걸 우리가 막아야 하고.
나는 그 뒷말은 삼켰다.
아직 여기까지는 말하기가 좀 망설여진다. 내 계획을 지금까지 남들한테 대놓고 알린적도 없고, 또 굳이 괜히 책임감을 느끼게 될까봐.
솔직히 빌런연합이 이러는것도 좀 웃기긴 하잖아. 기강이 해이해질수도 있다. 사실 이미 해이하긴 한데, 어쨌든.
그래도 다들 걱정어린 눈으로 티비를 바라보는걸 보면, 역시 어느정도는 내 선에서 막아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원작 그대로 유열 피폐물로 가는건 안된다. 어차피 이대로 가면 우리나라도 브라질마냥 멸망 확정이기도 했고.
즉, 앞으로 군웅할거하기 시작할 수많은 국제단위의 빌런연합들 사이에서, 에고스트림의 역할이 더욱 커질거라는 것.
세상은 혼란스러워질거고, 결국 중요한건 힘과 정보다.
어느나라가 얼마나 강한 능력자들을 많이 가지고, 다른 빌런연합들간의 이해관계에 따라 국제정세가 상당히 변할 수 있다는 말.
라티스라는 수중테러 조직의 전세계 해양 동시공격, 이거였던거 같다.
참고로 이들이 수중테러 조직이라 불리는 이유는 다른게 아니라 진짜 조직 본부가 저 깊은 바다 어딘가에 세워져있어서.
하, 이건 또 천천히 준비해봐야겠구만.
나는 그렇게 천천히 고민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접근할까...
그리고 그런 고민을 하다보니.
시간은 그야말로, 쏜살같이 흘러가 버렸다.
***
[브라질 임시정부가 수립되었습니다. 국토회복을 제 1목표로 삼는 이 임시정부는, 다시 처음부터 국가를 운영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이에 전세계 사람들은 응원의 말을 건내며...]
"휴우... 이제야 상황이 정리된 것 같군."
협회장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중얼거렸다.
몇주에 걸친 브라질 파동.
드디어 브라질을 무너트린 마지막 빌런도 미국의 손에 의해 제거되고, 브라질 정부도 새로 수립되며.
사태는 어느정도 진정국면에 접어들었다.
"다행입니다. 이제 드디어 잘 수 있겠네요. 근데 아이시클... 뭐하냐?"
"잠시만요. 주가폭락이 끝나기 전에 하나라도 더 매수해야되요."
"....너도 참 바쁘게 사네."
이설아는 거대기업의 수장으로써 다른 나라와 기업과 이것저것 정부를 연결시켜줘 세운 공이 있는만큼, 섀도우워커는 그녀가 뭘하든 그냥 고개를 끄덕이고 이해해주기로 했다.
그렇게 옆에서 해외 기업 바겐세일에 눈이 돌아간 이설아를 무시한 채, 섀도우워커는 스타더스에게 말을 걸었다.
"스타더스, 너도 이제 눈좀 붙이지 그래? 요즘 잠 거의 못잤잖아."
"어? 어... 그래야지."
피곤한 눈으로 앉아있던 신하루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브라질 사건으로 전국에 공포감이 휘돌며, 치안이 상당히 불완전해 진 덕에 스타더스를 비롯한 수많은 히어로들이 철야를 해야됐다.
그러나 상황이 이제는 공식적으로 어느정도 진정되고, 물가와 치안도 서서히 안정을 찾아가는 만큼. 이제 이 비상대기도 소집해제 수순에 들어가는건 당연한 일.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며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는 협회장과, 다 살거라고 중얼거리며 웃고있는 이설아, 이미 눈감고 태평하게 의자에서 자기 시작한 섀도우워커.
그렇게 긴장이 풀어진 협회 회의실 한복판에서, 스타더스. 신하루 그녀만이 뭔가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뭔가, 더욱 큰게 올거같다.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무언가가.
제 140화
화몰려드는 폭풍
브라질의 멸망.
원작에서는 이 시점부터 슬슬 세계가 개판으로 치닫게 된다.
예전에는 분명 몇명 안되던 초상 능력자의 수가 점점 더 늘어나고, 그에 맞추어 빌런들도 늘어나고, 이들이 연합을 이루어 해외에 침공을 하기도 하는등 난리법석.
지금까지 베히모스나 한은그룹 월광교등은 한국만 피폐해지는 일이었다면, 이제는 다같이 글로벌하게 모두가 피폐해지기 시작한다. 물론 당연히 우리나라는 2배로 피폐해지고.
그리고 당연히 나는 그렇게 되는 꼴을 볼 생각이 없다.
비록 정보가 부족해 해외까지는 커버 못치더라도, 내 한몸 불태우면 작은 반도인 한국정도는 어떻게 커버 칠 수 있지 않겠어?
하여튼, 점차 혼란해질 국제사회.
이 전쟁통에 살아남으려면 당연히 무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세계는 모든 무력을 초상 능력자에 의지함으로, 결국 인재가 제일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즉, 어느 세력이 인재를 한명이라도 더 가졌는지가 중요한 싸움.
"....."
그리고 나는 미리, 그 누구보다 훌륭한 인재 풀을 갖추어놨다.
최강의 해커이자 발명가이기도 한 서은이, 죽지 않는 싸움병기인 데스나이트, 초능력이랑은 다른 개념인 마법을 활용하는 은월이. 모두 원작처럼 타락하기 전에 품었다.
거기에 나중에 등장할 빌런들 중 몇명은 영끌해서 미리 캐스팅 하기까지. 귀중한 원소능력자 최세희, 나중갈수록 중요해질 치유능력자 이하율 둘이 대표적이다.
물론 지금 이들만으로도 충분히 강력하지만, 인재는 아무리 많아도 모자르다. 특히 원작 후반부를 생각하면... 아임 스틸 헝그리.
그런데 말이다.
결국 규모가 점점 더 커질수록, 인재만큼이나 다른것도 커진다.
결국 빌런이나 히어로나 다 사람끼리 사람을 상대하는 일. 물론 후반가면 괴물들도 튀어나오는데, 그전까지는 모든 테러의 주체가 전부 사람이다.
즉 결국에는 정치도 어느정도 필요하다.
그리고 정치질에는 세력이 필수이므로, 내가 빌런연합을 만든 것이기도 하고.
".....이제 곧이려나."
벽에 붙어있는 세계지도.
그곳을 유심히 바라보며, 나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브라질의 멸망 이후, 처음에는 어수선했으나 결국엔 다시 안정을 찾은 사회. 그러나 이 안정이 오래가진 않을거란걸 나는 안다.
아마 원작대로라면 이제 곧 다음 이벤트가 벌어질거다.
처음으로 나오는 세계단위의 테러이자, 이때까지 지구상에서 벌어진 테러중에 가장 큰 테러. 빌런단체 '라티스'의 전지구 해안가 침공 사태가.
그리고.
"....거기서, 한국만 어떻게 빼게 하면 안될까?"
나는, 그런 계획을 하고 있었다.
***
라티스의 전지구 해안가 침공.
대한민국에서 3면 바다에서 갑자기 한날한시에 괴물들이 등장해 해안도시를 다 쑥대밭으로 만드는 사건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원작에서 그냥 늘상 있는 테러중 하나로 보인다. 메인이벤트급 스케일일뿐.
다만, 이게 한국만이 아닌 전세계에서 동시에 일어난 일이라면 얘기가 좀 달라진다.
일본, 중국, 인도, 러시아, 유럽, 미국 등. 전세계 주요국가에서 동시에 벌어진 테러라는게 쇼킹했던거다. 지금까지 단 한번도 경험해본적 없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테러.
그리고 그게 일어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러니까, 곧 전지구적으로 바닷가에서 테러가 동시에 일어날거라고요?"
오랜만에 열린 에고스트림 회의실.
그곳에서, 내 설명을 들은 서은이가 내 말에 대답했다.
"그래. 거의 확실한 정보야."
"....그걸 오빠는 어떻게 아는거에요?"
"믿을만한 정보통에게 들었지."
참고로 그 믿을만한 정보통은 내 뇌다.
그런 내 말에 서은이는 뭔가 탐탁치 않다면서도, 일단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뭐, 오빠가 지금까지 구해온 정보들이 틀린적이 한번도 없으니까, 맞겠죠 뭐."
그렇게 서은이가 고맙게도 스스로 납득하고 있을 때, 가만히 듣던 최세희는 불쑥 나에게 물었다.
"아니, 야. 근데 그럼 그걸 우리가 어떻게 막냐?"
"...난 아직 막을꺼라곤 말 안했는데?"
"어차피 막으려고 할거잖아."
"...그렇긴 하지."
최세희는 내 말에 그럴줄 알았다는 듯 피식 웃었다.
...어째 나의 '빌런'연합 수장으로써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기분인데.
하여튼 내가 헛기침을 하며 대답할 말을 고를때, 같이 앉아있던 은월이가 용기를 낸듯 살짝 큰소리로 말했다.
"....전 좋아요! 세계는 우리가 지킨다! 뭐부터 하면 되나요?"
그렇게 말하며 주먹을 불끈 쥐는 은월이.
눈도 반짝반짝 빛내는게 진심으로 의욕에 가득 찬 눈치다. 귀엽네.
그런 은월이에게 나는 친절히 말해주었다.
"대화를 해야지."
"....네? 누구랑요?"
"누구긴. 그 라티스라는 빌런집단이랑."
"어... 빌런들이랑 대화를 한다고요?"
"그래. 우리도 빌런이니까. 빌런 대 빌런으로 평화롭게 대화로 해결을 봐야지."
"...아."
뭔가 나쁜 빌런들이랑 싸울줄 알고 기대한듯한 은월이는 살짝 시무룩해보였다.
미안하다 은월아. 어른들의 세계는 원래 주먹보단 입으로 모든걸 해결하는거란다.
...근데 생각해보니 은월이는 어른 아니였나?
하여튼, 이제는 우리가 히어로가 아닌 빌런이란걸 드디어 유용하게 써먹을 때가 왔다.
"자, 계획은 이거야..."
이번 일에 핵심은 아가리로만 해결을 보겠다는 것.
그렇게 나는 우리가 해야할 일들을 설명했다.
