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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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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 1-6

1화. 마왕을 잡아 보자

#1.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해 보자.

- 내겐 재능(才能)이 있었다.

- '신체라는 도구'를 다루는 데 있어 세상 그 누구보다 압도적인 재능.

"…어휴. 큰일났네."

"엄마. 왜 그래?"

"아, 그게… 엄마가 열쇠를 잃어버린 것 같아. 안 그래도 네 아빠 올 시간 다됐으니, 우리 어디 가서 맛있는 거 먹으면서 기다릴까?"

"…엄마. 이거 내가 부셔도 돼?"

"응? 부셔? 뭘?"

"그러니까 자물쇠."

- 그리고 그 재능을 내가 처음으로 실감하게 된 것은….

"자물쇠를 부순다고? 네가? 어떻게?"

"이렇게."

콰직! 땡그랑…!

- 5살, 내가 고장 난 도어락을 대신해 걸어놓은 자물쇠를, 엄마 앞에서 맨손으로 비틀어 깨버렸을 때였다.

눈이 휘둥그러진 엄마가 물었다.

"너, 이거 어떻게 한 거야?"

"응? 이건 그냥 되는 건데. 엄마는 못해?"

그리고 그날 밤.

동생을 얼른 재우고 다시 모인 부모님은, 내 손에서 벌어지는 온갖 황당한 기사(奇事)들을 보고는 입을 딱 벌렸다.

딱콩으로 벽돌 부수기.

이쑤시개로 프라이팬 뚫기.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의자다리 부러트리기 등등.

"아, 아니, 이게 무슨…."

마당 화분의 받침대로 쓰던 화강암 블록을 가져다 문방구 커터칼로 서걱서걱 토막 치는 모습을 본 아빠는, 결국 내 양팔을 꽉 붙잡으며 당황 가득한 음성으로 물었다.

"마, 마술? 초능력? 아니 대체 어떻게 그런 걸 할 수 있는 거냐?"

아빠의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한동안 고민하던 난, 결국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잘 하면 돼."

"자, 잘…?"

"응. 잘."

***

#2. 초딩 시절의 이야기를 해 보자.

시간이 흐르며, 내 재능이 어느 한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몸을 쓰는 모든 영역에 걸쳐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단순히 천재 어쩌고 하는 말로는 감히 측정할 수 없는, 무시무시한 '무언가'임을 깨달은 부모님은 시간이 날 때마다 내게 말씀하셨다.

- 넌 아마… 뭐든 할 수 있고 뭐든 될 수 있을 거다.

- 축구든, 야구든, 테니스든… 그냥 룰을 아는 것만으로도 동서고금 유래 없는 선수가 될 수 있겠지.

- 그러니 앞으로 네가 해야 할 일은, 네 재능을 갈고 닦아 키우는 것이 아냐.

- 오히려 그 재능이 세상이 그어놓은 '선'을 벗어나지 않도록, 상식이란 벽을 깨트리고 흘러넘치지 않도록 노력해야만 해.

- 그렇지 않으면… 다들 널 경원시 할 거야. 외톨이가 될 거란 뜻이지.

- 약속해라. 네가 네 재능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다는 확신이 설 때까지… 그리고 세상을 알고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있는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절대 네 힘을 다른 사람에게 드러내지 않겠다고.

너무 어려워 잘 이해하진 못했지만… 기본적으로 순하고 성실한 성격이던 난, 두 분의 말씀을 잘 따랐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부모님의 걱정을 조금씩 이해하면서, 난 소소한 의문 하나를 품었다.

- 외톨이? 그거 해도 되지 않나?

***

#3. 중딩 시절의 이야기를 해 보자.

난 무의식적으로라도 부모님이 말씀하신 '선'을 넘는 일이 없도록 여러 가지로 방법을 모색했다.

그리고 그 끝에서 내가 고른 방법은,

'선 안쪽의 자신'과 '선 바깥쪽의 자신'을 명확히 이미지하고,

이들 양쪽을 오갈 수 있는 스위치를 마음속에 만드는 것이었다.

덤으로 스위치를 켜는 트리거는, [칼을 역수(逆手)로 쥔다]라는, 쉽게 할 수 있지만 평소엔 거의 하지 않는 행동으로 설정.

- 스위치를 끄면 인간의 영역.

- 스위치를 켜면 인외(人外)의 영역.

몇 번의 시행착오가 있긴 했지만, 내 시도는 결국 완벽하게 성공했다.

칼을 역수로 쥔다.

꾸욱.

철컥!

