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9화. 흐흐흐. 내 이름이 최고란다.
씨앗 상점 본부.
[세 번째 창조의 사도 까망이 박이 당신의 신전을 목격합니다.]
[신성력이 5 상승합니다.]
[세 번째 창조의 사도 까망이 박의 첫 번째 부하 엄돌이가 당신의 신전을 목격합니다.]
···
..
.
"묻따박!"
"묻따박!"
"묻따박!"
신성력이 오르는 메시지를 보며 오늘도 구호를 연호하는 레아와 다른 비전투신들.
[세 번째 창조의 사도 까망이 박의 일곱째 부하 무발칠이 당신의 신전을 목격합니다.]
[신성력이 1 상승합니다.]
마지막 메시지가 나오자
"와! 까망이 박 님의 신참이 들어왔다!"
환호가 터져 나왔다. 신성력을 올려줄 머릿수가 하나 더 늘어난 거니까.
그렇게 환호하던 비전투신들.
"근데 이름이 무발칠?"
"누가 저렇게 지은 거야?"
무발칠의 이름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외면하려 해도 너무 처참한 이름이라 뇌리에 박혀버렸다.
그리고
"설마···박세준은 아니겠지?"
"무슨 소리야?! 이번에 새로 온 외로움의 신 우리 몰라? 박세준은 외로움의 신에게 우리라는 이름을 지어주는 가슴 따뜻한 인간이라고. 무발칠이라는 이상한 이름을 지을 리 없어."
"아. 맞네. 내가 실수했네. 박세준이 그럴 리가 없지."
세준은 우리의 이름 덕분에 신계에서 전혀 의심받지 않았다.
"박세준 의심했으니까. 구호 열 번 말해."
"응. 묻따박! 묻따박! 묻따···."
"묻따박!"
"묻따박!"
하나가 구호를 시작하자 다른 비전투신들도 다시 구호를 연호하기 시작할 때
"부럽다···."
그런 비전투신들을 집 안에서 몰래 바라보는 비전투신들이 있었다.
그들은 세준과 접점이 없어 세준에게 신성력을 받아보지 못한 신들.
처음에는 비전투신들 모두 으쌰으쌰하는 분위기였고 그들도 즐겁게 동참했다.
하지만
이렇게 계속 신세만 져도 되는 걸까?
어느 순간 다른 비전투신들의 신성력을 계속 받다 보니 자신이 염치없다는 생각과 함께 자존감이 점점 추락했고
나도 박세준에게 신전 받고 싶은데···방법이 없어···
부러움과 박탈감에 더 우울해졌고 더욱 고립됐다.
그리고
외로워···
결국 집 안에 틀어박혀 혼자가 됐다. 아니. 혼자가 편해지기 시작했다.
그때
똑.똑.똑.
누군가 개미의 신 베나의 집 문을 두드렸다.
조용히 있으면 그냥 가겠지.
베나는 일부러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똑.똑.똑.
상대는 가지 않고 다시 문을 두드렸다. 계속.
똑.똑.똑.
노크는 규칙적이지만, 재촉할 생각은 없다는 듯 여유로웠다.
그렇게 노크가 계속되자
끼익.
"누구세요?"
어쩔 수 없이 문을 여는 베나.
그러자
"안녕하세요. 외로움의 신 우리에요. 베나 님, 우리 같이 얘기 좀 해요. 들어가도 돼요?"
우리가 밝은 목소리로 물었고
"어? 어."
베나는 자신도 모르게 반가움을 느끼며 우리를 집 안으로 들였다.
잠시 후.
"흑흑흑. 너무 외로웠어···."
우리와 얘기하던 베나가 울기 시작했다.
"괜찮아요. 외로워하지 말아요. 제가 옆에 있어 드릴게요."
"정말? 고마워. 근데 우리, 너는 외로움의 신인데 왜 안 외로워 보이지?"
"저는 혼자가 아니니까요."
"혼자가 아니라고?"
"네. 저는 항상 세준 님이 함께 하고 있으니까요."
"에?! 박세준이 함께 한다고?!"
"네. 제 마음속에서요."
"풋. 뭐야?!"
우리의 말에 베나가 웃음을 터트렸다.
진짠데 왜 웃으시지?
우리는 고개를 갸웃거리다
"헤헷. 베나 님, 우리 같이 세준 님에게 기도해 봐요. 또 모르잖아요. 세준 님이 베나 님에게 신전을 주실지."
베나에게 기도를 제안했다.
"그럴까?"
"네. 분명 저희의 마음이 세준 님에게 전해질 거예요! 세준 님, 들리시나요? 저 우리에요···."
외로움의 신 우리가 베나와 함께 세준을 향해 기도했다.
누가 신인지 모를 광경이었다.
***
검은 거탑 99층.
"에일린, 이거 이름 좀 바꿔줘."
세준이 에일린에게 슬라임 고기 흡혈 거머리 가죽국의 개명을 부탁했다.
부르기도 힘들었고, 저 이름을 볼 때마다 꿈틀거리는 거머리가 생각났다.
[탑의 관리자가 어떤 이름으로 바꿀지 생각해 둔 이름이 있냐고 묻습니다.]
"슬라임 미역국."
슬라임은 그냥 넣었다. 돼지고기 미역국보다는 이름이 있어 보였기 때문.
[탑의 권리자 권한으로 요리 슬라임 고기 흡혈 거머리 가죽국의 이름이 슬라임 미역국으로 강제 변경됩니다.]
그렇게 요리 이름이 슬라임 미역으로 변경되자
"얘들아, 미역국 먹자."
세준이 일행들과 흰쌀밥에 미역국을 먹기 시작했다.
"푸후훗. 역시 박 회장이 구운 생선구이가 제일 맛있다냥!"
테오는 오늘도 생선구이만 먹었고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역시 아빠의 요리는 다 맛있다요!]
편식 따위는 모르는 꾸엥이도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낑?!낑?!
[이게 그 흡혈 거머리라고?! 얘네들이 이렇게 맛있었어?!]
짭.짭.짭.
흡혈 거머리의 맛있음에 충격을 받은 까망이와 부하들.
후루룩.
세준도 미역국에 밥을 말아 맛있게 먹으며
이명 : 재앙을 요리하는 자
재앙을 요리의 재료로 사용할 경우 요리에 특수 효과가 생깁니다.
첫 번째 재앙 로커스트(스탯 증가)
두 번재 재앙 거대 흡혈 거머리(적을 공격할 시 데미지의 일부를 생명력으로 회복)
다섯 번째 재앙 슬라임(물리 데미지 감소)
[재능 : 괴식]
괴랄한 음식을 먹을 경우 스탯이 상승합니다.(음식이 괴랄할수록 스탯이 더 많이 상승합니다.)
시스템이 준 이명과 재능을 확인했다.
"오."
괴식은 쓸 일이 없을 것 같지만, 이명은 정말 괜찮았다.
재능이야 괴랄한 음식을 안 먹으면 되니, 이명의 이점만 있는 것.
탄핵 보류.
세준은 시스템 탄핵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어차피 시스템을 탄핵할 방법도 없었지만.
그렇게 맛있는 아침을 먹고
"꾸엥아, 커피 좀 내려줘."
꾸엥!
세준은 꾸엥이에게 모닝커피를 부탁했다.
그러나
꾸엥?
세준에게 커피를 내려주기 위해 원두가 든 주머니에 앞발을 넣은 꾸엥이가 당황했다.
"꾸엥아, 왜 그래?"
꾸엥···
[커피가 없다요···]
아빠는 꾸엥이가 내려준 모닝커피 좋아하는데···아빠를 기쁘게 하지 못해 슬프다요···
효자 꾸엥이가 앞발에 든 원두 몇 알을 보이며 울상을 지었다.
"괜찮아. 내려가서 구해오면 되지."
"푸후훗. 그럼 소풍 가는 거냥?!"
세준의 말에 바로 호다닥 달려가 봇짐을 챙겨오는 테오.
꾸엥!꾸엥!
[소풍이다요! 소풍 가면 간식 먹어야 한다요!]
끼히힛.낑!
[히힛. 숨겨둔 군고구마 말랭이 챙겨야지!]
꾸엥이와 까망이 패밀리도 분주하게 간식을 챙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커피를 가지러 가는 여정이 갑자기 소풍으로 변했고
"세준 1호, 주먹밥 만들자."
세준도 세준 1호와 주먹밥을 만들며 소풍 준비를 했다.
그때
[이명 : 으뜸 탑농부의 효과로 하얀탑 탑농부 아작스 마므브가 획득한 직업 경험치와 수확하기 스킬 숙련도 1%를 가져옵니다.]
나타나는 메시지.
아작스가 수확을 하며 세준에게 직업 경험치와 스킬 숙련도를 보내줬다.
"흐흐흐. 좋네."
세준이 메시지를 보며 흐뭇해할 때
[이명 : 으뜸 탑농부의 효과로 녹색탑 탑농부 오필리아 이올그가 획득한 직업 경험치와 씨뿌리기 스킬 숙련도 1%를 가져옵니다.]
[이명 : 으뜸 탑농부의 효과로 황금탑 탑농부 세실리아가 획득한 직업 경험치와 수확하기 스킬 숙련도 1%를 가져옵니다.]
···
..
.
이어서 다른 탑농부들도 일을 시작하는지 메시지가 나타났다.
꾸엥!
낑!
그사이 소풍 준비를 끝낸 꾸엥이와 까망이가 취사장 밖에서 세준을 재촉했고
"알았어. 나갈게. 에일린, 이거 먹어."
세준은 일행들에게 들키지 않게 서둘러 하트 모양 주먹밥을 에일린에게 보냈다.
그리고
"냥?"
푸후훗. 위대한 하이브리드 박 회장이 하는 거면 좋은 게 분명하다냥! 나도 같은 모양으로 만들어서 이오나에게 줘야겠다냥!
세준의 무릎에 매달린 테오도 앞발로 자신의 털 뭉치를 요물딱조물딱 만지며 하트 모양을 만들기 시작했다.
잠시 후.
[검은 거탑 94층으로 이동합니다.]
웨이포인트에 도착한 세준이 커피농장이 있는 탑 94층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어?! 좀 전에 헤겔 님이 세준 님께 드릴 커피 가지고 탑 99층으로 올라갔는데요."
"그래?"
그냥 기다렸어도 됐네.
길이 엇갈려 버렸다.
"니니르, 커피 좀 줘. 아침에 커피를 못 마셔서."
"네! 잠시만요."
세준의 말에 니니르가 커피를 내려서 가져왔다.
"고마워."
후루룩.
커피를 마신 세준.
"오! 진짜 맛있는데?!"
커피 맛에 절로 탄성이 나왔다.
"니헤헷. 지금 드신 게 앞으로 저희가 팔 최상급 커피 검은 거탑 94 치카산 세준이에요."
"엥?! 근데 커피 품종에 내 이름은 왜 들어간 거야?"
"그거야 세준 님의 이름이 곧 최고라는 걸 의미하니까요."
"에이. 최고라니···내가 그 정도까지는···."
겸손을 떠는 세준.
하지만
흐흐흐. 내 이름이 최고란다.
세준의 입꼬리는 반달을 그리며 높게 올라가 있었다.
후루룩.
"흐흐흐. 맛있다."
칭찬 덕분인지 커피도 더 맛있었다. 거기다 산 정상의 멋진 경치까지.
"냥냥냥. 박 회장, 좀 더 쓰다듬어 달라냥!"
"알았어."
세준이 무릎에 발라당 누운 테오의 배를 쓰다듬으며 기분 좋게 커피를 마시는 사이
꾸엥!
낑!
꾸엥이와 까망이 패밀리는 치카산을 제 집처럼 돌아다니며 신나게 놀았다.
그때
쿠웅.
꾸엥?
[이게 뭐다요?]
돌을 들며 밑에 뭐 없나 찾아보던 꾸엥이가 돌 아래에 있던 아득히 깊어 보이는 구멍을 발견했다.
끼히힛.낑!
[히힛. 탐험이다!]
뽈짝.
구멍을 향해 겁도 없이 몸을 날리는 까망이.
그러나
낑?
둥둥.
꾸엥!꾸엥!
[안 된다요! 까망이는 위험하다요!]
꾸엥이의 염력에 잡혀 공중에 그대로 떠 있었다.
모험은 아빠랑 같이 한다요!
꾸엥이가 까망이 패밀리를 데리고 세준에게 달려갔다.
***
검은 거탑 90층.
"뀨-뀨-그러니까 일주일 전에 누군가 데브 님의 창고를 털었다는 건가요?"
이오나가 잔뜩 성이 난 목소리로 거대한 하마를 향해 물었다.
테오 님한테 가려고 했는데!
드디어 흑스터에게 업무 하나를 완전히 넘기고 여유가 생긴 이오나가 테오에게 가려고 할 때
"이오나 님, 탑 90층의 데브 님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과거 중력 마탑이 90층에 있을 때 신세를 진 적이 있는 탑 90층의 유지 데브가 도움을 요청했고
테오 님ㅜㅜ
이오나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탑 90층으로 내려왔다.
"그···그렇습니다."
이오나의 질문에 데브의 저택에서 집사로 일하는 노마가 잔뜩 겁을 먹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뀨-뀨-창고로 안내하세요."
"네."
노마의 안내를 받아 도둑이 든 창고로 이동한 이오나.
"마나의 힘이여. 흔적을 찾아라. 디텍트."
빨리 처리하고 테오 님한테 가야지.
마법을 사용해 도둑이 남긴 흔적들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뀻뀻뀻. 찾았네요. 탑 94층으로 이동한 마법진의 흔적이 있어요."
탑 94층이면 여기서 가까워요! 거기다 탑 94층에서 테오 님의 기운도 느껴져요!
갑자기 화가 풀린 걸 넘어 활짝 웃는 목소리로 말하는 이오나.
"뀻뀻뀻. 그럼 바로 출발할게요! 텔레포트!"
도둑도 잡고 테오 님도 보는 거예요!
서둘러 마법을 사용했다.
***
둥둥.
"오. 여기 깊은데?"
염력을 쓰는 꾸엥이를 안고 천천히 구멍을 내려가는 세준이 아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10분 정도 내려갔는데도 아직 바닥이 보이지 않았다.
겁이 났지만
"푸후훗. 박 회장, 아래에서 끌림이 느껴진다냥!"
"그래?!"
테오의 말에 용기를 내서 구멍을 내려가고 있었다.
그때
콰광!
"윽."
아래쪽에서 폭음과 함께 강한 상승 기류가 세준과 일행들을 덮쳤다.
그리고
"냥?! 아래서 이오나의 기운이 느꼈진다냥!"
이오나가 위험하다냥!
이오나의 위기를 느낀 테오가 서둘러 벽을 차며 냥보를 사용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510화. 저건 나잖아?!
검은 거탑 94층의 지저.
파앗.
밝은 빛과 함께 이오나가 나타났다.
"뀻? 여긴?"
주변을 둘러보며 놀라는 이오나.