***
뭐,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스타더스는 또 새롭게 나타난 다른 빌런 2명을 무찌르고, 이설아는 기어코 다른 기업들 몇개를 인수합병하는데 성공했으며, 사람들은 브라질 사건을 모두 잊고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산속에 있는 우리 큰집 지붕 위에다가 유사 썬베드를 만들고 거기에 누워있었다.
아니, 저번에 해변에서 썬베드에 누워서 경치보니까 참 기분이 좋더라고.
그래서 아예 지붕위에다가 썬베드 비슷한데 폭신폭신한 무언가를 만들어서 올라가 누워있었다.
그런 내 손에는 와인이 한잔 들려있었다.
Cheval Blanc 1947산. 저번에 이설아가 금주한다면서 나한테 줬던 자기 컬렉션 중 하나다.
깊은 풍미가 느껴지는 맛.
그래, 큰일을 완료한 나 자신에게 주기 알맞은 선물이다.
지난 시간동안, 나랑 에고스트림 멤버들은 바쁘게 움직였다. 정말로.
그리고 그 결과.
에고스트림은 대서양 소속 빌런집단 라티스와 불가침협약을 맺었다.
협약의 내용은 라티스와 에고스트림은 서로가 서로를 적대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주 포인트.
즉, 그 협약에는 상대집단이 속한 국가를 쑥대밭으로 만들지 않는다는 내용도 당연히 포함되어있다.
"...이 아재 왜 자꾸 문자해?"
물론 호감도작을 잘못 했는지 저번에 만난 이후 라티스의 수장인 이 미국인 아저씨가 자꾸 나한테 영어로 된 좋은 글귀같은걸 보낸다는 사소한 문제가 있지만, 그거야 뭐 답장으로 [:) b] 이런거 보내주면 해결되는 문제다.
그렇게 또 대한민국을 지키고 스타더스도 지킨 보람을 홀로 뿌듯하게 즐기고 있을 때, 갑자기 옆쪽에서 바람이 불고 마법진이 생기더니 은월이와 뒤에 은월이 등을 껴안고 있는 서은이가 뿅하고 튀어나왔다.
"오빠! 한참을 찾았네, 여기서 뭐하고 있어요?"
은월이로부터 떨어져 내 쪽으로 폴짝 뛰어온 서은이.
그런 서은이한테 나는 와인잔을 찰랑이며 말했다.
"오빠는 여기 혼자 누워 어른의 시간을..."
"와! 여기 경치 엄청 좋네요? 저희도 여기 흔들의자같은거 하나 놔서 오빠 옆에 앉아있을까봐요. 그치 은월아?"
"네. 그럼 좋을거같네요."
그렇게 답하며 후후 웃는 은월이.
...안돼. 내 혼자만의 공간이...
내가 그런 생각을 하던 말던, 은월이는 궁금하다는 듯 내게 물었다.
"그래서... 다인오빠, 이제는 정말 다 끝난거에요?"
"그래. 한국은 안전할꺼야. 아 맞다. 그리고 서은아, 온김에 잘됐다. 일 좀 하자."
"엑."
서은이가 잘못걸렸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어쩔 수 없다. 여기 온 네 잘못이지.
이거 하나만 업데이트 하자고.
내가 그때 악수하는거 사진 찍은거 있었겠지?
***
히어로의 일과는 단조롭다.
주로 테러가 일어나지 않을때는 사무실에 앉아서 대기하는게 주업무. 특히 오늘같이 비가 올때는 더욱 실내에서만 활동한다.
그렇게 그러는동안 신하루는, 마우스를 달깍이며 무언가를 알아보고 있었다.
[각혈]
[각혈시 건강]
[20대 남자 각혈시 병]
"각혈은 그 양이 소량이라도 중증 질환에 의해 나타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몸에 이상이 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병원에 가는것이 유리합니다...?"
심각한 표정으로 중얼거리며 이것저것 알아보던 그녀는, 이내 한숨을 쉬고 창을 닫은 뒤 자연스럽게 자주 들어가던 사이트에 들어갔다.
그러자마자 보이는 실시간 인기글.
자연스럽게 신하루는 그것을 클릭해 보았다.
*
[속보)망고스트림 홈페이지에 공지사항 카테고리 추가!!!]
(홈페이지_사진_before.jpg)
보면 알겠지만 원래 에고스트림 홈페이지에는 메인화면가 맴버 소개, 그리고 저 밑에 작게 피해보상신청 이거밖에 없었거든?
(홈페이지_사진_after.jpg)
근데 이번에 새롭게 '공지사항' 카테고리가 추가됨ㅋㅋㅋㅋㅋ 이게 무슨 뜻이냐? 앞으로는 방송 외에도 시청자와 소통한다는게 아닐까???
(에고스트림_로고.jpg)
에고스트림<<<<세계 최강의 빌런 조직이면 개추ㅋㅋㅋㅋㅋㅋ
[♡]851
=[댓글]=
[망고스트림! 망고스트림! 망고스트림! 망고스트림!
망고스트림! 망고스트림!]
[오 이건 진짜 빅뉴스네]
[와ㅋㅋㅋ 대박이네ㅋㅋㅋㅋ]
[에고스틱 이런건 절대 안할줄 알았는더 의외네 무슨 공지들 올릴지 기대됨ㅋㅋㅋ]
[아니 살다살다가 무슨 공지시항 카테고리 추가됐다고 이렇게 좋아하는 사람들은 처음보네ㅋㅋㅋㅋ 무슨 단체로 최면걸린거 같음ㅋㅋㅋㅋ]
ㄴ[아ㅋㅋㅋㅋ]
ㄴ[이게 다 평소에 주기적으로 소통을 안한 망고때문이다... 으윽 그가 내 뇌를]
ㄴ[아니 빌런이 왜 소통을 주기적으로 해야되냐고ㅋㅋㅋ]
[큰거오냐??? 큰거오냐???]
*
상당히 흥미로운 뉴스에 신하루가 관심을 가질 때, 갑자기 그녀의 사무실 문이 벌컥 열렸다.
"스타더스님!!! 큰일났습니다!!!"
급박해보이는 협회 직원의 표정에, 신하루에 얼굴이 굳었다.
...댓글대로 큰게 오긴 했다.
"지금! 전세계에서 난리가났답니다!!!"
좀 너무 큰게.
제 141화
화태풍 속 고요
기억.
기억은 마치 끈적하게 늘러붙은 설탕물과 같아, 눈을 감고 가만히 있으면 그 자신도 모르게 하나 둘 다시금 떠오르곤 한다.
그리고 그건 모든 사람이 마찬가지.
강력한 힘을 가진 히어로라고 해도, 예외가 아니다.
'아니요. 당신은 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하나, 빚지신겁니다?'
'....제 히어로가 이러고 있는데, 당연히 와봐야죠.'
"...."
가끔 예전의 기억들은 가끔 꿈이라는 형상을 빌려 다시 그녀에게 나타나곤 했다. 마치 오늘처럼.
"....비가 오네."
일어나 침대에 기댄채, 꿈에서 보여준 예전의 기억을 잠시 반추하던 신하루. 그녀는 문득 옆에 있는 창문을 보곤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중얼거렸다.
꿉꿉한 회색빛으로 물들어,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있는 하늘.
무언가가 일어날 것만 같은, 그런 날씨였다.
"....협회나 가있을까."
계속 침대 위에서 기억을 곱씹던 신하루는, 상념을 털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언가 불길한 기분이 드는 날씨지만, 그냥 기분탓일 뿐이다.
그녀는 그런 생각을 하며 협회에 도착해 사무실에 앉았고.
그로부터 몇시간 뒤, 협회에서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사이렌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불길한 직감은 역시나, 틀리지 않았다.
***
대한민국 협회 건물 내부의 제일 큰 공간, 비상대책본부.
그곳은 현재 난리가 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라질! 지금 상황은 어떤가!"
커다란 공간에 수많은 모니터들과 거대한 화면 하나가 놓여있는, 이곳 컨트롤센터.
협회장은 그 가운데 다급하게 들어와서는, 소리치며 물었다.
그러자 그의 말에 긴장한 표정으로 모니터를 바라보며 앉아있던 직원이, 화면에 눈을 때지 않은 채 다급히 말했다.
"....좋지 않습니다! 현재 지금 각국 대도시 인근 해안가에서 수많은 해양괴수들이 공습을 하고 있는데, 그 양이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랍니다!"
"우리나라는?"
"...아마도 곧일것 같습니다!"
"젠장, 왜 내 임기기간에 이런 온갖 사건들이 터지는거야?"
협회장이 억울하다는 듯 곡소리를 낼 때, 사무실의 문이 열리고 스타더스가 급하게 들어왔다.
"협회장님, 소식 듣고 왔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거죠?"
굳은 표정으로 묻는 그녀에게, 협회장은 이마의 땀을 닦으며 설명했다.
"...북미쪽 빌런단체로 추정되는 라티스라는 곳에서, 전세계를 상대로 선전포고를 했네. 그들의 주장은 바다가 육지보다 우월하기에, 바다를 넓혀야 한다고 하더군. 그러면서 지금 주요 국가들에 해안가를 동시에 공격하고 있다네. 그리고 아마 우리도 곧이겠지! 이 미친 정신병자놈들을 봤나!"
말을 하면서도 화가 났는지 몸을 부르르 떨며 격양되게 외치는 협회장. 이내 말을 하다 사래가 들렸는지 콜록거리며 급하게 물을 찾는 그를 대신해, 다른 협회 요원이 모니터를 가르키며 스타더스에게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수장은 아틀라스라는 자로, 아마 해양 생물들을 변형시켜 괴물처럼 만드는 능력을 가진 듯 합니다. 현재 아메리카 대륙과 유럽쪽 해안가를 괴물들이 침공하고 있다는데, 그 수가 어마어마 하답니다."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벽면의 거대한 화면에서 영상이 틀어졌다.
거대한 오징어랑 이상한 생물들이 해안가 도시를 마구 공격하는 모습.
그걸 보며 스타더스의 얼굴은 더욱 심각하게 변했다.
....수가 너무 많다.
"먼저 공격받고있는 북미와 유럽 협회쪽의 말에 의하면 한 나라에서도 여러 방면에서 침공이 오고 있어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합니다!"