머릿속에서 둔중한 마찰음이 울려 퍼지며 내가, 나만이 세상의 중심이 된다.

세상 모든 것이 나를 기준으로 새로이 정렬되고 조립된다.

마치 신이 된 듯한, 그야말로 압도적인 전능감.

굳이 시험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지금의 나라면 과도 한 자루만 있어도 날아오는 총알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튕겨낼 수 있다는 걸.

그건 내게 있어 어려운 일도, 노력이 필요한 일도 아니었다.

똑…!

싱크대의 수도꼭지에 맺혀있던 물방울이 떨어져 내리는 순간, 손에 있던 과도가 섬광을 그린다.

스슥!

찰나의 순간 여덟 조각으로 쪼개졌던 물방울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한 덩어리로 뭉쳐 아래로 떨어져 내린다.

그 궤적을 한없이 느려진 시간 속에서 눈동자로 쫓고 있자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어째서 이런 간단하고도 당연한 것들을 못 하는 거지?'

그리고….

'이런 것조차 하지 못하는 범인(凡人)들과 내가 동등한 존재라는 걸 정말 인정해야만 하는 걸까.'

딸그락.

끝내 사라지지 않는 의문을 뒤로 한 채, 난 들고 있던 과도를 조용히 식탁에 내려놓았다.

***

#4. 고딩 시절의 이야기를 해 보자.

이런 질풍노도스러운 대사를 입에 담고 싶진 않았지만…

- 난 어느덧 무시무시하게 강해져 있었다.

노력 따윈 필요치 않았다.

하루에 만 번씩 주먹을 내지르지도 않았고, 소설에 나오는 은거고수처럼 가부좌를 틀고 검의 길을 궁구하지도 않았다.

그냥,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강해진다.

단지 그것만으로도 범인(凡人)의 수천수만 시간의 노력과 궁구를 훌쩍 뛰어넘는다.

그것이 내 안에 자리 잡은, '재능'이라는 이름의 괴물이었다.

퍽!

"야. 거기 자리 좀 비켜봐라. 나 좀 앉게."

질 나쁘기로 소문난 옆 반의 일진 놈 하나가 얌전히 앉아서 수학 문제지를 들여다보고 있던 내 뒤통수를 후리며 자리를 요구한다.

난 얌전히 자리를 비켜주기로 마음먹었다.

양아치 팔다리 한둘쯤 분질러 버리는 건 일도 아니었지만, 시끄러워지는 건 딱 질색이었으니까.

"새끼, 동작 봐라. 한두 번 오는 것도 아닌데 비키란 소리 하기 전에 내 얼굴 보면 빨딱 일나야지. 이 ××없는 새끼야."

…그래. 놈이 다짜고짜 패드립을 박기 전까지는.

"후우…."

난 천천히 일어나 잠시 놈의 얼굴을 무심히 쳐다보다…

찰칵.

…조용히 주머니 안에 있는 멀티툴의 나이프를 뽑아 세웠다.

압도적인 고양감과 함께 공기가 바뀐다.

살기.

끅….

컥….

끄륵….

일순 분노를 발산한 것만으로도 교실과 복도에 있던 학생들이 영문도 모른 채 눈을 까뒤집는다.

쾅!!

난 살기에 정면으로 노출되는 바람에 반쯤 숨이 넘어간 놈의 대가리를 책상에 한번 처박은 뒤, 이 개념 없는 잡것의 처우에 대해 잠시 고민했다.

일순 치밀어 오르는 충동.

'…죽일까?'

그러자 재능이란 이름의 심마(心魔)가 머릿속에서 속삭였다.

'그래. 죽여 버려.'

'죄? 천만에. 저런 하등한 버러지들에게 선악(善惡) 같은 고상한 잣대를 들이 대지마. 그런 건 너와 동등한 존재에게나 적용되는 거야.'

'저 되다만 잡것이 정말 너와 같은 생물이라 생각하는 건 아니지?'

꾸욱….

혐오. 경멸. 그리고 살의. 놈의 멱줄을 쥔 손에 천천히 힘이 들어간다.

그런데 그 순간,

"커걱… 살려… 제발…."

죽음과 삶의 경계 어딘가의, 단말마에 가까운 놈의 마지막 숨결이 그런 내 정신을 원래 자리로 되돌렸다.

"…아, 이런."

난 흠칫 놀라 놈의 목에서 손을 뗐다. 그러고는 이내 내가 뭘 하려고 했는지를 자각하고는 헛웃음을 터트렸다.

"아, 시발. 이거 진짜 제정신이 아니네."