거대한 공간. 그곳에는 엄청난 양의 금은보화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뀨-뀨-뀨-많이도 훔쳤네요."
이오나는 많은 금은보화를 보며 분노했다.
데브의 일만 해결하면 될 줄 알았는데 다른 도난품도 한가득.
테오 님, 보러 가기 어렵겠어요.
생각보다 일 처리에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았다.
"뀨-뀨-뀨-근데 이런 건 왜 있는 거죠?"
이오나가 금은보화 주변에 있는 돌이나 나무를 보며 의아해했다.
전혀 돈이 되지 않는 나무나 돌들이 재물들 주변에 군데군데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상했다.
재물들은 한곳에 모으지 않고 여러 군데 흩트려 놓았고 마치 공간을 통째로 도려낸 것처럼 돌과 나무의 절단면은 깔끔했다.
자세히 살펴보자, 흙의 색도 달랐고 높이도 제각각이었다.
"뀨-뀨-뀨-뭐죠?"
이오나가 뭔가 이상함을 느낄 때
-이···이오나, 여기서 당장 나가야 한다!
악몽의 마왕 나이트메어가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
"뀻? 왜요? 여기에 대해 아는 거 있어요?"
-여기 있다간 삼켜질 거야!
"뀻? 삼켜진다고요?"
이오나가 나이트메어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릴 때
"뀻?!"
갑자기 이오나의 머리 그림자가 생기며 거대한 땅덩어리가 낙하했다.
"중력의 힘이여. 나의 명에 따라 섭리를 역행하라. 리버스 그래비티."
역중력 마법으로 서둘러 땅의 추락을 막은 이오나.
"플라이."
둥둥.
공중에 떠 있는 땅 위로 올라가자
"뀨-뀨-뀨-이번에는 호수네요."
공중에 떠 있는 땅에는 호수가 있었다. 누군가 호수를 통째로 공간이동 시킨 것.
그때
-이오나! 빨리 나가야 해! 여기 모비우스의 입이야!
조금 전 상황으로 확신을 얻은 나이트메어가 다시 이오나를 재촉했다.
"뀻?! 모비우스요?!"
-그래! 조용한 침탈자 백경 모비우스! 일단 빨리 나가자!
"알았어요."
나이트메어의 걱정이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뭔가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 이오나.
뀻뀻뀻. 그럼 테오 님한테 잠깐 가야겠어요.
테오에게 갈 생각에 미소 지으며 테오가 있는 곳으로 텔레포트 마법을 사용하려 할 때
꾸어어어.
이상한 소리와 함께 이오나가 있는 공간의 끝이 열리며 모비우스의 목구멍으로 땅이 삼켜지기 시작했다.
목구멍은 모든 걸 빨아들였다. 심지어 마력까지.
"뀨-뀨-뀨-뀨-마법이 사용되지 않아요!"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던 마법이 사용되지 않자, 이오나가 당황했다.
갑자기 다섯 줄기 마력스트림과의 연결이 끊겼고 몸속의 마력도 외부로 방출하는 순간 목구멍의 강한 흡입력에 강제로 빨려 들어갔다.
"뀻!"
어쩔 수 없이 목구멍과 반대로 열심히 달리며 삼켜지는 걸 피하는 이오나.
하지만 도망갈 공간은 한정돼 있었고
뀽···이럴 줄 알았으면 테오 님을 만나고 올 걸 그랬어요···
이오나는 땅의 끝에서 테오를 먼저 만나고 오지 않은 걸 후회하며 무력하게 죽음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이오나가 모비우스의 목구멍에 삼켜지려 할 때
쾅!
"냥!"
폭음과 함께 테오가 모비우스의 입을 뚫고 나타났다.
"뀻?! 테오 님?!"
"푸후훗. 그렇다냥! 나다냥!"
테오는 삼켜지려는 이오나를 빠르게 낚아채 허공을 밟고 자신이 만든 구멍을 통해 밖으로 나가려 했지만
냥?! 없다냥!
테오가 만든 구멍은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그 짧은 틈에 피부가 재생되며 구멍이 막힌 것.
그사이 모비우스의 목구멍에서 테오의 마력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테오에게는 세준에게 반드시 돌아가는, 거의 권능에 가까운 최고의 이동기 냥냥보가 있었다.
냥냥보!
슈욱.
테오가 이오나를 데리고 모비우스의 입에서 무사히 탈출했다.
***
[조용한 침탈자 백경 모비우스]
"어?! 고래가 왜 여기 있지?"
고래는 바다에 사는데?
테오를 따라 지하로 내려온 세준이 거대한 지하 호수에 떠 있는 크기 100m가 넘어가는 흰고래를 발견하며 놀랐다.
꾸엥?!
[아빠 고래가 뭐다요?]
"어···."
이걸 뭐라고 설명하지?
"엄청 큰 물고기?"
꾸엥?!꾸엥!
[그럼 먹는 거다요?! 저거 구우면 큰형아가 좋아하겠다요!]
"먹을 수 있으려나?"
저걸 구워주면 테오가 좋아하긴 하겠어.
세준이 초거대 생선구이를 보며 기뻐하는 테오를 상상할 때
낑?!
[저 녀석은?!]
세준의 온기에 꾸벅꾸벅 졸다가 자신의 코어 조각을 느낀 까망이가 잠에서 깨 모비우스를 발견했다.
모비우스도 까망이가 죽이지 못하고 봉인한 다섯 존재들 중 하나로, 침탈이라는 권능을 이용해 무작위로 땅을 자신의 입으로 공간이동 시켜올 수 있었다.
그렇게 권능으로 입안 가득 땅이 채워지면 삼켰다.
그리고 땅과 땅에 있는 것들을 소화시켜 성장하고 재생했다. 심지어 영혼마저.
얼마나 먹은 게 많은지 죽여도 죽여도 살아났고 결국 까망이는 최후의 방법으로 모비우스를 통째로 삼켜버렸다.
그러고 나서 수십 년 동안 소화 불량으로 고생했지.
그때를 생각하자, 까망이는 배가 더부룩해지는 것 같았다.
끼히힛.낑!
[히힛. 물론 지금은 다르지!]
우리는 까망이 패밀리니까!
아무리 무한으로 영혼을 재생하는 모비우스라도 전 멸망의 사도 여덟의 다구리를 버틸 수는 없을 거다.
낑!
[얘들아, 일어나!]
그렇게 까망이가 설욕전을 위해 부하들을 깨울 때
슈욱.
"푸후훗. 박 회장, 나 돌아왔다냥!"
이오나를 구해온 테오가 세준의 무릎에 매달렸다.
뀨로롱.
지쳐 잠든 이오나를 데리고. 이오나는 잠든 상태에서도 테오의 꼬리를 꽉 안고 있었다.
"박 회장, 이오나를 맡아달라냥!"
그런 이오나를 세준에게 맡기는 테오.
"응. 근데 뭐 하려고?"
"이오나를 괴롭혔으니까 혼내준다냥!"
이오나의 복수를 하기 위해 다시 모비우스를 향해 날아갔다.
그때
-느껴지는구나! 나를 삼켰던 무식한 늑대 새끼의 기운이!
가만히 있던 모비우스가 등의 숨구멍으로 까망이의 기운을 맡고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낑?!
[감히 위대한 까망이 님한테 무식하다고 했냐?!]
모비우스를 향해 분노의 짖기를 하는 까망이.
쏴아아아.
그사이 모비우스의 몸에서 물결을 닮은 푸른 기운이 주변으로 퍼져나갔고
꾸엥?!
몸에 희미한 검붉은색 기운을 두른 꾸엥이를 제외한 모두가 모비우스의 푸른 기운에 휩싸이며 기절했다.
***
"음···여긴?"
정신을 차린 세준이 주변을 둘러볼 때
"위대한 하이브리드 박 회장, 괜찮냥?!"
세준의 무릎에 매달린 테오가 물었다.
"응. 괜찮은 것 같아. 그런데 여기가 어디지?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지더니···."
세준이 주변을 둘러볼 때
"뀻뀻뀻. 세준 님, 괜찮으세요?"
크기 15m 정도 되는 새하얀 햄스터가 세준에게 말을 걸었다.
"어?!"
내가 아는 햄스터 중에서 뀻뀻뀻 소리를 내는 하얀 햄스터는 이오나 뿐인데?
"혹시 이오나니?"
세준이 거대 햄스터를 향해 조심스럽게 묻자
"뀻뀻뀻. 네!"
이오나가 상큼한 미소와 함께 대답했다.
"쯧. 정신세계 처음이야? 뭘 그렇게 놀라?"
이오나의 옆에 서 있던 이오나보다 5m 정도 더 큰 여자가 세준을 한심한 눈초리로 보며 혀를 차며 말했다.
여기가 정신세계라고?
세준은 덕분에 이오나가 자신보다 큰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근데 누군데 아는 척이지?
하얀 피부에 머리 양쪽에 뿔이 난 붉은 머리카락의 여자.
처음 보는 존재였다.
"저기···누구세요?"
세준이 여자를 보며 묻자
"나야. 네가 소멸시키려 했던 나이트메어!"
세준에게 쌓인 게 있던 나이트메어가 까칠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주변에 든든한 존재가 많아서인지 아까처럼 겁에 질려있지는 않았다.
"아. 정신세계라 모습이 있구나."
근데 왜 반말이지? 예전에는 인간님, 인간님 하면서 존대하더니···
기분이 나빠진 세준이 나이트메어에게 따지려 할 때
"뀨-뀨-나이트메어, 세준 님에게 무슨 말버릇이죠?!"
이오나가 세준보다 한 박자 빨리 나이트메어에게 화를 냈고
"그렇다냥! 나이트메어 버릇 없다냥! 초거대 박 회장! 혼내주라냥!"
이어서 테오도 화를 냈다.
그리고
쿵.
테오의 외침과 함께 세준의 뒤에 있던 거대한 기둥이 움직였다.
덥석.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며 거대한 손이 나타나 나이트메어를 집었고
"으아악! 잘 못했습니다아아"
나이트메어는 들어 올려져 탈탈 털렸다.
'뭐지?'
박세준이라는 놈은 분명 저기 있는데?
세준이 두 명인 것에 혼란을 느끼는 나이트메어.
"어?!"
저건 나잖아?!
세준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푸후훗. 위대한 하이브리드 박 회장, 저건 내 정신세계를 지켜주는 박 회장의 초거대 박 회장이다냥!"
테오가 그런 세준에게 자랑스럽게 100m가 넘어가는 초거대 박 회장을 자랑했다.
"아···."
이상하게 테오만 작아서 이상했는데···저런 걸 정신세계에서 키우고 있었구나.
세준이 너무도 이상한 정신세계를 이해하려 애쓰고 있을 때
쿵.쿵.
"크르릉. 집사야, 이럴 때가 아니야! 빨리 타!"
거대한 늑대가 세준의 앞에 엎드리며 몸을 낮췄다.
"···까망이니?"
"그래! 당연히 나지! 위대한 까망이를 못 알아보는 거야?!"
자신을 조심스럽게 대하는 세준의 태도가 섭섭한 까망이가 화를 냈다.
"아니. 당연히 알아보지. 까망이가 너무 커져서 그런 거지."
세준이 테오, 이오나, 나이트메어와 함께 까망이의 머리 위에 타며 말하자
"크흐흣. 어때?! 나의 늠름한 자태가? 이게 원래 내 모습이라고."
세준이 자신을 칭찬했다고 생각한 까망이가 몸을 일으키며 우쭐해 하는 동안
"늑대 새끼, 어디 있어?!"
쿵!쿵!
분노에 찬 목소리와 함께 팔다리를 가진 거대한 고래가 그들을 향해 돌진했다.
"크르릉! 집사야, 꽉 잡아! 얘들아, 까망이 패밀리의 힘을 보여주자!"
"네!"
모비우스를 향해 마주 달려가는 까망이와 전 멸망의 사도 일곱.
쿵!쿵!
그 뒤를 초거대 박 회장도 따라 달려갔다.
그때
쿠웅!쿠웅!
무슨 이유에선지 달리는 초거대 박 회장의 크기가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이유는
"냥냥냥."
세준의 무릎을 안고 있는 테오 때문.
진짜 세준의 무릎을 통해 무한한 기운을 얻는 테오와 그런 테오의 기운을 얻어 힘을 얻는 초거대 박 회장.
초거대 박 회장이 다시 한번 진화하고 있었다.
초초거대 박 회장으로.
잠시 후.
"치사하게 9대1로 싸우는 게 어디 있어?! 치사한 늑대야!"
"뭐?! 숫자도 못 세냐?! 우리 여덟이야! 근데 위대한 까망이 님한테 치사한 늑대라고 했냐?! 억울하면 너도 더 데려와!"
쾅!
까망이 패밀리에게 다구리를 당하고 있는 모비우스의 머리 위로 거대해진 초초거대 박 회장의 주먹이 내리꽂혔고
[불멸의 존재 조용한 침탈자 백경 모비우스를 소멸시키는 위대한 창조의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위대한 창조의 업적 보상으로 이명 : 불멸을 멸한 인간과 고양이를 획득했습니다.]
[이명 : 불멸을 멸한 인간과 고양이의 효과로 둘이 함께할 때 불멸의 존재와 싸우면 더 강해집니다.]
세준과 테오가 막타를 사이좋게 나눠 먹었다.
"푸후훗. 박 회장, 저거 챙기자냥!"
테오가 모비우스가 소멸한 자리에 생긴 2개의 구슬을 가리켰다.
푸른색 구슬과 검은색 구슬.
[조용한 침탈자 백경 모비우스의 권능석 : 절대 후각]
[조용한 침탈자 백경 모비우스의 권능석 : 침탈]
모비우스를 대표하는 권능이 담긴 권능석이었다.
척.
세준이 권능석을 챙기는 사이 빠르게 줄어드는 정신세계.
곧 세준의 앞이 다시 캄캄해졌다.
그리고
···아앙!
"음?"
현실에서 정신을 차린 세준.
꿰엥?!꿰엥!
[꾸엥이 아빠랑! 형이랑! 누나랑! 동생들이랑! 어떻게 한 거다요?! 빨리 정신 차리게 한다요!]
콰앙!콰과광!
모비우스의 꼬리를 잡고 마구 휘두르는 초거대 꾸엥이를 발견했다.
511화. 앞으로 나 하이브리드 테 부회장이 보고 싶을 때는 그걸 안고 있으라냥!
꿰엥?!꿰엥!
[왜 대답이 없다요?! 빨리 아빠 일어나게 한다요!]
쾅!콰과광!
꾸엥이는 아직 세준과 일행들이 정신 차린 걸 모르고 계속 모비우스를 패대기치고 있었다.
"꾸엥아! 나 일어났어!"
그런 꾸엥이를 세준이 아주 멀리서 불렀다. 가까이 있으면 꾸엥이가 모비우스를 휘두르며 만들어 내는 충격파에 다치니까.
세준이 크게 외치자
뀅?
아빠 목소리다요!