"현재 바다와 맞닿은 곳이 많이 있는 나라일수록 침공 규모가 더욱 크다고 합니다!"
그리고 컨트롤센터 이곳저곳에서 들려오는, 협회 요원들의 급박한 목소리.
그 소식들에 협회장은 얼마 남지 않은 머리카락을 부여잡으며, 자신 팔자를 한탄한 채 명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하아... 우라질. 지금 당장 B급 이하 히어로들 소집하고, 아이시클에게 연락해 부산을 방어하라고 연락하게. 섀도우워커는 지금 도움이 안되고, 스타더스는 여기서 어디가 공격받는지 알고 출발해야되니 잠시 대기하게."
"...알겠습니다."
스타더스는 짧게 대꾸한 뒤, 다시 상황판을 살펴보았다.
커다란 스크린에 떠있는 거대한 하늘색 세계지도.
그리고 그곳에는, 붉은색 점이 군데군데 박혀있었다.
아시아쪽이 깨끗한데 반해, 주로 아메리카쪽과 유럽쪽 해안가 쪽에서 점멸하고 있는 붉은색 점들. 아마 저곳들이 현재 침공을 받고있는 쪽이엤지.
그리고 그 붉은색 점들은, 점점 더 오른쪽에서도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다.
"현재 인도쪽에서도 공격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협회 요원의 다급한 한마디가 울려퍼짐과 동시에, 세계지도에서도 인도 해안가 몇군데에 붉은 점이 생기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컨트롤센터 각군데에서 요원들의 다급한 외침들이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현재 필리핀과 베트남쪽에서 공습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긴박한 외침들.
"드디어 중국쪽에도 공격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우리 서해 바로 맞은편에서도 공습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일본 협회도 공습경보를 발령했습니다!!! 현재 섬의 주요 대도시 거점이 공격받고 있다고 합니다!"
그들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세계지도에는 수많은 붉은 점들이 다다닥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제는 바다를 맞닿고 있는 붉은 점이 안붙은 나라가 거의 없는 당황.
그만큼, 협회내에서도 전운(戰雲)이 감돌기 시작했다.
"....다들 준비하게. 눈 크게 뜨고, 어디에서 침공이 시작되는지 잘 봐!"
협회장의 일갈을 끝으로, 숨막힐듯 이어지는 정적.
모두가 이제 국토 어딘가에서 곧 시작될 공습을, 잔뜩 긴장한 채 기다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초조하게 1분이 지나고.
3분이 자나고.
10분이 지났다.
"....제기랄, 짜증나게 왜 안나와? 시간차 공격인가?"
협회장이 초조한듯 발을 굴리며 중얼거렸고.
스타더스를 비롯한 요원들도 더욱 몸을 긴장하며 대기하고 있는 채.
30분이 지나고.
1시간이 지날때 쯤.
"....뭔가 이상한데."
아까까지만 해도 긴장으로 가득 찼던 협회 내부는, 이제는 의아함으로 가득 차있었다.
"지금 상황은 어떤가?"
"네. 현재 주요 선진국들에 공습이 계속되고 있다고 합니다. 현지에 히어로들이 막아내느라 급급하다네요. 특히 일본쪽은 사면이 바다라서인지 더욱 큰 피해를 입고 있답니다."
"...아니, 바로 옆에 있는 일본은 사방에서 이잡듯 공격하면서, 왜 우리는 아직도 안오는거야?"
협회장이 그렇게 투덜거릴때, 스타더스는 홀로 이상한걸 느꼈다.
...지금 다른 모든 나라들은 다 공격받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홀로 공습이 늦는게 말이 되는가?
그러나 아직까지는 모르는 일이었기에, 다들 긴장을 놓지 않았고.
그렇게 10시간이 지났다.
"협회장님, 해 지는데요."
"협회장님. 라티스가 전세계 곳곳에서 이제 후퇴하고 있답니다. 아마도 테러가 끝난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그냥 집에 갈까?"
그리고 대한민국은 끝내 공격받지 않았다.
***
[(칼럼)라티스단의 전세계 침공종료... 한국만 아무런 공격을 받지 않은 이유는?]
전세계가 큰 상처를 입었다.
빌런단체 라티스의 전지구적 규모의 테러에, 수없이 많은 해안을 낀 국가들이 공격받았다.
곳곳에 검은 연기들이 피어오르고, 수많은 해안도시들은 무너져내렸다.
당장 바로 옆나라인 일본만 하더라도 현재 천문학적인 손해를 입었다고 보도가 나오고 있다.
미국, 유럽등 많은 나라들이 침략을 겪었으며, 이들은 전부 막아내기는 했지만 그 과정에서 큰 손실을 입었다.
그러나 한가지 이상한점은, 우리나라는 공격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모든 나라가 포화와 폐허속에 시름겪고 있는 와중에, 대한민국에서는 어떠한 미확인수상괴생명체도 확인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모르겠지만, 참으로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김환석 기자
=[댓글]=
[아니 기자님 ㅅㅂ 이유를 볼려고 읽었는데 이유를 모르신다고 하면]
[ㅋㅋㅋㅋ나도 뉴스틀고 또 테러난줄 알고 깜놀했는데 아무 일도 없어서 당황함ㅋㅋㅋㅋ]
[세계가 혼란한데 왜 대한민국만 평온한건가요? 신기하네요]
[이게 대체 뭔 행운인가ㅋㅋㅋㅋ]
[....? 일하고 온 사이에 무슨 일이]
침공은 끝났다.
반나절에 걸쳐 지구 전체에 일어난 테러는, 갑자기 일어났듯 갑자기 모든 해양괴물들이 다시 일제히 바다로 돌아가는 것으로 끝났고.
그것들이 떠난 뒤에는, 파괴된 도시만이 남았을 뿐이다. 그렇게 전세계 협회가 전후복구를 위해 몸이 열개라도 부족하게 애쓰고 있는 그시간.
대한민국 히어로 협회는, 그저 한가했다.
"....뭔진 모르겠지만, 정말 천운일세! 하하하, 이런걸 요즘애들은 핵이득이리고 하던가? 하하하하하!"
그냥 할일 줄어들어서 신난 협회장과, 테러가 안일어난 것에 진심으로 안도하는 직원들.
그리고 그 뒤에서 서있는 스타더스.
그녀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어딘가 한편에서 의아함을 느끼고 있었다.
...대체 왜, 대한민국만 공격받지 않은거지?
"왜일까...."
그녀가 고민하던 그때.
갑자기 협회 한쪽에서, 직원의 큰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협회장님! 에고스틱이 공지를 올렸습니다!"
"...에고스틱? 걔가 갑자기 거기서 왜나오나? 그리고 무슨 공지?"
협회장이 의아해할 때.
스타더스는 이미 누구보다 빠르게 에고스트림 홈페이지에 접속하고 있었다.
그리고 정말로 보이는, 공지사항 게시판에 올라온 글 하나.
(new!)[에고스트림 X 타빌런연합 제휴 안내]
"....?"
제 142화
화기억
[개념글요청)에고스트림 공지 전문....jpg]
===
[에고스트림 X 타빌런연합 제휴안내]
안녕하십니까. 에고스틱입니다.
대한민국의 빌런연합 에고스트림은 보다 더 나은 테러환경 조성을 위해, 다른 빌런단체들과도 만나 협약을 맺고있습니다.
이에 이번에 새롭게 협약을 맺은 빌런연합을 소개합니다.
ㆍ라티스(북대서양 테러단체)
바다를 넓혀 세계를 정복하겠다는 라티스의 뜻을 저희는 굉장히 공감했고, 그렇게 구두로 진행된 회담은 굉장히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끝마쳤습니다.
이에 에고스트림과 라티스는 서로를 존중하며 상호 적대행위 및 활동영역 침범을 하지 않는다는 협약을 맺었음을 공지하는 바입니다.
감사합니다.
===
이번에 라티스가 전세계 침공하면서 대한민국만 공격안해서 의아해할 때 올라온 에고스트림 공지...
이거에 포인트가 뭔줄 알겠냐?
서로의 활동영역을 침범하지 않겠다 <-- 이거임
그러니까 이번 침공사태에 우리나라만 공격 안한겨 에고스트림 활동구역이니까ㅋㅋㅋㅋ 그냥 에고스틱이 먼저가서 쇼부친 덕분에 대한민국만 무사했거임ㅋㅋㅋㅋㅋㅋㅋ
(팔을 벌린 채 뒤의 후광이 빛나고있는 에고스틱 짤)
에고스틱 <--- 그냥 대한민국 최고의 GOAT면 개추ㅋㅋㅋㅋㅋㅋ
[추천]6558 [비추천]27
=[댓글]=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우리는 에고스틱의 시대에 살고있다]
[그저 S급 히어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보고 누구보다 빠르게 망고단 가입했다]
[아니ㅅㅂ 그래서 뭐임? 그냥 에고스틱이 라티스랑 협약맺자마자 우연히 이번 사건이 터진거임?]
ㄴ[ㄴㄴ걍 에고스틱이 침공사실 알고 쇼부치고 온거 같은데ㅋㅋㅋㅋ]
ㄴ[걍 공지 올리는 타이밍 보면 얘가 한국만 빼돌린거 맞는듯ㅋㅋㅋㅋ]
ㄴ[???: 한국에 테러할 수 있는건 나뿐이다]
[한국 최대 업적: S급 히어로 애플망고 보유국임]
[협회 이새끼들 빨리 에고스트림 산하조직으로 빠져야한다고 생각하면 개추ㅋㅋㅋㅋㅋ]
ㄴ[ㄹㅇㅋㅋ]
ㄴ[협회보다 에고스트림이 더 일 잘함 세계단위로 봐도ㅋㅋㅋㅋ]
[S급히어로(아무도 테러 예측 못하고 쳐맞음) VS 망고스틱(전세계에서 혼자 테러 막음) ㄹㅇ 누가 히어로냐ㅋㅋㅋㅋ]
***
빌런연합 에고스트림 홈페이지에 올라온 공지사항.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올라온 그 공지는, 순식간에 전국민이 알 수 있게 일파만파 퍼졌다.
