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강행 추진에 전면 맞서고 있는 검찰이 기자간담회 개최 및 보도자료 배포 등으로 유리한 여론 형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경찰 내부에선 "경찰 깎아내리기 식이다"는 불만이 저변에서부터 쌓이고 있는 모양새다. "검찰은 다른 국가기관(경찰)을 욕하는 게 자성보다도 우선시되나"는 반문도 나온다.
배용원 서울북부지검장이 22일 오전 서울 도봉구 북부지검에서 가진 '검수완박' 관련 기자회견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검수완박 반대'에 주요사건 등장시킨 검찰
대검찰청과 전국의 각 고검·지검에서는 연일 기자간담회가 열리거나 보도 자료가 배포되고 있다. 22일엔 서울북부지검이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동서남북 재경지검 중에선 처음이다. 북부지검은 ▶인권 보호 역행 및 인권 침해 우려 ▶국가경쟁력 저하 ▶사건 암장 우려 등을 검수완박 법안의 문제점으로 언급했다.
그간 검수완박 관련 검찰 브리핑엔 국민적 관심이 쏠렸던 사건들이 주로 등장했다. '정인이 사건'이나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최근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계곡 살인 사건' 등이 그 대상이 됐다. 35년 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도 소환됐다. 검수완박이 되면 이런 사건들의 실체적 진실 규명이 어렵게 되고, 경찰 수사의 미진함을 보강할 수 없다는 게 검찰 주장이다. 이날 북부지검도 지난 2010년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피의자 조사 과정 중 이뤄진 가혹 행위 사건을 언급하면서 '검사의 역할로 실체가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모습. 연합뉴스
경찰 일부 "늘 들어왔던 얘기지만 모욕적"
일부 경찰관들은 "(검찰로부터) 늘 들어왔던 얘기지만 더욱 모욕적이다. 정도가 심하다"고 말한다. 검찰이 검수완박 저지를 위해 경찰을 깎아내린다는 이유에서다. 수사권 조정 전후 빚어졌던 검찰과 경찰 사이 갈등 구도가 또다시 불거질 것 같다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다수 나온다.
서울 지역에서 근무하는 한 경위는 "'검찰은 잘했고, 경찰은 못했다'는 프레임의 여론전이 계속되고 있다"며 "일선에서 수사하는 경찰들 적잖은 수가 모욕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한 수사과 관계자는 "검찰의 발언 등으로 묵묵히 자기 일을 하는 경찰관들의 사기가 계속 떨어질 것이 우려된다"며 "검찰의 사정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지만, 공개석상에서 경찰을 공격해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려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경찰의 노조 격인 전국경찰직장협의회(직협)의 민관기 위원장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경찰관들은 검사들의 이익을 위해 함부로 이용당하고 조롱당해야 할 존재가 아니다. 현장을 누비는 전국 수사 경찰관에 대한 모욕은 멈춰 달라"고 글을 올렸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관련 중재안을 손에 들고 있다. 뉴스1
대응 않는 경찰 "정쟁에 휘말려선 안 돼"
검수완박 또는 검찰의 여론전에 대해 경찰의 공식 입장은 현재까지 없다. 경찰 내에선 "검찰이 때리고 있는데 지휘부 등은 왜 아무 말도 하지 않나"라는 볼멘소리도 일부 있다. 지방의 한 경찰 관계자는 "검찰에 대한 불만과 함께 '우리 수뇌부는 무얼 하나'는 반응이 뒤섞여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검수완박 이슈가 정치적 이슈와 관련된 점 등을 고려하면 경찰이 목소리를 내긴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지방의 한 경정은 "검수완박이 경찰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으나 정쟁(政爭)이 이뤄지는 상황에 휘말려선 안 된다"며 "현 상황에서 수뇌부의 공개석상 발언 또는 내부 공지 하나만으로도 '경찰 대 검찰' 싸움으로 사안이 변질할 수 있다고 본다"고 짚었다.
한편 22일 검수완박 관련 박병석 국회의장 중재안에 대해 여야가 합의하자 김오수 검찰총장 및 6명의 고검장, 대검 차장검사 등 검찰 지휘부는 사표를 냈다.
나운채 기자 na.un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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