꾸엥이의 귀가 먼저 세준 쪽으로 쫑긋 움직였고 이어서 꾸엥이의 고개가 세준이 있는 곳을 향해 빠르게 돌아갔다.
꾸엥!
[아빠가 일어났다요!]
쿵.
정신을 차린 세준을 발견한 꾸엥이가 모비우스의 사체를 땅에 버리고는 서둘러 몸의 크기를 줄이며 세준에게 날아와 포옥 안겼다.
그리고
꾸엥?꾸엥?
[아빠 괜찮다요? 어디 다친 데 없다요?]
세준의 몸을 구석구석 열심히 살피기 시작했다.
"응. 아빠, 튼튼하잖아."
세준이 자신의 단단한 이두근을 보이며 말했지만
어디가 튼튼하다요?
세준의 허약한 이두근에 꾸엥이가 설득될 리 없었다.
물론 효자 꾸엥이는 아빠를 슬프게 하지 않기 위해 마음속 말을 입으로 뱉어내지 않았다.
대신 표정으로 드러났다. 아직 어린 꾸엥이는 표정을 숨기는 데 미숙했다.
다행히 다른 일행들도 세준의 이두근을 보며 다들 하찮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기에 꾸엥이의 표정이 도드라져 보이진 않았다.
잠시 후.
꾸엥!
[아빠 괜찮다요!]
꾸엥이가 검사를 끝내고 세준의 옆구리에 매달리자
"근데 얘는 죽어도 몸이 그대로 있네?"
세준은 모비우스의 사체로 다가갔다. 테오의 초거대 생선구이를 만들기 위해서.
그때
와르르르.
모비우스의 입이 열리며 모비우스가 아직 소화시키지 못한 것들이 쏟아져 나왔다.
대부분 흙, 나무, 돌이었지만
"오!"
중간중간 보석, 돈, 아이템들이 보였다.
이런 걸 보면 참을 수 없지!
"보물찾기할 동물?!"
세준이 외치자
"푸후훗. 보물찾기의 1인자 나 하이브리드 테 부회장이 1등을 먹어 주겠다냥!"
꾸엥!꾸엥!
[꾸엥이도 보물찾기 잘한다요! 냄새로 다 찾아낸다요!]
끼히힛.낑?!낑!
[히힛. 노는 거야?! 나도 놀래!]
테오, 꾸엥이, 까망이 패밀리가 참가를 선언하며 보물을 찾기 시작했다.
"땅 움직이기!"
당연히 사회적 동물인 세준도 보물찾기에 참가했다.
그리고
"뀽···데브 님, 물건 찾아드려야 하는데···뀻뀻뀻. 일단 저도 참가해야겠어요! 디텍트."
보물찾기는 못 참죠!
그걸 지켜보며 잠시 고민하던 이오나도 마법을 사용해 신나게 보물을 찾기 시작했다.
1시간 후.
"휴우. 힘들다."
흐흐흐. 많이 찾았네.
세준이 자신이 찾은 보물들이 쌓인 작은 더미를 뿌듯하게 바라보다
애들은 많이 찾았나?
다른 일행들이 찾은 보물을 살펴봤다.
"냥!"
파바바밧.
일단 테오는 땅속에 앞발을 넣을 때마다 뭔가를 찾아냈고 주변에는 테오가 만든 보물산이 10개나 있었다.
"와."
역시 테오가 압도적 1등이네.
세준도 감히 행운의 황금발을 가진 테오를 이길 생각은 하지 않았기에 편한 마음으로 다른 일행을 향해 눈을 돌렸다.
킁킁.
꾸엥!
꾸엥이는 냄새로 대략 보물의 위치를 파악한 후 염력으로 흙더미를 들어 올려 흙을 퍼트리고 보물을 찾아냈는데, 주변에 꾸엥이가 만든 보물산이 7개나 있었다.
꾸엥이가 2등.
"뀻뀻뀻."
마법으로 보물산 3개를 만든 이오나가 3등.
그럼 난 4등인가?
까망이 패밀리는 볼 것도 없었다. 당연히 자신보다 보물을 많이 찾았을 리 없으니까.
그러나
끼히힛.낑!
[히힛. 얘들아, 우리가 집사 이기고 있어! 힘내!]
"네!"
끼룩!
샤라랑!
"넵! 엄돌이 님, 저기에서 수정이 느껴집니답!"
깍!
삐약!
무무!
세준의 예상과 다르게 까망이 패밀리는 엄청난 활약을 보이고 있었다.
돌을 먹고 거대해진 엄돌이가 땅을 꼬미가 거미줄로 만든 그물 위에 담은 후 들어 올리면
샤라랑!
까비가 부패의 힘으로 흙을 부식시켜 바스러지게 만들었다. 그러면 부서진 흙들이 그물로 빠져나갔고
흙이 빠져나가고 남은 것 중 돌은 엄돌이가 먹고, 나무는 무발칠이 태웠다.
그렇게 최종적으로 걸러지고 남은 물건을 자키, 까르르, 샤리가 까망이에게 가져갔다.
그리고
끼히힛.낑!
[히힛. 잘했어! 더 많이 찾아와!]
까망이는 1개의 보물산을 지키며 부하들을 응원했다.
내가 슈퍼개복치들에게 지고 있다고?!
위기감을 느낀 세준.
이대로는 진다.
승부수를 띄우기로 했다.
척.
세준이 서둘러 아까 모비우스의 영혼을 소멸시키고 주운 권능석 2개를 꺼냈다.
흡수한다.
머릿속으로 권능석을 흡수하는 생각을 하자
[조용한 침탈자 백경 모비우스의 권능석 : 절대 후각에 담긴 권능 : 절대 후각을 흡수합니다.]
[조용한 침탈자 백경 모비우스의 권능석 : 침탈에 담긴 권능 : 침탈을 흡수합니다.]
권능석 안에 담긴 권능이 세준에게 흡수되기 시작했다.
[권능을 흡수할 대상의 힘이 크게 모자랍니다.]
[권능 : 절대 후각을 제대로 흡수할 수 없습니다.]
[권능 : 침탈을 제대로 흡수할 수 없습니다.]
[권능을 대상의 힘에 맞춥니다.]
[권능의 힘이 크게 떨어집니다.]
······
메시지에 속이 쓰리기는 했지만, 예상했던 결과기에 크게 실망스럽지는 않았다.
하지만
[권능 : 절대 후각이 크게 격하되며 재능 : 냄새 추적(식물 한정)을 개화합니다.]
[권능 : 하찮고 소심한 침탈을 부여받았습니다.]
그래도 재능은 너무 하잖아!
권능이 재능으로 격하될 건 예상 못 한 세준이 결국 분노했다.
"그리고 이름에 '하찮고 소심한'은 왜 들어가는데···."
진짜 너무하네.
세준이 투덜거리며 새로운 재능과 권능을 확인했다.
[재능 : 냄새 추적(식물 한정)]
냄새만으로 반경 500m 이내에 있는 식물의 위치를 1m 정도의 오차로 알아낼 수 있습니다.
권능 : 하찮고 소심한 침탈
반경 100m 이내의 물건 1개를 들키지 않고 가져올 수 있습니다.
재능 : 냄새 추적은 식물 한정이기는 하지만, 농사를 짓는 세준의 입장에서 보면 크게 나쁘지 않았고
멀리 있는 물건 가져올 때 쓰면 되겠네.
권능도 나름 쓸만해 보였다.
그때
킁킁.
세준이 좀 전까지는 맡지 못했던 냄새를 맡았다. 호수 주변에서 자라는 이끼 냄새였다.
"오!"
느껴진다!
동시에 이끼의 위치가 세준의 머릿속에 선명하게 그려졌다.
모비우스가 권능 : 침탈만 가지고 있었다면 이미 예전에 까망이에게 소멸당했을 거다.
권능 : 절대 후각으로 먹을 게 있는 위치를 파악한 후 권능을 사용했기에 큰 실패 없이 먹이를 찾을 수 있었던 것.
킁킁.
이거 재미있네.
그렇게 냄새로 식물의 위치를 알아가는 재미에 빠진 세준.
아. 이럴 때가 아니지.
아직 보물찾기 시합이 진행 중이었다.
흐흐흐. 순위를 뒤집어 볼까?
세준이 까망이가 지키는 보물산에 있는 금화를 바라보며 권능을 사용하자
[권능 : 하찮고 소심한 침탈이 발동합니다.]
[이름이 새겨지지 않은 코브 왕국 왕실 전용 금화를 침탈했습니다.]
메시지와 함께 세준의 손에 앞면에는 코브왕국의 여왕 프라나가, 뒷면에는 코브왕국의 왕 루이의 모습이 그려진 금화가 나타났다.
이름이 새겨지지 않은 코브 왕국 왕실 전용 금화?
세준이 금화를 살펴보자
[이름이 새겨지지 않은 코브 왕국 왕실 전용 금화]
코브 왕국의 왕족이 은혜를 입었을 때 상대의 이름을 새겨 선물하는 금화입니다.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금화를 코브왕국에 돌려줄 경우 코브왕국에 한 가지 소원을 말할 수 있습니다.
나타나는 설명.
코브왕국도 털렸나 보네.
이오나에게 모비우스가 무슨 짓을 했는지 들었기에 세준은 바로 코브왕국의 창고 중 하나가 털렸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근데 나는 왜 이거 안 줬지?"
세준은 코브왕국의 가장 중요한 어머니 나무를 탄생시켰고 거기다 검은 거탑 최고의 실세.
세준이 말하면 그냥 따를 거기에 프라나와 루이는 따로 세준에게 금화를 선물하지 않았다.
그렇게 금화를 확인한 세준.
흐흐흐. 까망이 녀석 전혀 모르고 있군.
자신의 보물산에 있던 금화가 없어진 걸 모른 채 부하들을 응원하는 까망이를 보며 세준은 자신감을 얻었고
[권능 : 하찮고 소심한 침탈이 발동합니다.]
···
..
.
본격적으로 까망이의 보물산을 털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조심스러웠기에 작은 것들만 가져왔지만, 조금씩 대담해지며 점점 가져오는 물건의 크기가 커졌다.
하지만
낑?!낑?!
[어?! 어디 갔어!?]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결국 까망이에게 들켜버렸다. 너무 특이한 걸 가져왔기 때문.
위대한 까망이 님의 활약이 그려진 그림 어디 갔어?!
세준이 하필 과거 펜릴과 위대한 용족의 전투 장면을 새긴 거대한 황금판을 가져와 버린 것.
황금판에는 판의 절반을 차지하는 거대한 늑대가 수장급 용 열둘과 나머지 아홉 용족 전부와 싸우는 장면이 직접 본 것처럼 아주 자세하고 역동적으로 그려져 있었다.
물론 그림이 아니더라도 황금판의 사이즈가 너무 커서 들킬 수밖에 없었지만.
낑?!
[집사야! 왜 내꺼 훔쳐?!]
세준이 들고 있는 황금판을 본 까망이가 달려와 짖었고
낑?낑?!
[어? 여기 이것도 내 냄새 나는데? 이것도 우리꺼 아냐?!]
한 번 들키자, 다 들켰다. 그냥 앉아 있는 줄 알았는데 보물들 하나하나에 자신의 냄새를 묻혀둔 까망이였다.
잠시 후.
"내가 애들한테도 지나니···."
보물찾기 시합의 최종 꼴찌는 세준이 됐다.
"푸후훗. 위대한 하이브리드 박 회장이 꼴찌다냥! 역시 박 회장에게는 나 하이브리드 테 부회장이 필요하다냥!"
꾸엥!
[꾸엥이가 앞으로 보물 많이 찾아줄 테니 아빠 힘낸다요!]
테오와 꾸엥이는 세준을 위로했고
끼로롱.
엄로롱.
···
..
.
까망이 패밀리는 세준을 이긴 것에 만족하며 승리의 숙면을 취했다.
"뀻뀻뀻. 여기서 주인이 확실한 건 주인에게 돌려줄게요."
이오나는 주인이 명확한 물건들을 따로 분류하기 시작했다.
"뀻귯뀻. 이건 제작자인 아무르 랭지에게 물어보면 사 간 사람을 알 수 있으니 가져가야겠어요."
거기에는 까망이의 그림이 그려진 거대한 황금판도 있었다.
그때
"냥!'
마지막까지 보물찾기를 멈추지 않고 있던 테오가 흙더미에서 상자 하나를 찾았다.
그리고
"푸후훗. 박 회장, 이거 가지라냥!"
세준에게 상자를 건넸다.
"오! 고마워!"
달칵.
세준이 기쁜 표정으로 테오가 건넨 상자를 열었다.
상자 안에는 세 장의 땅문서가 담겨 있었다.
[검은 거탑 89층 땅문서]
[검은 거탑 4층 땅문서]
[하얀탑 67층 땅문서]
"이 땅문서들 필요했는데 잘됐네. 테 부회장, 잘했어."
"푸후훗. 나 하이브리드 테 부회장은 항상 잘한다냥!"
"그래."
세준이 테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땅문서를 챙겼다.
검은 거탑 4층 땅문서는 5성 신기를 만들어 준 레아의 업적비를 세우고 슈발 18세를 신도로 배치하기 위해 필요했고
하얀탑 67층 땅문서는 하얀탑의 봉인된 태양을 찾기 위해 필요했다.
"한 층만 높게 나오지 아쉽네."
검은 거탑 89층 땅문서만 한 층 높은 90층이 나왔으면 완벽했을 텐데···
검은 거탑 90층에는 대지의 신 패트릭의 신기 대지의 갑옷이 있었다.
세준이 살짝 아쉬워하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뀻뀻뀻. 세준 님, 다 챙겼어요!"
주인이 있는 물건을 챙긴 이오나가 남은 물건과 모비우스의 사체를 세준의 아공간 창고로 넣으며 말했다.
"이오나, 수고했어. 이제 돌아가자."
꾸엥!
[아빠 꾸엥이 꽉 잡는다요!]
"응."
세준이 꾸엥이를 품에 안자
슈욱
꾸엥이가 염력으로 빠르게 위로 올라갔고, 순식간에 지상에 도착했다.
"뀻뀻뀻···그럼 전 할 일이 있어서 가볼게요···."
미련 가득한 목소리로 이별을 고하는 이오나.
그러나
꼬옥.
말과는 다르게 오랜만에 만진 테오의 따뜻하고 폭신한 꼬리를 쉽게 놓지 못했다. 손길에는 아직 미련이 가득했다.
"푸후훗. 이오나, 이거 받으라냥! 앞으로 나 하이브리드 테 부회장이 보고 싶을 때는 그걸 안고 있으라냥!"
테오가 그런 이오나에게 자신의 털로 만든 하트 모양 털 뭉치를 이오나에게 건넸고
"뀻?! 테오 님! 너무 좋아요!"
하트 모양 털 뭉치를 받은 이오나는 감동한 표정으로 테오에게 안겼다.
그리고
"뀻뀻뀻. 테오 님, 저 힘낼게요! 세준 님, 안녕히 계세요!"