[이번에 라티스의 테러로 전세계가 시름을 겪는 와중에, 대한민국만 피해를 받지 않았죠. 이에 그 이유가 빌런연합 에고스트림에 의해서라는 주장이 제기됩니다.]
[대단히 신빙성 높은 해석입니다. 사실상 에고스틱에 의해서라고 받아들이는게 정설이지 않나...]
[이 소식은 외신으로도 보도됐는데요, 이에 해외 네티즌들은 '대한민국의 작은 빌런연합이 어떻게 라티스와 저런 협약을 맺었는지 궁금하다.' '한국이 저럴때 우리나라 빌런연합들은 뭘한거냐'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비해 우리 정부나 협회는 '하나의 추측일뿐 확실한건 아니다'라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여줬는데요, 전문가들은 이것이 사실이라고 공식으로 발표될시 국제기구들의 이목이 쏠릴 수 있어 몸을 사리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도 에고스트림측의 주장만 있을뿐 라티스는 아무런 말이 없고요.]
그렇게 정부나 협회의 공식 발표는 나오지 않았지만, 사실상 에고스틱에 의한 것이라고 이미 사람들이 인정을 하고있는 상황.
그렇게 대한민국에
#고마워요_에고스틱
이벤트가 유행을 하고, 팬카페는 또 가입자수가 늘고, 커뮤니티에는 에고스틱 찬양글이 넘쳐흐르는 동안.
신하루는 홀로,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
협회 컨트롤센터.
그곳에서 협회장은 웃으며 직원들에게 썰을 풀고 있었다.
"어젯밤에 일본 협회장한테 전화가 왔는데, 힘들어 죽겠다고 그렇게 죽는소리 하더군. 앞으로 일주일은 잠도 못자고 철야로 전후복구를 위해 고생해야한다고 하던데, 내가 다 눈물이 나더라고. 그에 비하면 우리는 얼마나 다행인가. 크하하하!"
비상대책 회의를 위해 모여있는 협회장을 비롯한 직원들.
그러나 대한민국은 지금 딱히 비상이 아니었기에, 그냥 모여서 짜장면이나 시켜먹고 있었다. 모여있는 이유도 협회 한국지부만 놀고있기엔 개고생중인 다른 나라 협회지부들 눈치가 보여 뭔 문제 있는척 모여있을 것일뿐.
그렇게 협회장이 아재 농담을 던지고 직원들이 아이고 협회장님 하하하 하면서 놀고 있는 동안.
신하루는 홀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에고스틱이 전지구적 스케일의 빌런단체인 라티스와 손을 잡았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에고스틱 전문가임에도 이런 일이 벌어지는 줄 전혀, 하나도 모르고있던 그녀.
그런 생각을 하자, 신하루는 왜인지 또 기분이 가라앉는걸 느꼈다.
...나는 이렇게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사이트에서 공지로 볼때, 그의 곁에있는 에고스트림 멤버들은 진작에 다 알고 있었겠지.
그 일렉트라나, 무녀나, 해커 여자아이는 전부.
"...."
대체 그런 생각을 하자 더 기분이 가라앉는 이유가 무엇인지는 알 수가 없었지만.
하여튼 계속 이런 생각만 하면 더 안좋을 수 있기에, 그녀는 생각을 돌렸다.
에고스트림이 라티스랑 계약관계, 경우에 따라서는 동맹관계까지 갔다.
이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굉장히 크다.
일단 대한민국의 빌런연합이 해외에 막강한 빌런연합과 힘을 합쳤다는 것은 굉장히 안보에 위험한 의미.
사실상 눈뜨고 일어났더니 적대세력이 2배로 늘어났다는 굉장히 안좋은 일이다.
물론 협회는 언론에다가 동맹 얘기는 에고스틱의 언플일 뿐이라고 자료를 냈지만, 사실 에고스틱이 거짓말을 거의 안한다는건 익히 알려진 이야기.
아마 그것은 높은 확률로 참일 것이다.
그러니까, 자신은 더욱 경계해야 한다.
에고스틱은 전보다 훨씬 위험해졌다. 이에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된다.
"..."
그래, 경계해야한다. 상대는 빌런이다.
안심해서는 안된다.
안되는데...
".....하아."
그녀는 창밖을 내려다보았다.
어제 내리던 비는 그치고, 이제는 맑게 갠 하늘에 햇빛만이 밝게 도시를 비추는 모습.
아무렇치도 않게 평범하게 일상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저 먼 아래 있는 사람들을 보며.
신하루는 조용히 생각했다.
...그래도.
오늘 이 일상을 지킬 수 있었던건.
그의 덕분이 맞으니까.
...아무리 내가 히어로고, 그는 빌런이라고 해도.
이정도는, 인정할 수 있는거 아닐까.
오늘만큼은 에고스틱이 있었어서, 다행이다. 라고.
***
"오빠. 어제 공지 올리자 마자 지금 뉴스에서 다 오빠 찬양하는데요?"
소파에 누워서 은월이랑 같이 팝콘을 나눠먹으며 티비 보고있는데, 옆에서 스마트폰을 보던 서은이가 그렇게 말했다.
...아니. 그런건 굳이 중계 안해줘도 되는데.
"솔직히 오빠도 이제는 거의 숨길 생각도 없어 보이는데, 그냥 우리 히어로연합으로 바꾸는거 어때요? 이름도 망고스트림으로 바꾸고."
"....."
"아니 근데, 진짜 그 공지는 왜 올린거에요? 솔직히 그건 올리지 않아도 되는거 아니에요?"
서은이의 진심으로 궁금하다는 듯한 말에, 나는 팝콘 한입을 입에 털어넣으며 대답해줬다.
"어차피 나중가면 다 드러나게 돼있어. 거기에 이런 일이 이번만이 아닐거라, 그냥 미리미리 밝히는게 낫고."
"...뭐, 그렇다면야. 근데 날이 갈수록 오빠 팬들이 많아지는건요?"
"그건 말이지... 자, 기다려봐."
나는 리모컨을 조작해 채널을 바꿨다.
그러자 내 앞에서 같이 누워서 보던 은월이가 화면이 바뀌자 '아...!'라면서 안타까워하길래 일시정지 해놨다고 달랜 뒤 다른 방송을 틀었다.
"어때!"
[에고스틱이 타국 빌런연합과 동맹을 맺었다정말 심각한 문제입니다! 에고스틱같은 사이코패스라면 분명 지금 당장 그들과 같이 쳐들어와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여러분! 조삼모사에 당하지 마세요. 놈은 저번에만 해도 길거리에 폭탄을 던지며 테러를 하던 놈입니다! 아주 나쁜놈이라고요!]
방송에서는 굉장히 익숙한 얼굴의 여자가 열심히 격양된 목소리로 외치고 있었다.
"...어, 저게 왜요?"
"자. 내가 예전에 키우던 그 내 억까방송, 아니지. 비판방송 있지? 이제 공중파에도 나간다. 무럭무럭 크고있다는거지."
"...그래서요?"
"저 여자만 있으면 여론전은 문제없다는거지. 이제 24시간 에고스틱 비판방송이 나오는데, 누가 당해낼 수 있겠어?"
곧 나에 대한 안좋은 여론이 우후죽순 생길거다.
유튜브나 신문으로는 효과가 좀 적은거 같아서 방송사까지 입성시켜줬는데, 안될리가 없지.
이제 에고스틱이 사악한 빌런으로 인식되기 전까지 얼마 안남았다. 원래 억까앞에선 장사 없다고. 심지어 내가 꾸준히 테러를 하면 당연하겠지.
"...어, 음... 뭐, 오빠가 하는 말이니 맞겠죠?"
"그래. 어차피 나중가면 내 말이 맞다는걸 깨닫게 될거야."
"...."
서은이가 긴가민가한 표정을 짓는 그때.
소파 아래 앉아서 졸다가 우리의 목소리에 다시 정신을 차린 최세희가, 갑자기 물었다.
"야 근데. 네가 그 제휴? 인가 그거 사실 밝히면, 다른 나라에서 막 너 잡으러 오는거 아니야? 꿩대신 닭이라고 그 라티스 못잡는대신 너 잡으러 올수도 있는거잖아."
"아니. 그쪽은 나 신경도 안쓸거야."
나는 딱잘라 말했다.
어차피 다른 나라들은 전부 각자 전후처리 하느라 정신없고, 원래 남의 나라에 히어로 파견은 절대로 안시킨다. 인재 유출 위험이 있어서.
다만 원래라면 국제 히어로 협회는 좀 관심 가질수도 있는데, 어차피 이젠 거기도 더덜더덜해서 나 신경 못쓸거다. 특히 UHN 총장인 그 여자는 지금 조직 유지하기도 바쁠꺼다. 테러직후에 바쁜데다가 내분 위기라.
그렇기에 나는, 자신있게 말했다.
"걱정 안해도 돼. 걔네는 심지어 내 이름도 기억 못할껄?"
***
국제 히어로 협회 UHN 본부.
그곳 총장실 앉은 여성은, 올라온 수많은 보고서 중 하나를 본뒤 다시 접었다.
"대한민국의 빌런연합, 에고스트림. 그리고 그곳의 수장 에고스틱이라..."
...일단은, 이름 정도는 기억해둘까.
그녀는 그렇게 중얼거릴 뿐이었다.
제 143화
화영웅들의 뒷공작
[브라질 파동과 전세계 침공이라는 연속된 두번의 재앙에, 지구촌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공포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전세계 치안이 불안정해지고 빌런들의 테러가 더욱 빈번해졌는데요. 이에 정부는 일본을 비롯한 여러 나라를 '여행 자제국'으로 공표하기로 했습니다.]
[한편 대한민국은 상대적으로 굉장히 평온한데요, 이에 협회측은 '사회 분위기 안정을 위해 노력한 결과'라고 스스로 자평했습니다. 이에 네티즌들은 에고스트림이 협회인지는 몰랐다는 반응을...]
대한민국은 평화로웠다.
물론 대한민국만 평화로운거지 세계는 슬슬 개판되기 직전.
[미국 국회에서 모든 능력자들을 전수조사해서 협회에 신분은 등록시키자는 얘기가 나오는 등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미등록 능력자들이 빌런이 되는 만큼, 모든 국민들 중 능력이 있는 사람들을 강제로 등록시키고 위반시 처벌한다는 법으로...]