그래. 난 방금 이 버러지 놈을 진짜 죽이려 했다. 눈곱만한 죄의식도 없이.

말마따나 놈을 같은 인간으로 보지 않기에 나온, 망설임 없는 손속이었다.

그리고 깨닫는다.

내가 재능이라는 괴물에 이미 반쯤 잡아먹혔다는 걸.

내가 재능을 품은 게 아니라, 재능이 나라는 껍질을 뒤집어쓰고 내 행세를 하기 시작했다는 걸.

이대로 계속 방치하면, 나를 부추기던 그 '속삭임'은 머지않아 진짜 내 욕망으로 화할 것이다.

캉!!

난 멀티툴의 칼날을 책상에 찍어 부러트리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중2병은 이쯤에서 끝내자."

그래. 굳이 스위치를 켜지 않더라도 난 인간의 한계에 가까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거면 충분하다.

모나지 않게, 한 세상 풍미하며 즐겁게 살기엔 그 정도가 딱이다.

좀… 아니 많이 답답하겠지만, 그 정도는 감수하자.

다들 그러지 않던가. 자기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사는 사람은 없다고.

"쯧…."

그리고 그날 이후로, 난 두 번 다시 '스위치'를 켜지 않았다.

***

#5. 대딩 시절의 이야기를 해 보자.

그리고 스물두 살.

난 커피 캔 하나를 손에 움켜쥔 채, 병원 벤치에 앉아 멍청하니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말기 대장암입니다.'

'보시면… 여기, 간문맥을 통해 간으로도 전이가 많이 이루어진 상태입니다.'

의사의 무기질적인 설명과 함께 선고된 시한부 인생.

"하, 하하. 인생… 시발. 진짜 전생에 나라라도 팔아먹은 건가?"

더 엿 같은 것은, 나뿐만 아니라 엄마와 여동생 또한 이미 작년 말부터 암으로 투병 중이라는 사실이었다.

'5인 가족 중 무려 셋이 암으로 시한부라니. 불운이 겹쳐도 어떻게 이렇게 겹칠 수가 있냐고. 이런 빌어 처먹을…!'

그나마 엄마와는 달리 여동생은 아직 치료 가능성이 남아있었지만… 그것도 전망이 그리 밝지 않았다.

난 여동생의 암이 발견되자 자신 탓에, 가족력 탓에 암이 유전된 거라고 통곡하시던 어머니를 떠올리며 눈을 질끈 감았다.

'엄마한테는 당분간 밝히면 안 돼. 그랬다간 정말 잘못된 선택을 하실지도 몰라.'

'아버지랑 형에게도 비밀로 하자. 안 그래도 간신히 정신줄 붙들고 있는 사람들한테 나까지 시한부란 소리를 했다가는 그야말로 멘탈이 쿠크다스처럼 바스러지겠지.'

난 버릇처럼 칼이 부러진 멀티툴을 만지작거렸다.

"하아… 어떻게 하지."

그러다 문득 흘러나오는 실소.

이렇게 되고 나니, 그토록 경계하던 내 재능도 사실 별것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칼질 한 번으로 산을 쪼개고 바다를 가를 수 있으면 뭐하는가.

고작 이딴 암 하나 어쩌질 못하는데.

난 내 안에서 움츠리고 있는 재능을 향해 자조하듯 이죽거렸다.

"너도 참 더럽게 운 없다. 곧 뒈질 놈한테 묶여서 제대로 빛도 못 보고. 나 말고 어디 다른 판타지 세계의 용사 같은 놈한테 기어들어갔으면 참 좋았을 텐데. 그치?"

그런데, 바로 그 순간이었다.

[이곳이 아닌 다른 세상에 관심이 있으신가요?]

"...!!!"

낯선 여성의 목소리와 함께 온 세상이 회색빛으로 굳어버린 것은.

나 또한 예외는 아닌지라 눈동자만 조금 굴릴 수 있을 뿐. 육신이 뭔가 끈끈한 점액질에 잠긴 것처럼 잘 움직이지를 않는다.

그리고 직후,

[너무 놀라지 마세요.]

…처음 보는 이질적인 존재가 그렇게 굳어버린 내 앞에 천천히 그 모습을 드러낸다.

상복을 연상케 하는 새카만 여성정장을 입은, 긴 은발에 은빛 눈동자를 가진 아름다운 여자.

옷차림은 비교적 평범했지만, 장담컨대 그녀는 절대 인간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놀랍게도 그녀는 지면에서 30센티미터 가량 둥실둥실 떠 있었거든.

.

.

.

#6. 이상한 여자랑 만난 이야기를 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