품에 꽉 차는 테오의 하트 털 뭉치를 안고 힘찬 목소리로 떠나갔다.
에일린도 저렇게 좋아했겠지?
세준이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자신의 하트 주먹밥을 받은 에일린의 모습을 상상하며 미소 지었다.
512화. 흐흐흐. 아작스 녀석, 형님이 보구 싶었구만.
"읏차."
세준이 눈을 떴다.
그리고
"냥···."
낑···
아직 꿈나라인 테오와 까망이 패밀리를 챙겨 들고 집 밖을 나왔다.
"이제 끝났나 보네."
이제 달콤이도 좀 쉴 수 있겠다.
세준이 어제까지만 해도 꽤 많은 수의 돌꿀벌들이 줄을 서 있었던, 달콤이의 벌집이 있는 동굴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역시 우두머리는 아무나 하는 게 아냐.
세준은 자신이 수백만 명이 넘는 직원을 거느린 세준컴퍼니 회장이라는 걸 망각한 채 달콤이를 불쌍해했다.
그리고
[고통의 청양고추가 농사꾼의 발소리에 감사하며 힘을 보탭니다.]
[농작물의 대보은(Master)이 발동하며 민첩 스탯 잠재력이 5613에서 5623로 상승합니다.]
농장을 거닐며 잠재력을 올렸다.
체력 잠재력을 한 번 더 올렸을 때
꾸엥!
[아빠 안녕히 주무셨다요!]
일어나자마자 아빠를 찾아온 꾸엥이가 세준에게 아침 인사를 했다.
"응. 꾸엥이도 잘 잤어?"
꾸엥!
대답하며 세준의 옆구리에 매달리는 꾸엥이.
그렇게 꾸엥이까지 권능 : 하늘을 떠받치는 힘을 나눠 가진 모두가 모이자
"패트릭 님, 지금 가도 돼요?"
세준이 패트릭에게 물었다. 혹시 1층에 스텔라가 있으면 안 되니까.
[대지의 신 패트릭이 현재 위대한 은빛용 스텔라 히스론은 현재 탑 2층에 있으니 괜찮다고 말합니다.]
"네."
패트릭의 대답을 들은 세준.
"얘들아, 붙어."
열쇠를 돌릴 힘 10만을 만들기 위해 일행들에게 말을 했지만
"냥···."
낑···
꾸엥!
다들 자고 있어서 꾸엥이 말고는 호응이 없었다.
척.척.
어쩔 수 없이 세준은 자는 애들의 몸을 하나하나 자신의 몸에 접촉했다.
그러자
[나눠진 11개의 권능이 하나로 합쳐지며 13초 동안 권능 : 열세 줌의 하늘을 떠받치는 힘이 발동합니다.]
[힘이 1300% 상승합니다.]
권능이 발동했고
"문 소환."
쿵.
세준은 10번째 탑으로 통하는 문을 소환해
철컥.
열쇠 구멍에 열쇠를 넣고 돌린 후
끼익.
문을 열어 안으로 들어갔다.
[10번째 탑 1층에 도착했습니다.]
세준이 10번째 탑 1층에 도착하자
합.합.
열심히 멸망의 기운을 흡수하던 포식이들과
푹.푹.
열심히 씨앗을 심던 개척이들이 세준을 반갑게 맞이했다.
패트릭과 하메르는 보이지 않았다.
"와. 벌써 찬밥 취급이네."
세준이 자신을 반기지 않는 패트릭과 하메르에게 섭섭해할 때
[대지의 신 패트릭이 너무 서운해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대지의 신 패트릭이 자신은 10번째 탑의 관리 시스템으로 멸망의 움직임을 관측 중이고 하메르는 열심히 강화의 비약을 만들고 있다고 말합니다.]
패트릭이 세준에게 자신들이 마중 나가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네. 알겠어요."
그렇게 세준이 패트릭과 대화를 하는 동안
키키!
캬캬!
세준의 칭찬을 받기 위해 세준을 둘러싸고 그동안 자신이 뭘 했는지 열심히 떠드는 멸망이와 개척이들.
고작 안 본 지 이틀이 지났을 뿐인데 할 얘기가 많은 것 같았다.
"그래. 그래. 수고했어. 나머지는 대장한테 얘기해."
낑···
세준이 자는 까망이 패밀리를 포식이와 개척이들에게 던져주고
"많이 모였나?"
그동안 모인 창조의 기운을 확인했다.
-현재 보유한 창조의 기운 : 265만L
멜픽스의 몸이 가진 멸망의 기운 덕분이지 이틀 만에 많이도 모였다.
"그럼 뭐부터 업그레이드할까?"
업그레이드 리스트를 살펴보던 세준.
돈도 많은데 가장 비싼 거부터 질러야지.
리스트에서 가장 창조의 기운이 많이 드는 걸 선택했다.
"멸망을 불사르는 창조의 등대 설치."
[창조의 기운 100만L를 사용해 멸망을 불사르는 창조의 등대를 설치합니다.]
[멸망을 불사르는 창조의 등대 설치를 시작합니다.]
[설치 완료까지 10일이 걸립니다.]
[창조의 기운 10만L를 소비해 설치 기간을 1일 줄일 수 있습니다.]
[창조의 기운을 소비해 설치 기간을 단축하시겠습니까?]
세준의 말과 함께 나타나는 메시지.
"아니."
당연히 안 하지. 급한 것도 아닌데.
세준은 등대를 설치하고
"흡입력, 처리량, 수리 속도, 내구도 순서로 전부 창조의 기운 떨어질 때까지 강화해."
[창조의 기운 2000L를 소비해 흡입력 10%를 상승시킵니다.]
[창조의 기운 5000L를 소비해 정제 시스템 처리량 10%를 상승시킵니다.]
[창조의 기운 3만 5000L를 소비해 탑 자동 수리 속도 10%를 상승시킵니다.]
[창조의 기운 5만L를 소비해 내구도 10%를 상승시킵니다.]
···
..
.
탑의 기본적인 능력을 업그레이드하는데 남은 창조의 기운을 모두 써버렸다.
그렇게 세준이 10번째 탑의 업그레이드를 끝내자
끼엣헴.낑!
[엣헴. 대장이 이번에 집사와 엄청난 모험을 했다!]
어느새 잠에서 깬 까망이가 포식이들과 개척이들을 모아두고 이번에 모비우스를 처치한 얘기를 하고 있었다.
키키!
캬캬!
까망이의 말에 이파리로 열심히 박수를 치는 포식이와 개척이들.
세준은 열심히 까망이의 얘기를 듣고 있는 개척이들의 입에 손을 가져가
퉷.퉷.
[멸망개척자 씨앗(+1)을 얻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채종하기 Lv. 9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
..
.
개척이들이 입에 모아둔 씨앗을 수거했다.
강화의 비약으로 강화되며 멸망포식자 씨앗 100만 개당 씨앗 2개를 뱉어냈기에 쌓인 씨앗의 개수가 100개가 넘어갔다.
세준은 그렇게 얻은 씨앗을
[정제된 멸망의 기운과 마력이 담긴 땅에 멸망개척자 씨앗(+1)을 심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조금 상승합니다.]
[마력 씨뿌리기(Master)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
..
.
다시 심었다.
뿌드득.
씨앗을 심자마자 빠르게 자라나는 개척이들.
캬캬?
캬캬!
그들은 태어나자마자 고참 개척이들에게 끌려가 까망이의 영웅담을 들으며
캬캬!
캬캬!
한 팀으로 거듭났다.
개척이들의 씨앗을 다 심은 세준도 가장 뒤에 앉아서 포식이, 개척이들과 까망이의 얘기를 같이 들었다.
고로롱.
꾸로롱.
테오와 꾸엥이는 세준의 무릎과 옆구리에서 다시 잠들었다.
평화로운 아침 시간.
잠시 후.
끼히힛.낑!
[히힛. 그래서 우리 까망이 패밀리가 모비우스를 함께 혼내주고 테오 형이 집사에 대한 믿음으로 만든 초초거대 집사가 모비우스를 처치했다!]
초초거대 박 회장이 모비우스를 처치했다는 내용으로 까망이의 얘기가 끝나자
키키!
캬캬!
포식이와 개척이들이 세준을 존경스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크흠."
괜히 민망해진 세준이 헛기침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흐흐흐.
속으로는 잔뜩 우쭐해하며 좋아하고 있었다.
"이제 가자."
낑!낑!낑!
[얘들아, 잘 있어! 대장이 꼭 돌아올게! 우리 살아서 보자!]
세준의 말에 까망이가 포식이와 개척이들에게 비장한 이별을 고했다.
"내일 또 올 거야."
세준의 말에 빛이 바랬지만.
***
멸망의 외곽.
"뭐야?! 이거 왜 이래?!"
부활한 요르문간드가 재앙을 지휘하려다 남은 병력을 보며 분노했다.
멜픽스의 발컨 지휘로 병력이 반의 반토막이 났기 때문.
그때
"요르문간드 님!"
"드디어 깨어나셨군요!"
"깨어나셔서 다행입니다!"
같은 뱀파인 크라켄, 히드라, 레비아탄이 찾아왔다.
"그래. 근데 내가 없는 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요르문간드가 묻자
"그게···멜픽스가 지휘를 하면서···."
가장 지위가 높은 크라켄이 그동안 있었던 일을 얘기했다.
"거기다 저희를 제외한 멸망의 사도 모두가 배신한 것 같습니다."
"뭐?! 우리 빼고 다?!"
"네. 다시 창조 쪽에 붙은 것 같습니다."
"흥. 지조도 없는 것들. 결국 한 번 배신한 것들은 다시 배신한다는 건가?"
요르문간드가 배신자들을 비웃었다. 자신은 다르다는 듯이.
"이렇게 된 이상 히드라와 레비아탄은 탈피를 준비하고 크라켄은 나를 도와 병력을 재편한다."
"탈피요?!"
"그건···."
요르문간드의 말에 히드라와 레비아탄이 꺼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뱀에게 허물을 벗는 탈피는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지만, 엄청나게 고통스럽고 죽을 수도 있을 정도로 위험이 컸다.
"하라면 해!"
"네···."
"네···."
요르문간드의 살기가 담긴 말에 마지못해 탈피를 준비하는 히드라와 레비아탄.
"크라켄, 너는 일단 재앙을 다시 불러들여라."
"네."
요르문간드가 히드라와 레비아탄을 거대한 몸으로 감싸며 크라켄과 세상에 퍼트린 재앙들을 불러들이기 시작했다.
***
[검은 거탑 99층에 도착했습니다.]
10번째 탑에서 집으로 돌아온 세준.
"배고프다."
취사장으로 가서 세준 1호가 차린 아침을 먹었다.
아침 메뉴는 슬라임 고기로 만든 돈가스.
"아. 맞다. 세준 1호, 핫케이크 만들어줘."
끼히힛!낑!
[히힛. 집사야! 또 줘!]
세준은 돈가스를 썰어 까망이에게 주며 세준 1호에게 핫케이크를 만들게 했다.
오늘은 하얀탑 67층에 가서 봉인된 태양을 찾아 하얀탑에 낮을 되찾아 줄 생각이었다.
그래서 하얀탑에 가는 김에 아작스가 좋아하는 핫케이크를 만드는 것.
그렇게 세준 1호가 핫케이크를 만드는 동안 세준과 일행들은 돈가스를 맛있게 먹었다.
그러나
"아. 배부르다."
슬라임 돈가스를 먹어도 이명 : 재앙을 요리하는 자의 효과인 물리 데미지 감소 메시지는 나타나지 않았다.
세준이 직접 요리하지 않았기 때문.
이명 : 재앙을 요리하는 자의 효과는 세준이 직접 요리한 음식에서만 효과가 나타났다.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꾸엥이가 아빠 먹을 커피 내렸다요!]
어제 세준이 없는 사이 헤겔이 두고 간 검은 거탑 94 치카산 세준 원두로 커피를 내린 꾸엥이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잔을 가져왔다.
"고마워."
후루룩.
"크으. 역시 우리 꾸엥이가 내려준 커피가 최고다!"
세준이 엄지를 들며 꾸엥이의 커피를 칭찬했다.
꾸헤헤헤.
세준의 칭찬에 활짝 웃는 꾸엥이.
솔직히 니니르가 내린 커피와 맛에서 큰 차이가 없었지만, 아무튼 꾸엥이가 내린 커피가 최고다.
거기다 저렇게 웃기까지 하면···이건 이제 극락의 커피다.
세준은 커피를 마시며 자신의 몸에 올라가 쉬는 일행들과 함께 여유로운 시간을 만끽했다.
그리고
"아작스, 나 지금 가도 되냐?"
아작스를 불렀다.
그러자
[하얀탑의 명예 정직원이 세준이 형은 언제나 환영이라고 말합니다.]
바로 대답하는 아작스.
세준컴퍼니의 방침이 변하자, 시스템이 이건 또 바로 반영해 줬다.
흐흐흐. 아작스 녀석, 형님이 보구 싶었구만.
메시지만 보고도 자신의 방문에 기뻐하는 아작스가 상상됐다.
"알았어. 그럼 금방 갈게. 토룡아!"
세준이 토룡이를 불러 웨이포인트로 이동했다.
세준의 부탁으로 에일린이 매일 웨이포인트 위치를 농장 쪽으로 조금씩 옮겨준 덕분에 몇 분 만에 웨이포인트에 도착했고
척.
세준은 붉은 크리스탈에 손을 올려 하얀탑으로 이동했다.
***
검은 거탑 89층.
"뀻뀻뀻."
테오의 하트 털 뭉치를 안은 이오나가 콧노래를 부르며 어딘가를 향해 경쾌한 발걸음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뀻뀻뀻. 아무르 랭지 님, 계세요?"
거대한 저택을 지키는 가드들에게 물었다.
이오나는 주인의 표식이 있는 물건들의 주인들을 찾아주는 일은 유랑상인 협회에 맡기고
아무르에게 펜릴과 용의 전투가 그려진 황금판의 구매자를 알아내기 위해 직접 이곳에 왔다.
만나는 김에 유명한 디자이너인 아무르에게 테오와 자신의 커플 반지도 부탁해 볼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렇지 않아도 아무르 랭지 님이 이오나 님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저를 따라오시지요. 검은 박에 마탑의 마탑주시여."
"뀻? 저를 기다렸다고요?!"
내가 올지 어떻게 알았지?
가드의 말에 이오나가 테오의 하트 털 뭉치를 아공간에 넣고 등에 매고 있던 짓누르는 제압의 중력 지팡이를 꺼내며 마력을 끌어올렸다.
바로 얼마 전 모비우스에에게 죽을 뻔했기에 이오나는 경계심이 많이 올라간 상태였다.
그때
-검은 박에 마탑의 마탑주이자 테오 박의 연인 이오나여. 경계할 것 없다. 난 창조의 두 번째 사도 아무르 랭지. 그대에게 할 말이 있어서 그런 것이니 조용히 들어오라.
이오나의 머릿속으로 신성한 목소리가 들렸다.