그렇게 나라는 오바하고 국제협회는 과로에 시달리고 기업들은 무너지는 그때.
오히려 이득을 보는 사람도 있었다.
"최전무님, 거기 매수 했어요?"
[네. 인수 성공했습니다. 앞으로는 니혼산 테크&로스에서 유성 테크&로스로 명칭 변경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고마워요. 앞으로도 이렇게 힘좀 써주세요."
[여부가 있겠습니까.]
-뚝.
"휴...."
이설아는 전화를 끊은뒤 한숨을 쉬었다.
바쁘다 바빠.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지경.
때아닌 글로벌 위기에, 이설아는 누구보다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해외에서 거듭되는 치안 붕괴와 테러들에 기업들의 가치가 점차 내려가는 상황.
물론 아무 위기 없이 평온한 대한민국만은 예외였기에, 미리 비축해둔 자본으로 그녀는 외국기업 쇼핑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하도 많이, 온갖 꼼수로 사들여서 이제는 총알이 모자랄 정도.
"이정도면 됐을려나?"
대충 상황을 완료지은 그녀는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휴- 하고 한숨을 쉬어보지만, 그래도 뿌듯한 미소를 지은 그녀. 이런 기회가 또 올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할만큼은 했다. 다만 대한민국 기업들은 역시나 타격이 적었던만큼 주가방어가 잘 되서 인수를 많이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이게 어딘가.
"...진짜, 다인씨 없었으면 어쩔뻔했어."
이설아는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중얼거렸다.
에고스틱. 그가 사전에 알려준 덕분에 모든걸 미리 준비하고 대비할 수 있었으니 고마울따름.
...거기에, 애초에 그 덕분에 대한민국만 참사를 피했으니 다행이 아닌가.
...근데 정말로, 에고스틱 그가 없었으면 어땠을까.
그런 가정은 생각만해도 끔찍했다.
일단 베헤모스랑 한은그룹에 의해 서울이 파괴되고, 거기에 월광교가 막타까지 쳐서 깔끔한 마무리. 아마 서울은 완전히 망하고, 부산이 수도가 될 수도 있었겠다.
"잠깐만, 그건 좋은데....?"
청와대나 국회가 부산으로 옮겨졌으면 이미 그녀가 정부를 장악하고도 남았을 수도 있다. 유성기업의 본진이 부산인만큼... 어쩌면 이미 대한민국이 그녀의 손에 떨어진지 오래일수도.
"...그래도 그건 아니지."
그러나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이설아 자신은 온전하고 멀쩡한 대한민국을 손에 넣고 싶은거였지, 다 쓰러져가는 나라를 가지고 싶은게 아니니까.
아마, 만약 에고스틱이 없는 세계에서 자신이 손쉽게 대한민국을 먹었다고 하면.
...아마 그 세계의 자신은 별로 행복하지 않았을거 같다.
오히려 목표가 부재한 상황에서, 오히려 괴로워하지 않았을까.
뭐, 다 말도 안되는 망상이지만.
다행이도 에고스틱은 있었고, 그렇기에 대한민국은 오늘도 멀쩡히 굴러가고 있으니까.
'...에고스틱.'
사실 에고스틱의 첫 등장만 하더라도 그녀는 그에게 별 관심이 없었다. 그냥 흔하디 흔한 빌런들 중 하나라고 생각했지.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그의 행보를 보기 시작하며.
그녀는 생각을 바꿨고.
이제는 진심으로, 그가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자신조차 모르는 모든 정보들을 다 알고 있고, 인재들, 그러니까 강력한 능력자들만 모아 스스로 맨땅에서 세력을 갖추는 모습은 그야말로 자신이 본받아야할 모습. 거기에 이미 대한민국의 위기도 그가 몇번이고 막아내지 않았나.
누구보다 나라를 지키려고 하는 것같은 그가 왜 빌런을 자처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그것도 깊은 뜻이 있겠지. 다인, 그는 거의 모든걸 알고 있는듯 보이니까.
다만, 그의 관심이 다 스타더스에게만 맞추어져서 문제지.
"....."
...물론 시간이 계속 지나다 보면, 그의 사는곳도 모르는 스타더스보단, 차라리 자신을 그가 돌아보게 할 수 있다고 생각은 했었다.
그런데 거기에 더해 그에 옆에 붙어있는 수많은 빌런 여성진들까지...
근데 다 필요없고 제일 큰 문제는 그녀가 저번에 큰 실수를 해 그가 자신에게 실망을 했다는 점이다.
"....그래, 일단은 가만히 있자."
...그래도 히어로들 중에 그의 정체를 아는건 자신뿐이니 아직 가능성이 있다. 아마도...
그렇게 애써 자신을 위로하던 이설아는, 순간 스치우는 어떤 생각에 얼굴을 굳혔다.
"...생각해보니까 섀도우워커, 걔도..."
월광교의 괴물이 깨어났을때, 에고스틱이 쓰러트렸다는걸 거의 맞출뻔한 스타더스.
속으로 깜짝 놀란 이설아 자신이 애써 커버를 치고 있을때.
그때 자신은 아무도 보지 못했다고 강력히 증언해서, 스타더스를 착각하게 하는데 성공한 섀도우워커.
"....정말 못봤을까?"
분명 에고스틱 그는 그자리에 있었을텐데. 만약 그 주위를 둘러봤으면 못봤을리가 없다.
...그러면, 왜 못봤다고 그렇게 강력히 주장한걸까.
잠시 일어난 뒤 장식장에서 와인병을 꺼내, 포도주스를 채운뒤 홀짝이며 머리를 식힌 후, 그녀는 찬찬히 추측해봤다.
"혹시...."
그때는 바빠서 생각못했지만, 지금 생각해면...
그에게도 자신처럼, 에고스틱이 접근한게 아닐까.
충분히 가능성 있는 얘기다, 애초에 자신에게 먼저 접근한것도 에고스틱 그였던만큼...
"....아무래도, 섀도우랑 얘기를 해봐야겠네."
그녀는 그렇게 마음을 굳혔다.
보자, 김자현 전화번호가 어딨더라...
***
[...네. 그러니까, 에고스틱이 아마 라티스와 물밑에서 협상을 진행했을 가능성은 확실히 큽니다. 그게 우연히 얻어걸려 테러를 피한것인지, 아니면 에고스틱이 전부 예측하고 한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모르긴 뭘 몰라. 당연히 에고스틱 덕분이지."
여자친구를 그녀의 집에 바래다주고 나서.
출출한 나머지 홀로 자기 집에서 김치볶음밥을 먹고있던 섀도우워커 김자현.
그는 티비를 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는 이미 에고스틱이 히어로인걸 알고 있던만큼, 뉴스를 봐도 딱히 놀라지 않았다.
시한부 빌런 에고스틱이 자신의 몸을 갈아넣으며 대한민국을 지키고 있다는건 상식.
"크흑... 에고스틱, 너란놈은 대체."
저번에 스타더스와 테러를 하던 방송에서 피를 흘리던 에고스틱의 모습을 떠올린 그는 자신도 모르게 탄식을 내뱉었다.
에고스틱 건강이상설이 떠오른걸 보고는 올게 왔구나라는 심정. 사람들은 알까. 그가 단순히 몸이 안좋은게 아닌, 이미 살날이 정해져있는 시한부라는걸.
그러나 그럼에도 남은 인생을 절망하기는 커녕, 나라를 위해 한몸 바치고 떠나려는 사나이라는걸.
"...에고스틱, 네가 빌런으로써 떠나게 된다면, 내가 꼭 진실을 알리고 너의 명예를 복권시켜주마. 사나이 대 사나이로 명예를 걸고."
그는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아직까지는 에고스틱 그가 어째서인지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싶지 않아하는 것 같아서 말하지 않았다.
그가 그러는 이유를 잘 몰랐으나, 나중에 따로 에고스틱에 대해 스스로 위키를 보고 그는 깨달은 것이다.
"네놈. 스타더스를 사랑하는군."
스타더스로 데뷔하여, 아직까지도 스타더스만 찾는 그의 모습.
그걸 보고 깨달았다. 이건 에고스틱 그가 스타더스를 좋아하는거다.
다만 시한부인 그로썬 이루어진다해도 짧은 사랑이기에 스스로의 마음을 죽이고 그러고 사는것.
"크흑, 이런 순애보라니... 진정한 사나이다..."
그렇게 자신의 추측을 거의 기정사실로 여기는 채, 에고스틱을 시한부 사랑꾼 히어로로 굳게 믿고 있는 섀도우워커 김자현.
그런 그에게, 전화가 왔다.
"...이설아. 얘가 왠일이지."
의아해하면서도 김자현은 전화를 받았고.
[김자현씨. 당신 에고스틱이랑 만났었죠?]
굉장히 당황스러운 말을 받았다.
".....음... "
[경계하진 말고요. 저도 같은 편이니까요. 그와. 그러니까 말해줘요.]
".....그래. 어떻게 안거지."
[역시... 이렇게 된 이상, 저희 한번 만나서 대화좀 해요.]
"왜?"
[당연히 에고스틱, 그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죠.]
"아하. 그렇다면야, 좋다."
그는 순순히 승낙했다.
에고스틱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야.
그렇게.
대한민국에 단 세명밖에 안되는 A급 히어로중, 둘의 비공식 만남이 성사되었다.
A급 빌런을 돕기 위한.
***
"...누가 내 얘기를 하나."
"오빠, 귀 그만 후벼요."
"다인씨, 제가 귀 파드릴까요?"
"네? 아니, 괜찮습니다."
나는 내게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농담한 수빈씨한테 그렇게 답해줬다.
"농담 아니에요."
"하하..."
농담이 아니였나보다.
하여튼 그게 중요한게 아니다. 다음 계획이 중요하지.
나는 그렇게 수빈씨가 깎아준 복숭아를 먹으며 조용히 고민하기 시작했다.
"...."
...머리도 아픈데, 일단 스타더스 팬카페나 좀 더 관리하다가 생각할까.
제 144화
화사차원
급변하는 정세, 몰려드는 폭풍.
현재 대한민국을 제외한 세계는 그렇게 요약할 수 있다.
