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도심 건물 옥상에 알파벳 'Z'와 함께 '우리 민족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해시태그가 달린 대형 간판이 세워져 있다. 러시아에선 'Z' 표시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일으킨 이번 전쟁을 지지하는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러시아의 전쟁을 지지하는 목적으로 공공장소에서 알파벳 'Z'를 사용하는 것을 법으로 막는 국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라트비아, 몰도바, 체코 등에 이어 리투아니아도 합류했다. 독일 역시 Z기호 사용의 법적 금지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AP통신 등 외신은 리투아니아 의회는 이날 알파벳 Z의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의 훈장 도안에 주로 쓰이는 오렌지색과 검은색 줄이 그어진 성 게오르기우스 리본 패턴 등도 사용할 수 없다.
리투아니아 의회는 "전체주의·권위주의 정권을 상징하고 군사행동·반인륜범죄·전쟁범죄 자행을 부추기는, 과거에 사용됐거나 현재 사용되는 심볼을 사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를 위반하면 개인은 900유로(약 120만원), 기업은 1500유로(약 2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한다.
앞서 알파벳 Z는 우크라이나를 공격하기 위해 집결한 러시아의 전차와 트럭 등 장비에 그려진 것이 언론에 포착된 것을 계기로 러시아에서 전쟁 지지와 애국주의의 상징이 됐다. 이에 그치지 않고 성 게오르기우스 리본에 Z자를 합친 도안까지 등장했다. 이 문양은 현재 러시아 전역에서 간판, 의류, 휴대 전화 케이스 등에 삽입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국가들은 Z기호 사용을 아예 위법 행위로 굳히는 분위기다. 리투아니아 외에도 러시아로부터 침공을 당한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라트비아, 몰도바, 체코, 카자흐스탄에서 Z기호 사용 금지 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독일의 니더작센주과 바이에른주에서도 Z기호를 사용하면 최고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중앙정부도 Z기호 사용 금지 법안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게오르크 아이젠라이히 바이에른주 법무장관은 "의견의 자유는 훌륭한 자산이지만 범죄를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는 국제법 위반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Z기호는 러시아의 전쟁범죄, 도심 폭격, 살해된 우크라이나인 수천 명을 상징한다"면서 전 세계에서 Z기호의 정치적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한편 러시아 국방부에 따르면 Z는 러시아로 '승리를 위해(For victory)'를 뜻하는 '자 포베두(Za pobedu)'의 첫 글자를 의미한다.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r2ver@mk.co.kr)