"뀻뀻뀻. 네!"
테오와 자신의 사이를 인정하는 아무르의 말에 이오나가 헤실헤실 웃으며 저택 안으로 쫄래쫄래 들어갔다.
513화. 히힛. 형 있으니까 완전 좋은데?!
내 이름은 아무르 랭지.
메오라는 세상에서 군림했던 위대한 전사였다.
그리고
[아무르 랭지를 열다섯 번째 창조의 사도로 임명합니다.]
2000년 전, 시스템에게 창조의 사도로 선택받았다.
지금은 두 번재지만, 그때는 자신이 막내였다.
"고맙다. 내 이름은 맥이야. 네 덕분에 나 막내 탈출했다. 환영한다. 막내야."
"뭐?! 막내?! 내 이름은 위대한 전사 아무르···커억!"
"내가 막내라면 막내다. 막내야."
자신의 선배들은 한 세상을 군림했던 자신을 햇병아리로 여길 정도로 강했다.
아무르는 선배 창조의 사도들과 아직 열리지 않은 블랙문 너머로 넘어가 멸망의 세력이 범람하는 것을 막기 위한 신성한 임무를 수행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고독한 싸움.
창조의 사도들은 신성한 임무와 서로를 위하는 마음으로 무장하고 끔찍한 멸망과의 전투를 이어갔다.
그렇게 1000년을 싸우자, 창조의 사도 중 다섯이 명예롭게 전사하며 창조의 사도 수는 10명으로 줄었다.
아무르는 열 번째 창조의 사도가 됐다.
그렇게 500년이 지나자 10명은 7명으로, 다시 500년이 지나자 5명으로 점점 줄어들었다.
점점 멸망의 힘은 강해지는 데 반해 자신들의 전력은 점점 깎여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쿨럭···젠장. 내가 막내보다 먼저 갈 줄이야···아무르, 이제 네가 두 번째 창조의 사도다."
"맥!"
항상 막내라고 부르며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지 않던 선배이자 친구였던 맥은 요르문간드에게 하반신을 먹히고 나서야 자신의 이름을 마지막으로 한 번 불러준 후
"뱀 새끼야! 혼자는 안 간다!"
뱀의 머리를 가르고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영원한 잠에 빠졌다.
그리고
멸망은 절대 못 이겨.
위대한 전사였던 아무르는 신성한 전투를 이어간 지 1800년 만에 마음이 꺾여버렸다.
이후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정신을 차리니 자신은 탑 89층에 있었다.
차라리 잘 됐다고 생각했다. 싸움은 지겨웠다. 쉬고 싶었다.
그래서 일부러 주변에 대한 신경을 끈 채 집 안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갔다.
아무르는 무료한 일상이 심심해져 이것저것 만들기 시작했는데···
집의 하인들이 관심을 가지길래 하나씩 나눠줬고 그 물건들이 탑에 풀리며 어느새 아무르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유명해졌다.
아무르의 명성이 올라가는 만큼 아무르를 찾아오는 이들의 지위도 점점 높아져 집에 가만히 있어도 아무르는 탑의 고급 정보들을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물론 정보는 꺾인 아무르의 마음처럼 탑의 형세가 점점 나빠지고 있다는 음울한 내용들뿐이었다.
그렇게 손님들이 가져오는 정보를 통해 탑이 얼마나 나빠졌는지 듣는 게 일상이 된 지 200년쯤 됐을 때
"아무르 님, 들으셨습니까? 이번에 리자드 왕국이 지배하는 탑 67층에 로커스트들이 침입했다고 합니다."
손님은 평소보다 더 나쁜 최악의 정보를 가져왔다.
100년 전인가 오더니 또 왔나 보군.
이번에도 용이 개입하지 않으면 탑의 멸망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위대한 검은용께서 키우신 견고한 칼날 대파로 로커스트를 퇴치하고 있습니다."
며칠 후 다른 손님이 가져온 정보는 아무르의 예상을 크게 벗어났다.
"네?! 용이 뭘 키워요?"
"대파요. 칼날처럼 날카로운 대파인데···"
이게 무슨 소리지?
용이 대파를 키운다는 것도 믿지 못할 일인데, 대파로 로커스트를 잡는다니?!
아무르는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로커스트가 멸종했다고 합니다!"
용의 직접 개입 없이 로커스트를 멸종시켜?!
"상인 통로에서 상인들이 멸종되는 일이 많았는데 알고 보니 멸망의 사도가 보낸 파편이었다고 하더라고요! 위대한 검은용의 부하 테오 박 님이 아니었으면···"
위대한 검은용이 고양이족을 부하로 부린다고?! 거기다 고양이족이 멸망의 사도 파편을 처치해?!
이후로 손님들이 아무르에게 가져온 정보들은 아무르가 이해할 수 없는 것들 투성이었다.
하지만 확실한 건 꺾인 아무르의 마음과 다르게 탑의 형세는 변했다는 것.
탑은 더 이상 바닥을 향해 추락하지 않았다. 음울하지 않았다.
그리고
"로커스트에게 멸망했던 레드리본 왕국이 이번에 건국식을 한다고 합니다."
"이번에 탑 99층에서 파티가 열렸는데 진짜 맛있는 게 많더군요."
이후로도 손님들이 가져오는 정보는 계속 희망차고 밝았다.
탑의 분위기가 완전히 반전됐다. 기울어져 가던 탑의 비상. 아니. 비상이라는 말로는 부족했다.
승천!
그리고
"이게 다 위대한 검은용 박세준 님 덕분입니다."
"위대한 검은용 박세준 님이···"
검은 탑을 승천시킨 박세준, 넌 누구냐?
꺾였던 아무르의 마음에 이 거대한 변화의 시작점인 세준에 대한 호기심과 함께 의욕이라는 불길이 조금씩 타오르기 시작했다.
용은 아닐 거다.
검은용은 '프리타니'라는 성이 있다. 저런 이름을 쓰지 않는다.
아니면 이름을 바꾼 용의 유희인가? 하지만 그러면 위대한 검은용이라는 말은 쓰지 않을 텐데···
아무르가 집 안에서 손님들이 가져오는 정보를 들으며 세준에 대한 호기심을 키워갈 때
"아무르 님, 이거 세준 님이 키우신 농작물이에용."
얼마 전 아무르에게 잘 보이고 싶었던 대상인 미미르가 세준이 키운 농작물들을 선물했고
재배자 : 검은탑 탑농부 박세준(지구 출신 인간)
탑농부라고?!
용도 아닌 지구 출신?!
창조의 사도로서 다른 이들보다 농작물에서 더 많은 정보를 볼 수 있었던 아무르는 세준이 아주 평범한 존재라는 걸 알게 됐다.
아무것도 아닌 탑농부가 탑을 이렇게나 바꿀 수 있다고?!
동시에 전투를 하지 않을 때는 항상 화단을 가꾸던 첫 번째 창조의 사도 에밀라 이베너스가 생각났다.
왜 그런 걸 키우냐는 질문에 그냥 웃던 선배. 자신들보다 1000년을 더 싸웠지만, 포기하지 않았던 선배.
싸우고 있었구나.
아무르는 전투만이 신성한 임무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꺾였던 부끄러움 때문인지 자신의 앞에서 활활 타오르는 불길 때문인지 얼굴이 심하게 뜨거웠다.
"···돌아갈 때가 됐군."
디자이너 아무르 랭지가 아니라 두 번째 창조의 사도 아무르 랭지로 복귀하기 위해 아무르가 자신의 장비를 챙기며 돌아갈 준비를 할 때
"마지막 손님은 받고 가야겠군."
멀리서 느껴지는 강대한 마력.
"곧 대파괴의 마법사 이오나가 올 거다. 오면 나한테 보내도록."
하인을 시켜 가드에게 자신의 말을 전달하게 하고 기다리자
"뀻뀻뀻."
창문으로 콧노래를 신나게 부르며 저택으로 다가오는 작고 새하얀 햄스터 한 마리가 보였다.
이미 완성된 존재.
하지만
꽤 완성됐군. 같이 있는 영혼은 뭐지?
아무르가 볼 때는 부족한 점들이 보였다.
몇 가지 선물을 해야겠군. 운이 좋으면 막내가 될 수도 있으니까.
아무르가 이오나를 보며 몇 가지 선물을 준비했다.
아직 막내가 들어온 지 모르는 아무르였다. 창조의 사도 모두가 덤벼도 못 이겼던 최강의 막내가.
***
[하얀탑 99층에 도착했습니다.]
세준이 하얀탑에 도착하자
"세준이 형~!"
웨이포인트 앞에서 세준이 오길 눈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던 아작스가 세준의 품에 안겼다.
세준이 다치지 않게 최대한 힘을 빼고 여러 가지 안전 마법을 걸어 충격을 줄였지만
"컥!"
개복치 세준은 항상 예상을 벗어났다.
[치명적인 공격을 받았습니다.]
[무적 상태입니다.]
[피해를 입지 않습니다.]
다행히 무적 효과 덕분에 오늘도 목숨을 건졌다. 물론 세준도 여러 가지 스킬과 권능이 있기에 죽지는 않았을 거다. 죽지는···
그렇게 아작스의 허그 어택을 견뎌낸 세준.
하지만
고오오오.
끝이 아니었다. 이제 아작스의 기운을 견딜 차례.
그러나
"아작스, 잘 지냈지?"
"응! 형!"
세준은 아작스의 기운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나름 강해진 스탯과 그동안 얻은 스킬, 재능, 이명, 권능이 아작스의 기운을 견디게 도와줬다.
"아작스 님, 반갑다냥!"
물론 아작스의 기운을 견디게 해준 일등공신은 어느새 아공간 창고에서 나와 세준의 무릎에 매달린 채 아작스의 기운을 흘리고 흡수하는 테오였다.
꾸엥!
[오랜만이다요!]
테오를 따라 나온 꾸엥이도 아작스에게 인사했다.
까망이 패밀리는 아공간 창고에서 나오지 않았다. 아작스의 기운에 다칠까 봐 세준이 아공간 창고에서 놀게 했다.
"슈복치(슈퍼개복치)들은 이거 먹으면서 기다려."
군고구마 말랭이를 주면서.
지난번처럼 아공간 창고를 개판으로 만드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였다.
잠시 후.
짭.짭.짭.
신나게 군고구마 말랭이를 먹던 까망이.
생각해 보니 슈복치?! 뭔가 기분 나쁜데?!
아까 세준이 자신들을 부른 호칭이 거슬렸다.
'집사가 잘못한 거야! 날 기분 나쁘게 했어!'
히힛. 위대한 까망이 님의 분노를 한 번 알려줘야겠군.
낑!
[얘들아, 놀자!]
뛰어놀고 싶었던 까망이가 명분을 얻었다.
그렇게 까망이가 아공간 창고를 엉망으로 만드는지도 모르고
"아작스, 이거 먹어."
세준은 챙겨온 핫케이크 1000장을 아작스에게 전달했다.
"와! 형! 잘 먹을게!"
받은 자리에서 핫케이크 3장을 뚝딱 해치운 아작스.
"으히힛. 너무 맛있어!"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고 흥에 겨워 열심히 꼬리를 흔들었다.
"아작스, 여기 앉아서 먹자."
그사이 세준이 파 이파리 돗자리를 깔고 아작스를 불렀다.
"이것도 마셔."
"응! 형!"
아작스는 세준이 챙겨준 초코 우유를 원샷하고 본격적으로 핫케이크를 먹을 준비를 했다.
원래라면 혼자 먹었을 아작스였겠지만
"형! 꾸엥아! 우리 같이 먹자!"
세준과 함께 지내면서 맛있는 음식은 함께 먹으면 더 맛있다는 걸 알았다.
"테오는 안 먹어도 되지?"
"그렇다냥! 나 하이브리드 테 부회장은 박 회장이 만든 생선구이랑 츄르만 먹는다냥!"
"그래."
남의 취향은 존중해야 한다는 것도.
그렇게 다 같이 맛있게 핫케이크를 먹고 있을 때
"아작스, 우리 이따가 탑 67층에 내려가려고."
세준이 하얀탑에 온 이유를 얘기했다.
"탑 67층이면 태양 찾으러 가는 거야?"
"응."
"오! 재미있겠다!"
세준의 말에 아작스의 눈이 반짝거렸다.
"아작스도 가려고?"
"그럼! 세준이 형이 가면 나도 가야지! 우리에 나도 포함되는 거잖아!"
세준이 형, 미워! 나만 안 데려가고!
세준의 물음에 아작스가 소리쳤다.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형도 당연히 아작스 데려가고 싶지. 근데 그러면 탑 67층 주민들이 다치잖아."
너 가면 애들 숨도 못 쉬어.
세준이 그런 아작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하자
"그럼 내가 할아버지한테 말해서 탑 67층 주민들 쫓아내라고 할까?"
세준의 쓰다듬에 진정한 아작스가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만큼 아작스는 세준과 함께 탑 67층에 가고 싶었다.
"안돼. 만약 누군가 아작스한테 여기서 나가라고 하면 어떻겠어?"
"음···아주 화가 나. 바로 브레스 쏴줄 거야!"
세준의 물음에 잠시 고민하던 아작스는 당장이라도 브레스를 쏠 것처럼 가슴을 부풀리며 대답했다.
"만약 아작스의 브레스로도 상대가 안 되면?"
"어. 그럼 나 쫓겨나나?"
"그렇지. 쫓겨나면 아작스 마음이 어떻겠어?"
"슬퍼. 내가 여기 토마토밭 만드느라 엄청 고생했는데···"
아작스가 주변에 펼쳐진 새하얀 방울토마토들이 열린 밭을 보며 말했다.
"그래. 탑 67층 주민들도 그런 마음일 거야. 아니. 주민들은 아작스처럼 브레스도 못 쓰니 반항도 못 하겠네."
"알았어. 안 따라갈게."
똑똑한 아작스답게 세준의 의도를 이해하고는 시무룩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해는 했지만, 서운한 건 어쩔 수 없었다.
"대신 태양 찾고 돌아가는 길에 다시 올게. 그때는 고기 파티하자."
"정말?!"
세준의 다시 온다는 말에 아작스의 얼굴이 금세 환해졌다.
그렇게 세준은 탑 67층 주민들의 안전과 아작스의 웃음 두 가지 모두 지켰다. 고기는 지키지 못했지만.
"그럼 우리 갔다 올게."
"응! 형! 으히힛. 나 고기 파티 준비하고 있을게!"
"그래."
세준은 테오와 꾸엥이를 아공간 창고에 넣고
촤르르르.
하얀탑 67층 땅문서를 펼치며 사라졌다.
"하악! 박 회장의 말을 어겼다냥! 빨리 치워야 한다냥! 박 회장이 싫어한다냥!"
꾸엥!꾸엥!
[까망이 빨리 청소한다요! 아빠가 문 열기 전에 깨끗이 치운다요!]
그사이 아공간 창고에서는 테오와 꾸엥이가 창고를 엉망으로 만든 까망이 패밀리와 열심히 청소를 하고 있었다.