물론 아직 한국은 나름 해외에 비해 안전하지만, 그건 내가 뒤에서 계속 막고있었어서 그런거고. 내가 손 때면 다시 금방 개판될거다. 그래도 스타더스가 원작보단 강해져서 그정도까진 아니겠지만, 그래도.
하여튼 결론은, 앞으로 생각하면 무력이 중요하다는 것.
물론 지금도 우리 에고스트림은 강하다. 강하긴 한데... 따지고보면 아직 실질적으로 무력이 있는 사람은 일렉트라랑 월광무녀, 데스나이트뿐. 심지어 데식이는 사람이 아니니까 단 둘이다.
그러니까 더 강한 사람이 필요하다는거지.
즉, 새로운 빌런을 계속 영입할 필요가 있다는거다.
특히 시간이 지날수록 세상이 개판이 되간다는걸 증명하듯, 점점 더 많은 능력자들이 나올텐데. 이들은 아예 내가 다른 신분으로 모아서 관리할 생각을 하고 있다. 근데 일단 이건 중요한게 아니고.
지금은, 새로운 빌런을 영입할 때다.
그렇게 수많은 빌런들 중, 나는 2명을 추리고 추렸다.
갈색머리에 남자 한명, 그리고 보라색머리의 여자 한명.
그리고 하율이 동생한테 누가 더 마음에 드냐고 하니까 옆의 여자가 마음에 든다 해서 최종적으로 그녀를 영입하는걸로 결정났다.
"흑령..."
원작에서 흑령이라는, 깔끔한 이름으로 불린 빌런.
보라색 머리라락에 보라색 눈, 늘 입는 검은 후드로 꽤나 유명했던 빌런 중에 한명.
인식저해고 뭐고 당당히 얼굴을 까고 돌아다녀서, '요즘_빌런_미모.jpg' 짤이 돌아다니는 꽤나 인기 빌런 중 하나였다. 안그래도 특유의 반쯤 감긴 눈과 몽환적인 분위기에 독자들한테도 인기가 많았고. 피폐물인 원작에서 4차원에 유쾌한 그녀만 나오면 분위기가 좋았던것도 있다. 나처럼 절대 사상자가 안나오는 테러를 하기도 했고.
원작에서는 밤에 보라색 도깨비불을 허공에 늘어틀이며 등장. 밤에 테러를 한것에서 봤듯이, 한은그룹과 월광교에 이어 3번째로 섀도우워커의 능력을 씹으며 등장한다. 이때부터 '밤은 섀도우워커가 지배한다'라는 명성이 깨지기도 했다.
하여튼, 능력 자체가 꽤나 사기인 여자라 꼭 영입해야할 1순위 중 하나. 주 능력은 도깨비불인데, 이렇게 능력이 설명이 적을 수록 강하다는 속설처럼 능력의 운용이 무궁무진한 여자다. 보라색 불을 소환하는 능력을 가졌는데, 이게 꽤나 사기라.
".....그래서, 영입을 어떤 방식으로 하나가 문제인데."
그래. 제일 큰 문제가 그거다.
어떻게 우리 멤버로 들어오게 꼬시냐 이거지.
'오빠, 또 여자 꼬셔요?'
...꼬신다라는 표현을 쓰니 오늘 아침에 서은이가 나한테 한 말이 떠올라 순간 흠칫했지만, 다시 정신을 붙잡았다.
그게 중요한게 아니지. 일단은, 나는 지금까지 우리 에고스트림 멤버들을 어떻게 영입했었나나 찬찬히 복기해보았다.
서은이. 한은그룹을 박살내주겠다는 제안으로 영입에 성공했다. 참고로 제일 오래걸렸었다. 거의 삼고초려급으로 설득했었지. 서은이의 마음에 빗금을 푸는게 쉽지가 않았다. 지금은 뭐, 제일 친해졌지만.
하율이. 하율이는... 원래 영입 계획이랑 틀어졌어서 거의 납치하다 싶이 하긴 했는데, 솔직히 운이었다. 하율이 동생이 날 그렇게 좋아할지 어떻게 알았겠어. 남매가 열심히 공부하는걸 보면 기특하기도 하다.
최세희. 세희는 그냥 전기라이팅해서 영입에 성공했다. 요즘도 보면 맨날 전기 펑펑 날려서 뒷산 나무정리 하는 재미로 사는데, 예전엔 참느라 얼마나 답답했겠어.
데식이는 그냥 경매장에서 샀고, 은월이는 월광교주의 저주로 부터 해방시켜주며 영입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 이 보라색 머리카락의 여자, 불꽃 능력자인 자영. 원작에서는 흑령이라는 인물로 불렸던 인물.
이 여자의 성격은, 한마디로 4차원.
일단 집에 있는걸 제일 좋아해서 집에만 있고, 그러다보니 심심하다면서 테러를 일으킨다는 것만 봐도 범상치 않다는걸 알 수 있다.
그래서 이 여자를 꼬실 방법을 연구한 내 결론이 뭐냐.
'...그냥 에고스트림에 들어오라고 하면 되는거 아니야?'
그래. 그냥 그거였다.
아니, 어차피 원작에서도 심심해서 테러한 인물이잖아. 그럼 그냥 심심함 해소를 위해 우리랑 같이 테러하자고 담백하게 제안만 해도 되는거 아닌가?
아마 지금 시기쯤이면 충분히 심심한 상태일거다.
그러니까 이제 슬슬 수확하러 가야지.
"...가볼까."
그렇게 짧은 생각을 끝으로, 나는 순간이동했다.
아니, 이건 실패할 수가 없다니까?
***
"심심하다."
그게 자영이 내린 결론이었다.
뜨뜻한 방바닥에 검은색 후드 하나만 입은 채 이불만펴고 대자로 누워있는 그녀.
이렇게 등이 뜨뜻하다보니 좀 더워서, 에어컨을 키는 기행을 저지르고 있었다.
아래는 따끈하고, 위는 시원하고.
하여튼 그런 오묘한 상태에서, 특유의 보라빛의 멍한 눈동자로 천장을 보며 그녀는 중얼거렸다.
"심심해..."
그렇다.
그녀는 심심했다. 매우.
사실 집에 누워만 있는것도 처음에야 즐겁지, 날이 가다보면 심심해지는게 당연.
거기에다가 스마트폰으로 그 흔한 인터넷이나 게임마저 안하는 그녀였기에, 그냥 티비 틀어놓고 멍하니 천장 바라보는게 낙이었다.
물론, 그냥 천장만 바라보는건 아니고.
"...흐응."
거실 한복판.
그곳에서 그녀는 보라색 불을 허공에 소환했다.
열이 없는 불꽃이 마치 도깨비불처럼 허공을 떠돌고.
그것들을 여러개 만들어 원처럼 굴린 그녀는, 이내 하품을 하며 중얼거렸다.
"청소나 할까... 청소도 다했구나."
집에만 있고 취미도 없다고니, 결국 하게되는건 청소였다. 청소 재밌잖아.
이미 집에 대리석 바닥은 거의 광칠을 한것마냥 빤딱빤딱하게 빛나고 있었다. 하도 닦아서 그런가.
거기에 물론 밥을 끼니걸러 먹는 그녀라 하루에 많이먹는 편은 아니었지만, 한번 할때는 거의 예술의 경지로 요리하는 편이었다.
"심심해."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또 심심하다고 중얼거린 그녀.
이내 그녀는 한치수 큰걸 입어서인지 품이 큰 후드 소매에서 낑낑대며 팔을 꺼낸 뒤, 리모컨으로 티비에서 유튜브에 진입했다.
그냥 메인에 맞춤영상 뜬거 아무거나 튼 뒤 라디오마냥 백색소음으로 틀어둘 생각으로 들어간 사이트.
그곳의 메인으로 떠 그녀의 이목을 끈 것은, '에고스트림 하반기 테러 하이라이트 모음' 이라는 제목의 영상이었다.
"흐응..?"
테러라.
관심을 가진 그녀가 리모컨을 조작해 영상을 틀었고.
이내 거기선, 하늘을 날아다니며 히어로랑 맞서는 에고스트림 빌런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재밌어보이네."
왠일로 고개를 돌려 멍한 눈빛으로 영상을 시청한 그녀는, 이내 보면서 그런 짧은 감상평을 냈다.
테러. 테러라.
"흐응..."
최근에 그녀가 한 생각이 그거였다.
테러나 하면 어떨까.
밖으로 나가 몸을 움직이는걸 극도로 귀찮아하는 그녀였기에, 오히려 신념이 있었다. 자신이 직접 몸을 움직여 밖으로 나가게된다면, 힘들게 나온만큼 뽕을 뽑아야 한다.
그리고 테러같은 일을 한다면, 충분히 밖에 나가서 몸을 직접 움직인 만큼 재미를 줄거 같다.
"...근데 귀찮아."
하지만 그건 밖에 나갈때 얘기고.
일단 귀찮기 때문에 그녀는 나갈 생각이 없었다.
만약 너무 너무 심심해져서, 나가게 된다면 모르지만. 일단은 집이 최고. 요리 재료들도 다 배달이 되는데 밖에 왜나가?
다만 문제가 있다면, 요즘들어 심심함의 강도가 점점 세진다는 거다. 슬슬 나가서 몸을 움직이고 싶을 정도로.
"그래. 테러나 해볼까..."
그래서 그녀는 요즘들어 그런 고민을 하고 있었다.
대체 뇌에서 어떤 논리회로가 거쳐지면 심심하니까 테러를 하겠다는 결과가 도출되는지는 모르지만, 그녀는 원래부터 삘 받는대로 사는 사람이었다.
자신의 이 보라돌이 불꽃들을 이용하면 쉬울거 같았다.
"근데 지금 당장 심심한데..."
근데 그건 나중에 계획해서 한다고 해도.
지금 심심한건 어쩌지.
그녀는 멍하니 티비에서 나오는 소리를 흘려들으며 그렇게 생각했다.
뭐 재밌는 사건 안터지나.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며 하루 하루를 보내던 그녀에게, 진짜로 뭔가 사건이 터지긴 했다.
"안녕하세요. 에고스틱입니다."
"...이건 예상 못했네."