히힛. 형 있으니까 완전 좋은데?!
사고를 쳐도 뒷수습을 도와주는 형들이 있다는 건 정말 좋다고 생각하는 까망이였다.
514화. 계속 떠들면 테오 삼촌 부를 거야.
[하얀탑 67층에 도착했습니다.]
'캄캄하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의 어둠.
주민들이 사는 곳이 아닌지 마법이나 횃불 같은 조명이 없었다.
딱.
세준은 손가락을 튕겨
화르르륵.
불꽃을 만든 후 주변을 둘러봤다.
'나무들 빼고 특이한 건 없어 보이네.'
근데 저건 무슨 열매지?
세준이 과일에 열린 둥근 자주색 열매를 살펴보려 할 때
철컹.
"위대한 하이브리드 박 회장, 보고 싶었다냥!"
테오가 평소보다 조금 늦게 아공간 창고에서 나와 세준의 얼굴에 매달렸다.
"그래. 나도 보고 싶었어."
"푸후훗. 하지만 내가 더 보고 싶었을 거다냥!"
세준의 말에 행복해하며 열심의 자신의 얼굴을 세준의 이마에 비비는 테오.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꾸엥이도 아빠 보고 싶었다요!]
그사이 꾸엥이도 세준의 옆구리에 매달려 세준의 몸에 자신의 얼굴을 비비적거렸다.
"응. 아빠도 꾸엥이···엣취! 테 부회장, 이제 내려가."
"냥···."
테오의 털 때문에 재채기를 한 세준이 테오의 목덜미를 잡아 무릎으로 옮겼다.
근데 까망이는?
세준은 다음 순번이 나오지 않자, 주변을 둘러봤고
낑?!낑!낑!
[집사야, 어디 있어?! 아무것도 안 보여! 집사야!]
나오다 잘못 점프를 한 건지 세준을 찾으며 엉뚱한 방향을 향해 낑낑거리는 까망이를 발견했다.
무무!
무발칠이 나름 열심히 뿔에 불을 만들어 주변을 밝혔지만, 너무 약해 안 킨 것과 큰 차이가 없었다.
역시 슈복치들답구만.
"바보야. 그쪽이 아니라 이쪽이야."
세준이 그런 까망이 패밀리의 모습에 웃으며 서둘러 까망이 패밀리를 챙겨 슬링백에 넣어주자
낑?!낑?!
[왜 빨리 나 안 챙겼어?! 그리고 누가 바보라는 거야?! 위대한 까망이 님은 바보가 아니야!]
집사야, 보고 싶었어!
꼬리를 프로펠러처럼 열심히 흔들며 세준에게 찡찡거리는 까망이.
"알았어. 바보 취소."
쓰담쓰담.
세준이 까망이를 달래며 몇 번 쓰다듬어 주자
끼로롱.
엄로롱.
끼루룽.
···
..
.
까망이와 부하들은 까무룩 잠들어 버리며 금세 조용해졌다.
그렇게 까망이 패밀리를 재운 세준.
그제야 나무에 열린 열매를 땄다.
그러자
[무화과를 수확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조금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9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경험치 1을 획득했습니다.]
나타나는 메시지.
"오. 이거 무화과였구나."
세준이 단검으로 무화가 열매를 반으로 잘라
"꾸엥아, 이거 먹어봐. 껍질만 빼고 이렇게 안에만 먹는 거야."
무화과 먹는 시범을 보이며 꾸엥이에게 무화과를 건넸다.
와. 그냥 녹네. 녹아.
입안에 들어온 달콤한 과육은 너무 부드러워 그냥 사르르 녹았고
톡.톡.
씨앗은 씹을 때마다 터지면서 즐거운 식감을 선사했다.
"꾸엥아, 맛있지?"
세준이 꾸엥이를 보며 묻자
꾸헤헤헤.꾸엥!꾸엥!
[헤헤헤. 맛있다요! 꿀맛이다요!]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는 꾸엥이.
"좋아. 그럼 우리 이거 많이 수확해 가자. 아빠가 무화과로 맛있는 거 많이 해줄게."
꾸엥!
[신난다요!]
세준의 말에 흥분한 꾸엥이가 염력으로 무화과를 수확하기 시작했고, 세준도 무화과를 수확했다.
일단 무화과 말랭이부터 만들어야지. 그냥 먹어도 맛있고 빵에다 넣어서 구우면 완전 꿀맛이니까. 흐흐흐.
세준이 무화과를 어떻게 먹을지 상상하며 즐거워할 때
폭신.
"응?"
분명 무화과를 수확했는데 손에서 따뜻함과 털의 폭신함이 느껴졌다.
뭐지?
세준이 무화과를 들어 자세히 보니
스르륵.
졸린 눈을 뜨며 입을 벌리는 무화과. 아니···
박쥐?!
삣!삣!
박쥐 녀석은 귀여운 울음소리와는 다르게 성질이 더러운지
콰직.
다짜고짜 세준의 손을 앙 물었다.
"으악! 내 손 잘린다!"
당황한 세준은 소리를 지르며 손을 털었고
으앙!
겁을 먹은 아기 박쥐는 떨어지지 않게 더 강하게 세준의 손을 꽉 물었다.
하지만
붕붕!붕붕!
세준의 힘이 엄청나게 강했기에
삣?삣-!
아기 박쥐는 비명을 지르며 결국 세준의 손에서 떨어져 하늘로 날아갔다. 세준의 손에 이빨 두 개를 남겨두고.
뽁.뽁.
세준이 서둘러 손에 박힌 아기 박쥐의 이빨을 뽑자, 엄지와 검지 사이에 볼펜심만 한 구멍 두 개가 뽕뽕 뚫려있었다.
"···크흠!"
호들갑에 비해 피도 안 나는 상처에 민망해진 세준이 헛기침을 했다.
스르륵.
심지어 상처는 빠르게 아물고 있었다.
그때
핏!핏!
아기 박쥐의 울음소리를 들은 박쥐들이 음산한 울음소리와 함께 어둠 속에서 눈을 떴다.
세준과 일행을 노려보는 수천 쌍의 붉은 시선.
박쥐들은 날개로 무화과 열매처럼 보이게 자신의 몸을 위장하고 있었다.
[퀘스트가 발생합니다.]
[퀘스트 : 무화과로 위장한 채 무화과 농장을 불법 점거하고 있는 무화과 박쥐를 처치하거나 합의를 하고 땅의 권리를 되찾아라.]
보상 : 하얀탑 67층 무화과 농장의 정당한 주인으로 인정
동시에 나타나는 땅문서 퀘스트.
싸워야 되나?
"푸후훗. 도장 찍을 직원이다냥!"
꾸엥!
[꾸엥이 무화과 딸 거다요! 방해하면 혼내준다요!]
세준과 일행들이 무화과 박쥐들과 대치하고 있을 때
삣!삣!
세준의 손에서 떨어져 열심히 날개를 움직이며 돌아온 아기 박쥐가 어느새 세준의 어깨에 앉아 자신의 얼굴을 세준의 어깨에 비비며 친한 척을 했다.
세준 덕분에 안 아프게 유치를 뺐기 때문.
덕분에 서로 싸우려던 세준과 박쥐들의 분위기가 약간 이상해졌고
(뱃뱃? 일어날 시간인가요?)
주변이 어둡자, 기상 시간이라고 착각한 황금박쥐 뱃뱃이가 일어나면서 일은 간단하게 해결됐다.
핏!핏!
왕이 나타나셨다!
다짜고짜 뱃뱃이에게 절부터 박는 무화과 박쥐들.
박쥐들 사이에서 황금색은 박쥐들을 지배하는 로얄 블러드. 즉, 왕족을 의미했다.
(뱃뱃? 제가 왕족이라고요?)
뱃뱃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무화과 박쥐들의 말에 의아해했고
"오. 우리 뱃뱃이 혈통 있는 박쥐였구나. 그럼 뱃뱃이 루마티아 3세라고 불러야 하나?
세준은 그런 뱃뱃이를 놀렸다.
그러자
(뱃뱃! 아니에요! 제 이름은 뱃뱃이 박이라고요!)
세준 님, 제가 남인가요?!
뱃뱃이가 울 듯한 표정으로 외쳤다.
"미안. 장난이었어."
세준이 얼른 사과하며 뱃뱃이를 손에 쥐고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배헤헷.
그제야 마음이 풀렸는지 웃는 뱃뱃이.
[무화과 농장을 불법 점거한 무화과 박쥐들이 당신의 부하 뱃뱃이 박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그사이 땅문서 퀘스트가 완료됐고
"푸후훗. 이리 와서 도장을 받는다냥! 도장을 받으면 직장과 음식이 생긴다냥!"
핏!핏!
테오가 무화과 박쥐들의 날개에 도장을 찍으며 세준컴피니 직원으로 고용했다.
[노예 30명을 거느렸습니다.]
[이명 : 노예왕의 효과로 모든 스탯이 0.3 상승합니다.]
근데 이건 안 바꿔주네.
반영이 덜 된 건지 아니면 안 해주는 건지 모르겠다.
세준은 메시지를 읽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삣!삣!
아직도 세준의 어깨에서 노는 아기 박쥐를 잡아
"이제 이빨 빠져서 먹기 어려우니까 이거 먹어."
바닥에 내려놓고 아기 박쥐에서 꿀물을 만들어줬다.
삣?
아기 박쥐는 세준이 준 꿀물을 한 입 먹어보고는
삣!삣!
달다!
흥분해서 꿀물통에 들어가 꿀물과 하나가 됐다.
"뱃뱃아, 박쥐들에게 이 주변에 수상한 게 없는지 물어봐."
(뱃뱃! 네!)
세준은 직접 말이 통하지 않는 박쥐들과 얘기를 하기 위해 뱃뱃이에게 통역을 시켰다.
그러나
뱃뱃?
핏?핏!
고개를 젓는 무화과 박쥐들.
그들은 농장 밖을 잘 나가지 않아 주변에 뭐가 있는지 잘 몰랐다.
그때
삣!삣!
뱃뱃이 님, 나 수상한 데 알아요! 거기 가면 불이 꺼져요!
가끔 어른들 몰래 밖을 구경하고 온 아기 박쥐가 외쳤다.
물론 그 소리를 들은 아기 박쥐 부모의 눈빛은 사나워졌다.
세준은 뱃뱃이를 통해 아기 박쥐를 혼내지 말라고 부모 박쥐들에게 말해주며 아기 박쥐가 먹을 꿀물을 잔뜩 챙겨준 후
"가자."
횃불을 들고 아기 박쥐가 말한 수상한 곳으로 이동했다.
핏!핏!
삣···
역시 혼내네.
멀리서 아기 박쥐가 혼나는 소리가 들렸다.
혼나긴 혼나야지.
안 그러면 나중에 진짜 위험해질 수도 있으니까.
'그나저나 아빠 토끼랑 엄마 토끼는 잘 지내려나?"
아기 박쥐를 혼내는 박쥐 부부를 떠올리니 자연스럽게 토끼 부부가 생각나는 세준이었다.
***
검은 거탑 55층.
[농사 학교 입학식]
삐잇!
삐얍!
삐엇!
농장 입구에 설치된 거대한 현수막 아래로 농사 학교에 입학하는 아기 토끼들이 삼삼오오 지나갔다.
그리고
빽!빽!
그런 입학생에는 흑토치도 있었다.
등에 점 3개를 가지고 태어난 흑토치는 최강의 흑토끼가 되기 위한 훈련을 받고 있기에 농사 교육까지 받을 필요가 없었지만
그래도 레드리본 왕국의 근간은 농사이기에 왕족으로서 농사에 대해 배워야 했다.
"흑토치, 안녕!"
"응. 형, 안녕."
"얘들아, 반가워."
그래봤자 대부분이 친척이라서 가족 모임에 가깝기는 했지만.
그렇게 아기 토끼들이 현수막을 통과해 길을 따라 들어가자
"어?! 할아버지다!"
"할머니도 있어. 두 분 저기서 뭐 하시지?"
후학 양성을 위해 농사 학교 교장과 교감으로 부임한 토끼 부부가 운동장 끝 연단에 서서 아기 토끼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자자. 여기서는 난 할아버지가 아니야. 입학생들은 교장 선생님인 나의 지시를 따라 주세요."
"나도 여기서는 할머니가 아니고 교감이에요."
아빠 토끼와 엄마 토끼가 100마리의 아기 토끼들을 향해 엄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할아버지, 거기서 뭐 해요?"
"할아버지, 놀아주세요."
"할머니, 배고파요."
아기 토끼들이 제대로 들을 리 없었다.
그러나 육아 100단인 토끼 부부에게 아기 토끼를 다루는 건 너무도 쉬웠다.
"흠. 계속 떠들면 테오 삼촌 부를 거야."
히익!
아빠 토끼의 말에 깜짝 놀란 아기 토끼들이 서둘러 한 발로는 입을 가리고 한 발로는 도장을 찍지 못하게 이마를 가렸다.
아기 토끼들에게까지 퍼진 테오의 악명.
······
덕분에 운동장은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크흠. 모두들 농사 학교에 입학한 걸 환영한다. 교장인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최고의 탑농부인 검은 거탑 탑농부 박세준에게 농사를 가르친···."
교장 선생님의 끝나지 않는 라떼 훈화가 시작됐다.
***
치이익.
···?!
세준이 아기 박쥐가 가리킨 방향을 향해 30분 정도 지났을 때 갑자기 횃불이 꺼졌다.
딱.
세준이 손가락을 튕겨 다시 횃불에 불을 붙이자
치이익.
누가 물을 부은 것처럼 바로 꺼져버리는 횃불.
"여기 같은데?"
아무리 봐도 수상했다.
근데 어떻게 하지?
주변을 살펴보고 싶어도 불이 꺼지니 살펴볼 수가 없었다.
그때
꾸엥!
[아빠 꾸엥이가 환하게 밝혀준다요!]
꾸엥이가 벼락봉을 꺼내며 하늘로 올라갔다.
그리고
파지지직.
콰과광!
주변으로 벼락을 계속 떨어트리자
저···저게 뭐야?!
[다크니스 버그]
세준의 눈에 반짝이는 빛을 향해 몰려드는 검은 벌레 떼가 보였다.
유선형의 몸에 점액질의 미끈한 피부와 검은 날개를 가진 괴물들.
그리고
[태양을 삼킨 벌레, 다크니스 버그 퀸]
연기를 내며 죽어가는 거대한 괴물 하나.
하필 운이 없게도 꾸엥이가 떨어트린 벼락에 맞아 버렸다.
끝났네.
"꾸엥아, 잘했어."
세준이 꾸엥이를 보며 엄지를 올릴 때
쿵.
다크니스 버그 퀸이 쓰러졌고
[약초꾼 꾸엥이가 태양을 삼킨 벌레, 다크니스 버그 퀸을 처치했습니다.]
[약초꾼 꾸엥이가 획득한 경험치의 50%인 1000만을 획득했습니다.]
···
..
.
파앗.