그녀는 자신의 앞에 서있는 남자를 보며, 멍한 눈빛으로 중얼거렸다.
검은색 모자에, 검은색 옷에, 검은색 망토에, 회색 가면에.
따지고보면 재밌긴 하네.
그렇게 컵에 우유를 담아 제티를 타다, 갑자기 자신의 집에 쳐들어 온 괴한을 잠시 멍하니 바라보더니...
"이거 마실래?"
불쑥 컵을 내밀곤 그렇게 제안했다.
그냥. 갑자기 빌런들도 제티를 마시는지 궁금해져서.
***
자영.
이미 원작에서도 4차원에 온갖 기행을 보여준만큼, 나는 그녀를 만나기 전 각오를 단단히 했다.
그리고 실제로 만나게 된 그녀.
원작에서 묘사된대로 보라색 머리카락에 보라빛 눈동자, 반쯤 감겨 멍해보이는 눈까지.
그녀의 집에 다짜고짜 초인종 누른 뒤 쳐들어가자마자 보게 된 뭔가 특유의 신비스러운 느낌을 주는 그녀는.
나를 보더니 컵을 내밀었다.
"마셔."
그렇게 난 얼떨결에 초코우유를 받았다.
...시작부터 어질어질하네.
근데 반쯤 감긴 눈으로 이쪽을 하도 흥미진진하게 봐서, 어쩔 수 없이 마셨다. 음, 다네.
"어때?"
"다네요."
...대체 내가 무슨 대화를 하고 있는거지.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상상을 뛰어넘는 전개에 살짝 당황한 나는, 정신을 붙잡고 여기 온 목적을 상기했다.
그래 영입. 영입해야지.
"자영씨. 혹시 요즘 심심하지 않으십니까?"
"흐응? 심심하긴 하지?"
"그러시다면..."
나는 그렇게 10분에 걸쳐 에고스트림 영입 제안을 열심히 했고.
그런 내 말을 들은 그녀는, 입술에 손가락을 올린채 짧게 고민하더니.
"싫어."
라고 간단하게 답했다.
...음, 쉽지 않네.
제 145화
화도깨비불
원작에 등장하는 수많은 빌런들 중, 누구를 동료로 고를지도 일.
우리 에고스트림 멤버로 잘 섞여들어갈 수 있고, 아직 타락하기 전인 빌런들을 고르는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추리고 추린 2명.
갈색 머리의 남자와 보라색 머리의 여자.
둘 사이에서 고민하던 나는, 선택을 포기하고 누가 더 마음에 드냐고 나는 하율이 동생한테 물었었고.
"옆에 누나요."
단칼에 답한 애의 말에 최종적으로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여자를 영입하기로 확정이 났다.
그리고 지금.
나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하율이 동생이 잘못 고른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싫어."
내 영입 제안에 상큼하게 그렇게 대답한 서자영.
...음. 이건 내 예상에 없었는데.
그렇게 순간 내가 뇌정지가 오고 있는 동안.
그녀는 작게 웃더니, 나한테 답했다.
"사실 뻥이야, 좋아."
"..."
딱밤을 한대 때리고 싶어졌다.
***
서자영.
그녀는 자신의 앞에 서있는 남자를, 굉장히 흥미로운 눈으로 바라봤다.
...에고스틱. 뉴스만 틀면 나오는 유명인사 아니야.
영상으로 보면서 인생 재밌게 산다 싶긴 했는데, 이렇게 직접 눈앞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다.
그리고 그가 자신을 굳이 찾아와서 빌런 영입 제안을 한다라...
'뭔진 모르겠지만...'
지루하기만 했던 일상이 뭔가 살짝 재밌어질거 같은 기분.
그런 생각을 하며, 그녀는 자신의 앞에서 말하고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자기의 이름과 능력을 알고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뭐 그럴수도 있지. 그건 딱히 중요한게 아니다.
그보다 그녀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떠십니까?"
에고스트림에 대한 설명을 마친 뒤, 씨익 웃으며 영입을 제안하는 그의 모습.
그런 그를 보며, 자영은 입에 손을 가져다대고 잠시 생각을 했다.
"흐응..."
끌린다. 그건 부정할 수 없다.
안그래도 맨날 집에서만 뒹굴뒹굴해서 심심했는데, 오랜만에 일어난 재밌는 일이라는건 사실.
그리고 또 자기가 요즘 테러가 땡기는건 어떻게 알아가지고, 테러를 시켜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오히려 조건이 좋으니 수상한긴 했는데.
뭐, 그건 별로 상관 없었다.
어차피 어지간하면 다 그녀의 능력으로 이길 수 있으니까.
그래서 원래 그녀는 경계심이 없었다. 어떤 상황이 닥쳐도 상대를 다 쓰러트리고 자신만 유유히 빠져나올 수 있을거라는 자신감이 있었기에.
근데 그것보다.
그녀는 만약 이걸 거절하면 그가 어떻게 나올지가 궁금했다.
정색하면서 자신을 협박할까? 아니면 설득하려고 들까?
그래서 그녀는 이렇게 답했다.
"싫어."
"..."
그렇게 툭 던진 자신의 말에, 순간 몸이 멈칫한 그.
"..."
"..."
그리고 그는 잠시 침묵했다.
얼굴의 반은 가면에 덮여있었고, 남은 절반도 모자의 음영에 가려 잘 보이진 않았지만 명백히 당황한 것처럼 보이는 모습.
그리고 그런 그의 반응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귀엽네. 정확히는, 반응이 재밌다.
응... 장난은 여기까지만 칠까?
"사실 뻥이야. 좋아."
그래서 그녀는 그냥 그렇게 말해주었다.
"...감사합니다."
살짝 멈칫하더니, 이내 안도의 한숨을 쉬며 그리 답하는 그.
그런 그한테, 그녀는 궁금한걸 물었다.
"좋아. 근데 그럼 이제 뭐해?"
자영은 갑자기 궁금해져서 물었다.
빌런도 제티를 마신다는걸 안거랑 자신이 에고스트림에 들어간다는건 좋았지만, 그래서 이제 뭐하지?
그리고 그런 그녀의 의문을 해결해주겠다는 듯, 그는 씨익 웃으면서 답했다.
"따라오시죠."
뭔가 갈수록 흥미진진해지는 느낌에 그녀는 살짝 기분이 좋아졌다.
원래라면 밖에 어지간해선 잘 안나가고, 집 안에서만 누워있겠지만.
아무래도 이건 외출한만한 가치가, 그러니까 재미가 있을거같다.
그래서 서자영은 그가 내민 손을, 잡았다.
***
음. 순간 뇌정지가 오긴 했지만, 어쨌든 서자영을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사실 생각해보면 이때까지 멤버들 중 제일 쉽게 영입 성공한거 같기도 하고. 그냥 10분 컷으로 해버렸다.
다만 문제는 얘가 언제 어떻게 마음을 돌릴지 모른다는거. 그래서 그냥 바로 일단 집으로 초대하기로 했다.
그렇게 내 손을 잡고 순간이동 한뒤, 아무 경계심 없이 쫄래쫄래 따라오는 그녀. 길게 늘어트린 보라빛 머리에, 반쯤 감긴 눈. 그리고 멍해보이는 표정.
거기에 살짝 커서 소매가 남아도는 검은색 후드 한장 입은 채, 나를 따라오는게 누가보면 동네 마실 나가는것처럼 보였다.
...뭔가 굉장히 무방비해 보이는 모습. 근데 뭐 생각해보면, 그만큼 자기 능력에 자신이 있어서일수도 있다.
하여튼 그게 중요한게 아니지.
나는 그녀를 데리고 우리 에고-하우스로 데려갔다.
"와아."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커다란 집을 보고 짧게 감탄하는 그녀.
"이게 뭐야?"
"저희 에고스트림의 본부입니다. 다들 여기서 같이 살죠."
"오. 근데 이거 나한테 이렇게 공개해도 돼?"
"네. 이제부터 당신은 저희 멤버니까, 당연히 되죠."
나는 씨익 웃으면서 그렇게 답해줬다.
...사실 어차피 순간이동해서 온거라 얘가 위치를 알리도 없고, 인터넷도 뭐도 잘 모르는 애라 정보를 유출할 수 없을거라는 판단에 당당히 보여준거지만. 그런 얘기는 굳이 하지 않았다.
"...조심성이 없네."
멍하니 노래하듯 그렇게 중얼거리는 그녀. 나는 그런 그녀의 대답을 허허 하고 웃어 넘길 뿐이었다. 그렇게 생각해주면 좋고.
하여튼, 나는 그녀를 끌고 대문을 열어 들어갔다.
넓직하게 뻥 뚫린 목재저택에 신기하다는 듯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살피는 그녀. 약간 조카한테 집 소개시켜주는 느낌이었다.
"집 좋다."
그렇게 말할 정도니, 좋아보이긴 하나보다.
근데 일단 이게 중요한게 아니지.
"자, 일단 저희 멤버들 먼저 소개시켜줄게요."
"아. 그 일렉트라랑 월광무녀?"
"...아시네요?"
"어. 유튜브에서 많이 봤으니까."
그렇게 대답하는 그녀의 말에, 나는 살짝 놀랐다.
이럴수가, 평소에 집에 누워서 천장만 보는 얘가 알정도라니, 우리 에고스트림이 정말 커지긴 했구나.
내가 그런 감상에 젖은 채 거실로 들어서자, 내 앞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나를 반겨주었다.
"엥 오빠? 새로운 멤버분 데리고 오신거에요?"
거실에 들어가자, 나와 자영을 보더니 깜짝 놀라며 다가오는 서은이.
".....!"
그리고 그런 그녀를 본 자영의 눈이 살짝 커졌다.
"...귀여워."
"네?"
갑자기 자신앞에 다가와서 눈을 반짝이는 자영을 보고, 서은이가 고개를 갸웃했다.
갑자기 생뚱맞게 말하는 그녀와, 갑작스러운 상황전개에 여전히 당황하고 있는 서은이.
하여튼 자영, 그녀는 기분이 좋아보였다. 서은이를 보더니 마음에 쏙 든 모양.
"여기 마음에 든다..."
이내 서은이에 이어 햇살이 따스히 비추는 베란다 쪽을 본 서자영은 그렇게 중얼거렸고.