메시지와 함께 다크니스 버그 퀸의 몸을 태우며 다크니스 버그 퀸이 삼킨 태양이 눈 부신 빛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자 태양빛을 먹기 위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수의 다크니스 버그가 태양을 감싸며 주변은 다시 캄캄해졌지만
화르르륵.
다크니스 버그는 태양의 빛을 감당하지 못했고, 태양은 다크니스 버그들의 시체를 연료로 더욱 밝게 빛나며 하늘로 솟구쳤다.
그리고
[하얀탑의 낮을 되찾는 위대한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위대한 업적 보상으로 이명 : 낮을 되찾은 자를 획득했습니다.]
[위대한 업적 보상으로 모든 스탯이 50 상승합니다.]
세준은 한 것도 없이 경험치와 이명을 얻었다.
[모든 스탯의 잠재력이 한계치에 도달했습니다.]
[더 이상 스탯을 흡수할 수 없습니다.]
[획득한 스탯이 자연으로 환원됩니다.]
스탯은 잠재력 때문에 날아갔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수확의 비약 10방울을 얻었습니다.]
아. 수확의 비약 10방울 추가.
"돌아가자."
세준이 웨이포인트를 등록하고 복귀했다.
"으히힛. 세준이 형, 빨리 왔으면 좋겠다."
츄릅.
고기파티를 기다리며 침을 흘리고 있는 아작스에게.
515화. 스토커라고 해서 미안하다.
하얀탑 관리자 구역.
"크으. 좋다."
본체 상태인 켈리온이 검은 거탑에 있는 하얀용 조각상으로 다른 사룡회 용들과 즐겁게 술을 마실 때
우웅.
진동하는 관리자 수정구.
"뭐지? 이리 오너라."
켈리온이 마력으로 수정구를 가져와 살펴보자
[검은 거탑 탑농부 박세준이 태양의 봉인을 풀며 하얀탑의 낮을 되찾는 위대한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낮을 되찾으며 하얀 거탑 성장 조건 중 하나를 달성했습니다.]
[하얀 거탑 성장 조건 중 하나인 위대한 업적 5개 달성하기 중 위대한 업적 4개가 채워졌습니다.]
반가운 알람이 있었다.
"으하하하. 역시 우리 세준이가 일을 잘한다니까."
검은탑을 검은 거탑으로 만든 것도 부족해 하얀탑도 하얀 거탑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니.
그럼 이제 남은 하얀 거탑 성장 조건은···
[하얀 거탑 성장 조건(5/8)]
-탑농부(S) : 미달성
-신품종 5종 이상 탄생시키기 : 미달성(0/5)
-농작물 100억 개 이상 수확하기 : 미달성(56억/100억)
-경작지 100만 평 이상 경작하기 : 초과 달성(700만 평/100만 평)
-세계수 키우기 : 초과 달성(대추 나무(이름 없음), 코코넛 나무(이름 없음))
-위대한 업적 5개 달성하기 : 미달성(4/5)
-낮 되찾기 : 달성
-하얀탑의 입구 120개로 늘리기 : 미달성(87/120)
미달성 조건들을 살펴본 켈리온.
"신품종 5개, 입구 120개는 포기."
실현 가능성이 너무 낮아.
S급 탑농부도 포기했다. 손자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
"농작물 수확 100억 개 이상 수확하기를 초과 달성하고 위대한 업적 5개를 달성하면 하얀 거탑이 될 수 있겠어."
가능성이 낮은 조건들 뺀 남은 조건들을 보며 하얀 거탑으로 성장하기 위한 플랜을 완성했다.
그때
우웅.
다시 수정구가 울리며 알람이 나타났다.
[검은 거탑 탑농부 박세준이 하얀탑에 창조의 기운을 퍼트리는 위대한 창조의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하얀 거탑 성장 조건 중 하나인 위대한 업적 5개 달성하기 중 위대한 업적 5개가 모두 채워졌습니다.]
[하얀 거탑 성장 조건 중 하나를 달성했습니다.]
세준이 뒤늦게 하얀탑에서 창조의 기운을 퍼트리지 않았다는 걸 깨닫고 아공간 창고를 활짝 열어 창조의 기운을 퍼트려 체류 비용을 0.5% 감소시켰다.
덕분에 위대한 업적이 하나 더 달성되며 위대한 업적 5개를 달성했고 달성한 하얀 거탑 성장 조건이 5개에서 6개로 늘어났다.
남은 하얀 거탑 성장 조건은 이제 2개.
"으하하하. 고생한 우리 세준이한테 선물을 줘야겠군."
켈리온이 기뻐하며 세준을 위해 무슨 선물을 할지 고민했다.
"음···."
그렇게 고민하던 켈리온.
"아무래도 방어구가 좋겠지?"
개복치니까.
"뿔로 뭐 좀 만들어 줄까?"
켈리온이 자신의 뿔을 만져보다
삭.삭.
발톱으로 뿔을 갈아 뿔 가루를 모았다. 뿔을 자르면 끝이 뭉뚝해져서 스타일이 안 산다.
뿔 가루가 필요한 만큼 모이자
"뭉쳐라."
켈리온은 뿔 가루를 뭉쳤다.
몸이 약한 우리 세준이에게는 방패가 좋겠지. 근데 우리 세준이가 민첩이 낮아서 느려터졌고 거기다 마력 감지도 잘 못하고···
켈리온은 세준의 특징을 생각하며 뭉쳐진 뿔 가루를 원형 방패 모양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아공간, 블링크, 크기 조절, 탐지, 부유, 방어, 방어, 방어, 방어···."
용언으로 필요한 마법을 각인한 후 방패가 버틸 수 있는 한계까지 방어 마법만 중첩시켰다.
"좋아. 다 됐군."
그렇게 켈리온이 세준에게 줄 방패를 다 완성하고
"손자야. 잠깐 와 보거라."
세준에게 방패를 전달하기 위해 아작스를 불렀다. 이걸 세준에게 전달하라고 하면 아주 좋아할 거다.
하지만
-할아버지, 나 바빠요.
세준과의 고기파티를 기다리는 아작스는 바빴다. 마음이.
"세준이한테 줄 선물이 있어서 그래."
-세준이 형 선물이요?! 갈게요!
물론 세준의 선물이라는 말에 아작스는 바로 켈리온을 찾아갔다.
잠시 후.
"할아버지, 세준이 형한테 줄 선물이 뭐예요?"
관리자 구역에 나타난 아작스가 쫄래쫄래 켈리온에게 달려가 기대 가득한 눈빛으로 물었다.
"이거다."
켈리온이 새하얀 방패를 보여주자
"오! 할아버지, 나도 이거랑 같은 거 만들어 주세요! 세준이 형이랑 같이 들고 다닐래요!"
자신도 같은 방패를 만들어 달라는 아작스.
"으하하하. 알았다. 잠깐만 기다리거라."
삭.삭.
자신이 만든 방패를 갖고 싶어 하는 아작스를 보며 뿌듯해진 켈리온이 다시 자신의 뿔을 갈기 시작했다.
***
[하얀탑 99층에 도착했습니다.]
세준이 도착하자
"세준이 형!"
세준을 기다리고 있던 아작스가 반갑게 세준을 맞이했다.
본 지 몇 시간 안 됐지만
형! 보고 싶었어!
붕!붕!
꼬리를 흔들며 아주 격하게 반가워했다.
"형! 저기로 가자. 내가 고기파티 준비 다 해놨어!"
아작스가 세준을 데리고 간 곳에는 넓은 호수 옆에 세팅된 깔끔한 테이블과 그 위의 식기들.
그리고 테이블 옆에는 고기를 구울 수 있는 화로와 불판이 준비돼 있었다.
"와. 진짜 다 준비했네? 완벽한데?"
"당연하지! 난 위대한 하얀용 아작스 마므브라고! 고기파티 준비쯤은 누워서도 할 수 있다고!"
"그래? 우리 아작스 대단하네."
쓰담쓰담.
세준이 아작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했다.
세준은 아작스의 말을 그냥 자신의 실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표현하기 위한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작스는 진짜 누워서 했다.
그때
"아니다냥! 아작스 님의 준비는 부족하다냥!"
테오가 태클을 걸었다.
"내 생선구이가 없다냥!"
생선구이가 없었기 때문.
"우후훗! 당연히 테오 네 생선구이도 있지. 레비테이션!"
아작스가 마법을 사용하자
쿠웅.
호수에서 거대한 생선이 팔닥거리며 떠올랐고
"푸후훗. 아작스 님, 완벽한 준비다냥!"
테오도 아작스를 인정했다.
"우후훗. 내 준비는 완벽하다고! 맞다! 세준이 형, 이거 할아버지가 주래."
테오의 인정에 우쭐해하던 아작스가 세준에게 직경 1m짜리 새하얀 라운드 실드를 건넸다.
[숨어서 수호하는 용각의 형 방패]
"숨어서 수호하는 용각의 형 방패?"
무슨 스토커도 아니고 숨어서 수호해. 거기다 형 방패?
'그럼 동생 방패도 있나?'
희한한 이름의 방패에 세준이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며 방패의 옵션을 확인하려 할 때
"응! 형! 이거랑 세트야!"
짜잔!
아작스가 활짝 웃으며 자신의 방패를 아공간에서 꺼내 보여줬다.
[숨어서 수호하는 용각의 아우 방패]
진짜 아우 방패네.
세준이 쌍둥이처럼 닮은 두 개의 형제 방패를 보고 있을 때
형 할 말 없어?
아작스가 초롱초롱한 눈으로 세준을 부담스럽게 바라봤다. 뭔가를 기대하는 것처럼.
"오. 아작스랑 이렇게 같은 방패를 쓰다니! 너무 좋네! 진짜 행복하다!"
세준의 연기는 형편없고 아주 어색했지만
"으히힛. 그렇지?! 나도 형이랑 같은 방패를 가져서 너무 기뻐!"
세준의 말을 들은 아작스는 아주 기뻐했다.
다행히 세준의 발연기에도 아작스에게 세준의 진심이 전해진 것 같았다.
"아작스, 켈리온 님에게 잘 쓰겠다고 전해줘."
"응! 형!"
세준이 아작스에게 말한 후 방패의 옵션을 확인했다.
[숨어서 수호하는 용각의 형 방패]
위대한 하얀용 켈리온 마므브가 자신의 뿔에 직접 마법을 걸어 만들었습니다.
아공간에 숨어 있다가 주인의 위기가 탐지되면 스스로 나서서 주인을 보호합니다.
보호 마법이 77번 중첩돼 아주 단단합니다.
[숨어서 수호하는 용각의 아우 방패]가 주변에 있을 경우 세트 효과 : 형제는 강하다가 발동해 두 방패의 방어력이 50% 상승하며 아우 방패도 형 방패의 주인을 수호합니다.
사용 제한 : 켈리온 마므브의 인정을 받은 박세준
제작자 : 켈리온 마므브
등급 : 측정 불가
"아공간에서 숨어서 지키는 거구나."
스토커라고 해서 미안하다.
세준은 방패에게 사과하며 방패에 마력을 불어 넣었다.
그러자
스르륵.
방패는 아공간으로 사라져 세준을 지키기 시작했다.
"얘들아, 그럼 놀고 있어."
세준은 일행들을 놀게 하고 슬라임 고기를 꺼내 굽기 시작했다.
그렇게 세준이 고기를 굽는 동안
"푸후훗. 나 하이브리드 테 부회장은 이번에 위대한 하이브리드 박 회장과 함께 나쁜 고래를 물리치고 이명 : 불멸을 멸한 인간과 고양이를 얻었다냥! 박 회장과 같은 이명을 가진 내가 이인자다냥!"
자신과 세준의 업적을 자랑하며 이인자 배틀을 시작하는 테오.
꾸헤헤헤.꾸엥!꾸엥!
[헤헤헤. 아빠가 꾸엥이 많이 먹어도, 사고 쳐도 사랑한다고 했다요! 그러니까 꾸엥이가 이인자다요!]
"으히힛. 이것 봐라! 이거 할아버지가 만들어 준 건데, 세준이 형이랑 나랑 이렇게 같은 방패를 착용하는 거야. 멋있지?! 그러니까 내가 이인자야."
꾸엥이와 아작스도 지지 않았다.
"아니다냥! 내가 이인자다냥!"
꾸엥!
[꾸엥이가 이인자다요!]
"아냐! 내가 이인자야!"
셋은 상대의 말은 듣지 않으며 세준이 부를 때까지 싸웠다.
잠시 후.
"애들아, 밥 먹자!"
세준이 부르자
"푸후훗. 알겠다냥!"
꾸엥!
"응! 형!"
셋은 언제 싸웠냐는 듯이 사이좋게 세준과 함께 밥을 먹었다.
테오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생선구이만 먹었지만
다른 일행들은 불에 구운 슬라임 고기를 시작으로 슬라임 불고기, 슬라임 장조림, 슬라임 샤브샤브 등 다양한 요리를 먹었다.
"이번에는 슬라임 찜을 할 거야."
그렇게 고기파티가 후반전을 향해 갈 때
쿵.쿵.
하얀색 오우거가 세준이 있는 곳을 향해 다가왔다.
[하얀탑 99층 보스 오우거킹 레스]
탑 99층의 보스였다.
"아작스 님, 로커스트 고기를 가져왔습니다."
"응. 고마워."
레스가 아작스에게 작은 가죽 주머니를 건넸다.
요즘 하얀탑도 탑 밖에 대파를 심게 해 로커스트를 잡고 있기에 아작스가 레스를 시켜 로커스트 고기를 가져오게 한 것.
"그럼 가보겠습니다."
"이거 가져가서 먹어."
세준이 웨이포인트로 돌아가는 레스에게 음식을 담아 건넸다.
"감사합니다."
세준이 건네는 음식을 받은 레스.
그때
이건?!
레스가 익숙한 기운을 느꼈다.
투기.
발칸의 전사를 죽인 자의 몸에 남는 영광스러운 축복이자 저주.
축복인 이유는 투기가 쌓여서 일정량을 넘어설 때마다 강해지기 때문이고
저주인 이유는 오우거들은 동족을 죽인 자를 죽을 때까지 쫓아다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준의 몸에서 아주 희미하게 투기가 느껴졌다.
원래는 조금 더 진해야 했지만, 패트릭과 하메르에게 90%를 뺏기면서 아주 약해졌다.
"박세준 님. 발칸의 왕으로서. 전통에 따라 백성의 복수를 하겠습니다."
"응?!"
레스가 기운을 끌어올리며 세준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백성들의 희생 덕분에 홀로 하얀탑에 몸을 의탁한, 이름뿐인 왕이지만.
백성들을 멸망에게 빼앗긴 것도 모자라 여섯 번째 재앙이 된 백성들을 구원할 수 없는 못난 왕이지만.
자신에게 은혜를 베푼 위대한 하얀용의 손님을 공격하는 일이지만.
자신에게 친절을 베푼 상대지만.
여기서 죽겠지만.
왕으로서 백성의 복수는 해야 했다. 그게 오우거의 왕으로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사명이니까.
쾅!
역시.
레스의 예상대로 공격은 켈리온이 만들어 준 두 개의 방패에 막혔다. 대신 무지막지한 레스의 공격을 막은 방패에 금이 갔다.
그 녀석들이 이제 조금은 용서해 주겠지?
레스가 자신의 최후를 예상하며 쓴웃음을 지을 때
하악!하악!
꾸오!꾸오!
아래쪽에서 거친 숨소리가 들려오는 것과 동시에
퍽!
"커억!"
레스는 뒤통수와 복부에 거대한 충격을 느끼며 정신을 잃었다.
516화. 꾸엥이 무섭다요?
정면에 보이는 엄청난 수의 재앙들.
로커스트, 거대 흡혈 거머리, 불나방, 석화 거미, 슬라임까지.
모든 재앙들이 자신의 성을 향해 몰려오고 있었다.
또 그때인가?
난 죽었는데···
레스가 자신의 앞에 보이는 광경을 보며 당황했다.
레스의 앞에 보이는 건 잘 때마다 꿈으로 꾸는 발칸 최후의 순간이었다.
700년 전의 악몽이자 추억.
다섯 재앙들은 오우거 전사들에게 너무나 하찮은 존재들이었다.
하지만
"왕이시여! 탑으로 가십시오!"
"너희들은?"
"하하하. 저희도 시간을 벌다 금방 따라가겠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레스 님, 저희 믿죠?"
"응."
오우거들은 앳된 목소리로 자신들을 걱정하는 어린 왕을 안심시키며 최후의 전투를 준비했다.
저 멀리서 새빨간 눈의 거대한 까마귀가 이곳을 보며 웃고 있었기 때문.
멸망의 사도 2좌, 죽음의 까마귀 할파스.
어떤 전사도 할파스 앞에서 1초를 버티지 못했다. 아니. 1초도 길었다.
찰나의 순간. 의식도 못 할 그 짧은 시간에 수십만 오우거 전사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의 왕이 도망칠 시간을 벌기 위해 발악하고 있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보인다. 얼굴은 웃고 있지만,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꽉 쥔 주먹들이.
그렇게 레스가 하얀탑을 향해 열심히 달려가자
"발칸의 전사들이여! 죽음이 두려운가?"
"""아닙니다!"""
"하하하. 역시 발칸의 전사들답군. 발칸이여! 영원하라!"
"""발칸이여! 영원하라!"""
레스의 수호전사 차프와 다른 오우거들이 재앙들을 향해 돌진했다.
오우거들의 일방적인 도륙.
그래서 힐끗힐끗 뒤를 돌아보던 레스도 안심하며 발걸음을 늦췄다.
그러나
까악!
할파스가 두 번째로 우는 순간. 전세는 순식간에 뒤집혔다.
붉은 기운이 오우거들을 덮쳤고, 오우거들은 여섯 번째 재앙이 돼 자신을 쫓기 시작했다.
그때
쿠오오오!
하얀탑에서 나온 위대한 하얀용 켈리온 마므브의 브레스가 재앙들을 지워버렸다.
-어서 들어가라.
켈리온이 나서 시간을 벌어주지 않았다면 레스도 다른 오우거들처럼 재앙이 됐을 거고 그럼 왕과 함께하는 오우거들은 더욱 강해졌을 거다.
그렇게 레스가 켈리온의 도움으로 하얀탑으로 들어가기 직전.
···싹!
'···?'
찰진 소리와 함께 레스는 갑자기 볼이 뜨거워지며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찰싹!찰싹!
자신의 볼을 때리는 고양이와 눈이 마주쳤다.
"푸후훗. 박 회장, 영구 정직원 레스 일어났다냥!"
치료 끝났다냥!
레스의 치료를 끝낸 테오가 다시 세준의 무릎에 매달렸다.
"···절 왜 안 죽인 겁니까?"
정신을 차린 레스가 자신의 화끈거리는 볼을 만지며 세준에게 물을 때
[용맹의 신 베브가 방금 건 조금 애매했지만, 자신은 관대하니 용맹의 업적으로 인정해 주겠다고 말합니다.]
[용맹한 업적 1개를 획득했습니다.]
[용맹의 신 베브가 서로 한 대씩 주고받는 원펀치 배틀을 하면 용맹의 업적 3개를 내리겠다고 제안합니다.]
세준은 베브와 대화 중이었다.
저 주먹이랑요?
'베브 님, 차단이요.'
세준이 자신의 머리보다 더 큰 레스의 주먹을 흘끗 보며 베브를 차단했고
"푸후훗. 왜 죽이냥?! 위대한 하이브리드 박 회장의 목숨을 노린 죄는 아주아주 비싸다냥! 평생 일 시킬 거다냥!"
그게 세준컴퍼니의 방침이다냥!
그사이 테오가 세준 대신 대답했다.
'그럼 당연하지. 내가 얼마나 비싼 몸인데.'
끄덕.끄덕.
세준이 테오의 말을 들으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갑자기 난 왜 공격한 거야?"
고개를 끄덕이던 세준이 레스에게 물었다.
"그게···세준 님에게서 투기가 느껴져서?"
"투기?"
"네. 투기는 저희가 태어날 때부터···."
레스의 설명으로는 오우거 족은 선천적으로 투기라는 기운을 가지고 태어나는데 자라면서, 싸움을 통해서 투기를 키울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오우거 족이 아니어도 투기를 가진 오우거를 죽이면 죽은 오우거가 가지고 있던 투기 일부를 흡수할 수 있는데
그럴 경우 오우거 족은 반드시 그 투기를 가진 존재에게 동족의 복수를 해야 한다고 했다.
"아···."
그러고 보니 10번째 탑에서 여섯 번째 재앙인 오우거를 처치했다는 메시지를 본 적이 있다.
'근데 투기를 얻었다는 메시지를 본 적은 없는데···.'
시스템 자식 빠져가지고.
세준은 시스템의 근무태만을 의심했다.
"레스, 그러면 여섯 번째 재앙은 너랑 동족이야?"
"네. 원래 제 백성들이었습니다···."
세준의 물음에 레스가 가슴속에서부터 끓어오르는 분노와 슬픔을 억누르며 말했다.
"아."
오우거킹이니까. 왕이구나.
세준이 뒤늦게 레스가 오우거의 왕이라는 걸 인지할 때
"세준 님, 공격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왕으로서 뭔가는 해야겠다는 생각에···."
레스가 다시 터져 나오려는 감정을 추스르며 세준에게 고개를 숙이며 사죄했다.
"괜찮아."
"푸후훗. 그렇다냥! 괜찮다냥!"
덕분에 얻은 게 많은 세준과 테오가 웃으며 레스의 사과를 받아줬다.
일단 레스를 영구 정직원으로 받았고
"아작스, 이거 금 갔어. 켈리온 님한테 수리 좀 해달라고 해줄래."
"응! 형! 내가 더 튼튼하게 만들어 올게!"
방패도 업그레이드돼서 올 테니까.
물론 켈리온이 방패를 약하게 만든 데에는 나름의 사정이 있었지만, 개복치가 알 필요는 없는 윗분들의 골치 아픈 사정이었다.
근데···
꾸오!꾸오!
꾸엥이는 아직도 화났나?
"꾸엥아, 아빠, 이제 괜찮아. 화 풀어."
세준이 뒤에서 계속 으르렁거리는 꾸엥이를 보며 말을 걸자
꾸엥?
귀엽게 고개를 갸웃거리는 꾸엥이.
꾸엥!꾸엥!
[꾸엥이 화 안 났다요! 꾸엥이 무서운 소리 내는 거 연습 중이다요!]
흉포한 맹수가 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꾸오?꾸오?
[어떻다요? 꾸엥이 무섭다요?]
아니. 귀여운데.
아직 아기 맹슈인 꾸엥이가 귀엽기만 한 세준이었다.
꾸오!꾸오!
"꾸엥아, 앞발을 이렇게 올려봐. 그래야 더 무섭지."
꾸엥?
[이렇게다요?]
세준의 말에 꾸엥이가 두 앞발을 올리며 물었다.
"옳지. 다시 해봐."
꾸오!꾸오!
"풉···."
뭐지? 왜 더 귀여워졌지?
세준이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으며
"좋아. 조금 무서워졌어. 더 연습해 보자."
꾸엥이를 독려했다.
꾸오!꾸오!
세준의 독려에 열심히 맹수 훈련을 하는 꾸엥이
흐흐흐. 누구 집 자식인지 너무 귀엽네.
세준이 자신을 향해 두 앞발을 들고 으르렁거리는 꾸엥이를 보며 행복감을 만끽했다.
***
하얀탑 관리자 구역.
"할아버지, 실망이야! 이렇게 약한 방패를 세준이 형한테 만들어 주면 어떻게 해?!"
아작스가 레스의 전력 펀치에 금이 간 형제 방패를 들고 켈리온에게 따졌다.
"아니. 나도 약하게 만들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라···."
"몰라. 실망이야."
"끙."
아작스가 토라지자, 켈리온의 고민이 깊어졌다.
좋은 장비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세준이가 약한 걸 어떡하라고···
그걸 착용할 착용자가 문제였다.
마력을 과하게 넣으면 낄 수 없는 장식품이 되거나 아니면 운 좋게 낄 수 있는 장비가 돼도 불안정한 마력 때문에 폭주할 위험이 있다.
거기다···
여기서 더 강하게 하면 다른 놈들이 눈치챌 텐데···
원래 다른 사룡회 용들이랑 세준에게 장비는 선물하지 않기로 했다.
가뜩이나 능력에 비해 좋은 아이템들을 잔뜩 가지고 있는 세준.
여기서 용들이 만들어 준 장비까지 착용하면 다른 장비들과 간섭을 일으켜 세준에게 문제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
그래서 일부러 방패도 다른 용들에게 들키지 않게 아공간에 숨는 기능을 넣었다.
'어쩌지?'
다른 용들에게 욕을 먹어서라도 손자에게 자신의 능력을 보여줄 것인가? 아니면 능력 없는 할아버지로 남을 것인가?
잠시 고민하던 켈리온.
우리 손자에게 못난 모습을 보일 수는 없지!
당연히 켈리온의 선택은 전자였다.
"손자야! 이 할애비가 제대로 실력을 발휘해 주마!"
켈리온이 숨어서 수호하는 용각의 형제 방패 방패를 녹이며 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엄청난 마력을 불어넣어 새로 방패를 만들었다.
아주 크고 강한 것으로.
***
"아작스는 왜 안 오지?"
불러야 하나?
세준이 로커스트 꼬치에 양념을 바르며 말했다.
세준의 주변에는 아작스를 기다리며 만든 로커스트 볶음탕, 로커스트 튀김, 로커스트 샐러드 등의 요리가 가득했다.
고기파티의 전반전이 슬라임 고기였다면 후반전은 로커스트 고기였다.
치이이익.
그렇게 세준이 양념을 바른 로커스트 꼬치를 굽고 있을 때
"형! 내가 할아버지한테 말해서 튼튼한 방패로 바꿔왔어!"
아작스가 나타났다.
쿵.쿵.
직경 10m짜리 원형 방패 두 개를 가지고.
[당당히 수호하는 용각의 형 방패]
[당당히 수호하는 용각의 아우 방패]
이제 아공간에 숨지 않고 대놓고 지키겠다는 의지가 이름에서 드러났다.
그리고
사용 제한 : 켈리온 마므브의 인정을 받은 박세준, 모든 스탯 10만 이상
능력이 안 되면 쓰지 말라는 건가?
이름처럼 옵션도 당당했다.
"흥!"
그럼 내가 못 쓸 줄 알고?!
"땅 움직이기."
세준이 네 개의 기둥을 세운 후
"아작스, 여기에 방패 올려줘."
"응! 형!"
쿵.
아작스가 방패를 네 개의 기둥에 올리자 훌륭한 지붕이 됐다.
"후훗. 천재 박세준 님은 착용 못해도 다 쓸 수 있다는 말씀."
세준이 지붕이 된 방패를 보며 우쭐해했다.
거기다 위험할 때 앞에 세우면 방어벽으로도 활용할 수 있지.
'나에게는 권능이 있으니까.'
반경 100m 이내의 물건 1개를 들키지 않고 가져올 수 있는 권능 : 하찮고 소심한 침탈.
최근에 이 권능의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자신의 아공간에 있는 물건은 거리와 상관 없이 다 가져올 수 있다는 것.
거기다
'테오가 남긴 거대 생선을 넣는다.'
자신의 손을 거치지 않고 아공간으로 바로 넣은 것도 가능했다.
후훗. 이 권능으로 아공간 창고에 있는 까망이 패밀리에게 고기도 전달했지.
"역시 난 천재야."
세준이 스스로를 대견스러워했다.
그리고
'분홍털용 나무젓가락을 꺼낸다.'
척.
"자. 레스, 이거 써."
"감사합니다."
세준이 아공간 창고에서 꺼낸 거대한 나무젓가락을 레스에게 건넸다.
"그럼 이제 먹자."
그렇게 세준과 일행들이 고기파티 후반전을 시작했다.
꾸엥!
[역시 아빠 요리는 다 맛있다요!]
"으히힛. 역시 세준이 형 요리는 맛있다니까!"
"진짜 맛있습니다."
쉬는 시간 동안 슬라임 고기를 소화한 일행들은 세준이 로커스트 고기로 만든 요리들을 빠르게 공략했고
[로커스트 양념 꼬치를 섭취했습니다.]
[모든 스탯이 1 상승합니다.]
···
..
.
스탯도 빠르게 오르며 강해졌다.
첫 번째 재앙 로커스트를 사용해 요리를 하면 스탯이 오르는 세준의 이명 : 재앙을 요리하는 자 덕분이었다.
세준도 요리를 먹고 스탯이 올랐다.
[로커스트 볶음탕을 섭취했습니다.]
[모든 스탯이 3 상승합니다.]
[모든 스탯의 잠재력이 한계치에 도달했습니다.]
[더 이상 스탯을 흡수할 수 없습니다.]
[획득한 스탯이 자연으로 환원됩니다.]
4대 스탯 말고.
[쏟아지는 찬사에 영혼이 충만해집니다.]
[정신력이 7 상승합니다.]
정신력이.
이건 내가 어떻게 할 수가 없네.
세준이 허망하게 날아가는 스탯을 허망하게 바라봤다.
그나마 아이템은 능력이 안 돼도 쓸 방법을 찾았지만, 날아가는 스탯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그래도 먹을 거야! 맛있으니까.
날아가는 스탯에 굴하지 않고 맛있게 로커스트 요리를 먹는 세준.
···
..
.
[획득한 스탯이 자연으로 환원됩니다.]
그럴수록 당연히 세준이 자연으로 환원시키는 스탯은 많아졌다.
그때
"응?"
세준 님의 투기가?
그런 세준을 보며 놀라는 레스.
세준이 환원시킨 스탯의 일부가 세준이 가진 투기에 흡수되며 세준의 투기가 강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