그리고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원래 자영 이 여자가 사차원이라는건 원작을 읽은 사람이라면 당연하게 아는 사실. 그런만큼, 지금 그녀의 기분이 좋아보이는 지금 이 기회를 잡는게 상식이란걸 알고있단 소리.
그래서 나는 바로 그녀에게 제안했다.
"아 맞다, 이 얘기를 안했는데. 당신도 여기서 사실래요? 이미 저희 에고스트림 멤버들은 다 이곳에서 지내고 있는데."
"여기?"
그렇게 답한 그녀는 주위를 슥슥 둘러볼때.
나는 바로 옆에서 악마의 유혹을 했다.
"여기서 살면 밥도 삼시세끼 같이 해먹을 수 있고..."
"사람들도 많으니 심심할 틈도 없고."
"집도 좋고 숙식 무료에 수많은 능력자들과 함께 살 수 있는 기회인데, 놓치시겠습니까?"
"음..."
그냥 고민한듯 해 보이는 그녀였으나, 이미 딱봐도 넘어가는듯한 모습.
이내 그녀는 잠시 고민을 이어가더니, 끝내 쿨하게 대답했다.
"좋아."
"알겠습니다."
나는 씨익 웃으면서 대답했다.
서자영 그녀도 뿌듯한 미소를 짓고 있는걸보니, 합리적인 선택을 했다고 판단하는 모양. 아니면 그녀의 성격을 고려했을때 그냥 재밌어보여서 그런걸수도 있고.
하여튼 중요한건.
...이제 한번 우리집에 발을 들인 이상, 너는 못빠져나간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속으로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숙식 무료를 조건으로 원작의 S급 빌런을 완전히 묶는데 성공했다.
저 여자는 아직 별생각 없어 보이지만, 이 집에 같이 살게되면 자연스럽게 모두와 친해질 수밖에 없고, 결국 진정한 의미로 동료과 되게 되기 마런.
사실 원작에 그녀의 성격을 생각해보면 배신할 만한 애도 아니긴 하지만, 혹시 모르니까. 미리미리 패밀리로 묶어두는게 안전하다
어쨌든 그렇게,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그러니까 이사도 하고 다 했다는 소리지.
그렇게 자영은 공식적으로 에고스트림 멤버가 되었다.
음, 좋다. S급 빌런 꼬시기 끝. 참 쉽죠?
***
그리고 일주일이 지났다.
이미 그새 자영 그녀는 맴버들하고 꽤나 친해졌다. 애가 마치 관엽식물마냥 좀 멍하긴 한데, 오히려 그래서인지 모두와 금방 친해진거 같기도 하다. 애가 말이 직설적이라 오히려 스스럼이 없어.
하여튼, 다시 돌아와서.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는 저녁, 나는 현재 자영 그녀와 함께 집앞의 숲에 서있었다.
당연히 멍한 표정을 짓고있는 그녀.
"좋아, 얼마나 강한지 보자고!"
그리고 세희도 옆에 있었다.
내가 서자영이 강하다고 언질을 주자, 얼마나 강한건지 궁금해진 모양.
"...그럼, 한다?"
"그래."
그렇게 내 말이 끝나자.
어두운 초록빛의 숲 한복판에, 보라색 머리를 늘어트린 채 검은색 후드 하나만 입은 그대로.
그녀는 손을 들어올렸고.
그순간.
파악-.
숲의 허공이.
갑자기 생겨난 작은 도깨비불같은 보라색 불꽃들로, 가득 찼다.
"오... 야."
작은 도깨비불들이 우리 앞에도 넘실거려서, 이동하기도 힘들게 하는 모습.
그런 그녀의 능력에 최세희도 감탄하는 가운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역시 출력도 강하네. 여기서 응용까지 하면 대박이겠어.
"더해봐?"
"어."
내 말에 고개를 짧게 끄덕이며, 다시 보라색 불꽃을 조작해 여러가지를 하는 그녀.
내가 알기론 저 불꽃이 섀도우워커의 능력도 씹는다.
그러니까.
"좋아."
그녀의 묘기를 보며, 나는 결론을 내렸다.
다음 테러는 섀도우워커를 상대로 하자. 그게 맞겠다. 원작처럼.
스타더스는... 이번에는 넘기지 뭐.
별 문제 있겠어?
***
"...에고스틱이 테러를 언제 일으킬려나."
한편, 신하루는 그런 고민을 하고 있었다.
아마 그때는 당연히 자신이 나서게 될텐데.
...이번에는, 에고스틱. 그와 대화를 좀 시도해 볼까. 좀 물어도 보고. 웬만하면 답해줄거같은데.
몇번 하지도 않아 보기도 힘든, 에고스틱과 만나는 이 귀중한 시간을 좀 유용하게 보낼 방법이 없을까.
...놈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그녀는 그런 생각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그렇게 에고스틱의 다음 테러 날짜는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여름이었다.
제 146화
화5분 대기조
"흐응..."
서자영.
그녀가 에고스틱의 집에 살게 된지도 벌써 한달이 됐다.
사실 처음에는 그냥 아무 생각없이 좋아보여서 온건데, 생각보다 훨씬 생활이 좋아서 만족 중인 상태.
그리고 사람들도 다들 착했다.
분명 빌런연합이라고 들었는데 왜 착한건진 모르겠지만, 그녀는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좋은게 좋은거겠지.
하여튼 다들 착해서 좋았다.
특히 예전에 만났던 사람들이랑 비교하면...
"..."
...어렸을적, 자신의 능력을 보고 그녀를 피하던 사람들이 꽤 많았었다.
뭐 개들이 짖는다고 생각하고 무시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떠올릴 때마다 기분이 살짝 나빠지는 기억.
하여튼, 그랬던 사람들과 비교하면 이 에고스트림의 멤버들은 다들 편견없이 그녀를 맞아줬다. 다들 자기들도 능력이 있어서 그런걸 수도 있지만.
하여튼, 그렇게 에고-하우스에 들어오게 된 이후. 서자영은 하루종일 거실 한쪽 바닥에 늘 붙어 누워있었다. 햇빛이 따스하게 몸을 데우는데, 그것만큼 좋은게 없어서.
그리고 그녀는 거기서 에고스트림 멤버들을 여럿 만나 관찰했다.
일단 한서은이라는, 은빛 단발머리를 가진 자기보다 키가 약간 작은 아이. 귀엽다. 착하다. 머리도 좋다고 한다.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서은이랑 늘 붙어다니는 은월이. 한서은이랑 머리카락이 완전 반대인 검은색 장발인데, 집에서도 가끔 무녀복을 입고 다닌다. 역시 귀엽고 착하다. 그리고 자신과 능력이 어느정도 비슷한거 같아 특히 대화를 많이 나눴다.
이수빈은... 약간 이 집에 엄마같은 느낌이었다. 에고스틱, 다인이 바깥일을 한다면 이수빈은 집안을 관리한달까. 분명 늘 웃고있는데 좀 무섭다. 진짜 엄마같은 느낌...
최세희. 자신과 나이가 같은 이 집에 몇안되는 인물이었다. 그래서인지 금방 친해지기도 했고.
데스나이트..? 이 검은 기사 유령은 청소를 매우 좋아하는듯 했다. 자신도 가끔 청소를 도와 같이했다. 한번뿐이지만.
하율이와 차윤이었나. 둘은 공부를 하느라 바쁜지 얼마 못봤다.
그리고. 이 집에 중심인 다인.
사실상 그녀가 제일 관찰을 오래한 인물이었다.
유튜브에서 볼때와 처음 만날때는 분명 미친놈 같았는데, 생각보다 멀쩡했다.
그녀는 계속 의식의 흐름을 이어나갔다.
...사실 처음에 집에 그빼고 다 여자만 있어서 뭔가 했는데, 지켜본 결과 흑심은 없어보인다. 오히려 스타더스라는 여자만 좋아하는거 같은 느낌.
'너 스타더스 좋아해?'
'어. 좋아하지.'
전에 자신이 툭 던진 질문에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그렇게 답한걸 보면, 좋아하긴 하나보다. 그게 이성으로써인지 그냥 좋아하는건진 잘 모르겠지만. 참고로 자신이 그 질문을 던질때 주위에 있는 이들이 당황한게 느껴졌다. 흐응...
"...뭐해?"
그리고 그녀가 멍하니 그런 생각을 이어나갈 때쯤, 자신의 앞에서 그런 목소리가 들려와서 상념에서 깼다.
눈을 꿈뻑이며 정신을 차려보니, 현재 그녀는 거실 소파 옆 창가쪽 바닥에 누워있는 상태.
그리고 그런 그녀를, 소파에 앉아 일을 하던 다인이 내려다보며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아, 생각해보니 아까부터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누워있었구나.
계속 자신만 빤히 보고있는 그녀를 보며 의아해했을 다인한테, 그녀는 피식 웃으면서 솔직히 답해주었다.
"네 생각."
"그래?"
그런 그녀의 대답에 씨익 웃으면서 일하던 노트북을 소파옆에 내려놓은 뒤, 자리에서 일어난 그.
그리고 그는 여전히 웃는 표정으로, 누워있는 자신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쓸데없는 생각 하고있는거 보니 심심한가본데, 이제 슬슬 다시 훈련하러 가자."
"아, 안돼..."
"돼."
이내 그는 손을 올려 그녀를 염동력으로 두둥실 떠오르게 했고.
자영은 애타게 거실의 매트를 잡기 위해 애를 써봤지만, 이미 늦은 직후였다.
...다인. 좋은 사람이긴 한데, 그에게는 큰 문제가 있다.
바로 계속 그녀의 능력을 훈련시키려 든다는 것.
집에 계속 누워만 있고싶은 그녀에게는 내키지 않는 일이었지만, 어쩐지 그가 요구하면 거절하기가 좀 그랬다. 집주인의 횡포여서인가...
그렇게 그녀는 오늘도 마당으로 끌려가고 있었다.
"사람 살려..."
"언니, 파이팅..?"
참고로 그녀는 끌려가다가 만난 백은월한테 SOS 요청을 날려봤지만, 어색한 웃음의 응원만 돌아왔을 뿐이다.
이 집 사람들은 다 다인편인거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